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파리가 제 색을 갖추고 떨어지는 것이 제법 낙엽답다.
하긴, 가을 맞잖아.
게 중 유독 작은 이파리가 눈에 띄었어.
한 귀퉁이 빨갛고 또 한쪽은 노랗고 나머진 아직 파랗기도 하면서도 갈색으로 말라버린 것 같기도 하고.
그 작은 몸뚱이 하나에 무슨 사연이 그리도 많은지 말야.
세월도 가져야 하고 기억도 지울 수 없어 몸부림치다가 결국 현실에 굴복하는 모습이
짠하다 못해 애처로워서 순간 눈물이 핑 돌았어.
'참, 바보 같다.' 
어차피 떨어질 거, 뭘 그리 바동거리고 마음 졸인 거야 싶어서.
'나도 참 바보 같다.'
조그만 낙엽 하나에 왜 이리 유난을 떠는 거야 싶어서.

곗날이어서 친구들 만났어.
재생되는 수다는 우리처럼 나이만 먹을 뿐 10월 판에는 이런 얘기.
ㅎㅎ똑같은 얘길 해마다 똑같이 하고 있어.
아, 우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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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4 11: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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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4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현장학습 간다고 김밥 싸느라 새벽부터 설쳤는데, 넣어간 과자만 먹고 도시락은 그대로 들고 돌아온 아들.  
미우면서도 안쓰러워 그 자리에서 억지로 먹이고 나니 만화책 읽다가 쓰러져 잠들었다.
'이걸 싸느라고 엄마가 새벽부터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해본들 박물관의 물고기 감상이 밥 먹는 것보다 즐거웠던 것을. 

여름내 지겹게 내리던 비였는데 계절을 바꿔 맞는 그것은 늘 느끼던 온도가 아니다.
서늘한 표정의 하늘이 무심한 듯 냉정한 바람과 스칠 때 머금게 되는 그것은 이 계절이 가진 결빙된 마음가짐 같다.
좀 더 단단해지자, 좀 더 너그러워지자 마음먹어도, 어쩌면 이 계절은 그럴 뜻이 없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생각은 꼬리를 물고, 수용의 포화를 넘어선 상념은 이성의 감각을 마비시키며 부정의 암세포로 증식되어 간다.

위로는 받고 싶으면서도 모든 걸 드러내 보이긴 싫고,
내가 입은 상처는 동정받고 싶으면서도 감추고 싶은 건 프라이버시라고 스스로 위무하는
답답한 철장 속이다,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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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9 21: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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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9 2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9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9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02 1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02 1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쉰P 2011-10-02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린 시절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어머니의 마음을 잘 몰라요. 좀 바보 같죠 ^^ 지금도 항상 어머니께서 저에게 해 주시는 것을 보면 정말 난 내 아이들에게 저렇게 해 줄 수 있을까란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이제는 저도 서른을 넘으니 어머니가 자신이 섭섭한 것은 대놓고 얘기를 하시는데 여전히 이해를 못하고 있어요. 전 도대체 어머니의 마음을 언제 알 수 있을지 그런 고민을 많이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요? 위로는 받고 싶지만 모든 걸 보이는 것은 싫은 것 그 이율배반적인 면이 모두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전 위로 받는 것은 좋아하지만 동정 받는 것이 싫기에 주변 사람들에게는 20%정도만 제 모습을 공개하는 편이에요. 변태적 일상이라고도 할 수 있죠. 인간이 홀로 살 수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절대 홀로 살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아주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답답한 철장을 파괴하는 것은 누군가 깨어서 소리 지르는 사람이라고 루쉰 선생이 그러셨는데 혹시나 갑갑하시면 꼭 누군가에게 소리를 지르시기를 추천 드려요. ^^ 전 소리 지릅니다. 중랑천에 가서 새벽에요...

Bflat 2011-10-02 23:57   좋아요 0 | URL
4살 때까지 하는 효도가 전부라고 했어요.
부모는 아이가 어릴 때의 모습을 평생 잊지 못하거든요. 자식이 다 커도 늘 아기였을 때의 모습을 함께 보죠.
ㅎㅎ애를 낳아서 키워보니 그말이 뭔 말인지 알겠더라구요.
부모님의 맘을 헤아릴 수 있는 자식이 얼마나 되겠어요.
자기 삶을 잘 사는 것도 효도라고 생각합니다.

