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 심플 - 비즈니스 리더 40인이 선택한 최고의 경영 전략
켄 시걸 지음, 박수성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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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社命)부터 심플하게

17년 넘게 스티브 잡스와 함께 일했으며 애플의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 광고 캠페인을 기획하고 ‘아이맥(iMac)’이란 제품명을 고안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자 저자인 캔 시걸은 전작 『미친듯이 심플』에서 애플을 성공으로 이끈 심플함의 가치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제 이 책을 통해 심플함은 애플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기업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내는 동력이 될 수 있음을 다양한 회사의 사례들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쫓겨난 지 11년 만인 1997년 애플에 돌아왔을 때 회사의 처참한 상황을 목격했다. 자신이 있을 때만해도 혁신적이고 반짝이던 애플은 비대하고 시시한 회사가 돼 있었다. 파산을 불과 90여 일 앞둔 때였다.
복귀 후 잡스가 첫 연설에서 제시한 사명(社命)은 단 한 문장, ‘소비자들이 오직 애플에서만 얻을 수 있는, 의미 있고 강렬한 해법을 제시하라’였다. 그 후 자신이 제시한 사명처럼 관료적인 위계질서와 복잡한 대기업형 프로세스를 철저하게 심플하게 만들며 조직과 제품라인을 개선하는 일에 착수했다. 조직의 관료주의를 걷어내고, 층층이 쌓여 있는 의사결정 체계를 간소화했다.


망해가는 애플호의 선장이 된 잡스는 제일 먼저 직원들을 불러 그간 개발 중이었던 애플컴퓨터가 경쟁사보다 얼마나 더 나은지에 대한 브리핑을 듣다가 한심하다는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이렇게 일갈했다. “경쟁사보다 더 잘 만드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다르게 만들 궁리를 하세요(Better is not enough. Try to be different).” 20여 종에 달하는 애플의 제품군을 개인용, 전문가용, 노트북, 데스크톱 등 네 가지로 확 줄였다. 디자인도 혁신성을 담되 심플함을 추구했다. 이러한 대대적인 정비를 마치고 단 14년 만에 애플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바꾸어놓았다.


애플 혁신의 또 다른 중요한 전환점은 애플스토어의 탄생이었다. 가장 혁신적인 소매점으로 평가되는 애플스토어는 제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 상담과 훈련, 고객 지원, 그리고 직원들을 통해서 애플의 열정까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곳으로 자체적인 사명이 필요했다. 잡스는 론 존슨에게 애플스토어를 맡겼는데, 매장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지침이 될 사명을 ‘삶의 질을 높인다’로 정했다. 애플스토어에서의 경험은 고객의 삶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삶의 질도 높인다는 뜻이었다.


미국 최고의 아이스크림 업체인 벤앤제리스(BEN&JERRY′S)에서 최우선으로 가치를 두는 사명은 ‘세상의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데 기여한다’이다. 사업 시작 후 10년 정도 지나서 만든 사명이었는데 이는 동네 아이스크림 판매상으로 시작했던 덕분에 지역과 사회에서 비즈니스의 역할을 이미 깨닫고 있었기에 만들 수 있었던 사명이었다. 사명을 선포한 후 소비자들은 벤앤제리스를 더욱 신뢰했고,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단순히 커피를 판매하는 사업이 아닌 소비자에게 편안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공간과 문화, 그리고 경험을 파는 ‘제3의 공간 창조’라는 사명을 가진 스타벅스(Starbucks) 역시 단 한 번의 브랜드 광고 없이 세계 최고 브랜드를 구축했고, 2010년 기준, 창업 40년 만에 연 매출 100억 달러, 54개국 1만 6천여 개의 매장에서 20만 명의 파트너들이 매주 6천만 명 이상의 손님을 맞는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반면 글로벌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icrisoft)와 델(Dell)은 사명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는 초기 ‘모든 사람들의 책상 위에 컴퓨터를 한 대씩 놓자’는 목표가 있었고, 델 역시 ‘컴퓨터 구매 비용을 일반 소비자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낮추고 주문형으로 생산하자’는 목표가 있었다. 하지만 회사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사명이 흐릿해졌다. 이를 예로 들며 저자는 논리정연하고 의미 있는 사명 없이는 기업이 초점을 잃기 쉽다고 지적한다. 모든 직원들이 공유하는 핵심가치를 놓치고 있어선 안 된다. 분명하고 심플한 사명을 지니는 것은 한 회사가 수행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가치관이 심플함을 만든다

잡스가 복귀 후 첫 광고 캠페인에서 채택한 ‘다르게 생각하라 Think Different’는 애플의 현재 고객은 물론, 미래의 잠재고객까지 겨냥한 애플의 가치관을 천명한 사건이었다. 두 단어로 된 이 카피는 잡스가 창조하려 했던 회사의 정신과 문화가 잘 담겨있다.
잡스가 애플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1998년, 경제상황이 어두워졌고, 기업들은 인력을 대폭 줄이고 마케팅 예산을 삭감했다. 하지만 잡스는 애플의 마케팅 비용을 단 1달러도 삭감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마찬가지로 연구개발 비용도 전혀 삭감하지 않을 것이며, 뚜렷한 이유 없이 어느 직원도 해고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대신 애플은 혁신적인 돌파구를 찾아 이 위기를 탈피하겠다고 말했다. ‘다르게 생각한’ 결과다. 잡스의 훌륭한 이 대처 덕분에 애플은 더욱 강하고, 영향력 있고, 의미 있는 회사로 거듭났다.


