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팔도를 간다 : 서울편 - 방방곡곡을 누비며 신토불이 산해진미를 찾아 그린 대한민국 맛 지도! 식객 팔도를 간다
허영만 글.그림 / 김영사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국내 만화 시장에 새로운 장을 연 <식객>시리즈 베스트 컬렉션! 

  진수와 성찬이가 엮어낸 요리 이야기가 무려 스물일곱 권이나 되는 장편만화 <식객>에 이어 <식객, 팔도를 간다>시리즈가 경기에 이어 서울에 이르렀다. 그저 허영만 화백(이 존칭을 들을 사람은 작고한 고우영 선생 밖에 없다)의 왕성한 작품 활동에 박수를 보낼 뿐이다. 식객을 읽으며 매 번 ‘이번에 리뷰 한 번 해 볼까’ 마음만 한가득. 스물아홉 번째 <식객>에 이르러서야 리뷰를 쓴다.

 



 

  만화<식객> 시리즈가 갖는 의미는 손으로 다 꼽을 수 없다. 우선 국내 출판계에서 ‘만화도 돈 주고 사서 읽는 책’의 수준으로 올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봐야 한다(아동용 학습 만화를 제외하고). 그 전까지만 해도 만화는 ‘만화방에서 읽거나, 빌려보는 정도’ 였다. 이처럼 만화는 좋아하지만 사서 읽지는 않는 독자들 덕(?)에 ‘한국만화 시장’의 열악성은 빈곤의 악순환이었다. 하지만 독자들 탓만 할 것은 아니다.

  책을 소중하게 여기는 유교문화에 익숙한 독자들은 책이라는 물건을 사용개념이 아닌 소유개념으로 여겨 서재나 책꽂이에 모셔둬야 한다고 여겼다. 그런 마당에 만화책은 언감생심 책꽂이에 꼽아둘 수 없는 불경한 물건이었다. 만약 볼라치면 만화방에 가서 읽거나 스포츠 신문을 보는 척 몰래 읽어야 했다. 

  또한 만화책을 살 바엔 진짜 책(?) 한 권을 사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 생각했다. 만화책이 팔릴 리 만무했다. 하지만 <식객>을 비롯해 <부자>, <꼴> 등 일련의 허영만 만화들은 만화와 함께 ‘정보적 요소’를 갖춰 ‘만화로 풀어놓은 전문서’ 형식을 갖췄다. 한국 독자를 제대로 읽은 것이다.

  독자들은 ‘유익하다’는 명분으로 주저하지 않고 만화책을 구입했다. 그리고 최근의 만화 시리즈들은 서재 한켠에 고이 모셔지는 특급대우를 받고 있다. 한마디로 음지에 숨어있던 만화가 책 대접을 받으며 드디어 햇빛을 보게 된 것이다.  

  한편 허영만의 만화들은 <부자>, <관상>, <한국음식> 등 국민 대다수가 관심을 두고 있는 주제들, 그리고 꼭 알아야 둬야 할 주제들을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몰래 숨겨서 읽던 만화, 혹 들키기라도 하면 ‘하라는 공부안하고 딴 짓 한다’고 욕을 먹어야 했던 만화가 이젠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책이 되었다. 또한 그의 만화가 갖는 스토리텔링은 우수해서 TV의 드라마, 영화의 원작이 되어 만화 컨텐츠가 이른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auce Multi use로 활용되었다. 

  그렇다면 많은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식객>의 비밀은 무엇일까? <식객, 팔도를 간다(서울 편)>에서 찾아보자.

 



 

  우선 생생한 현장감이다. 소설가들이 자신의 소설에 현장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수시로 현장에 나가 그 모습을 메모해 둔다면, 허영만은 그 모습들을 사진으로 담아 사각의 프레임에 옮겼다. 그리고 허영만의 펜 끝에서 사람의 모습이 나타나고, 음식이 향기를 품었다. 게다가 사진으로 현장의 모습을 대조하는가 하면 현실과 다를 경우 그 이유까지 설명하고 있어 무엇이 현실이고 허구인지 가늠하기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요즘 한 시간짜리 음식 다큐들이 많던데, 그에 비유한다면 <식객>은 ‘만화로 보는 음식 다큐여행’이라 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기획력이다. 책을 읽으면 알게 되겠지만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맛집을 수배하였고, 장소와 계절에 맞는 음식을 찾아냈다. 인상적인 점은 가급적 독자가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는 음식들을 찾았다는 점이다. 심지어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레시피도 소개하고 있다.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명 에피소드만을 골라서 엮었으니 <식객>을 읽지 않은 독자는 엑기스를 만나는 셈이고, 애독자에게는 베스트 컬렉션이 된다. 이렇게 가치 있는 책을 어떻게 안 살 수 있을까?

  또한 앞서 말한 것처럼 그는 마케터로서 독자를 먼저 읽고 다양한 연령층의 독자들이 좋아할 수 있는 만화의 컨텐츠를 구상했다. 아울러 장편만화의 대가답게 인내력과 긴 숨을 요하는 작품을 토해내며 매 편마다 독자들을 들뜨게 한다. 특히 이번 <식객, 팔도를 가다> 시리즈는 독자들에게 고향의 맛을 전한다는데 의의가 있다. 그래서 고향에 있는 대로, 타향에 있는 대로 그 맛에 취하고, 그리워하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고향’이라는 단어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독자들에게는 고향을 알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그럼 구체적으로 책의 내용을 살펴보자. 우선 서민들의 대표적인 보양식 '설렁탕'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실직자인 세 명의 친구가 설렁탕집을 차리기로 결심하고 서로 주방과 홀, 그리고 식재료 구매를 맡기로 한다. 설렁탕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주방을 맡기로 하고 유명한 설렁탕집에 위장취업을 한 서른 한 살의 청년이다. 

  처음엔 6개월 정도 주방에서 귀동냥을 하면 차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25년 경력의 조리장도 아직 설렁탕을 마스터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전국을 돌며 설렁탕수련을 떠나며 끝을 맺는다. 

