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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악한 경제학 - 속고 속이는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27가지 지식 사용법
이근우 지음 / 센추리원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세계 제일의 부자 워런 버핏은 어떤 생각으로 투자하는가?
“열한 살 때 주식을 처음 매입했다. 진주만 폭격 3개월 후였다. 코레히도르 섬이 함락되고 있었고, 바탄에선 죽음의 행진이 있었다. 온갖 안 좋은 소식이 나오기에 투자 적기라고 판단했다. 그땐 산 주식을 영원히 보유했고 그 이후 계속 주식을 사왔다.”
세계 제일의 부자이자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말이다. 그는 열한 살에 주식투자를 시작한 것에 대해 “나는 11년간 헛살았다”고 할 정도로 주식투자를 즐겼다. 35년 전 그가 해서웨이에 투자한 1달러의 가치는 2012년 말 기준 1천500달러를 넘어섰고, 35년 간 주식시장 대비 연간 6.1%라는 높은 초과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렇게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하는 버핏의 숨은 비결은 무엇일까? 실망스럽게도 지극히 단순한데, ‘정석대로 투자한다’이다. 버핏은 싸고, 안전하고, 질 좋은 주식을 선호한다. 또 자신의 신용으로 100~160%의 레버리지를 일으켜 수익률을 높였다. 하지만 한 발 더 들어가 보면 그 속에는 보통사람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결코 하지 않는 투자법이 보인다.
“핵심은 사고팔기를 반복하지 않고 세상에서 터져 나온 수많은 질곡들을 온몸으로 견뎌낸 것이다. 뉴스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장기투자였다. 안전하게 연간 12%의 수익률을 올리기보다 들쑥날쑥하더라도 연간 복리로 15% 수익률을 올리는 쪽을 선택하겠다.” 버핏의 투자 철학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두 번째는 분산투자다. 아무리 높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는 주식이라도 한 개 종목에 올인하는 것은 위험하다. 높은 수익이 예상되지만 하락하는 경우도 많다. 한 종목에만 투자하면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으나 반대로 쪽박을 찰 수도 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처럼 말이다. 분산투자는 종목뿐 아니라 시간을 쪼개는 것도 중요하다. 점 찍어둔 주식을 하루에 몽땅 사는 게 아니라, 여러 날, 여러 달을 분산해서 사라는 얘기다.
오늘날 비즈니스맨이라면 그 어떤 방식이든 조금이라도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데, 100명에게 물으면 거의 100명 모두 ‘돈을 잃었다’고 말한다. 왜 돈을 번 사람이 없을까? 바로 보통사람이라면 갖고 있는 ‘손실 회피’ 성향 때문이다.
사람들은 본래 ‘이득을 보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손해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 크다. 그래서 앞으로 한참 더 오를 주식종목은 불안해서 먼저 팔아버리고, 앞으로 끝없이 더 떨어질 주식은 ‘언젠가는 오를 거야’하며 버틴다. 그러니 백전백패 잃을 수밖에. 하지만 ‘진짜 경제’를 스스로 터득한 워런 버핏은 일반인처럼 감정적으로 투자하지 않았다. 그가 ‘뉴스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투자를 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었던 건 평소 독서를 즐겼기 때문이다. 경제학뿐 아니라 사회학·진화심리학·물리학·통계학·인문학 등 이종(異種)의 지식을 넘나들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평범한 인간의 시장’에 뛰어들어 투자를 하는 것이다.
『영악한 경제학』은 복잡다단한 세상,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워런 버핏처럼 어떤 것이 좋은 선택인지, 그리고 그런 선택은 얼마나 재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해 풀어낸 책이다. 20년간 경제신문 기자로 활동해 온 경제통 이근우 저자는 선대의 지혜를 이용해 현상을 의심하고, 연결하고, 뒤집어봄으로써 알게 된 일종의 패턴들을 결합해 더 나은 선택, 더 나은 삶을 위해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스물 일곱 가지 경제 지식을 엄선해 다양한 시각으로 담아냈다.
