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쫌 아는 10대 - 물질 씨, 어떻게 세상을 이루었나요? 과학 쫌 아는 십대 2
장홍제 지음, 방상호 그림 / 풀빛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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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 뿐만 아니라 '모든 학문'을 시작할 때는 '개념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어렵고 하기 싫은 공부가 '개념 공부'라는 사실은 누구나 수긍할 것이다. 수많은 '개념 어휘'가 당신을 괴롭힐 준비를 마친 것마냥 읽는 것조차 따분하기 그지 없는 <개념 개론서>는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되었다.

 

  사실 어떤 공부든 '기초'를 등한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 '노벨상의 계절'이 되었는데도 우리 나라 수상자 소식은 올해도 감감무소식이다. 그럴 때마다 비교하는 것이 '중국인 몇 명', '일본인 몇 명' 하는 식의 '숫자 비교'인데, 그것보다 '기초 과학(순수학문)'을 전공하는 학생수를 비교하는 것이 더 옳은 방법일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나라에서 '기초 과학'을 전공하는 학생수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노벨상 따위는 받지 않아도 좋다. 우리 나라 학문의 기초를 탄탄히 마련해줄 수만 있다면 그깟 상이 없더라도 우리 나라의 미래를 밝혀줄 테니 말이다.

 

  각설하고, 이 책은 '화학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물질'에 대한 개론서다. 그런 까닭에 10대가 읽고 이해하기에는 조금 어렵고 힘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긴 하지만 다른 '개론서'에 비해서는 꽤나 쉽게 풀어서 설명하려는 노력이 엿보여서 흡족하였다. 그래서 이 책은 초등학생이 읽기에는 버거울 것이 틀림없고 중고등학생이 읽어보았으면 하는 생각에 '청소년 추천도서'로 꼽고 싶다. 특히, '과학고'를 지망하고 있는 학생이라면 꼭 읽어보라 권하고 싶고, 일반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하더라도 '과학'을 좀더 깊게 공부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겠다. 그만큼 아주 훌륭한 '개론'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화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이 책만큼 제대로 된 '설명'을 늘어놓지 못한다. 그만큼 '개론'이라는 것이 쉽고도 어렵다. 거기다 대개의 학생들이 자신은 이해했으면서도 남을 이해시켜주지 못하는 실력을 갖고 있기 일쑤다. 그게 바로 '개론'이다. 그래서 훌륭한 <개론서>가 있으면 서로 추천하며 읽기를 권하기 마련인데, 딱 이 책이다. 그래서 참 훌륭한 책인데, 모든 <개론서>가 그렇듯이 웬만한 인내심이 없으면 끝까지 읽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끝까지 읽었다면 '기초'가 탄탄해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훌륭한 책일수록 '개념 이해'가 쏙쏙 되기 마련이다. 또한 훌륭한 설명에는 '비유적인 표현'을 남발하지 않는다. 언제나 정확한 개념을 설명하는 '정의'를 서술하는 방식이 최고다. 그러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이 중요한 법이다. 이를 테면, 물질의 상태를 나타낼 때 고체, 액체, 기체의 세 가지 상태를 나열하고 난 뒤에 '졸', '젤'을 설명하곤 하는데, 졸은 '액체속에 고체가 흐르는 상태'이고, 젤은 그 반대인 '고체속에 액체가 흐르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닥 별다를 것이 없는 설명이지만, 대단히 군더더기가 없는 설명이다. 경험담을 소개하자면, 고교시절 은사님께서는 이것을 비유적으로 설명하시면서, 달걀을 '졸(반숙)'로 먹을래, '젤(완숙)'로 먹을래..라고 설명하셨다. 그 바람에 난 '졸'은 말랑한 상태, '젤'은 단단한 상태로 이해하였고, 꽤나 고생했던 적이 경험이 있다. 예를 들면, 푸딩이나 젤리는 모두 '젤' 상태인데, 푸딩은 말랑하니까 졸, 젤리는 단단하니까 젤..이라고 오랫동안 착각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졸 상태를 페인트로 예를 들었다. 액체속에 작지만 단단한 고체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가 딱 되지 않은가. 미숫가루도 이를테면 '졸 상태'로 마시는 셈이다. 이렇게 '개념'을 제대로 잡으면 절대 헷갈리지 않고 응용력도 쑥쑥 커진다.

 

  이처럼 '기초'를 공부하다 보면, 잘 이해되는 것도 있지만 아리송한 '개념'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워낙 기초다보니 어디 누구에게 물어보면 좋을지 마땅한 이가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있다. 교수나 선생님에게 물어보기도 창피하고, 동료 친구에게 묻기에는 존심이 상하고, 선배도 딱히 잘 모르는 것 같고..그럴 땐 <개론서>를 읽는 방법밖에는 없다. 읽고 또 읽으며 기초를 다지다보면 어느새 탄탄해지는 경험을 얻게 될 것이다. 간만에 훌륭한 개론서를 읽으며 옛추억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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