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재테크 도서의 변화

재테크하려거든 우선 불신不信부터 하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년 가까이 ‘재테크’라는 단어는 터부시되었다. 어느 대화에서건 이 말만 꺼내기만 하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미간이 구겨지고, 입술이 씰룩거려서 분위기가 험해지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 재테크에 대한 이러한 푸대접은 출판시장에도 마찬가지였다.

  금융위기 2년 동안 재테크 도서의 매출은 거의 반토막이 났다. 경제경영서 매출에서 재테크 도서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정도이니 경제경영서의 매출 역시 큰 타격을 입었다. 금융위기 이후 급속히 얼어붙는 경기에 국내외 투자수단의 지수들이 하나같이 마이너스를 향해 곤두박질쳐서 ‘재테크’에 이가 갈릴 지경이니 책이 팔릴 리 만무했다.  

  하지만 재테크 즉, ‘개인이 재산을 관리하는 기술’은 불황에도 필요한 법, 사람들은 스멀스멀 다시 재테크 코너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독자들은 예전의 그들이 아니었다. 단 돈 천 원짜리 커피 한 잔을 마시려 해도 지갑을 열기 전 효용을 따지게 된 그들은 주식-펀드-부동산-저축 상품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나열하는 현실성이 떨어지고 실용성이 없는 옛날 재테크 도서에는 더 이상 흥미를 두지 않았다.

  또한 이번 금융위기로 수익률에 내포된 리스크(위험)를 배웠기에 무조건 ‘높은 수익률’이 예상된다고 해서 모두 ‘좋은 투자’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금융위기 이전의 재테크 성향이 ‘꿈이 더해진 공격적인 재테크’였다면, 이후의 재테크는 ‘철저하게 100% 팩트fact에 근거한 보수적인 재테크’로 변했다. 그리고 몇 달, 몇 년짜리 행운 같은 재테크 계획 대신 80년 생애를 생존가능하게 할 수 있는 재무설계, 즉 재산의 장기적인 청사진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이에 재테크 도서들도 재빨리 변화하기 시작했다.  

   금융위기 이전 코스피가 2000 포인트를 넘나들던 2007년 11월까지 서점가 베스트셀러 1위는 단연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한스미디어)였다. 이 책은 이제 막 취직한 20대 직장인에게 직장 5년 만에 1억이라는 종잣돈을 모으고 싶다면 5년간 미치도록 돈을 모아야 한다고 설득했다.

   소비를 할 때는 항상 절약을 염두에 둬라, 지출을 위해 백해무익한 담배를 끊어라, 술값을 절약하기 위해 모임도 줄이고, 심지어 1억을 모으는 5년간은 아예 연애도 하지 말라는 책 속의 뻔한 내용들은 엄마의 잔소리 같았지만, 현가와 복리 개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인상적이고 생활 속에서 목돈 만드는 습관 키우는 요령 등은 실행 가능해 보였다. 

비슷한 시기에 <대한민국 2030 재테크 독하게 하라>(미르북스)도 출간되었는데, 대한민국 No.1 재테크 커뮤니티 20만 회원의 노하우가 집대성되었다는 선전에 많이 팔려 그 해 올해의 책이 되기도 했다. 이 책 역시 재테크의 기초 마인드 확립부터 출발해서 금융 지식, 펀드, 주식, 보험, 내 집 마련에 대해 두루 설명하고 성공사례들을 수록했다.

이 책을 읽은 수많은 20대들이 투자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1년 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쓴 맛을 톡톡히 봤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투자자들에게 IMF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변화를 가져왔다. 부자들은 전문가에게 의존하는 ‘묻지마식 재테크’ 대신 스스로 재테크에 참여하며 본인의 역할을 중시하는 경향을 띠기 시작했다. ‘모르는’ 자산관리에서 ‘아는’ 자산관리로 트렌드가 변화한 것이다. 갈 곳을 찾지 못하는 자금이 은행으로 몰리고 적금까지도 늘어났다. 구식 재테크 수단으로 취급받던 정기적금은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 선호 속에 증가세를 보였다. 서민들도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재테크 수단으로 다시 적금 같은 고전적인 방법으로 돌아갔고, 2009년 통장만 잘 굴려도 목돈을 모을 수 있다는 <4개의 통장>(다산북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재테크 분야 올해의 책에 올랐다.

