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도의 아이스크림 천재영문법 1 : 백살 공주와 일곱 아이돌 - 영재로 키우고 싶은 우리 아이에게 꼭 필요한 미국식 영문법
이미도 지음, 최진규 그림 / Faust(파우스트)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헐리우드 영화광들이 아끼는 영화번역가 '이미도' 선생이 이번에는 아이들을 위한 영어 학습만화를 만들었네요. 제목은 <이미도의 아이스크림 천재영문법>입니다.

 

   제목이 참 특이한데요, 굵은 블록 글씨만 오면 '아이는 이미 천재'라고 읽히네요. 하워드 가드너의 책 <열정과 기질>의 내용중에 아인슈타인은 "5-10 세의 아이는 이미 천재다. 아무런 제약 없이 마음껏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선성설과 같이 아이들은 태어나면서 이미 '천재'라는 뜻이겠네요. 커가면서 가정과 사회 그리고 학교가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제약함으로써 아이들의 두뇌는 후퇴하기 시작한다는 그의 말이 일리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자는 이 책을 낸 목적에 대해 '가장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에게 만화를 통해 마음껏 상상하면서 영어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헐리우드 영화의 번역가 답게 미국 애니메이션과 동화를 소재로 스토리를 비틀고, 뒤집어서 익숙한 동화만 알던 아이들에게 신선한 스토리를 제공했다고 합니다.

 

  미국 대중문화에는 오리지날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미 세상에 알려진 원작에 얼마나 많은 상상력을 더했는지 새로운 스토리가 만들어지곤 합니다. 이 책 역시 헐리우드 영화식 스토리텔링을 도입했습니다. 자신의 주특기인 영어와 무한한 컨텐츠를 자랑하는 영화를 아이들을 위해 활용했다는 점이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이 책은 광운대학교 컨텐츠 미디어 센터라고 해서 이른 바 '산학협동'으로 만들어진 컨텐츠기업 파우스트가 만들었습니다. 이 책은 앞으로 시리즈로 계속 출간을 하고 또한 이 컨텐츠를 바탕으로 TV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고 팬시나 게임등으로 제작되어 소위 '원 소스 멀티 유즈'의 대표작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당당히 밝히고 있는데요, 이미 중국과 판권계약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이미도 선생의 영화와 영어를 접목한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네요. 5~10 세 아이들에게 '미국식 영문법'을 가르치기 위한 이 학습만화가 주목되네요.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가 아닌 <백살공주와 일곱아이(무지개를 뜻함)>가 주인공이고, 온갖 동화와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이 등장합니다. 원색의 밝은 컬러와 아이들에게 친근한 캐릭터가 돋보이는 이 책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저자의 이 책에 대한 설명을 인터뷰 화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이 책에 대한 저자의 설명 화면

 출처: 이미도의 아이스크림 천재영문법 공식 홈페이지 http://meedoedu.com 



 



 



 

  이 책의 특징은 우선 영화번역가라는 저자의 이력에 있을 겁니다. 헐리우드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동화의 원작 내용을 살짝 비틀고, 뒤집어서 만들어 스토리를 재창조하는 것에 모티브를 얻어 헐리우드 애니메이션과 동화를 함께 어울리게 해서 새로운 스토리를 재창조하였습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어른들이 한 눈에 알아차릴 수 있는 만화 주인공과 동화의 주인공들이 등장합니다. 

  두 번째는 재미있는 만화에 있습니다. 아이들의 눈에 쏙 들어오도록 그림은 시원시원하고 큼직하게 그려졌네요. 컬러도 아이들이 색감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도록 되도록 밝은 원색을 사용했습니다. 제가 보이게는 유치한 대사들이 조카들은 마냥 재미있나 봅니다. 한 번 보면 그만 둘 법도 한데 세 번 네 번을 처음부터 페이지를 넘기더군요. 대사를 쫓다가 영어를 만나면 어김없이 “삼촌, 이게 뭐야?”하고 묻습니다. 이제 옆에 있는 어른이 함께 동참해야 할 때가 왔네요.   