  설렁탕의 유래에서부터 설렁탕 상식 그리고 레시피까지 담긴 설렁탕 부분은 웬만한 주방장의 레시피 메모보다 자세하다. 찬찬히 읽고 나면 ‘나도 한 번 창업을...?’하는 용기도 날테지만, 글로 배운 키스가 엉터리인 것처럼, 읽어 배운 요리법은 허당이다. 나는 그 진리를 세 번째 이야기인 ‘타락죽’을 통해 배웠다.  이야기 끝에 소개된 열 두어 줄 짜리 '타락죽 만들기'는 땅 짚고 헤엄치기만큼이나 쉬워보였다. ‘나도 만들 수 있겠다’는 건방이 들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케빈 씨가 먹은 성찬이의 ‘타락죽’을 먹고 싶었다. 성찬이의 밥상을 받기는 어려우니 혼자 만들어 먹을 밖에. 마침 집에 아무도 없어 잘 됐다 싶었다.

  찹쌀을 충분히 불리고, 선풍기에 바짝 말리고, 믹서에 곱게 갈아, 한지를 깐 프라이팬에 볶는 것까지는 좋았다. 한 컵 분량의 물을 부어 멍울을 풀고 쌀의 5-6배 만큼 우유를 넣는 부분에서 잘못된 것 같았다. 어설픈 쌀죽 위에 우유가 분리되어 훌렁거렸다. 초등학교 시절 급식시간에 우유에 밥을 말아먹는 아이를 보고 토악질하고 싶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채 반을 먹지 못하고 느끼해서 포기하고 말았다. 설탕대신 꿀을 넣은 것이 잘못이요, 많이 넣은 것은 큰 실수였다. 앞으로 수년간 ‘죽’이란 글자가 들어간 음식은 쳐다보지도 못할 것 같다. 

  맛있게 만들지도 못한 타락죽 경험담을 굳이 이야기한 이유는 재미는 기본이고 만화 속에 등장하는 음식과 요리들이 직접 해 먹을 만큼 독자로 하여금 먹고 싶게 만들었다 점이다. 정말 기회만 된다면 만화에 언급된 요리 모두를 먹어보고 싶다. 권말에 있는 ‘서울 전통의 별미를 계절별로 즐기자’에 소개된 잣국수, 두부새우젓찜, 전복찜 등 16가지 요리들은 주말마다 만들어 먹을 도전 요리들 되었다. 재미로 한 번 읽고 맛으로 두 번 읽은 책, 진짜배기 서울 맛이 들어 있다. 


댓글(0) 먼댓글(1)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요리 초보
    from 제발 제발 2011-04-20 19:23 
    타락죽 이야기 재미있습니다. ^ ^ 설탕 대신 꿀을 넣고, 더구나 '많이' 넣었다면, 님은 확실한 요리 초보십니다. 흐흣..(저도 자주 하는 실수라..^ ^;;)초보는 재료를빼먹기도 하고 더 넣기도 하고설익히기도하고 태우기도 하고, 온갖 실수를 하지만, 그 어떤 실수보다 돌이킬 수 없는건양념을'너무 많이' 넣는실수 같아요.소금, 간장, 설탕, 마늘, 식초, 고춧가루.. 모자랄때더 넣기는 쉬워도,많이 넣은 것을 덜어내기는 어려우니까요. ^ ^;;조금 덜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정의는 답이 아니라 과정에 존재한다!

  지난 해 내가 흥미롭게 읽은 책 중에 결정의 기술과 실행방법에 대해 이야기한 『고 포인트』(한경BP)라는 책이 있다. 와튼 스쿨의 마이클 유심 교수가 쓴 이 책은 ‘고 포인트Go Point'를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 예스 아니면 노라고 말해야 하는 순간, 특히 다른 사람의 운명이 걸려 있는 상태에서 어느 방향으로 뛸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불렀다. 아울러 저자는 ‘결정을 내리는 일’은 성격이 아니라 오랜 기간 부단한 노력을 통해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이어서 그 결정의 기술과 실행방법을 배우면 능숙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만난 가장 인상적인 ‘고 포인트’ 사례는 안데스 산맥에 추락한 비행기 속에서 45명 중 29명이 기적적으로 살아남는 이야기였다. 1993년 ‘얼라이브Alive'라는 영화로도 제작되기도 했던 로베르토 카네사의 생존기는 거의 생존불능의 악조건 속에서 많은 사람이 살아남아 결과적으로는 무척 감동적이었지만, 살아남기 위해 그들이 겪은 과정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해발 3,500미터의 안데스산 눈밭에 고립된 생존자들은 음식도 없이 힘겹게 버텼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모두가 굶어죽기 직전의 상태로 악화되었다. 열흘째 되던 날, 주인공 카네사는 첫 번째 고 포인트가 왔음을 알았다. 의대생인 그는 생존자들이 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죽은 사람의 시신을 먹는 것뿐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최대한 객관적인 주장을 펼치며 설득했다. 그리고 식인행위를 할 것인가 여부의 ‘고 포인트’는 생존자 전체의 목숨을 연장시켰다.  

  책의 내용에서는 ‘고 포인트’의 순간 가장 중요한 원칙은 ‘남에게 영향을 주는 결정을 내릴 때는 사적인 이익은 완벽히 배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 포인트는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결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이 사리추구를 뛰어넘는 의사결정자가 경영할 때 최선의 결과를 낸다는 증거가 많다고 저자는 주장했다. 아울러 ‘더 높은 위치에 있을수록, 자기이익은 최소화하는 결정을 내려라‘고 권했다.   

 

   하지만 나는 ‘만약 내가 카네사라면 과연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하는 생각에 고정되었다. 과연 나는 카네사와 같은 용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그리고 식인행위를 해서 살아남은 것이 가장 현명한 결정이었을까? 반대로 나만은 절대로 ‘식인행위’를 하지 못하겠다고 생각하고 다른 행동을 했다면 그 결정은 과연 현명한 결정이었을까?

