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를 파는 가게
켄 블랜차드 외 지음, 이제용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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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의 남동생이 6개월 전 서울지하철 5호선 까치산역 언저리에 고깃집을 열었다. 대한민국 150만 영세사업자 대열에 합류한 새내기 사장의 사정은 말 그대로 일희일비(一喜一悲)였다. 손님이 많이 든 날은 입이 귀에 걸렸지만, 파리 날리는 날엔 세상 걱정을 혼자 짊어진 듯 울상이었다. 고깃집은 많든 적든 매출이 꾸준해야 고기 재료의 재고를 맞출 수 있는데, 이게 들쭉날쭉하니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식이었다. 걱정하는 동생에게 “가게를 정감 있는 곳으로 만들라”고 조언했다. 그렇게 하려면 “손님에 대한 직원들의 배려는 필수”라는 말도 덧붙였다.


배려를 강조한 이유는 두 가지 경제 트렌드 때문이다. 첫째는 ‘1코노미’다. 요즘 1코노미가 파워 컨슈머로 자리잡고 있다. 1인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인 1코노미는 실속 있고 독립적인 나홀로족을 뜻한다. 혼자 움직이지만 스스로를 위해 기꺼이 소비하는 속성을 지닌 소비자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혼자 밥 먹기’는 민망함의 대명사였지만 요즘은 ‘혼밥’이라는 용어가 대세가 되면서 혼행(혼자 여행하기), 혼영(혼자 영화보기), 혼술(혼자 술 먹기) 등 소비자는 거의 모든 소비활동과 문화·여가활동을 혼자서 하는 ‘1인분 인생’을 살고 있다.


또 다른 경제 트렌드는 ‘가성비’다. 소비자들이 가격 대비 성능 비율을 따져가며 지갑을 열고 있다는 뜻이다. 내수경기 침체와 고객의 정보력 향상, 소유보다 경험이 더 중요해진 젊은 소비자가 가성비란 신조어의 출현 배경이다. 소비자가 가성비를 따진다는 건 ‘사치의 시대는 가고 가치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뜻이다. 장기 저성장 시대를 살고 있는 소비자는 이제 최고의 성능이 아니어도 최선의 질에서 타협하고 적당한 가격에서 포기할 줄 알게 됐다. 영업의 대가 필립 델브스 브러턴은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물건을 판매해서 소비자를 더 행복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에게 더 많은 만족과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배려’다. 고개를 끄덕인 동생은 내게 다시 물었다. “그럼 배려하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죠?”


그러다 만난 책이 《배려를 파는 가게》다. 리더십 분야 최고 권위자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겅호!》의 저자 켄 블랜차드와 그가 운영하는 켄블랜차드컴퍼니의 임원들이 함께 썼다. 이 책은 “배려는 관계의 시작이자 서비스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원제목도 ‘전설적인 서비스(legendary service)’다. 여러 가지로 마음을 써서 보살피고 도와주는 것을 배려라고 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회사나 직원들로부터 존중받는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매장(賣場)은 고객에겐 매장(買場)이 돼야 한다. 즉 제품과 서비스를 파는 곳이 아니라 손님이 제품과 서비스를 구입하는 곳이다. 이렇게 관점을 돌리면 매장은 소비자가 제품과 서비스를 ‘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고객을 춤추게 하도록’ 배려하는 서비스는 뭘까.


저자들은 위대한 기업의 이상적인(Ideal) 서비스는 다름아닌 직원들에게 동기부여하는 서비스 문화를 만들어서 고객의 충성이 따라올 수 있도록 주의집중(Attention)하고, 고객의 작은 요구에도 세심하게 반응(Responsiveness)하면서, 직원에게 최상의 고객만족 서비스를 줄 수 있는 재량권(Empowerment)을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오늘날처럼 좋은 상품이 차고 넘치는 세상에서 ‘더 좋은 제품’은 소비자에게 매력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우버, 와비파커, 에어비앤비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공통점은 ‘소비자를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매출을 상품과 서비스의 매매행위가 아니라 인간의 관계로 여겨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을 미리 알아서 제공하고, 따뜻한 관심과 애정으로 고객을 대하고 있다. 그래서 고객은 이들의 서비스에 만족을 넘어 감동한다.



 이 책의 핵심은 “고객에게 배려하라. 그리고 당신이 배려한다는 것을 고객이 알게 하라”다. 배려의 시작은 첫인상이다. 직원들이 고객을 배려하고 정말 돕고 싶다는 자세를 보일 때 고객은 감동하기 시작한다. 고맙게도 저자들은 동생이 궁금해했던 ‘충성고객(단골손님)을 만드는 비법’을 알려준다. 첫째, 고객의 이름을 외우고 부르라. 둘째, 판매와 상관없는 다른 얘기를 나누라. 셋째, 친절하게 대하라. 개인주의적 측면에서 우리보다 앞선 미국 시장 사례를 소개하는 이 책은 나홀로족에 혼란스러워하는 국내 기업에 시의적절한 내용을 담고 있다. 장기불황을 이겨낼 힘이 이 책 속에 들어 있다. 


