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을 높이는 생활 - 생활습관만 바꿔도 건강해진다
니시하라 가츠나리 지음, 윤혜림 옮김, 권오길 감수 / 전나무숲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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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성피부염이나 알레르기로 고생하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라!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아서일까? '잘 먹고 잘 살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웰빙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지금, 오히려 우리의 먹거리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는 날로 그 수위를 높아지고 있어 무엇을 먹어야 할 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뒤늦게 밝혀지는 이러한 사실들은 이제껏 아무런 의심없이 먹어왔던 것들이라 더욱 황당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먹는 것 하나 하나 마다 원산지를 찾고, 유효기간을 뒤져가며 먹다 보면 식욕도 사라져서 '골라서 먹는 행위'로 병이 생길 지경이다.
 
  건강하기 위해서는 잘 먹기만 해서는 부족하다. 일상의 생활도 건강하게 해야 하는데 별도의 운동도 필요하지만, 우리의 생활 속에서 '병을 일으키는 생활습관'을 먼저 체크해봐야 할 것이다. 생활습관을 고치는 것만으로도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현대병들의 대부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잠을 험하게 자는가? 주로 한 쪽으로 음식물을 대충 씹어 삼키는가? 입으로 호흡하지는 않는가? 혹시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깊은 관심을 두고 이 책을 접하기를 권한다. 자기면역질환등의 면역병의 메커니즘을 해명하고 치료방법을 확립하고 있는 의학박사 니시하라 가츠나리의 책 [면역력을 높이는 생활]이다. 
 
  이 책은 대표적인 면역병인 알레르기, 두드러기, 아토피성피부염, 천식, 당뇨병 등의 원인불명의 질병들은 단독적으로 생긴 질병이 아니라 눈, 폐, 심장, 신장, 뇌, 위장등 다양한 기관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질병이라고 말하고, 그 원인은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를 고친다면 현저하게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현대인의 면역병은 인제의 면역력만 높이기만 하면 고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다만 '말이 쉽지만 실천은 어려운 생활습관'을 고쳐야 한다고 덧붙인다.그렇다면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크게 3가지 원칙과 7가지 생활습관을 제시한다.
3가지 원칙은 첫째, 세포의 신진대사를 촉진하기 위해 코로 호흡하고, 이를 통해 신선하고 청결한 산소를 받아들인다. 둘째, 세포 수준에서의 소화가 가장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게 하려면, 피부와 폐를 차지 않게 하고, 차가운 음식물로 장을 차게 하지 않는다. 셋째, 영양이 균현을 이룬 식사를 잘 씹어서 먹는다.
 
