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불꼬불나라의 문명이야기 에듀텔링 9
서해경 지음, 김용길 그림 / 풀빛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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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학도였던 나로서는 '사회영역'이 생소한 편이다. 고교시절에 '사회', '정치', '경제', '윤리', '국사', '지리' 등등을 배웠지만, 교과서의 내용이 다 거기서 거기였던 관계로 '명확한 구분'을 잘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지금도 '인문학 분야'의 책을 섭렵하고 있지만, 딱히 장르를 구분해가며 읽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좀 답답한 면이 없잖아 있는데, 요즘 <초중등 사회교과서>는 더욱더 방대한 내용을 총망라한 듯하다. '7차 개정'이후에 가장 많은 변천을 겪은 과목 가운데 '사회'와 '역사'를 빼놓을 수 없다. 학년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가장 큰 혼란을 겪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였을까? 나도 어느 순간부터 '학교진도'와는 상관없이 아이들에게 모든 단원을 순서에 상관없이 가르치기 시작했다. 어차피 다 배울 내용이니 미리 배우면 '예습' 삼았고, 이미 배운 내용이면 '복습' 삼아 가르치곤 했다. 딱히 아이들도 큰 불만 없어서 그대로 밀어붙이고 있다. 대신에 '사회교과'를 통으로 꿰뚫는 안목을 기르는데 큰 중점을 두며 수업하고 있다. 그래서 이것도 사회, 저것도 사회, 그것도 사회..여러 분야의 내용을 '사회교과에서 다루는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말이다. 말은 이렇게 해도 수업의 차이는 그닥 없다. 깊이 파고들어봤자 '초딩용'이 아니겠는가ㅎㅎ

 

  암튼, '기후이야기'를 하려고 전세계를 떠돌던 수염왕이 이번에는 시대를 거슬러올라 '고대문명들'을 만나고 돌아온다. '기후이야기'와 마찬가지로 맥락은 없다. 암기 위주의 단원인 관계로 무작정 '새로운 어휘'를 익히고, '개념'을 머릿속에 정리한 다음에, '시대별/사건별'로 개요을 짜서 학습의 흐름을 잡는 요령을 한껏 부려야할 뿐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단원이기도 하다. 특히, '지리'와 '역사'가 말이다.

 

  어쨌든, '역사(세계사)책'을 펼치면 꼭 나오는 내용이 '인류의 변천사'다. 최초의 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는 꼭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 여기에 네안데르탈인까지 곁들여서 정리한다면 매우 훌륭하다. 이 파트를 공부할 땐 반드시 원숭이 흉내와 사람 흉내를 내면서 수업을 해야만 한다. 안 그러면 길디 긴 '이름'만 외우다 그냥 잠들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곧선 사람(호모 에렉투스)'이 얼마나 세련된 직립보행을 했는지 시뮬레이션을 보여주면서 수업을 해야 잠이 깬다.

 

  그 다음엔 '고대 4대문명'의 이름을 나열하게 된다. 메소포타미아 문명, 이집트 문명, 인더스 문명, 황허 문명, 그리고 각각 '큰 강 유역'에서 문명이 발달했다며 강 이름도 나열해줘야 한다.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나일강, 인더스강, 황허강, 그 다음엔 찬란한 문명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문자 이름도 나열해주어야 한다. 각각 설형문자, 상형문자, 인장/도장, 갑골문자..이 정도만 나열하는 것으로 1시간은 족히 걸린다. 그러니 얼마나 졸리겠는가. 각각의 문명마다 재미난 에피소드를 설명해주면서 인상깊은 율동까지 보여주며 지구라트(신전)와 피라미드, 모헨조다로, 그리고 은허에서 거북이등껍질 굽는 흉내까지 내줘야 한다.

 

  보통은 여기까지 내용을 정리하며 '문명이야기'를 마무리하곤 하는데, 이 책은 '아테네 문명'과 '마야 문명'까지 덧붙여 보여주었다. 신선한 접근법이지만 어차피 '사회교과서'에 다 나오는 내용이니 앞에서 한 것과 같이 올림피아 제전을 몸으로 시연하고, 태양신에게 인신공양을 하며 펄떡펄떡 뛰는 심장을 꺼내는 장면을 연출하며 마무리하면 된다. 그리고서 수염왕도 현재로 되돌아 오면서 책의 내용도 일단락되었다.

