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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불꼬불나라의 기후이야기 ㅣ 에듀텔링 8
서해경 지음, 김용길 그림 / 풀빛미디어 / 2017년 4월
평점 :
지구온난화 등 '과학자의 경고'가 담긴 <기후변화 이야기>와는 달리 사회교과 가운데 '지리'에 해당하는 <기후 이야기>는 살짝 지루한 맛이 강렬하기 십상이다. 이 책도 지루한 '지리 교과서'를 답습했다는 점에서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지리'라는 것은 어쩔 수 없이 그럴 수밖에 없는 과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사정이 있음이라고 말을 해야 하는 아쉬운 마음으로 말을 아끼려고 한다. 그런 까닭에 <꼬불꼬불나라 시리즈> 가운데 <지리이야기>'와 <기후이야기>가 살짝 아쉽다. 그래서 '지리책의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지루할 수밖에 없게 된 사연을 이야기하려 한다.
<지리의 힘>이라는 책이 요즘에 굉장히 핫하다. 다른 '지리책'과는 달리 술술 읽히는 재미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리의 힘>은 왜 재밌게 읽을 수 있는가? 그건 '지정학적인 관점'에서 각 나라에 담긴 여러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복잡하게 얽힌 나라와 나라 사이에 관한 이야기를 '지정학'이라는 관점으로 술술 풀어내니 '지리'라는 학문에 대한 매력도 느낄 수 있으면서 현재에 놓인 '국제정세'까지 철저히 분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기획된 책이라서 '지리과목'의 한 갈래인 '기후'를 이야기하며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풀어낼 만한 꺼리가 전혀 없기 때문에, 그저 일반적인 '지리교과적 서술'로만 처음부터 끝까지 녹아내고 있다. 한마디로 딱딱한 교과서에 담긴 내용을 '꼬불꼬불나라'에 그대로 옮겨적는 답습을 해버린 셈이라서 책의 재미가 반감된다는 이야기다. 다른 주제를 다룰 때는 '사고뭉치 수염왕'이 철딱서니 없는 행동을 하면서 '정치', '경제', '인권', '언론', '환경', '원자력', '동물권리'까지 흥미진진한 사건사고를 펼치며 재미나게 풀어냈는데, '지리'만큼은 사건사고의 재미에 '지리'라는 주제를 인상적으로 담아낼 방도가 마땅치 않으니 다른 시리즈에 비해서 재미가 덜한 것이다.
그럼에도 '적도'에서는 '물빠짐 장치 실험'을 보여주며 적도에서는 '무회전', 북반구에서는 '반시계방향', 남반구에서는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며 물이 빠지는 에피소드를 담았고, 열대 우림 기후에서는 덥고 축축한 아마존 일대의 환경을, 한대 기후에서는 북극곰이 무너지는 빙벽을 아슬아슬하게 넘는 장면을, 건조 기후에서는 낙타가 침을 뱉고 사막의 모래 바람을 견디며 오아시스의 소중함을, 열대 사바나 기후에서는 세렝게티 초원의 동물이 점점 살 곳을 잃어가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고산 기후에서는 히말라야 정상을 도전하며 높은 곳으로 오를수록 급격히 달라지는 기후를, 냉대 기후에서는 짧은 여름이라도 보장이 된다면 나무가 식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마지막으로 온화한 기후를 갖추고 있는 온대 기후에 사람이 가장 많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수염왕'이 직접 경험을 한다.
이처럼 '모험가 수염왕'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는데도, '지리'의 지루함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다른 '초등 지리책'에 비해서는 신선했다는 점수를 주고 싶다. 역시 '수염왕'의 매력은 부정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