  저자의 주장에 충분히 수긍은 했지만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까지 드는 의문은 ‘카네사와 일행의 판단이 과연 옳은 판단이었나’ 하는 것이었다. 살아남았으므로 잘된 일은 확실하다. 하지만 난 다른 한 편 즉, 생존자들의 식량으로 죽임을 당한 이들이 신경에 거슬렸다. 내가 만약 그들 중에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감동적이고, 영웅적인 행동이었다고 말할까? 혼란함은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또 다른 이야기. 한 명의 테러범이 있다. '스티븐 아더 영거' 라는 이 청년은 미국 맨해튼에 핵폭탄을 몰래 설치했지만 곧 체포된다. 미국 정보기관이 투입되어 핵폭탄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테러범은 핵폭탄을 숨긴 곳을 밝히지 않는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이대로 계속된다면 맨해튼에 곧 핵폭발이 있을 거라는 판단이 선다. 미 정보기관은 고문 전문가 H 와 테러전담반인 여형사를 투입한다. 두 전문가의 노력에도 테러범은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테러범이 언젠가는 맨해튼을 폭파시킬 핵무기 정보를 갖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가 이미 폭탄을 설치했다고 의심할 근거도 있다.

  시계는 째깍거리는데, 용의자는 자신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며 폭탄의 위치를 실토하지 않는다. 그러자 고문전문가 H는 고문을 시작한다. 고문 전문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고문의 강도를 점점 높아지더니 급기야 테러범의 부인과 딸을 데려와 이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하기에 이른다. 과연 테러범은 사실을 고백할까?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사실이 아닌 명배우 사뮤엘 잭슨이 출연한 영화 <언씽커블Unthinkabe>의 줄거리다. 사각의 작은 방 안에서 펼치는 테러범과 고문전문가의 갈등만으로 충당되는 이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테러범과 고문전문가의 절박한 심정이 되게 만들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긴박감에 손에 땀이 쥐어졌지만 이와 함께 떠나지 않는 한 가지 질문은 ‘테러범이 폭탄이 설치된 장소를 말하고 그것을 제거할 방법을 자벽할 때까지 고문을 하는 것은 옳은가?’ 였다.

  왜냐하면 테러범(테러범이 아닐 수도 있다)의 말대로 실제로 핵폭탄 같은 것은 없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선택해야 할 길은 하나인데, 둘 중 그 어느 쪽을 선택해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 곤란한 상황, 딜레마. 인육을 먹어야 하거나, 남을 죽여야 나와 내 가족이 살아남는 절체절명의 상황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와 같은 딜레마의 상황을 매일 만난다.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그리고 내가 결정한 판단은 과연 옳은 것인가?  

   ‘인문서는 1만 부만 팔려도 베스트셀러다’는 말이 있는 국내 출판시장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치철학 책 <정의란 무엇인가 Justice:What's the Right Thing to Do>(김영사)는 지난 해 이례적으로 60만 부가 넘게 팔리며 ‘정의 신드롬’을 일으켰다. 게다가 지난 연말부터 방송되고 있는 샌델 교수의 TV 강좌인 EBS '하버드 특강 - 정의'는 자정시간대임에도 시청률 1%를 넘기며 화제를 모으는 등 새해에도 인기가 좀처럼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난 연말 거의 모든 언론은 <정의란 무엇인가>를 ‘올해의 책’으로 꼽았다. 그 이유는 경이로운 판매고도 작용했지만 그와 함께 한국 사회 전체에 ‘옳다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화두를 던졌기 때문일 것이다.

  세종시 수정안과 천안함, 4대강 개발, 최근에는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란까지 우리 사회에는 논란들이 끊일 날이 없다. 민주사회와 다원화 시대를 살고 있기에 이러한 논란의 대두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문제는 담론들에 대해 옳고 그름, 개인의 권리와 공동선, 정의와 부정에 관한 다양한 의견들이 토론되어 하나의 대안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자신의 주장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반대의견을 배척하는데 있다. 또한 한편에서는 반대를 위한 반대의견을 펼치는 듯해서 해답을 도출하기는커녕 논란 자체가 부정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이 책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답답한 현실에 갈증을 느끼고 있던 독자들은 다양한 정치철학자들의 주장들을 통해 진정한 정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정의를 도출하기 위해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를 이 책에서 찾았다.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칸트, 제레미 벤담과 존 스튜어트 밀, 롤스에 이르기까지 근현대 정치철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 권리를 규정하는 개인의 자유, 좋은 삶, 정의의 원칙은 미덕과 최선의 삶에 관한 주관적 견해에 좌우되지 말아야 하고 정의로운 사회라면 개인의 자유를 존중해 각자 좋은 삶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소개했다.  



 
  아쉽게도 필자가 원했던 정의에 대한 명쾌한 해답과 설명은 샌델 교수에게 들을 수 없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딜레마에 빠지는 결정적인 이유는 행복의 극대화, 자유 존중, 미덕 추구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데 있음을 알려준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으로 요약되는 전체의 행복을 극대화하는 공리주의가 정의인가, 아니면 개인들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자유주의가 정의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공동체의 미덕을 장려하고 ‘좋은 삶’을 추구하는 것이 과연 정의인가 되묻는다. 정의란 무엇인지 대답해야 할 사람은 결국 독자가 되는 것이다. 


