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꽁이 서당 1 - 조선시대 태조-예종편 맹꽁이 서당 1
윤승운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요즘에는 '교양만화'가 너무 많아서 탈이지만 80년대만해도 만화책은 '어린이용'으로 취급 받기 일쑤였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어린이용' 딱지를 붙여 놓고도 정작 어린이들이 읽을라치면 '나쁜책'을 읽는 것처럼 꾸중하기 십상이었으니...읽으라는 것인지 읽지 말라는 것인지 헷갈리는 사회 분위기였다. 그래도 수많은 어린이들은 이불속에 숨어서라도 만화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만큼 만화책은 어린이를 비롯해서 누구라도 손쉽게 읽을 수 있는 부담없는 책이 틀림없다.

 

  그 가운데 '역사교양만화'의 선구자는 다름 아니라 '윤승운 화백'의 <맹꽁이서당>이다. 80년대에 창간한 <보물섬>이란 월간만화잡지에 수록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기도 했다.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가 출간될 수 있었던 것도 어린이들이 '역사만화'에 대한 목마름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대박을 낼 수 있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암튼 <맹꽁이서당>을 통해서 역사의 재미를 깨달은 이들이 꽤나 많은 것으로 안다. 물론 나도 그렇고 말이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라 정확한 통계자료를 찾아볼 수는 없으나 느낌적인 느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목이긴 하다.

 

  물론, 출간된 지 4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책을 읽기에는 조금 허술한 대목이 많이 눈에 띈다. '정사'가 아닌 '야사'를 사료로 삼아 쓰여진 탓에 정확한 역사고증을 하지 않은 점이 간간히 엿볼 수 있고,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낯선 '역사용어'를 사용하여 독자를 헷갈리게 만들며, 최근의 '역사해석'과는 사뭇 다른 해석으로 역사이야기의 흐름도 낯설게 느껴지고, 오늘날에는 민감한 부분인 '남녀차별'로 보일 수 있는 요소가 이따금 엿보이는 점들이 요즘의 '교양만화'보다 미흡한 점이라고 볼 수 있다.

 

  허나 요즘 어린이들이 부모세대와 조부모세대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위해 <검정고무신>과 같은 만화를 즐겨보는 것처럼 이 책을 통해서 '세대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소통의 열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크게 문제 삼을 것은 아니라고 본다. 어른들도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는 그랬었지"라는 공감을 많이 표현할 대목이 눈에 보일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 '재밌다'는 점이다. 맹꽁이서당에 다니는 학동들은 모두 하나같이 말썽꾸러기들이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본다면 '범죄(?)'로 보일 수도 있고, 경찰서에 신고를 하고 싶을 정도의 못된 장난을 벌이기도 하지만, 현실의 이야기가 아니라 허구의 이야기속에서는 얼마든지 웃고 넘길 수 있는 '추억의 장난들'이 참 많다. 그리고 악동과 같은 학동들의 장난이 끝나면 어김없이 훈장선생님이 들려주는 재미난 '역사이야기'가 뒤이어 나오기 때문에 정말 아무런 부담없이 '역사책'을 읽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지금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는 어린이들에게는 '역사지식'을 재밌게 공부할 수 있고, 어른들에게는 '역사관심'을 한층 높여서 재미를 붙일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사극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역사에 관심이 생겨 '역사책'을 읽고 싶은데, 막상 읽으려니 '역사흐름'도 이해하기 어렵고 내 수준에 맞는 역사책을 찾기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맹꽁이서당>을 먼저 훑어보시길 바란다. 10권의 책으로 '조선사'를 훑어볼 수 있으며, 5권을 더 읽으면 '고려사'까지 모두 훑어볼 수 있다. 정확한 역사고증을 목적으로 읽으려 하지 말고 쉬엄쉬엄 읽는 '만화책'의 특성을 잘 살려서 설렁설렁 읽으면서 '역사의 재미'를 찾아읽는 계기로 삼으면 딱 좋을 역사만화책이다. 지금 40대 이상의 연령인 독자라면 80년대의 추억을 덤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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