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한 방울에
눈물 한 방울
힘에 부친 이파리 낙엽으로 뒹굴 때
같이 고개 떨굴 수 있으면 그만이지

널 안다고
너도 날 알아달라고 매달렸다면
이젠 나에게서 얼굴을 돌려도 괜찮아
세상은 바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뒤집어쓰고 보는 것이니까 말야

이기와 오만이란 굴곡이 만든 亂視때문에
너에게서 나에게로의 길이와
나에게서 너에게로의 길이가 이렇게 차이가 지는 걸

가을이네 정말
가을처럼 사랑하고
가을처럼 이별하고...
조급해하지 않고 인내하는 법을 깨친
가을을 닮아야 할까 봐 우린

그래
담담한 편지 
이렇게 가끔 부칠 수 있다면 
늘 가을이어도 상관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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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7 16: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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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7 18: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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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1-09-19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씨가 갑자기 바뀌었어요.
반팔 입고 나왔는데, 팔이 서늘하네요.
가을 옷을 꺼내 입어야 하나봐요.

Bflat 2011-09-19 12:38   좋아요 0 | URL
오늘같은 날 반팔을요?
갑자기 온도가 낮아지면 실제 기온보다 더 서늘하게 느껴지는 법인데...
비까지 살짝 내리더라구요.
ㅎㅎ감기 조심하세요^^

쉽싸리 2011-09-19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은선생의 서정과 김민기 담백함의 절묘한 만남!!
비플렛님의 절창까지! 오묘한 삼중주입니다. 이 가을에 말이죠!! 아, 그 무더위는 언제다 가버렸는고?
음치로써 요원하긴 하지만 가을편지를 김민기 처럼 부르는게 굉장한 희망사항이지요. 큼...

Bflat 2011-09-19 20:45   좋아요 0 | URL
김민기 처럼 부를 수 있는 남자라면, 다른 건 아무것도 보지않고 사랑에 빠질 수 있어요.ㅎㅎ
 

꽃말을 다시 쓰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하지?
이렇게 너에게로의 편지로 인정해준다면...

너의 이름은 무너진 믿음으로 시작해.
순결과 조화라는 말은 잊어줘.

무너짐의 다음은 뭐라고 생각해?
담이 무너진 후엔 두려움이 오고, 두려움이 식기 전에 절망이 오는 거야.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것 같은 희망의 부재가 비겁한 열등감을 낳고,
열등감에 지친 가능성은 포기를 부르지.
의욕상실로 너덜너덜해진 욕구는 결핍의 충족을 위해 타락과 위선을 일삼고,
보이는 모든 것에 의심의 안경을 쓰게 되는 건
고립을 위한 완벽한 수순일거야.
운명을 탓하는 그 순간부턴
계절을 갈아입는 바람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시선을 들 수 없게 돼.

왜 네가 그런 덤터기를 써야 하냐고?
뗄 수 없는 얼굴 한쪽을 암흑 속에 던져 놓고 미끄러져 내려오던 길,
9월의 따가운 흙먼지와 아지랑이가 피워올린 너를 봤어.

그래, 모든 건 부당한 거지.
공평하지 못한 거야.
네 탓은 아니라 해도 난 널 미워하기로 했어.
세상이 무너져 난 온통 암흑인데
너만은 따뜻한 양지에서 살랑거리고 있더구나.
연분홍빛, 진홍빛
번갈아가며 비아냥거리는 몸짓을
난 참을 수 없다.

너의 이름을 미움이라고 할까?
절망이라고 부를까?
아무래도 원망이 제일 걸맞겠지?

순응하지 못하고 극복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이 계절에만 널 원망하고
이 계절에만 널 미워할게.

참을 수 없게 빛깔 고운 코스모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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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1 22: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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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1 23: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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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2 10: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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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2 19: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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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2 21: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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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2 22: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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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1 15: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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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1 23: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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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싸리 2011-08-31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분 검색해보니까 바이올리니스트 인데 비행기 사고로 인해 삶을 마감했더군요.
이분이 사고전날 남긴 일기의 내용중에 "우리가 지상에 머물고 있는 이 슬픈 체류는 사람들이 받아들이기를 원하지 않는 커다란 고난의 시기에 불과하다." 삶과 죽음에 대한 대단한 통찰입니다.
클래식을 모르지만 곡이 참 애잔한 것 같습니다. 덕분에 귀가 호강했습니다. ^^

Bflat 2011-08-31 18:46   좋아요 0 | URL
1949년 30세의 나이로 요절했어요.
신동 중에 신동이라고 인정받았던 바이올리니스트죠. 59세 암으로 사망한 바이올리니스트 요한나 마르치와 비교해서 가끔 클래식 얘깃거리로 오르기도 합니다.
죽기 전에 남긴 일기라서 더욱 애절하게 느껴지는데, 아무래도 고독의 참 의미를 절실히 깨달을 기회가 있었나 봐요.
위의 하바네라 연주는 그런 느뵈와 라벨의 만남이라 애절함이 극도로 표현된 것 같구요.
ㅎㅎ제가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어서 바이올린 연주 음반을 자주 듣는 편입니다. 원래는 첼로를 하고 싶었는데 바이올린에 기회가 먼저 닿았네요. 날카롭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직접 활을 켜며 느꼈던 음색은 아주 낭만적이고 쫙쫙 감기는 맛이 있다는 거예요.
푸히히~~물어보지도 않으셨는데, 저 혼자 엄청 오바하고 있습니다.


