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크리에이티브 공장, 뉴욕>을 리뷰해주세요.
세계의 크리에이티브 공장, 뉴욕 - 뒷골목 아티스트들이 이끄는 뉴욕의 예술경제학
엘리자베스 커리드 지음, 최지아 옮김 / 쌤앤파커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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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문화의 메카, 뉴욕의 창조적 진화를 잘 설명한 책

  "오늘의 뉴욕이 결코 돈이 많아서 파리, 런던, 도쿄를 밀어 제친 것이 아닙니다. 뉴욕의 문화가 뉴욕의 경제를 만들었습니다. 그 경제는 다시 문화를 살찌우고 있습니다. 그 논리는 철저히 개인에게도 적용됩니다. 현재는 경제자산이 더 많은 사람이 부자이지만 미래는 문화자산이 많은 사람이 더 풍요하게 살 것입니다. 제2의 산업혁명처럼, 지식경제사회가 문화비즈니스 사회로 급속도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재테크 타령만 하고 있다가는 경제적으로도 한참 뒤쳐진 사람으로 낙인이 찍힐 수밖에 없습니다. 뉴욕의 금융회사나 로펌이 고객들과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을 통째로 빌려 그림을 보며 파티를 하는 세상입니다. 문화를 모르면 경제도 모르는 시대입니다. 지금가지 경제적 능력이 문화적 능력을 좌우했다면, 앞으로는 문화적 능력이 경제적 능력을 좌우할 것입니다.“

  21세기를 주도할 경제패러다임을 ‘컬처비즈’로 꼽은 유병률은 책 <딜리셔스 샌드위치>에서 컬처비즈의 메카로 ‘뉴욕’을 꼽아 논지를 펼쳤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을 이용해 더 많은 부를 쌓은 미국은 ‘문화적인 상징’을 필요로 하게 되자, 뉴욕을 세계 예술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전략적인 드라이브를 걸게 된다. 피카소를 뉴욕으로 데려오려 했지만, 그가 거절하자 ‘뉴욕에 피카소가 없다면, 새로 만들면 된다’는 생각으로 ‘추상표현주의’의 대표화가인 잭슨 폴록Paul Jackson Pollock을 국가적 차원으로 후원해 ‘뉴욕의 피카소’로 만들었다. 그 후 뉴욕은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성장하게 된다. 국가가 막대한 자금으로 문화를 후원해 명성을 얻자 전 세계적으로 시선을 모으고 관광객들이 찾아오게 되면서 뉴욕이라는 ‘문화도시’는 다시 미국의 부를 축적시키는데 일조하게 된 것이다. 유병률은 이러한 뉴욕의 예를 들면서 이제 ‘문화가 밥 먹여 주는 시대'가 온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내게 뉴욕을 단순히 ‘미국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아닌 ‘미래의 부를 창조하는 상징적인 도시’임을 보여줬다. 그 후 지금은 바르셀로나 못지않은 관광명소가 된 스페인의 작은 섬 빌바오가 ‘구겐하임 미술관’의 지점을 유치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했다. 그리고 최근 서울시가 서울을 ‘창의문화도시’로 리모델링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짐작이나마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이 모든 것이 오늘날은 ‘문화가 밥 먹여 주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나는 뉴욕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집어든 책이 <세계의 크리에이티브 공장, 뉴욕>이다. 이 책은 세계적인 문화의 도시 뉴욕의 ‘예술경제학’을 집중 조명한 책이다. 문화 트렌드의 관점에서 오늘의 뉴욕이 있기까지의 역사를 살펴보고, 뉴욕의 크리에이티브 경제가 어떤 경로를 거쳐 세계로 뻗어나가는지, 그리고 ‘예술계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뉴욕의 현주소는 어떤지에 대해 밝힌 책이다. 도시계획학 박사이자 정책계획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가 뉴욕의 뒷골목을 직접 발로 뛰며 뉴욕의 하위문화에서 순수예술에 이르기까지 뉴욕 전반을 아우르는 아티스트들과 유명인사들을 인터뷰해 이론과 현장성이 무장된 한편의 보고서였다.

 

  뉴욕은 순수 미술을 포함해 예술의 총체를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모체로 인식했다. 미술은 산업디자인에 모티브를 제공하고, 디자이너가 창조해 낸 상품들은 제품이 아닌 예술로 인식되고 있다. 예술의 경향은 하나의 트렌드로 재인식되면서 이제 예술과 경제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동반자적인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래서 장르를 불문하고 예술적 경계를 뛰어넘어 서로의 기술과 자원으로 새로운 문제 해결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른바 ‘컬처 이코노미’라는 새로운 역학 구조가 탄생되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산업 디자이너인 A는 어느 미술전시회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패션의 의상을 창조했다. 또 다른 디자이너나 예술가, 그리고 영화배우와 모델 등 이른바 트렌드셰터들이 그 의상에 매료되어 그것을 입고 공식석상에 나타난다. 그 의상을 모티브로 한 길거리 문화가 생겨나고, 많은 아티스트와 뮤지션들은 그에 맞는 새로운 음악을 창조해 낸다. 이러한 관계는 다시 순환하고 변화하면서 점차 진화해 나가는 것이다. “패션은 사회의 반영물이며, 문화현상이다. 패션은 다른 크리에이티브 업계들과 그 역학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어느 디자이너의 말처럼 크리에이티브 업계는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받고 있다. 

