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도의 영어 상영관 - 재미작렬 오만가지 딕SHOW너리
이미도 지음 / 진명출판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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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번역가 이미도씨가 소개하는 최고의 영화 속 최고의 영어명대사!

  제가 중학교 시절엔 공부를 꽤나 깝쳤나 봅니다. 요행히 시험 볼 자격이 되어 수재들이 득실댄다는 ‘과학 기술 고등학교‘란 데를 지원했습니다. 3년 치 교과서를 달달 외우고 의기양양하게 시험장에 들어섰지만, 보기 좋게 낙방하고 말았죠. 주관식 문제가 있는 줄도 몰랐을 뿐더러 중학교 교과서는 시험범위에 50% 정도 밖에 반영되는 것도 몰랐거든요. 지구에서 천왕성까지의 거리를 구하라는 문제에는 그만 울고 말았답니다. 불합격통지서를 받기도 전에 떨어진 줄을 짐작했죠. 그래도 자존심은 남았었나 봅니다. 고등학교는 평준화 지역을 피해 시험을 봐서 들어가는 학교를 지원했죠. ’불합격‘을 이미 경험했던 터라 시험을 앞두고 공부하면서 ’이마저도 떨어지면 어쩌나‘ 하고 무척이나 간을 졸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200점 만점에 183점을 맞았습니다. 180점이 커트라인였다죠. 680명 입학정원 중에서 648등, 간신히 뒷문으로 들어가는 격으로 입학할 수 있었죠.

  입학과 동시에 ‘산너머 산’이란 말을 실감했습니다. 같은 반 아이들은 입학 전에 한 번씩은 읽었다는 ‘성문기본영어’는 처음 보는 문법책이었고, 맨투맨Man-To-Man이라는 당시 첨단의 문법책도 전 처음 보는 책이었습니다. 베개만한 두께의 ‘정석 수학’을 보고는 기함을 했더랬죠. 이 뿐만 아닙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다녔던 시절엔 다섯 가지 교과서 중에서 지역이나 학교마다 선택을 하던 때여서 모의고사 시험을 보려면 ‘5종 교과용 영단어집’을 외워야 했답니다. 단어란 것이 원래 문장 속에서 외워야 하는 게 기본일진대 책은 보지도 못한 채 나머지 네 권에 있는 ‘영단어’를 외워야 하니 가뜩이나 둔한 제 머리로는 모나미 검정색 볼펜을 하루에 한 자루씩 쓸 정도로 하루 종일 노트에 적으면서 영어 단어만 외워야 하는 나날이었답니다. 오랜 시절이 지난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니 우울해질 정도네요.

  이후부터 제게 ‘영어공부’라는 단어는 목 길이가 3센티미터 정도는 줄어들게 주눅이 들게 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간신히 대학을 붙고 ‘영어와는 가장 거리가 먼 학과’에 진학해서 이젠 ‘영어공부와는 정말 끝이다‘고 안녕을 고했는데, 선배들이 제대로 취직을 하려면 토익TOEIC 점수가 좋아야 한다더군요. 이젠 ’지겨운 밥벌이‘도 영어가 좌지우지 한단 말인가 싶어 지긋지긋해 지더군요. 그래서 아예 ’영어공부‘와는 담을 쌓았더랬습니다. 차선책으로 조금은 쉽다는 ’일본어‘를 공부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일종의 도피인 셈이죠. 그러던 중 입대를 하고 행정병으로 있었을 때 였습니다. 직속상관이었던 고참에게서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놀라운 방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바로 ’시청각을 통한 영어학습‘이었죠. 쉽게 말해 ’영어로 된 영화만 주구장창 보면 된다‘는 겁니다. 단, 눈으로 해석을 쫓는 대신 귀를 열고 최대한 들으려고 애써야 한다는 조건이 따랐습니다. 

  명문대학의 영문학을 전공하는 고참의 조언이었기에 ‘무조건’ 따르기로 했습니다. 게다가 헐리우드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 저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영어학습법’이었죠. 제가 중학교에 입학하던 때 우리 외가에서 유일하게 ‘서울대’에 들어간 외삼촌도 이와 비슷한 말씀을 한 적이 생각났습니다. “난 말야. 고등학교 때 주말만 되면 영화관에서 살았어. 영화를 네 번을 봤거든. 첫 번째는 평소같이 그냥 보는 거야. 두 번째는 눈으로만 보는 거지. 최대한 귀를 막고 보면 효과음만 들리고 대사는 하나도 안들리거든. 그 다음 세 번째는 눈을 가리고 귀로만 듣는 거야. 세 번 정도 되면 소리만 들어도 영상이 떠올라서 배우들이 하는 말하는 입모양이 보일 정도가 되지. 마지막엔 처음과 마찬가지로 평소처럼 보지. 그 정도 되면 이 상황에서 배우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떻게 행동하는지 , 감독 빼고 내가 그 영화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되는 거야. 물론 영어 실력이 늘어나는 건 보너스겠지?” 그 때는 이 말이 무슨 말인 줄 몰랐죠. 아무튼 세월이 한참 지난 후 전 영어 고수 고참님의 말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제대 후부터 영어공부대신 영화를 봤습니다. 거의 2년 동안 ‘영어공부를 위한 영화시청’을 한 거죠. 대학 졸업반이 되니 동기 녀석들이 TOEIC 시험들을 보더군요. 큰 기대는 안했지만 저도 봤습니다. 첫 시험에 760점이 나왔더군요. 동기들 중에서 세 번째로 높은 점수였는데, 모두 뜨악한 표정들을 짓더군요. 제가 입사시험을 볼 때만 해도 그 만한 점수면 웬만한 기업에 들어갈 충분한 자격이 되었거든요. 그래서 그 후론 더 이상 시험을 보지 않았죠. 정말이냐고요? 물론 믿으셔도 좋습니다.

