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8
헨릭 입센 지음, 안미란 옮김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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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미니즘의 원조격인 희곡이다. 여성이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든 19세기에 남편과 아이를 버리고 당당히 문을 박차고 나가는 엔딩이 인상적인 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1세기가 된 지금에도 '여성의 목소리'는 여전히 무시 당하기 일쑤다. 왜일까? 여성들의 개인적인 성향 문제일까? 아니면 사회구조적인 분위기에 매몰된 탓일까? 그도 아니면 '여성운동'이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여서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 탓일까? 한참 부족한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마지막 이유 때문인 듯 싶다.

 

  흔히 '여자의 적은 여자다'라고 말하곤 한다. 여성운동이 제 힘을 발휘하기도 전에 산산히 흩어져버려서 흐지부지 되기 일쑤인 것은 '여성 문제'를 제대로 접근해서 남성 지배적인 사회에 당당히 입장을 발휘하려고 해도 번번히 '현실의 벽'에 부딪혀 버리기 때문이다. '현실의 벽'이란 여성은 '가정적'이어야 한다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말한다. 여성은 밖에 나가서 '자아실현'을 하기보다는 가정의 화목을 위해서 늘 희생해야만 하는 존재로 인식되는 것을 말한다. 설령 사회에 큰 공헌을 이룰 정도로 걸출한 인재로 발탁이 된다 하더라도 '결혼의 굴레'에 갖혀버리면 임신과 출산, 자녀 양육과 교육, 살림과 가사 등을 도맡아서 해내고 난 뒤에야 허락되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남편들은 직장에서 출장, 야근, 회식을 하면서도 '가정'을 위해서라고 변명하지만, 아내들은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출장도 안 되고, 야근도 안 되며, 회식은 더더군다나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린다. 왜 이런 차별이 생겨버린 것일까?

 

  물론, 임신과 출산이 전적으로 '여성의 몫'인 탓이 크다. 불룩한 배를 내밀고서 출근이라도 하면, 아무리 '여초 직장'이라고 하더라도 눈치가 보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임산부에게 가중한 일을 강요할 수 없잖은가 말이다. 더구나 출산이 가까워지면 짧게는 세 달, 길게는 삼 년 동안 직장일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어린 젖먹이를 내버려두고(?) 출근이라도 할라치면 '독한년' 소리 듣기 십상이고, 그렇게 해서라도 '출세'가 하고 싶으냐..라는 빈정거림을 듣기 일쑤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식을 사랑할 줄도 모르는 비정한 엄마(또는 며느리)라는 불명예스런 딱지라도 받게 되면 '일과 가정'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해야만 하는 갈림길에 서서 고민해야만 한다.

 

  반대로 '남자'의 경우에는 전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남자는 결혼을 하면 더욱 출세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아빠가 되면 웬만해선 직장에서 짤리지도 않는다. 여자와는 달리 '처댁(시댁의 반대말, 처가의 높임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얼마든지 사회생활에 매진할 수 있다. 오히려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 가정적인 남성을 '무능력자'로 낙인을 찍을 정도로 말이다. 오히려 가정에 소홀히 할수록 사회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 '남자의 세계'다.

 