우선 제목이 흥미롭다. ‘영악한 경제학’이란 대체 뭘까. 인간이 최선의 선택을 하려면 선택지는 여섯 개 미만이어야 한다. 하지만 당장 가까운 마트만 가 봐도 차고 넘치는 선택지 탓에 우리는 소위 결정장애를 겪을 지경이다. 저자는 그래서 우리가 영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원래 영악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이해에 밝으며 약다’는 뜻. 이해에 밝다는 말은 ‘무엇이 이롭고 무엇이 해로운지를 정확히 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약다’는 말은 세상의 수많은 함정과 달콤한 유혹에 어수룩하게 당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영악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버핏처럼 읽고 고민할 밖에. 나루케 마코토라는 일본의 다독가는 자신의 책『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에서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원숭이다”라고 좀 심한 말을 했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책을 통해 쌓은 지식이 없고, 상상력이 빈곤한 데다, 자기만의 철학이나 주장도 있을 리 없어서 그저 남의 생각을 마치 자기 생각인양 앵무새처럼 반복하거나 남의 행동을 따라 하기 바쁘기 때문에 원숭이와 다를 바가 뭐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우리가 뉴스를 보고 경제신문을 읽고, 또 이 글을 읽으려는 이유가 바로 원숭이 되기를 거부하고 영악해지려는 의도가 아닐까? 본격적으로 이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그 많던 4할 타자는 어디로 갔을까?
야구장에 가면 “요즘 프로야구는 백인천과 같은 4할대 타자들이 없어서 재미가 없어졌다”고 투덜대는 사람 한 명쯤은 꼭 있다. 그럼 뒤집어 생각해 보자. 만약 백인천 선수가 2015년 프로야구 경기에 선다면 전성기 때처럼 4할대 타율을 기록할 수 있을까? 저자는 어림없다고 말한다. 4할대라는 백인천의 전설적인 타율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국내 프로야구가 막 태동한 때였기 때문이다. 수비수들이 어디에 있어야 할지조차 잘 몰랐다. 그러니 쳤다하면 안타요, 조금 더 잘 치면 담장을 훌쩍 넘었던 것.
해를 더할수록 점점 팀의 체계가 잡히면서 프로야구 선수들은 더 열심히 뛰어야 했다. 외야수는 내야수에게 정확하게 송구하기 위한 연습을 몇 시간씩 했고, 이닝과 타자에 따라 수비 위치 역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모든 투구와 타격은 상세한 기록집에 기록됐고, 심지어 각 타자의 습관과 약점까지 파악하게 되자 4할대라는 전설적인 기록은 모습을 감추게 됐다. 초창기 재미있는 놀이 수준이었던 프로야구 경기에 돈과 기술이 가세하면서 과학이 된 것이다.
일상에서도 ‘옛날이 좋았다’라는 불평을 베이비붐 세대의 청장년들에게 심심찮게 듣는다. “우리 때는 죽어라고 열심히 노력해서 맨주먹에서 부자가 됐는데, 너희들은 천성이 게을러서 ‘88만원 세대’가 되고 연애와 결혼, 출산까지 포기한 ‘삼포세대’가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면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근시안과 다를 바 없다. 오히려 무기력한 청춘의 등장은 윗세대가 힘든 세상을 물려준 탓이니 불평하는 ‘그 입을 다물어야’ 하지 않을까.
부동산 불패 신화, 정말 끝일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호황기는 막을 내렸고, 저성장·저물가·저금리라는 새로운 표준, 이른 바 ‘뉴 노멀(New Normal)’ 시대가 열렸다.
부동산 비관론자들은 국내 인구는 2018년에 정점을 형성한 이후 이른바 ‘인구절벽’에서 떨어져서 노령사회에 진입하는 2019년부터는 인구가 감소할 것이라고 비관한다. 여기에다 우리나라 인구의 14.6%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은퇴 연령에 도달하고, 급격한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기 때문에 부동산 시대도 끝났다고 말한다. 정말 앞으로 부동산으로 돈을 벌 수 없을까?
저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미국 부동산 가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택 가격 폭락이란 대란을 겪었지만 한국의 강남 격인 미국 맨해튼과 영국 런던 중심부는 사상 최고가 경신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잃어버린 20년’의 불명예를 안긴 일본의 주택시장 폭락도 고령화보다는 오히려 공급량 조절의 실패라는 분석이 많다.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를 먼저 겪은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에서는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노령화로 인해 감소할 때에도 주택가격은 상승했었다.