  이 책의 전개 방식은 마치 마이클 샌델 교수의 실제 강의를 지면으로 옮겨놓은 듯하다(궁금하다면 TV 강좌인 EBS '하버드 특강 - 정의'를 보시길). 1000여 석의 하버드대 극장 강의실을 가득 메운 학생들에게 샌델교수는 논란이 될 만한 질문을 던지고 학생들에게 의견을 묻는다. 학생들이 손을 들어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면 샌델 교수는 학생의 이름을 묻고 그 의견을 정리 요약하고 어느 정치철학자의 의견인지 알려준다. 그리고 그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질문으로 되묻는다. 답변했던 학생이 딜레마에 빠지는 순간이다. 구체적인 대답을 구하지 못하면 다른 학생들에게 이에 대한 답을 구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아마도 우리로 하여금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 저자의 다양한 질문들일 것이다. 정신적인 피해를 보상받고자 하는 이라크전 상의군인의 소송, 2008년 말 미국발 금융위기 때 구제금융으로 인센티브를 받은 고위임원들에 대한 분노, 철로를 달리는 전차를 막기 위해 치러야 하는 타자의 희생 등을 비롯해 제시하는 독자들이 정의正義를 정의定義해야 할 질문들은 다양하다. 이 사례들을 통해 독자들은 오늘날의 시장 중심 사회에서 생기게 마련인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정의는 무엇인가? 공동체에서 생기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국가는 어디까지 개입하는 것이 정의인가?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거래는 과연 공정하고 자유로운가? 고민하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다분히 상식적이고 친숙한 질문들 같지만 ‘이것이다’라고 단언하기에는 결코 쉽지 않은 질문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가격폭리, 소수집단우대정책, 병역, 동성혼 등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다양한 답변들은 정치철학과 자신의 도덕적 정치적 신념을 피력하는 중대한 대답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답변은 개인을 넘어 정부와 국민, 야당과 여당, 미디어와 언론들이 펼치는 갑론을박이 된다. 어떤 답을 채택하고 의견을 더하느냐에 따라 편을 가르게 되고, 정치적 행보를 달리하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도덕적 이견에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면 상호 존중의 토대를 약화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더 강화시킬 수 있다. 우리는, 동료 시민이 공적 삶에서 드러내는 도덕적 종교적 신념을 피하기보다는 때로는 그것에 도전하고 경쟁하면서, 때로는 그것을 경청하고 학습하면서, 더욱 직접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어려운 도덕 질문을 공개적으로 고민한다고 해서 어느 상황에서든 합의를 끌어낼 수 있다거나, 심지어 타인의 도덕적 종교적 견해를 평가할 수 있다고 장담하긴 어렵다. 도덕적, 종교적 교리를 더 많이 알수록 그것이 더 싫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해보기 전까지는 어찌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도덕에 개입하는 정치는 회피하는 정치보다 시민의 사기 진작에 더 도움이 된다. 더불어 정의로운 사회 건설에 더 희망찬 기반을 제공한다.“ 370-371쪽

  <정의란 무엇인가>는 정의正義에 대한 정의定義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도출해내는 과정이 더 중요함을 알려준다. 아울러 모든 논란에 있어 다양한 의견이 도출될 수 있고, 또한 상대방의 의견은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일리가 있는 의견임을 수긍하고 경청해야 함을 깨닫게 한다. “정의正義, 곧 옳은 것은 스스로가 옳은 것이지, 내가 옳다고 해서 옳은 것도 아니고, 그것을 말한 내가 옳은 것도 결코 아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이 점을 말하고 있다. 

이 리뷰는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에서 발행하는  

[스마트 월드](2011년 1.2월호)에 소개될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옳음은 좋음에 우선한다. 옳음을 좇아라!

 

 국내는 지금 '마이클 샌델 신드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 '정의', '공정' 논쟁을 촉발시킨 책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는 인문학 서적으로는 드물게 10월말 현재 50만 권이라는 경이적인 판매고를 기록하며 순항중이다. 샌델 교수가 이 책에서 던진 정치철학의 중대한 질문들(정부는 부자에게 세금을 부과해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하는가? 자유시장은 공정한가? 진실을 말하는 것이 잘못인 때도 있는가? 도덕적으로 살인을 해야 하는 때도 있는가? 도덕을 입법화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개인의 권리와 공익은 상충하는가?) 등은 현 정부가 내세운 ‘공정사회론’과 몇 차례의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 거짓말 논란과 낙마' 등 오늘날의 골치 아픈 다양한 문제들과 결합하여 독자로 하여금 과연 '옳음'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했다. 

이제는 '도덕'이다!

  최근 그의 이름으로 국내에 세 번째로 <왜 도덕인가? Public Philosophy: Essays on Morality in Politics>(한국경제신문)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사실 앞서 말한 놀라운 기록을 세우고 있는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2007년)와 누구나 한번쯤은 빠져들게 되는 윤리적 딜레마에 관한 문제들을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과 연결해 풀어낸 책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The Case against Perfection>(2009년)보다 먼저(2006년) 출간되었다. <정의란 무엇인가>에 비해 가독성이 떨어지고, 책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 역시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지만(주제가 불명확한 것은 '뉴욕타임즈', '뉴퍼블릭', '애틀랜틱먼슬리' 등 일반인을 독자로 하는 간행물 등에 실렸던 에세이들을 모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 책을 살펴봐야 할 이유를 들자면 어쩌면 '정의'보다 근본적이고 중요한 가치인 ‘도덕’을 말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장의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보다 근본적인 도덕적 논쟁과 토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제가 화두인 시대, 경제적 풍요가 최고의 선이 돼버린 상황에서 여타의 가치들은 쉽게 무시되곤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연스레 가장 기초적인 가치, 도덕의 목마름을 호소한다.

 

 

경제중심의 사회가 낳은 폐해는 심각하다. 도덕적 해이와 거짓말, 각종 로비와 공직자의 부패, 경제인의 각종 특혜와 비윤리적인 이권개입, 일반 시민의 도덕 불감증 등 경제 논리에 가려 어느 정도의 비도덕은 묵인할 수 있다는, 근거가 빈약한 관용이 사회 저변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샌델 교수는 이 책에서 민주사회에서 도덕성의 의미와 본질을 살펴보고, 그를 둘러싼 다양한 논쟁들을 들여다본다. 나아가 공공생활을 움직이는 도덕적 딜레마와 정치적 딜레마 도 함께 살피고 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와 칸트의 철학 전통을 통해 사회를 구성하는 각 분야가 도덕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자유주의와 공리주의 그리고 공동체주의를 통해 오늘날 민주주의 사회의 정의와 그 한계,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도덕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설명했다. 이 책을 통해 그가 말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현재 도덕이 회자되고 있는 이유와 그 필요성, 그리고 과연 ‘도덕적 가치’는 무엇인가에 주목해 보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둬야 할 포커스다.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우선 공정한 시민사회를 위해 필요한 '도덕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5개의 주제로 나눠 복권과 도박, 광고와 상업주의, 존엄사, 정치인의 거짓말, 낙태, 동성애자의 권리,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의 도덕적 한계, 등 논쟁의 대상이었던 도덕적 현안들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 도덕적 가치의 기반을 이루는 다양한 자유주의 정치이론들을 검토하고 각각의 강점과 약점을 평가하고, 미국 정치의 전통을 전반적으로 되짚어보고 토머스 제퍼슨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미국 정치사의 주요 논쟁을 통해 잃어버렸던 도덕적, 시민적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그 중 몇 가지를 살펴보자. 