김은섭 < 경제·경영서 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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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자본론 -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
마스다 무네아키 지음, 이정환 옮김 / 민음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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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상품이 아닌 지적 자본의 총체

 

지난 달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11.5 미터 길이에 폭은 1.51.8m나 되는 무게 1.6t의 독서 테이블 2개가 설치되었다. 설치비용만 43000만원의 뉴질랜드산 대형 카우리 소나무로 만든, 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이 테이블의 등장은 찬반양론으로 온오프라인에서 한동안 뜨거웠다. 이제야 제대로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게 됐다며 반기는 쪽이 있는가 하면, 사지도 않고 읽기만 한다면 손때 묻어 팔 수 없는 책들은 반품이 되고 그 손해는 고스란히 출판사가 떠안게 된다며 생색은 서점이 내고 손해는 출판사가 지게 될 거라는 볼멘소리도 적지 않았다.

 

내 생각은 전자 쪽이다. 테이블이 있기 전에도 통로에 서서 혹은 바닥에 주저앉아 책을 읽는 사람은 많았다. IMF 외환위기 시대였던 18년 전, 졸업 후 백수생활을 할 때 거의 일 년 동안 매일 그곳에 들러 공짜로 책을 읽으며 우울한 시절을 견뎠던 나는 불편하게 책을 읽는 소비자에 대한 서점의 배려를 진심으로 환영한다(나를 힘들게 한 건 다리의 고통보다 필경 자격지심이었을 직원들의 눈칫밥이었다).

 

이에 대해 일본의 명물이 된 서점 츠타야(TSUTAYA)의 창업자 마스다 무네아키에게 의견을 묻는다면 그는 고객가치를 우선한다면 답은 쉽다.”고 말할 것이다. 쉽게 말해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서점을 매장(賣場)이라고도 부르는데,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매장(買場), 즉 상품을 파는 장소가 아니라 매입하는 장소여야 한다. 츠타야의 정신이기도 한 고객가치 우선의 관점에서 본다면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장소가 아니라 (츠타야처럼) 독자가 책을 최대한 편하게 경험하며 만끽할 수 있어서 읽고 있는 책을 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곳이어야 한다.

 

츠타야의 고객가치가 궁금하다면 <지적자본론>을 읽으면 된다. ‘츠타야서점을 기획해 성공시킨 마스다 무네아키의 경영 철학을 오롯이 담고 있는 이 책은 서점의 미래 뿐 아니라 비즈니스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버블 경제의 붕괴로 잃어버린 20의 후유증을 앓아 온 일본은 최근 10년 사이에 10,000여 곳의 서점이 문을 닫는 등 기존의 대형서점들은 맥을 못 추고 있는데 5만 명에 이르는 회원을 거느리고, 14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츠타야 서점만은 승승장구 중이다. 특히 일본 도쿄 다이칸야마에 푸르른 녹음으로 둘러싸인 약 12,000의 부지에 츠타야의 대형 매장 3곳과 다양한 전문점을 세운 다이칸야마 츠타야의 성공은 서점의 혁명으로 불리고 있다.

 

츠타야의 성공은 고객가치의 관점에서 소비사회의 변화를 살피고 적절하게 대응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상품자체가 부족한 퍼스트 스테이지(first stage)와 상품이 넘쳐나는 세컨드 스테이지(second stage)를 넘어 지금은 온오프상에서 상품을 파는 플랫폼이 넘쳐나 시간과 장소에 조금도 구애받지 않고 소비활동을 할 수 있는 서드 스테이지(third stage)가 우리가 현재 생활하고 있는 시대라고 보았다. 이런 서드 스테이지 시대에 서점이라는 플랫폼이 갖춰야 할 것은 제안 능력이라고 판단했다.

 

플랫폼은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단순히 선택하는 장소일 뿐, 플랫폼에서 실제로 선택을 수행하는 사람은 고객이다. 그렇다면, 플랫폼 다음으로 고객이 인정해줄 만한 것은 선택하는 기술이 아닐까. 각각의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상품을 찾아주고, 선택해 주고, 제안해 주는 사람. 그것이 서드 스테이지에서는 매우 중요한 고객가치를 낳을 수 있으며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게 해 주는 자원이다.” 49

 

저자는 제안능력은 곧 지적자본이고, 이 지적자본이 얼마나 축적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 그 회사의 사활을 결정한다(53)고 보았다. 그리고 오늘날 서점의 위기는 서점은 서적을 판매하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안 된다고 결론 내렸다.

 

고객에게 가치가 있는 것은 서적이라는 물건이 아니라 그 안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제안이다. 따라서 그 서적에 쓰여 있는 제안을 판매해야 한다. 그런데 그 부분은 깡그리 무시하고 서적 그 자체를 판매하려하기 때문에 서점의 위기라는 사태를 불러오게 된 것이다.”(68)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은 책의 형태 등에 따른 분류가 아니라 제안 내용에 따른 분류로 서점이라는 공간을 재구축했다. 그래서 여행, 음식과 요리, 인문과 문학, 디자인과 건축, 아트, 자동차...라는 식으로 장르에 따라 책을 구분했고, 책도 단행본이든 문고든 가리지 않고 장르에 맞춰 횡단적으로 진열시켰다.

