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읽을 땐 남다른 각오가 필요하다.
남들은 머리 식힐 겸 읽는 게 소설이라지만, 감정이입이 거의 빙의 수준인 나는 내림굿이라도 받는 무녀가 굿판이 끝난 뒤 절임배추처럼 쭉 뻗어버리는 지경을 감수해야 하니까.
이쯤에서 '나사의 회전'으로 띵~해진 머리를 좀 더 현실적인 문제로 돌려보는 게 좋겠다.
그래서 잡은 게,
에릭 오르세나의 '물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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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기 싫었어
정말이지 그때로 돌아가기가...
그래서 지우고 살았어
아예 그런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하지만 이젠 깨달아
그 모든 시간이 나라는 걸 말야...

 

 

<빛과 그림자>

 

빛을 당겨 어두운 실을 뽑느다
당기고 당기고 또 당겨도 줄어들지 않는 빛과의 간극만큼
어둠의 길이도 또한 절대적이다
밝음만 본다고 별이 되는 것이 아니며
돌아본다고 칠흙 속에 갇히는 것도 아니다
늘 빛과 이어져
어두운 꼬리를 드리우고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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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잘하고 싶어도 숙련이 되기까지는 참 많은 단계가 필수적으로 쌓여야 한다.
바욜린도 첨부터 왼손과 오른손이 조화를 이루는 게 아니니까.
동영상을 그렇게 많이 보고 또 보고 있지만, 눈과 머리로 아는 테니스보다는 몸으로 익히는 테니스의 한 부분 한 부분이 정말로 내가 아는 테니스로구나 싶다.
백스윙을 미리 준비해야지 하면서도 공이 날아오면 그제야 휘두르는 어제였다면, 오늘은 어느덧 여유롭게 백스윙을 하면서 공을 기다린다.
스탭을 빨리 움직여야지 하면서도 붙이고 있던 뒤꿈치를, 오늘은 잔 스탭으로 가다 보니 자연스레 땅에서 떼고 있는 것.
조금씩 늘어감에 기쁨과 감사와 의욕이 넘친다.
며칠 앓았던 몸살, 그러기에 몸에서 힘을 빼는 여유도 맛보게 되고...
의지가 있다면 악재도 호재로 둔갑시킬 수 있음을.

하고자 하는 의욕과 의지가 바로 내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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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2-05-18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간 18금 으로 읽어서...쫌 뻘쭘했다능~~~

Bflat 2012-05-18 21:47   좋아요 0 | URL
19금도 아니구...무신...ㅋ
 

별것 아닌 것 같은데 뇌리에 남아서 평생을 함께하는 정보들이 있다.
주워들었든, 어떤 장면을 목격했든 사실 여부, 가부(可否)에 상관없이 무의식과 의식에 남아서 어느덧 나를 이루는 한 부분이 된 것들.
근거를 찾긴 어렵지만 여간해선 바꾸기 어려운 것이 이 고정관념이다.
의도한다고 가질 수 있는 관념도, 바꿔보려고 노력한다고 쉽게 바꿀 수 있는 관념도 아니다.
이런 고정관념들로 꼭꼭 채워진 우리들.
물론 고정관념만이 인간의 관념을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
삶의 경험과 의식 속에 저장해두는 심성의 그릇과 질은 각기 다른 환경과 천성 때문에 개성을 띄게 되는 것이니까.
그런 인간의 속성을 자각하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못할 때 '건방'과 '주제넘음'의 행태를 띄게 되는 듯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을 잣대로 두고 사고하겠지만, 사고를 넘어서서 타인을 질책하고 바꾸려는 행위는 건방과 주제넘음이 되는 것이다.
사람이 그렇게 쉽게 변할까.
격한 억양과 강한 어조면 상대방이 변할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나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급하게 몰아친다고 상대방이 수긍하거나 인정하지는 못한다.
타인의 입장과 견해를 인정하고 역지사지하는 태도, 조용히 효과적인 전략을 모색해 보는 것이 진정한 변화의 열쇠다.
나도 가끔 나와 다른 의견들에 이의를 달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만, 그런 비판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은 적은 드물었던 경험으로 곧 자제하게 된다.
비판은 비난으로, 충고는 잘난 척으로 듣기 쉬운 머리와 가슴을 가진 게 인간이다.
결론은,
"너나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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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2-04-29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Bflat 2012-04-29 23:19   좋아요 0 | URL
웬일이심꺄, 댓글을 다 달아주시궁?

마녀고양이 2012-04-30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비판이 긍정적 결과를 낳는 것은 나두 거의 못 봐서리.
아무래도, 내가 비판 듣는거 질색하는만큼, 상대도 그렇지 않을까 동감을.... ^^

Bflat 2012-04-30 01:08   좋아요 0 | URL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 자승자박하는 꼴을 워낙 마이 보게 된다는...
 

크리스탈 님의 글에서 하나의 화두를 발견.
모든 사건에 날짜로 명명하기.
3.1 운동, 8.15 광복처럼 3.5 첫 미팅, 12.9 첫미팅.
정말 부러운 저장 방식이 아닐 수 없다.
냄새, 감촉, 그 상황의 분위기, 기분으로 기억하는 내가 왜 암기과목이 파이였는지 이제야 상황파악이 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숫자로 기억하는 게 한 가지라도 있는지, 내 전화번호도 기억 못 해서 가끔 남푠에게 걸어 확인하는 지경인데.
고딩 땐 싸우다가 '너 언제 어디서 몇 시에 이런 말 했자나~'하고 확인시켜주는 친구가 참 존경스러워서 싸우다 말고 손 붙잡고 진지하게 그 기억력에 관해 얘기를 나눴던 적도 있었다.
첫 키스?
푸하하~~한 잔 마시고, 알딸딸한 기분이긴 했는데, 바람이 살랑살랑했던 건 기억이 난다. 술 마신 뒤라... 더워서 그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졌나? 아님, 진짜로 시원한 날이었나?
내 첫사랑이 과연 누군지에 대해서도 확실한 기억이 없다.
두근두근 설레임에 초점을 맞추면 너무 조숙한 녀자가 되고, 키스라도 나눈 사이여야 한다는 엄격한 조건을 적용하자면, 마음을 줬던 그 수많은 남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고.
역시 내 머릿속에는 분류와 분석의 냉철한 영역이 부재다.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노오란 봄날, 개나리가 눈에 벅차다고 했던 나의 감탄사에 뿅 가서 나에게 사랑을 고백했던 선배.
마를린 먼로의 육감적인 사진을 교과서 곳곳에 꽂아두신 세계사쌤의 아득한 눈빛을 사랑한 그때의 나.
연분홍 여린 향기로 빨강 머리 앤의 사과꽃 흉내를 냈던 봄날 교정의 내 벚꽃.
이것이 내가 시간과 장소와 사람을 기억하는 방식이다.
바보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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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4-26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홋, 바보같애 바보같애... 쪼옥~

Bflat 2012-04-29 15:27   좋아요 0 | URL
바보니까 바보같이 살란다 나는~푸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