  이렇게 장황하게 제 소싯적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책 한 권을 소개하고 싶어서 입니다. 헐리우드 영화를 많이 보는 것(단, 귀를 꼭 열어둘 것)은 확실히 영어공부에 도움이 됩니다. 모두 알아듣고 쓸 줄 알고 영작을 할 수 있다면 완벽하겠죠? 하지만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봐야 할 좋은 헐리우드 영화들이 너무나 많고, 지금도 거의 매주 한 편씩 쏟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어공부에 적당하고 좋은 영화를 찾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게다가 영화를 보면서 실제적인 영어 공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럼 우리 한 번 생각해 보죠. 헐리우드 영화를 통한 영어공부에 가장 좋은 선생님이 될 만한 사람이 누굴까요? 그렇습니다. 바로 영화를 우리말로 번역한 번역가라면 좋은 선생님이 될 자격이 충분해 집니다. 이쯤에서 소개할까요? 헐리우드 대작 영화라면 거의 도맡아 번역을 하신 이미도 씨가 영어공부를 위해 만든 책 『이미도의 영어상영관』을 소개합니다.




  헐리우드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미도’라는 이름은 영화가 끝난 크레딧에 크게 박힌 이름을 익히 들어보셨을 겁니다. 영어 관련 도서를 즐기시는 분이라면 지난 해 나온 ‘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됐다』나 올해 봄에 나왔던 『이미도의 영단어 타이틀매치』도 읽어보셨을 겁니다. 저는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영화는 애정으로, 영어는 애증으로 좋아하기 때문에 이 분의 책은 모두 읽었습니다. 이미도 씨는 두 권의 책을 통해 최근 일간지등 신문에 고정으로 칼럼을 기고하고 있고, 법제처를 비롯해 각종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에서 영화와 영어를 바탕으로 ’창조적 상상력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강연도 하고 있어 이른 바 ’상종가‘를 치고 있는 분입니다. 얼마 전에는 네이버라는 포털의 ’지식인의 서재‘에도 소개된 바 있죠. 



 

  이 책은 전에 나왔던 『영화백개사전 영어백과사전』의 개정판입니다. 오랜 산고 끝에 첫 책을 냈는데, 이런 저런 아픔(책에 잘 소개가 되어 있습니다)으로 숨겨 두었다가 내용을 좀 더 보강해서 다시 꺼내게 되었다는 후문이네요. 이 책에 소개되는 영화들은 장르를 통합해 작품성과 상업성을 두루 갖춘 50 편의 작품입니다. 한 편의 영화마다 영화를 대표하는 핵심 키워드를 선정하고, 그 키워드에 부합되는 단어와 문장들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영어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영화는 영화대로 등급과 별점, 영화의 줄거리와 명대사가 따로 소개되고요, 영어는 영어대로 키워드를 확장해 줌인, 줌업해 가면서 키워드가 포함된 다양한 영어 표현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꼭+입니다. 영화에서 꼭+는 함께 보면 좋을 영화를, 영어에서 꼭+는 꼭 알아두면 좋을, 실용성 높은 영어표현이 소개됩니다.

 

  이미도 씨가 가장 좋아한다는 영화 ‘죽은 시인들의 사회Dead Poets' Society'로 이 책의 예를 들어볼까요?

이 영화의 명대사는 이겁니다.   

"Carpe diem, seize the day, make your lives extraordinary." 

"지금 이 순간을 붙잡아라. 그리고 즐겨라. 여러분만의 특별한 삶을 살아라."

“불행은 언젠가 내가 소홀히 보낸 시간들이 나한테 가하는 복수다.” 이것은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이 남긴 명언과 비슷한 말이기도 한데요, 키팅 선생님이 제자들에게 누차 강조하는 말입니다. 이 영화에는 그 밖에도 주옥같은 명대사들이 많이 나옵니다.   

“Words and ideas can change the world.

언어와 아이디어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I stand upon my desk to remind myself that we must constantly look at things in a different way. 내가 책상 위에 선 것은 우리가 사물을 볼 때 끊임없이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걸 나 자신에게 상기시키기 위해서야” 

“You must trust that your beliefs are unique even though others may think them odd or unpopular. 너희들의 신념은 너희들만의 독창적인 것임을 신뢰하라. 비록 남들이 그걸 이상하게 여기거나 시류에 뒤쳐진다고 생각할지라도!” 

마지막으로 키팅 선생님은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 The Road Not Taken’을 낭송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Now, I want you to find your own walk right now.”

“선생님은 이제 너희가 너희만의 걸음걸이를 찾길 바란다.”



    전국의 수재들이 모인 사립고등학교의 학생들에게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하는 키팅 선생님이 처음에는 시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학과 공부가 아닌 ‘인생의 참된 진리’를 가르쳐주려고 했던 선생님의 진면목을 알아보고는 하나 둘 씩 선생님을 존경하게 되죠. 영화의 막바지에 키팅 선생님은 결국 쫓겨나게 되죠. 그 때 학생들이 선생님의 등 뒤에서 존경의 표시로 책상 위로 올라가 ‘선장님, 나의 선장님!Captain, oh my Captain!' 하면서 울던 장면이 기억나네요. 그래서 저자는 이 영화의 키워드를 ’존경Recpect’이라고 정했나 봅니다. 이미도 씨는 이 영화는 ‘빌리 엘리어트’와 함께 보면 좋을 영화로 소개했더군요. 어떻습니까? 멋진 영화 소개, 영어 소개가 아닌가요? 


  이 책은 영어 책입니다.

 단어장 속에 뒤섞여 있는 죽은 단어들의 배합이 아니라, 영화속 배우들의 대사, 즉 생생히 살아 있는 실용영어 속 단어들 중에서 핵심만을 뽑아낸 고농축 영어 책입니다. 실제로 생활에서 활용되고 있는 영어들이라 다른 영어책에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표현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강의를 하듯 친절하게 보충해주는 설명글들이 마음에 듭니다. 영어공부라면 영단어장과 연습장, 그리고 펜이 있어야 그럴 법한테 달랑 ‘형광펜 하나’로 책을 모두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영화책입니다.

 여기에서는 목에 힘이 좀 들어가네요. 여기 50편의 영화중에서 ‘오즈의 마법사’만 빼고 모두 본 영화들입니다(힘이 들어간 이유, 아시겠죠? 흠..큼..). 장르별로 하나같이 유명한 영화, 사랑받는 대표영화들입니다. ‘이건 아닌데...’하는 작품이 단 하나도 없더군요. 이 영화들은 어떻게 선정되었는지 궁금해집니다. 제가 좋아하는 ‘러브 액추얼리’도 있고요, 아직도 미국에서는 역대 최고의 남자배우로 손꼽히는 ‘험프리 보거트’의 ‘카사블랑카’도 있네요. 탐 크루즈의 배우적 진면목과 르네 젤위거와 쿠바 구딩 주니어를 발굴해 낸 스포츠 영화 ‘제리 멕과이어’도 들어 있네요? 우리나라에서 와인붐에 일조했던 최고의 영화 ‘사이드웨이‘가 빠질 리가 없겠죠? 확인해 보세요, 없는 영화 빼고 다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번역가의 영화에세이입니다.