   <4개의 통장>(다산북스)은 ‘자동 돈 관리 시스템’이라고 해서 급여 수령 및 고정 지출 관리용인 급여 통장, 변동 지출 관리용인 소비 통장, 예비 자금 관리용인 예비 통장 그리고 투자 관리를 위한 투자 통장, 이렇게 통장 4개를 이용해 돈의 용도를 구분하여 활용하면 자동으로 돈이 쌓이고 불어나게 하는 통장 관리의 기술을 담았다. 아울러 지출을 통제하는 지출 관리, 예비자금을 보유하는 예비자금 관리, 장기간 투자하는 투자 관리의 3단계 돈 관리법을 통해 저축하고, 대비한 후 투자하라고 권했다. 

   <4개의 통장>이 부자가 되기 위해 저축을 통한 충실한 돈 관리를 강조했다면, <부자통장>(청림출판)재테크나 통장관리에 앞서 ‘돈을 대하는 태도’부터 고치라고 강조했다. 저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번번이 재테크에 실패하는 이유는 바로 ‘양철냄비 근성’에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무엇을 시작하면 빨리 이루고 싶어 하고, 이루어낸 성과를 어서 남에게 보여주고 싶어 안달복달하는데 우리의 그런 성향이 재테크에 그대로 적용되어 투자하기만 하면 손실을 본다고 꼬집었다. 저자는 근시안적 안목대신 일생이 늘어난 만큼 투자에 있어서도 장기적인 관점으로 봐야 한다며 재무설계를 권했다.

재테크에 있어 1~5년짜리 단기적인 전술이 아닌, 10년 이상의 중장기 전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은 이영권의 <부자가족을 가는 미래 설계>(국일증권연구소)이 먼저였다. 저자는 가정성공학의 관점에서 행복한 노후설계를 위해 직장대신 직업을 갖고, 주가를 관리하듯 가족행복도 관리하며, 부동산보다 든든한 자녀교육에 투자하고, 재테크하기 전에 경제를 배우라고 강조했다.

출생률 저하와 노령인구의 증가로 대한민국은 지금 2005년 이후 8명의 젊은이가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다. 그러나 2020년에는 젊은이 4.6명이 노인 1명을 책임져야 하고, 2050년에는 젊은이 1.4 명이 노인 1명을 책임져야 한다.

지금의 40~50대가 자식에게 부양을 의지하지 못하는 첫 세대가 되고, 지금의 젊은이들은 부모 대신 생면부지의 노인들을 세금으로 모시는 첫 세대가 된다는 저자의 주장은 미래가 결코 핑크빛이 아님을 실감하게 했다.  

