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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쟁 2.0 - AI 세계 전쟁의 실체와 대한민국의 전략 카드 ㅣ AI 전쟁
하정우.한상기 지음 / 한빛비즈 / 2025년 6월
평점 :
<AI 전쟁 2.0 : AI 세계 전쟁의 실체와 대한민국 전략 카드> 하정우, 한상기 / 한빛비즈 (2025)
[My Review MMCXXVII / 한빛비즈 173번째 리뷰] 요즘 관심사가 급등한 주제가 있다. 다름 아닌 '인공지능(AI)'이다. 책을 봐도, 너튜브를 봐도, 온통 '인공지능 이야기'가 쏟아지듯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의 입에서도 "학교에서 내준 과제 때문에 '인공지능' 관련 책으로 수업을 하면 좋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 이후에 '인공지능의 개발속도'는 눈부시게 발전할 것이고, 너희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에는 '인공지능 비서'를 스마트폰처럼 전국민이 하나씩 가지게 될 거라고 예언을 하듯 말했는데, 얼추 비슷하게 때려 맞춘 듯 싶다. 그래서 AI 관련 책을 자주 읽게 되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우울한 기분이 들곤 한다.
현재 우리가 마주하는 AI는 어떤가? 참 편리한 '도구'처럼 느껴진다. 방대한 양의 정보를 엄청나게 압축해서 '요점정리'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더 놀라운 것은 바로 '처리속도'다. 정말 순식간에 해버린다. 만약 '인간'이 그런 작업을 대신했다면 몇 달 며칠이 걸렸을지 가늠조차 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AI는 그걸 불과 몇 분, 아니 '몇 초'만에 뚝딱 해버린다. 더구나 그 '정확도'는 정말이지 놀라울 정도다. 그러니 이런 'AI 기술'을 경쟁적으로 더 뛰어나게 개발에 나선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 결과, 곧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 인공 일반 지능)로 업그레이드를 실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공지능 수준에서는 어느 정도 '인간의 개입'이 필요했지만 '인공 일반 지능'이 탄생하는 순간부터는 더는 '인간의 개입'이 필요없게 될 뿐만 아니라 인간보다 훨씬 더 뛰어난 지능으로 스스로 판단하여 알아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얼마 남지도 않았다. 짧게는 2년에서 길게 잡아도 5년 이내에 AGI를 만들어낼 기술이 개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특이점(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게 되는 순간)'을 2040년 즈음으로 전망한 것에 비해서도 무려 10년 안팎으로 앞당긴 셈이다. 물론 예상치 못한 여러 변수로 인해서 개발이 늦춰질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지만, 그래봤자 10~20년 사이에 인간보다 더 월등한 지능을 가진 '인공지능'이 탄생할 것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럼 AGI가 개발 완료되는 순간 어떤 변화가 생기는 걸까? 현재로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말하길, '인간의 노동'이 더는 필요치 않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를 두고 '다크 팩토리'로 부르고 있다. 말 그대로 '불 꺼진 공장'이란 얘긴데, 인공지능 로봇이 생산공장 라인에 깔리게 되면 '인간의 노동'을 완전히 대체하게 될 것이고, 인간이 없는 공장이므로 환하게 불을 켜둘 필요도 없게 된 셈이다. 그것도 24시간 풀가동을 하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인간의 노동을 '인공지능 로봇'이 대체하게 되면, 기업은 '생산량'이 비약적으로 늘고, 그로 인한 다량의 상품 판매로 인해, 엄청난 수익을 얻게 될 것 같지만, 노동에서 배제된 인간은 '임금(월급)'을 받지 못한 실업자로 전락하고 말테니, 상품을 살 여력이 없어서 경제는 폭망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첨단기술력이 앞선 나라가 뒤쳐진 나라에게 수출을 해서 엄청난 수익을 얻는 경우라도 마찬가지다. 뒤쳐진 나라에서 '상품 경쟁력'에서 밀린 '자국 상품'이 팔리지 않을테니, 후진국의 경제가 급속도로 위축될 것이며, 그로 인해 상품구매력도 현저히 낮아져서 심각한 무역불균형으로 인한 세계경제가 폭망하게 되는 시나리오는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 '로봇세' 같은 것을 법률로 보장하고, 노동하지 않는 인간에게도 공평하게 '기본소득' 같은 명목으로 지급을 하게 되면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그 기본소득이라는 것이 풍족하게 주어질 리 만무하며, 딱 굶어죽지 않을 정도로 줄 것이 뻔하고, 삶의 질은 현저히 낮아져서 '우울, 자살' 등과 같은 일들이 더욱 빈번해질 것이며, 이에 참지 못한 이들이 '시위, 폭동'을 대규모로 일으켜서 우리가 사는 사회는 정말이지 지옥과 다를 바가 없게 될 것 같지는 않은가? 이렇게 지옥이 된 근본적인 까닭은 바로 극소수의 최상류층과 대다수의 극빈곤층으로 나뉜 사회가 펼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원천기술인 'AGI 소유' 여부에 따라서 이처럼 사회갈등은 극명하게 나누어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AGI보다 월등히 뛰어난 성능을 가진 ASI(Artificial Super Intelligence : 초인공지능)로 개발이 되면, 이젠 '인간의 지적 영역'을 초월한 인공지능이 탄생하게 되기 때문에 인간은 더욱더 인공지능에게 '의존'하는 삶을 살게 될 것으로 전망한단다. 이게 무슨 뜻일까? 초인공지능으로 발전한 존재가 등장하면 인간사회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 해결을 위해 ASI에게 묻게 되면, ASI가 알아서 해결방법을 제시하고, ASI가 해결까지 완료한 뒤에 인간에게 그냥 '통보'만 해주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개입'이 원천적으로 필요가 없게 된다. 이건 달리 말하면, ASI가 해결해 버린 일을 인간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물론, ASI에게 '어떻게 해결한 것'인지 물어보면 된다. 하지만 이때 ASI가 대답한 내용이나 '해결과정'을 인간의 지능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인간은 그저 ASI가 제공하는 편의만 누릴 뿐, 더는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남지 않게 된다.