 

  이처럼 근래의 사회교과서는 선생님도 춤추게 만든다. 지루한 내용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선생님의 노력여하에 따라서 생동감이 넘치는 교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것이다. 단점이라면 '교과내용'은 기억에 남지 않고 선생님의 몹쓸 율동만 기억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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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꿈 기계의 꿈 북클럽 자본 시리즈 8
고병권 지음 / 천년의상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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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론>이 어렵다는 이유는 직접 읽어보니 정말 잘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참 재밌는 책이라는 사실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어려운 책을 섭렵해나가다 보면 종종 느끼는 일이긴 하지만, <자본론>만큼 안목을 확 넓혀주는 책은 이제껏 읽지 못했다. '경제'란 학문에 아둔했던 내가 경제뉴스와 경제이슈에 관심으리 쏟고 어줍잖게나마 이해하며 보고 들을 수 있게 된 것도 바로 <자본론>을 사알짝 들여다본 덕분이었다. 아무튼 '고병권의 <자본론>'을 다 읽고 난 뒤에도 여타의 마르크스 관련 책들을 섭렵해나갈 것을 다짐한다. 마르크스만큼 오해와 편견을 갖고 있는 이들이 참 많다는 것도 새삼 느꼈다. 이곳 예스에서는 아무런 댓글도 달리지 않지만 '페이스북'에서는 꽤나 다양한 반응들이 나와서 참 즐겁다.

 

  어쨌든 벌써 8권이다. 12권이 전부라고 저자가 밝혔고, 현재 10권까지 출간이 되었으니 완독도 멀지 않았다. 이번 8권에서는 '기계제 생산'이 자본가에게 얼마만큼의 이윤을 남겨 주었는가? 하는 질문으로부터 기계에게 내몰려 거리로 떠밀린 노동자의 설움까지 살펴 볼 수 있었다. 익히 알고 있는 '러다이트(기계파괴) 운동'도 바로 이 시점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읽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바로 '인공지능'에 의한 노동자들의 대량실직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말한다. 산업혁명 초기에 '대량실직'된 노동자들이 새로운 직종에서 더 많은 구직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도 초기에는 큰 혼란을 겪게 되겠지만 더 다양한 직종이 생겨서 훨씬 더 많은 구직을 할 수 있게 될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2차 산업혁명'에서 기계가 대거 도입되면서 '제조업 분야'에서 벌어진 노동자의 대량실직 사태가 수습되고 새로운 직종인 '서비스업'으로 대체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그동안에 수많은 노동자들이 새로운 직종이 나오기도 전에 굶어죽었다는 사실 말이다. 한편, 제조업 분야를 '기계'가 차지하니 '사람'은 서비스업 분야에 종사하게 된 것과 현재의 서비스업을 '인공지능'이 차지하고 나면 '사람'은 어느 분야에서 '노동'을 하고 돈을 벌 수 있겠느냔 말이다.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큰 특징이 '노동의 종말'인데, 노동을 할 수 없는 노동자의 소득은 누가 보장할 것이며,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상품'을 소비할 사람이 없어진 마당에 자본주의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냔 말이다.

 

  그 때문에 '기본 소득'을 지급하는 것과 같은 대안이 이야기되고 있지만, 이조차 어느 한 나라가 시행을 한다고 해서 잘 될 턱이 없고, 초기에 도입한 나라일수록 경제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세계가 동시다발적으로 시행해야만 서로간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인 까닭에 혀내 여러 나라들이 서로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관망하고 있는 시점이다. 허나 절대 오해해선 안 될 것이 '기본 소득 지급'과 같은 일이 과거 '공산주의 국가체제'로 회귀하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늘날 공산주의가 망한 가장 큰 이유는 '독재'가 성행하고, '감시'가 횡행하는 등 정치적인 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물론 공산주의 경제이론도 무능하긴 마찬가지였다. 계획적으로 통제되어 '개인의 의욕'을 말살해버린 경제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자 그대로 주저 앉았으며, 냉전시대의 폐쇄성이 공산주의의 파멸을 더욱 앞당겼기 때문이다. 그러한 공산주의의 망령을 우리가 다실 불러올 까닭은 절대로 없다. 그 때문에 '기본 소득 지급'은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모든 이들의 경제적 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전체 소득의 일부'를 보충해주어 '소비'를 촉진시키는 정책이라는 점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그 때문에 전세계적으로도 기본소득의 금액은 20~30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전국민이 그 정도 금액을 일률적으로 꾸준히 소비해준다면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도움이 될 거라는 계산을 하고 있는 셈이다.