복권과 도박 - 공공의 책임을 외면하는 공적인 타락

 

  복권 찬성론자들은 어느 누구도 강제로 복권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으며, 반대하면 그저 하지 않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부는 적극적으로 복권을 홍보하면서 복권광고판에는 ‘인생역전’이라는 말로 당신도 엄청난 대박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며 구매를 부추긴다(이 사실만으로 자유방임주의가 아니다). 복권구매자들의 분포가 부유층보다 저소득층에 집중된 것을 볼 때 시민들에게 노동윤리와 희생정신, 민주주의적 삶을 지탱하는 도덕적 책임을 강조해야 할 정부가 비뚤어진 시민교육을 제공하는 주체가 되고 있다.

  샌델 교수는 복권 사업자인 정부에게 그것이 합당한 사업이라면 왜 민간기업이 그것을 판매하고 운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만일 매춘처럼 비도덕적 사업이이라면 왜 정부가 그 사업을 운영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자유주의에 입각한 복권옹호론자들의 딜레마인 셈이다. 

온실가스배출권 거래 - 환경오염 방지가 아닌 면죄부?

  샌델 교수는 1997년 교토 기후변화협의회에서 클린턴 정부가 주장한 내용 중에 ‘온실가스 거래제도’는 지구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에 반하는 제도라고 주장한다. 배출권을 돈으로 살 수 있게 되면 선진들이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태만할 거라며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로 반대 했다.

  첫째, 배출권 거래제는 선진국들이 의무 감축량을 피해갈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준다. 둘째, 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들면 지구를 오염시키는 행위에 수반되어야 마땅한 도덕적 죄책감을 덜 느낀다. 즉 벌금이 아닌 요금으로 여기는 도덕적 헤이를 야기할 수 있다. 셋째, 배출권 거래제는 갈수록 국제사회 공조가 늘어나는 오늘날 더욱 필요한 인류 공동의 책임감을 약화시킨다. ‘돈으로 글로벌 책무를 비껴가도록 허용한다’는 식의 풍조가 만연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성 - 정당한 차별이란 존재하는가?

  뇌성마비로 휠체어를 이용하는 캘리는 치어리더였다가 1년 만에 응원단에서 쫓겨났다. 치어리더 단장의 아버지인 로버트가 캘리의 활동에 특히 반대했는데, 그 이유는 캘 리가 자격도 없으면서 영광을 누린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자격이 없다고 여겨지는 사람에게 돌아가는 영광과 분노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도덕감정이다. 

  비록 휠체어에 앉아 있지만 응원용 술을 흔들 수 있기에 캘리는 치어리더가 되어야 하는가? 샌델 교수는 수많은 땀방울과 노력을 기울였던 다른 치어들이 누리는 영광은 분명히 위협받을 수 있다고 보았다. 한편 미국의 대학 입학 시의 소수집단 우대정책을 살펴보자. 이 정책의 찬성론자들은 차별이라는 악행을 고치기 위해 그런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반대론자들은 사회적 소수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은 역차별을 발생시킨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샌델 교수는 이 사안에 대해 생각해야 할 질문은 ‘대학이 어떤 자격을 가진 사람을 필요로 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도 ‘농어촌 특별전형’이란 것이 있다. 1996년부터 실시된 농어촌 특별전형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해 정원 대비 농어촌 특별전형의 비율을 기존의 3%에서 4%로 확대하기로 한 제도인데, 수도권의 명문대학에서 정부 정책에 의해 농어촌특별전형으로 선발하는 학생수를 늘린 것과 함께 중ㆍ하위권 대학에서 농어촌특별전형 대상 학교의 범위를 일반 도시지역까지 확대함에 따라 최근 농어촌특별전형에 대한 관심이 급증되었다. 

  그러나 종종 도시학생들이 위장전입을 통해 농촌 학생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격이 종전에는 ‘중고교 6년을 농어촌지역에서 다닌 자’였지만, 지금은 상당수의 대학이 ‘고교 3년’으로 제한하고 있어 중학교 3학년 때, 농어촌의 고등학교에 전학을 하는 것이다. 공정성을 위해 마련한 제도가 제대로 규제하지 않아 오히려 농어촌의 많은 인재들이 대학을 입학할 기회를 박탈당하는 제도로 전락되었다. 한편 이러한 편법이 동원해서 대학을 입학하는 가정은 경제적 능력이 충분해야 가능하므로 빈부에 의해 또 한 번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셈이 되고 있다. 

  책 전반에 걸친 샌델 교수의 주장은 한마디로 ‘옳음은 좋음에 우선한다’는 것이다. 즉 옳음을 우선한다는 것은 개인의 권리가 전체의 이익에 의해 희생될 수 없고, 이러한 권리에 대한 정의 원칙은 좋은 삶에 대한 비전을 전제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의 공공생활은 도덕성이 살아야 정의가 살아날 뿐 아니라, 보수와 진보를 떠나 무너진 원칙을 공정하게 다시 세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도덕적 딜레마를 피하지 말고 맞닥뜨려 고민하는 것이 '정의'라고 말한다. 이 책은 우리로 하여금 경제, 사회, 교육, 종교, 정치에 있어 도덕적 가치가 풀어야 할 숙제를 만남으로써 ‘정의’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정의란 무엇인가>의 연장선상에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미도의 영어 선물
이미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가슴 벅찬 봄을 만끽하고 싶다면 꼭 읽어봐야 할 명강연 같은 책!

