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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을 팔다 - 다이칸야마 프로젝트
마스다 무네아키 지음, 백인수 옮김 / 베가북스 / 2014년 4월
평점 :
서점은
책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곳
얼마
전 서울역 지하에 있던 서점 ‘철도
문고’가
문을 닫았다. 처음
그곳을 들릴 때만 해도 나처럼 열차에서 책을 읽을 책을 고르는 사람들로 꽤 북적였는데,
마지막으로
들렸던 올해 초엔 한 시간 내내 여직원과 나 단 둘 뿐이었다.
열차
시간이 남으면 들려 책을 뒤적이던 기차 한 량 길이의 직사각형 서점이 사라지니 활자매체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서점이 일찌감치
고사(枯死)
위기를
맞았다는 말이 새삼스러웠다.
서점은
‘책
파는 곳’이상의
공간이다.
시인이자
철학자인 장석주이 ‘서점은
힘든 인생의 항해에서 등대와 같이 인생의 바른 지침을 주는 책들로 가득했고,
깃발이
찢겨 귀환했을 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등대’라고
말했던 것처럼 집과 일터 다음가는 ‘제
3의
공간’은
스타벅스가 아니라 서점이다.
그런
서점이,
그
많던 서점들이 이제 거의 대부분 사라져버렸다.
1994년
5500여개였던
서점숫자가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 해 말에는 1625개까지
줄어들었다.
500평
이상의 대형서점도 2009년
43개에서
2011년에는
25개만
남았으며 현재도 그 폐업 숫자와 속도가 심상치 않다.
몇
안 남은 오프라인 대형서점은 물론 심지어 온라인 서점마저 경영난을 호소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말이지 죽어라고 책을 읽지 않는가
보다.
서점이
사라진다는 건 일개 사업장 하나가 폐업하는 정도를 넘어 국가로서 국민의 휴식공간이자 지식공간을 잃어버리는 큰 손실 일진대,
정부는
관심조차 없어 보이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서점들도
살아남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책이
진열된 서점 내부 한편에 생맥주 바를 갖추고 맥주를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탁자와 의자 등을 배치한 서점 겸 술집도
있고,
소설이나
독립출판물만 모아 파는 서점이 입소문을 타는가 하면 고양이 애호가를 겨냥한 고양이 전문 서점도 생겼다.
이런
변화의 핵심은 책만 팔아서는 이익을 내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고객들이
서점에 들어와서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만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를 만든 것인데,
이는
마치 백화점이 매출이 떨어지자 전국의 맛집을 백화점 지하 푸드코트에 몰아넣고 고객을 유치하고자 하는 것처럼 ‘주객이
전도‘된
듯 어딘지 모르게 책이 ’천덕꾸러기‘가
된 느낌이라 마뜩찮다.
그러던
차에 읽은 <라이프스타일을
팔다>는
오프라인 서점이 나아갈 방법을 제시해준다.
이
책은 35
평의
작은 동네서점에서 시작해 1,394
개의
프랜차이즈 점포를 움직이는 문화기업 츠타야(TSUTAYA)의
창업자 마스다 무네아키가 쓴 책으로,
창업
후 30년
동안 승승장구하는 츠타야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인 소비자의 문화욕구를 만족시키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011년
출간된 이 책은 ‘다이칸야마
프로젝트’라는
일종의 서점설립을 위한 기획서다.
일본
도쿄 다이칸야마에 푸르른 녹음으로 둘러싸인 약 12,000㎡의
부지에 츠타야의 대형 매장 3곳과
다양한 전문점을 세운 T-사이트라는
공간을 완성하는데 앞서 “이
서점이 창조하는 거리에 어떤 생각으로 어떤 시설을 세우면 좋을까?”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이
실제 매장의 형태로 사람들의 눈앞에 나타나기 전에 말로 정리함으로써 독자들의 이목을 끌고 화제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이 책의 출간의도 자체가
놀라운 기획이었다.
이
책의 결과물로 탄생한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은 전 세계 서점 100여
곳 이상을 취재해 온 저널리스트 시미즈 레이나가 그리스,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포르투갈,
일본
등 세계 각지의 아름다운 서점 스무 곳을 소개한 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학산문화사)에도
소개된 바 있는 서점으로 이 책에서는 “구
야마테 거리 한 켠의 녹음이 우거진 곳에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과 계절의 변화를 담아내는 커다란 유리창이 있는 책의 숲이자 도심 속
파라다이스”라고
평가했다.
츠타야는
어떤 곳일까? - http://2bfreeman.blog.me/220389426307
저자는
“츠타야에서
판매하는 것은 CD,
DVD, 서적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다.”(58쪽)라고
주장한다.