  한편 <통장의 고백>(더난출판)과 <재테크의 거짓말>(위즈덤하우스)처럼 금융전문가들이 투자자의 편에 서서 ‘당신은 지금껏 돈을 잃는 재테크를 하고 있다’고 고백한 책들도 등장했다. 적은 돈이지만 꾸준히 저축을 하고 있지만 나아지기는커녕 수많은 사람들의 삶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참다못한 주부들이 맞벌이를 위해 저임금의 직업전선에 뛰어들어 벌고 있다. 힘들게 모아 만든 주식 부동산 등 피 같은 재산은 인플레와 대출이자, 그리고 세금으로 점점 줄어들거나 금융위기 같은 악재로 10년 동안 오른 가격이 순식간 허무하게 사라져 버린다. 다들 열심히 투자하는데, 돈을 번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저자들은 금융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들이 투자자들이 알기 어렵고 현혹되기 쉬운 금융거래의 맹점들을 지적하며 지금껏 언론과 금융기관을 믿고 투자했던 우리의 재테크는 ‘투표에서 이기고 개표에서 지는’ 뻘짓이었음을 밝혀낸다. 아울러 더 이상 현명한 금융소비자가 되고 싶다면 스스로 금융지식을 충분히 익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재테크의 변화 바람은 부동산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5월 25일 한국은행은 “3월 말 현재 가계부채가 801조 3,9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주택수요가 큰 30~40대의 7가구 중 1가구꼴로는 아파트값 상승기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한 후 빚 부담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들이다. <하우스푸어-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더팩트)는 가처분소득의 40% 이상을 주택 담보대출의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는 69만 세대의 하우스푸어들의 실상을 낱낱이 분석해 지난 해 출간되었다.

  2008년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한경BP)와 <위험한 경제학 1,2>(더난출판) 등을 연이어 출간하며 가계대출과 PF 대출로 인한 암울한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을 예견했던 선대인은 주택소유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하우스푸어>는 리서처들을 동원해 등기부등본을 열람, 복사하여 철저한 팩트fact를 근거로 치솟는 아파트가격을 둘러싼 거대한 거짓과 음모에 대해 낱낱이 파헤치며 아파트는 더 이상 투자 대상이 아님을 역설했다.  

  얼마 전 출간된 <빌딩부자들>(다산북스)은 부동산 투자의 대세는 아파트가 아닌 ‘빌딩(수익형부동산)’이라고 주장했다(이 책에서 말하는 빌딩이란 ‘건물의 형태를 갖추고 매달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부동산’이다). “남의 돈 천 냥보다 제돈 한 양이 더 가치 있다.”는 말이 있다. 금융위기 이후 매 달 천만 원씩 떨어지는 아파트 매매가를 보고 아파트는 더 이상 ‘부동산 불패신화’가 아님을 알았다. 아파트 투자의 대안으로 수익형부동산이 주목되면서 <빌딩부자들>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인 로버트 기요사키는 <부자들의 음모>(흐름출판)에서 요즘과 같은 불황에는 ‘수익형부동산’을 통해 현금흐름을 위한 부동산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부동산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역시 ‘수익형부동산’을 주종목으로 하고 있다. 이들의 부동산 투자방식을 우리나라에 대입한다면 ‘사람이 많이 몰리고 있는 수도권의 신흥도시에 연립주택이나 상가를 경매로 낙찰 받아 리모델링을 한 후 임대하는 것’이 아닐까.

           

  지금까지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재테크 도서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여기서 독자이면서 투자자인 여러분이 명심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한다. 투자하려거든 뉴스도 의심하고 신문 기사도 의심하자. 은행, 은행, 주식시장 등 투자대상은 무엇이든 일단 의심하자. 이번에 터진 부산저축은행 사태만 하더라도 피해자는 저축은행을 믿은 ‘순진한 투자자’들이 아니던가? 

  재테크를 하려거든 ‘맡기지 말고, 직접 투자하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워야 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안 먹고 못 입으며 번 피 같은 돈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지금은 배워서 아는 만큼 돈 버는 세상이다. 저축 상품 하나라도 충분히 배우고 익힌 후에 선택해야 할 것이다. 남에게 맡길 바에는 어느 책 제목처럼 차라리 ‘다 쓰고 죽는’ 편이 낫다.

   재테크에 관련된 책들을 실컷 뒤져본 결론이 ‘아무나 믿고 함부로 투자하지 말자’이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소설보다 더 아이러니한 세상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 아니던가. 