쉽싸리 2011-09-01 17:56   좋아요 0 | URL
저는 다룰줄 아는 양악기는 하나도 없습니다.
특히 바이올린 같은 활로 연주하는 악기는 더욱 그렇지요.
활로 켰을때 그 '째지는 소리'를 도저히 못 참을것 같아요.
어려서 심술이 나거나, 삶이 심상해지면 벽에다 스치로폴 덩어리 같은것을 대고 쭉 긋고 다녔던 것처럼요. 아윽,,
비플렛님은 아무래도 재능이 있으신듯 ^^
아, 비플렛도 음악용어 아닌가요?

Bflat 2011-09-01 18:21   좋아요 0 | URL
재능이 없는 줄 알고 배워 볼 생각도 못하고 살았어요.
음악 듣는 걸 좋아했는데, 근래에 배우면서 느낀 거지만, 직접 연주를 하면서 음악을 듣는 폭과 깊이가 넓어졌다는 거죠.
뭐, 아직은 제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편식하는 편입니다.

스치로폴 그 뒷감당을 어케 하려고 그런 심술을? ㅋㅋㅋㅋ

쉽싸리 2011-09-01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믄입죠. 가급적 직접해보는게 좋죠. 저만하더라도 자전거타기를 작년에 배웠는걸요. 올해들어 한번도 타질못해 다까먹을 지경인지는 몰라도요.

Bflat 2011-09-01 23:37   좋아요 0 | URL
저도 내년엔 테니스에 도전할거예요.
올해 체력을 좀 만들어놓고 내년엔 할 수 있겠죠?
홧팅!

쉽싸리 2011-09-02 10:44   좋아요 0 | URL
우라사와 나오키라는 '만화가' 있어요. 이양반 작품중에 'Happy' 라는 게 있어요. 테니스 만화죠. 한창 만화 좋아할 때(만화 보는 걸로 세월 죽일때)본 건데요. 참 신기했죠. '야, 일본애들은 테니스도 만화로 그리는구나' 하고요. 내용은, 환경은 불우하지만 성격상 엄청 긍정적인 여자애가 테니스에 대한 재능이 탁월하여 큰 대회에 나가 왼갓 역경을 딛고 우승하는 그런거 였던거 같아요. 조금 유치한 장면도 많았던 것 같은데요. 하여간 우라사와 나오키 초기 작품이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체력은 테니스 하면 절로 따라 오지 않을까요? 한손엔 라켓, 한손에 바이올린! 와우!! 멋진 일입니다.

Bflat 2011-09-02 19:11   좋아요 0 | URL
테니스를 하면 절로 따라올 수 있을 체력이 못 되어요.
ㅋㅋ1년 이상 한약 먹고 지금은 일주일에 1~2회 정도 잠깐의 운동으로 저질체력을 보강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멀리 운전을 하고 들어와도 며칠을 끙끙 앓는 정도라니까요.ㅠ

2011-09-02 22: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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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2 23: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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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3 18: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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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언제부턴가 시를 읽지 않는다. 내가 쓴 시조차 읽지 않는다.
그러면서 왜 쓰냐고.
나에게 있어서 시를 쓰는 행위란 일종의 배설과 같은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성에 위배된 감정이 차올라 더는 소화될 수 없을 때 바로 게워내는 현상과도 같다. 그것은 소화액조차 닿을 새 없이 역류하고 마는, 배설에도 끼지 못하는 불쌍하고 미천한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나의 세계에서 시란 그런 존재이다. 사족을 붙여 멋있게 장식하여 나를 드러낼 수 있는 통로라면, 그것을 통해 난 멋지게 비상할 수도, 그렇게 자유로운 숨을 틀 수 있을 텐데, 안타깝게도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은 연민과 조소로 가득 차, 다른 감정을 느껴볼 여유는 눈곱만큼도 없다. 
언제부턴가 멋진 시집을 책꽂이에 하나 둘 보태는 일이, 무당이 천기누설로 입에 풀칠하는 사명과 같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시어 하나하나에 스며든 인생은 왜 이다지도 오금 저리게 하는지, 그들의 삶을 온전히 빙의로 읽고 만다. 더이상 타인의 삶이 아닌 버거운 짐이 되어 내 어깨를 누르고 가슴을 짓이기는 업(業)이 되어버린다. 길지 않은 지면 한 장에 난 회복 불가능한 만신창이가 되는 것이다.
고독을 읽으면 난 세상 끝 암흑 속으로 던져지고, 이별을 읽으면 심장이 둘로 쪼개지는 아픔에 비명을 질러야 한다.
나는 왜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계속 허우적대는가.
누군가 했던 말처럼, 내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틀 속에 갇혀 있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그 틀은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또 몸부림쳐야 한다.
감상(感傷)은 또 하나의 시를 흘리고, 난 그렇게 타인과 나를 혼동하면서도 끝까지 아니라고 부정하는 나를 찾아야만 한다.
언제부터 시가 나의 업이 된 걸까.
아, 슬프고도 잔인한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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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2 17: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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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3 11: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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