  이런 '사회구조적인 문제점'을 인식하면서 이 책을 읽어보면 느낌이 남달라질 것이다. 주인공인 '노라'는 남편을 사랑하고 가정에 헌신적이었는데도, 남편은 노라를 자신의 명예보다 못한 존재로 취급할 뿐이었다. 노라는 남편이 쥐꼬리만한 수입으로 곤궁한 처지에 있을 때도 불평 한마디 없이 자녀 셋을 낳고 기르면서 알뜰살뜰 살림을 해왔다. 심지어 신통찮은 벌이를 하던 남편이 과로로 건강이 나빠지자 의사의 권유대로 '요양'을 가서 남편의 생명을 살려내는 일까지도 했다. 엄청난 돈이 필요한 일인데도 말이다. 물론 곤궁한 살림에 큰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범죄(?)'를 저지르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오직 사랑하는 남편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매달 '빌린 돈'을 갚기 위해서 허드렛일까지 도맡아 하면서 아끼고 또 아끼며 살림을 해나갔다. 이 모든 일을 남편에게 비밀로 하고, 남편과 아이들은 좋은 음식과 좋은 옷으로 호강(?)을 시키면서도 노라 자신은 늘 싼 음식과 싸구려 옷을 챙기면서도 절대 티나지 않게 했더랬다. 그런데도 남편은 자신의 명예만을 걱정하는 쫌생이처럼 굴었다. 아내가 자기 몰래 저지른 범죄(?)가 들통나면 자신의 명예와 처신이 깎일 것만 걱정하며 노라에게 험한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그때 노라는 결심을 한다.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지도 않고 아내로서 존중하지도 않는 남편과는 같이 살지 않겠노라고 말이다. 심지어 남편과 가정에 헌신적인 아내를 '법적'으로 보호하지도 않는 사회는 잘못되었노라고 당당히 선언하기까지 했다. 여성은 태어나면서부터 '남자들의 보호'가 없이는 살 수 없게 만든 세상에 대한 경고를 던진 셈이다. 여선은 어릴 때는 '아버지'의, 결혼을 하면 '남편'의, 남편이 죽으면 '아들'의 보살핌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사회에 경종을 울린 <문제작>으로 보아야만 할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 희곡이 초연했을 당시엔 수많은 관객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고 전해진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말이다. 당시 사회분위기를 대변해주는 '남편 헬메르'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는 '상식', 그 자체였지만, '아내 노라'의 대사와 몸짓은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여성도 당당히 사회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세상이 되었고, 자신의 존재를 세상이 인정하는 시대가 펼쳐졌다. 하지만 여전한 것도 있다. 바로 '현실의 벽' 말이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굴레를 뒤집어쓸 수밖에 없는...그러한 것들이 '상식'처럼 떠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라는 말한다. 자신은 아버지의 '인형'으로 자랐고, 결혼한 뒤에는 남편의 '인형'이 되고 말았다고 말이다. 노라 스스로는 '남자' 못지 않은 어려운 일을 해냈고, 충분히 사랑받고 존중받을 만한 일이었다고 자부했지만, 아버지에게서도, 남편에게서도, 누구에게서도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 사실을 인식한 순간에 노라는 떠날 준비를 마쳤다.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제대로 된 교육(공부)'을 받겠노라고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노라는 잘못한 일이 없다. 그런데도 남편에게는 '종속'을 강요받았고, 사회로부터는 '온전한 사람'으로 인정 받지 못했다. 사회는 노라에게 '남자의 도움(또는 보살핌)'을 받지 않고서는 그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존재로 치부해버렸다. 노라는 이처럼 잘못된 것을 바로 잡기 위한 '교육'을 다시 받겠노라고 당당히 선언한다. 그래서 남편과 자식을 버리고(?) 집을 떠난다.

 

  이런 노라를 비난할 수 있을까? 남편은 몰라도 자식을 버리면서까지 '교육'에 집착하는 이기적인 여자로 낙인 찍을 수 있을까? 그래선 절대로 안 된다. 반대로 아내와 자식을 나몰라라하고 집을 떠나는 남편이 있으면 '무정하다'는 비난이 고작이기 때문이다. '사나이 가는 길'을 막지 말라는 그럴 듯한 핑계까지 마련해주면서 말이다. '여성이 가는 길'은 왜 축복해주지 않느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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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시즌1 : 1 (리커버 에디션) 미생 (리커버 에디션) 1
윤태호 글.그림 / 더오리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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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직장에 들어간 지도 벌써 1달이 지났다. 첫 월급도 받았는데 한 달을 다 채우지 못한 탓에 '최저시급'으로 계산을 해서 100만 원 조금 넘게 받았다. 턱 없이 모자란 금액이지만 부모님 용돈을 챙겨주고, 직장을 소개해준 여동생 내외에게도 감사인사를 챙겨주고 나니 남는 돈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이제 월급쟁이가 되었다는 안도감에 다음달을 기약할 수 있게 되었다.