 

 이미지 출처: http://stole.tistory.com/tag/%EB%89%B4%EC%9A%95 

  예술은 창조를 거쳐 문화가 되고 이를 선택해 입소문을 거쳐 유행을 일으키면 트렌드가 되어 세계로 전파되는 시스템, 이것이 오늘날 뉴욕의 예술경제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예술 장르를 불문하고 ‘크리에이티브’한 요소를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은 뉴욕에서 생겨나면 경제적 요소가 된다. 이에 대해 저자는 ‘뉴욕’이기 때문에 ‘예술경제’가 가능한 것이 아니라, 이러한 시스템이 뉴욕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사람, 아이디어와 발상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 위해 기업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반대로 잠재인력 역시 기업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뉴욕 소셜라이프 네트워크는, 바로 그것을 가장 효율적으로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 책은 뉴욕의 예술경제를 자랑하려고 만든 책이 아니다. 뉴욕이 세계적인 예술문화로 거듭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지 밝혀내고, 이를 이끌어내는 아티스트들의 노력을 보여줌으로써 ‘컬처비즈’는 인프라 구축에 있는 것 뿐 아니라 크리에이티브 종사자들의 열정이 더해질 때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과거에 사람이 뉴욕을 만들었다면, 이젠 뉴욕이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뉴욕이라는 공간적 본질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필요한 책이다.

상상해보라. 골목을 꺾으면 아이디어를 짜내서 만든 작품으로 좌판을 벌이는 젊은이들이 즐비하고, 다시 골목을 꺾으면 전 세계에서 흘러들어온 괴짜들이 자기만의 음악과 악기로 연주한다. 기발한 인테리어와 최첨단의 음향으로 무장한 클럽들에는 스타일리시한 셀러브리티들이 모여든다. 그들은 길거리나 클럽에서, 어떤 목적을 위해서 혹은 그저 놀기 위해서 만나고 충돌하고 다시 흩어진다. 만약 세계 어딘가에 그런 가장 ‘폭발적이고 변화무쌍한’ 곳이 존재한다면, 비즈니스 기회를 잡기 위해 그곳에 가지 않을 이유가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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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읽는 CEO - 도시의 숲에서 인간을 발견하다 읽는 CEO 8
김진애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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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전문가 김진애의 세계 도시 이야기 


  "문제없는 도시란 이 세상에 없다. 문제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모습을 달리하며 도시에 나타난다. 도시란 온갖 것이 다 모여드는 공간이다. 도시란 삶터이자, 일터이자, ‘놀터’다. 사람들이 모이고 물자가 모이고 정보가 보이고 일자리가 모임에 따라 인간이 만들어내는 온갖 흥밋거리들이 모여 들고, 그 모인 모습이 흥겹고 쓸모 있어서 사람들이 또 모인다.  

그래서 도시는 애증의 대상이다. 그래서 도시는 참 복잡한 복합체이자, 참 헤아리기 어려운 복잡계다. 하지만 그래서 도시는 끝없이 흥미로운 주제다.“ (4-5 쪽)

  도시 건축가 김진애의 <도시 읽는 CEO>는 ‘인간이 만드는 최고의 문화형태’인 도시와 인간(엄밀하게 말하면 저자)과의 관계를 통해 독자에게 사물이나 당면한 일에 있어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고자 한 책이다. 다시 말해 도시 전문가가 바라본 세계의 도시들 사이에서 비슷한 성격과 관련성이 있는 도시들을 묶어 그들을 살펴봄으로써 독자가 어떤 주제에 대해 ‘호기심을 발동하고(호기심), 성찰하며 선택하고(선택), 그 속에 깊이 빠져(기쁨) 종국엔 주제를 넘나들며 상상할 수(상상)’ 있도록 방향을 제시했다. 저자의 의도를 떠나 이 책은 딱히 도시를 ‘즐기려고’ 여행을 해 본 적이 없는 내게는 세계의 도시가 주는 독특한 개성을 짐작하게 했다. 



 

  
  저자는 도시가 사람과 닮았다고 보았다. 사람이 사는 비교적 큰 영역으로 본 것이 아니라 도시가 가지고 있는 역사와 그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역동성을 살펴 도시를 의인화한 것이다. 그래서 어린 시절의 종로통은 낡은 사진의 이미지이고, 자신이 살던 서울을 벗어난 첫 도시 전주는 초록이 주를 이루는 수채화의 풍경이다. 유학차 떠난 이역만리 낯선 땅 미국의 첫 모습은 무섭고 두려웠지만, 불꽃놀이를 터뜨리는 그곳은 황홀했다. 도시 느끼기의 공통점은 어디에나 처음이 있다는 것이다. 그 모습을 한 번만 본다면 첫 인상으로 각인된다. 하지만 그곳을 자주 가 보고, 오랜 시간 머물며 지내본다면 그곳만이 가진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이 보는 모든 사물이 그렇고, 대하는 모든 관념과 문제가 그렇듯이...