 

그리고 츠타야 서점을 단순히 책이 아닌 책 속에 표현되어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판매하는 서점으로 만들기 위해 그런 제안을 할 수 있는 지적자본을 충분히 갖춘 접객 담당자(Concierge)30여명 운용하고 있다. 이곳에 상주하는 접객 담당자는 대부분 해당 분야 직종에 몸담았던 전문가로 도서 선택 뿐 아니라 분야별 전방위 컨설팅을 도와주고 있다. 츠타야 서점은 지금 판매액을 기준으로 키노쿠니아 서점이나 준쿠도 서점을 웃도는, 일본 최대의 서점체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러한 서점의 혁명은 시너지를 낳았다. 사가 현 다케오 시의 시장인 히와타시 게이스케가 저자를 찾아와 시립 도서관 운영을 부탁했다. 인구 5만의 시의 시민들 중 약 20%밖에 이용하지 않는 도서관을 시민들에게 좀 더 개방된 시설로 만들어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처럼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저자의 기획회사인 CCC가 축적한 다양한 지적자본 노하우가 고스란히 이전된 다케오 시립도서관은 재개관 이후 13개월 만에 방문객 100만 명을 돌파, 인구 5만 명 규모의 지방 시립 도서관이 일본 제일의 도서관으로 변신했다. 다이칸 야마에서 시작된 서점 혁명은 다케오 시립도서관과 같은 도서관 혁명을 일으켰고, 이후 다케오 시에 이어 다수의 시립도서관과 일본의 기차역인 JR역사 건물에 시립도서관 설립 프로젝트가 추진중이다. 한마디로 지금 일본은 지적자본에 의해 조용하지만 거대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책의 곳곳에서 저자는 소비자들에게 편안한(comfortable)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언급했다. 책을 마음껏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음은 물론, 쉽게 책을 찾고, 관심 있는 분야의 몰랐던 책도 덤을 찾을 수 있다면, 거기에 해당분야의 전문가가 직접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며 책을 추천해 준다면, 제아무리 불황이라도 책을 사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다. 고객의 입장에서(고객가치의 창출) 최대한 편안한 선택을 도와주는 것(라이프 스타일 제안)이 츠타야의 성공비결이자 창업자인 마스다 무네아키의 경영철학이다.

 

서적을 단순히 물성(物性)으로서의 책으로 보지 않고 지적자본의 시작이자 제안 덩어리로 봤다던가, 고객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저자의 방향성이 다른 발상은 무척이나 놀랍고 인상적이다. 혁신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어떤 생각으로 바라볼 것인가하는 생각법에 있었다. 그 점에서 난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소나무 테이블은 대한민국판 츠타야의 탄생을 위한 첫 발이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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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 대한민국 네티즌이 열광한 KBS 화제의 칼럼!
박종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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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언역이 이어행(忠言逆耳 而利行) 이라는 한고조 유방의 고사가 있다. 충성스러운 말은 귀에 거슬리나 행동하기에는 이롭다는 말인데, 천하의 유방도 번쾌의 충언에는 귓등으로 들었을 정도이니 임금에게 옳지 못하거나 잘못된 일을 고치도록 하는 말하는 충신의 간언(諫言)은 꽤 귀에 거슬리나 보다. 게다가 성질 못된 왕에게 간언을 할라치면 목숨을 걸어야 했으니 칼을 입에 물고 엎어지는심정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왕도 한 칼해야 한다. 호화로운 왕의 생활을 질투하는 다모클레스에게 디오니시오스 왕은 왕좌 위 머리카락에 매달린 검을 보여주며 늘 이렇게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검이 날끝을 도사리고 있는 왕의 자리가 여전히 부러우냐?”고 물어 다모클레스를 식겁하게 만들었다.

 

   아쉽게도 오늘날은 칼은 많은데 진짜 칼은 없다. 다모클레스의 칼은 언감생심, 충신의 입에 물린 칼조차 찾아볼 수 없다. 국민이 매일 가슴을 치며 울화를 삼키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만난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는 실로 오랜만에 만난 충신의 칼이다. 뉴스와 언론에서는 좀처럼 들을 수 없는 한국 경제의 현실을 온전히 담고 있는 책, 한국 경제의 팩트 뒤에 숨겨진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어본 책은 지난 해 출간된 장하성 교수의 <한국 자본주의> 이후 1년 만이다. 올해 KBS 홈페이지에 실린 저자의 칼럼을 읽으며 이런 보도를 KBS에서 해도 되나?” 걱정하면서도 공격적인 필체에 격하게 공감했고, 정곡을 찌르는 국내경제 분석과 세계경제 속에서 찾아낸 한 다양한 사례와 깊이 있는 통찰에서 나오는 대안과 제언들에 혀를 내두르곤 했다(저자 역시 그런 점에서 대담한~ 이란 제목을 달았다). 이 칼럼들이 책으로 엮였으니 잘 차려진 경제토론 한 상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국내 경제의 현주소가 아슬아슬하게 무너져 내리기 직전의 모래산처럼 임계상태에 있다고 평가하는 부분이라든가, 선진국들이 이미 성공한 기술이나 제품을 신속히 따라잡는 빠른 추격자 전략을 통해 한국이 급성장할 수 있었지만, 3D 프린팅, 생명공학, 인공지능, 나노기술, 로봇공학 등 많은 혁신기술들이 아직 태동단계에 있어 이들 기술이 세계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2020년대 중반까지는 우리경제의 암흑기가 될 거라는 저자의 전망은 너무나 공감가는 진단이라 소름끼치게 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저자만의 시각으로 한국경제를 경제정책, 기업, 부동산, 세금. , 빈부 격차, 복지, 인구, 청년 등 9개의 키워드로 나누고 철저하게 해부하고 있다.