 

  마르크스와 <자본론>에 대한 오해는 다음에도 이야기할 기회가 많은테니, 이쯤에서 끝내고, 이 책의 내용을 이야기하련다. 마르크스는 자본가의 '기계 도입'에 대단한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자본론>에서도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해서 '기계제 생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었다. 그리고 '기계제 생산'속에서 노동자들의 희망도 엿보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기계는 등장과 함께 노동자들을 무참히 학살하고 말았다. 물론 '기계'가 노동자를 죽인 것은 아니다. 한낱 도구(수단)에 불과한 기계가 노동자를 학살한다는 상상은 쉽게 할 수 없다. 하지만 그 '기계'속에 자본가의 속성이 담기게 되자 '자본가로 변신한 기계'는 노동자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고 말았다. 그 '자본가의 속성'이란 다름 아닌 '이윤 추구'다.

 

  마르크스는 일찍이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으로 자본을 구분하며, 막대한 이윤은 '불변자본(도구)'가 아닌 '가변자본(노동자)'에서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엄청난 생산량을 뿜어내는 기계가 등장하자 '불변자본'인 기계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것이 더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는 비결이라는 점을 자본가들이 알아챈 것이 '원인'이었다. 물론 자본가도 '초기 비용'이 엄청나게 드는 기계를 함부로 들여오기 힘든 점이 없지 않았다. 그래서 초기에는 '기계'를 도입하기보다는 노동자의 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기계'는 느리지만 아주 확실하게 '노동자의 몫'을 대신하며 노동자를 공장에서 쫓아내기 시작했다. 더 정확하게는 '숙련공'들이 설자리를 빼앗아버린 셈이다.

 

  스미스의 '분업'은 대량생산의 길을 열었다. 비록 '노동의 가치'를 하락시키기는 했지만, 노동의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졌고, 늘어난 생산량만큼 숙달된 '반복작업'으로 노동의 가치가 변신을 하면서 수많은 '숙련공'들이 배출된 것이다. 하나의 상품이 완성되기까지 노동자의 영혼이라도 담을 것 같았던 '수공업'에서 영혼을 빼앗겨버리고 단순반복 작업만 남아 '노동의 가치'를 찾아볼 수 없게 만든 기괴한 괴물 노동자(외형이 변해버린, 이를 테면 '망치질'만 전문적으로 하다보면 '망치질의 달인'이 되는 것처럼 특정 공정에만 특화된 노동자)를 만들어버렸지만, 우리는 그들을 '숙련공'이라고 부르며 대단한 능력자로 대접해주었다. 허나 '기계'의 등장으로 숙련공은 설자리가 없어지게 되었다. 복잡하고 어렵고 힘든 작업은 모두 '기계의 몫'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남은 일자리는 그런 기계를 조작할 여성이나 아동 노동자 한 명이면 족했기 때문이다. 그도 아니면 더욱더 단순한 반복작업만 수행하는 노동자만 필요했던 것이다. 우리는 이들을 '미숙련공'이라고 불렀다.

 

  이렇게 숙련공이 미숙련공보다 못한 대접을 받게 되자 '러다이트 운동'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다가 대유행이 되고 말았다. 허나 부서진 기계를 대신해서 숙련공들이 공장으로 되돌아간 것이 아니라 더욱 강화된 '최신 기계'가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며 망가진 기계를 대신하곤 하였다. 이렇게 일자리를 일어버린 노동자들은 더욱더 비참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허나 자본가는 더욱더 많은 '이윤'을 챙길 뿐이었다. 이미 밝혔지만 자본가들은 결코 '자선사업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노동자들의 복지와 같은 일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마치 '양계장 주인'이 암탉들의 건강을 위해서 달걀생산량을 줄여주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더 많은 달걀을 얻기 위해 밤에도 LED 조명을 비추며 암탉들에게 달걀을 생산하라고 독려하게 될 것이 뻔하다. 그렇게 혹사를 당하다 '평균수명'도 채우지 못한 암탉이 죽으면 '배터리(구멍이 숭숭 뚫린 3층짜리 양계 닭장)' 문을 열고 죽은 암탉을 대신할 새 암탉을 넣어주는 것이 전부다. 평생 달걀만 생산하다 숨을 거둔 영웅적인 암탉의 희생에 대한 묵념 따윈 기대도 하지 말아야 한다. 오직 '이윤 추구'만 가득한 현장이다. 기계제 생산을 고집하는 자본가들의 속성이 이렇다.

