앞서 말했듯이 ‘발전’의 많은 부분은 사회적 관계의 상품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물론 그중에서 가장 주요한 사례는 독립적인 개인이 점차 임금노동자로 전환된 현상일 것이다. (중략) 요즘은 예전에 무료로 제공되던 용역을 사업화하는 것이 새로운 이윤의 원천... 아이들이나 노인을 돌보는 일이 이제 가정이 아니라 탁아소나 요양원의 몫... 하루에 두 번 개를 산책시키는 귀찮은 일도 다른 사람에게 하청... 물론 이런 일은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사정이 내가 방금 언급한 과정과 상당히 달라 보이는 지점 중의 하나는 아이들을 가족의 자산으로 간주하는 인식만큼은 한국이 다른 어느 곳보다 일찌감치 앞서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노동시장에서 최상의 경쟁자가 되도록 교육받고 자기착취로 볼 수 있는 과정들을 연마하도록 강요받는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성공적인 임금노동지가 되는 것이 삶의 궁극적 목표인 것처럼 양육된다. 그래서 학교나 학원에 대한 끊임없는 압박으로 아이다움을 박탈당하고, 보통은 여가와 꿈꿀 수 있는 여유를 통해 발달하는 주요한 감각들 또한 상실한다. (중략) 그렇다면 사회적 관계들은 상품화될 뿐만 아니라 억압되고 부정되고 있는 셈이다. (p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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