 영화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자국민이 가장 쉽고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대본을 다시 쓰는 사람이 번역자입니다. 영화 번역이라는 작업은 영화 장면의 한 컷 한 컷에 맞게 대사를 넣기 위해서는 많이 압축도 해야 하고, 영어식 표현을 우리 식으로 순화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번역한 영화에 대해서는 대본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영화를 만드는 스텝 중 한 사람이 본 영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헐리우드 명작 50 편을 번역가인 이미도 씨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았는가를 살필 수 있습니다. 영화 속 비하인드 스토리와 제목과 대사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듣는 것은 책의 재미를 더하는 양념이 될테고요. 

  이 책을 읽다 보면 예전에 봤던 영화임에 틀림이 없는데도 다시 한 번 그 영화들이 보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표현되었던 영어대사들을 직접 눈으로 귀로 찾아보고 싶어 집니다. 이 정도면 ‘영화라는 시청각을 통한 영어교재’로서 손색이 없는 것 아닐까요? 이 책은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유익합니다. 책을 덮고 나면 머리와 가슴 속에 뭔가 가득 채워진 듯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페이지 마다 헌즈라는 일러스트 작가가 그린 올컬러의 영화 패러디 포스터들도 재미를 더했습니다. 이 작품들 이후의 50 편을 모아 2 탄 나온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영화를 사랑하고, 영어공부를 필요로 하는 독자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읽고, 보기에 딱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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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의 인간 동물원에서 살아남는 법
막시무스 지음, 송진욱 그림 / 이른아침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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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의 인생스승의 지혜가 담겨 있는 블로그 같은 책! 

  막시무스Maximus를 아시나요? 이 분의 책은 <막시무스의 지구에서 유쾌하게 사는 법> 1,2 편을 읽어서 리뷰를 쓴 바 있는데, 정말 재미있게 글을 쓰시는 분입니다. 미국에 풀검 아저씨가 있다면, 우리나라엔 막시무스(프레시안 플러스대표, 본명 이근영 씨)가 있습니다. 그의 책은 동서고금의 위대한 인물을 인생의 스승으로 삼고 그들의 말씀을 현대의 글로 다시 풀어서 재해석한 것으로 유명한데요, 위트와 유머 속에서 날카로운 현실비평이 담긴 짧은 글들로 가득하답니다. 많은 번역서와 함께 자신의 책들도 꽤 있는데요, 이번에는 <막시무스의 인간동물원에서 살아남는 법>을 읽었습니다. 어땠냐고요? 대답하기 입 아파요. 막시무스의 글이라니까요, 참!!
 

이 책은 예전에 출간한 책 <농담>, <편견>, <변명>의 내용드을 수정, 발췌해서 다시 엮은 책이라네요. 다시 말해, 앞의 책들을 읽으신 분들은 굳이 따로 사서 읽으실 필요가 없단 말씀이고요, 반대로 생각하면 이 책만 읽으면 앞의 책 세 권을 읽는 격이란 소리죠. 전 세 권을 읽었네요? 하하하 ^^

<막시무스의 지구에서 유쾌하게 사는 법> 1 편 리뷰:  

http://blog.daum.net/tobfreeman/7038628

<막시무스의 지구에서 유쾌하게 사는 법>  2 편 리뷰:  

http://blog.daum.net/tobfreeman/7052604



 

   이 책의 구성은 이렇습니다. 동서고금의 인생스승들의 말씀을 영어로 수록했고요, 그 밑에 해석을 달아두었죠. 맨 아래는 막시무스의 황금같은 주석들이 스승들의 말씀을 재해석 했습니다. 영어공부를 하시는 분들게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만, 저처럼 영어를 못하는 친구들에게는 ‘차라리 막시무스의 글로 더 채우지...’하는 아쉬움을 남깁니다. 책을 채우는 내용들은 인간동물원의 중요한 요소들, 여자, 돈, 친구, 변명, 교육, 세상, 인생, 지성, 정치, 충고, 인간, 일 등에 대해 이야기 한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It takes a woman twenty years to make a man of her son,

and another woman twenty minutes to make a fool of him.

한 여자가 자기 아들을 남자로 만드는 데는 20년이 걸리고

또 다른 여자가 그 남자를 바보로 만드는 데는 20분이 걸린다.

-Helen Rowland(로우랜드; 미국의 작가)

...

한 남자의 일생에 두 여자가 있듯이

한 여자의 일생에도 두 남자가 있습니다.

하나는 양치기,

다른 하나는 늑대.

정상적인 경우,

늑대가 양치기에게

‘장인丈人‘이라고 부르지요.

 

(16쪽 - 어머니와 아내의 차이 편)

   하루종일 두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도 내가 본 세상만 살폈을 뿐, 세상의 모든 것은 살필 수가 없네요. 그래서 어떤 분은 ‘아는 만큼 세상이 보인다’고 말했나 봅니다. 꽤 살았다고 생각하면서도 세상에 채이고 상채기가 나는 것을 보면 이 세상이란, 막시무스가 말하는 ‘인간동물원’이란 곳은 무척 넓은가 봅니다. 이 책은 인간동물원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좀 더 유연하게 살아갈 수 있는 시선을 제시해 줍니다. 제목처럼 살아남기 즉, 생존을 말하기 보다는 즐기기, 바라보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글을 읽으면 과연 저렇게 위대하고 유명한 사람이 이런 말을 했을까 싶기도 하고, 저 옛날 사람이 오늘날도 통할 수 있는 말을 했단 말인가 놀라기도 합니다. 동서고금의 위인들의 말씀으로 유행이 돌 듯, 인간의 역사의 근간은 돌고 도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나보다 더 느리게 운전하는 인간은 바보다.

하지만 나보다 더 빠르게 운전하는 인간은 미친놈이다.”

    미국의 코미디언 칼린이 한 말인데요, 세상 모든 사물을 자기 중심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의 편현한 시선을 대변한 조크입니다. 막시무스는 이런 사람들의 시선이 자기보다 덜 개혁적인 놈은 수구 보수라 하고, 더 개혁적인 점은 급진 좌파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존재하는 세상은 아무 말이 없는데, 세상 사람들이 보는 눈은 참 별나기만 합니다. 