 

  그럼에도 마르크스는 '기계'가 노동자들의 고된 노동을 해방시켜줄 혁명이 될 거라고 기대했다. 밤낮없이 노동에 시달리던 노동자를 대신해서 일을 해줄 기계가 '노동 해방'의 희망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렇게 노동에서 해방된 노동자들은 안락한 삶을 살며 얻게 된 '여유'로 수준 높은 삶을 위해 교육도 받고 즐거운 삶을 위해 여가생활도 즐기며 온가족이 오붓한 시간을 가지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기계'의 잘못일까? 아니다. 아무런 의식도 없는 '기계'가 무슨 잘못이란 말이냐. 기계의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 '자본가'들이 못된 탓이다. 이들의 '이윤 추구' 욕구가 기계에 투영되는 순간 기계는 노동자를 학살시키듯 대량해고와 척박한 노동환경을 만들고 말았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행동'으로 무엇을 해야만 할까? 결국 마르크스는 "모든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는 <공산주의 선언>을 하고 말았지만, 글쎄..그보다는 더 효과적인 방법도 있었겠지만,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가재는 게편'인 정책담당자들의 자본가 편들기가 극에 달하면서 다른 방도를 모색하지 못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심지어 정치경제학자라는 사람들도 허무맹랑한 주장을 반복하면서 노동자가 설자리를 마련해주지 못했으니...딴에는 다른 방도가 없었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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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생각의 탄생
최화선 지음, 박태성 그림, 문성원.이용재 감수 / 푸른나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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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학적 교양을 쌓기 위해서는 한두 권의 책을 읽는 것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물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오래도록 꾸준히 '독서의 두께'를 쌓아올린 뒤에야 겨우 교양이 쌓이는 법이니 결코 쉬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교양이 넓고 깊게 쌓이며 '세상을 보는 눈'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정말 아름답다. 비록 날카로운 비판으로 가득할지라도 '비판'을 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질 수 있음에 정말 고마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게 바로 교양이다.

 