라이프
스타일은 제품 판매를 위한 기술보다 기업이 세상에 제시하려는 삶의 방식을 말한다.
고객에게
소유가 아닌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자본을 뛰어넘는 새로운 주체가 되고 있는 요즘,
대여를
‘고객의
소유’라는
개념을 확대시켜주는 서비스라고 판단한 탁월한 통찰력이 돋보인다.
영상이나
음악,
책은
의식주와 달리 생존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요소는 아니지만 틈틈이 소유하고 싶은 기회는 반드시 존재하는 컨텐츠가 아니던가.
또한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의 주고객을 60세
전후의 단카이 세대를 타겟으로 삼은 저자의 판단도 놀랍다.
1983년
츠타야가 처음 생겼을 때 아낌없는 사랑을 주었던 50~65세의
그들을 ‘프리미어
에이지(premier
age)로
명명하고 인생의 새로운 국면을 맞은 그들을 위해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스타일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다.
저자의
이러한 타켓 선정은 새로운 국면을 맞은 인구변화에도 맞아 떨어진다.
만약
츠타야가 20~30대를
주고객으로 삼았더라면 매년 1%의
매출감소는 불가피했을 것이다.
하지만
50~70대의
회원 비율이 높아지자 츠타야는 해마다 두 자리 수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단 한 번의 클릭으로 당일날 무료로 책을 받을 수 있는 오늘날,
츠타야
서점은 점차 사라져가는 오프라인 서점이 어떤 의미로 존재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그렇다면
저자가 찾아낸 고객들이 원하는 서점의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도쿄라는 ‘도심
속의 리조트’였다.
“인간에게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기 우한 장소로 ‘리조트’가
존재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소속한 사회와 멀리 떨어진 장소에 가서 자신의 주변과 타인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즉,
자기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넓은
바다가 보이는 장소에서,
혹은
푸르른 녹음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곳에서 인간은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런
의미에서 사람들이 해외의 멋진 리조트를 꿈꾸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80쪽)
츠타야
서점이 보유한 서적은 총 20만
권.
하지만
결코 서적량에 압도당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 인테리어를 갖췄다.
대부분의
서적은 성인 남성이 손을 뻗었을 때 닿을 수 있는 높이에 자리하고 있고,
책을
읽기에 딱 좋은 조명,
그리고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의자,
책은
물론 음악과 영상을 독립적으로 만날 수 있다.
심지어
서점 내에 있는 스타벅스는 프리미엄 라인인 스타벅스 리저브 원두를 사용해 드립커피를 내고 있다.
한편
츠타야 서점은 판매와 응대라는 서비스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제안을 서비스화한 전문 인력인 컨시어지(concierge)를
30여명
운용하고 있다.
이곳에
상주하는 컨시어지는 대부분 해당 분야 직종에 몸담았던 전문가로 도서 선택 뿐 아니라 분야별 전방위 컨설팅을 도와주고 있다.
한마디로
츠타야 서점은 ‘천국이
있다면 아마도 아름다운 서점을 닮았을 것’이라던
구본준 기자의 말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곳이다.
여기서
궁금해지는 한 가지는 옛날 우리 동네 주변에 있었던 음악CD와
도서를 함께 구비한 비디오대여점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츠타야는 어떻게 30여
년 동안 승승장구할 수 있었을까?
살펴보니
츠타야는 서점이라고 하는 업(業)의
본질,
그리고
고객에 대한 본질 추구에 매달렸다.
창업
초기 츠타야 매장의 영업은 DVD,
CD의
대여가 중심이었다.
대여
매장의 본질은 고객을 대신해 '있으면
좋겠지만 매순간 필요한 것은 아닌 특수한 상품'을
소장해 두는 곳이다.
이런
본질 때문에 심야영업도 시작했다.
저자는
‘유통에
대해 말하기 전에,
먼저
고객을 파악하라.
변하지
않는 고객가치를 간파하는 것이 최우선이다’라고
강조한다.
즉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지닌 고객을 얻고 싶다면,
기업은
‘고객이
생각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것을 창조하고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업은 혁신이라고 해서 ‘세계
최초의 시도,
어디서도
보지 못한 센세이션할 만한 것’을
추구하지만 사실 고객은 특별히 새로운 서비스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느끼기에 쾌적하고 높은 가치의 서비스를 원할 뿐(25쪽)이라는
것이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의 전통여관이 아직도 고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클릭
한번으로 책을 살 수 있는 시대,
종이책과
서점은 구물(舊物)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수많은 독자들이 아직도 서점을 찾고 있고 그곳에서 빳빳한 종이책을 손끝으로 느끼며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은 서점은 단순한 책을 파는 소비공간에서 벗어나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이야말로
서점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시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