 



 

 

  저자는 우리가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0년 이상 영문법을 공부하고도 글쓰기나 말하기를 할 때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바로 분해하는 영문법을 배워 온 탓이라고 지적합니다. 다시말해 영어 문장을 자르고 나누는 문법을 배우느라 정작 단어와 단어를 결합하고 확장해 문장을 척척 만들 줄 아는 영문법 실력을 쌓지 못한다는 거죠. 원래 문법이란 것이 ‘문장을 만들기 위해 단어들을 결합하는 방법과 법칙을 배우는 것인데, 부정사니, 분사구문이니, 가정법이니 하는 문법 지식만 달달 외우고, 정작 영어 문장은 만들지 못한다면 그것은 반쪽 영문법 공부에 지나지 않고, 재미도 없다는 겁니다. 

  이미도는 그 해답을 미국에서 초등학생들이 배우는 미국식 영문법에서 그 해답을 찾았습니다. 미국식 영문법이란 통합하는 영문법 즉, 단어와 단어를 결합하고 확장시키는 법칙을 배워 자유자재로 문장을 만드는 공부법입니다. 



 



 



 

  한 두 단어로 된 문장을 배우고, 거기에서 단어를 하나씩 더 추가해서 문장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영어가 바로 미국식 영문법이라는거죠. 저자는 평소에도 미국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공부하는 초급 미국영단어 사전(영영사전)만 모두 살펴보면 생활영어에는 무리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어른들이 영어사전을 들고 통으로 외워서 공부하기를 강조한 것처럼 이번에는 5~10세의 아이들에게는 이러한 학습이 만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공부가 될 수 있도록 만들게 된겁니다. 

 ‘이미도의 아이스크림 천재영문법‘은 미국식 영문법에 따라 단어와 단어를 결합하고 확장하여 문장을 만드는 문법공부 방법을 제안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단어와 단어의 관계, 올바른 단어 사용법, 단어의 정확한 형태 등에 관해서 배워야 하고, 이를 통해 아이들은 단어와 단어를 결합하고 확장하여 문장을 만드는 문장력 실력을 쌓아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이미도의 아이스크림 천재영문법》이 다른 영문법과 가장 크게 차별되는 점일 겁니다.   



 



 



 



 



 



 



 

  책의 중간마다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을 때 짚어줘야 할 점을 적어놓고, 책의 마지막에는 학습 코너에는 한글과 영어로 요약된 줄거리가 실려있습니다. 그래서 영어를 처음 시작하는 아이들과 이미 영어를 시작한 아이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꾸며졌습니다. 

  이번에 나온 제1권(영문법 introduction 특별판)은 시리즈 전체를 위한 ‘소개’ 편으로, 이야기의 무대와 등장인물,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가 소개되었네요. 본격적인 영문법은 2권(명사 편)부터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림 위주로 만화를 보는 어린이들에게는 한글 공부에 도움이 되게 도와주고, 영어에 자신감이 붙은 어린이들에게는 영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게끔 구성한 이 책이 마음에 드네요. 무엇보다 조카들이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점이 그것을 증명하는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하를 얻은 글재주 - 고대 중국 문인들의 선구자적 삶과 창작혼
류소천 지음, 박성희 옮김 / 북스넛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중국 고대 문인들은 자신의 공명을 위해 변절하거나 타협하지 않았다!

  혹시 이중텐(易中天)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 있는가? 이 학자는 오랫동안 문학, 예술, 미학, 심리학, 인류학, 역사학 등의 분야를 두루 연구했고, 해당 분야에 대한 학제 간 연구를 통해 탁월한 글을 써온 학자로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일본의 다치바나 다카시, 한국의 도올 선생과 같은 지성인에 비교할 수 있는 중국의 국보급 학자다. 그는 지난 2006년 CCTV의 '백가강단'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삼국지’를 강의하면서 일약 중국대륙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비슷한 시기에 도올 선생이 TV 특강을 한 것이 우연일까 궁금하다). 고급지식의 대중화를 모트로 진행했던 백가강단 프로그램과 더불어 ‘논어’를 여러 주제로 나눠 작가 특유의 섬세한 필치로 현대생활과 접목시켜 일반대중의 시각에서 읽기 쉽게 서술했던 위단의 논어심득論語心得 역시 중국에서 화제를 낳은 책이었다. 