7가지 생활습관은 다음과 같다.
1. 코로 호흡한다. 자는 동안에도 마찬가지다.
2. 양쪽으로 잘 씹어서 먹는다(흰쌀밥의 경우 30회 이상).
3. 위를 보고 누워서 잔다(뼈의 휴식)
4. 차가운 음식물과 과음, 과식하지 않는다.
5. 규칙적으로 가벼운 운동과 스트레칭을 하고 긴장을 푼다.
6. 햇볕을 쬔다.
7. '몸과 마음에 온화한 에너지'를 받아들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코호흡.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나 세균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방위기능은 코에 있는 정화, 가습 기능 밖에 없다. 입에는 이런 기능이 없기 때문에 공기를 받아들이기 위한 기도氣道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콧구멍 안쪽에 있는 비점막에 있는 가는 섬모가 융단처럼 촘촘히 나 있는데, 이곳에서 늘 점액을 분비하여 대기중에 있는 위해물질들을 걸러내기 때문이다. 입으로 호흡을 한다면 아무런 여과과정이 없이 바로 기도를 통해 폐로 전달된다면 위해물질들은 폐나 내부장기에 그대로 축적되는 것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치열(치아의 배열)과 균형잡힌 체형을 갖기 위해서는 입과 턱을 올바르게 상요할 때 비로소 만들어지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양쪽 이를 사용해서 식사를 해야 하고 잘 씹어 먹어야 한다. 씹는 방법이 잘못 되었을 때는 얼굴이 일그러지고 등뼈가 휘며, 뻐드렁니나 주걱턱이 되거나, 입술이 두꺼워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제시하고 있는 생활습관 7 가지는 거의 모두 우리가 어려서부터 어른들로부터 들어왔던 '잔소리'식의 생활습관이다. 하지만 그 습관들이 왜 지켜져야 하는지 그 중요성을 잘 알지 못해 소홀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 숨을 쉬고, 양쪽 이를 사용해서 잘 씹어 먹고, 하늘을 보고 자며, 찬 것은 피하면 웬만한 현대인의 면역병은 고칠 수 있다고 하니 한 편으로는 너무 쉬워 '과연 그럴까?'하는 의심도 들고, 한 편으로는 혹시라도 효과가 없더라도 '잘못된 생활습관'을 고치는 계기로 만들 수 있겠다 싶다. 알게 된 이상 바꿔야 했다. 행동에 옮기기도 지극히 쉬워서 이 책을 읽은 후 바로 생활습관을 바꿀 수 있었다. 뭔가를 '인지한 후'에 행동하게 되니까 신경은 쓰이지만 그 효능을 생각해서 주의하게 되었다. 인간의 진화를 근거로 한 의약서이기도 해서 생소한 용어들이 눈에 띄기고 하지만, 우리가 생물시간에 배웠던 '미토콘드리아'라는 인간의 세포를 건강하게 하는 것만이 인간의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특히 이 책은 6개월만에 숟가락을 통해 입으로 받아먹는 아기들의 이유식습관이 너무 이르다고 하면서 그것을 통하면서 입호흡은 시작된다고 말한다. 현대에 들어 대기중의 공기가 오염된 것도 있지만, 이유시기를 점점 앞당기는 추세와 아이들의 발병률을 생각해 봤을 때 저자의 주장은 설득력을 지녔다. 우리가 모르고 있거나 잘못 알고 있는 의학상식들이 병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건강한 것을 먹고, 건강하게 운동하며 사는 것도 좋지만 우선 나의 생활 중에 건강을 해치는 것은 없는지 먼저 살피는 것이 우선이겠다. 자신의 건강과 가족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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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우리 떡살
김규석 지음 / 미술문화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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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민속공예품, 떡살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책!
 
책을 펼치는 순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나뿐 아니라 그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공극(, air gap) 하나 없이 속이 꽉찬 나무들이 엿가락처럼 자유자재로 휘어져 있고, 평평한 면 하나 없이 제각각의 모양을 띄며 작품으로 아로 새겨져 있다. 석고처럼 쉬이 깎이는 나무가 있던가? 싶을 정도로 정교한 그림과 무늬들이 새겨진 이 나무들은 하나같이 멋들어진 작품들이 아닐 수 없다. 그저 보는 것이 아니란다. 떡에 모양을 찍어내는 떡살이란다. 우리나라에 이런 것도 있구나 싶어 뒤늦게 알게 되어 한편으로는 부끄럽고, 한편으로는 자랑스럽기 그지없다.
 
 

 
 
  지난 여름 나는 [아름다운 떡살무늬]라는 책을 읽고 보며 리뷰를 쓴 적이 있는데, 그에 앞서 지금 소개하는 이 책 [소중한 우리 떡살]이 우선봐야 하는 것이란다. 지난 번 리뷰가 떡살에 색을 입혀 종이에 찍은 탁본들을 보여주었다면, 이 책은 떡살 그대로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20년을 전통떡살 제작에 정성을 쏟아부은 떡살 제작 기능보유자 김규석님께서 제작하신 책이다. 김규석 님은 다양한 떡살을 수집해 연구하고 자료를 취합, 분리하여 나름의 체계를 세워 홀로 하기에는 매우 버거운 작업을 17년 동안 해오면서 약 700여 점의 실물을 탁본으로 만들어 각종 무늬를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실물과 도면을 완벽하게 정리하셨다. 그분의 작업을 높이 사는 부분은 전통기능 전승자로서의 책임을다한 것은 물론, 떡살의 원형은 그대로 살리면서 우리 전통공예의 아름다움을 새로운 시대감각에 맞게 무늬들을 재구성하여 전통공계의 계승발전에 크게 기여한 점이다. 하나하나 작품이라도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정교하고 아름다워서 과연 떡에 무늬를 박기 위해 만든 것인가 의심할 정도였다.
 





