 

  요즘 현안은 단연 부동산이다. 대한민국 쌈짓돈이 요즘 죄다 부동산으로 쏠리고 있어서다. 하지만 필자는 지금의 건설경기 호조세는 보유토지를 최대한 빨리 털어내려는 정부와 건설사의 꼼수와 저금리대출이 맞물린 깜짝 파티일 뿐,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 가격은 내부터 급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크게 향후 10년간 한국을 이끌 성장동력이 없다는 점, 내년 초부터 금리인상이 불가피해서다. 특히 중국의 성장률이 둔화된 상태에서 자산 버블은 머잖아 꺼질 것이 예상되는데 그로 인한 국내경제에 미칠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저자는 인구감소로 인해 경제인구도 줄어 장기적으로 집값은 떨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요즘 신문에 자주 나오는 기사 역시 내 집 마련, 지금 사야 할까, 말아야 할까?’이다. 누군가 물으면 난 2-3년 후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아파트 등 매물이 쏟아질 때 살 수 있도록 현금을 쥐고 있으라고 답한다. 이 말은 뒤집으면 금리에 휘둘리지 않는다면 월세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지금 매입해도 괜찮다는 뜻이겠다. 저자는 부동산 매입시 반드시 검토할 체크포인트로 다음의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돈을 빌려 집을 살 경우에는 대출을 받은 이후의 현금 흐름을 철저하게 따져봐야 한다. 내가 산 주택 가격보다 상승할 기대로 무리한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을 했다가는 과도한 대출로 인한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하우스푸어에서 평생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둘째, 집을 살 때 빌린 돈을 다 갚고도 노후 준비에 문제가 없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집값이 오른다는 보장이 사라진 현 상황에서 은퇴 이후에 집을 판돈으로 노후를 대비하겠다는 생각은 참으로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셋째, 장부가를 의지해서도 믿어서도 안 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내가 얼마에 집을 샀는지에 집착하게 된다. 하지만 부동산을 실물자산이다. 일단 부동산을 산 이후의 가격은 시가에 따라 계속 변한다. 이 때문에 장부가를 믿고 안심허가나 장부가에 집착해 적저한 처분 시기를 놓치면 나중에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98)

 

명심할 점은 거시적으로는 시세 차익을 누리는 부동산의 시대는 사실상 끝났고, 자가보유나 임대수익을 위한 수익형 부동산의 시대로 부동산 투자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점이고, 미시적으로는 주택담보 대출을 얼마나 잘 통제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부동산투자의 향방을 좌우한다. 특히 부동산 불패신화로의 회귀를 여전히 꿈꾸는 정부 정책에는 절대로 휘둘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총체난국으로 치닫는 한국경제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청년을 꼽았다.

 

“21세기에 가장 소중하고, 강력하며, 결코 대체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자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청년이다.” (262)

 

도산 안창호 선생 역시 낙망(落望)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경제 관료나 정치인들은 여전히 청년에 대한 투자를 단순히 비용으로 치부하고 포퓰리즘으로 매도하며 철저히 외면해왔다.

 

2013년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열심히 노력만 하면 성공하거나 부자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조사해 봤더니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고작 25%에 불과했다. 2012년의 조사에서 앞으로 계승상승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무려 98%에 달했다. 그렇다면 답은 뭘까? 청년을 위한 적극적인 노동정책이나 임금정책이다. 한국의 소득 불평등이 심화된 이유는 기업들이 임금으로 분배하는 몫을 줄여온 기업 행태의 문제와, 임금도 낮고 고용도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자영업 노동자의 비중이 높은 노동 구조에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여기 의원들 중에 아직도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하루 여덟 시간씩 꼬박꼬박 일하면서 1년에 15,000달러(1,800만원)도 안 되는 돈을 받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그렇게 살아보세요. 그게 아니라면 가장 어려운 처지에 있는 수백만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는 데 표를 던지십시오.” (177~178)

 

최저임금을 7달러 25센트에서 10달러 10센트로 무려 40%나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오바마 미 대통령이 2015120일 미 의회 연설에서 한 말이다. 미국과 독일, 일본, 중국 등 우리의 경쟁국들은 극심한 경제 불황 속에서도 앞 다투어 최저임금을 올리고 있다.

왜 일까? 현 정부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 할 것은 다른 게 아니라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은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시장에도 정의가 필요한 때가 왔다. 우리가 어떻게 이걸 풀어나가야 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정의가 사라져버린 시장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 책이야말로 한국경제에서 사라진 정의를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경제를 고민한다면 꼭 만나야 할 책, 경제통 충신의 간언(諫言)이다.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격주간 발행하는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304호) 경제경영 전문가 리뷰에 기고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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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없던 세상 - 당신이 만날 미래의 業
이민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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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후, 내 자녀가 만날 직업

 

15세기 유럽에서 필경사는 일반 노동자보다 수십 배 높은 수입을 받던 고소득 전문직이었다. 필사본 성경 한 권을 쓰면 60 굴덴을 받았는데, 이는 어지간한 농장 하나를 살 만큼의 돈이었다. 하지만 구텐베르크에 의해 인쇄술이 개발되어 저렴하고 대량으로 책이 만들어지자 필경사들은 모두 일자리를 잃고 비숙련노동자로 전락했다.