1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4개의 통장- 평범한 사람이 목돈을 만드는 가장 빠른 시스템
고경호 지음 / 다산북스 / 2009년 1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내일 수령" 가능
2011년 06월 03일에 저장

부자 통장- 가장 빨리 부자가 되는 내 돈 사용법
박종기 지음 / 청림출판 / 2011년 2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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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의 고백- 당신만 모르는 금융회사의 은밀한 진실
심영철 지음 / 더난출판사 / 2010년 3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1월 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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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의 거짓말- 속지 않고 당하지 않는 재테크의 원칙
홍사황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2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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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노볼THE SNOWBALL

- 앨리스 슈뢰더 저, 이경식 역, 2009, 랜덤하우스

리뷰 보기: http://blog.daum.net/tobfreeman/7162959

 

  “만일 제대로 된 눈 위에 서 있다면 눈덩이 굴리기는 이미 시작된 겁니다. 내가 그랬습니다. 이건 돈을 불리는 이야기만 뜻하는 게 아닙니다. 세상을 이해하고 친구를 만들어 나가는 문제입니다.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눈이 호감을 가지고서 제가 먼저 붙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는 그런 사람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본인 스스로 촉촉한 눈이 되어야 합니다. 잘 뭉쳐지게 말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눈을 계속 붙여야 합니다. 갔던 길을 물리고 뒤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언덕 위까지 계속 올라가야 합니다. 인생이 그런 겁니다.“ 

  워런 버핏에게 있어 스노볼은 투자를 넘어 세상을 이해하고 인생을 사는 방법을 대표하는 단어입니다. 바로 ‘무엇이든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선택하라’는 뜻이죠. 이것이 바로 워런 버핏이 살아가는 방식인 겁니다. ‘스노볼‘은 ’세계 최고의 부자‘라는 화려한 간판보다는 ’제 인생을 온전히 저다운 근성으로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로 비춰집니다. 

  이 책을 2009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 4차 산업이라고 하는 ‘금융산업’시대를 맞아 우리 대부분은 금액에 상관없이 ‘투자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지겨운 밥벌이’ 운운하며 우리가 직장을 나가고 사업을 하는 이유는 바로 ‘돈’을 벌어 지금보다 더 안정되고 풍요로운 생활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투자행위’ 역시 내 일과 상관없이 ‘돈이 돈을 벌어주는 시스템’을 구축해서 ‘안정되고 풍요로운 생활’을 보다 더 앞당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 한 번 생각해 보죠. 당신에게 ‘안정되고 풍요로운 생활’ 즉, 행복한 생활이란게 무엇인가요? 그저 돈을 더 많이 벌어 ‘잘 먹고 잘 쓰는 것’인가요? 그렇지 않다고 말할 겁니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돈을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고 ‘돈을 위해 자존심을 버리는 일’을 벌이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다 필요없어. 돈만 더 주면 뭐든 할 수 있어.’라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는다는 겁니다. 돈이 전부는 아니라고 말을 하지만 사실은 ‘돈‘만을 위해 벼랑 끝일지도 모르는 알 수 없는 길을 내달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필요한 책입니다.

  워런 버핏은 세계 최고의 부자를 위해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가치투자’라는 뚜렷한 투자관을 정립하고, 자신이 가장 행복한 방법을 통해 투자했습니다. 일확천금을 벌어들일 수많은 방법이 그를 유혹했지만, 자신이 지금껏 걸어온 인생에 어긋남이 없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클릭Click산업‘으로 대표되는 IT 혁명이 있을 때도 그는 ’브릭Brick산업‘에만 투자했답니다. 당신의 투자관은 무엇입니까? 당신은 어떻게 부자가 되고 싶습니까? 그리고 하나 뿐인 인생을 어떻게 꾸려나가고 싶습니까? 이 책을 읽는다면 투자를 넘어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지금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오마하 현인‘에게 물어볼 수 있을 겁니다. 자신이 죽기 전에 ’평전‘을 내도록 허락한 이유도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깨우치길 바란 때문일 겁니다. 책 제목처럼 그래야 행복이라는 복리가 조금 더 빨리 늘어날 테니까요. 스스로가 투자자라면 놓쳐서는 안될 최고의 책입니다.