  공산주의 이외의 사상과 철학은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며 ‘현대판 분서갱유’로 불리는 문화혁명을 일으켰던 중국 정부가 21세기 들어 공맹을 논하고, 위인들을 살펴봄은 놀랄 만큼 의외다. 그에 더해 중국 정부가 적극 협조하여 공영방송을 빌려온 국민이 볼 수 있도록 지원했다하니 더더욱 놀랍다. 이유인 즉, 금세기 들어 어설픈 자본주의에 깊이 물들어 ‘물질만능풍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자국민들을 계몽하기 위해서였다. 현재에 반기를 들어 이대로 가다가는 ‘차라리 굶주리던 모택동 시절이 더 낫겠다’는 원성이 나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근본根本이 없음은 말 못하는 금수禽獸와 다를 바가 아니다. 더욱이 중국의 사상체계라는 것이 왕조의 정통성을 수립하기 위한 실용의 사상이 아니던가? 현대에 들어 그런 실용주의적 사상마저 없던 중국 정부는 역사에 손을 뻗을 수밖에 없었다. 쉽게 말해 중국정부가 거들어 이중텐과 위단을 스타로 만들고 그들의 책을 초장기베스트셀러로 올린 것은 쉬운 말로 ‘이제 굶어죽는 시절을 면했으니 사람다워지자’는 일종의 범국가적 캠페인을 벌인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농민들은 살림이 힘들어 양파 몇 뿌리라도 팔러나갈라치면 행여 누가 볼세라 이쪽저쪽을 살피며 마음을 조려야 했다. 개혁개방의 구호 아래 경제가 고속행진하면서 오늘날 중국은 놀랄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면서 억압으로 쪼그라든 욕망은 상품의 물결과 함께 팽창되고 또 팽창되었다. 쪼그라든 욕망도 문제였지만 부풀대로 부푼 욕망은 더 큰 무제가 되었다. 가치적 이성은 도구적 이성의 위협을 받은 지 이미 오래며, 이제는 비이성적 욕망만이 어지럽게 춤추고 있다. 돈이 생의 목적이 된 지금, 욕망으로 우리의 영성은 피폐해졌다. 욕망이 클수록 감사할 것은 줄어들고, 감사가 없으니 시흥詩興도 저만치 달아나고 말았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더 이상 시적 감동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본문 8 쪽

 

  책 <천하를 얻은 글재주> 역시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책이다. 약간의 차이는 있다. 앞선 국보급 학자들이 국민의 근본사상을 재수립하고자 했다면, 2008년에 출간된 이 책은 잠들어 있는 고대 문인들을 깨워 그들이 사랑한 자연과 욕망을 억누를 수 있는 통제력을 밝혀 ‘그 시절의 인간성’을 회복하자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책이다. 해서 ‘천하를 얻은 글재주’라 해서 중국 최고의 문장가들의 글솜씨를 가르치는가 싶어 이 책을 집어들었던 나는 톡톡히 ‘사기’를 당한 셈이다. 하지만 원제목 또한 品中國文人, 즉 ‘중국최고의 문인‘란 뜻이어서 오십보 백보여서 괴씸했지만, 딱히 화가 나진 않았다. 그간 알지 못했던 중국 최고의 문인들의 짧은 전기와 그들의 名文들을 감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맛은 우선 저자에게 있다. 시와 인물에 정통한 저자는 단순히 명문가들의 전기를 읊은 것이 아니라, 동서고금의 문학을 접목해 현 시점에서 그들을 평가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과장을 빼놓으면 말이 안 되는 중국문학을 비평하는가 하면, 후대에 끼친 긍정적인 영향과 아쉬운 점도 언급했다. 소설가인 저자의 문학적 감각이 적절하게 배합되어 가독성 높은 스토리텔링을 갖춘 점은 중국문학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이 책을 읽는데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게 해 줬다. 특히 이 책은 자국의 저자로서 문학의 최고봉에 있는 인물들의 작품들을 자신의 문학적 지식을 동원해 원전元典들을 찾고 비교해 사실 확인을 검증하고 있다는 점은 다른 책에서는 찾을 수 없는 차별성을 지녔다. 

  그렇다면 이 책에 등장하는 기라성 같은 명문가名文家들은 과연 누구일까? 간략히 소개하자면 중국최초의 자유사상가 굴원屈原, 진정한 지식인의 초상 사마천司馬遷, 고대의 지식 장사꾼 사마상여司馬相如, 당대 최고의 풍류 명사 혜강嵆康, 자연을 닮은 영성주의자 도연명陶淵明, , 광기와 야성의 유랑 시인 이백李白, 속세의 고통을 대변한 관음보살 두보杜甫, 귀족과 평민을 오간 문학거장 백거이白居易, 어질고 따뜻했던 국왕 시인 이욱李煜 과 작품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저마다 성격이 다른 이들에서 호연지기와 자연주의라는 공약수를 찾아 소개했다. 