 

  첫 출근을 하면서 다짐한 것은 '버티자'였다. 반백 살이 되어가는 나이에 '육체노동'이 전부인 일을 다시 하려니 몸이 말을 듣지 않을까 가장 걱정했는데, 막상 일을 시작하니 그 걱정보다 더 큰 걱정이 생겨버렸다. 바로 '방금 배운 것을 돌아서면 까먹는 것'이었다. 분명 들었는데도 해야 할 일을 까먹고 순서를 헷갈리고 바로바로 알아 듣지 못해 헤매기 일쑤였다. 젊은 시절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깜박깜박에 온몸에 땀을 뻘뻘 흘리며 실수연발을 거듭했다. 10살이나 어린 선임에게 지적질을 당하는 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런 상황이 2주 정도 진행이 되자, 드디어 한계가 찾아왔다. 어쩌란 말인가...자꾸 까먹는 걸 말이다. 자존심이 상하다 못해 마음속으로 '자를 테면 잘라라. 이젠 존심 상해서 더는 못 배우겠다. 나가라면 나갈란다'라는 말을 수도 없이 했다. 병원 일이라는 것이 '서비스'와 '봉사'이기도 하지만, 그런 사명감보다는 '환자의 안전과 생명을 다루는 일'이다보니 실수가 용납이 되지 않는 엄격한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메뉴얼'이 중요하고, '순서'가 중요한 우선순위가 된 것이다. 그런데도 나이가 드니 그 중요한 것들이 단박에 익혀지지 않아 고생길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도 어쩌란 말인가. 안 되는 것을 말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을 고작 '한 번' 듣고 빠릿빠릿하게 일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는 것은 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낯설음'이기도 했다. 그렇게 마음이 상하고 퉁퉁 부은 다리를 절뚝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면 씻고 늦은 저녁을 먹기 무섭게 이불 위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5시, 알람소리에 놀래서 깨곤 했다.

 

  하지만 사람의 몸이라는 것이 이토록 쉽게 '적응'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하루 8시간을 앉지도 못하고 꼬박 걷고 또 걷는 일과를 매일 겪다보니 이제는 제법 근육이 자리를 잡아간다는 느낌이 든다. 백과사전보다 두꺼웠던 뱃살도 얇아지고 냄비 손잡이처럼 그립감이 좋았던 옆구리살도 쏙 들어갔다. 2주 동안 밤마다 고통을 안겨 주었던 쥐가 나던 다리도 이제는 가벼운 스트레칭에 싹 가라앉고는 한다. 그리고 피곤해서 읽지도 못했던 책을 다시 읽게 되어서 너무 기뻤다. 그래서 다시 읽게 된 것이 바로 <미생>이었다.

 

  나는 <미생>을 원작인 웹툰보다 '드라마'로 먼저 보았고, 드라마를 다운로드한 뒤에 열 번도 넘게 '다시 보기'를 거듭했다. 그렇게 드라마에 푹 빠져든 뒤에야 '단행본'으로 출간한 만화책을 사서 읽게 되었다. 결국 웹툰을 가장 마지막에 본 것이다. 바둑도 두지 못하는 천박한 하수가 '바둑만화'를 구매해서 읽게 된 까닭은 <미생>이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사회초년생'을 위한 교과서와 같은 인생이야기 말이다. 그래서 난 <미생>을 다시 읽게 되었다. 월급쟁이에서 자영업자가 된 지 17년 만에 다시 월급쟁이로 되돌아왔기 때문에 말이다.