  그런데 그런 교양을 쌓기 위해 처음에는 무엇을 읽어야 할지, 어떻게 쌓아나가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다. 교양을 쌓기로 결심한 순간, 거금 100만 원을 들고 서점에 가서 교양 가득한 책을 사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해서 '좋은 책'이 손에 딱딱 잡히지도 않는다. 그런 막연함에 발길을 돌려 책을 많이 읽었다는 분들의 조언을 들으며 "좋은 책 좀 추천해주세요"라고 말하면 각양각색의 책목록이 만들어지지만 정작 '나의 마음'에 쏙 드는 책이 별로 없다는 사실만 깨닫게 된다. 허나 결코 헛된 돈낭비, 시간낭비는 아닐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누구나 '처음'에는 그런 실수를 하며 교양을 쌓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교양을 쌓으려고 마음 먹게 되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서양 인문학'의 첫걸음이 되는 <그리스 문화>에 대한 관심이다. 철학과 역사, 신화, 예술, 문학, 과학 등등 거의 모든 것의 시초라고 일컫는 <그리스 신화>와 <그리스 철학>은 정말 '되돌이표'를 무한으로 반복할 정도로 접하게 될 것이다. 이를 테면, 철학을 공부할 때에도 소크라테스부터 시작하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순서로 접하게 되고, 역사를 공부할 때에도 고대문명 다음은 '그리스', 헬레니즘, 로마...라는 순서로 읽게 된다. 더구나 '민주정치'의 시작이라고 예를 들면서 그리스 아테네의 민주정치를 접한다. 신화는 어떤가?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지 않은 어린이가 없을 정도다. 그렇게 어려운 신화책을 어린 나이에 접하게 되는 까닭도 '서양문화를 익히기 위해선 그리스신화부터 알아야 한다'는 선입견이 생겼을 정도다. 예술에서도 '이집트 양식'을 배운 다음에는 어김없이 '그리스 양식'을 배운다. 더구나 '황금비율'은 아름다움의 대명사라고 할 정도로 지겹게 듣게 될 것이다. 이렇듯 '서양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총망라한 방대한 내용을 '그리스 문화'를 통해서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살짝 비꼬는 투로 반박을 하자면, 오늘날 '서구 우월주의'의 원류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셈이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유럽'은 17세기 이전까지는 가장 못사는 나라들이 고만고만하게 모여 있는 대륙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이슬람 문명권'에서 유럽을 고립시키 위해 '인도로 가는 길(육로)'을 봉쇄하면서부터 유럽의 팽창이 시작된 셈이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듯이 새로운 바닷길을 열면서 '대항해시대'를 열어 버린 셈이다. 그렇게 유럽인들의 관점에서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의 발견이 시발점이 되어 '식민지 쟁탈전'이 벌어지는 제국주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와 때를 맞춰서 발전하게 된 새로운 학문인 '역사학'이 대두되면서 서구인들의 심금을 울린 '백인은 우월하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고, 그래서 과거에 잃어버렸던 자신들의 문화와 역사였던 '그리스 문화'를 아랍권에서 되찾아오며 지금에 이르게 된 셈이다. 물론 이 책에 나온 내용은 아니다. 그러니 심심풀이로 읽어주시길 바란다.

 

  암튼, 이 책의 내용은 이토록 방대한 '그리스 문화'에 대한 여러 가지 지식들을 한 권으로 모아 놓았다. 그래서 이 책은 여러 권을 읽어야만 할 수고를 덜 수 있다는 장점이 녹아 있다. 그런 까닭에 '초급용'이라고 보아도 무방하지만, 중급 이상의 실력을 갖춘 분들도 자신의 교양을 다시 정리하면서 읽을 수 있을 만큼 제대로 정리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리스 신화'와 '그리스 철학'을 두 개의 기둥으로 삼고, '그리스의 정치', '그리스의 예술', '그리스의 문학', '그리스의 사상' 등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하나의 폴더에 착착 정리해놓은 듯 일목요연하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참고로 이 책은 <생각의 탄생>이란 시리즈로 '그리스편' 외에도 '중세', '르네상스', '낭만주의', '사실주의'를 카테고리로 엮어냈기 때문에 서양의 사상을 한 눈에 읽어보기에 딱 좋은 시리즈다. 책의 수준은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를 막힘없이 읽을 수 있는 수준이면 얼마든지 즐길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를 갖고 있다. 굳이 '만화책'에 비유한 까닭은 '사진 자료'가 매우 풍부한 책이기 때문이다. 모든 페이지에 '사진'과 '삽화'가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정말 술술 읽힌다는 점도 이 책만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장점을 또 꼽으라면, '그리스 신화'에서 '그리스 문학'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고, 그 뒤에 자연스럽게 '그리스 자연철학'으로 이어지는 서술이 참 일품이다. 간단한 예로 설명하자면, 헤브라이즘의 '유일신 종교'와는 달리 헬레니즘의 '다신교'는 신조차 인간을 닮은 '인격신'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온다는 설명 뒤에 '만물은 물로 이루어져 있다'는 탈레스로 인해 '자연철학'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었다. 이는 '만물의 이치'를 신에게서 찾던 사람들이 인간의 생각(철학)으로 이해하려 했다는 것을 더할나위 없이 자연스럽게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낱낱의 지식들을 한 코에 꿰는 순간의 짜릿함은 정말 느껴보지 못한 이들에겐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쾌감을 절로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이제 막 교양에 관심이 생긴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나도 언젠가 이 정도 실력으로 방대한 지식을 써내려갈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가볍게 읽으며 교양도 쌓을 수 있는 책이라고 소개하며 다음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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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불꼬불나라의 기후이야기 에듀텔링 8
서해경 지음, 김용길 그림 / 풀빛미디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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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온난화 등 '과학자의 경고'가 담긴 <기후변화 이야기>와는 달리 사회교과 가운데 '지리'에 해당하는 <기후 이야기>는 살짝 지루한 맛이 강렬하기 십상이다. 이 책도 지루한 '지리 교과서'를 답습했다는 점에서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지리'라는 것은 어쩔 수 없이 그럴 수밖에 없는 과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사정이 있음이라고 말을 해야 하는 아쉬운 마음으로 말을 아끼려고 한다. 그런 까닭에 <꼬불꼬불나라 시리즈> 가운데 <지리이야기>'와 <기후이야기>가 살짝 아쉽다. 그래서 '지리책의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지루할 수밖에 없게 된 사연을 이야기하려 한다.