  이 책을 읽다가 보면 ‘블로그에 옮기고 싶다’고 느끼는 글들을 많이 만납니다. 짧은 내용에 깊은 생각을 던져주기 때문에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서죠. 하루에 한 페이지씩 옮겨보면 어떨까도 생각합니다. 막시무스가 허락받지 않았다고 제게 욕을 할까요?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출판사가 고소하겠죠? 알 수는 없지만 겁이 나서 리뷰로 대신하렵니다. 여러분도 이 책을 읽으면 꼭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실 겁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읽기에 참 좋은 책입니다. 화장실에서 읽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잠자리에서요? 그보다 더 좋을 때가 있을까요? 

  이상하죠? 전 막시무스의 리뷰를 쓸 때면 항상 ‘책장수’가 된 기분이 드네요. 문장을 들어갈 즈음이면 어김없이 마음속에서는 ‘이 책 한 번 읽어봐~~’하는 약장수의 멘트가 생각나니까요. 늘 그렇듯 제게 책장수라 놀려도 상관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을 수만 있다면 기꺼이 놀림 받겠습니다. 재미없고 나쁜 책을 팔았다면 욕먹어도 싸지만, 재미있고 좋은 책이니 마음껏 자랑하고 싶네요. 따분한 일상에 시원한 바람같은 미소를 선물해 줄 겁니다. 책장수, 리치보이는 이만 물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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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 7
김두식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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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권의 신성함은 국민이 준 것임을 알라!

어느 날 두 여인이 아기 하나를 놓고 서로 자기 아기라고 주장하여 솔로몬 왕의 판결을 받게 되었다. 서로 자기 아기라고 주장하는 두 여인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솔로몬 왕은 칼로 아기를 반으로 갈라 두 여인에게 나누어주라고 하였다. 왕의 명령을 받은 병사는 당장 시퍼렇게 날이 선 칼을 빼들고 아기를 거꾸로 높이 쳐들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울음을 터뜨리며 아기가 반으로 잘리느니 차라리 상대편 여인에게 주어도 좋으니 아무쪼록 죽이지 말아달라고 하였다. 왕은 칼을 멈추게 하였다. 그리고 아기를 울고 있는 여인의 품에 안겨 주며, 어머니라면 아기의 목숨을 먼저 생각하는 법이라고 말하였다. 그는 다른 여인을 궁 밖으로 끌어내게 하였다. [열왕기 상 3:16∼28]

  유명한 솔로몬왕의 재판은 아이를 반으로 갈라 죽임으로서 진짜 엄마를 판단한다는 쉬운 결정이었지만, 진짜 엄마라면 아이를 죽임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모성에 의지한 재판이었다. 솔로몬 스스로도 누가 진짜 아이의 엄마인지 알 수 없음을 인정한 사례이기도 한데 이는 인간이 다른 인간의 죄를 판단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예이기도 하다. 우리는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고 말한다. 또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고 말한다. 응당 그래야 할 것인데, 실제는 나처럼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다. 사실 여부를 알기는 쉽지 않다. 법으로써 사람 사는 세상을 다스리는 사람들과 일반인 사이에는 소통이 불가능한(최소한 그렇다고 생각하는) 너무나 큰 벽(편견일 수 있지만)이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벽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외치면면서도 막상 앞으로 나서지는 못한다.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행여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겁이 나서다. 법원의 존재이유는 당연하고 꼭 필요하지만 직접 만날(원고이든 피고이든) 일이 없으면 좋겠다는 것이 솔직한 속내다. 어쩔 수 없는 겁 많은 쥐새끼인 셈이다, 난. 

  그런 차에 방울을 들고 있는 한 사내를 발견했다. 사내의 이력도 재미있다. 왕년에 고양이였다가 다시 쥐로 돌아왔단다(지금껏 말한 고양이와 쥐는 ‘대면시의 위축감에 대한 표현’일 뿐이다. 설마 나를 누가 잡아먹겠는가?). 그리고 고양이였던 쥐가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걸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쥐들아, 너희가 알고 있는 고양이는 고양이 옷을 입었을 뿐 호랑이만큼 포악하지는 않아. 그리고 그리 무섭지도 않지. 얘들도 집에 가면 쥐로 변한단다. 가끔 호랑이 가죽을 입은 고양이들이 있긴 해. 하지만 전부는 아니지. 그러니 지레 겁먹지 말고 말 걸어봐. 안 잡아먹고, 실은 못 잡아먹어. 저희들도 쥐니까...” 전직 검사였으며 <헌법의 풍경> 등의 저술을 한 바 있는 김두식 씨가 김종철 씨와 함께 방울(책)을 만들었다. 방울을 만든 대장간은 창비(창작과 비평). <불멸의 신성가족>이다.  



 

   이 책은 판검사, 변호사를 비롯해 법조계와 각종 소송 경험자등 모두 23명의 구술(심층면담)과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사법 현실을 재조명한 책이다. 다시 말해 법에 관련된 일반인들의 개인적인 면접들을 종합해 나름의 구체적 일반성을 찾고자 노력한 책이다. 23명의 이야기를 통해 문제점을 찾고 그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는 면접들의 종합에서 일반성을 찾는다는 점에서 신뢰성을 보장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꽤 선명도가 높은 망원경(부분을 조망함에 어울리는 단어다)으로 벽 너머의 세계를 조망하는 셈으로는 무리가 없었다. 저자가 알고 싶은 의문들은 나 역시 늘 궁금했던 사항들이었기 때문이다. 

1997년(의정부와 대전의 법조비리 사건)부터 법조계는 그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해졌다는데, 왜 시민들의 불신은 사라지지 않는 걸까?

변호사들은 사무실을 운영하기 위해 건당 최소한 500만원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일반인들은 그 같은 최저 수준의 수임료도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는데, 적절한 수임료라는 것이 있기는 있을까?

법조계에 기생하는 브로커들의 문제는 과연 필요악일까, 아니며 근절해야 할 구조적인 악에 불과할까?