 
  우리 민족은 조상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는 무늬에 새로운 무늬를 덧붙여가면서 사용했기에 떡살과 다식판은 민족 고유의 정서와 당시의 사회현상을 잘 드러내는 생활도구이다. 예를 들어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떡살 중에는 뒷면에 주소, 택호나 만든 사람의 수결이 새겨진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잔칫날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 떡을 만들거나 남의 집 떡살을 빌려 사용할 때 바뀌거나 잃어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새겨둔 것이라 한다. 서민들이 만들어 쓰던 떡살이나 다식판은 애초부터 공예품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주변에 굴러다니는 나무토막을 주워 적당히 손질한 것이다. 구하기 쉬운 재료로 사용하기 쉽게 만든 떡살은 민속예술품의 모체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세월에 따라 부드럽게 닳고 기름이 벤 떡살들은 누구에게나 친숙하여 우리의 민속공예품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떡살은 떡에 찍을 무늬를 새긴 판과 손잡이로구성되어 있는 단순한 도구이지만 사양하고 창의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무늬의 상징성과 예술성으로 인해 전통문화로서의 가치를 지니기에 충분하다.
 
 








































  김규석님의 손을 빌어 태어난 떡살과 다식판을 살펴보면 단순하게 떡에 살을 박는 작업을 해야 하는 사용자의 노고를 충분히 고려하여 손에 잡기 쉽도록 손잡이부분을 둥그렇게 다듬고, 각진 부분이 거의 없도록 조각해 두었다. 그리고 무게감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떡에 살이 모두 박힐 수 있게 하기 위해 힘을 집중할 수 있도록 고려한 점을 엿볼 수 있다. 작고 예쁜 모양들도 많아 현대인들의 필수품에 장식용 소품으로 활용해도 충분할 것 같았다. 우리가 밥을 지어 먹으면서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될 만큼 떡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데, 예전에는 사시사철 세시음식에 빠지지 않았고, 절식과 시식때에도 함께 했던 떡은 말 그대로 '무슨 때만 되면 등장하던 단골음식'이었다. 그랬기에 떡살과 다식판의 소용은 그만큼 많았던 것이다.
 







































 
  특히 떡 중에서도 절편을 으뜸으로 치는데, 그 이유는 절편의 무늬 때문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처럼 우리 조상들은 떡에 정성을 들였고, 벽가기복의 뜻을 담은 무늬들도 새겼다. 돌이나 회갑상에는 장수해로를 바라는 무늬를 사용했고, 수복, 강녕, 부귀,다남 등의 길상무늬는 무운장구를 빌거나 부모님의 무병장수를 기원할 때 많이 쓰였다. 혼례나 과거급제 행사에는 사군자나 송학등 기품있는 문양을 썼으며, 상례나 제례 때는 돌아가신 부모님이 저승에서도 편안하게 지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정토와 윤회의 의미가 있는 무늬를 선별하여 썼다. 그래서 절편을 먹음은 곧 떡을 만든 이의 정성과 마음을 먹는 것이었으니 이보다 더한 선물이 어디 있었겠나 싶다.
 