1967년 보잉 비행기 세 대로 시작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그야말로 영세 항공사였다. 창업자 허브 켈러허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유일한 방법은 ‘경쟁자보다 싼 가격’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기업의 핵심가치로 삼았다. 방법은 ‘심플’했다. 스스로를 ‘초저가 항공사’로 규정하고 승객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시는 과정 이외의 불필요한 서비스는 줄이고 효율성은 극대화해서 가격을 경쟁사보다 파격적으로 낮춘 것이다.
우선 비행기 기종은 보잉 737로 통일했다. 조종사 교육, 부품재고 등 유지관리비 최소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였다. 가급적 복잡한 허브공항을 경유하지 않고 지방 공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직항노선을 개발했다. 목적지는 최대 두 시간의 운항거리를 넘지 않도록 정했고, 목적지 도착 후 10분 내에 재운항 할 수 있도록 모든 과정을 시스템화했다.


좌석등급과 좌석선택권도 없애고 ‘선착순 탑승제’를 도입했다. 출발시간을 지연시키는 화물 항공우편도 취급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기내식 서비스도 없앴다. 모든 결정의 판단의 기준은 ‘초저가 항공사를 지향하는 우리에게 과연 어울리는 제도인가?’였다.
이렇게 효율성이 극대화되자 비행기 요금은 경쟁사의 절반 정도가 가능해졌다. 사우스웨스트는 경쟁상대를 아예 대형 항공사가 아닌 고속버스인 ‘그레이하운드 버스’로 정하고 ‘그레이하운드를 탈 바엔 사우스웨스트를 타자’고 마케팅을 펼쳤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고속버스보다 더 싼 비행기 요금이 있더라’는 말이 고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결국 전체 항공 시장의 3분의 1을 장악하며 사우스웨스트는 세계 최초로 초저가항공 시대를 열었다.
9·11 테러 이후 수많은 항공사가 파산과 통·폐합을 거쳤지만 효율성을 극대화한 사우스웨스트는 오히려 승승장구 할 수 있었고, 지금은 연간 1억 3천 명의 고객이 이용하는 세계 최고의 항공사가 됐다. 미국 취업정보 사이트인 글래스도어는 사우스웨스트를 기업문화와 가치 측면에서 ‘현직 직원들이 만족하는 기업 6위’에 선정했다.
 

소비에 체험의 가치를 더한 현대카드

현대카드는 레드오션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독보적인 브랜드를 만든 사례다. 현대카드는 길거리 카드 모집 때문에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던 카드회사를 세련된 디자인의 마케팅회사로 바꿔놓으며 시장점유율 1.7%의 업계 최하위에서 시작해 10여 년 만에 남다른 마케팅과 브랜딩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유지하며 카드업계의 파워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현대카드는 지금껏 국내 기업들이 하지 않았던 무수한 ‘최초’를 해냈다. 문화마케팅이라는 개념이 경영학 교과서에만 존재할 때 슈퍼매치·슈퍼콘서트·슈퍼토크 등의 굵직한 문화마케팅을 선보였고, 연회비가 200만 원인 신용카드를 만들어 VVIP 시장을 선점하는가 하면, 뉴욕현대미술관에 한국 디자이너 특별전을 열고, 여행 가이드북을 내고, 전용 서체를 개발하기도 했다.


현대카드는 이렇게 하는 일마다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수익의 50%를 예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신상품과 신채널에서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혁신기업이자, 비즈니스의 유행을 선도하는 트렌드세터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또한 신한은행·신세계·KT·청와대·서울시·MIT 슬론 MBA까지 와서 벤치마킹하고 성공비결을 배워가는 세계적인 롤모델 기업으로 성장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시장점유율 1.7%의 꼴찌 회사였던 현대카드는 어떻게 오늘날의 혁신과 성과를 이루어냈을까?


바로 한국의 현역 CEO 중에서도 매우 창의적인 사람으로 손꼽히는 CEO이자, 숨은 주역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때문이다. 그는 “카드는 왜 그러면 안 돼?”라는 질문에 계속 매달렸다. 그리고 광고도 중요하지만 가치관이 브랜드에 진실하게 녹아있을 때 소비자들은 ‘멋지다’라고 인식하는데, 그러한 가치관이 소비자의 가치관과 일치할 때 회사와 소비자 간의 연결고리는 더욱 단단해진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슈퍼매치나 슈퍼콘서트 같은 행사를 벌여 사람들이 “현대카드가 정말 카드회사 맞아?”라고 물을 만큼 현대카드가 일을 벌이는 이유는 고객들에게 단순히 할인을 내세워 소비를 부추기지 않고, 의외의 경험을 지속해서 제공함으로써 고객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경험케 하고 고객의 시야를 확장시켜 이른바 ‘돈을 쓰는 방향’을 제시해 삶의 질이 향상된다는 만족감을 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고객들이 현대카드로 결제할 때마다 ‘가치 있고 행복한 소비를 했다’고 느꼈고 현대카드와 고객과의 관계는 다른 카드사는 경험할 수 없을 만큼 강화됐다. 진실성 있는 기업의 가치관, 이것이 현대카드가 파워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심플함은 혼자 이루어낼 수 없다