2.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박민규, 2009, 예담 

리뷰 보기: http://blog.daum.net/tobfreeman/7163117

  문학에는 문외한인 제가 올해 얻은 큰 수확이 있다면 아마도 소설가 ‘박민규’를 알게 된 것일 겁니다. 세상의 판단대로라면 저 역시 <1Q84>에게 손을 들어줘야 할 겁니다. 하지만 전 두 번째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로 선정했습니다(저의 뒷통수에 조금 남아있는 반골기질 탓이기도 합니다). 

  저는 소설을 흔들리기 위해 읽습니다. 배우고, 익히는 것을 실용서에서 찾는다면 내 마음을 흔들어줄 무엇은 영화나 소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나이를 먹을수록 타인으로부터 흔들리기는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살 만큼 살았다고, 나름의 ‘개똥철학’이 생겼다고 남의 이야기에 찬동하기 보다는 제 생각을 어거지로 우기는 ‘똥고집’을 피우게 되죠. 소설과 영화는 사고思考를 확장시켜 줍니다. 이 장르의 기본은 ‘공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동일시하게 되고, 그래서 간접경험을 얻게 되죠.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배울 수 있다는 말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소설은 저를 제대로, 그리고 많이 흔들어 놓았습니다. 

  이 소설을 한 단어로 말한다면 ‘파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문장형식을 파괴하고, 우리의 고정관념을 파괴합니다. 그리고 파격적인 시도들도 선보입니다. 하지만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금방 익숙해져서 다른 소설을 읽을 수 있을까 걱정하게 합니다.

  소설의 소재는 ‘외모’이고, 주제는 ‘사랑’입니다. 흔하디 흔한 소재와 주제를 가지고 전혀 상상하지 못하는 구성으로 저를 흔들었습니다. 스무 살 청춘들의 러브스토리는 강산이 두 번 변할 만큼 늙어버린 제게 그 시절의 나를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고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공감과 동감에 수없이 고개를 주억거리게 했었죠.

  또한 제가 사랑하는 ‘데미안’이 ‘요한’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습니다. 소설 속 세 번째 주인공인 요한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눈에 밟힐 만큼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요한은 ‘박민규’더란 말이죠. 그래서 그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내년에는 그의 소설을 추적해 읽어볼까 합니다. 올해 박민규를 만난 건 내게 큰 행운이었습니다.  



3. 주식투자란 무엇인가1 박경철, 2009, 리더스북

리뷰 보기:http://blog.daum.net/tobfreeman/7162747

 

  "주식시장을 무서운 적이라고 생각하라. 그것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어떻게 하려고 있는지, 내 속을 훤히 꿰뚫어보는 천리안과 같은 무서운 적이다. 시장은 내 머리속에 들어앉아 내 마음을 읽기 때문에 아무리 잔머리를 굴려도 시장을 상대로 이길 수는 없다. ... 성공의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최소한 시장이 무엇인지, 그것이 왜 무서운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단언컨대 천하의 고수든, 평범한 투자자든, 오늘 처음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이든, 이 책을 쓴 나 같은 사람이든 내일의 주식시장을 맞힐 수 있는 확률은 반반이다."

  책 속에 있는 이 내용은 개미투자자들의 친구인 시골의사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하고 싶었던 핵심입니다. 읽어보면 당연한 진리, 하지만 투자자들은 좀처럼 이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돈을 내던지기(投資) 전에는 의심하고, 부정하다가도 막상 사버린 후에는 ‘당연히 오를 것’으로 믿어버립니다. 사람이기에 갖게 되는 필연적인 오류죠.