    저자는 모든 문장에는 “모든 판사(검사, 변호사)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모든 법원(검찰청, 변호사 사무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고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08년 7월 기준으로 변호사 10,173명, 판사 2,352명, 검사 1,676명, 모두 14,201명인 선택받은 <신성가족>을 겨냥한 이야기인 만큼 구술자의 입에서 나오는 고발성 내용은 흠집을 내가에 충분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 명이 넘는 집단을 모아두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 이야기는 당신 이야기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자성自省을 요구하는 저자의 의도가 담겨 있었다.

  일부의 비리법조인들의 이야기, ‘썩은 사과’의 이야기는 책을 통해 독자가 살필 몫이다. 다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썩은 사과’는 어느 사회에나 있듯 이곳에도 ‘냄새가 푹푹 날 만큼 충분히 썩은 사과’들도 있었다. 구술자들이 고백한 ‘썩은 사과들’의 부패 정도와 내용은 어느 할리우드 법정영화 못지않은 스토리로 가득한데, 그래서 무척 흥미로워야 할 스토리가 나와 내 지인들이 그 법정영화의 원고와 피고로 섰거나 설 수 있다는 생각에 흥미로울 수 없었고, 암울하고, 참담함마저 느끼게 했다. 정말 신성해야 할 사법계에도 ‘썩은 사과’가 존재하는 원인은 그들 역시 돈과 성공 앞에서는 흔들리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또한 그들 역시 퇴근 후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사람이기에 품게 되는 ‘人之常情’을 탓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사람이기 때문에 갖게 되는 약점을 보완하는 제도적 견제장치가 필요한 것이고, ‘썩은 사과’가 발견될 때마다 점점 더 보강해야 함은 물론이다. 

  저자는 일반인(국민)들의 사법계에 대한 불신에는 ‘의사소통의 부재’와 ‘원만함이라는 신성가족 이데올로기’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진짜 엄마를 찾아낸 솔로몬 왕의 현명한 재판에서는 두 엄마의 주장을 경청했다는 전제가 있었다. 어쩌면 솔로몬 왕은 아이를 죽이는 판결을 내리기에 앞서 그들의 육성과 표정이 담긴 주장에서 진짜 엄마를 찾았을지도 모른다. 저자 역시 ‘그들만의 리그’에서 통하는 용어로 첨철된 글로 된 문서로 의사소통을 선호하는 사법시스템(메신저나 문자로 싸움을 해 본 사람은 자신의 답답함과 억울함을 어필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를 짐작할 것이다)을 지적했다.  

 물론 사법계가 현재도 살인적인 업무량으로 시달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판검사의 대폭 증원하는 등의 시스템개선의 의지가 있다면 시도해서 값비싼 수임료를 주고 변호사를 사기 보다는 ‘국가기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는다면 ‘불신’은 해소될 수 있다고 보았다. 나아가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원만함, 즉 청탁을 거절할 수 있는 용기를 무너뜨리는 신성가족의 원만함은 우리사회 전체가 돌아가는 방식(좋은 게 다 좋은 것)과 맞물려 있어 바꾸는 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라고 보았다. 

  그에 대해 신성가족 시스템을 해체시키는 출발점으로 ‘판검사에게 말을 걸라’ 저자의 해법은 흥미로웠다. ‘줄을 대고, 빽을 써서 그들과 닿아야 이긴다’는 국민의 불신은 지나친 편견일 수 있다. 전화 걸어줄 사람을 찾지 말고 직접 전화를 하고, 직접 면담을 신청하는 것. 그리고 변호사에게 소송 진행에 대한 상황을 듣고 내용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임을 새삼 배운다. 하지만 과연 실천할 수 있는 용기가 내게도 있을까? 권리를 주장하다가 밉게 보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의 셈으로 뽑아본 바에 의하면 인맥으로 칠 법조인이 한 명도 없는 85.8%의 시민들에게 사법사회는 캄캄한 미지의 세계이다. 그렇기에 권말에 제시하는 저자의 조언은 동굴 속 탐험에 앞선 촛불만큼의 크기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한 가지 소득(책 한 권을 읽으면서 얻는 소득치고는 너무 알량하지만)이라면 브로커들의 비기秘記였던 <한국법조인대관>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어 국민들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불멸의 신성가족>이라는 책의 존재만으로 사법계에 미치는 영향은 클 것이다. 면접자가 <신성가족>의 일원이고, 그들이 가리키는 손가락이 자신들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독자로서 사법계의 이모저모를 관찰함으로써 어느 정도 벽은 스스로 허물을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같은 불신이라고 하지만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과 ‘사법계에 대한 불신’과는 뉘앙스에서 차이가 있다. 국회의원은 국민 손으로 뽑은 국민 대표이기에 그 지위는 높여주되, 한 인간으로서의 의원은 같은 높이에서 바라본다(평범해진 이 사실은 위대한 민주화의 승리다). 하지만 법관에게는 그렇지가 못하다. 조금 다른 뉘앙스의 이유는 마치 우리가 시계를 만들고 시간에 철저히 얽매어 살 듯, 법이라는 ‘만인의 약속’을 만들고 그것을 해석해 줄 사람을 뽑았기에 이들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법이라는 ‘약속’을 존중하고 따르려 하기에 ‘법관’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못하는 것도 아닌)이다. 사법계가 <신성가족>으로 불리는 이유는 사법고시를 패스한 뛰어난 머리나, 학력을 신성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법을 신성시하기 때문이다. 사법계는 이러한 국민의 굳은 약속을 알아야 한다. 법으로써 판단하는 사람들 역시 법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국민들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알아야 하고, 국민들이 만든 약속의 무서움을 안다면 그들의 하소연에 더욱 ‘귀 기울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만약 솔로몬 왕이 두 엄마의 눈물이 담긴 진술 없이 문서로 판단했다면, 과연 어떤 평결을 내렸을까 생각하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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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그들의 이야기
스티브 비덜프 엮음, 박미낭 옮김 / GenBook(젠북)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걸어다니는 지갑, 남자의 진실을 말하다   

 21세기는 ‘홀로살기’를 권장하는 시대다. 교통과 통신수단의 발달은 사람들이 꼭 어울려서 살아야 한다‘는 농경사회적 사고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오히려 더욱 다양한 통신수단으로 사람들은 예전보다 더 넓은 범위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혜택을 만끽하는 사람들은 여성들. 사회진출로의 욕구와 그녀들만의 원활하고 친화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오늘날과 딱 맞아 떨어져 ’그녀들의 세상‘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점점 고독하고 외로워하며 외톨이가 되어가는 사람들은 남자다. 