잡스는 애플이 추구하는 기업상에 대해 굉장히 뚜렷한 비전이 있었고, 그 비전에 잘 맞는 직원들을 찾는 일에 매우 까다로웠다. 그는 자신을 품질에 관한 한 절대 타협하지 않는 똑똑하고 재능 있는 사람, 굉장히 책임감 있는 사람을 찾았다. 애플은 직원을 채용할 때 다른 글로벌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복잡한 절차나 위계질서로부터 자유로웠다. 왜냐하면 잡스는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만 고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고용하는 것은, 회사를 성장하게 만들고 복잡함이 접근할 수 없도록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초창기 ‘맥팀이 100명이 정원이다’라는 회사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 100명 이상의 직원은 안 된다는 원칙이다. 100명이 찼을 때 누군가를 데려오려면 누군가는 나가야만 했다. 잡스는 그 이유에 대해 “100명 이상의 이름을 내가 기억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과 일하고 싶다. 100명이 넘으면 내 방식대로 통솔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고 말했다. 잡스 스스로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장악하겠다는 통솔의 의지다. 외부에서 보면 ‘폐쇄성’이 되지만, 잡스의 입장에서는 폐쇄성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가장 효율적이고 긍정적인 방법인 ‘심플함’인 셈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팀장이라고 했을 때 다섯 명이 완벽하게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해 보자. 당신은 다섯 명 안에서 모든 것을 파악하고 좌우할 수 있으며, 당신의 의지대로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러다 열 명, 스무 명으로 늘어나기 시작하면 더 이상의 폐쇄성이 유지되지 않으면서 통솔이 불가능해지고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만약 숫자가 늘어나야 한다면, 중간관리자라는 또 다른 단계의 구조가 필요하다. 그때부터 보고는 느려지고, 말이 많아지고, 사람들은 통제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잡스는 이것이 싫었다.
그는 심플하게 만들고 싶었다. 결국 그의 선택은 조직의 구조자체를 폐쇄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폐쇄적인 시스템의 구축’ 방식을 놓치지 않은 애플은 아이 시리즈(i - Series)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이 되었다.
 

의심스럽거든 쓰지 말고 일단 썼으면 의심하지 말라

잡스의 또 다른 뛰어난 점은 다른 사람에게 권한을 심플하게 위임하는 능력이다. 덕분에 그는 새로운 가치를 계발하는 일에 계속 집중할 수 있었다. 잡스는 애플 내에서 경영은 팀 쿡에게 맡기고 재정은 프레드 앤더슨에게, 소매 부분은 론 존슨에게 관리를 맡겨 각자의 팀을 운영하도록 함으로써 제 기능을 충실히 해내는 심플한 조직을 운영했다.
문제는 부하직원에게 믿고 맡겼는데 일이 잘못되는 경우이다. 결국 믿고 맡기지 않을 수도 없고, 무조건 믿고 맡겼다가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모순에 빠져 버린다. 믿음의 모순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잡스는 어떠한 방법을 활용할까? 잡스를 이은 애플의 CEO 팀 쿡의 회의 방식에서 그 방법을 알아낼 수 있다.


팀 쿡은 소통과 의사 결정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질문’이라는 강력한 수단을 사용한다. 쿡은 직원에게 우선 열 가지의 질문을 한다. 만약 제대로 대답했다면 한 열 개쯤 더 물어본다. 하지만 만약 하나라도 틀리면 쿡은 스무 개, 서른 개의 질문을 쏟아 붓는다. 상대에게 다양한 질문을 하면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을 최대한 확장시키는 것은 물론, 과연 상대방이 어느 정도까지 이 일을 고민하고 성찰했는지를 알 수 있다. 결국 ‘부하에게 일을 믿고 맡긴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믿고 맡기되 모든 것을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잡스는 평소 “직원들이 얼마나 뛰어난지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세계 최고의 글로벌 기업 마이크로소프트는 막대한 자금으로 최고의 인재를 뽑은 후 ‘이제는 믿을 수 있다’며 직원들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그러자 직원들이 선택한 길은 ‘재앙으로 가는 길’이었다. 최고의 인재라 하더라도 재앙으로 가는 길을 선택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은 없다.
반면 잡스가 했던 방법은 ‘직접 챙기기’였다. 중간 과정을 참조는 하겠지만, 결정적이고 최종적인 판단은 잡스 스스로가 했다.


결론적으로 잡스와 쿡의 권한 위임 방법은 심플하다. 수많은 질문을 통해서 일에 대한 직원의 성찰과 노력의 전 과정을 파악하고 체크하는 방식, 때로는 가장 밑바닥으로 내려가 소통함으로써 중요한 일은 직접 챙기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법들이 ‘일은 직원들에게 믿고 맡겨야 한다’라는 신념이 가져다 줄 수 있는 함정들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준다.
의인막용 용인물의(疑人莫用 用人勿疑)라는 말이 있다. ‘의심스럽거든 쓰지 말고, 일단 썼으면 의심하지 말라’는 뜻으로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인재채용에 있어 즐겨 쓰던 성어인데, 잡스의 인재용인술을 요약하면 딱 이 말이 될 것이다.


심플함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경쟁사를 앞지르고, 새로운 효율을 창조해내는 ‘강력한 무기’ 임에는 틀림없지만 우리 회사나 부서에서도 단순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려 한다면 난감해진다. 그 점에서 이 책의 백미는 마지막 장인 ‘심플함으로 가는 나만의 길을 찾다’일 것이다. 내가 직접 심플함을 추구하려고 할 때 내가 취할 행동과 고려할 전략들의 로드맵을 저자가 친절하게 제시하고 있다.
21세기 경영 핵심은 심플(Simple) 임을 강조한 책, 잡스의 심플함을 풀어낸 저자의 전작 『미친듯이 심플』과 함께 읽으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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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배워야 산다: 금융시장 편 - 생각하는 금융, 지적인 시장분석
최일.박경화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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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맹(金融盲·financial illiteracy)이 문맹(文盲)보다 더 무섭다. 글을 모르는 것은 사는 데 다소 불편하지만 금융을 모르는 것은 생존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말이다. 금융은 이제 더는 알면 좋고 몰라도 그만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을 모르면 생존할 수 없는 ‘필수상식’이 됐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비즈니스맨 중에 금융의 문외한인 금융맹이 적지 않다. 또박또박 월급을 받을 줄만 알았지 제대로 관리하고 쓸 줄은 모른다는 소리다. 