  이 책으로 도시를 배운다. 내겐 두 세 글자의 이름뿐이던 도시가 흥미로운 대상이 되었다. 평소 가 보고 싶었던 도시는 ‘죽기 전에 꼭 가야 할 도시’가 되고, 만약 가게 된다면 필히 들리고 싶은 곳도 생겨났다. 건축과 역사, 그리고 영화와 책을 엮어 풀어나가는 도시의 설명으로 도시들은 이야기를 지닌 유기체로 변했다. 도시를 배움과 더불어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저자의 열정도 배우게 되었다. 태어나서 세상을 인지하게 될 때 있었던 것들은 모두가 당연하다. 도시도 그랬다. 그래서 내게 도시는 ‘공존’이다. 하지만 도시 만들기를 꾸미는 저자에게서 도시는 인간의 의지에 의해 전혀 다른 성격으로 변할 수 있고, 버림을 받으면 폐허로 변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속에 사는 인간 역시 도시가 갖는 성격에 의해 지배됨을 배웠다. “인간을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인간을 만든다.”는 말처럼...

  낯선 도시로의 여행길에서 이 책을 만나게 된다면 어떨까? 아마도 지도 같을 것이다. 도시 전문가가 말하는 도시와 사람이야기, 김진애가 오랜만에 이야기하는 건축이야기라서 좋았다. 게다가 산문이어서 세계의 도시 마다 가이드를 받는 기분이 들어 더욱 특별했다. 일반적인 도시 여행기와는 다른 특별한 도시성찰기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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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도의 영어 상영관 - 재미작렬 오만가지 딕SHOW너리
이미도 지음 / 진명출판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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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번역가 이미도씨가 소개하는 최고의 영화 속 최고의 영어명대사!

  제가 중학교 시절엔 공부를 꽤나 깝쳤나 봅니다. 요행히 시험 볼 자격이 되어 수재들이 득실댄다는 ‘과학 기술 고등학교‘란 데를 지원했습니다. 3년 치 교과서를 달달 외우고 의기양양하게 시험장에 들어섰지만, 보기 좋게 낙방하고 말았죠. 주관식 문제가 있는 줄도 몰랐을 뿐더러 중학교 교과서는 시험범위에 50% 정도 밖에 반영되는 것도 몰랐거든요. 지구에서 천왕성까지의 거리를 구하라는 문제에는 그만 울고 말았답니다. 불합격통지서를 받기도 전에 떨어진 줄을 짐작했죠. 그래도 자존심은 남았었나 봅니다. 고등학교는 평준화 지역을 피해 시험을 봐서 들어가는 학교를 지원했죠. ’불합격‘을 이미 경험했던 터라 시험을 앞두고 공부하면서 ’이마저도 떨어지면 어쩌나‘ 하고 무척이나 간을 졸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200점 만점에 183점을 맞았습니다. 180점이 커트라인였다죠. 680명 입학정원 중에서 648등, 간신히 뒷문으로 들어가는 격으로 입학할 수 있었죠.

  입학과 동시에 ‘산너머 산’이란 말을 실감했습니다. 같은 반 아이들은 입학 전에 한 번씩은 읽었다는 ‘성문기본영어’는 처음 보는 문법책이었고, 맨투맨Man-To-Man이라는 당시 첨단의 문법책도 전 처음 보는 책이었습니다. 베개만한 두께의 ‘정석 수학’을 보고는 기함을 했더랬죠. 이 뿐만 아닙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다녔던 시절엔 다섯 가지 교과서 중에서 지역이나 학교마다 선택을 하던 때여서 모의고사 시험을 보려면 ‘5종 교과용 영단어집’을 외워야 했답니다. 단어란 것이 원래 문장 속에서 외워야 하는 게 기본일진대 책은 보지도 못한 채 나머지 네 권에 있는 ‘영단어’를 외워야 하니 가뜩이나 둔한 제 머리로는 모나미 검정색 볼펜을 하루에 한 자루씩 쓸 정도로 하루 종일 노트에 적으면서 영어 단어만 외워야 하는 나날이었답니다. 오랜 시절이 지난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니 우울해질 정도네요.

  이후부터 제게 ‘영어공부’라는 단어는 목 길이가 3센티미터 정도는 줄어들게 주눅이 들게 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간신히 대학을 붙고 ‘영어와는 가장 거리가 먼 학과’에 진학해서 이젠 ‘영어공부와는 정말 끝이다‘고 안녕을 고했는데, 선배들이 제대로 취직을 하려면 토익TOEIC 점수가 좋아야 한다더군요. 이젠 ’지겨운 밥벌이‘도 영어가 좌지우지 한단 말인가 싶어 지긋지긋해 지더군요. 그래서 아예 ’영어공부‘와는 담을 쌓았더랬습니다. 차선책으로 조금은 쉽다는 ’일본어‘를 공부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일종의 도피인 셈이죠. 그러던 중 입대를 하고 행정병으로 있었을 때 였습니다. 직속상관이었던 고참에게서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놀라운 방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바로 ’시청각을 통한 영어학습‘이었죠. 쉽게 말해 ’영어로 된 영화만 주구장창 보면 된다‘는 겁니다. 단, 눈으로 해석을 쫓는 대신 귀를 열고 최대한 들으려고 애써야 한다는 조건이 따랐습니다. 