 

  <미생>의 1권은 주인공인 장그래가 바둑연구생에서 무역상사 인턴으로 입사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어찌 보면 '사회초년생'인 나이에 '인생의 패배를 맛 본, 패잔병'이 삶의 길(활로)을 찾기 위해 '회사의 말단'으로 입사해서 생고생을 하는 이야기로 보여진다. 마치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비록 '코로나'라는 전세계적인 위기로 인해 나 혼자만의 실패는 아닐지 몰라도..어쨌든 '지금의 내 모습'은 자영업의 세계에서 패배한 실업자와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살아가기 위해 새 직장으로 몸을 옮긴 상황이 '장그래'와 몹시 닮기도 했다. 만화 속의 장그래는 '실패자'라는 딱지를 떼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상황이지만, 나는 첫 발이 아니라 '인생 3막'이라는 것이 다를 뿐, 장그래와 마찬가지인 셈이다. 장그래처럼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고 일을 배워본 적도 없기에 실수투성이 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냉혹한 사회생활에서 주변의 도움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어디든 '초보자'보다는 '경험자'를 대우해주기 마련인 탓이다. 아무리 빠릿하게 일을 잘 배우는 능력자와 같은 신입이라고 해도 '가르쳐서 써먹기'보다는 '스스로 알아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내는' 능력자를 대접해주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회초년생'에게는 넘사벽일 따름이다. 학교에서도 가르쳐주지 않은 것을 어떻게 '알아서' 척척 해낸단 말인가. 불가능할 따름이다.

 

  그래서 신입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선임들의 마음에 쏙 들기 위해서 안간힘을 다하기 마련이다. 장그래는 '쌔빠진 노력'으로, 안영이는 '통찰력을 갖춘 노련함'으로, 장백기는 '절대로 손해보지 않는 약삭빠름'으로, 한석율은 '능구렁이 같은 열혈능숙함'으로 인턴사원에서 정식사원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한다. 물론 정식사원이 된 뒤에도 '살아남기'는 계속 될 것이다.

 

  이 책의 매력은 '사회초년생'에게 인생을 가르치면서 '바둑'이라는 또 하나의 예술을 인생으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제1회 응씨배 바둑대회'에서 조훈현 9단이 녜웨이핑 9단에게 '역전승'을 거둔 역사적인 대국을 통해서 말이다. 바둑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두고두고 회자가 되는 일이기도 하지만, 바둑을 몰라도 '해설'만 읽어도 사활을 건 일생일대의 한 판 승부를 '인생이야기'로 녹아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의 매력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바둑용어'를 일상생활에서 쓰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미생' 또한 '완생(바둑에서 두 집 이상을 내어서 완전히 삶)'이 되지 못한 바둑판 위의 돌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회초년생'은 물론 아직 이렇다 할 성공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많은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고작 '두 집'만 내면 살아남기는 하지만 겨우 그것만으로 '승리'를 거두기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반 집 차이' 승부에서는 상대보다 '완생'을 하나 더 해내는 것이 승부를 결정짓는 일이기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싸움이 벌어지게 된다. 우리네 인생도 그러하지 않느냔 말이다. 방 두 칸짜리 집 한 채를 얻기 위해 월세, 전세를 거쳐서 '자기 집'을 갖는 것이 소박한 꿈(?)인 인생이 얼마나 많느냔 말이다.

 

  물론 나 역시 여전히 '미생'인 삶을 살고 있다. 보란 듯한 성공을 바라지는 않지만 먹고 사는 걱정을 하지 않을 정도의 직장을 얻어 안정된 삶을 유지하는 것이 '나만의 성공'이었는데, 그마저도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더구나 '교육'을 마치며 선임이 나에게 한 첫 말이 바로 "초심을 잃지 마라"였다. 보란 듯이 성공한 삶은 아니지만 저보다 10살이나 많은 '인생선배'에게 초심을 잃지 말라고 충고를 하다니...사회에 첫 발을 내딘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초심'을 생각해야 할 나이였던가...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퇴근길에 다시금 곱씹은 말이였다. 과연 나는 '초심'으로 새 직장에서 잘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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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바꾸는 공부법 - 명문대생만 아는 입시 전략의 기술
김동환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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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에 입학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정시, 수시, 수능, 내신, 학생전형부, 입학사정관, 기타등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문이 활짝 열려 있다. 하지만 활짝 열려 있다지만 여전히 대학으로 들어가는 문은 '좁은문'일 것이다. 왜냐면 '스카이 캐슬'이라는 단단한 성(?)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듣보잡' 대학에 들어간들 사회적으로 인정받기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고, 그 때문에 대입경쟁은 어제나 오늘, 그리고 내일도 여전히 치열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막상 대학에 들어가고 난 다음에는 '대입경쟁'을 왜 했냐 싶을 정도로 '취업전쟁'이 도사리고 있다. 명문대를 나왔다고 해도 장담할 수 없는 더 치열한 전쟁터 말이다. 대학으로 들어가는 문을 '좁은문'에 비유하곤 하지만, 취업하기 위한 '취업문'은 좁은문보다 더욱 비좁아 터져 대한민국 젊은이들을 절망의 구렁텅이에 몰아넣기 딱 좋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4년제 대학'을 졸업해서 '대기업'에 취업하기까지의 과정일 뿐이다. 굳이 대기업이 아니라 선택의 폭을 넓히면 '좁은문'이나 '취업문'과는 사뭇 다른 '넓은문'이다. 다만 그 '넓은문'은 안정된 수입과 사회적 지휘를 보장하지 않는 '험한길'일 따름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학생들은 '스카이 캐슬'에 입성하기 위해 오늘도 피땀눈물을 아낌없이 쏟아내고 있다.