어려운 금융을 왜 지금 굳이 배워야 할까. 세상이 변해서다. 낮은 임금상승률과 1%대 저금리 시대인 지금, 저축을 통해 수익을 내기는 불가능해졌다. 오히려 마이너스 금리가 되면 은행에 돈을 맡기면서 보관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투자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세상에 떠밀려 ‘돈에 일을 시키는’ 금융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금융, 배워야 산다》는 투자에 떠밀린 사람들의 불안감과 공포를 해소하고, 미신과 맹신이 범람하는 금융시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해 금융교육 전문가들이 마치 옆에서 이야기하듯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다. 최근 브렉시트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등으로 전 세계의 경제적 불안정성은 커지고, 알파고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은 금융업에 핀테크라는 새로운 기회와 일자리 위협을 동시에 가져왔다.

저자들은 “‘자금의 흐름이자 경제적 문제 해결’이라는 금융의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며 “투자 불안을 해소하고 전망의 신뢰를 높이려면 스스로 금융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타인에게 내맡기는 투자는 사도 불안하고 팔아도 불안하다. 가격이 올라도, 내려도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다. 금융투자에 대해 스스로 확신이 없으니 금액을 키울 수도 없고, 설령 운이 좋아 기회를 잡는다 하더라도 수익은 보잘것없다. 투자 결과가 좋을 리 없다. 

저자들은 투자자들이 한 번쯤은 궁금해 했던 질문들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다. 그중 부동산, 원자재, 채권, 주식, 외환 중 어느 분야의 전망이 더 쉬울까. 예측 수준이 높은 순으로 정리해 보면 ‘채권>부동산>주식>외환>원자재’로 볼 수 있다. 예측 수준은 투자 규모를 정할 때 필요하다. 예측하기 어려운 원자재의 비중은 적어야 한다. 각 자산에 대한 분석 기법도 다르다. 부동산이나 채권은 내재적 가치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본적 분석이 적합하고, 원자재나 외환은 과거의 데이터를 기초로 가격을 예측하는 기술적 분석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


그렇다면 장기 투자와 분산 투자의 기준은 어떻게 될까.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경기순환 주기는 최소 35개월, 평균 49개월이다. 따라서 최소 3년 이상, 평균 4년은 지나야 장기투자라 부를 만하다. 분산투자는 거래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개별 종목의 위험인 ‘비체계적인 위험’을 충분히 줄일 수 있는 50개 종목이 적당하다. 같은 맥락에서 투자전문가의 과거 성과에 대한 신뢰성도 ‘4년’과 ‘50개 종목’으로 판단하면 좋다. 이 책은 철 지난 얕은 재테크 방법이 아니라 금융투자에 대한 이론적 토대와 실전을 물리학·생물학·심리학·사회과학·철학·문학 등을 아우르는 쉬운 예를 통해 다루고 있다. 베스트셀러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읽어본 독자라면 ‘지대넓얕’의 ‘금융편’으로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김은섭 < 경제·경영서 평론가 >

이 리뷰는 <한국경제> 북섹션 에 기고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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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방 - 4000명 부자의 방을 보고 알아낸 공간의 비밀
야노 케이조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4.0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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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가공인 1급 건축사로 활동하고 있는 야노 케이조(저자)는 부자들의 집과 사무실을 설계학 지으면서 성공하는 사람들이 집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무척이나 강한 인상을 바았다. 또한 그들을 통해 주거환경이 그곳에 사는 사람의 성공과 행복 여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깊이 들여다 보았다. 그 결과물이 <부자의 방>이다.

'왜 일류인(잘나가는 사람들)은 자기 방에 꼼꼼하게 신경쓰는가?'라는 원제목의 이 책은 4,000여 명의 부자들의 집을 설계하고 건축해주면서 목격하고 깨달은 '좋은 기운과 돈을 불러들이는 공간을 만드는 법'을 담았다.

그런 류의 주제라면 청장년 즈음 되었다면 수많은 풍수지리관련 집꾸미기는 '어느 정도' 안다. 예를 들어 신을 신고 벗는 현관은 '복이 드는 길'이기도 하므로 되도록 청결하게 하고 사사로운 물건들이 없게 해야 하고, 배설물이 쌓이는 화장실 변기 뚜껑은 항상 덮어두어야 한다. 침대는 나쁜 기운이 흐를지도 모를 벽으로부터 20~30센티미터 정도 떨어지게 하고, 침실은 너무 밝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풍수적으로 어두워야 재물이 모여서다.

그럼에도 이 책을 택해 읽은 이유는 저자가 풍수전문가가 아닌 '일본 1급 건축사'라는 점 때문이었다. 저자는 "사람은 늘 공간 속에 존재한다. 자신을 둘러싼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가꾸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운명까지도 결정된다."며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물리적 장소와 가장 편안하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적 좌표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덧붙였다.  

“성공한 부자들, 즉 행복하게 인생을 경영하는 사람들일수록 집(방)이나 사무실 같은 주변 환경을 정돈하고 가꾸는 일을 철저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이 만든 환경이 뒤에서 좋은 바람을 불어주고 성공을 돕고 뒷받침한다고 굳게 믿었다. 반대로 뭘 해도 안 풀린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공간이 지닌 힘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환경의 덫’에 걸려 능률과 운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무작정 노력만 퍼부으며 실패를 반복하고 있었다.

