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불꼬불나라의 문명이야기 에듀텔링 9
서해경 지음, 김용길 그림 / 풀빛미디어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학도였던 나로서는 '사회영역'이 생소한 편이다. 고교시절에 '사회', '정치', '경제', '윤리', '국사', '지리' 등등을 배웠지만, 교과서의 내용이 다 거기서 거기였던 관계로 '명확한 구분'을 잘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지금도 '인문학 분야'의 책을 섭렵하고 있지만, 딱히 장르를 구분해가며 읽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좀 답답한 면이 없잖아 있는데, 요즘 <초중등 사회교과서>는 더욱더 방대한 내용을 총망라한 듯하다. '7차 개정'이후에 가장 많은 변천을 겪은 과목 가운데 '사회'와 '역사'를 빼놓을 수 없다. 학년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가장 큰 혼란을 겪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였을까? 나도 어느 순간부터 '학교진도'와는 상관없이 아이들에게 모든 단원을 순서에 상관없이 가르치기 시작했다. 어차피 다 배울 내용이니 미리 배우면 '예습' 삼았고, 이미 배운 내용이면 '복습' 삼아 가르치곤 했다. 딱히 아이들도 큰 불만 없어서 그대로 밀어붙이고 있다. 대신에 '사회교과'를 통으로 꿰뚫는 안목을 기르는데 큰 중점을 두며 수업하고 있다. 그래서 이것도 사회, 저것도 사회, 그것도 사회..여러 분야의 내용을 '사회교과에서 다루는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말이다. 말은 이렇게 해도 수업의 차이는 그닥 없다. 깊이 파고들어봤자 '초딩용'이 아니겠는가ㅎㅎ

 

  암튼, '기후이야기'를 하려고 전세계를 떠돌던 수염왕이 이번에는 시대를 거슬러올라 '고대문명들'을 만나고 돌아온다. '기후이야기'와 마찬가지로 맥락은 없다. 암기 위주의 단원인 관계로 무작정 '새로운 어휘'를 익히고, '개념'을 머릿속에 정리한 다음에, '시대별/사건별'로 개요을 짜서 학습의 흐름을 잡는 요령을 한껏 부려야할 뿐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단원이기도 하다. 특히, '지리'와 '역사'가 말이다.

 

  어쨌든, '역사(세계사)책'을 펼치면 꼭 나오는 내용이 '인류의 변천사'다. 최초의 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는 꼭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 여기에 네안데르탈인까지 곁들여서 정리한다면 매우 훌륭하다. 이 파트를 공부할 땐 반드시 원숭이 흉내와 사람 흉내를 내면서 수업을 해야만 한다. 안 그러면 길디 긴 '이름'만 외우다 그냥 잠들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곧선 사람(호모 에렉투스)'이 얼마나 세련된 직립보행을 했는지 시뮬레이션을 보여주면서 수업을 해야 잠이 깬다.

 

  그 다음엔 '고대 4대문명'의 이름을 나열하게 된다. 메소포타미아 문명, 이집트 문명, 인더스 문명, 황허 문명, 그리고 각각 '큰 강 유역'에서 문명이 발달했다며 강 이름도 나열해줘야 한다.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나일강, 인더스강, 황허강, 그 다음엔 찬란한 문명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문자 이름도 나열해주어야 한다. 각각 설형문자, 상형문자, 인장/도장, 갑골문자..이 정도만 나열하는 것으로 1시간은 족히 걸린다. 그러니 얼마나 졸리겠는가. 각각의 문명마다 재미난 에피소드를 설명해주면서 인상깊은 율동까지 보여주며 지구라트(신전)와 피라미드, 모헨조다로, 그리고 은허에서 거북이등껍질 굽는 흉내까지 내줘야 한다.

 

  보통은 여기까지 내용을 정리하며 '문명이야기'를 마무리하곤 하는데, 이 책은 '아테네 문명'과 '마야 문명'까지 덧붙여 보여주었다. 신선한 접근법이지만 어차피 '사회교과서'에 다 나오는 내용이니 앞에서 한 것과 같이 올림피아 제전을 몸으로 시연하고, 태양신에게 인신공양을 하며 펄떡펄떡 뛰는 심장을 꺼내는 장면을 연출하며 마무리하면 된다. 그리고서 수염왕도 현재로 되돌아 오면서 책의 내용도 일단락되었다.

 

  이처럼 근래의 사회교과서는 선생님도 춤추게 만든다. 지루한 내용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선생님의 노력여하에 따라서 생동감이 넘치는 교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것이다. 단점이라면 '교과내용'은 기억에 남지 않고 선생님의 몹쓸 율동만 기억한다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