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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 외롭고 슬프고 고단한 그대에게
류근 지음 / 곰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너무 오랫동안 '그리움'이란 단어를 잊고 살았다.
촉촉한 산소를 제공하는 아마존 밀림을 사막화시키는 벌목이 도대체 언제부터 내 맘속에서 진행되었는지 그 시작 언저리도 짐작할 수 없다.
타클라마칸은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다는 뜻이라는데 타클라마칸 어디쯤에서 넋 놓고 있는 것인지.
광활함은 그 무엇도 흉내 낼 수 없는, 바람이 멈추면 지구가 자전하는 소리까지 들린다는 사하라 바닥에 귀를 대고 있는 것인지.
류 시인의 웃픈 글을 읽어서일까, 오늘은 몇 광년만큼 도망가버린 '그리움'이란 촉촉한 단어가 문득 찾고 싶어졌다.
그는 명왕성 여인숙을 주로 찾더만...
하긴, 그는 눈물이라는 축축함을 말리기 위해 그곳에 가는 것 같았다.
나는 그냥 사막에서 오아시스나 찾아야 할까.
하지만 좀 걱정이다.
오래전부터 건조해진 것들은 이미 수분이 필요 없게 적응하고 진화된 건 아닌지.
사랑에 울고 사랑에 힘들던 기억은 과거 속에 솜과 심을 채워 박제된 지 오래인 것을.
그리움으로라도 재생된다면...
<상처적 체질>로 그를 만났을 때는 시티컬하고 도도한 느낌이었던데 반해 오히려 이번 산문집에서 보이는 여리고 예민함이 상처적 체질의 완벽한 재현 같았다.
덕분에 오랜만에 그리워지고 싶었고, 오랜만에 한번 울어보고 싶어졌다.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걸까 하는 발칙한 상상까지는 하고 싶지 않다.
다만 그리울 때 그리울 수 있고, 가끔 미칠듯한 외로움에도 빠져보고 싶은 것이다.
내용만큼 감각적이고 아름답게 잘 만들었다.
<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 <나는 잘 웃지 않는 소년이었다>의 저자로 마치 내 호흡 같은 글로 놀라게 했던 김도언 님이 대표로 있는 '웅진임프란트 곰'에서 기획한 책이라는 게 나로서는 더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