  하지만 정작 돈을 벌어들이는 사람들은 이런 오류을 좀처럼 일으키지 않습니다. 주식시장이 무서운 줄을 익히 알기 때문이죠. 그래서 최대한 ‘시장을 읽은 후’에 투자합니다. 그리고 지수가 오르느냐 내리느냐의 절반의 상황 중에 최소한 51%의 확률을 판단했을 때 그 때 투자를 단행합니다. 51% 밖에 안되냐고요? 찌라시나 소문에 묻지마 투자를 하는 10% 확률보다는 한참 높지 않나요?

  투자에 관련된 책을 찾고, 전문가의 강연을 찾는 사람들의 가장 큰 잘못은 ‘알려고 하는 것’입니다. 책을 찾고, 강연회를 찾을 때는 ‘알려고’할 것이 아니라, ‘배우려고’ 해야 합니다. 어디에도 ‘투자처’를 지목해 주지 않습니다. 혹 알려준다 하더라도 모종의 ‘작전의 술수’가 들어간 소스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배우려는 마음으로 찾는다면 지금보다 더 큰 소득을 얻을 겁니다. 

  이 책은 투자서가 아닙니다. ‘주식투자 경계서’라고 해야 할 겁니다. 왜냐하면 시골의사가 책 한 권 내내 하는 말은 ‘충분히 공부하지 않고 주식투자를 하는 것은 돈을 휴지통에 버리는 것과 같다’고 말하고 있으니까요. 올해 출간되어 많은 호응을 얻으며 팔려나갔음에도 뒷말이 없는 이유는 아마 이런 내용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한 해를 마감하면서 자신의 투자성적을 살펴본다면 이 책을 읽어봐야 할 겁니다. 이 책을 읽으면 ‘나의 오류’를 발견하게 됩니다. 내가 지금껏 주식이나 펀드투자를 얼마나 잘못하고 있는지를 체크할 수 있게 됩니다. 그것만으로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할 겁니다. 살 것인가 말 것인가의 판단에 앞서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제게도 많은 배움과 깨달음을 던져준 책입니다. 시골의사가 다시 한 번 경고를 하네요.

"주식투자를 하면 안 된다. 단언컨대 주식투자는 보편적인 개인투자자가 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큰 손실이 없었던 사람들은 앞으로 다른 사람들이 주식투자로 떼돈을 벌었다는 소리를 들어도 주식투자를 하면 안 되고, 주식시장이 지금의 10분의 1로 폭락해서 주권 한 장이 담배 한 개비의 가격밖에 되지 않더라도 투자를 해서는 안된다. 최소한 논리적으로는 그렇다."  



4. 월스트리트 성인의 부자 지침서 - 존 보글 저, 이건 역, 2009, 세종서적 

리뷰 보기: http://blog.daum.net/tobfreeman/7162976 

  “금융 시스템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문제는 이런 가치를 얻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그 가치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 답은 명백하다. 금융산업은 우리 경제에서 가장 큰 부문일 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스스로 지불한 비용 수준과 비슷한 보상조차 받지 못하는 유일한 산업이다. 실제로 간단한 산수의 잔인한 법칙에 따르면, 투자자들 전체로 보면 이들은 자신이 지불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역설적으로 말해서, 투자자들이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는다면, 이들은 보상을 모두 받을 것이다!).” 

  올해 제가 이 책의 저자인 존 보글을 알게 된 것도 큰 행운 중 하나입니다. 몇 해 전부터 펀드투자를 하면서 가졌던 의문과 불만을 말끔하게 해소해 준 사람이니까요. 존 보글은 투자자들의 마지막 보루인 ‘인덱스 펀드’를 만들어낸 사람입니다. 인덱스 펀드는 운용비와 수수료가 가장 적게 들고, 가장 안전한 펀드 그래서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시대인 오늘날에는 가장 ‘보수적’인 투자수단으로 분류되는 펀드입니다.