  남자는 반벙어리다. 3초 마다 떠오르는 게 사람의 생각이라지만, 3분의 생각을 모아 한 문장으로 말하라 해도 못하는 것이 남자다. 수컷이란 원래 ‘사냥을 도맡던 성性’이라 제 몫을 챙기려 홀로 다녀야 하고, 과묵해야 했다는 의견도 있고, 생리학상 남자의 수염이 길게 자라는 이유가 과묵함 때문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무엇보다 말 많은 남자를 터부시해온 유교적 문화적 요인 때문에 ‘수다스러운 남자’는 꼴불견으로 여기고, ‘게이가 아니냐?’는 의심까지 사게 된다(모르는 말씀. 말 못하고 혼자 속으로 끙끙 앓는 남자보다 함께 어울리며 자신의 속내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그들이 어쩌면 더 행복하고 낫다). 오랜만에 사내 둘 셋이 모여 세상살이의 고단함을 이야기할라 치면 돌아오는 질문은 “술 마시고 싶냐?”이다. 호랑이 같은 아버지와 일 년에 한 두 번(7년 전부터 이것마저도 불가능해 졌지만) 그런 자리가 생겨 고민을 털면 아버지는 이러신다. “너, 돈 필요하냐?”

 

잠시 행복하자고 부지런히 사랑을 가르쳤나요  

여자들은 모르죠 남자들도 사랑에 기대 산다는 걸

잘 지내 아프지 말고 더 많이 사랑해 주지 못했던 나를 용서해줘

 

사랑해 영원히 너만을 기억해 

이 말만 가져가 널 잊을 수 있게 날 도와줘

지우고 지워도 아직 안 되나봐

못 다한 사랑들이 남아 있어서 안 되나봐

 

외롭지 말라 하죠 남자라서 괜찮을 거라 하지만

이별 앞에 서보면 보기보다 씩씩한 남자는 드물죠

잊으려 노력 안 해요 그 사람 애써 흘려도 어느새 다 채워지니까 

<AshGray - 사랑해.. 기억해.. 가사 중에서>  

  남자들도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정치, 경제, 스포츠, 섹스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흘러감도 생각할 줄 알고, 계절감을 감지하며, 지난 날을 추억할 줄 아는 사람이다. 생각속의 말들이 줄줄이 목구멍 깊숙이에서 치솟아 올라오다가도 ‘남자다움’이라는 병목현상에 막혀 걸러져서 나오는 말들이라 늘 같은 말이고 무뚝뚝하다. 항상 ‘남자다움’을 의식하고 행동하는 남자인지라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사랑과 이별의 상황에서까지 어눌하고 바보같지만, 사실 그들의 속내는 여자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남자들은 다만 온전히 표현하기에 서툴러 못할 뿐이다. 2년 전인가? 그런 남자들의 고민을 알아주는 책을 만났었다. <남자, 그 잃어버린 진실, 원제 Manhood>라는 책인데, 평범한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생각과 고민을 이해해 준 책이었다. 저자인 스티브 비덜프는 호주에서 25년 간 가족문제를 다루어온 심리학자인데 단순히 ‘걸어 다니는 지갑’의 역할로만 남자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도 분명하면서도 중요한 역할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책을 읽는 내내 ‘옳커니!’, ‘그렇지!’, ‘내 말이...’란 감탄을 자아내게 했던 반가운 책이었다. 그랬던 터라 저자의 새로운 책 <남자, 그들의 이야기>을 서슴없이 선택했다. 이 책은 남자들에게 What I am 다시 말해 나(남자)는 무엇인가를 강조하는 사회에서 Who I am, 나는 누구인가를 찾아보게 하는 책이다. 

 



 

 
  “남자들은 보통 침묵이라는, 전통적으로 남자들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요구에 순응해서 서로서로 고립된 채 개인적인 삶을 살아간다. 각자의 우리에 갇혀 죽자 사자 일만 하는 일의 노예가 되어 경제적, 문화적 요구에 발목을 잡힌 채 살아가고 있다. 설령 남자들이 자기들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 할지라도 일반적으로 남자들은 서로간에 그런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남자들은 고통을 통해 감내한다. 그리고 그런 극단적인 외로움의 표현이 바로 자살이다.” (16 쪽)

  이 책은 다른 남자들의 고민을 들으면서 독자 스스로 조금이라도 마음의 빗장을 여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것이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는 해독제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 책은 ‘진정한 남자, 훌륭한 자질의 남자’가 무엇인지 독자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사회 각층의 남자들(결코 위인이나 유명인은 아니다)이 자신의 기쁨과 슬픔, 고통과 항변들을 늘어놓은 글들을 읽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나 뿐만 그런 고통이 있는 것이 아니구나’, ‘내가 이런 삶의 기쁨을 놓치고 있구나’하는 작은 깨달음을 느끼게 한다. 남자들의 이야기는 참으로 다양하다. 성폭력을 당한 남성, 평화유지군으로서 전쟁에 참여하는 남성,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고통을 겪는 남성, 심지어는 정관 절제 수술을 하면서 겪는 분노등의 아픔도 있고, 병으로 죽어가는 아버지를 보살피는 남성, 늙어 죽어감을 이야기하는 남성, 어린아이를 키워가면서 기쁨을 느끼는 남성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혹자는 ‘하루 세 끼 밥 먹고 사는 것도 힘든데 무슨 고민타령이냐?’고 푸념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해답은 주지 못할망정 고민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하는 여성들의 말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남자들은 ‘고민 듣기’에 꽤 망설이는 편이다. 남의 고민을 들으면 뭔가 해결책을 제시해 줘야 한다는 어떤 의무감을 갖기 때문이다. 해답을 주려 하지 말고 고민을 들어보자. ‘남의 고민’은 내 고민일 수 있다. 그들의 고민을 들음으로써 최소한 ‘나만의 고민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고민을 말해보자. 고민을 털어놓음으로써 당장 못풀면 죽을 것 같던 고민이 한결 객관화된 것을 느끼게 되고, 대화하는 동안 스스로 해결책의 실마리를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저자는 해답을 제시하지 않았다. 단순히 ‘평범한 남자들의 고민’을 들어보자고 했다. 이 책은 배움보다는 발견을 요구한다. 물론 나 역시 이들을 만난 후 한결 ‘나 다워짐’을 발견했다.