    “영어에 ‘Family isn’t a word. It’s a sentence’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가족은 단어가 아니고 문장’이라는 뜻이지요. ‘가족’을 뜻하는 family는 분명 단어인데도 문장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여러 개의 단어가 모여 하나의 완전한 문장이 되는 것처럼 가족도 모든 이의 사랑이 모여야 비로소 완전한 가정이 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함이지요.”

  일간지(문화일보)에 실린 이미도의 칼럼을 읽기 위해 꼬박 한 주를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는 윗글과 같은 ‘난생 처음 들어보는 좋은 글과 표현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꽤 많은 책과 글을 읽는다고 생각하지만, 이미도 선생의 글 속에 나타나는 글들을 읽다보면 마치 내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나온 듯 ‘난생 처음 들어보는 것들’만 신기하게 쏟아내는 것 같습니다. 또한 바로 옆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는 듯한 그의 글맛에 취하다보면 툭툭 던져지는 명문장과 명대사에 놀라고, 그의 칼럼의 끝을 대할 때 즈음이면 무거운 머리가 한결 맑아짐을 경험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아직도 세상은 충분히 살아갈 만한 곳임을 그의 글을 통해 알게 됩니다. 책 <이미도의 영어선물>(웅진지식하우스)은 그런 놀랍고 유익한 글이 자그마치 서른일곱 편이나 담겨 있습니다. 신문과 블로그에서 그의 글을 찾아다니며 즐기던 저와 같은 독자들에게는 말 그대로 ‘뜻밖의 봄 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미도라는 이름은 원래 글보다는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친숙한 이름일겁니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보다보면 엔딩 이후 제일 먼저 뜨는 글이 ‘번역 이미도’이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여러분이 영화 <나인> <쿵푸 팬더> <눈먼 자들의 도시> <반지의 제왕> 3부작 <슈렉> 시리즈 <시카고> <노트북> <식스센스> <아메리칸 뷰티> <글래디에이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뷰티풀 마인드> <제리 맥과이어> <인생은 아름다워>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페이스 오프> <더 록> 등을 보셨다면, 이미도라는 이름을 들어본 셈입니다. 그래서 그의 얼굴은 모르지만 ‘이미도’라는 이름 만큼은 남녀노소에게 잘 알려진 익숙한 이름이죠.

  우리는 이제 그의 이름을 책에서도 만나고 있습니다. 은막 뒤에서 자막을 제공하면서 세상과 교류하던 그가 일종의 커밍아웃을 한 셈입니다. 몇 년 전부터 책을 한 권씩 써오더니 2년 전 출간되어 약 3만 부가 팔린 산문집 <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됐다>(웅진지식하우스)를 필두로 본격적으로 집필에도 몰두하고 있으니까요. <이미도의 영어선물>은 그의 두 번째 산문집입니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의 오십 년 인생을 둘러싼 영화, 영어, 그리고 책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형보다 나은 아우도 있나 봅니다. 산문집<이미도의 영어선물>은 영화와 영어를 이야기했던 첫 번째 책<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됐다>보다 한층 더 깊이 있고 품격 있는 스토리로 전개됩니다. 다시 말해 주제와 메시지가 일치하는 책과 영화를 함께 묶어서 먼저 소개하고, 이어 그 작품들에 담긴 영어 명문장과 명대사를 덧붙여 소개했습니다. 결론에 다다르면 저자인 이미도 선생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주제를 만나게 됩니다. 그가 이 책을 통해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독자가 저마다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으로 살려고 노력한다면, 우리 세상도 그렇게 변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크게 생각과 인생, 그리고 세상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인 생각, ‘창조적 상상력을 디자인 하자‘는 최근 이미도 선생이 활발한 강연을 펼치고 있는 주제입니다. 그가 말하는 ’창조적 상상력‘이란 바로 ’다르게 생각하기‘입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는 일체유상조一切唯想造로 바뀌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은 바로 ‘생각하는 방법’에 달려 있으니까요. 스티브 잡스가 만든 회사 애플의 모토 역시 ‘Think Different'입니다. 이미도 선생은 이 장에서 ’다르게 생각하는 법‘을 이야기 합니다. 키워드들 역시 생각의 변화를 부르는 단어들, 호기심curiosity, 재미fun, 아이디어idea, 상상imagination, 창조성creativity, 이성과 감성sense and sensibility 로 구성됩니다. 

  ‘다르게 생각하기‘는 아이보다는 ‘어른들에게 필요한 생각’입니다. 마치 생각이 없는 듯 행동일관의 아이에 비하면 어른들은 조용하고 진중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게을러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고, 결과에 대한 확신이 없어 두려워하기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그게 되겠어?’하는 결과에 대해 비관적으로 예측해버리는 자기검열이 큰 몫을 차지합니다. 신경과학자 그레고리 번스가 제시한 ‘나이가 들어갈수록 왜 창의성이 떨어지는가? 하는 의문의 답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저자는 긍정적인 생각, 창의적인 생각과 상상만으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오늘날 세상이 필요로 하는 ’창조적 인재‘는 바로 ’다르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임을 증명해 줍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인생입니다. 저자는 ‘아프기 때문에 인생’이라며 忍生이라는 말까지 합니다. 원래 인생이란 것이 아픈 거라면 그 아픔을 이겨내는 도구는 바로 용기, 아픔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용기입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살고 믿음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어떤 어려움과 역경, 시련과 위기에서도 우리가 우리의 인생을 사랑하게끔 용기를 북돋아주는 키워드로 존경respect, 존엄dignity, 꿈dream, 행운luck, 모험risk, 사랑love, 가족family, 성공success을 꼽아 이에 얽힌 책과 영화 그리고 영화의 금언들을 소개합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이야기는 세상입니다. 문학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이고, 인문학의 존재이유는 ’보다 인간다운 인간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이미도 선생 역시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인 이 세상은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지켜내야 할 만큼 아름다운 세상임을 많은 책과 영화를 통해 보여줍니다. 이렇듯 아름다운 세상을 설명하기 위해 동원된 키워드는 희망hope, 희생sacrifice, 순수innocence, 아름다움beauty, 진리truth, 7대 죄악the Seven Deadly Sins, 위대한 정신beautiful mind 등입니다. 