집은 단순히 먹고 자는 공간이 아니다. 사람이 짓고 만드는 집과 방은 그곳에 있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쳐 운명을 결정한다. 다시 말해 집과 사람은 상호 작용을 한다. 집에는 분명 사람을 성공하게 만드는 힘이 깃들어 있고, 반대로 뭘 해도 안 되게 만드는 숨은 에너지도 숨어 있다. 그래서 집은 우리의 인생에 있어 아주 중요한 요소다.“ 40

'여행의 마무리는 결국, 집이다'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은 늘 설레는 경험이다. 그래서 혹자는 여행은 한 권의 책이고, 새로운 세상을 만나기에 새 삶을 사는 경험과 같다고도 한다. 하지만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는 '내 집'이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내 집'은 평화로움을 느끼는 유일한 안식처이자 정신적인 엄마의 품이다. 그 누구든 '내 집'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이다.

그 점에서 부자들이 사는 집과 방을 담은 <부자의 방>은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자가이든 전세든 월세든 상관없이 내가 기거하고 있는 공간을 온전히 쉴 수 있고 게다가 운이 들어오게 하는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서 읽지 않을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속는 셈치고 읽어도 크게 손해 될 것 같지 않았다. 특히 '남의 집'에 가는 일이 드물어진 요즘, 전반부에 실린 사진들로 이 책은 멋들어진 부자들의 방구경도 할 수 있어 눈이 즐거웠다.

전체적으로 평이한 문장, 자극적이지 않은 내용들에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검소하기로 유명한 일본인의 집이라 그런지 월간 여성지처럼 유별나게 화려하거나 위화감을 주는 브랜드 일색의 인테리어 등 부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강조하지 않아서 읽기 편했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꼬마들의 방을 다룬 대목이다. 일본의 주택들이 서양식 주택 구조를 빌렸지만 실제로 라이프스타일은 그들을 따르지 않고 있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는 대목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이었다.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바였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근사한 방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사생활을 중시하는 미국 문화에 맞게 각자 방에서 시간을 보내는군’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상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

많은 미국 가정에서는 부부와 아이들이 각자 침실을 갖는다. 하지만 미국인에게 침실은 ‘정말로 잘 때만 들어가는 방’이다. 깨어 있을 때는 모두 거실에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낸다. 또 식사를 한 뒤 각자 방에 틀어박히는 일도 없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거실이나 주방, 또는 식구들이 모여 있는 공간에서 공부를 하고 숙제를 한다.

설령 자기 방에서 공부를 하더라도 방문을 닫은 채 외부와 완전히 차단하지 않는다. 잠을 자는 것도 아닌데 혼자 침실로 들어가면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하고 걱정할 정도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을 당연하게 여긴다.

아이들에게 방을 따로 내어주는 문화 본래 미국에서 전파되었지만, 사용 방법이나 의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이처럼 방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아무리 넓은 집이라도 가족이 불행해지는 불상사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집을 넓은 공간에 짓는다면 방을 많이 만드는 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122

대한민국 부모의 숙제중 하나가 '아이들이 취학하기 제 공부방을 갖도록 하는 것'이 아니던가? 하지만 저학년의 자녀에게 공부방이 아니라 침실을 주라는 저자의 주장에 깊이 공감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부모들은 왜 자녀의 책상을 거실에 두지 않을까?
부모인 내 입장에서 살펴보면 분명 'TV' 때문이다. 자녀들이 신경이 쓰여 TV를 제대로 볼 수 없어서가 아닐까. 저자의 논리대로라면 자녀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TV는 부모의 침실에 들이고 거실을 서재로 꾸며야 할 일이다.

특히 자녀를 감시의 대상이 아닌 공감의 대상으로 본다면 더욱 더 오랫동안 함께 해야 할 터, 내 꼬마의 방을 꾸며줄 때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내게는 이 대목만으로 이 책의 값어치는 충분했다).
근대 프랑스의 수학자 블레즈 파스칼은 “인간의 불행은 혼자 조용히 집에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물론 사회생활을 하며 마음을 열고 동료들과 교류하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성공한 부자들은 마치 파스칼의 명언처럼 반드시 ‘혼자만의 시간과 장소’를 마련해 휴식을 위하고 사색에 잠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부자들처럼 거창한 서재나 방을 별도로 확보할 필요는 없다. 가족이 모두 함께 공부하는 방이나 방안 한 귀퉁이에 작은 공간을 만들면 된다. 그도 여의치 않으면 시간을 정해두고 9시부터 11시까지 방 하나를 혼자 사용해도 좋다. 원룸에 혼자 사는 1인 가구의 경우, 조용히 앉아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사색 전용 의자를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138

'혼자만의 시간과 장소'를 강조한 대목도 깊이 공감했다. 먹고 자는 곳 외에 '쉼'을 강조한 대목이었다. 쉼은 일하지 않음이 아니다. 쉼을 한자로 살펴보면 쉴 휴 休자가 있다. 나무 옆에 기댄 사람, 쉼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음을 말한다. 멍때리기인 쉼은 정신적 충전이다.
그 점에서 가족 구성원 모두는 집에서 저마다의 쉴 곳이 필요하다. 당신의 쉴 곳은 어디인가? 
 