저자는 부동산 가격은 인구구조뿐 아니라 수요와 공급의 상호 작용과 사람들의 집단 심리에 의해 결정된다며 한 가지 변수만으로 전체적인 부동산 가격의 방향을 미리 예측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삼포 세대의 부동산’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우리나라의 경우 650만 베이비붐 세대들의 주택 수요는 줄어들고 있지만 그들의 자녀에 해당하는 에코 세대가 새로운 주택 수요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물론 1차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로 1979년과 1992년 사이에 태어난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 사이의 연령대인 954만의 에코 세대가 베이비붐 세대의 바통을 이어받을 만큼 여력도 없거니와 2006년 부동산 가격의 급등과 2008년 이후의 부동산 침체를 목격한 이들에게 주택은 사는(Buying) 것이 아니라 사는(Living) 곳이라는 사고방식에 익숙해 있어 그들에게서 베이비붐 세대의 부동산 상승론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에코 세대의 현실을 살펴볼 때 친구나 선후배 등 부담 없이 어울릴 수 있는 홍대나 신촌, 대학로 등 그들이 필요로 하는 입지에서 부동산 임대업을 한다면 승산이 있다. 원룸, 오피스텔, 고시원과 같은 초단기 임대 주거 공간이 뜨고 합정역 일대, 이태원 경리단길, 한남동 독서당길과 같은 골목들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점에서 저자는 부동산 시장이 영원히 끝났다는 엉터리 예언만 믿고 시장을 외면하다가 시기를 놓친 뒤 후회한다면 그때는 이미 늦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잘 읽기만 한다면 저금리시대를 이기는 유일한 투자처는 부동산이 아닐까.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들
영국의 경제학자 앤드루 오즈월드는 행복방정식이란 걸 고안했다. 핵심은 인간관계나 건강, 직업의 안정성과 같은 것들이 돈보다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흥미로운 점은 행복감을 금전적 수치로 도출했는데, 결혼생활이 주는 행복감은 연간 7만 파운드(약 1억 3천만 원)에 달하고 건강과 안정된 직장을 유지하는 것은 돈으로 따지면 매달 수천만 원에 달하는 가치와 비슷하다고 했다. 이와 달리 이혼과 실직은 불행을 가져온다. 똑같이 수입의 1/3분이 줄어들어도, 단순히 수입만 줄어들 때보다 실직으로 수입이 줄어들 때가 사람을 네 배 정도 더 우울하게 만든다. 이혼도 실직만큼 불행을 안겨주고 이혼을 하지 않은 별거는 더 치명적이다. 결론적으로 행복은 비록 돈으로 살 수 있어도 제한적이고, 또한 우리가 흔히 느끼는 행복해하고 불행해하는 감정은 내가 남보다 얼마나 더 잘 살고 못 사는가 하는 ‘남과의 비교’를 통해 두드러지더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부자가 부러울 때마다 하는 말은 ‘제아무리 부자라도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이다. 하지만『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이란 책에서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단 ‘돈을 잘 쓰면’이라는 중요한 전제가 붙는데, 저자들은 소비를 통해 만족을 느끼는 방법으로 ‘행복을 담보하는 여섯 가지 지출원칙’을 들었다.
살펴보면 사람들은 물질적인 것보다 체험적인 것에서 더 큰 행복감을 느끼고(체험을 구매하라), 평범한 일상도 약간의 변화를 주면 특별해진다(특별하게 만들어라). 내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하고(시간을 구매하라), 가급적 신용카드를 자제한다(먼저 돈을 내고 나중에 소비하라). 마지막으로 행복해지고 싶다면 소득을 늘리려고 애쓰기보다, 소득의 일부를 다른 사람을 위해 지출하면, 소득이 늘어나는 만큼의 보상, 즉 금전이 아닌 ‘행복’이라는 보상을 얻을 수 있다(다른 사람에게 투자하라). 정말 그럴까?
워런 버핏으로 돌아가 보자. 2006년 워런 버핏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 주식 가운데 85%를 자선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죽는 날까지 전 재산의 99%를 기부할 것이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나는 잘 알고 있고 그일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버핏은 지난 2013년 한 해 동안 26억 달러(약 2조 9천억 원)를 기증했다. 그는 자신이 평생을 바쳐 노력해 벌어들인 어마어마한 돈의 대부분을 자선단체에 기부함으로써 돈으로는 느낄 수 없는 행복을 사들인 것이다. 오마하의 현인다운 최고의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불확실성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나답게 꿋꿋이 살아가려면, 그리고 오늘날 뉴 노멀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오마하의 현인처럼 독서와 토론, 사색, 그리고 수많은 실전훈련을 통해 세상을 헤쳐 나갈 ‘나만의 마음근육’을 키워야 한다. 그 방법론은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단언컨대, 올해 가장 인기가 많은 책 『지대넓얕(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상식시험을 보기 딱 좋은 지식총서라면, 이 책『영악한 경제학』은 행복한 내 인생 살아내기에 딱 좋은 지식총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