 

1770년 설립된 백과사전 출판 기업 브리태니커는 한때 정규직 편집자만 100여 명이 넘는 세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지식기업이었다. 이들이 250여 년 동안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만들고 편집하는데 쏟은 돈만 해도 10억 달러(1조 원)가 넘었다. 그러나 브리태니커는 인터넷의 등장으로 한순간에 날아갔다. 2012년 브리태니커는 역사와 전통이 깃든 인쇄본 백과사전의 생산을 중단했다. 전 세계 네티즌들이 참여한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밀려난 것이다.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 이들은 위험을 감지했지만 변화를 시도하기 보다는 그저 무의식적으로 출퇴근을 반복하다 순식간에 일자리를 잃고 말았다.

 

세계적인 행동주의 철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을 통해 현재 인간의 노동이 서서히, 그리고 필연적으로 감소해 가는 역사적 전환기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우리는 이러한 노동의 종말을 지금도 일상적으로 목격하고 있다. 은행 직원을 통하지 않고 자동입출금기기ATM를 통해 현금을 인출하고 있고, 공항에서 카운터 직원의 도움이 없이도 무인 발권기에서 항공권 출력과 좌석 배정을 받을 수 있다. 은행 창구에서 현금을 꺼내주던 은행원, 공항에서 발권기 출력을 안내해주던 직원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렇다. 그들은 모두 해고되었다.

 

미래 트렌드 전망 및 기업 분석 권위자이자 I.H.S 버핏연구소 소장인 저자 이민주는 <지금까지 없던 세상>에서 이 같은 현상의 이면에는 고용사회employee society’의 붕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책에서 요즘 대다수의 사람들이 삶을 버거워하는 반면, 한편에서는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큰 성취를 해내는 사람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의 근저에는 고용사회의 종말과 신기술의 등장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고용사회란 사회 구성원의 절대 다수가 기업, 공공기관 등 조직의 구성원으로 일하는 사회,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의 경제를 움직이는 근간이자, 개인 삶의 표준이 되는 사회(12)로 포드 자동차의 포디즘이 만들어낸 사회다. 하지만 한때 미국의 성인 인구 중 공장 노동자가 60%에 달하도록 증가시켰던 포디즘의 고용 사회는 100여 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종말을 고하고, 2000년대 들어 다니엘 핑크가 동명의 책에서 말하던 <프리에이전트의 시대>를 맞이했다. 프리에이전트란 기업에 고용돼 있지 않으며 독립적으로 일하는 전문가, 프리랜서, 컨설턴트, 자영업자로 미국 제조업 노동자 수의 2, 노동조합 조합원의 2배 숫자에 달한다.

 

한편 한국은 1998IMF 외환위기 당시 한국 정부는 정리해고와 파견 근로제의 합법화하면서 고용사회가 종말을 고했다. 종신고용제였던 우리나라는 IMF 위기를 겪으며 정부는 구조조정을 용인했는데, 기업과 경제를 살리는 것이 노동자의 고용 안정보다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한 때 200만 명이 넘는 실업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20151월 현재는 한국의 경제활동인구 1,800만 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800만 명이 비정규직이다. 반면 대기업 정규직은 10%180만 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고용사회의 붕괴와 프리에이전트의 시대의 개막은 197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컴퓨터와 인터넷이라는 신기술이 열었다. 주목할 것은 신기술은 단지 생산성 향상에만 그치지 않고, 세상의 풍경과 패러다임 자체를 바꾼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등장을 계기로 인류는 상업 자본주의를 뒤로하고 산업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세상을 이해했다. 헨리 포드의 포디즘도 마찬가지다. 최근을 주도하고 있는 혁명적인 신기술은 바로 모바일 기술이다.

 

20076, 애플의 스티브 잡스(1955~2011)는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이 손안에 있는 것이 세상의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고 공언했는데, 그의 예언은 적중했다. 20076월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은 지 8년이 지난 20154월 현재 지구상 스마트폰의 사용자는 전 세계인구 27%에 해당하는 20억 명에 달하고 있다.

 

이미 스마트폰의 판매량은 이전의 혁신적인 기기로 일컬어지는 PC보다 5배가 넘고, 2020년이면 스마트폰 사용자는 40억 명으로 지금의 두 배로 늘어날 전망인데, 지구상의 인구의 과반수, 경제 활동 인구의 대다수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모바일의 뛰어난 확장성은 인류를 실시간으로 하나의 세상으로 연결시켜 연결된 세상으로 만들었다. 저자는 포디즘의 고용 사회처럼 인류 사회에 새로운 질서가 정착되는 그런 세상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

 

이유는 간단하다. 신기술은 세상을 바꾸는 핵심 동인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쏟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상에는 모바일 말고도 획기적인 신기술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사물 인터넷, 핀테크, 전자 결제, 산업 자동화, 바이오, 줄기세포, 의료기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나하나가 만만치 않은 파괴력을 갖고 있다. 이런 신기술은 앞으로도 더 많이 쏟아질 것이다. 자본주의는 신기술의 개발자에게 보상하는 체제기 때문이다.” (105)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저자는 지금은 우리 앞에 닥친 변화의 진정한 원인이 무엇이고, 해법이 뭔지를 정면으로 응시해야 할 때‘(12)라고 말한다. 미래의 일자리를 이야기한 <유엔미래보고서 2045>에 따르면 2030년까지 현존하는 일자리의 80%, 20억 개의 일자리가 소멸되거나 대체된다고 주장한다.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전망은 자칫 위기처럼 느껴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무언가가 사라지면, 다른 무언가가 생겨나는 법. 저자는 미래에는 누구나 생산 수단을 보유할 수 있게 되고, 창의성을 발휘하는 자에게 반드시 보상하며, 변화가 일상적인 만큼 기회도 수시로 반복되므로 이 세 가지 특징을 적절히 활용하는 자는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강조한다.