사는 장소를 가꾸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삶의 기술이다!
-부자들이 매순간 실천하는 공간 활용 습관
 

o 잠자는 공간에 막대한 투자를 한다.
o 화장실을 깨끗이 관리해 재물운을 모은다.
o 생흙과 생화를 두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o 혼자 사색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한다.
o 집에 휴식처가 되도록 취미 공간을 만든다.
o 열린 공부방으로 아이의 자립심을 키운다.
o 남에게 자랑할만한 장소를 꾸민다.
o 가정 도서관을 두어 책 읽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o 가족의 꿈과 미래를 집에 고스란히 반영한다.
o 집 안에 흐르는 지자기를 체크한다.
o 기능성보다 아름다움을 우선시한다.
o 중요한 미팅 때에는 기둥 옆을 피해 앉는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시대, 셀 수 없는 자금들이 은행을 떠나 투자처를 찾아 떠돌고 있다. 부동산의 값어치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한마디로 당신은 지금 가장 비싼 집, 가장 비싼 방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부자의 방>이 금전과 운을 부르는 주택과 방 만들기를 이야기한다 했지만, 난 이 책을 통해 '내 집(방)에서 편안해 지는 법'을 배웠다. 무엇보다 공간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말로 '두 다리 쭈욱 뻗고 자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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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로빈스의 인생혁명
존 로빈스 지음, 김은령 옮김 / 시공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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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스킨라빈스 상속자로부터 듣는 진짜 부자로 사는 법

 

연간 매출 수십억 달러가 넘는 세계 최대의 아이스크림 왕국 배스킨라빈스의 유일한 상속자인 존 로빈스는 어느 날 아버지의 상속 전부를 포기했다. 이유인 즉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에 포화지방과 당분이 얼마나 많이 들어 있는지를 알았고, 그것들이 심장병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렇게 건강에 좋지 않은 아이스크림이 행복을 준다는, 다시 말해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는 헛된 믿음만 주는 베스킨라빈스의 광고에 그는 크게 실망했다.

 

나에게 돈이란 궁극의 목적을 이루는 하나의 수단일 뿐, 인간의 가치를 돈으로 계산하는 사고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이 세상을 더 넓게 통합하는 일을 도우며 살고 싶었다. 21세가 되었을 때 물질주의와 각종 지위의 영향력을 확인하고 나서 아버지에게 배스킨라빈스에서 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더는 아버지의 재산에 의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신탁자산은 물론 아버지의 돈과는 어떤 연관도 맺고 싶지 않았다. 나 자신의 가치 기준에 따라 살고 싶었지만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에 아버지의 재산에 기대어 그 영향력 안에 있다면 내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24

 

<존 로빈스의 인생혁명>을 쓴 저자 존 로빈스는 과연 잘사는 것은 무엇인가, 돈만 있다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가 하는 고민에 대한 답을 이 책에 풀어냈다. 얼핏면 돈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가능하게 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될 수는 없고, 부자를 꿈꾸는 동안은 늘 부족한 채로 살아가게 된다는 점이다. 그 뿐 아니라 돈만을 쫓다보면 결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없게 된다

 

그는 제 스스로 천문학적 재산을 가진 재벌 아버지를 등지고 헨리 소로우처럼 가난한 섬에서 최소한의 돈으로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살았다. 아주 잘 살았다. 자신의 삶을 책으로 쓴 것이 베스트셀러가 되자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 강연 등을 하며 수입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믿고 맡긴 전 재산을 나스닥 의장을 지냈던 희대의 사기꾼 버나드 매도프가 벌인 엄청난 금융사기에 휘말려 전 재산의 95퍼센트를 잃어버리고 재정 파탄을 겪었다. 이후 그가 살아가는, 아니 생존해 나가는 방법은 단 하나, 검약이었다. 존 로빈스가 노년에 겪은 재정파탄을 이겨내는 과정은 두려움과 불확실성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진중한 메시지가 된다

 

덜 소비하고 더 현명하게 소비하는 것이 삶을 새롭고 멋지게 사는 방법이다. 막연히 갖고 싶은 것과 꼭 필요한 것을 냉정하게 구분하는 것이 인생을 멋지게 사는 방법이다. 욕망 때문에 진정 무엇이 필요한지 판단하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

불교 철학의 한 유파에 따르면 인간의 고난은 불필요하고 지나친 욕망에 집착하기 때문에 생겨난다고 한다. 예전의 멋진 삶에서 핵심은 이런 것들이 아니었다. 불필요하고 지나친 욕망이라면 오늘날 광고가 그토록 열심히 추구하는 것들이 아니던가? 32“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을 수 있는 핵심은 내가 돈을 얼마나 벌어서 쓰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해 보게 하고,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과연 얼마나 많이 사들이고 있는지 살피게 한다는 점이다. 또한 돈과 인생의 의미를 잘 전하는 재테크 베스트셀러 <돈 사용설명서>를 통해 연봉이나 월급이 아니라 하루에 자신이 버는 진짜 임금이 얼마인지 제대로 파악해 보게 한 것은 직접 해 본다면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믿기 어렵겠지만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하루 임금의 실제금액은 절반 밖에 안 된다). 

 

성공의 기준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을 꼽는다.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 인생의 승자라는 인식이 지금까지 우리가 말하는 성공의 척도가 되고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정말이라면 당신은 영원히 성공할 수 없을뿐더러, 그래서 행복할 수 없다. 악담이 아니다. 대학을 졸업하면 우울한 고용 시장과 마주해야 하며 취업을 해도 학자금 대출, 주택 자금 대출, 신용카드 등 끊임없이 빚을 갚기 바쁜 것이 현실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큰돈을 가진 것이 성공이 아니며, 돈이 많을수록 행복이 더해지는 것도 아님을 밝혀준다. 아울러 현재의 벌이를 잘 통제하고 현명하게 쓴다면 부자들이 누릴 수 있는 경제적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재정적 자유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돈이 엄청나게 많아야 자유로울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재정적 자유는 돈을 얼마나 버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를 새로운 검약이라고 부르려 한다. 새로운 검약은 할머니 세대의 근검절약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박탈감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선택과 자기 판단에 관한 것이다. (...) 독방 기의 1인용 아파트로 이사 가거나 할인 쿠폰을 모으고, 매끼 통조림에 든 콩을 먹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새로운 검약은 오히려 그 반대다. 모험인 동시에 재미있기까지 한 새로운 검약에 관한 이야기다.” 14