  명문대학의 영문학을 전공하는 고참의 조언이었기에 ‘무조건’ 따르기로 했습니다. 게다가 헐리우드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 저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영어학습법’이었죠. 제가 중학교에 입학하던 때 우리 외가에서 유일하게 ‘서울대’에 들어간 외삼촌도 이와 비슷한 말씀을 한 적이 생각났습니다. “난 말야. 고등학교 때 주말만 되면 영화관에서 살았어. 영화를 네 번을 봤거든. 첫 번째는 평소같이 그냥 보는 거야. 두 번째는 눈으로만 보는 거지. 최대한 귀를 막고 보면 효과음만 들리고 대사는 하나도 안들리거든. 그 다음 세 번째는 눈을 가리고 귀로만 듣는 거야. 세 번 정도 되면 소리만 들어도 영상이 떠올라서 배우들이 하는 말하는 입모양이 보일 정도가 되지. 마지막엔 처음과 마찬가지로 평소처럼 보지. 그 정도 되면 이 상황에서 배우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떻게 행동하는지 , 감독 빼고 내가 그 영화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되는 거야. 물론 영어 실력이 늘어나는 건 보너스겠지?” 그 때는 이 말이 무슨 말인 줄 몰랐죠. 아무튼 세월이 한참 지난 후 전 영어 고수 고참님의 말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제대 후부터 영어공부대신 영화를 봤습니다. 거의 2년 동안 ‘영어공부를 위한 영화시청’을 한 거죠. 대학 졸업반이 되니 동기 녀석들이 TOEIC 시험들을 보더군요. 큰 기대는 안했지만 저도 봤습니다. 첫 시험에 760점이 나왔더군요. 동기들 중에서 세 번째로 높은 점수였는데, 모두 뜨악한 표정들을 짓더군요. 제가 입사시험을 볼 때만 해도 그 만한 점수면 웬만한 기업에 들어갈 충분한 자격이 되었거든요. 그래서 그 후론 더 이상 시험을 보지 않았죠. 정말이냐고요? 물론 믿으셔도 좋습니다.

  이렇게 장황하게 제 소싯적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책 한 권을 소개하고 싶어서 입니다. 헐리우드 영화를 많이 보는 것(단, 귀를 꼭 열어둘 것)은 확실히 영어공부에 도움이 됩니다. 모두 알아듣고 쓸 줄 알고 영작을 할 수 있다면 완벽하겠죠? 하지만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봐야 할 좋은 헐리우드 영화들이 너무나 많고, 지금도 거의 매주 한 편씩 쏟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어공부에 적당하고 좋은 영화를 찾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게다가 영화를 보면서 실제적인 영어 공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럼 우리 한 번 생각해 보죠. 헐리우드 영화를 통한 영어공부에 가장 좋은 선생님이 될 만한 사람이 누굴까요? 그렇습니다. 바로 영화를 우리말로 번역한 번역가라면 좋은 선생님이 될 자격이 충분해 집니다. 이쯤에서 소개할까요? 헐리우드 대작 영화라면 거의 도맡아 번역을 하신 이미도 씨가 영어공부를 위해 만든 책 『이미도의 영어상영관』을 소개합니다.




  헐리우드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미도’라는 이름은 영화가 끝난 크레딧에 크게 박힌 이름을 익히 들어보셨을 겁니다. 영어 관련 도서를 즐기시는 분이라면 지난 해 나온 ‘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됐다』나 올해 봄에 나왔던 『이미도의 영단어 타이틀매치』도 읽어보셨을 겁니다. 저는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영화는 애정으로, 영어는 애증으로 좋아하기 때문에 이 분의 책은 모두 읽었습니다. 이미도 씨는 두 권의 책을 통해 최근 일간지등 신문에 고정으로 칼럼을 기고하고 있고, 법제처를 비롯해 각종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에서 영화와 영어를 바탕으로 ’창조적 상상력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강연도 하고 있어 이른 바 ’상종가‘를 치고 있는 분입니다. 얼마 전에는 네이버라는 포털의 ’지식인의 서재‘에도 소개된 바 있죠. 



 

  이 책은 전에 나왔던 『영화백개사전 영어백과사전』의 개정판입니다. 오랜 산고 끝에 첫 책을 냈는데, 이런 저런 아픔(책에 잘 소개가 되어 있습니다)으로 숨겨 두었다가 내용을 좀 더 보강해서 다시 꺼내게 되었다는 후문이네요. 이 책에 소개되는 영화들은 장르를 통합해 작품성과 상업성을 두루 갖춘 50 편의 작품입니다. 한 편의 영화마다 영화를 대표하는 핵심 키워드를 선정하고, 그 키워드에 부합되는 단어와 문장들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영어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영화는 영화대로 등급과 별점, 영화의 줄거리와 명대사가 따로 소개되고요, 영어는 영어대로 키워드를 확장해 줌인, 줌업해 가면서 키워드가 포함된 다양한 영어 표현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꼭+입니다. 영화에서 꼭+는 함께 보면 좋을 영화를, 영어에서 꼭+는 꼭 알아두면 좋을, 실용성 높은 영어표현이 소개됩니다.

 

  이미도 씨가 가장 좋아한다는 영화 ‘죽은 시인들의 사회Dead Poets' Society'로 이 책의 예를 들어볼까요?

이 영화의 명대사는 이겁니다.   

"Carpe diem, seize the day, make your lives extraordinary." 

"지금 이 순간을 붙잡아라. 그리고 즐겨라. 여러분만의 특별한 삶을 살아라."

“불행은 언젠가 내가 소홀히 보낸 시간들이 나한테 가하는 복수다.” 이것은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이 남긴 명언과 비슷한 말이기도 한데요, 키팅 선생님이 제자들에게 누차 강조하는 말입니다. 이 영화에는 그 밖에도 주옥같은 명대사들이 많이 나옵니다.   

