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어.
운명이란 테두리 속에서 각자의 관성대로 움직이다가 우연히 교점이 생긴 것이 만남이란 생각을 말야.
ㅎㅎ 그러니까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람이었어~' 라는 유행가 가사는 말 그대로 운명을 거스르는 욕망은 아닐까 싶어.
너의 궤도, 나의 궤도는 어떤 목적이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당위로 교점을 가졌다고 한다면, 바로 그런 것이 운명에 순응하는 태도겠지.
뭐, 전혀 엉뚱하고 생소한 곳은 아니었어.
너도나도 그곳이 좋았으니까.
그곳에선 너도 최고가 되고 나도 덩달아 최고 같았어.
만약에 말야, 절대자의 힘을 빌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면, 그 교차점이 왔을 때 내 손을 잡아줄 수 있겠어?
내 질문이 뭔지 알겠어?
운명을 거스를 용기가 있느냐고 묻는 거야.
우연히 지나는 것과 선택의 문제는 정녕 다르겠지?
또 다른 궤도와 관성을 만드는 것이니까.
그래, 우리는 필연처럼 마주쳤지만, 우연히 만난 것이고,
인정하긴 싫었지만, 운명을 거스를 순 없었던 거야.
그래서 각자의 궤도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그렇게 결론을 내렸던 거지.
이젠 너무나 충실하고 바른 너에게서 내가 비집고 들어설 곳은 없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난 우연과 필연을 혼돈하고 싶은 것인지도 몰라.
하지만 그거 알아?
우연과 필연이 같은 배에서 잉태된 말이라는 걸.
그리스 모든 신들도 운명의 신을 거스를 수 없었다는 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지.
힘들었고, 지금도 힘들어.
언제까지 힘들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약속대로 난 나의 길을 충실히 가겠어.
꽃이 피고 지는 데에 운명이니 필연이니 사족을 붙이는 것은 개똥같은 철학인지도 몰라.
따뜻한 바람이 꽃의 얼굴을 들게 하는 것일 뿐이라구.
나는 괜찮아.
추억 속에선 넌 언제나 나의 손을 잡고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