 

존 로빈스의 책은 이 책 외에도 <음식혁명>, <100세 혁명> 등이 유명한데 전체적인 책의 내용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실천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용적이다. 이 책을 예를 들면 삶의 질은 높이며 주거 비용은 줄이는 방법으로 난방비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 냉장고 사용 비용 낮추기, 온수 비용 줄이기 등 거의 행동강령을 읊는 수준이다. 타당성은 충분하고 실천도 어렵지 않다. 다만, 상당히 귀찮고 번거롭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어쩌면 시대적 요구 때문일 것이다. 갈수록 수입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오늘날,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은 뭘까?”가 내가 던진 화두였다. 아이스크림 재벌의 아들인 저자는 새로운 차원의 검약을 추천했다. 그렇다고 자린고비의 고사나 스크루지 영감처럼 구두쇠로 살라는 말이 아니다. 단지 더 벌 수 없거든, 쓸 데 없는 지출을 줄이라.’는 말이다. 옳거니!!

 

부자의 기준이 없는 이유는 저마다 꿈꾸는 부자의 그릇이 달라서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른 부자처럼 되기를 꿈꾸며 불확실한 내일을 위해 금쪽 같은 오늘을 희생한다. 그러니 부자가 되기는커녕 행복을 느낄 시간조차 없다. 이 책을 읽으면 오늘 당신이 잠깐 행복했다면 오늘만큼은 당신이 이 세상 제일 부자다.“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새삼 깨닫는 순간 부자의 문턱에 선 자신을 발견할거다.

단언컨대, 이 책은 서점에서 일년 내내 뒤져본다 해도 좀처럼 만날 수 없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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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을 경영하라
구본기 지음 / 쌤앤파커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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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디 흔한 가짜 재테크에 휘둘리지 않는 법!


   지금은 재테크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한국경제는 쪼그라들었다. 돈을 벌 꺼리가 없고, 설령 있다손 치더라도 투자할 돈이 없다. 가계대출이 1000조원을 넘은지 이미 오래, 그 옛날의 투자방법으로 접근했다가는 쪽박차기 십상이다. 더욱 큰 문제는 한국경제 전체가 점점 북극의 빙하처럼 얼어붙고 있다는 점이다.


매일 아침 만나는 경제신문 1면을 보고 있노라면 18년 전 외환위기 직전의 신문들을 생각나게 한다. 벌었다는 이야기는 하나 없고, 생산라인과 규모는 절반으로 줄이고, 일하던 인력은 두부 끊듯 자르고 있다. 앞으로 엄청 벌거라고 그러니까 규제를 풀고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는 청사진만 그득하다.


그럴진대 무슨 재테크관련서란 말인가. 하던 일 계속하면 다행이고, 밥 굶지 않고 돈 빌리지 않으면 황공할 따름이다. ‘부동산 임대? 복리 효과? 레버리지 투자?’ 등 불과 몇 년 전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투자 방법들은 이젠 신기루이고 소설 속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10여 년 전, 재테크는 노동 없는 미래를 약속했다. 우리는 그 매력에 이끌려 벌 떼처럼 투자처를 찾아 이리저리 헤맸다. 하지만 약속은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우리는 지금 대박은커녕, 중박도 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름하야 재테크의 배신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에 본격화되었다. 주가는 박스권을 벗어나질 못하고 있고 부동산 시장은 명백한 불황기에 접어들었다. 가계부채 1,000조 원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이제 금융시장의 최대 화두는 투자가 아닌, 빚 상환이다. 그런데 그거 아는가? 가계부채 1,000조 원 시대의 해법은 금융(재테크)에 있지 않다. 오직 노동, 즉 월급에 있다. 까닭은 단순하다. 빚으로는 빚을 갚을 수 없기 때문이다. 빚을 갚고 싶은가? 그럼 어딘가에서 일을 해 돈을 벌어야만 한다.“ (63~64)

 

<월급을 경영하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재테크 책이다. ‘저축, 보험, 소비습관부터 부동산, 노후까지 월급이 전 재산인 당신을 위한 돈 굴리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출판사가 설명할 만큼 객관적으로 서술했고, 현실에 대한 냉정한 서술을 읽고 있노라면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다. 읽어 나가면서 그러게.”를 연발하게 하는 이 책을 좀 더 들여다보자.

 

놀랍게도 사람들은 대출이자를 ()이 아닌 것으로 취급한다. 사람들에게 빚이 얼마냐?“하고 질문을 해보면 안다. 백이면 백, 대출 원금만을 답한다. 하지만 이자도 명백히 지불해야 하는 이고 이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이 내게 연 10%의 이자로 1,000만 원을 빌렸다. 당신은 1년 뒤에 이자와 원금을 일시에 상환할 예정이다. 당신의 빚은 얼마일까? 그렇다. 1,100만 원이다. 이렇게까지 예를 들었음에도 가끔씩 이자도 빚이라는 사실을 납득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자와 원금을 합쳐서 생각하기가 그만큼 힘든 것이다.

나는 그럼 사람들을 만날 때면 빚의 사전적 정의가 남에게 갚아야 할 돈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다시 묻는다.

당신이 갚아야 할 돈은 1,000만 원인가요? 1,100만 원인가요?” (128)

 

빚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말이 있다. ‘남의 돈 무서운 줄 모르는 사람들을 경계한 말인데,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거다. 대표적인 예가 주택담보대출이다. 사람들은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로 1, 2억 씩 빌리면서 그로 인한 이자를 월세 대신 내는 돈정도로 여긴다.