 

   이 책은 읽기 쉽고 편한 산문집이 결코 아닙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하나 하나가 보다 다르고 나은 생각으로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내용을 주제로 세밀하고 밀도 있게 풀어나간 책입니다. 그래서 혹여 편한 자세로 책을 들어 읽다보면 어느덧 자세를 바로 하고 집중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또한 머리에 담고 싶은 멋들어진 영어표현과 가슴속에 새기고 싶은 인생의 명문名文들에 반해 책의 진도가 더뎌짐을 느끼게 될 겁니다. 정말이지 따로 적어둬야 할 글들이 그득그득 했습니다. 이 멋진 문장들 대부분은 영어로도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혹여 ‘영어학습서’가 아닌가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이에 대한 이유는 저자가 따로 언급을 했을 정도로 깊은 뜻이 숨어 있습니다.   

 “이렇게 영어 원문을 함께 소개하는 이유는, 첫째 인용문의 맛을 원문으로 감상하고 싶어 할 독자들이 원문을 직접 찾아야 하는 수고를 덜어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둘째 국제적으로 영어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영어를 더 좋아하고 싶고, 영어를 더 잘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보너스 선물을 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셋째, 가장 큰 이유는, ‘나 자신에게는 물론 누군가에게도’ 이들 영어 명문장과 명대사는 일평생 선물하고 싶을 만큼 값진 것들이라고 감히 자신하기 때문입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이미도의 영어선물>을 읽다 보면 아름다운 글과 표현을 토해낸 책과 영화를 보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이 책을 모두 읽고 나면 차마 덮어버리기가 아쉬워집니다. 담고 기억하고 싶은 글들이 내 머리와 마음속에서 사라질 것 같으니까요. 그래서 또 다시 펼쳐서는 천천히 다시 보게 됩니다.

  다르게 생각해보는 나의 작은 변화는 인생을 바꾸고 나아가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될 겁니다.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만드는 힘은 다르게 하지만 바르게 생각할 줄 아는 당신에게 있습니다’ 이 책에서 이미도 선생이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바로 이것입니다. 가슴 벅찬 봄을 경험하고 싶다면 당장 이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강력추천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없는 남자는 늙지 않는다 - 근엄한 남자보다 가슴 뛰는 남자가 오래 살 수밖에 없는 젊음의 비밀
와다 히데키 지음, 이정환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할아버지가 향수를 뿌리면 전두엽이 젊어진다?   



  조두진의 소설 중에 <마라토너의 흡연>이라는 단편이 있다. 다소 역설적인 이 제목은 사실 발상의 전환을 이야기했다. 다시 말해 소설 속 주인공은 ‘마라토너가 흡연을 해서 되겠는가‘라는 세인의 우려와는 반대로 흡연을 하기 위해 마라톤을 뛰는 사내다. ’그렇게까지 하면서까지 담배를 피워야겠냐‘ 비아냥거릴지 모르지만 주인공이 자신의 지극한 담배에 대한 사랑과 단명短命으로 인한 가계부양의 책임간의 적당한 타협안인 듯 해 ’그것참 대단하다‘고 나는 탄복했다.

  그 무엇이든 ’금지당하는 욕망‘은 자체가 괴로움이다. 새해를 맞아 당당히 금연을 선언했지만 흡연의 욕구를 참지 못해 몰래 숨겨피우며 스트레스를 자처한 남성들을 살펴보면서 그들의 ’거짓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흡연의 해악‘ 못잖게 정신건강에 해롭지 않을까 생각든다. 정 담배가 피우고 싶다면 ’마라토너‘가 되어보는 건 어떨지...

  흡연 뿐 아니라 한 살씩 나이가 더해질 때마다 줄이거나 금해야 할 것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연장자가 될수록 책임과 의무는 늘어나는 반면 개인적 욕망추구는 해서는 안될 ‘짓’이 되어 버린다. 가정이나 조직의 구성원으로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되고 납득이 가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해보면 슬프고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이 먹는 것을 끔찍이 싫어한다. 그리고 이렇게 항변한다. “나이먹는 것도 죄냐?”고.

  책 <철없는 남자는 늙지 않는다>의 저자가 이 이야기를 들었다면 “마라톤을 해서라도 담배를 피우겠다면, 그렇게 하세요. 욕망을 참지 마세요.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그래야 안 늙습니다.”라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저자는 ‘철이 든다’는 것은 ‘얌전해진다는 것’이요, ‘얌전해짐‘은 곧 ’늙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중장년층을 전문으로 상담하는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이에 대해 의학적 근거를 제시하는데, 우리가 말하는 ’늙었다‘는 표현은 의학적 소견으로는 ’전두엽이 점점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원제목은 人は「感情」から老化する - 사람은 감정으로부터 노화된다 



 

  전두엽前頭葉은 과연 무엇일까? 전두엽은 대뇌의 앞부분에 위치한 뇌의 일부로 사고, 의욕, 감정, 성격, 이성 등을 담당하는데, 나이를 먹으면 이러한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우리가 기쁠 때 웃고 슬플 때 울고, 기분이 나쁘면 화를 내고 싸우는 등의 감정표현을 하는 것은 뇌의 변연계에서 담당한다. 전두엽은 그보다 좀 더 섬세한 감정이나 감정에 바탕을 둔 수준 높은 판단을 담당하는 이른바 감정의 사령탑이다. 예를 들어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소설을 읽고 감동하거나 거기에서 촉발된 감정적 행동을 일으키는 것이 전두엽의 활동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전두엽을 활발하게 움직이게 하여 젊게 유지한다면 노인이 아닌 ‘젊은 오빠’로 오래동안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전두엽의 노화는 빠르면 40-50대부터 시작되는데, 전두엽이 노화하여 기능이 떨어지면 자발성이나 의욕이 쇠약해진다. 다시 말해 노화 예방에 흥미를 보이지 않거나 외모에 관심을 두지 않아 늙어지는 대로 방치하고 있다면 전두엽의 노화가 시작된 것이다. 저자는 ‘젊은 노인’과 ‘진짜 노인’의 차이는 ‘의욕’의 차이에서 시작되고 그 결과는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며 이렇게 말했다. 