 



 



 

    영화 <버킷 리스트>에서 자동차 정비사 였던 카터(모건 프리먼)은 죽음을 앞둔 암병동에서 만난 잘나가는 사업가 에드워드(잭 니콜슨) 함께 ‘나는 누구인가’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하고 싶던 일’을 다 해야겠다는 것! ‘버킷 리스트’를 실행하기 위해 두 사람은 병원을 뛰쳐나가 여행길에 오른다. 자살과 다름없다며 아내가 극구 반대하자 카터는 화가 나 큰 목소리로 말한다. “난 지금 죽어가고 있어. 내가 두려울 것이 뭐야? 난 좋은 남편, 좋은 아빠로 평생을 살아왔어. 후회하진 않아. 하지만 이젠 ‘나’를 찾고 싶단 말이야.” 세렝게티에서 사냥하기, 문신하기, 카레이싱과 스카이 다이빙, 눈물 날 때까지 웃어 보기, 가장 아름다운 소녀와 키스하기등 카터가 ‘나’로서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은 어쩌면 별 것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들은 ‘누구의 나’가 아니라 온전히 ‘나’로서 ‘죽기 전에 하고 싶었던 버킷 리스트’였다. 이 영화가 내게 남겨준 생각은 ‘나는 누구인가Who am I’ 생각하기는 인생을 살면서 항상 기억해야 할 문제라는 것, 그리고 버킷 리스트는 죽기 직전보다 살아가는 동안 지워나가야 할 행복충전기라는 것이었다. <남자, 그들의 이야기>는 ‘내가 누구인지’를 알게 하는 시간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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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의 유쾌하게 사는 법
마크 트웨인 지음, 린 살라모 외 엮음, 유슬기 옮김 / 막내집게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네티즌들이여, 이 사람에게서 진중권 선생도 울고 갈 독설을 배워라!
 

  침대를 분류한다면 뭐라 말해야 할까? 가구일까? 실제로 몇 년전 한 초등학교에서 시험문제로 낸 적이 있는데, 대부분의 학생이 ‘과학’이라고 표기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적이 있다. 해당문제를 출제한 교사는 ‘난이도 하’ 수준의 문제라고 생각했다는데, 학생 대다수가 떠억하니 ‘과학’이라 답을 했으니...역시 신뢰감가는 중견 탈렌트가 출연한 광고의 힘이라 하기엔 뒷맛이 씁쓸하다. 그런데 여기 한 사람이 침대를 두고 엉뚱한 주장을 한다. “침대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이다. 80% 이상의 사람들이 거기서 사망하니까.”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한편으로 꽤 말되는 소리다. 

  그는 또한 이런 말도 했다. “나는 천국이 어떻고 지옥이 어떻다는 등 말하고 싶지 않아요. 양쪽에 다 내 친구가 있거든요.” 웃기는 친구다. 이 친구는 누굴까? 친구라고 하기엔 조금 나이가 많은, 아니 너무 많아서 천국이나 지옥 둘 중 한 군데에 살고 있는 사람이다(친구들 만나느라 매일 양쪽을 왔다갔다 할 지도 모른다). 이 친구는 바로 ‘현대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문학적 업적을 이룬 마크 트웨인Mark Twain이다. 오늘 이 괴짜의 글들이 수록된 책 <마크 트웨인의 유쾌하게 사는 법>을 읽었다. 원제목은 Mark Twain's Helpful Hints for Good Living이다.

이미지 출처: Flickr
이미지 출처: http://www.davidicke.com/forum/showthread.php?t=11956&page=974

 

 
  웬만한 수식어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대단한 문학가인 마크 트웨인의 글을 만난 것은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 이후 세 번째인 것 같다(두 권의 책도 어린이용이었으니 원문과는 많은 차이를 지녔으리라. 그렇게 본다면 온전한 그의 글을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뭘 하고 살았던건지, 원...) 이 책은 클레멘스 즉, 마크 트웨인이 겪은 생활 속 일화들과, 제안들, 자신의 생각과 후세에 전하고 싶은 훈계 등 직접 써서 발표되거나 발표되지 않은 글들을 한데 모은 책이다. 

  이 책에는 마크 트웨인의 일상적인 예의범절, 제안과 불평, 미국의 식탁, 여행 예절, 어린이, 옷, 패션, 스타일 등에 관한 글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테마에 맞게 글들을 꿰어 맞춘 이들은 캘리포니아대학 뱅크 로프트 도서관의 ‘마크 트웨인 페이퍼스 앤 프로젝트’ 사람들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팀원 대부분이 마크 트웨인에 매달려 30년도 넘게 일하고 있다 하니, 그가 남긴 글이 얼마나 많이 남아 있기에 그런가 싶기도 하고, 그의 글들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길래 그럴까 싶기도 하다. 이미 죽고 없지만 남겨진 글로 인해 마크 트웨인은 아직 이 세상에 살아 있는 셈이다.

  마크 트웨인은 타고난 글쟁이다.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한 모든 것을 글로 쓰려고 노력했던 사람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어느 것이 소설인지, 어느 것이 실화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도금시대 The Golded Age>처럼 클레멘스의 실제 삶이 마크 트웨인의 소설로 둔갑한 경우가 있고, 실제로 1900년에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단다.

“나는 ...소설을 사실로 전하는 매체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대부분의 거짓말쟁이들은 거짓말을 사랑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 나는 사실을 사랑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 나는 눈에 띄게 익살스럽고 거짓말같은 이야기들을 통해 나의 진실된 관점을 널리 알린다.”(10 쪽)

  물질문명과 종교, 그리고 전쟁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파헤치고 불의와 제국주의에 맞서 신랄한 비평을 했던 마크 트웨인이지만, 비평가라기 보다 소설가로 더욱 잘 알려진 이유는 여기에 있겠다.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지식인들이 자신의 비평글에 마크 트웨인의 어록을 빌리는 이유는 그의 날카로운 관점에서 비롯된 ‘촌철살인’의 독설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을 읽어보면 온전한 문장(읽기 쉬운 평이한 문장)은 거의 없다. 거대하고, 지나치게 위장된 표현들은 꼬이고 꼬여 두세 번 거듭 읽지 않으면 온전히 소화시킬 수도 없을 지경이고, 한 단락의 글 속에는 항상 큼지막한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그리고 웃음 뒤에는 항상 씁쓸한 무엇이 뭍어있음을 느낀다. 정말 기가 막힌 필력의 소유자. 작가를 사랑하려면 소설이 아닌 ‘수필’을 읽으라 했던가? 마크 트웨인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책이었다. 