“Words and ideas can change the world.

언어와 아이디어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I stand upon my desk to remind myself that we must constantly look at things in a different way. 내가 책상 위에 선 것은 우리가 사물을 볼 때 끊임없이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걸 나 자신에게 상기시키기 위해서야” 

“You must trust that your beliefs are unique even though others may think them odd or unpopular. 너희들의 신념은 너희들만의 독창적인 것임을 신뢰하라. 비록 남들이 그걸 이상하게 여기거나 시류에 뒤쳐진다고 생각할지라도!” 

마지막으로 키팅 선생님은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 The Road Not Taken’을 낭송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Now, I want you to find your own walk right now.”

“선생님은 이제 너희가 너희만의 걸음걸이를 찾길 바란다.”



    전국의 수재들이 모인 사립고등학교의 학생들에게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하는 키팅 선생님이 처음에는 시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학과 공부가 아닌 ‘인생의 참된 진리’를 가르쳐주려고 했던 선생님의 진면목을 알아보고는 하나 둘 씩 선생님을 존경하게 되죠. 영화의 막바지에 키팅 선생님은 결국 쫓겨나게 되죠. 그 때 학생들이 선생님의 등 뒤에서 존경의 표시로 책상 위로 올라가 ‘선장님, 나의 선장님!Captain, oh my Captain!' 하면서 울던 장면이 기억나네요. 그래서 저자는 이 영화의 키워드를 ’존경Recpect’이라고 정했나 봅니다. 이미도 씨는 이 영화는 ‘빌리 엘리어트’와 함께 보면 좋을 영화로 소개했더군요. 어떻습니까? 멋진 영화 소개, 영어 소개가 아닌가요? 


  이 책은 영어 책입니다.

 단어장 속에 뒤섞여 있는 죽은 단어들의 배합이 아니라, 영화속 배우들의 대사, 즉 생생히 살아 있는 실용영어 속 단어들 중에서 핵심만을 뽑아낸 고농축 영어 책입니다. 실제로 생활에서 활용되고 있는 영어들이라 다른 영어책에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표현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강의를 하듯 친절하게 보충해주는 설명글들이 마음에 듭니다. 영어공부라면 영단어장과 연습장, 그리고 펜이 있어야 그럴 법한테 달랑 ‘형광펜 하나’로 책을 모두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영화책입니다.

 여기에서는 목에 힘이 좀 들어가네요. 여기 50편의 영화중에서 ‘오즈의 마법사’만 빼고 모두 본 영화들입니다(힘이 들어간 이유, 아시겠죠? 흠..큼..). 장르별로 하나같이 유명한 영화, 사랑받는 대표영화들입니다. ‘이건 아닌데...’하는 작품이 단 하나도 없더군요. 이 영화들은 어떻게 선정되었는지 궁금해집니다. 제가 좋아하는 ‘러브 액추얼리’도 있고요, 아직도 미국에서는 역대 최고의 남자배우로 손꼽히는 ‘험프리 보거트’의 ‘카사블랑카’도 있네요. 탐 크루즈의 배우적 진면목과 르네 젤위거와 쿠바 구딩 주니어를 발굴해 낸 스포츠 영화 ‘제리 멕과이어’도 들어 있네요? 우리나라에서 와인붐에 일조했던 최고의 영화 ‘사이드웨이‘가 빠질 리가 없겠죠? 확인해 보세요, 없는 영화 빼고 다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번역가의 영화에세이입니다.

 영화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자국민이 가장 쉽고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대본을 다시 쓰는 사람이 번역자입니다. 영화 번역이라는 작업은 영화 장면의 한 컷 한 컷에 맞게 대사를 넣기 위해서는 많이 압축도 해야 하고, 영어식 표현을 우리 식으로 순화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번역한 영화에 대해서는 대본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영화를 만드는 스텝 중 한 사람이 본 영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헐리우드 명작 50 편을 번역가인 이미도 씨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았는가를 살필 수 있습니다. 영화 속 비하인드 스토리와 제목과 대사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듣는 것은 책의 재미를 더하는 양념이 될테고요. 

  이 책을 읽다 보면 예전에 봤던 영화임에 틀림이 없는데도 다시 한 번 그 영화들이 보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표현되었던 영어대사들을 직접 눈으로 귀로 찾아보고 싶어 집니다. 이 정도면 ‘영화라는 시청각을 통한 영어교재’로서 손색이 없는 것 아닐까요? 이 책은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유익합니다. 책을 덮고 나면 머리와 가슴 속에 뭔가 가득 채워진 듯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페이지 마다 헌즈라는 일러스트 작가가 그린 올컬러의 영화 패러디 포스터들도 재미를 더했습니다. 이 작품들 이후의 50 편을 모아 2 탄 나온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영화를 사랑하고, 영어공부를 필요로 하는 독자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읽고, 보기에 딱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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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의 인간 동물원에서 살아남는 법
막시무스 지음, 송진욱 그림 / 이른아침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동서고금의 인생스승의 지혜가 담겨 있는 블로그 같은 책! 