  이 책에서는 특별히 다식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그것의 이름과 만드는 법 그리고 그 소용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가장 주목이 되었던 이 책의 백미는 바로 저자가 직접 떡살 제작과정을 보여준 부분이다. 어느 목공예보다도 섬세하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을 순서대로 보여주고 그 과정을 음미할 수 있도록 했는데, 과연 얼마만큼의 시간이 소요될 지 직장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떡살이 우리에게 주는 큰 의미는 단순히 '보기 좋게 만든 작품'이 아니라, 염원과 희망을 담아 그림으로 대신해 새기고, 그것을 떡이라는 음식에 박아 염원의 대상에게 먹게 한 '우리선조의 따뜻한 마음과 정성'을 느끼게 하는 도구라는데 있다. 그것들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전통문화이며 민속공예품이 아니겠는가? 이토록 훌륭한 떡살이 한 권의 책에 숨겨져 있다는 것은 어쩌면 슬픈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것을 되살리고, 아끼기 위한 노력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요즘, 우리 떡을 사랑하는 마음도 가져야 할 것이다. 생크림 케익대신 우리의 떡을 케익처럼 현대화해서 사용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마찬가지로 정성과 마음이 담기 우리의 절편도 아끼는 마음이 필요하다. 특히 디자인이나 실내장식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의 떡살공예에 대해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왕릉속에 숨겨진 삼족오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 우리 고유의 문양이라며 소중히 여겨지는 것처럼 우리의 떡살무늬 또한 현대인의 사랑을 듬뿍 받을 만한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저자인 김규석님은 전남 담양군 대전면 다치리 1071번지 목산공예관(061-382-0057)에서 오늘도 작업중이시다. 테마가 있는 여행을 원한다면 이곳을 방문하여 우리의 떡살을 직접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의 미술과 문화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멋지고 훌륭한 최고의 미술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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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궁궐 산책 - 정겨운 朝鮮의 얼굴
윤돌 지음 / 이비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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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우리 궁궐 길라잡이 책!
 
  우리 궁궐을 좋아하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였다. 독서모임의 '우리 역사'에 관심이 많은 한 회원이 경남에서 서울까지 직접 방문해 '창경궁'을 탐방한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 참여하면서 부터다. 국민학교(우리때는 이렇게 불렀다) 때 서 너번을 소풍을 간 곳이 창경원(그때는 동물원도 함께 있어 이렇게 불렀다)이었건만, 세월이 훌쩍 지나 만만ㅎ지 않은 나이에 창경궁으로 바뀐 그곳을 다시 방문한 것은 3월의 쌀쌀한 어느 일요일이다. 해박한 역사지식과 남다른 우리 궁궐사랑을 갖춘 그 회원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사실' 투성이었다. 창경궁에 얽힌 역사이야기하며, 일제강점기에 우리 조선왕조가 당했던 치욕스럽던 사건들, 그리고 궁궐의 의미와 그 쓰임에 대해 두 시간이 넘도록 함께 걸으며 그의 말에 귀기울였다. 그 시간 이후 내가 봐 왔던 창경궁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회원들이 많은 호응을 해 준 덕에 봄과 초여름에 걸쳐 경복궁은 두 번을 찾았다. 조선왕조의 위대함과 우리 조상들의 슬기로운 지혜와 건축문화를 목격할 수 있는 계기였다.
 
다른 궁을 찾기로 기약을 했었지만, 서로가 일상에 바쁘고 역사탐방을 이끌던 회원선생이 지방에 있는 터라 지켜지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모임의 지기가 한 권의 책을 추천해 주었다. '궁궐 길라잡이'로 2년간 자원봉사도 했고, '먼산이웃'이라는 궁궐안내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윤돌선생의 책 [우리 궁궐 산책]이다.
 
 





































 
 
  이 책은 서울에 있는 우리 궁궐,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운궁, 경희궁을 돌며 궁궐의 이모저모를 설명하고, 그에 얽힌 역사와 이야기들을 사진과 함께 엮은 책이다. 거의 '샅샅이 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각 궁궐의 사라진 흔적까지 추적해 그에 얽힌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경복궁을 지키는 해태는 어떤 상징인지, 건춘문에 사는 동물은 무엇인지, 서쪽 일곱 별을 상징하는 백호는 어느 문을 지키고 있는 지를 설명해준다. 궁궐안의 현판마다 가진 이름의 의미와 계단과 사방에 있는 조각마다의 사진을 추적하고 그 이름을 알리며,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역사탐방이라는 이름으로 찾았던 곳들을 사진으로 보니 반가웠고, 그들의 의미와 뜻을 아니 역시 놀랍고 다시 방문하고 싶은 충동이 인다.
 
