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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박수용 지음 / 김영사 / 2011년 9월
평점 :
한국하면 떠오르는 동물은 뭐가 있을까? 고구려의 삼족오도 있겠고, 새해를 맞이하는 까치도 있다. 한민족의 어머니 격인 곰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순 없겠지만, 그중에서도 호랑이가 제일 먼저가 아닐까 싶다. 88올림픽때도 한국을 상징하는 마스코트로 호랑이를 선보였고, 최남선이
보여준 한국의 지도에도 호미곶을 포함한 호랑이를 발견할 수 있다. 발해인들과 호랑이의 이야기나 조선시대 민담으로 내려오던 호랑이의 이야기는
100여년 전까지만 해도 인왕산 호랑이라 하여 우리곁에 두려움과 수호신처럼 전해진다.
이 책은 그러한 한국 호랑이, 아무르 호랑이에 관한 책이다. 이미 한국에서는 사라졌다고 보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얼마 남지 않은 시베리아
호랑이를 찾아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노오란 털에 검은 선이 선명한 왕대 호랑이. 그리고 한때 우리의 땅이었던 만주와 연해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저자와 팀원들의 탐사는 하얀 설원과 추운 시베리아의 날씨를 배경으로 우리에게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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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자연에 대한 감사, 세상과 생명에 대한 존중이다. 최근에 이슈가 되는 착한 마케팅, 말로만 환경을 외치는 녹색 세탁,
이미지 재정립을 위한 환경을 위한 헛구호가 아닌 생활속에서 펼쳐지는 행동가짐 말이다. 갑자기 호랑이 얘기하다 말고 왠 환경보호냐 할수도
있을듯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 부분이 더욱 강하게 다가왔다.
우리와 비슷한 원주민들의 고시레 습관, 호랑이를 토템으로 한 후금의 후예들과 왕대 호랑이, 그리고 사냥을 하고 나서 바치는 생명체에 대한
속죄 의식과 남은 음식을 뿌려주는 습관 말이다. 자연 속에서 이루어지는 그들이 생활은 어느하나 그들을 둘러싼 것들에 대한 존경심이 없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 그러기에 여전히 그곳에는 사슴과 호랑이 등 이 살아 움직일수 있었던게 아니냐는 생각도 했다.
물론 지금 현재, 한국의 서울에서는 이런 행동들을 할수는 없다. 음식물을 함부로 버릴수도 없거니와 그랬다가는 벌금을 낼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자신이 직접 기르고 채취하고, 사냥한 것이 아니라, 공장에서 비닐에 정성스레(?) 포장되어 나오는 음식물에서 과연 어느 사람이 자연에 대한
속죄의식을 느낄수가 있을까? 그나마 우리가 할수 있는건 음식물 하나하나에 감사하고 나라에서 정한 법률에 따르는 정도가 전부일 듯..
매일매일 넘쳐나는 음식물 더미와 소비함이 문제가 아닌 소비를 강요당하는 사회에서 아침, 점심, 저녁을 먹는 소중함이 과연 느껴질지는 의문
이다만,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행동에 대해 부끄러움을 가질수 밖에 없었다. 다들 그러니까 라는 자기 위안의 합리화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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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가와 화려한 네온 사인의 옷가게, 원정녀와 정체 불명의 문화로 넘쳐나는 일본 도심과는 달리 일본 북부, 훗카이도에서는 같은 알타이계
문화를 느낄수 있는 것처럼, 책속에 소개되는 연해주의 자연은 어릴적 소나무로 우거진 한국의 울창한 숲을 연상케 했다. 예전에 어느 경영학
책에서 본것처럼 사람의 행동을 바꾸는 것은 주변의 환경을 어떻게 조성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우수리가
바로 그러했다. 저자의 경험담처럼 극우 인종차별주의자 러시아인들도 있지만, 자연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원주민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건
바로 이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했고.
책의 중반까지는 호랑이 블러드 메리는 등장하지 않는다. 호랑이 1마리의 넓은 활동반경과 워낙 조심성있는 그들의 습성을 고려한다면 인간에
쉽게 띄이는게 이상할 일이다만, 어쨋든 하나하나 호랑이의 발자국을 따라 가는 모험은 흥미진진했다.
"러시아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그 기초가 되는 것, 당장 이익이 없더라도 자신의 꿈에 몰두하는 것, 지금 힘들지만
여유있는 마음을 가지는 것, 이런 근원적인 것들에 대한 동경이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러시아 사람들은 1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존중한다. 감자를 재배하는 사람이 없다면 감자 칩도 없다고 말한다. 학문에서는 수학이나 물리학, 생물학 등 당장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지는 못하지만 다른 학문이나 산업의 기초가 되는 학문을 중시한다. 가난하지만 순수한 꿈과 열정으로 기초학문에 정진하는 학자들을
마음속 깊이 존경한다."
러시아 인종차별주의자, 어제본 투어리스트의 러시아 갱단 등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저자가 말하는 러시아의 이미지가 선뜻 와닿지는
않지만 내가 생각하는 거랑 비슷해서 좋았다. 아마도 실천하지 못하는 나, 그리고 우리의 모습이 더 부끄러워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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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중반부부터 블러드 메리와 그녀의 가족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시베리아와 만주, 연해주를 배경으로 한 활동 반경과 설원에서 펼쳐지는
그녀와 가족들의 모습. 중간 중간 러시아 마피아와 연계된 이야기가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그칠 줄을 몰랐다.
한때 한민족의 무대였던 그 곳. 20세기를 전후로 중국이 올라왔고 1900년대에는 슬라브족의 남하로 예전의 향수는 잊쳐진지 오래이다. 만주에
살던 수많은 원주민들은 이제 이방인의 힘에 밀려 자치주, 산속에서 거주하고 있다. 마치,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인간의 눈길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겨가는 호랑이와도 닮았다...
책의 마지막에는 저자의 진솔한 고백이 우리의 눈길을 끈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열악한 환경. 삶의 보이지 않는 순수함을 열망하고 준비하는
이들에 대한 괄시. 세상속에 어울리면서 잊혀져가는 우리의 믿음, 용기, 꿈까지...
저자는 시베리아 호랑이의 삶을 들려주었지만 책을 덮고난 후 나에게 보여지는 영상은 그 이상의 무언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