 

또한 저자는 다가올 새로운 시대의 최대 수혜자는 소설가, 만화가, 방송 작가, 시나리오 작가 같은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가수, 영화배우, 스포츠 스타, 영화감독, 게임 개발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디자이너 같은 창의적인 생산물을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창자자와 능력 있는 CEO, 그리고 창업자가 될 거라 손꼽았다. 모바일과 소셜 미디어가 시장을 지구촌 단위로 확장시키면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결말에 이르러 저자는 특히 창업을 강조하며, 앞으로 창업을 준비한다면 비전문가라도 한번쯤 성공의 기회를 엿볼 수 있는 6대 슈퍼 섹터도 엄선했는데 다음과 같다.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빈부 문제를 역으로 활용하는 금융 섹터,

친환경친감성 혁신에 빈틈이 많은 자동차 섹터,

리스크는 크지만 가장 확실한 성장 동력 정보기술(IT) 섹터,

고령화 시대임에도 여전히 후진적인 의료 및 제약 섹터,

아이디어와 노트북 하나만으로도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서비스 섹터,

언뜻 진부해 보이지만 파워풀한 소비재 섹터

 

이제껏 읽은 미래전망서들이 저자의 권위와 기관의 명성을 강조해 주장을 펼쳤다면, <지금까지 없던 세상>은 충분한 설득력을 지녔다. 집필과정에서 500여 권을 읽었다는 저자의 노력 덕분이리라. 특히 자녀를 둔 부모로서 이 책은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남겨줬다.

저자에 따르면 당장 바뀌어야 할 것은 바로 공교육이다. 지금의 공교육 커리큘럼은 여전히 고용 사회를 전제로 짜여 있고, 학생들에게 대기업 취직만이 안정적이고 편안한 선택이며 한 눈 파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속적으로 주입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순위가 이럴진대 정부는 이 시간에도 여전히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도달하기도 어려운 목표를 달성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 허무맹랑한 뉴스를 믿느니 이 책을 거듭 읽으라고 권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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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악한 경제학 - 속고 속이는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27가지 지식 사용법
이근우 지음 / 센추리원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세계 제일의 부자 워런 버핏은 어떤 생각으로 투자하는가?

 

“열한 살 때 주식을 처음 매입했다. 진주만 폭격 3개월 후였다. 코레히도르 섬이 함락되고 있었고, 바탄에선 죽음의 행진이 있었다. 온갖 안 좋은 소식이 나오기에 투자 적기라고 판단했다. 그땐 산 주식을 영원히 보유했고 그 이후 계속 주식을 사왔다.”

 
세계 제일의 부자이자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말이다. 그는 열한 살에 주식투자를 시작한 것에 대해 “나는 11년간 헛살았다”고 할 정도로 주식투자를 즐겼다. 35년 전 그가 해서웨이에 투자한 1달러의 가치는 2012년 말 기준 1천500달러를 넘어섰고, 35년 간 주식시장 대비 연간 6.1%라는 높은 초과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렇게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하는 버핏의 숨은 비결은 무엇일까? 실망스럽게도 지극히 단순한데, ‘정석대로 투자한다’이다. 버핏은 싸고, 안전하고, 질 좋은 주식을 선호한다. 또 자신의 신용으로 100~160%의 레버리지를 일으켜 수익률을 높였다. 하지만 한 발 더 들어가 보면 그 속에는 보통사람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결코 하지 않는 투자법이 보인다.


“핵심은 사고팔기를 반복하지 않고 세상에서 터져 나온 수많은 질곡들을 온몸으로 견뎌낸 것이다. 뉴스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장기투자였다. 안전하게 연간 12%의 수익률을 올리기보다 들쑥날쑥하더라도 연간 복리로 15% 수익률을 올리는 쪽을 선택하겠다.” 버핏의 투자 철학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두 번째는 분산투자다. 아무리 높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는 주식이라도 한 개 종목에 올인하는 것은 위험하다. 높은 수익이 예상되지만 하락하는 경우도 많다. 한 종목에만 투자하면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으나 반대로 쪽박을 찰 수도 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처럼 말이다. 분산투자는 종목뿐 아니라 시간을 쪼개는 것도 중요하다. 점 찍어둔 주식을 하루에 몽땅 사는 게 아니라, 여러 날, 여러 달을 분산해서 사라는 얘기다.
 
오늘날 비즈니스맨이라면 그 어떤 방식이든 조금이라도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데, 100명에게 물으면 거의 100명 모두 ‘돈을 잃었다’고 말한다. 왜 돈을 번 사람이 없을까? 바로 보통사람이라면 갖고 있는 ‘손실 회피’ 성향 때문이다.