  만약 마크 트웨인이 이 시대 사람이라면 아마도 그는 ‘초 특급 울트라 파워블로거’가 됐을지도 모른다. 우선 글로 말하기를 천성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였고, 세상이 돌아가는 이모저모에 깊은 관심을 뒀을 뿐 아니라, 시설이나 행정에 개선이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시나 정부에 직접 제안하기도 했고, 때로는 비판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만약 그랬다면 주로 침대에 누워 글을 썼었기에 노트북이 필요할 것이다). 



이미지 출처: Baroque in Hackney

   그는 경제학자에 버금가는 경제학적 지식도 가지고 있다. 도표와 숫자를 들이대며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요소인 ’희소성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내뱉었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어떤 물건을 몹시 탐내도록 만들려면, 그것을 손에 넣기 어려운 것으로 만들면 된다.” 또한 공맹孔孟을 부르지 않고도 인간의 훌륭한 삶에 대해 한마디 한다. “우리들의 죽음 앞에서는 장의사마저도 우리의 죽음을 슬퍼해 줄만큼 훌륭한 삶이 되도록 힘써야 한다.” 그가 블로거로서 갖추어야 할 조건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도둑을 맞은 마크 트웨인은 며칠 후에 집 대문에 [다음에 찾아오는 도둑에게 알림]이라는 공고문을 붙였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이 집에는 도금된 물건밖에 없습니다. 고양이 바구니 옆에 있는 모퉁이 너머의 응접실에 있는 놋쇠그릇 안에서 그 물건들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만약 고양이 바구니를 가져가고 싶으면, 고양이들은 놋쇠그릇 안에 집어넣으세요. 소란 피우지 마시고 - 가족들한테 방해되니까요. 고무 제품들은 현관 홀에, 우산 꽂이 옆에 있어요. 서랍장 같은 거 말이에요, 그런 걸 페르골라였나 뭐 그 비슷한 이름으로 부르는 것 같던데. 그리고 나갈 때 문 좀 닫고 가세요.

S.L. 클레멘스 백“ (72 쪽)

  마크 트웨인이 ‘초 특급 울트라 파워 블로거’가 될 여지는 그 밖에도 많다. 그는 흰 양복을 입는 멋을 아는 최고의 패셔니스트이자 스타일리스트였고, 미국음식과 유럽음식의 맛을 비교할 줄 아는 미식가였으며, 여행을 즐기는 방랑객이었다. 70세까지 담배를 피우면서도 건강을 챙기는 웰빙족이었고,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세상과 소통하려 했던 행동가였다. 다소 까칠한 성격에, 삐딱한 시선, 타고난 잘난 척, 양쪽으로 뻗어내린 콧수염의 캐릭터 역시 범상치 않았으니 어디 하나 빠질 것이 있겠는가? 



이미지 출처: Flickr 

  그가 갖춘 블로거로서의 자질 중 최고는 바로 ‘커뮤니케이션이 뭔지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마크 트웨인이 세상을 향해 쓴 문장들은 ‘익살로 버무려진 독설의 총합’이다. 절대로 전투적이고, 혁명적으로 쓰지 않는다. 그가 입을 열면 짜증나는 일도, 갑갑한 현실도, 암울한 미래도 한바탕 웃음꺼리로 만든다. 상대에게 변화를 요구할 때 역시 마찬가지다. 상대를 절대로 염장지르지 않고, 비아냥대지 않으며, 상대로 하여금 억하심정이 생기도록 막말 하지 않는다. 대신 상대를 천연덕스럽게 내뱉는 독설을 듣고는 떠들며 웃게 만들고, 그 속에 담긴 의미에 놀라 깨닫고 스스로 변화하게 만든다. 그는 ‘재치있고 신랄하게, 지혜롭고 날카롭게’ 말하는 법을 알았다. 무엇보다 말과 글로서 사람을 행동하게 만들고, 변화하게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네티즌적 유전자를 타고난 사람이었다. 

  약간 뜬금없지만 미국 MIT공대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대학생들이 학원문제로 인해 학교 측과 협상을 했지만 결렬이 되고 말았다. 이 사실을 학생들에게 알려야 하는 문제와 협상을 성사시키는 문제로 고민하던 학생회는 한가지 꾀를 냈다. 협상 다음 날 아침 학생회관 본관에 ‘경비행기 한 대’ 가 오도카니 로비를 점령했다. 학생들이 경비행기를 분해해 좁은 현관으로 들여와 밤을 새워 다시 조립을 해둔 것이다. 일종의 침묵시위인 셈이다. 학생회관을 드나드는 학생들이 학생회의 기가 막힌 시위에 적극 환영하며 뜻을 같이 하자, 며칠 후 결국 학교 측은 학생회 측의 조건에 맞게 협상을 타결했다. 몇 해 후에 또 다른 ‘학원문제’로 학교 측과 실랑이를 벌이자, 어느 날 아침엔 대운동장 한 가운데 네모진 칸막이를 설치해서는 그 안에 총장실의 집기들을 있던 그대로 옮겨놓았더란다. 휴지통까지, 벽에 있는 책꽂이까지. 혹시 학생회 임원중에 마크 트웨인의 자손이 숨어있었던 건 아닐까, 그들의 지혜롭고 재치있는 시위는 마크 트웨인을 닮지 않았나? 

  소년소녀동화 몇 편 쓴 줄만 알았던 작가 마크 트웨인을 미국이 그토록 칭송하는 이유를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미처 몰랐다. 그렇다고 이 책이 그의 위대함을 강조하며 독자에게 세뇌시키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그가 보낸 하루 하루가 한 편의 소설이고, 코미디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글도 훌륭했지만, 먼저 인물이 이 세상에 다시 없을 독특한 인물이었다. 불세출의 재담꾼 마크 트웨인이 궁금하다면, 그의 독설을 듣고 싶다면 이 책을 일독하시길...그리고 절대로 대중교통수단에서는 읽지 마시길. 미친 사람 취급을 받던가, 바지에 오줌을 지리던가 둘 중 하나를 경험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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