  막시무스Maximus를 아시나요? 이 분의 책은 <막시무스의 지구에서 유쾌하게 사는 법> 1,2 편을 읽어서 리뷰를 쓴 바 있는데, 정말 재미있게 글을 쓰시는 분입니다. 미국에 풀검 아저씨가 있다면, 우리나라엔 막시무스(프레시안 플러스대표, 본명 이근영 씨)가 있습니다. 그의 책은 동서고금의 위대한 인물을 인생의 스승으로 삼고 그들의 말씀을 현대의 글로 다시 풀어서 재해석한 것으로 유명한데요, 위트와 유머 속에서 날카로운 현실비평이 담긴 짧은 글들로 가득하답니다. 많은 번역서와 함께 자신의 책들도 꽤 있는데요, 이번에는 <막시무스의 인간동물원에서 살아남는 법>을 읽었습니다. 어땠냐고요? 대답하기 입 아파요. 막시무스의 글이라니까요, 참!!
 

이 책은 예전에 출간한 책 <농담>, <편견>, <변명>의 내용드을 수정, 발췌해서 다시 엮은 책이라네요. 다시 말해, 앞의 책들을 읽으신 분들은 굳이 따로 사서 읽으실 필요가 없단 말씀이고요, 반대로 생각하면 이 책만 읽으면 앞의 책 세 권을 읽는 격이란 소리죠. 전 세 권을 읽었네요? 하하하 ^^

<막시무스의 지구에서 유쾌하게 사는 법> 1 편 리뷰:  

http://blog.daum.net/tobfreeman/7038628

<막시무스의 지구에서 유쾌하게 사는 법>  2 편 리뷰:  

http://blog.daum.net/tobfreeman/7052604



 

   이 책의 구성은 이렇습니다. 동서고금의 인생스승들의 말씀을 영어로 수록했고요, 그 밑에 해석을 달아두었죠. 맨 아래는 막시무스의 황금같은 주석들이 스승들의 말씀을 재해석 했습니다. 영어공부를 하시는 분들게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만, 저처럼 영어를 못하는 친구들에게는 ‘차라리 막시무스의 글로 더 채우지...’하는 아쉬움을 남깁니다. 책을 채우는 내용들은 인간동물원의 중요한 요소들, 여자, 돈, 친구, 변명, 교육, 세상, 인생, 지성, 정치, 충고, 인간, 일 등에 대해 이야기 한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It takes a woman twenty years to make a man of her son,

and another woman twenty minutes to make a fool of him.

한 여자가 자기 아들을 남자로 만드는 데는 20년이 걸리고

또 다른 여자가 그 남자를 바보로 만드는 데는 20분이 걸린다.

-Helen Rowland(로우랜드; 미국의 작가)

...

한 남자의 일생에 두 여자가 있듯이

한 여자의 일생에도 두 남자가 있습니다.

하나는 양치기,

다른 하나는 늑대.

정상적인 경우,

늑대가 양치기에게

‘장인丈人‘이라고 부르지요.

 

(16쪽 - 어머니와 아내의 차이 편)

   하루종일 두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도 내가 본 세상만 살폈을 뿐, 세상의 모든 것은 살필 수가 없네요. 그래서 어떤 분은 ‘아는 만큼 세상이 보인다’고 말했나 봅니다. 꽤 살았다고 생각하면서도 세상에 채이고 상채기가 나는 것을 보면 이 세상이란, 막시무스가 말하는 ‘인간동물원’이란 곳은 무척 넓은가 봅니다. 이 책은 인간동물원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좀 더 유연하게 살아갈 수 있는 시선을 제시해 줍니다. 제목처럼 살아남기 즉, 생존을 말하기 보다는 즐기기, 바라보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글을 읽으면 과연 저렇게 위대하고 유명한 사람이 이런 말을 했을까 싶기도 하고, 저 옛날 사람이 오늘날도 통할 수 있는 말을 했단 말인가 놀라기도 합니다. 동서고금의 위인들의 말씀으로 유행이 돌 듯, 인간의 역사의 근간은 돌고 도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나보다 더 느리게 운전하는 인간은 바보다.

하지만 나보다 더 빠르게 운전하는 인간은 미친놈이다.”

    미국의 코미디언 칼린이 한 말인데요, 세상 모든 사물을 자기 중심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의 편현한 시선을 대변한 조크입니다. 막시무스는 이런 사람들의 시선이 자기보다 덜 개혁적인 놈은 수구 보수라 하고, 더 개혁적인 점은 급진 좌파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존재하는 세상은 아무 말이 없는데, 세상 사람들이 보는 눈은 참 별나기만 합니다. 

  이 책을 읽다가 보면 ‘블로그에 옮기고 싶다’고 느끼는 글들을 많이 만납니다. 짧은 내용에 깊은 생각을 던져주기 때문에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서죠. 하루에 한 페이지씩 옮겨보면 어떨까도 생각합니다. 막시무스가 허락받지 않았다고 제게 욕을 할까요?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출판사가 고소하겠죠? 알 수는 없지만 겁이 나서 리뷰로 대신하렵니다. 여러분도 이 책을 읽으면 꼭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실 겁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읽기에 참 좋은 책입니다. 화장실에서 읽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잠자리에서요? 그보다 더 좋을 때가 있을까요? 

  이상하죠? 전 막시무스의 리뷰를 쓸 때면 항상 ‘책장수’가 된 기분이 드네요. 문장을 들어갈 즈음이면 어김없이 마음속에서는 ‘이 책 한 번 읽어봐~~’하는 약장수의 멘트가 생각나니까요. 늘 그렇듯 제게 책장수라 놀려도 상관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을 수만 있다면 기꺼이 놀림 받겠습니다. 재미없고 나쁜 책을 팔았다면 욕먹어도 싸지만, 재미있고 좋은 책이니 마음껏 자랑하고 싶네요. 따분한 일상에 시원한 바람같은 미소를 선물해 줄 겁니다. 책장수, 리치보이는 이만 물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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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 7
김두식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법권의 신성함은 국민이 준 것임을 알라!