 

  <지리의 힘>이라는 책이 요즘에 굉장히 핫하다. 다른 '지리책'과는 달리 술술 읽히는 재미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리의 힘>은 왜 재밌게 읽을 수 있는가? 그건 '지정학적인 관점'에서 각 나라에 담긴 여러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복잡하게 얽힌 나라와 나라 사이에 관한 이야기를 '지정학'이라는 관점으로 술술 풀어내니 '지리'라는 학문에 대한 매력도 느낄 수 있으면서 현재에 놓인 '국제정세'까지 철저히 분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기획된 책이라서 '지리과목'의 한 갈래인 '기후'를 이야기하며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풀어낼 만한 꺼리가 전혀 없기 때문에, 그저 일반적인 '지리교과적 서술'로만 처음부터 끝까지 녹아내고 있다. 한마디로 딱딱한 교과서에 담긴 내용을 '꼬불꼬불나라'에 그대로 옮겨적는 답습을 해버린 셈이라서 책의 재미가 반감된다는 이야기다. 다른 주제를 다룰 때는 '사고뭉치 수염왕'이 철딱서니 없는 행동을 하면서 '정치', '경제', '인권', '언론', '환경', '원자력', '동물권리'까지 흥미진진한 사건사고를 펼치며 재미나게 풀어냈는데, '지리'만큼은 사건사고의 재미에 '지리'라는 주제를 인상적으로 담아낼 방도가 마땅치 않으니 다른 시리즈에 비해서 재미가 덜한 것이다.

 

  그럼에도 '적도'에서는 '물빠짐 장치 실험'을 보여주며 적도에서는 '무회전', 북반구에서는 '반시계방향', 남반구에서는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며 물이 빠지는 에피소드를 담았고, 열대 우림 기후에서는 덥고 축축한 아마존 일대의 환경을, 한대 기후에서는 북극곰이 무너지는 빙벽을 아슬아슬하게 넘는 장면을, 건조 기후에서는 낙타가 침을 뱉고 사막의 모래 바람을 견디며 오아시스의 소중함을, 열대 사바나 기후에서는 세렝게티 초원의 동물이 점점 살 곳을 잃어가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고산 기후에서는 히말라야 정상을 도전하며 높은 곳으로 오를수록 급격히 달라지는 기후를, 냉대 기후에서는 짧은 여름이라도 보장이 된다면 나무가 식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마지막으로 온화한 기후를 갖추고 있는 온대 기후에 사람이 가장 많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수염왕'이 직접 경험을 한다.

 

  이처럼 '모험가 수염왕'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는데도, '지리'의 지루함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다른 '초등 지리책'에 비해서는 신선했다는 점수를 주고 싶다. 역시 '수염왕'의 매력은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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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 쫌 아는 10대 - 물질 씨, 어떻게 세상을 이루었나요? 과학 쫌 아는 십대 2
장홍제 지음, 방상호 그림 / 풀빛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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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 뿐만 아니라 '모든 학문'을 시작할 때는 '개념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어렵고 하기 싫은 공부가 '개념 공부'라는 사실은 누구나 수긍할 것이다. 수많은 '개념 어휘'가 당신을 괴롭힐 준비를 마친 것마냥 읽는 것조차 따분하기 그지 없는 <개념 개론서>는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되었다.

