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위해 나를 벗는다 
거짓이다
날 위해 너를 벗는다
부서진 빛과 그림자들
길 위에
바람 위에
눈앞에
어지러이 흩날려 분간 못 할 순간
벗고 나면 초라할지도 모르는 순간
뿌옇고 투명한 거울 안엔
내가 아닌 네가 비친다
미련보단 조소가 가득한 눈
그렇게 나를 본다
하지만 상관 않겠다
이것은 탈출이고 해방이다
빈약한 변명 따윈 더는 모른다
널 위한다는 건 명백한 거짓이다
날 위해
축복의 날갯짓을 위해
이젠 모두 벗겠다
벗어야 훨훨 날 수 있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벗겠다
안녕이란 인사도 가식 같아
널 향한 표정도 벗겠다
진정으로 홀가분한 비상
돌아볼 추억도 남기지 못할 드높은 곳으로
날 위해 너를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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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08 21: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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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09 00: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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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1-08-09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댓글이 비밀댓글인 신비의 소녀 비플랫님...^^

2011-08-10 16: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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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2 00: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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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2 02: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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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4 22: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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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8 12: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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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듯 퍼붓는 비폭탄. 맑게 갠 파란 하늘 보기가 이렇게 어렵습니다. 차창에 동그란 파문으로 떨어져서 흘러내리고 또 떨어지면 흘러내리기를 반복하는 모습은 족적을 아로새기면서 힘겹게 꺼져가는 빗물의 업(業)처럼 보입니다. 처절하지만 담담히 그 창 너머 하늘을 반쯤 가린 소나무를 보면서 생각에 빠집니다. 시간이 주는 선물은 늘 나를 새롭게 합니다. 지나간 시간은 돌아보지 말라 합니다. 그래서 가끔 안부가 묻고 싶다가도 그대에게도 똑같은 선물이 주어졌을 거라 믿고 고개를 돌리는 거죠. 그대를 닮은 소나무는 그대를 닮은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푸르르고 한결같습니다. 비를 맞아도, 바람이 불어도 다른 온도의 맥(脈)은 가질 줄 모릅니다. 다가가 안겨도 포근히 감싸 안을 욕심조차 부릴 줄 모르는 소나무. 나도 소나무를 닮고 싶지만, 태생은 제 맘대로 되는 게 아닌 거죠. 난 바람이나 비 쪽에 가깝습니다. 그대를 휘감아 불고 때론 그대 뺨에 흐르면서 넓은 가슴에 기대어봅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더 경직되는 모습은 날 비참하게 하죠. 이젠 압니다.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서로가 타인임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걸. 애초에 그대를 사랑하기 시작했을 때 그대는 타인이었다는 걸. 소유하고 싶어 흔들다가 그대 뿌리까지 상하게 할 뻔했지만 이젠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것으로 내 사랑을 지키겠다고 맹세합니다. 다가가는 만큼 상처가 되는 사랑이라니, 어쩌면 그것을 사랑이라 부른다는 건 억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타인으로 살다가 언젠가 반드시 올 세상 끝에선 사랑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내가 그대인지 그대가 나인지 모를 만큼 먼 훗날에 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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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8 03: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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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8 23: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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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8 23: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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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9 00: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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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8 13: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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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8 17: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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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06 13: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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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06 16: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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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당신을 거스를 언어가 없고 
당신에겐 나에게 미칠 언어가 없습니다 

오래전에 말라버린 흔적(痕跡)이지만
그것이 유일하게 남겨진 당신의 언어이기에
우리의 대화는 늘 과거로밖에 향할 줄을 모릅니다 

요원한 육체의 갈망 대신
영혼의 수화(手話)로 그리움을 대신하는 나의 일기는
오늘도 반성의 눈물로 빼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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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30 15: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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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30 20: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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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30 16: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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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30 20: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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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1 11: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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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1 14: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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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포화가 이끄는 침묵의 세계...
흐르는 시간도,
깊어지는 세월의 주름도
침묵 속에서라면
제 빛깔을 찾아 위로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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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던졌습니다
당신이 서 계신 곳만 빼고
모든 곳에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바위보다 차갑게 굳어버린 시선
난 더이상 숨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운 바람이 불어도
원망의 풀뿌리가 번져 파고들어도
후회가 몇만 번 흘러 녹아 푸석거려도
당신은 고개를 돌리지 않습니다

아니 당신은 이제 나를 모릅니다
빈 잔은 다시 채우면 될 것이지만
빌 것이 두려워 채 담아보지도 못한 어리석음 

난 숨을 필요가 없습니다
돌아서 눈물 훔칠 필요도 없습니다 
매달려 통곡하고 애원하여도
이미 당신은 나를 모르는 타인입니다

돌을 던집니다
저 멀리 당신의 시선 끝에 담겼던 살구빛 은물결
이제야 내 빈 잔에 가득 채워봅니다

그대
나만의 영원한 타인이여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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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1-05-30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만의 영원한 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