  그 시절의 문인들은 한가로이 초야에 묻혀 시詩나 쓰는 문학가文學家가 절대 아니었다. 지식이 궁하고 책이 궁했던 그 때, 그들은 책 한 권을 내면 온 국민이 필사를 해낼 만큼의 유명한 저널리스트였고, 수많은 추종자들을 몰고 다니는 정치세력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한마디는 국민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기에, 여러 나라에서 제후로 스카우트 요청을 할 만큼 유명한 오피니언 리더였다. 군주의 귀에 거슬리는 진언을 하면 그 자리에서 목숨을 내놔야 했던 때였기에 신하들은 군주의 질문에 전전긍긍해야 했고, 마지못해 입을 열 때는 한 마디 한 마디 입술 밖으로 나오는 말들은 그야말로 ‘칼을 입에 무는 심정’으로 말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런 살벌한 시절에 굴원이 군주의 아둔함을 꼬집는 글을 살핀다면 명문가의 면모를 이해할 수 있다.


무리 짓기 좋아하는 이들 쾌락만 좇으니

길은 마냥 어둡고 험난하구나.

어찌 내 일신의 재앙만 꺼리랴.

임금의 수레 엎어질까 두려워라.“ 본문 56 쪽

 

 지금의 중국이라도 대놓고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미디어가 있을까 싶다. 틀림없이 평생을 숨어 살아야 하던지, 붙잡히면 치도곤을 당할 것이다. 굴원의 삿됨이 없는 시詩만큼이나 호연지기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사마천이다. 남성男性을 잃어버리는 궁형宮刑의 치욕을 당하면서까지 사기史記를 완성한 사마천에 대해 이 책은 많은 부분을 할애해 언급했다. 사기가 단순히 역사학서가 아니라 역사성을 갖는 철학서이자 문학서로 평가받고 있는데, 그 이유는 사마천이 민중의 언어로 집필했기 때문이다. 


  사마천은 민중의 언어로 ‘사기’를 집필했다. 그는 궁정에서 일하는 사관이었지만 지배층이 언어 체계에 함몰되지 않았다. 권력과 언어의 함수관계, 지배자와 언어가 그들의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음을 잘 알았던 사마천은 일관되게 민중의 입장에서 역사를 기록했다. 지배 언어의 영향권 아래서 자기 언어를 갖고 또 지키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통치 권력의 나팔수 노릇을 자처하며 시대에 영합하는 어용학자들을 생각하면 사마천의 지성과 용기가 더욱 위대하게 느껴진다.”

본문 98 쪽




  그들은 스스로를 왕의 신하가 아닌 ‘주체’로 여겼다. 잘못을 보면 그름을 이야기하고, 듣지 않으면 귀에 대고 말했다. 군주가 뒤로 앉아 아예 쳐다보질 않으면 돌아서서 하늘을 보며 ‘군주의 무지함’을 시로 읊고 나왔다. 그리고 더 이상 자신의 군주로 여기지 않았다. 그들은 군주를 움직이는 자신의 한마디가 온 나라 온 백성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의 진언이 먹혀들지 않으면 스스로 군주를 버리고 나라를 버렸다. 그리고 자신의 소용을 감당할 군주가 나타날 때까지 초야로 들어가 자연自然이 되었다. 저자는 이들 명문가名文家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사람은 사람답게 자연은 자연답게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인간은 어쩌면 가장 힘없고 미약한 피조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무엇이든 지배하려는 탐욕을 버릴 때 자연은 인간에게 화해의 손을 내민다는 것을 이들을 통해 배우라고 이 책을 통해 권하고 있다. 저자의 요구는 비단 중국의 독자에게만 쓸모가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오늘날의 지식인 특히 위정자나 오피니언 리더들은 자신의 공명을 위해 원칙을 버리는 변절이나 어떠한 타협도 거부하는 중국 고대 문인들을 살피길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 박찬일의 이딸리아 맛보기
박찬일 지음 / 창비 / 200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딸리아 요리계 스타 쉐프 박찬일의 좌충우돌 본토 체험기!