 

  이 책에선 이와 같은 '비판'은 차치하고 '좋은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비법을 나름대로 선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공부법'만 살짝 바꾸면 현재의 성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대학보다 '상위권의 대학'에 얼마든지 입학할 수 있다는 솔깃한 제안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방법이 '그닥' 어렵지도 않다고 공신들이 비법을 전수하고 있다. 이른바 고액과외를 할 필요도 없고, 비싼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스카이'에 입학한 경험담을 술술 써내려가고 있다.

 

  그 비법들을 살짝 소개하면, '공부 자신감'을 가지고 당차게 공부해라, '버킷리스트'를 작성해서 차근차근 공부해라, '선행학습'이 중요하기도 하고, '운동과 아침식사'를 거르지 말고, '출제원리'를 파악하면 문제의 답이 저절로 보인다...는 어디선가 이미 들어봤음직한 공공연한 비법들이 나열되어 있다.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면 아주 유용한 꿀팁일테고 말이다.

 

  사실, 특별한 공부법은 따로 없다. 목표를 분명히 세우고 적성에 알맞게 부단히 공부해 나가면 누구나 '명문대'에 들어갈 수 있다. 물론 '공부머리'가 있는 학생에 한한 이야기지만 말이다. 전교꼴찌조차 명문대에 가게 만드는 비법이라면 '마법'이라고 이름 지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공신 선배들의 대입 노하우'가 끊임없이 나오는 까닭은 대입으로 고민하는 수많은 이들에게 '진정한 멘토'가 되어줄 만남의 기회를 하나라도 늘려보자는 선의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목마른 사슴이 우물을 찾듯이 대입에 절박한 심정을 갖고 있는 학생들에게 일말의 도움이라도 되리라는 선의 말이다. 물론 '상술'이라는 느낌도 들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암튼, 대학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라는 사실을 알고, 자신에게 맞는 '대입전형'을 찾아서 미리미리 대비를 한다면 어렵사리 대입을 한 선배들보다는 수월하게 대입준비를 할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이 곳곳에 담겨 있는 책이란 말이다. 그 마음들 가운데 몇 가지를 소개한다면, '정시와 수시'는 어느 한쪽에 치중하는 것보다 둘 다 준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자기소개서를 쓰는 비법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어떻게 해왔다'가 아니라 대학에 입학해서 '이렇게 해 나갈 것이다'로 적어야 한다. 면접에서 중요한 것은 '자랑질'이 아니라 '자신감'이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한 뒤에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자기만의 길'을 뚜렷히 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물론, 이 책뿐만 아니라 수많은 '공부비법서'가 대동소이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굳이 이 책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정보를 담고 있다는 말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비유를 하자면, 이 책을 <다이어리>에 빗댈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다이어리>가 있지만, 내용의 차이는 크지 않다는 말이다. 다만, 나에게 꼭 맞는 <다이어리>는 분명 남들과 다르고, 나에게만 딱 맞는 이유가 있듯이, 수많은 선배들의 '조언' 가운데 유독 자신에게 꽂히는 대목이 있는 까닭에 그 많고 많은 <다이어리>를 뒤적이는 수고를 하는 것처럼, 이 책 또한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짚신도 제 짝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계획'과 '방법'만을 참고하지 말고, 반드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단 말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시작이 반이란 말도 잊지 말아야 한다. 고작 십몇 년을 살고서 '인생 최대의 결정'을 내려야하는 구조적인 모순을 안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입현실이지만, 지나고 나면 그 또한 추억일 뿐이라는 사실을 직면하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따라서 대입에 실패했다고 결코 좌절할 일이 아니다. 그리고 '공부법'만 살짝 바꾸는 것만으로 목표하는 대학에 얼마든지 골인할 수 있다는 사실도 엄연한 현실이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바라마지 않겠다. 아무쪼록 이 책이 학창시절의 고민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바로 당신에게 말이다.

