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외전 : 그들이 살아가는 법 퇴마록 외전
이우혁 지음 / 엘릭시르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My Review MDCCL / 엘릭시르 6번째 리뷰] <외전>은 '디테일'이 중요하다. '국내편'과 '세계편'으로 숨가쁘게 이어지는 퇴마사들의 활동 사이사이를 꼼꼼하게 메꾸어줄 '또 다른 이야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퇴마사들이 악령을 물리치고 원혼을 달래주는 활동 이외에 '어디에 모여 사는지' 궁금했고,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닐 나이 어린 준후는 '학교'에 왜 안 다니는지, 비교적 젊은 두 남녀인 현암과 승희는 '연인 사이'로 발전할 수 없는 것인지, 그리고 박신부와 장준후, 이현암, 현승희, 네 명의 퇴마사 이외에 다른 등장인물은 '무얼'하며 지내는지 등등 말이다.

  이 책 <퇴마록 외전 : 그들이 살아가는 법>에선 그러한 궁금증들을 모두 풀 수 있다. 첫 화인 <그들이 살아가는 법>에서는 '해동밀교 본산'이 송두리채 날아가버리고 박신부와 이현암, 그리고 장준후가 '퇴마사'로 합류하면서 박신부의 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일상을 '담담, 그 자체'로 보여준다. 서로 '다른 길'을 걷던 세 명이 함께 한 집에서 잘 어울어져 살았을 것 같았지만, 서로 '지향하는 바'가 달라서 한 자리에 함께 식사를 하는 것조차 힘겨울 수밖에 없었다. 가톨릭의 신부는 교리상 '속세'에서 벗어난 삶을 살지만 가려야 할 음식이 그닥 없는 편이다. 그래서 힘겨운 퇴마의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싱싱한 회'를 곁들여 푸짐한 몸매에 맞게 푸짐한 상을 차려 먹곤 했는데, 현암과 준후는 각각 '도가 계열'과 '밀교(불교와 무속) 계열'인지라 '육식'을 비롯한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있었기에 '밥과 채소 위주의 식단'을 준비했어야 하는데, 처음 함께 모인 자리인지라 그것조차 준비가 미흡해서 '라면'으로 떼우는 장면을 연출했다. 그것조차 '스프'를 거의 넣지 않은 심심한 라면을 말이다.

  두 번째 편인 <보이지 않는 적>에서는 '증오'라는 악령과 한바탕 싸움을 펼친다. '미워하는 마음'인 증오는 아무런 이유도 까닭도 없이 '미워하는 마음'만으로도 나타나기에 아무리 대단한 능력을 가진 퇴마사라고 하더라도 쉽사리 '제압'할 수 없는 악령이었다. 거대한 악과 싸울 때는 혼신의 힘을 다해 사악한 무리와 목숨을 걸고 싸웠지만, 사소한 악과 싸울 때는 그럴 수 없어 더욱 힘들기만 했다. 물론 '증오심'이 한 사람의 마음속에 있을 때엔 그리 큰 위협을 주지도 않지만 잡기는 더욱더 힘들어지고, 증오하는 마음이 '집단화'가 되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기에 퇴마사들의 능력으로도 제압할 수 없는 큰 일이 되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런 증오심이란 '평범한 사람'에게서도 나타나고, 금새 또 자취를 감춰 '다른 사람'에게로 옮겨갈 수도 있는 탓에 애꿎은 희생자를 절대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한 '퇴마사 일행'들은 사소하디 사소한 증오라는 악령 때문에 곤혹을 치룰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우리는 퇴마사들의 신념을 엿볼 수 있다. 악의 무리와는 혼신의 힘을 다해 맞서 싸우지만 '죄 없는 사람'에게는 결코 주술을 쓰거나 공력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사악한 영'에 빙의가 된 사람을 퇴마사들을 죽이려고 달려들지만, 퇴마사들은 결코 '인간'에게 능력을 발휘하지 않는다. 오직 '사악한 영'에게만 타격을 줄 수 있는 방법으로 퇴마행을 할 뿐이다. 그로 인해 퇴마사들은 '죽을 고비'를 숱하게 겪게 된다. 왜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는 것일까? 범죄자들 중에도 '주범'이 있는 반면에 그를 돕는 '공범'도 있어서 공권력을 행사하는 공무원들이 '주범'을 잡는데 방해를 하는 '공범'에게는 '공무집행방해'를 죄목으로 삼아 체포하고 벌을 내리곤 하는데 말이다. 그러니 사악한 영혼에 홀딱 넘어가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도 혼내주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도 저들은 '아무 것도 모른다', 그저 사악한 영에 의해 '의식'과 '의지'를 잃고서 악행을 저지를 뿐이라면서 저들의 목숨조차 돌보지 않고 '뜻하지 않은 희생'을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한다. 그냥 단박에 일을 해결하고 '더 큰 희생을 치룰 수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는 경우에는 '희생을 감수하고' 퇴마행을 하면 좋으련만 결코 그러지를 않는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이 떠나질 않는다.