 

  이딸리아 씨칠리아의 어느 시골식당에서 로베르또라는 이름의 대한민국 청년이 콩 튀듯 팥 튀듯 이리저리 좁은 주방에서 뛰어다니고 있다. 지중해의 태양이 말 그대로 ‘내리꽂혀서’ 지열이 50도를 넘는 이곳에서 수백 번 ‘로베르또, 로베르또, 로베르또!’ 불러대는 소리에 뛰어다니며 일하다 보면 어느새 밤이 된다. 옷은 땀에 젖고 마르기를 반복해 서걱거리고, 녹초가 되어 숙소로 돌아와 신발도 벗지 못하고 침대에 엎어진다. 귓가엔 여전히 이명이 들린다. “로베르또, 로베르또, 로베르또. 젠장, 로베르또!” 죽을 똥 싸는 오늘은 내일도 계속이다.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요리사 박찬일이 이딸리아 삐에몬떼Piemonte의 요리학교 ICIF에서 공부한 후 시칠리아의 레스또랑에서 1 년간 죽도록 일하면서 겪었던 고군분투기를 적은 것이다. 국내에 돌아와 청담동의 ‘뚜또베네’와 가로수길 ‘논나’를 거쳐 현재 논현동의 이딸리아 레스또랑 ‘누이누이’에서 셰프로 일하는 그는 원래 중대 문예창작과에서 소설을 전공한 문학도였다. 잡지기자를 하던 그가 요리에 흥미를 느껴 1999년 30대 초반의 나이에 3 년간 이딸리아로 인생의 2막을 위해 떠난 것이다. ‘체험, 삶의 현장’을 방불케하는 현지에서의 생생한 체험과 잡지사 기자를 했던 문학도의 유려한 문체를 만났으니 글맛은 어림짐작해도 알만하다. 읽은 소감이 어떠냐고? 단순한 듯 복잡다난한 이딸리아 요리의 맛을 읽어서 느꼈다고 하면 부족한 설명일까? 더 이상의 표현은 불가하다.

 

  이 책은 특별한 요리 이야기다. 휘황찬란한 화보와 듣도 보도 못한 재료가 레시피가 더해진 요리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특급호텔의 스타쉐프가 미사여구로 버무린 요리사의 자서전도 아니다. 유쾌하고 생생한 말잔치로 엉성하고 부족한 듯 풍미가 깊은 이딸리아 요리의 참맛을 전하는 소설처럼 읽히는 ‘이딸리안 아나토미Italian Anatomy'다.

그가 일한 시칠리아의 레스또랑 ’파또리아 델레 또리‘는 중소도시의 일등 맛집 정도 되고, 로베르또를 가르치고 함께 일한 주방장 쥬제뻬 바로네Giuseppe Barone는 평생을 시칠리아풍 이딸리아 요리를 해온 토박이 요리사다. 우리식으로 바꿔 말하면 전주 한정식 집에 한식 요리사 자격증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푸른 눈의 이딸리아인이 주방에 들어섰으니, 이들이 함께 일하는 자체가 시트콤인지도 모른다. 비좁고 무더운 주방 안에서의 로베르또의 좌충우돌 요리수련기에 책의 두세 장을 채 넘기지 못하고 미소가 번졌다.

 

 



 

 

  글을 읽으면 난 섹시 여배우 모니카 벨루치가 출연했던 영화<말레나>의 바다가 걸쳐진 해안가 마을이 보이고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낮풍경 속에 들어가 있다(로베르또가 씨칠리아까지 찾아간 이유는 <지중해>, <씨네마 천국>, <일 포스티노>와 같은 영화의 고즈넉함 때문이었다고 했다). 로베르또가 입을 떼면 비릿하고 짭쪼름한 봉골레(바지락) 스파게티와 크림 향 가득한 까르보나라 스파게티의 풍미가 읽히고, 후덥지근한 주방의 열기와 주방장 쥬제뻬의 욕섞인 고함과 제스쳐가 오감으로 느껴진다.

