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그들의 이야기
스티브 비덜프 엮음, 박미낭 옮김 / GenBook(젠북)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걸어다니는 지갑, 남자의 진실을 말하다   

 21세기는 ‘홀로살기’를 권장하는 시대다. 교통과 통신수단의 발달은 사람들이 꼭 어울려서 살아야 한다‘는 농경사회적 사고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오히려 더욱 다양한 통신수단으로 사람들은 예전보다 더 넓은 범위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혜택을 만끽하는 사람들은 여성들. 사회진출로의 욕구와 그녀들만의 원활하고 친화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오늘날과 딱 맞아 떨어져 ’그녀들의 세상‘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점점 고독하고 외로워하며 외톨이가 되어가는 사람들은 남자다. 

  남자는 반벙어리다. 3초 마다 떠오르는 게 사람의 생각이라지만, 3분의 생각을 모아 한 문장으로 말하라 해도 못하는 것이 남자다. 수컷이란 원래 ‘사냥을 도맡던 성性’이라 제 몫을 챙기려 홀로 다녀야 하고, 과묵해야 했다는 의견도 있고, 생리학상 남자의 수염이 길게 자라는 이유가 과묵함 때문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무엇보다 말 많은 남자를 터부시해온 유교적 문화적 요인 때문에 ‘수다스러운 남자’는 꼴불견으로 여기고, ‘게이가 아니냐?’는 의심까지 사게 된다(모르는 말씀. 말 못하고 혼자 속으로 끙끙 앓는 남자보다 함께 어울리며 자신의 속내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그들이 어쩌면 더 행복하고 낫다). 오랜만에 사내 둘 셋이 모여 세상살이의 고단함을 이야기할라 치면 돌아오는 질문은 “술 마시고 싶냐?”이다. 호랑이 같은 아버지와 일 년에 한 두 번(7년 전부터 이것마저도 불가능해 졌지만) 그런 자리가 생겨 고민을 털면 아버지는 이러신다. “너, 돈 필요하냐?”

 

잠시 행복하자고 부지런히 사랑을 가르쳤나요  

여자들은 모르죠 남자들도 사랑에 기대 산다는 걸

잘 지내 아프지 말고 더 많이 사랑해 주지 못했던 나를 용서해줘

 

사랑해 영원히 너만을 기억해 

이 말만 가져가 널 잊을 수 있게 날 도와줘

지우고 지워도 아직 안 되나봐

못 다한 사랑들이 남아 있어서 안 되나봐

 

외롭지 말라 하죠 남자라서 괜찮을 거라 하지만

이별 앞에 서보면 보기보다 씩씩한 남자는 드물죠

잊으려 노력 안 해요 그 사람 애써 흘려도 어느새 다 채워지니까 

<AshGray - 사랑해.. 기억해.. 가사 중에서>  

  남자들도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정치, 경제, 스포츠, 섹스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흘러감도 생각할 줄 알고, 계절감을 감지하며, 지난 날을 추억할 줄 아는 사람이다. 생각속의 말들이 줄줄이 목구멍 깊숙이에서 치솟아 올라오다가도 ‘남자다움’이라는 병목현상에 막혀 걸러져서 나오는 말들이라 늘 같은 말이고 무뚝뚝하다. 항상 ‘남자다움’을 의식하고 행동하는 남자인지라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사랑과 이별의 상황에서까지 어눌하고 바보같지만, 사실 그들의 속내는 여자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남자들은 다만 온전히 표현하기에 서툴러 못할 뿐이다. 2년 전인가? 그런 남자들의 고민을 알아주는 책을 만났었다. <남자, 그 잃어버린 진실, 원제 Manhood>라는 책인데, 평범한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생각과 고민을 이해해 준 책이었다. 저자인 스티브 비덜프는 호주에서 25년 간 가족문제를 다루어온 심리학자인데 단순히 ‘걸어 다니는 지갑’의 역할로만 남자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도 분명하면서도 중요한 역할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책을 읽는 내내 ‘옳커니!’, ‘그렇지!’, ‘내 말이...’란 감탄을 자아내게 했던 반가운 책이었다. 그랬던 터라 저자의 새로운 책 <남자, 그들의 이야기>을 서슴없이 선택했다. 이 책은 남자들에게 What I am 다시 말해 나(남자)는 무엇인가를 강조하는 사회에서 Who I am, 나는 누구인가를 찾아보게 하는 책이다. 