 

책드니를 통해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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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스탠딩
래리 호건 지음, 안진환 옮김 / 봄이아트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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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의 사전적인 의미는 '주권자가 국민을 통치하다'이다. 과거에는 임금이 백성을 다스리는 일이었으나 지금은 국민이 '주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표가 국가를 '대리'해서 통치하는 정치형태가 전세계적으로 일반적이다. 허나 기술적인 면에서 보면, 정치란 주권자에게서 권력을 '어떻게'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것인지가 더 큰 관건이다. 따라서 민주주의 국가라 하더라도 국민들은 스스로 선택한 대표가 '어떤 일'을 하는지 늘 관심을 두어야만 한다. 잠시라도 한 눈을 팔거나 하면 정치인은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제멋대로 일 것이며 정치는 옳은 방향이 아니라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제 정치는 국민들 모두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직접 참여해야 하며 선거가 끝났더라도 끊임없이 관여하여 '정치인'이 허튼 짓을 하지 못하도록 단단히 지켜봐야 한다.

 

  이 책은 미국 공화당 출신 메릴랜드 주지사인 '래리 호건'의 일대기를 다룬 책이다. 미국 메릴랜드주는 역대 미국 민주당의 텃밭으로 불릴 정도로 민주당이 강세인 지역인데 공화당 출신으로 당당히 시민들의 지지를 받아 당선이 된 이력만으로도 주목 받을 만한 정치인이다. 거기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 선거유세를 하면서 정치계에 입문하였고, 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떨어지기도 했고, 암투병을 하다 극복한 사례 등등 '인생역전'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래리 호건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까닭은 다름 아니라 그가 한국계 미국인인 '유미 호건(한국명: 김유미)'과 결혼을 하면서 '한국 사위'로 유명해진 탓이다. 얼마 전에 트럼프 미 대통령의 비난을 받았던 '한국산 코로나진단키트'를 주지사의 자격으로 수입한 사례 말이다. 그는 이 사례를 통해서 '한국 사위'라는 별명을 확고히 했으며, 지금까지도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강조하며 미국이 '판데믹 상황'을 헤쳐나가는데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내용만으로 이 책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그가 미국 정치계에서 특별한 승리를 거둔 일화가 우리에게 큰 감명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계에서 보면 흔한 이야기일 뿐이다. 정치적인 승리는 늘 양극단에 서 있다. 뻔하거나 극적이거나 말이다. 어중간하게 이도저도 아닌 승리는 정치계에서 있으나마나 한 결과일 뿐이다. 이를 테면 대통령선거에서 8명의 대선후보 가운데 2등을 했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느냔 말이다. 다음에 또 도전할 수는 있겠으나 최종승리를 거두지 않고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정치란 그런 것이다. 그런 까닭에 <스틸 스탠딩(still standing)>도 래리 호건의 정치인생역전으로 읽어버리고 만다면 그저 그런 정치인이 쓴 자화자찬이라는 수식어에 그치고 말 것이다.