 

  로베르또를 통해 이딸리아 요리가 프랑스 요리와는 다르게 투박한지를 알 것 같았고, 유럽인 중에 이딸리아인이 한국인을 가장 많이 닮았다는 세중世中의 말도 이해할 것 같았다. 프랑스 요리가 예술이면 이딸리아 요리는 생활이었다. 프랑스 요리가 빌딩숲이면 이딸리아 요리는 원시림의 자연이었다. 이딸리아 요리가 세 계단 정도 내게 가까워진 느낌은 이 책을 읽은 큰 소득이었다. 아무런 격이 없이 쉽고 재미있게 써내려간 로베르또의 글맛은 잘된 소설 못지 않게 뛰어나다. 그가 만들어낸 요리도 이런 맛일지 궁금해진다. 선선한 저녁 스파게티와 화이트와인을 생각하게 한 책이었다.  

 

PS : 저자인 로베르또, 아니 박찬일이 직접 출연해서 10가지의 이탈리아 요리를 선보이는 DVD가 초판에 한정되어 선물로 들어있다. 글처럼 맛깔나게 말하지도 않고, 올리버처럼 투박하고 거칠게 요리를 하지만 정말 먹고 싶을 만큼 맛있어 보였다. 이딸리아 요리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일급 쉐프의 요리 솜씨를 친절한 설명과 함께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의 크리에이티브 공장, 뉴욕>을 리뷰해주세요.
세계의 크리에이티브 공장, 뉴욕 - 뒷골목 아티스트들이 이끄는 뉴욕의 예술경제학
엘리자베스 커리드 지음, 최지아 옮김 / 쌤앤파커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문화의 메카, 뉴욕의 창조적 진화를 잘 설명한 책

  "오늘의 뉴욕이 결코 돈이 많아서 파리, 런던, 도쿄를 밀어 제친 것이 아닙니다. 뉴욕의 문화가 뉴욕의 경제를 만들었습니다. 그 경제는 다시 문화를 살찌우고 있습니다. 그 논리는 철저히 개인에게도 적용됩니다. 현재는 경제자산이 더 많은 사람이 부자이지만 미래는 문화자산이 많은 사람이 더 풍요하게 살 것입니다. 제2의 산업혁명처럼, 지식경제사회가 문화비즈니스 사회로 급속도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재테크 타령만 하고 있다가는 경제적으로도 한참 뒤쳐진 사람으로 낙인이 찍힐 수밖에 없습니다. 뉴욕의 금융회사나 로펌이 고객들과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을 통째로 빌려 그림을 보며 파티를 하는 세상입니다. 문화를 모르면 경제도 모르는 시대입니다. 지금가지 경제적 능력이 문화적 능력을 좌우했다면, 앞으로는 문화적 능력이 경제적 능력을 좌우할 것입니다.“

  21세기를 주도할 경제패러다임을 ‘컬처비즈’로 꼽은 유병률은 책 <딜리셔스 샌드위치>에서 컬처비즈의 메카로 ‘뉴욕’을 꼽아 논지를 펼쳤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을 이용해 더 많은 부를 쌓은 미국은 ‘문화적인 상징’을 필요로 하게 되자, 뉴욕을 세계 예술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전략적인 드라이브를 걸게 된다. 피카소를 뉴욕으로 데려오려 했지만, 그가 거절하자 ‘뉴욕에 피카소가 없다면, 새로 만들면 된다’는 생각으로 ‘추상표현주의’의 대표화가인 잭슨 폴록Paul Jackson Pollock을 국가적 차원으로 후원해 ‘뉴욕의 피카소’로 만들었다. 그 후 뉴욕은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성장하게 된다. 국가가 막대한 자금으로 문화를 후원해 명성을 얻자 전 세계적으로 시선을 모으고 관광객들이 찾아오게 되면서 뉴욕이라는 ‘문화도시’는 다시 미국의 부를 축적시키는데 일조하게 된 것이다. 유병률은 이러한 뉴욕의 예를 들면서 이제 ‘문화가 밥 먹여 주는 시대'가 온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내게 뉴욕을 단순히 ‘미국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아닌 ‘미래의 부를 창조하는 상징적인 도시’임을 보여줬다. 그 후 지금은 바르셀로나 못지않은 관광명소가 된 스페인의 작은 섬 빌바오가 ‘구겐하임 미술관’의 지점을 유치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했다. 그리고 최근 서울시가 서울을 ‘창의문화도시’로 리모델링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짐작이나마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이 모든 것이 오늘날은 ‘문화가 밥 먹여 주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나는 뉴욕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집어든 책이 <세계의 크리에이티브 공장, 뉴욕>이다. 이 책은 세계적인 문화의 도시 뉴욕의 ‘예술경제학’을 집중 조명한 책이다. 문화 트렌드의 관점에서 오늘의 뉴욕이 있기까지의 역사를 살펴보고, 뉴욕의 크리에이티브 경제가 어떤 경로를 거쳐 세계로 뻗어나가는지, 그리고 ‘예술계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뉴욕의 현주소는 어떤지에 대해 밝힌 책이다. 도시계획학 박사이자 정책계획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가 뉴욕의 뒷골목을 직접 발로 뛰며 뉴욕의 하위문화에서 순수예술에 이르기까지 뉴욕 전반을 아우르는 아티스트들과 유명인사들을 인터뷰해 이론과 현장성이 무장된 한편의 보고서였다.