 



 

 
  “남자들은 보통 침묵이라는, 전통적으로 남자들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요구에 순응해서 서로서로 고립된 채 개인적인 삶을 살아간다. 각자의 우리에 갇혀 죽자 사자 일만 하는 일의 노예가 되어 경제적, 문화적 요구에 발목을 잡힌 채 살아가고 있다. 설령 남자들이 자기들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 할지라도 일반적으로 남자들은 서로간에 그런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남자들은 고통을 통해 감내한다. 그리고 그런 극단적인 외로움의 표현이 바로 자살이다.” (16 쪽)

  이 책은 다른 남자들의 고민을 들으면서 독자 스스로 조금이라도 마음의 빗장을 여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것이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는 해독제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 책은 ‘진정한 남자, 훌륭한 자질의 남자’가 무엇인지 독자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사회 각층의 남자들(결코 위인이나 유명인은 아니다)이 자신의 기쁨과 슬픔, 고통과 항변들을 늘어놓은 글들을 읽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나 뿐만 그런 고통이 있는 것이 아니구나’, ‘내가 이런 삶의 기쁨을 놓치고 있구나’하는 작은 깨달음을 느끼게 한다. 남자들의 이야기는 참으로 다양하다. 성폭력을 당한 남성, 평화유지군으로서 전쟁에 참여하는 남성,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고통을 겪는 남성, 심지어는 정관 절제 수술을 하면서 겪는 분노등의 아픔도 있고, 병으로 죽어가는 아버지를 보살피는 남성, 늙어 죽어감을 이야기하는 남성, 어린아이를 키워가면서 기쁨을 느끼는 남성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혹자는 ‘하루 세 끼 밥 먹고 사는 것도 힘든데 무슨 고민타령이냐?’고 푸념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해답은 주지 못할망정 고민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하는 여성들의 말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남자들은 ‘고민 듣기’에 꽤 망설이는 편이다. 남의 고민을 들으면 뭔가 해결책을 제시해 줘야 한다는 어떤 의무감을 갖기 때문이다. 해답을 주려 하지 말고 고민을 들어보자. ‘남의 고민’은 내 고민일 수 있다. 그들의 고민을 들음으로써 최소한 ‘나만의 고민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고민을 말해보자. 고민을 털어놓음으로써 당장 못풀면 죽을 것 같던 고민이 한결 객관화된 것을 느끼게 되고, 대화하는 동안 스스로 해결책의 실마리를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저자는 해답을 제시하지 않았다. 단순히 ‘평범한 남자들의 고민’을 들어보자고 했다. 이 책은 배움보다는 발견을 요구한다. 물론 나 역시 이들을 만난 후 한결 ‘나 다워짐’을 발견했다.

 



 



 

    영화 <버킷 리스트>에서 자동차 정비사 였던 카터(모건 프리먼)은 죽음을 앞둔 암병동에서 만난 잘나가는 사업가 에드워드(잭 니콜슨) 함께 ‘나는 누구인가’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하고 싶던 일’을 다 해야겠다는 것! ‘버킷 리스트’를 실행하기 위해 두 사람은 병원을 뛰쳐나가 여행길에 오른다. 자살과 다름없다며 아내가 극구 반대하자 카터는 화가 나 큰 목소리로 말한다. “난 지금 죽어가고 있어. 내가 두려울 것이 뭐야? 난 좋은 남편, 좋은 아빠로 평생을 살아왔어. 후회하진 않아. 하지만 이젠 ‘나’를 찾고 싶단 말이야.” 세렝게티에서 사냥하기, 문신하기, 카레이싱과 스카이 다이빙, 눈물 날 때까지 웃어 보기, 가장 아름다운 소녀와 키스하기등 카터가 ‘나’로서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은 어쩌면 별 것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들은 ‘누구의 나’가 아니라 온전히 ‘나’로서 ‘죽기 전에 하고 싶었던 버킷 리스트’였다. 이 영화가 내게 남겨준 생각은 ‘나는 누구인가Who am I’ 생각하기는 인생을 살면서 항상 기억해야 할 문제라는 것, 그리고 버킷 리스트는 죽기 직전보다 살아가는 동안 지워나가야 할 행복충전기라는 것이었다. <남자, 그들의 이야기>는 ‘내가 누구인지’를 알게 하는 시간을 제공했다.

 

Written by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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