자존심이 상해서 위로받고 싶은 것도 억누르고 참았더니, 몸에서 이상반응이 오던데요.ㅎㅎ
난 내 자신이 충분히 컸다고 충분히 나이 먹었다고 착각했었나봐요.
날 이해해주고 위로해주며 믿어주는 내편을 확인하고나니까 맘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위로라는 것도 말이죠, 아주 가벼운 토닥임에도 포근함을 느끼게 된 걸로 보아 ㅎㅎ무조건 삭이는 일보다 어느 정도 분출이 필요하단 결론이었어요. 루쉰 님이 말씀하신 20%정도?! ㅎㅎㅎ
자기가 가진 입장에 따라 시차적 관점이 생길 수 밖에 없으며, A도 옳고 B도 옳다는 상대주의적 사유만이 현실에 다가가는 일이라고 진중권의 아이콘에 나오더군요, 마침.
하지만 그런 상대주의적 견지가 맘 먹는다고 절로 생겨나는 건 아니더라구요. ㅎㅎ인생 수양, 수행? 의 결과라고나 할까요.
나는 지혜로움과 현명함 위에 '여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고차원적이라고 말하긴 그렇더라도 맘과 몸에 배게 하기는 더 어려운 것 같아요.
나이가 주는 선물인 것 같지도 않고...ㅋㅋ

난 어디서 소리를 질러볼까요?
진짜 크게 악~하고 내뱉고 싶네요^^
 

 

 

젊은 연인들의 거리  
맞춤 온도로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분다
마구 뿜어져 나오는 웃음을 어찌할 수가 없다
받친 우산은 못 본 척
광화문 하늘은
스무 살의 내 발등 위에 따뜻한 비를 내린다
젊은 연인들의 거리에서
오늘은 나도 너와 연인이다
잘 살거다
잘 살거야
무색한 마흔 살은
울지도 웃지도 못하겠지만
스무 살 맞춤 온도로 젖어버린 나는
광화문 거리에서
이렇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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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 2011-09-24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플렛님의 블로그를 이제서야 방문해 봅니다.
주말이면 늘 부족한 잠을 자기에 바빴는데 이렇게 시를 좋아하는 분인줄 알았더라면 진즉 방문했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다는 후회도 살짝 합니다. 저는 시는 좋아하지만 잘 쓸줄은 몰라서... 블로그에 올린 제 시는 손으로 꼽을 정도죠. 그것도 블로그에 올릴만한 수준은 되지 않는 오래된 시들만. 대학 때 이후로는 시를 써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그만큼 메말랐다는 거겠죠?

Bflat 2011-09-24 13:55   좋아요 0 | URL
워낙 바쁘신데다가 요즘 커다란 고민도 있으시잖아요?
그런데도 이렇게 방문까지 해주시니, 제가 감사한걸요.
ㅎㅎ저도 가끔 끼적대는 정도지 열심히 잘 쓰는 수준이 못됩니다.
고민하고 계신 일은 어느 쪽으로 결정을 내리시던 최선의 선택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부담갖지 마시고 맘이 시키는 대로 따라가시면....
향기 하나 던져놓고 살짝 스쳐갈 가을이라고 생각하니, 하루하루 하늘이라도 맘껏 감상해야겠다 싶습니다.
힘내시구요, 자신에게 용기와 칭찬을 아끼지 말도록 해요, 우리^^

비로그인 2011-09-25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화문.
비플랫님의 서재는.

일요일 저녁 일곱시에 꼭 들르게 되네요 ^^

Bflat 2011-09-25 20:57   좋아요 0 | URL
ㅎㅎ바람결님에게 '일요일 저녁 7시의 여자'가 된 기분, 나쁘지 않네요.^^
몸은 많이 회복되신 거예요?
 

 

 

그랬더라
 
분명 반로의 끝엔 내가 서 있다
걸음걸음 겹겹이 가려 보이지 않더니
 
잠시라도 숨을 트고 싶어
미친 듯이 내닫던 울분은
결국 내게 떠는 엄살일 뿐이었다
 
처연하다 말자
나로 비롯하여 나로 돌아왔으니
눈물은 거두고 안도의 웃음 띨 일이다
 
나 드디어 돌아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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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싸리 2011-09-20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동영상 보다가 딸려있는 슈스케 동영상 거진 다 봤어요.
야! 시간 자알 간다~~ 세시간만 개기면 퇴근한다!! ㅋㅋ
(비플렛님 시에 대해선 어떤 평도 할 수 없음. 큼... 약간 죄송하네요...ㅋㅎ)

Bflat 2011-09-20 19:22   좋아요 0 | URL
저도 올리기 전에 다 봤어요.
정규방송만 나오는 관계로다가 슈스케 볼 기회가 없거든요.

(제 시에 대해서 왜 평을 못하시는데요? 너무 졸작이라서요? ㅠㅠ)

2011-09-20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1 0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잘잘라 2011-09-20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곡이예요. 창문을 흔드는 바람 소리 곁들여 들으니 더 좋아요.