 

  뉴욕은 순수 미술을 포함해 예술의 총체를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모체로 인식했다. 미술은 산업디자인에 모티브를 제공하고, 디자이너가 창조해 낸 상품들은 제품이 아닌 예술로 인식되고 있다. 예술의 경향은 하나의 트렌드로 재인식되면서 이제 예술과 경제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동반자적인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래서 장르를 불문하고 예술적 경계를 뛰어넘어 서로의 기술과 자원으로 새로운 문제 해결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른바 ‘컬처 이코노미’라는 새로운 역학 구조가 탄생되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산업 디자이너인 A는 어느 미술전시회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패션의 의상을 창조했다. 또 다른 디자이너나 예술가, 그리고 영화배우와 모델 등 이른바 트렌드셰터들이 그 의상에 매료되어 그것을 입고 공식석상에 나타난다. 그 의상을 모티브로 한 길거리 문화가 생겨나고, 많은 아티스트와 뮤지션들은 그에 맞는 새로운 음악을 창조해 낸다. 이러한 관계는 다시 순환하고 변화하면서 점차 진화해 나가는 것이다. “패션은 사회의 반영물이며, 문화현상이다. 패션은 다른 크리에이티브 업계들과 그 역학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어느 디자이너의 말처럼 크리에이티브 업계는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받고 있다. 

 

 이미지 출처: http://stole.tistory.com/tag/%EB%89%B4%EC%9A%95 

  예술은 창조를 거쳐 문화가 되고 이를 선택해 입소문을 거쳐 유행을 일으키면 트렌드가 되어 세계로 전파되는 시스템, 이것이 오늘날 뉴욕의 예술경제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예술 장르를 불문하고 ‘크리에이티브’한 요소를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은 뉴욕에서 생겨나면 경제적 요소가 된다. 이에 대해 저자는 ‘뉴욕’이기 때문에 ‘예술경제’가 가능한 것이 아니라, 이러한 시스템이 뉴욕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사람, 아이디어와 발상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 위해 기업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반대로 잠재인력 역시 기업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뉴욕 소셜라이프 네트워크는, 바로 그것을 가장 효율적으로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 책은 뉴욕의 예술경제를 자랑하려고 만든 책이 아니다. 뉴욕이 세계적인 예술문화로 거듭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지 밝혀내고, 이를 이끌어내는 아티스트들의 노력을 보여줌으로써 ‘컬처비즈’는 인프라 구축에 있는 것 뿐 아니라 크리에이티브 종사자들의 열정이 더해질 때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과거에 사람이 뉴욕을 만들었다면, 이젠 뉴욕이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뉴욕이라는 공간적 본질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필요한 책이다.

상상해보라. 골목을 꺾으면 아이디어를 짜내서 만든 작품으로 좌판을 벌이는 젊은이들이 즐비하고, 다시 골목을 꺾으면 전 세계에서 흘러들어온 괴짜들이 자기만의 음악과 악기로 연주한다. 기발한 인테리어와 최첨단의 음향으로 무장한 클럽들에는 스타일리시한 셀러브리티들이 모여든다. 그들은 길거리나 클럽에서, 어떤 목적을 위해서 혹은 그저 놀기 위해서 만나고 충돌하고 다시 흩어진다. 만약 세계 어딘가에 그런 가장 ‘폭발적이고 변화무쌍한’ 곳이 존재한다면, 비즈니스 기회를 잡기 위해 그곳에 가지 않을 이유가 있을 것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시 읽는 CEO - 도시의 숲에서 인간을 발견하다 읽는 CEO 8
김진애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도시 전문가 김진애의 세계 도시 이야기 


  "문제없는 도시란 이 세상에 없다. 문제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모습을 달리하며 도시에 나타난다. 도시란 온갖 것이 다 모여드는 공간이다. 도시란 삶터이자, 일터이자, ‘놀터’다. 사람들이 모이고 물자가 모이고 정보가 보이고 일자리가 모임에 따라 인간이 만들어내는 온갖 흥밋거리들이 모여 들고, 그 모인 모습이 흥겹고 쓸모 있어서 사람들이 또 모인다.  