  세계에서 유교가 가장 발달한 나라 대한민국, 그 근간에는 유교국가인 조선이 있었다. 통치의 사상적 수단으로 중국은 유교를 채택했었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충忠과 효孝 라는 유교의 근본정신이 종교처럼 남아있다. 세계의 철학자들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훔치고 싶은 것이 바로 '부모에 효도하는 마음'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 책 속에 있는 궁궐들을 살펴봐도 우리의 유교정신을 엿볼 수 있고, 임금의 나라사랑과 백성사랑을 느낄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 우리 궁궐을 사랑하지 않는 이가 없겠지만, 그에 대해 잘 아는 이는 솔직하게 몇 되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교육을 받고, 또 관심을 두어 자연히 습득되는 것이 역사인 것인데, 무조건 그림을 보고 외우고, 시험만 봤으니 실물을 놓고 대조하자니 조합이 영 되질 않는 것이다. 궁궐을 답사할 때도 확인했지만, 자녀들의 학습을 위해 부모가 함께 주말에 나들이를 찾아오지만, 정기적으로 안내하는 안내원의 멘트만을 쫓아 함께 하고 사진만 찍을 뿐, 제대로 아이에게 설명해주는 부모를 만나보지 못했다. 앞서 말한대로 자신도 잘 모르는데 누구에게 가르칠건가?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말이 있듯이 이 책으로 자녀들과 함께 책자의 그림을 찾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함께 공유하는 것도 즐거운 학습 나들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초, 화를 참지 못한 한 국민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으로 우리의 국보 '남대문'이 소실되었다. 남대문의 원래 이름은 숭례문, 예禮를 숭상한다崇 해서 지은 이름이다. 또한 그것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세로로 현판을 썼었다. 임금이 사는 사대문의 정중앙에서 '예를 갖추고 들어야 할 대문'이 불타버렸다. 백성은 바다와 같아서 배를 떠받쳐 목적으로 데려도 가지만, 파도를 일으켜 배를 뒤집기도 한다 했던가? 남대문 화재로 흉흉한 민심은 우리의 먹거리 문제로 인해 큰 파도를 일으켰는데, 우연치곤 참 기막힌 우연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숭상하는 대문'이 사라진 지금, 남은 우리의 문화유산에 각별한 관심과 사랑을 기울여야 할테다. 이런 저런 이유로 고궁찾는 문화시민들이 많아진 요즘, 이 책은 아주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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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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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아내의 절반. 가질까, 말까?
 
 
  "이 제목, 글자가 빠진거 아니냐? 옛 자字 라던지, 전前 자字 라던지..."
 한 달 전, 생전 들리지 않던 녀석이 수박 한덩어리를 들고 놀러왔을 때, 서재에서 한 권의 책을 뽑아들고 한 말이다.
 
  읽고 싶으면서도 안 읽고 남겨놓는 몇 권의 책이 있다. 그 무엇을 해도 시큰둥하고, 아무것도 안하자니 심심해 죽을 것 같을 때. 그 때 읽으려고 있지도 않은 자식 결혼 혼수용으로 사놓고 아예 잊어버린 우량주식 몇 장처럼 아예 존재 자체도 잊어버린 몇 권의 책이 서재 맨 아래 가장자리에 몇 권을 숨겨둔 것이다. 꽤 많은 책중에 그곳에서 기웃대더니 얌전히 있는 책에 시비를 건 것이다. '아, 그 책이 저기에 있었네?' 정말 한동안 잊고 있던 책이다.
 
 그 책에 대해 약간의 설명을 해줬더니 '나를 위해 만들어진 책'이라며 들고 도망을 쳤다. 어짜피 나중에 읽을 거 온전히 되돌려주라고 통화를 했지만,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줘버렸다. 만화책도 열 페이지를 넘기면 잠이 들어버리기로 소문한 녀석이 언제 돌려줄 지 모르는 일이고, 돌려준다는 보장도 없어서다. 한 칸의 꽉 차있었는데 빈자리가 울할아버지의 앞니같아 얼른 사다 채워 넣었다. 그리고 '심심해서 죽을 것 같은 그런 날'은 어제였고, 그래서 하마터면 읽지 못할 뻔한 그 책을 꺼냈다.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 제목엔 아무런 문제 없는 소설이다. 
   