 

  한편, 정치인의 공약(公約)이라는 것이 있다. 정치인이 국민에게 실행할 것을 약속한 것을 뜻하지만 '정치인의 비전(vision)'으로 보기도 한다. 그래서 정치인을 지지하기에 앞서 그 정치인이 어떤 정치적 실행을 해왔는지 꼼꼼히 따져보는 일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물론 공수표를 남발하듯 '공약(空約)'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정치인 자신의 정치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허튼 공약을 남발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정치인들은 대체로 미국의 이익과 미국국민의 이득을 위해서 내세우는 공약들이 대체로 지켜지는 편에 속한다. 이것은 정치 선진국이란 자부심이 한 몫하는 것으로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상관하지 않고 모든 정치인에게 해당되는 최고의 덕목인 셈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래리 호건은 이런 점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하는 듯 보인다.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버틴(스틸 스탠딩)' 그의 삶처럼 자신의 '선의(善義)'가 최선이 되도록 열심히 뛰었다고 자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의 낙선에도 정치계를 떠나지 않고 다시 돌아왔으며, 암투병으로 생사를 오갈 때에도 끝내 이겨냈고, 민주당의 텃밭인 메릴랜드주에서 공화당 출신 주지사로 당당히 당선된 것까지 자신의 삶이 그러했노라고 당당히 말하고 있다. 또한 같은 공화당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에도 주눅 들지 않고 소신껏 '판데믹 상황'을 대처해나가는 모습을 통해서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꿋꿋한 모습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듯하기 때문이다.

 

  허나 그건 어디까지나 미국시민들에게 향한 메시지일 뿐이고, 한국 국민들이에게 어떻게 보여질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일 뿐이다. 그럼 이 책이 한국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춰질 것인가? 단지 '한국 사위'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미국 주지사가 한 명 있다는 것으로 만족할 것인가? 만약 그가 훗날에 미국 대통령에 당선이 된다면 '한국 사위'라는 별칭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무엇인가가 분명히 있을 법도 하다. 그러나 일개 주지사 급 정치인으로 남는다면 그 영향력은 미미할 뿐이다. 물론 그가 '한국계 미국인'에게 보여주는 것이 있어서 훗날 미국 정치계에 '코리안 파워'가 미치게 될 시발점이 된다면 그 의미를 짚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먼 훗날의 일이지 지금 이 책을 읽은 한국독자들에게 미칠 영향은 그닥 없다고 보아야만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주는 분명한 메시지는 있다. 우리가 지지해야할 '정치인의 바람직한 모습' 말이다. 정치인이라면 무엇보다 '국익'을 위해서 정치적인 비전을 제시해야만 한다. 특히 대한민국 정치인이 가장 우선해야할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낡은 냉전시대의 이념으로 진보와 보수, 우파와 좌파 따위로 편갈라 싸우는 '싸움꾼'이 되려는 정치인 따위는 지양해야만 할 것이다. 또한 정치인의 본색은 '국민의 이득'을 최우선으로 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사리사욕을 챙기거나 부정부패를 일삼으려 한다면 절대로 정치계에 발도 못붙이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권세'를 부릴 생각을 하덜 말아야 한다. 정치인은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주권'을 대리하는 사람일 뿐, 주권을 '이양'받은 사람이 절대 아니다. 그러니 정치인으로 입문하는 순간부터 오직 국민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준비가 된 사람을 지지해야만 한다. 흔한 말로 '국민을 개돼지로 아는 정치인'은 절대 가만 두어선 안 된다.

 

  이런 관점으로 이 책을 읽으면 메릴랜드 주지사인 래리 호건이 바람직한 정치인의 표상으로 삼을 만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가 백점 만점짜리 정치인이란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또한 그가 '한국 사위'라는 별명으로 불리면서도 미국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대변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그럼에도 우리 나라의 정치인과 비교했을 때 분명한 차별점을 보이는 것으로 바로 '정치에 입문했을 때 본받아야할 자세'가 엿보였기 때문이다. 분명 우리 나라 정치인들 가운데에도 그런 훌륭한 분들이 계실 것으로 믿는다. 아직 우리 눈에 잘 띄지 않고 언론의 주목도 받지 못해서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라고 믿고 싶다. 허나 분명한 것은 앞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정치인이 어떤 모습일지는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봄이아트북스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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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꽁이 서당 1 - 조선시대 태조-예종편 맹꽁이 서당 1
윤승운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요즘에는 '교양만화'가 너무 많아서 탈이지만 80년대만해도 만화책은 '어린이용'으로 취급 받기 일쑤였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어린이용' 딱지를 붙여 놓고도 정작 어린이들이 읽을라치면 '나쁜책'을 읽는 것처럼 꾸중하기 십상이었으니...읽으라는 것인지 읽지 말라는 것인지 헷갈리는 사회 분위기였다. 그래도 수많은 어린이들은 이불속에 숨어서라도 만화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만큼 만화책은 어린이를 비롯해서 누구라도 손쉽게 읽을 수 있는 부담없는 책이 틀림없다.