자, 그럼 이런 세상이 되었다고 치자. 과연 인간은 뭘 하며 살아야 할까? 모든 일은 '초인공지능'에게 맡기고 인간은 그저 '놀기만 하면' 될 것이다. 아무런 걱정도 없이, 고민도 없이 '초인공지능'이 대신 일을 하고, '초인공지능'이 제공하는 편의를 누리며 신 나게 놀면 된다. 과연 이런 삶을 사는 인간이 행복할 수 있을까? 또한, 초인공지능 덕분에 '인간의 질병'을 모두 낫게 할 수 있다면, 인간의 삶은 '영생'을 누리며 살 수도 있을 것이다. 뭐, 난치, 불치의 경우엔 어쩔 수 없이 죽을 수밖에 없다면, 인간의 몸을 '기계'로 대체하여 새로운 삶을 영위하게 될 지도 모른다. 심지어 '인간의 기억'까지 새로운 저장매체에 '영구저장'을 할 수 있음으로써, 비록 육신은 썩어 문드러져도 '자신만의 정체성'을 영구히 간직할 수 있게 되어 '또 다른 삶'을 살 수 있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상상은 여기까지 워워~하기로 하자. 이런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AI 기술 개발을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해결될 문제니까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딜레마에 빠진다. 대한민국은 이런 '선택'을 한다면, 다른 나라들도 똑같은 '선택'을 할까? AI 기술력 패권을 선점하게 되었을 때의 '이점'을 생각한다면, 결코 멈추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AI 기술은 '멈출 수 없는 기차'에 올라탄 것처럼 개발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먼저 선점할 것인가? 불과 2년 전 <AI 전쟁>이란 책을 펴냈을 때만 해도, '미국과 중국' 그 다음은 '대한민국'이 가장 유력했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는 6위권이라고도, 10권이라고도, 어떤 곳에서는 20위권 밖이라는 처참한 결과를 볼 수 있다. 어쩌다 이런 지경에 이르렀을까? 뭐, 어느 한 가지 문제 때문에 이런 결과를 받게 된 것이 아니라, '총체적인 난국'이라고 봐야 할 정도란다. 그 자세한 문제들은 이 책 <AI 전쟁 2.0>에 상세히 나와 있으니 일일이 열거하지는 않겠다. 다행히 짧은 시간에 많이 뒤쳐지긴 했지만, 아주 늦은 것도 아니라는 진단도 함께 나오고 있어서 안심이 되긴 했다.
그런데 여기서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AI 기술 패권 경쟁에 뛰어든 각국의 치열한 상황을 보고 있으면, 우리도 뒤쳐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뛰어난 지능을 가진 AGI를 '악용'하지 않고 선한 '쓰임새'로만 쓰면서, AGI가 보편화된 사회에 인간이 잘 적응하기까지 서서히 변화하는 안정적인 모습을 기대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누가 어떤 의도인지는 몰라도 '기술 패권'을 선점하기 위해 '급발진'을 하는 순간, 이 모든 평화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순순이 '후발주자'가 되는 것을 만족스러워 할 수도 없다. 후발주자가 되는 순간, 경쟁에서 밀리게 되고,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될 것이며, 다시는 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 없는 구렁텅이에 빠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선점'을 해서 너무 앞선 기술을 갖추게 되면, 그 역시 '행복'을 보장할 수 없는 나락으로 빠지게 된다. 그런 까닭에 이 책의 저자들은 '인류도 언젠간 멸망하게 된다'는 말을 빼지 않았다.
결국 '멸망'이란 단어까지 나오게 되었다. 그런데도 AI 기술을 개발해야만 하는 걸까? 이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인류멸망의 시점이 30세기일지, 40세기일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어쩌면 그때가 되면 인류는 '지구를 벗어나' 외계행성이나 거대한 우주선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상상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일론 머스크는 인류를 화성으로 보내려고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완전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난 '지구'를 떠나고 싶지 않다. '대한민국'도 벗어나고 싶지 않다. 그래서 AI 관련 책을 보면 생각만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