 
  
  2년 전 '일처다부제'라는 생소한 소재와 '축구'를 더해, 2006년 월드컵이라는 시의성도 있었지만, 갑론을박의 논쟁도 불러일으켰던 소설이다. 최근에 '영화'로도 제작되어 다시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한, 그러고 보니 근간에 읽긴 읽어야 할 책이었다. 읽지 않고 뜸을 들인 덕분일까? 첫정을 펴는 순간부터 지난 밤의 심심함은 잊어버렸다. 모두 읽지 못해 아쉽게 잠이 들었고, 점심시간의 잠깐 여유를 틈타 카페로 달려가 모두 읽어버렸다. 프랑스소설에서나 만날 법한 소재에 축구가 더해진 정말 소설다운 소설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인아'를 먼 발치에서 좋아하게 된 '덕훈'은 어느 날 회식을 하고, '단' 둘이서 한잔 더 마시게 된다. 이야기중에 그녀가 FC 바로셀로나 축구팀의 열렬한 팬임을 알게 되는데, 그 또한 레알 마드리드를 사랑하는 축구광. 둘은 더욱 친해지고 애인이 된다. 모든 것이 마음에 드는 그녀. 하지만 그녀에게는 딱 한가지 단점이 있다. 그녀는 자유연애주의자다.
 
"사랑에 빠지면 고통이 시작된다. 사랑의 고통이란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의 몫이다. 내 경우에는 누가 누구를 더 많이 사랑했는가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가 더 많이 사랑했던 것 같지만 겉으로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녀는 내게 잘했다. 문제는 그녀의 사랑이 아니라 그녀의 몸이었다. 몸이라고 하니 이상한가? 그러너 어른의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 어른의 사랑에서는 누가 누구를 얼마나 더 사랑하는가의 문제만큼이나 '누가 구구와 잤는가 하는 잔인한 문제'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 잔인한 문제는 사랑도 의심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에 관한 한 고통은 온전히 내 몫이었다." (p 50)
 
  덕환은 당당히 결별을 선언한다. 하지만 곧 그녀에게 꼬리를 내리고 돌아간다. 오히려 그녀의 연애관을 100% 수용하기로 하고 옐로우카드를 받는다. 한 번 더 결별을 이야기하면 레드카드다. 그후 그렇지 않은 척 하면서도 일로 인한 그녀의 늦은 귀가와 술자리는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실제로 일때문 일 수 있고, 회식일 수 있는데 그녀의 말을 믿지 못한다. 다 좋은데 딱 한가지 마음에 안드는 그녀의 연애관은 급기야 플레이보이 친구에게 조언을 얻게 만든다. 친구는 말한다. "결혼해라." 지금이 좋다고 버티는 그녀를 달래고 달래 '결혼'을 하게 되었지만, 그녀의 연애관은 바뀌질 않는다. 결국 아내가 된 인아에게 이런 말까지 듣는다. "나, 그사람하고 결혼하고 싶어. 그렇지만 덕훈씨도 사랑해."
 
  마누라가 바람피운다는 것은 아끼는 자전거의 안장이 없어진 것과 같다고, 그래서 안장을 갈아 끼우기보다는 자전거 타기를 포기하게 된다며 이혼을 앞둔 친구의 변辯 에 그도 맞는 말이라며 따르고 싶지만, 그녀없는 삶을 생각할 수 없는 덕훈, 어쩌면 인아가 두번 째 결혼을 하고 싶어하는 그 '놈'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은 마음도 클 것이다.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 소설의 제목처럼 '아내가 결혼했다'. 하지만 여전히 인아는 덕훈의 아내다. 그 후 일어나는 웃지 못할 이야기는 더이상 말 못하겠다. 매맞을 것 같아서...
 