 

  그 가운데 '역사교양만화'의 선구자는 다름 아니라 '윤승운 화백'의 <맹꽁이서당>이다. 80년대에 창간한 <보물섬>이란 월간만화잡지에 수록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기도 했다.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가 출간될 수 있었던 것도 어린이들이 '역사만화'에 대한 목마름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대박을 낼 수 있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암튼 <맹꽁이서당>을 통해서 역사의 재미를 깨달은 이들이 꽤나 많은 것으로 안다. 물론 나도 그렇고 말이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라 정확한 통계자료를 찾아볼 수는 없으나 느낌적인 느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목이긴 하다.

 

  물론, 출간된 지 4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책을 읽기에는 조금 허술한 대목이 많이 눈에 띈다. '정사'가 아닌 '야사'를 사료로 삼아 쓰여진 탓에 정확한 역사고증을 하지 않은 점이 간간히 엿볼 수 있고,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낯선 '역사용어'를 사용하여 독자를 헷갈리게 만들며, 최근의 '역사해석'과는 사뭇 다른 해석으로 역사이야기의 흐름도 낯설게 느껴지고, 오늘날에는 민감한 부분인 '남녀차별'로 보일 수 있는 요소가 이따금 엿보이는 점들이 요즘의 '교양만화'보다 미흡한 점이라고 볼 수 있다.

 

  허나 요즘 어린이들이 부모세대와 조부모세대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위해 <검정고무신>과 같은 만화를 즐겨보는 것처럼 이 책을 통해서 '세대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소통의 열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크게 문제 삼을 것은 아니라고 본다. 어른들도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는 그랬었지"라는 공감을 많이 표현할 대목이 눈에 보일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 '재밌다'는 점이다. 맹꽁이서당에 다니는 학동들은 모두 하나같이 말썽꾸러기들이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본다면 '범죄(?)'로 보일 수도 있고, 경찰서에 신고를 하고 싶을 정도의 못된 장난을 벌이기도 하지만, 현실의 이야기가 아니라 허구의 이야기속에서는 얼마든지 웃고 넘길 수 있는 '추억의 장난들'이 참 많다. 그리고 악동과 같은 학동들의 장난이 끝나면 어김없이 훈장선생님이 들려주는 재미난 '역사이야기'가 뒤이어 나오기 때문에 정말 아무런 부담없이 '역사책'을 읽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지금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는 어린이들에게는 '역사지식'을 재밌게 공부할 수 있고, 어른들에게는 '역사관심'을 한층 높여서 재미를 붙일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사극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역사에 관심이 생겨 '역사책'을 읽고 싶은데, 막상 읽으려니 '역사흐름'도 이해하기 어렵고 내 수준에 맞는 역사책을 찾기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맹꽁이서당>을 먼저 훑어보시길 바란다. 10권의 책으로 '조선사'를 훑어볼 수 있으며, 5권을 더 읽으면 '고려사'까지 모두 훑어볼 수 있다. 정확한 역사고증을 목적으로 읽으려 하지 말고 쉬엄쉬엄 읽는 '만화책'의 특성을 잘 살려서 설렁설렁 읽으면서 '역사의 재미'를 찾아읽는 계기로 삼으면 딱 좋을 역사만화책이다. 지금 40대 이상의 연령인 독자라면 80년대의 추억을 덤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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