  존 보글은 묘하게도 가치투자와 장기투자 그리고 무엇보다 ‘행복한 인생’을 위한 투자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워런 버핏의 투자관과 엇비슷하게 맞물립니다. 한마디로 ‘사람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났냐?’는 말이죠. 투자에 목숨걸다 인생마저 목숨걸지 말고, 소중한 내 인생 보다 안전하고 편하게 살아가는 투자방식을 취하라고 두 사람이 전하는 듯 합니다.

  저자가 인덱스펀드를 만들었다고 해서 ‘자화자찬’하지 않습니다. 대신 오늘날 세상에 존재하는 간접펀드의 맹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지금의 간접펀드시스템으로는 직접투자만큼 위험하진 않겠지만, 결코 만족할 만한 수익을 얻을 수 없음을 하나하나 파헤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간접투자에 대한 여러분의 마인드가 바뀔지도 모르게 되죠. 

  중요한 것은 저자가 투자자인 독자들에게 던지는 조언입니다. 존 보글John C. Bogle은 우리에게 “충분함을 알라.”고 말합니다. 우연한 성공에 도취되어 너무 규모를 키웠다가 말 그대로 ‘거지’가 된 사업가, 상자 하나에 가득 담긴 현금뭉치에 현혹되어 평생을 일궈놓은 명성을 날리고 쇠고랑을 찬 정치인, 선무당 즉, ‘초심자의 행운‘인 것을 모르고 마치 행운의 여신 운운하며 가산을 도박으로 탕진한 사람들. 이들에게 닥친 모든 화禍의 근원은 ’충분함을 몰랐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리고 ’인덱스 펀드‘의 장점을 설명합니다. 간접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독자라면 꼭 읽어봐야 할 좋은 책입니다.

 



 

5. 1Q84 - 무라카미 하루키 저, 양윤옥 역, 2009, 문학동네 

리뷰 보기: http://blog.daum.net/tobfreeman/7163020

  아무리 뒤져봐도 이 책보다 더 나은 책을 찾아볼 수 없네요. 마지막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간 1Q84입니다. 대학시절 ‘상실의 시대’를 무라카미 하루키를 만난 후 제가 그에게 갖는 생각은 항상 ‘미스터리한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소설을 통해 그를 만나고 있지만, 그는 알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소설을 꽤 읽은 편이지만, 매번 읽은 내용을 절반 정도밖에 이해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을 들게 했었죠. 뭔가 더 깊은 뜻 숨은 의도가 있을 법한 소설가, 그래서 그를 추종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이제껏 읽은 소설 중에서 가장 많이 알 법 했습니다. 혹자들은 이 소설이 가장 그답게 만든 완성작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해하기 쉬웠는지도 모릅니다. 제겐 소설이 이렇게 흥미롭던가? 하는 것을 보여준 책이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미 베스트셀러적 문학 요소가 무엇인지 잘 아는 사람입니다. 쉽게 말해 오늘날 독자의 코드를 잘 이해했다고 봐야죠. 어쩌면 이전의 소설들은 독자들보다 조금 앞선 감이 없잖았습니다. 가장 흔한 주제인 사랑을 소재로 펼친 이야기는 드라마틱하고 SF적인 요소마저 갖추고 있습니다.

  매력적인 음악, 예술, 라이프스타일적 요소들을 소설의 곳곳에 감추어 독자들의 매료시킵니다. 만약 이 소설이 전자책으로 나온다면, 그래서 그가 말하는 요소들을 바로 검색해서 찾아볼 수 있다면, 책 만큼이나 ‘히트상품’이 될 것 같습니다(전자책이 종이책과 차별화된 점이 이런 게 아닐까요).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만들어버린 이 소설을 외면할 수가 없습니다. 이제껏 저처럼 하루키의 소설을 어려워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네요. 새로이 버전업된 하루키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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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 전2권 세트- 워런 버핏과 인생 경영
앨리스 슈뢰더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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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1- 통찰 편, 시장의 거짓을 이기는 통찰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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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성인의 부자 지침서
존 보글 지음, 이건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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