  '일처다부제'라는 소재는 어처구니 없는 소재같지만, 한편 지금도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는 남편들의 외도나 부부들의 아슬아슬한 불륜에 대한 당당한 고백인지도 모른다. 몰래 벌인다면 범죄겠지만, 상대도 이미 알고 있는 부인의 연애는 '싫음 할 수 없다. 하지만 너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주장만큼 정당하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잣대는 여기서는 통하지 않는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본다면 억장무너지는 아내의 연애관은 '종종번식의 본능' 운운하며 벌이는 남자의 그것과 닮아서, 덕훈의 갈등과 고민은 '바람피는 서방둔 아내'의 마음과 일맥상통하다. '싫으면 관두면 될 것'인데, 싫지 않은 것이 문제다. 덕훈에게 인아는 '팜프파탈'의 클레오파트라고, 백만 개의 흡착판과 2백만 개의 부드러운 솔기를 지닌 옹녀다. 그녀에게 헤어나오지 못하는 덕훈을 이해할 수 있을까? 내가 덕훈이라면, 이 스토리는 어떻게 될까?
 
그 해답을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에게서 찾을까 한다. 노름에, 바람에 할머니 속을 ' 썩어 문드러지게' 썩혔던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하실 때면 할머니는 그 이야기의 끝에 꼭 하시는 말씀이 있다. "내 지금 당장 죽어도 원은 읍다마는 '사랑같은 사랑' 한 번 못해보고 중는기, 그기 정말 한스럽데이."
 
 덕훈은 인아를 사랑하고 있다. '아내가 결혼하는 있을 수없는 사태'를 맞으면서도 그녀와 헤어지지 못하는 것은 그것이 애정이 되었든, 애증이 되었든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모르겠다. 나중에 그보다 더 나은 사랑을 만나게 될 지, 그녀에 대한 사랑이 식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를 저보다 더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잘 살고 있는 것 아닐까? 남에게 보이기 위해 사는 세상도 아니고, 저 좋아 죽고 못살겠다면 그런대로 잘 사는 인생이다. '당신을 완전히 가질 수 없다면 반쪽이라도 갖겠다' 는 영화 [글루미 선데이]의 자보의 고백이 우스울지 모르겠지만, 그것을 허락하는 '일로나'가 있다면 그것이 진심이라면 상관없지 않을까?
가정적인 내 남자에게서 '다른 여자의 향기가 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맞고 있는 아내나, 무엇인가에 미쳐 수시로 집을 비우는 아내를 둔 남편에게는, 그리고 이시간에도 속고 속이는 묘한 심리전 속에 모든 기운을 허비하는 부부들에게는 '애들 소꼽장난'같은 귀여운 연애행각으로 보이지 않을까? 덕훈은 행복한 놈인지 모른다. 최소한 자신을 부러워해 줄 '우리 할머니'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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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이 뭔데 난리야? - 분석 : 가로수길
TBWA KOREA 지음 / 알마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느림과 인간이 공존하는 젊은 거리, 가로수길을 재조명한 책!
 
 
  신선하다, 좋다는 주위의 평에 보지도 않고 주문을 했다.
엊그제 도착. 책을 펴 보곤 이렇게 난 말했다. "이게 뭐야 !?"
 
  라마단의 종료를 기념하는 메카 순례에 모인 무슬림들처럼 종이 한 쪽에 글자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야 '이거, 읽을만 하겠다'고 여기는 활자중독증에 가까운 취향인지라 형형색색의 작고 큰 활자들과 한페이지를 가득 채운 사진이 있는 이 책에 대한 첫인상은 '꽝'이었다. '누구야? 도대체 누가 이렇게 겁없이 책을 만든거야?' 저자를 찾아 원망하려 뒤져보니 이름이 없다. TBWA 라는 영어가 떠억 자리를 잡았다. 광고회사의 이름이란다. 그것도 무척이나 잘 나가는 ... 세상들이 한 번은 봤음직하고 들으면 '아하~ 그 광고?'라며 대꾸할 만한 대단한 광고들을 만든 회사. '저자가 광고회사란 말이지?' 회가 동했다. 페이지를 한 장씩 넘겼다. 그리고 그 내용에 놀라 기절하는 줄 알았다. 문제작은 이름도 특이한 [가로수길이 뭔데 난리야?]이다.
 