사람들은 본래 ‘이득을 보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손해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 크다. 그래서 앞으로 한참 더 오를 주식종목은 불안해서 먼저 팔아버리고, 앞으로 끝없이 더 떨어질 주식은 ‘언젠가는 오를 거야’하며 버틴다. 그러니 백전백패 잃을 수밖에. 하지만 ‘진짜 경제’를 스스로 터득한 워런 버핏은 일반인처럼 감정적으로 투자하지 않았다. 그가 ‘뉴스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투자를 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었던 건 평소 독서를 즐겼기 때문이다. 경제학뿐 아니라 사회학·진화심리학·물리학·통계학·인문학 등 이종(異種)의 지식을 넘나들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평범한 인간의 시장’에 뛰어들어 투자를 하는 것이다.

 

『영악한 경제학』은 복잡다단한 세상,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워런 버핏처럼 어떤 것이 좋은 선택인지, 그리고 그런 선택은 얼마나 재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해 풀어낸 책이다. 20년간 경제신문 기자로 활동해 온 경제통 이근우 저자는 선대의 지혜를 이용해 현상을 의심하고, 연결하고, 뒤집어봄으로써 알게 된 일종의 패턴들을 결합해 더 나은 선택, 더 나은 삶을 위해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스물 일곱 가지 경제 지식을 엄선해 다양한 시각으로 담아냈다.

 

우선 제목이 흥미롭다. ‘영악한 경제학’이란 대체 뭘까. 인간이 최선의 선택을 하려면 선택지는 여섯 개 미만이어야 한다. 하지만 당장 가까운 마트만 가 봐도 차고 넘치는 선택지 탓에 우리는 소위 결정장애를 겪을 지경이다. 저자는 그래서 우리가 영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원래 영악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이해에 밝으며 약다’는 뜻. 이해에 밝다는 말은 ‘무엇이 이롭고 무엇이 해로운지를 정확히 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약다’는 말은 세상의 수많은 함정과 달콤한 유혹에 어수룩하게 당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영악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버핏처럼 읽고 고민할 밖에. 나루케 마코토라는 일본의 다독가는 자신의 책『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에서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원숭이다”라고 좀 심한 말을 했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책을 통해 쌓은 지식이 없고, 상상력이 빈곤한 데다, 자기만의 철학이나 주장도 있을 리 없어서 그저 남의 생각을 마치 자기 생각인양 앵무새처럼 반복하거나 남의 행동을 따라 하기 바쁘기 때문에 원숭이와 다를 바가 뭐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우리가 뉴스를 보고 경제신문을 읽고, 또 이 글을 읽으려는 이유가 바로 원숭이 되기를 거부하고 영악해지려는 의도가 아닐까? 본격적으로 이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그 많던 4할 타자는 어디로 갔을까?

 
야구장에 가면 “요즘 프로야구는 백인천과 같은 4할대 타자들이 없어서 재미가 없어졌다”고 투덜대는 사람 한 명쯤은 꼭 있다. 그럼 뒤집어 생각해 보자. 만약 백인천 선수가 2015년 프로야구 경기에 선다면 전성기 때처럼 4할대 타율을 기록할 수 있을까? 저자는 어림없다고 말한다. 4할대라는 백인천의 전설적인 타율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국내 프로야구가 막 태동한 때였기 때문이다. 수비수들이 어디에 있어야 할지조차 잘 몰랐다. 그러니 쳤다하면 안타요, 조금 더 잘 치면 담장을 훌쩍 넘었던 것.

 

해를 더할수록 점점 팀의 체계가 잡히면서 프로야구 선수들은 더 열심히 뛰어야 했다. 외야수는 내야수에게 정확하게 송구하기 위한 연습을 몇 시간씩 했고, 이닝과 타자에 따라 수비 위치 역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모든 투구와 타격은 상세한 기록집에 기록됐고, 심지어 각 타자의 습관과 약점까지 파악하게 되자 4할대라는 전설적인 기록은 모습을 감추게 됐다. 초창기 재미있는 놀이 수준이었던 프로야구 경기에 돈과 기술이 가세하면서 과학이 된 것이다.

 

일상에서도 ‘옛날이 좋았다’라는 불평을 베이비붐 세대의 청장년들에게 심심찮게 듣는다. “우리 때는 죽어라고 열심히 노력해서 맨주먹에서 부자가 됐는데, 너희들은 천성이 게을러서 ‘88만원 세대’가 되고 연애와 결혼, 출산까지 포기한 ‘삼포세대’가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면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근시안과 다를 바 없다. 오히려 무기력한 청춘의 등장은 윗세대가 힘든 세상을 물려준 탓이니 불평하는 ‘그 입을 다물어야’ 하지 않을까.
 

부동산 불패 신화, 정말 끝일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호황기는 막을 내렸고, 저성장·저물가·저금리라는 새로운 표준, 이른 바 ‘뉴 노멀(New Normal)’ 시대가 열렸다.


부동산 비관론자들은 국내 인구는 2018년에 정점을 형성한 이후 이른바 ‘인구절벽’에서 떨어져서 노령사회에 진입하는 2019년부터는 인구가 감소할 것이라고 비관한다. 여기에다 우리나라 인구의 14.6%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은퇴 연령에 도달하고, 급격한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기 때문에 부동산 시대도 끝났다고 말한다. 정말 앞으로 부동산으로 돈을 벌 수 없을까?