그래서 도시는 애증의 대상이다. 그래서 도시는 참 복잡한 복합체이자, 참 헤아리기 어려운 복잡계다. 하지만 그래서 도시는 끝없이 흥미로운 주제다.“ (4-5 쪽)

  도시 건축가 김진애의 <도시 읽는 CEO>는 ‘인간이 만드는 최고의 문화형태’인 도시와 인간(엄밀하게 말하면 저자)과의 관계를 통해 독자에게 사물이나 당면한 일에 있어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고자 한 책이다. 다시 말해 도시 전문가가 바라본 세계의 도시들 사이에서 비슷한 성격과 관련성이 있는 도시들을 묶어 그들을 살펴봄으로써 독자가 어떤 주제에 대해 ‘호기심을 발동하고(호기심), 성찰하며 선택하고(선택), 그 속에 깊이 빠져(기쁨) 종국엔 주제를 넘나들며 상상할 수(상상)’ 있도록 방향을 제시했다. 저자의 의도를 떠나 이 책은 딱히 도시를 ‘즐기려고’ 여행을 해 본 적이 없는 내게는 세계의 도시가 주는 독특한 개성을 짐작하게 했다. 



 

  
  저자는 도시가 사람과 닮았다고 보았다. 사람이 사는 비교적 큰 영역으로 본 것이 아니라 도시가 가지고 있는 역사와 그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역동성을 살펴 도시를 의인화한 것이다. 그래서 어린 시절의 종로통은 낡은 사진의 이미지이고, 자신이 살던 서울을 벗어난 첫 도시 전주는 초록이 주를 이루는 수채화의 풍경이다. 유학차 떠난 이역만리 낯선 땅 미국의 첫 모습은 무섭고 두려웠지만, 불꽃놀이를 터뜨리는 그곳은 황홀했다. 도시 느끼기의 공통점은 어디에나 처음이 있다는 것이다. 그 모습을 한 번만 본다면 첫 인상으로 각인된다. 하지만 그곳을 자주 가 보고, 오랜 시간 머물며 지내본다면 그곳만이 가진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이 보는 모든 사물이 그렇고, 대하는 모든 관념과 문제가 그렇듯이...

  이 책으로 도시를 배운다. 내겐 두 세 글자의 이름뿐이던 도시가 흥미로운 대상이 되었다. 평소 가 보고 싶었던 도시는 ‘죽기 전에 꼭 가야 할 도시’가 되고, 만약 가게 된다면 필히 들리고 싶은 곳도 생겨났다. 건축과 역사, 그리고 영화와 책을 엮어 풀어나가는 도시의 설명으로 도시들은 이야기를 지닌 유기체로 변했다. 도시를 배움과 더불어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저자의 열정도 배우게 되었다. 태어나서 세상을 인지하게 될 때 있었던 것들은 모두가 당연하다. 도시도 그랬다. 그래서 내게 도시는 ‘공존’이다. 하지만 도시 만들기를 꾸미는 저자에게서 도시는 인간의 의지에 의해 전혀 다른 성격으로 변할 수 있고, 버림을 받으면 폐허로 변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속에 사는 인간 역시 도시가 갖는 성격에 의해 지배됨을 배웠다. “인간을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인간을 만든다.”는 말처럼...

  낯선 도시로의 여행길에서 이 책을 만나게 된다면 어떨까? 아마도 지도 같을 것이다. 도시 전문가가 말하는 도시와 사람이야기, 김진애가 오랜만에 이야기하는 건축이야기라서 좋았다. 게다가 산문이어서 세계의 도시 마다 가이드를 받는 기분이 들어 더욱 특별했다. 일반적인 도시 여행기와는 다른 특별한 도시성찰기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