물론, 은행이 돈을 빌려준다며 꺼낸 이야기였고, 일견 지금까지는 통하는 말이었다. 은행이 지금까지 매년 대출계약을 경신하면서 원금 상환 유예를 해줬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그렇게 대출을 받아 집(아파트)를 사면 집값이 매년 올랐으니 큰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일부를 제외하고 아파트 가격이 보합세이거나 약세로 돌아선 지 이미 오래다.

게다가 주택담보대출도 앞으로는 원금 + 이자를 내야 한다. 결론적으로 돈을 버는 족족 부채를 줄여야 한다.

 

복리적금은 고작 해보아야 연 2~3% 대의 이자를 주지만, 마이너스 통장은 그 몇 곱절의 이자까지도 받아간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통한 돌려막기또한 월 복리다. 당신이 A카드에서 연 이자 24%의 조건으로 100만원 현금서비스를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이렇게 되면 당신이 다음 달에 갚아야 할 이자는 24%1/12에 해당하는 2%, 2만 원이다. 당신은 그것을 원금에 더해 102만 원을 일시에 상환해야 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당신은 102만 원이 없다. 그래서 B카드에서 102만원을 현금서비스 받는다. 드디어 돌려막기가 시작된 것이다.” (130)

 

지금의 경기와 경제상황에서 빚이 있다면 투자도 저축도 다 미련한 행위다. 돈을 모으기도 힘들지만 만약 모았다면 저금리에 묶인 통장에 넣을 것이 아니라 금리 몇 배에 해당하는 이자율의 대출금 상환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럴 돈은 어떻게 모아야 할까?

 

당신이 경제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것(동시에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사람은 그리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의 태반은 감성이다. 누군가를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로 이끄는 것은 전쟁에 참여함으로 인해서 얻게 될 각종 이득이 아니다. 이성 바깥에 존재하는 감성인 것이다.

소비도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다. 당신이 나이키 운동화를 신는 이유, 내가 이마트에서 옷을 사는 이유는 모두 감성 때문이다. 매일, 매분, 매초에 감성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지독한 짠돌이도 어떤 때는 감성에 취해서 낭비를 한다. 이왕 빚을 갚기로 마음먹었다면 어쩌다 하는 낭비의 가능성을 아예 차단해버리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 차단의 방법 중 가장 손쉽고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신용카드를 자르는 것이다.“ (152 )

 

사람들에게 신용카드를 자르라고 말하면 신용카드 혜택을 포기할 수 없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신용카드로 한 달을 앞당겨서 살고 있기 때문에 자르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에 저자는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이른바 돈맥경화를 해결하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저축과 보험 등을 깨서 다음 달에 돌아올 빚을 갚는다.

둘째, 조금씩 현금흐름을 개선해서 다음 달 또는 다다음 달에라도 신용카드를 자른다.

셋째, 당장에 신용카드를 자르고 한 달을 거의 무일푼으로 살아간다. 나는 보통 세 번째 방법을 권한다.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151 )

 


2000년대 초반 친한 선배는 사업을 하다 부도를 맞은 후 대부업체의 빚독촉에 심하게 시달렸다. 어느 날 새벽 온 몸에 흙이 잔뜩 뭍은 채 퍼런 입술로 내게 온 적이 있다. 남한산성에 끌려가 목만 내놓고 묻혔었다고...한 달 후까지 갚지 않으면 정말 묻힐지도 모른다고 했다. 제대로 빚독촉을 받아본 사람은 안다. 벌거벗고 두문불출할망정 독촉 없는 세상을 선택한다. 우리는 이콘 즉 경제적 원칙에 완벽하게 부응하며 사는 인간이 아니다.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감성은 때로는 나도 모르는 새 지갑을 꺼내게 만든다.

 

이 밖에도 분양 아파트 매입을 피해야 하는 이유, 무주택자의 전세 활용법, 절대 손해 보지 않는 보험 가입법 등 얇아지는 지갑을 지키고 싶은 독자들을 위한 금쪽같은 조언이 그득하다.


독자마다 입장과 처지가 다르니 100% 공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저자가 던지는 재테크에 대관한 현실감 있는 문제제기는 독자로 하여금 나는 이대로라면 과연 돈을 모을 수 있을까?’ 하는 화두를 던진다.

가지기도 힘들지만, 지키기는 더 힘들어진 오늘, 이 책을 읽고 그간 고민했던 투자처 모색보다는 부채상환을 제 1목표로 해야겠다고 재설정했다. 여러분도 이 화두에 천착해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간다면 나름의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을거라 확신한다.

끝으로 이 책의 핵심적인 내용이면서 이 책을 꼭 읽어야 할 이유이기도 한 대목을 소개한다. 읽어서 구미가 당긴다면 꼭 구입해서’(재테크서는 혼자 읽을 것이 아니라 가족과 공유해야 빛을 발한다) 읽으시길.

 

누군가가 이 책의 핵심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해달라고 주문한다면, 나는 전력을 다해 빚부터 갚아라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그 주장의 근거가 무엇이냐고 다시 묻는다면, ‘상식이라고 답할 것이다. 이 책 어디에도 대단한 이론은 없다. 300페이지 가까이 펼쳐지는 수십 개의 주장과 논리는 지극히 상식적이다. 3가지만 예를 들어보자.

 

1. 대출이자율이 예금 이자율보다 높기 때문에(대출이자율 > 예금 이자율) 저축을 깨서 대출 먼저 갚아야 한다.

2. 대출이자는 확실한 반면, 투자수익은 불확실하니, 빚을 내 투자를 하려는 시도는 무모하다.

3. 보험사가 보험금 지금약속을 자꾸 저버리니, 덮어놓고 믿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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