저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미국 부동산 가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택 가격 폭락이란 대란을 겪었지만 한국의 강남 격인 미국 맨해튼과 영국 런던 중심부는 사상 최고가 경신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잃어버린 20년’의 불명예를 안긴 일본의 주택시장 폭락도 고령화보다는 오히려 공급량 조절의 실패라는 분석이 많다.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를 먼저 겪은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에서는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노령화로 인해 감소할 때에도 주택가격은 상승했었다.


저자는 부동산 가격은 인구구조뿐 아니라 수요와 공급의 상호 작용과 사람들의 집단 심리에 의해 결정된다며 한 가지 변수만으로 전체적인 부동산 가격의 방향을 미리 예측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삼포 세대의 부동산’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우리나라의 경우 650만 베이비붐 세대들의 주택 수요는 줄어들고 있지만 그들의 자녀에 해당하는 에코 세대가 새로운 주택 수요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물론 1차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로 1979년과 1992년 사이에 태어난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 사이의 연령대인 954만의 에코 세대가 베이비붐 세대의 바통을 이어받을 만큼 여력도 없거니와 2006년 부동산 가격의 급등과 2008년 이후의 부동산 침체를 목격한 이들에게 주택은 사는(Buying) 것이 아니라 사는(Living) 곳이라는 사고방식에 익숙해 있어 그들에게서 베이비붐 세대의 부동산 상승론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에코 세대의 현실을 살펴볼 때 친구나 선후배 등 부담 없이 어울릴 수 있는 홍대나 신촌, 대학로 등 그들이 필요로 하는 입지에서 부동산 임대업을 한다면 승산이 있다. 원룸, 오피스텔, 고시원과 같은 초단기 임대 주거 공간이 뜨고 합정역 일대, 이태원 경리단길, 한남동 독서당길과 같은 골목들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점에서 저자는 부동산 시장이 영원히 끝났다는 엉터리 예언만 믿고 시장을 외면하다가 시기를 놓친 뒤 후회한다면 그때는 이미 늦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잘 읽기만 한다면 저금리시대를 이기는 유일한 투자처는 부동산이 아닐까.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들
 

영국의 경제학자 앤드루 오즈월드는 행복방정식이란 걸 고안했다. 핵심은 인간관계나 건강, 직업의 안정성과 같은 것들이 돈보다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흥미로운 점은 행복감을 금전적 수치로 도출했는데, 결혼생활이 주는 행복감은 연간 7만 파운드(약 1억 3천만 원)에 달하고 건강과 안정된 직장을 유지하는 것은 돈으로 따지면 매달 수천만 원에 달하는 가치와 비슷하다고 했다. 이와 달리 이혼과 실직은 불행을 가져온다. 똑같이 수입의 1/3분이 줄어들어도, 단순히 수입만 줄어들 때보다 실직으로 수입이 줄어들 때가 사람을 네 배 정도 더 우울하게 만든다. 이혼도 실직만큼 불행을 안겨주고 이혼을 하지 않은 별거는 더 치명적이다. 결론적으로 행복은 비록 돈으로 살 수 있어도 제한적이고, 또한 우리가 흔히 느끼는 행복해하고 불행해하는 감정은 내가 남보다 얼마나 더 잘 살고 못 사는가 하는 ‘남과의 비교’를 통해 두드러지더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부자가 부러울 때마다 하는 말은 ‘제아무리 부자라도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이다. 하지만『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이란 책에서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단 ‘돈을 잘 쓰면’이라는 중요한 전제가 붙는데, 저자들은 소비를 통해 만족을 느끼는 방법으로 ‘행복을 담보하는 여섯 가지 지출원칙’을 들었다.

 

살펴보면 사람들은 물질적인 것보다 체험적인 것에서 더 큰 행복감을 느끼고(체험을 구매하라), 평범한 일상도 약간의 변화를 주면 특별해진다(특별하게 만들어라). 내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하고(시간을 구매하라), 가급적 신용카드를 자제한다(먼저 돈을 내고 나중에 소비하라). 마지막으로 행복해지고 싶다면 소득을 늘리려고 애쓰기보다, 소득의 일부를 다른 사람을 위해 지출하면, 소득이 늘어나는 만큼의 보상, 즉 금전이 아닌 ‘행복’이라는 보상을 얻을 수 있다(다른 사람에게 투자하라). 정말 그럴까?
 
워런 버핏으로 돌아가 보자. 2006년 워런 버핏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 주식 가운데 85%를 자선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죽는 날까지 전 재산의 99%를 기부할 것이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나는 잘 알고 있고 그일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버핏은 지난 2013년 한 해 동안 26억 달러(약 2조 9천억 원)를 기증했다. 그는 자신이 평생을 바쳐 노력해 벌어들인 어마어마한 돈의 대부분을 자선단체에 기부함으로써 돈으로는 느낄 수 없는 행복을 사들인 것이다. 오마하의 현인다운 최고의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불확실성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나답게 꿋꿋이 살아가려면, 그리고 오늘날 뉴 노멀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오마하의 현인처럼 독서와 토론, 사색, 그리고 수많은 실전훈련을 통해 세상을 헤쳐 나갈 ‘나만의 마음근육’을 키워야 한다. 그 방법론은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단언컨대, 올해 가장 인기가 많은 책 『지대넓얕(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상식시험을 보기 딱 좋은 지식총서라면, 이 책『영악한 경제학』은 행복한 내 인생 살아내기에 딱 좋은 지식총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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