어느 날 두 여인이 아기 하나를 놓고 서로 자기 아기라고 주장하여 솔로몬 왕의 판결을 받게 되었다. 서로 자기 아기라고 주장하는 두 여인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솔로몬 왕은 칼로 아기를 반으로 갈라 두 여인에게 나누어주라고 하였다. 왕의 명령을 받은 병사는 당장 시퍼렇게 날이 선 칼을 빼들고 아기를 거꾸로 높이 쳐들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울음을 터뜨리며 아기가 반으로 잘리느니 차라리 상대편 여인에게 주어도 좋으니 아무쪼록 죽이지 말아달라고 하였다. 왕은 칼을 멈추게 하였다. 그리고 아기를 울고 있는 여인의 품에 안겨 주며, 어머니라면 아기의 목숨을 먼저 생각하는 법이라고 말하였다. 그는 다른 여인을 궁 밖으로 끌어내게 하였다. [열왕기 상 3:16∼28]

  유명한 솔로몬왕의 재판은 아이를 반으로 갈라 죽임으로서 진짜 엄마를 판단한다는 쉬운 결정이었지만, 진짜 엄마라면 아이를 죽임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모성에 의지한 재판이었다. 솔로몬 스스로도 누가 진짜 아이의 엄마인지 알 수 없음을 인정한 사례이기도 한데 이는 인간이 다른 인간의 죄를 판단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예이기도 하다. 우리는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고 말한다. 또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고 말한다. 응당 그래야 할 것인데, 실제는 나처럼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다. 사실 여부를 알기는 쉽지 않다. 법으로써 사람 사는 세상을 다스리는 사람들과 일반인 사이에는 소통이 불가능한(최소한 그렇다고 생각하는) 너무나 큰 벽(편견일 수 있지만)이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벽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외치면면서도 막상 앞으로 나서지는 못한다.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행여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겁이 나서다. 법원의 존재이유는 당연하고 꼭 필요하지만 직접 만날(원고이든 피고이든) 일이 없으면 좋겠다는 것이 솔직한 속내다. 어쩔 수 없는 겁 많은 쥐새끼인 셈이다, 난. 

  그런 차에 방울을 들고 있는 한 사내를 발견했다. 사내의 이력도 재미있다. 왕년에 고양이였다가 다시 쥐로 돌아왔단다(지금껏 말한 고양이와 쥐는 ‘대면시의 위축감에 대한 표현’일 뿐이다. 설마 나를 누가 잡아먹겠는가?). 그리고 고양이였던 쥐가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걸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쥐들아, 너희가 알고 있는 고양이는 고양이 옷을 입었을 뿐 호랑이만큼 포악하지는 않아. 그리고 그리 무섭지도 않지. 얘들도 집에 가면 쥐로 변한단다. 가끔 호랑이 가죽을 입은 고양이들이 있긴 해. 하지만 전부는 아니지. 그러니 지레 겁먹지 말고 말 걸어봐. 안 잡아먹고, 실은 못 잡아먹어. 저희들도 쥐니까...” 전직 검사였으며 <헌법의 풍경> 등의 저술을 한 바 있는 김두식 씨가 김종철 씨와 함께 방울(책)을 만들었다. 방울을 만든 대장간은 창비(창작과 비평). <불멸의 신성가족>이다.  



 

   이 책은 판검사, 변호사를 비롯해 법조계와 각종 소송 경험자등 모두 23명의 구술(심층면담)과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사법 현실을 재조명한 책이다. 다시 말해 법에 관련된 일반인들의 개인적인 면접들을 종합해 나름의 구체적 일반성을 찾고자 노력한 책이다. 23명의 이야기를 통해 문제점을 찾고 그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는 면접들의 종합에서 일반성을 찾는다는 점에서 신뢰성을 보장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꽤 선명도가 높은 망원경(부분을 조망함에 어울리는 단어다)으로 벽 너머의 세계를 조망하는 셈으로는 무리가 없었다. 저자가 알고 싶은 의문들은 나 역시 늘 궁금했던 사항들이었기 때문이다. 

1997년(의정부와 대전의 법조비리 사건)부터 법조계는 그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해졌다는데, 왜 시민들의 불신은 사라지지 않는 걸까?

변호사들은 사무실을 운영하기 위해 건당 최소한 500만원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일반인들은 그 같은 최저 수준의 수임료도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는데, 적절한 수임료라는 것이 있기는 있을까?

법조계에 기생하는 브로커들의 문제는 과연 필요악일까, 아니며 근절해야 할 구조적인 악에 불과할까?



    저자는 모든 문장에는 “모든 판사(검사, 변호사)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모든 법원(검찰청, 변호사 사무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고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08년 7월 기준으로 변호사 10,173명, 판사 2,352명, 검사 1,676명, 모두 14,201명인 선택받은 <신성가족>을 겨냥한 이야기인 만큼 구술자의 입에서 나오는 고발성 내용은 흠집을 내가에 충분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 명이 넘는 집단을 모아두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 이야기는 당신 이야기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자성自省을 요구하는 저자의 의도가 담겨 있었다.