 

  사실 어떤 공부든 '기초'를 등한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 '노벨상의 계절'이 되었는데도 우리 나라 수상자 소식은 올해도 감감무소식이다. 그럴 때마다 비교하는 것이 '중국인 몇 명', '일본인 몇 명' 하는 식의 '숫자 비교'인데, 그것보다 '기초 과학(순수학문)'을 전공하는 학생수를 비교하는 것이 더 옳은 방법일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나라에서 '기초 과학'을 전공하는 학생수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노벨상 따위는 받지 않아도 좋다. 우리 나라 학문의 기초를 탄탄히 마련해줄 수만 있다면 그깟 상이 없더라도 우리 나라의 미래를 밝혀줄 테니 말이다.

 

  각설하고, 이 책은 '화학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물질'에 대한 개론서다. 그런 까닭에 10대가 읽고 이해하기에는 조금 어렵고 힘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긴 하지만 다른 '개론서'에 비해서는 꽤나 쉽게 풀어서 설명하려는 노력이 엿보여서 흡족하였다. 그래서 이 책은 초등학생이 읽기에는 버거울 것이 틀림없고 중고등학생이 읽어보았으면 하는 생각에 '청소년 추천도서'로 꼽고 싶다. 특히, '과학고'를 지망하고 있는 학생이라면 꼭 읽어보라 권하고 싶고, 일반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하더라도 '과학'을 좀더 깊게 공부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겠다. 그만큼 아주 훌륭한 '개론'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화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이 책만큼 제대로 된 '설명'을 늘어놓지 못한다. 그만큼 '개론'이라는 것이 쉽고도 어렵다. 거기다 대개의 학생들이 자신은 이해했으면서도 남을 이해시켜주지 못하는 실력을 갖고 있기 일쑤다. 그게 바로 '개론'이다. 그래서 훌륭한 <개론서>가 있으면 서로 추천하며 읽기를 권하기 마련인데, 딱 이 책이다. 그래서 참 훌륭한 책인데, 모든 <개론서>가 그렇듯이 웬만한 인내심이 없으면 끝까지 읽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끝까지 읽었다면 '기초'가 탄탄해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훌륭한 책일수록 '개념 이해'가 쏙쏙 되기 마련이다. 또한 훌륭한 설명에는 '비유적인 표현'을 남발하지 않는다. 언제나 정확한 개념을 설명하는 '정의'를 서술하는 방식이 최고다. 그러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이 중요한 법이다. 이를 테면, 물질의 상태를 나타낼 때 고체, 액체, 기체의 세 가지 상태를 나열하고 난 뒤에 '졸', '젤'을 설명하곤 하는데, 졸은 '액체속에 고체가 흐르는 상태'이고, 젤은 그 반대인 '고체속에 액체가 흐르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닥 별다를 것이 없는 설명이지만, 대단히 군더더기가 없는 설명이다. 경험담을 소개하자면, 고교시절 은사님께서는 이것을 비유적으로 설명하시면서, 달걀을 '졸(반숙)'로 먹을래, '젤(완숙)'로 먹을래..라고 설명하셨다. 그 바람에 난 '졸'은 말랑한 상태, '젤'은 단단한 상태로 이해하였고, 꽤나 고생했던 적이 경험이 있다. 예를 들면, 푸딩이나 젤리는 모두 '젤' 상태인데, 푸딩은 말랑하니까 졸, 젤리는 단단하니까 젤..이라고 오랫동안 착각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졸 상태를 페인트로 예를 들었다. 액체속에 작지만 단단한 고체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가 딱 되지 않은가. 미숫가루도 이를테면 '졸 상태'로 마시는 셈이다. 이렇게 '개념'을 제대로 잡으면 절대 헷갈리지 않고 응용력도 쑥쑥 커진다.

 

  이처럼 '기초'를 공부하다 보면, 잘 이해되는 것도 있지만 아리송한 '개념'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워낙 기초다보니 어디 누구에게 물어보면 좋을지 마땅한 이가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있다. 교수나 선생님에게 물어보기도 창피하고, 동료 친구에게 묻기에는 존심이 상하고, 선배도 딱히 잘 모르는 것 같고..그럴 땐 <개론서>를 읽는 방법밖에는 없다. 읽고 또 읽으며 기초를 다지다보면 어느새 탄탄해지는 경험을 얻게 될 것이다. 간만에 훌륭한 개론서를 읽으며 옛추억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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