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본주의의 반대항에 서서 자본주의에 맞서고 대적하여 새로운 사회경제적 질서를 모색하고 실현할 아이디어와 의지를 이미 거세당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상징과도 같은 일이, 자본이 만든 자본을 비딱하게 보는 시선의 영화 속에서 자본의 모습에 비판적인 시각을 키워가지만 결국 자본을 소비하고 있다는 모습인 셈이다. 내가 꿈을 꾸는 건지 꿈이 나를 꾸는 건지 이제는 모호하다.

여기서 우리는 장 보드리야르가 전망한 것과 유사한 통제 및 의사소통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이제 지배 과정은 더 이상 외적인 스펙터클에 대한 예속의 형태를 취하지 않으며 오히려 상호 교류하고 참여하도록 우리를 초대한다. (중략)
[월-E] 같은 영화는 로베르트 팔러가 말한 상호 수동성의 전형적인 사례다. 이 영화는 우리를 대신해 우리의 반자본주의를 상연하고, 그리하여 우리는 양심의 가책 없이 소비를 계속 이어 갈 수 있다. 선전propaganda과 달리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는 무언가를 명시적으로 옹호하지 않으며, 자본의 작동이 어떤 주관적인 믿음에도 의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추는 역할을 한다.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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