“감정이 노화하면 ‘귀찮아’, ‘이제 이런 일은 하기 싫다.’ 같은 말이 입버릇처럼 튀어나온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말도 자주 하게 된다.

“더 이상 똑똑해지고 싶은 생각은 없어.”

“이 나이에 무슨...이 정도면 충분해.”

이런 식으로 스스로 노화를 인정하고 기회를 포기해 버린다. 삶에 대한 욕심이 없어지는 것이다. (중략) 어떤 새로운 일에 대해서든 ‘귀찮아’, ‘힘든 일은 이제 하고 싶지 않아.’ 따위의 말만 내뱉는다면 이제 당신은 정말로 노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잊지 말라. ‘욕망’을 유지하는 것도 감정의 노화와 싸우기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본문 42쪽)

  저자의 말대로라면 ‘젊어지기 위해 노력하는 자체’는 ‘의욕’이 되고, 이 ‘의욕’이 전두엽을 활성화시켜 더 이상 늙지 않도록 유지할 수 있다. 저자는 체력뿐만 아니라 두뇌의 기능과 감정 역시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쇠약해진다고 경고했다. 자극이 없는 생활을 계속하면 감정은 녹이슬어버리는데, 뇌과학적으로는 전두엽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자연히 축소되는데, 그냥 내버려두면 감정이 더욱더 빠른 속도로 쇠약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항상 ‘감정을 자극하는 생활’을 유지해야 좀 더 젊게 살 수 있다.   


 한편 전두엽을 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 때 국내에 큰 히트를 쳤고, 지금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닌텐도 DS라는 게임기에는 <뇌를 단련하는 성인용 DS 트레이닝>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있다.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인기리에 팔린 바 있는데, 이와 비슷한 두뇌 능력 개발 소프트웨어 등은 뇌의 혈류량을 증가시켜 전두엽의 활성화하는 일정한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단지 워밍업이고, 자동차 엔진을 켜 놓았을 뿐 차가 그대로 멈추어 서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말한다.이렇게 전두엽을 자극했다면 ‘행동’으로 옮겨야 감정의 노화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전두엽을 젊게 하려면 활동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며 “무슨 일이든 의욕이 없는 사람과 무슨 일이든 진심으로 즐기는 사람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다. 무슨 일이든 우선 행동으로 옮겨 보아야 다음에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기 쉽고 무슨 일을 해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TV에서 음악회를 듣는 것보다 직접 음악회를 찾아가 듣는 것이 좋고, 역사프로그램을 시청하기 보다는 역사적인 명소를 직접 찾아가는 것이 좋다. 낮선 문명과 문화를 직접 행동으로 경험하는 것이 전두엽을 활성화시키기에는 그만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먹고 살기도 바쁜 요즘 배부른 소리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행동으로 얻는 자극을 위해서는 시간적,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부유한 사람들이 유리할 수 있다. 형편이 넉넉한 사람들이 인상이 편안해 보이고, 좀 더 젊어보이는 이유 역시 자신을 꾸미고, 새로운 것을 자주 경험할 기회를 얻은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부유한 사람만 젊어지란 법은 없으니,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도 젊어질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일상에서 익숙했던 것들과 결별하고 그동안 주저했던 일을 해보면 전두엽의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자주 가던 음식점을 마다하고 새로운 곳에서 외식을 하거나, 이발소을 떠나 미용을 찾고, 때로는 나이트 클럽이나 카바레 등을 찾아가 술을 마시는 방법도 좋다. 저자는 극단적으로 말해서, 범죄가 아닌 한 무엇이든 도전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두뇌가 젊어지는 방법은 ‘새로운 변화’에 도전하고 실제로 ‘행동’하는 것이었다.

  책을 살펴보건대 일상에서 우리가 흔히 ‘이 나이에 무슨...’ 혹은 ‘나잇값을 해야지’라고 말하는 것은 ‘제 스스로 고려장을 치루는 것’과 다름 없다는 것을 알았다. 늙어감을 거부하고 운동하고, 화장하고, 성형수술을 해서라도 젊어지려고 노력하는 것은 보기엔 어색하고 불편할망정 전두엽에 자극을 주어 최소한 뇌는 노화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오늘날에 와서 유교가 폐해를 끼친다면 ‘늙으면 점잖아야 한다’는 말씀일 것이다. 

  오늘날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노화는 빨라지고, 의학의 발달로 노화의 진행은 더뎌지는 사회다. 나이 육십을 갓 넘겼다고 잔치를 벌이는 옛날은 더 이상 없다. 세상은 변했는데, 노인에 대한 사고는 여전해서 40-60의 장노년층이 천대를 받는 세상이 오늘날인 듯 싶다. 황진이의 시조처럼 산을 넘어가는 초승달을 나뭇가지에 걸어둘 수도 없는 것이 노화이거늘, 이것을 감지했다고 당황하거나 좌절해서야 되겠는가? 잘 알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노화를 멈추게 하지는 못할지언정 더디가게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해결책 역시 자기계발의 그것과 답이 매한가지다. 실천과 꾸준한 노력, 그것 뿐이다. 치매와 기억력, 노화에 걱정하는 독자라면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자칫 어려울 수 있는 뇌과학적 지식을 쉽게 풀어냈다. 뚜렷한 해결책은 없어도 여러분이 갖는 궁금증 정도는 해소시킬 수 있는 그런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