 

 
 
대학로는 표현이다.
   홍대앞은 열정이고, 삼청동은 경륜이다.
       인사동은 전통이며, 청담동은 과시다. 
 
가로수길은....로망이다.
 
 '한 감각'한다는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가로수길 운운...' 하는 소리에 열 두명의 광고회사 TBWA 친구들이 시선을 한데 모아봤다. "왜 사람들은 가로수길에 모이는 걸까?"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 봤다. 광고꾼들이 사물이나 현상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 숨은 속내를 꿰뚫어 보듯 관찰하고 쓴 책이 이 책이다. 저자들(?)은 말한다. 광고가 시대의 거울이라고 하는 것처럼, 가로수길도 거울이더라. 그 속에 우리의 모습이 숨어있더라 라고.
 
 

 

 
 
 특이한 구성, 크고 작은 형형색색의 활자, 낯설고 거북스럽기까지 했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는 다음 장을 넘기는 재미를 더했다. 그들은 '가로수길'이 자생적自生的 으로생긴 원인을 사회의  네 가지 변화로 들었다. IMF로 생긴 매울 수 없는 분화구, 기존의 비즈니스와는 다른 탈산업 사회, 까다로운 소비자들을 위한 온리 원 상품, 그리고 더이상의 해고도 퇴직도 없는 1인 온리 원 기업. 한데 묶자면 단연 IMF의 영향이라 하겠다. 평생직장을 선언하며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우리만의 울타리를 만들었던 대한민국이 IMF를 계기로 생긴 '세계화'는 너무 많은 변화를 요구했다. 그리고 많은 것이 변해버린 것이다. 예전에는 있지 않던 다양한 직업군이 생겨나고, 인터넷의 영향으로 생산자보다 더 잘 아는 입맛 까다로운 고객군인 '프로슈머 군단'에 맞춰 온리 원 경영과 마케팅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리고 전혀 다른 분야의 생산자들은 서로 조합으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게 된 것이다. 이런 사회의 변화와 그에 부응하는 결과는 곧 가로수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가로수길은 사람을 향합니다.
과거가 효율로 대변되는 '직선의 시대'였다면 현재는 느림을 예찬하는 '곡선의 시대'다.
기능 중심의 세계에서 사람 중심의 세계로 변하고 있다." 
 
 

 

 
 
  가로수 길의 주인은 '사람'이다. 점포의 주인도 고객도 돈도 아닌 '사람' 이다. 그래서 그들은 휴일엔 놀고, 급한 일이 생기면 문을 닫는다. 권유하지 않고, 강요하지 않는다. 주인이 자신이 소중한 것처럼, 손님客도 정말 소중히 다룬다. 그래서 다른 곳보다 1도 따뜻하다. 가로수 길은 10분 느리다. 아니, 더 느리다. 그래서 그곳엔 '나를 쳐다 볼 느린 시간' 이 늘 공존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남들보다 많은 돈 몇 푼'이 아니라, '내게 주어진 시간을 즐길 수 있는 행복'에 있다. 그들은 남을 선망하지 않고 자신에게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 자신을 좋아하고, 사랑할 줄 안다. 그들은 본 만큼, 배운 만큼, 느낀 만큼 만들어내고 공유하려 하고, 나누려 한다. 그리고 혼자라 늘 외롭다. 한국은 좁다 느끼고, 세계는 편하다고 느껴진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느끼는 모든 감정들이 장소가 되고, 그림이 되고, 먹거리가 되어 작은 울타리를 만든 곳이 바로 '가로수길'이다. 안가봤다고? 그렇담 말을 하지 말아라. 일단 가서 보고, 느끼고, 먹어보라. 그리고 이 책을 읽어 보라. 가로수 길에서, 책 속에서 '내가 몰랐던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발칙하리만치 특이한 책, 그래서 멋진 책. TBWA의 다음 프로젝트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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