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위해 나를 벗는다
거짓이다
날 위해 너를 벗는다
부서진 빛과 그림자들
길 위에
바람 위에
눈앞에
어지러이 흩날려 분간 못 할 순간
벗고 나면 초라할지도 모르는 순간
뿌옇고 투명한 거울 안엔
내가 아닌 네가 비친다
미련보단 조소가 가득한 눈
그렇게 나를 본다
하지만 상관 않겠다
이것은 탈출이고 해방이다
빈약한 변명 따윈 더는 모른다
널 위한다는 건 명백한 거짓이다
날 위해
축복의 날갯짓을 위해
이젠 모두 벗겠다
벗어야 훨훨 날 수 있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벗겠다
안녕이란 인사도 가식 같아
널 향한 표정도 벗겠다
진정으로 홀가분한 비상
돌아볼 추억도 남기지 못할 드높은 곳으로
날 위해 너를 벗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