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제국 -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생물의 세계를 탐험하다
칼 짐머 지음, 이석인 옮김 / 궁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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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참 재미있다. 르뽀 식의, 이런저런 구체적 사례들로 이야기를 달구어 나가다가, 인간의 생태계에 기생충이 하는 역할에 대해 꼼꼼하게 반추해내고 있다.

아마도 처음의 기생은 미토콘드리아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박테리아에 불과했던 지구 상의 생명이, 점점 세포와 세포군으로 진화하게 된 것은 아마도 기생의 역할이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더 나아가 숙주와 기생충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공진화하고 있기도 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가 위생의 관점에서 기생충을 배척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지구라는 거대한 숙주에 기생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을 바꾸어가며 적응해가는 신세인 인간에게 주는 교훈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기생충 전문가는 아니기에 조금 흘러가는 이야기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글쎄, 전문가가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빌 브라이슨 같은 저자들로 만나오지 않았는가. 하물며 이 책의 역자는 번역 전문가가 아닌 내과 의사이다. 하지만 한 두 곳의 오타를 제외한다면, 역서를 읽으면서 이렇게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는 것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약간은 가신듯한 독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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