  일부의 비리법조인들의 이야기, ‘썩은 사과’의 이야기는 책을 통해 독자가 살필 몫이다. 다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썩은 사과’는 어느 사회에나 있듯 이곳에도 ‘냄새가 푹푹 날 만큼 충분히 썩은 사과’들도 있었다. 구술자들이 고백한 ‘썩은 사과들’의 부패 정도와 내용은 어느 할리우드 법정영화 못지않은 스토리로 가득한데, 그래서 무척 흥미로워야 할 스토리가 나와 내 지인들이 그 법정영화의 원고와 피고로 섰거나 설 수 있다는 생각에 흥미로울 수 없었고, 암울하고, 참담함마저 느끼게 했다. 정말 신성해야 할 사법계에도 ‘썩은 사과’가 존재하는 원인은 그들 역시 돈과 성공 앞에서는 흔들리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또한 그들 역시 퇴근 후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사람이기에 품게 되는 ‘人之常情’을 탓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사람이기 때문에 갖게 되는 약점을 보완하는 제도적 견제장치가 필요한 것이고, ‘썩은 사과’가 발견될 때마다 점점 더 보강해야 함은 물론이다. 

  저자는 일반인(국민)들의 사법계에 대한 불신에는 ‘의사소통의 부재’와 ‘원만함이라는 신성가족 이데올로기’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진짜 엄마를 찾아낸 솔로몬 왕의 현명한 재판에서는 두 엄마의 주장을 경청했다는 전제가 있었다. 어쩌면 솔로몬 왕은 아이를 죽이는 판결을 내리기에 앞서 그들의 육성과 표정이 담긴 주장에서 진짜 엄마를 찾았을지도 모른다. 저자 역시 ‘그들만의 리그’에서 통하는 용어로 첨철된 글로 된 문서로 의사소통을 선호하는 사법시스템(메신저나 문자로 싸움을 해 본 사람은 자신의 답답함과 억울함을 어필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를 짐작할 것이다)을 지적했다.  

 물론 사법계가 현재도 살인적인 업무량으로 시달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판검사의 대폭 증원하는 등의 시스템개선의 의지가 있다면 시도해서 값비싼 수임료를 주고 변호사를 사기 보다는 ‘국가기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는다면 ‘불신’은 해소될 수 있다고 보았다. 나아가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원만함, 즉 청탁을 거절할 수 있는 용기를 무너뜨리는 신성가족의 원만함은 우리사회 전체가 돌아가는 방식(좋은 게 다 좋은 것)과 맞물려 있어 바꾸는 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라고 보았다. 

  그에 대해 신성가족 시스템을 해체시키는 출발점으로 ‘판검사에게 말을 걸라’ 저자의 해법은 흥미로웠다. ‘줄을 대고, 빽을 써서 그들과 닿아야 이긴다’는 국민의 불신은 지나친 편견일 수 있다. 전화 걸어줄 사람을 찾지 말고 직접 전화를 하고, 직접 면담을 신청하는 것. 그리고 변호사에게 소송 진행에 대한 상황을 듣고 내용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임을 새삼 배운다. 하지만 과연 실천할 수 있는 용기가 내게도 있을까? 권리를 주장하다가 밉게 보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의 셈으로 뽑아본 바에 의하면 인맥으로 칠 법조인이 한 명도 없는 85.8%의 시민들에게 사법사회는 캄캄한 미지의 세계이다. 그렇기에 권말에 제시하는 저자의 조언은 동굴 속 탐험에 앞선 촛불만큼의 크기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한 가지 소득(책 한 권을 읽으면서 얻는 소득치고는 너무 알량하지만)이라면 브로커들의 비기秘記였던 <한국법조인대관>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어 국민들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불멸의 신성가족>이라는 책의 존재만으로 사법계에 미치는 영향은 클 것이다. 면접자가 <신성가족>의 일원이고, 그들이 가리키는 손가락이 자신들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독자로서 사법계의 이모저모를 관찰함으로써 어느 정도 벽은 스스로 허물을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같은 불신이라고 하지만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과 ‘사법계에 대한 불신’과는 뉘앙스에서 차이가 있다. 국회의원은 국민 손으로 뽑은 국민 대표이기에 그 지위는 높여주되, 한 인간으로서의 의원은 같은 높이에서 바라본다(평범해진 이 사실은 위대한 민주화의 승리다). 하지만 법관에게는 그렇지가 못하다. 조금 다른 뉘앙스의 이유는 마치 우리가 시계를 만들고 시간에 철저히 얽매어 살 듯, 법이라는 ‘만인의 약속’을 만들고 그것을 해석해 줄 사람을 뽑았기에 이들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법이라는 ‘약속’을 존중하고 따르려 하기에 ‘법관’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못하는 것도 아닌)이다. 사법계가 <신성가족>으로 불리는 이유는 사법고시를 패스한 뛰어난 머리나, 학력을 신성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법을 신성시하기 때문이다. 사법계는 이러한 국민의 굳은 약속을 알아야 한다. 법으로써 판단하는 사람들 역시 법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국민들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알아야 하고, 국민들이 만든 약속의 무서움을 안다면 그들의 하소연에 더욱 ‘귀 기울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만약 솔로몬 왕이 두 엄마의 눈물이 담긴 진술 없이 문서로 판단했다면, 과연 어떤 평결을 내렸을까 생각하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Written by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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