Bflat 2011-09-20 19:23   좋아요 0 | URL
그쵸? ㅎㅎ용필오빠가 불러서 더 애절한 것 같아요.
음악 들을 때 바람이 창문을 흔들었다구요?
센스쟁이 바람같으니라구^^

yamoo 2011-09-20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곡...이 오래된 노래를 들으니 엔날 생각납니다~ 가을에 들으니 제맛이네요^^

Bflat 2011-09-20 19:24   좋아요 0 | URL
어드메 옛날일까요?
대충 연식이 뽀록나는...ㅋㅋ

oren 2011-09-21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가 자작시인가요? 저는 어느 시인의 시인 줄 알았는데, 끝에 출처가 없어서 놀랐습니다.
시만 잘 읽고 갑니다.(제 방에서도 음악은 들을 수 있지만, 그래도 '근무중'이라서 음악은 못 틀었어요..ㅎㅎ)

Bflat 2011-09-21 11:07   좋아요 0 | URL
ㅎㅎ속에서 뭔가가 넘칠 때 뱉어놓는 정도지, 시라고 딱히 정의하기도 어려운 수준이예요.
직접 방문해주시고 칭찬까지 해주시니.....정말 신나네요^^
영상은 퇴근하시면 꼭 들어보세요.
시는 별것아닌데 음악이랑 들으면 쬐금 별것같아지는 놀라운 일이...
푸히히^^
 

 

소나무로 태어나고 싶다, 다음 생에선.
지금처럼 바람이 아닌 
누가 뭐래도 흔들리지 않는 그런 소나무.
바람은 자신의 존재가 허무하게만 느껴지니까.
하루에도 백만 번은 달려가 보지만 가지 끝 언저리에조차 향기 한 점 남기지 못하니까. 
향기 하나 제대로 품을 수 없는 바람이어서
어제도 오늘도 난 늘 잊는 연습이다.
잊는 연습이란 게 결국은 그리움이란 걸 알아도. 

살면서 잘못을 많이 한 걸까.
상처를 많이 주고 살아서 그 죗값을 치르는 거라면 좀 덜 억울할 것 같아.
무언가가 되길 바라는 건 안 할 테니 조금만 시간을 되돌려 준다면
상처 주고 맘 아프게 했던 일들을 거두고 싶어.
다 거두고 나면, 내가 바라는 단 한가지
내 품에 안겨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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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1-09-19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번에도 바람과 나무의 비유를 하셨던 것 같은데,
비플랫님은 바람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주위의 다른 분들은 나무같은 분이라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누구에게나 상대적인 면이 있으니까요.

Bflat 2011-09-19 12:51   좋아요 0 | URL
어떤 이에게 내가 나무같은 존재였을까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한 번이라도 내게 기댈 수 있었을까...

지금 감은빛 님 덕분에 깨달은 게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뭔지는 비밀^^

쉽싸리 2011-09-19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비다. 안해님께서 좋아하는...
전에 살던 집 화장실 문짝이 망가져서 창호문을 얻어다 종이만 새로 발랐는데 안쪽에 바비의 대형브로마이드를 붙였다는... 어쩔수 없이 저도 자주 바비를 바로 눈앞에서 자주 알현하곤 했지요. 녀석....

비플렛님 시는 어떤 평도 할 수 없음. 큼.

Bflat 2011-09-19 20:50   좋아요 0 | URL
특정한 공간, 특정한 상황이면 떠오르는 각인된 존재라는 거요, 저에겐 소나무가 그래요.
아니, 좀 더 영역을 넓혀서 이젠 시도때도없이 나타나지만요.^^

마녀고양이 2011-09-19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담생에 대나무나 갈대, 새로 태어나고 싶어요.
머.. 인간으로 태어나고픈 생각도 있어요.

여하간 휘청휘청하면서도 유연하게 잘 넘기고 버티는 그런거였음 해요~ ^^

Bflat 2011-09-19 21:01   좋아요 0 | URL
대나무, 갈대, 새...
어떤 걸로 태어나던 다 멋지겠네요.
세상 모든 것에 유연하게 잘 대처할 수 있는 그런 존재들은 말이죠,
아마 전생에서 나라를 구했거나 인류에게 큰 공헌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켁

잘잘라 2011-09-19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비플랫님
답방 왔다가 바비킴의 소나무, 다 듣고 가요.
그의 목소리때문일까요 어쩐지 좀 쓸쓸해지는 느낌이예요.
늦었지만 저녁 밥을 챙겨 먹어야겠어요.
배고프면 잠도 안올테니까요.^^;

Bflat 2011-09-19 21:51   좋아요 0 | URL
저녁식사가 늦으셨네요.
목소리가 우수에 팍팍 절어있죠?!
메리포핀스 님 글 보고 넘 귀여워서 계속 웃다가 왔어요.(초면에 실례^^)
저도 환영입니다^^

yamoo 2011-09-20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좋습니다! 좋아요~~~

Bflat 2011-09-20 19:2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야무님이 시를 좀 아시는군요? ㅍㅍㅍ

yamoo 2011-09-21 22:37   좋아요 0 | URL
시는 몰룹니다...시집도 안읽고..ㅎ 좀 쉬운 시가 좋은 거 같아요~

어쨌거나 비플렛님은 제게 시인이십니다..ㅎㅎ

Bflat 2011-09-21 22:53   좋아요 0 | URL
야무님께 제가 시인이라니, 음....
아름다운 시로 본분을 다하겠습니당~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