  그 까닭을 세 번째 이야기인 <준후의 학교 기행>에서 찾아보자. 대한민국 초등3학년 나이인 '장준후'는 매우 영특한 아이다. 그 어려운 주술을 손쉽게 시연해낼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자기 또래와 함께 학교에 다니면 준후도 '평범한 일상'도 겪으며 더 넓은 세상을 알아갈 수 있겠다는 마음에 학교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부모님이 없는 관계로 누군가가 '부모역할'을 해야 했는데, 박신부는 '종교에 귀의한 몸'이었고, 이현암은 '초등3학년 아이'의 아빠라기엔 너무 젊었다. 그리고 영특한 아이라고는 하지만 유치원을 다닌 적도 없고 학교도 처음 가는 것이니 '학교수업내용'을 알 턱이 없다. 근데 더 큰 문제는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더 '어른스럽다'는 점이 준후가 학교에 적응하기 힘들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거기다 '한복'을 즐겨(?) 입는 준후에게 반팔과 반바지처럼 노출(?)이 심한 옷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거기다 밀교 본산에서 사부님들에게 혹독한 수련을 받아낸 준후에게 '현대식 교육스타일'이 낯설기 그지 없을 수밖에...더구나 여선생님에게는 준후의 몸에 배어 있는 '하늘 같은 사부님의 가르침'을 받듯 깎듯한 예법이 도리어 '반항심'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또래 친구들도 아무리 똑똑하다한들 준후의 '낯선 행동'을 이해해줄 방법을 모르긴 마찬가지였다. 엄청난 주술력을 가지고 있으니 소위 껄렁거리는 친구들의 협박(?)이 우습기도 하고, 어린 아이들의 욕설조차 준후는 '처음 듣는 말'이라서 뜻을 짐작하지도 못했다. 그렇게 준후의 등교 첫날은 '반나절의 헤프닝'으로 마무리 짓고 말았다. 등굣날이 자툇날이 되었으니 말이다.

  네 번째 이야기인 <짐 들어 주는 일>은 젊은 청춘 남녀인 현암과 승희가 '썸(?)'을 타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하지만 무술을 수련하는 도사님(?)과 다를 바가 없는 현암에게 '젊은 여자의 대쉬(?)'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퇴마행을 '함께'하며 동고동락(?)한 사이가 되어 버린 승희는 현암에게 한없이 끌리기만 했다. 더구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투시력'을 갖고 있는 승희의 처지에 '다른 남자'와 평범한 연애를 꿈꿀 수 조차 없었던 것이다. 이런 특별한 승희를 '있는 그대로' 아끼고 사랑해줄 남자는 '현암'밖에 없는 셈인데, 문제는 이 유일한(?) 남자가 무뚝뚝해도 너무 무뚝뚝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연인사이가 될 수는 없어도 친한 오빠, 동생 사이로 지낼 수만 있어도 원이 없겠구만, 이 남자 '철벽'도 이런 철벽이 없다. 더구나 현암의 왼팔에는 언제나 '월향'이라는 여자(?)가 찰싹 붙어 있다. 그리고 틈만 나면 꺼내 들고 정성들이고 소중히 여기는 품을 볼 때마다 웬지 모를 '질투심'마저 샘솟고 만다. 그래서 승희는 아주 작정을 하고서 '현암과 데이트'를 성사시키려 갖은 애를 쓰게 된다. 그렇게 둘은 '억지 춘향격'으로 백화점 쇼핑을 나서게 되는데...

  이번 외전의 마지막 이야기는 '주기선생 박상준'의 활약이다. 퇴마사들이 블랙서클을 쫓아 영국으로 떠나자 국내에서는 백호를 도와 '골치아픈 일(?)'을 해결해줄 능력자가 마땅히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분신술'처럼 서로 다른 두 곳의 장소에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생령술'을 쓰는 최교주라는 살인자를 기소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하려 '주기선생'의 힘을 빌리려 한 것이다. 이는 백호에게 '어벤져스' 같은 특수요원들을 모으는 계기로 될 수도 있는 일이라 최대한 '주기선생'을 정중하게 모셔온 셈이다. 그런데 박상준은 능력에 비해 퇴마사들처럼 '헌신'하려는 마음이 태부족하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일을 시작도 하기 전에 '돈'부터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5천만 원을 말이다. 그래도 퇴마사들이 자리를 비운 시점에 딱히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는 백호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약조하고서 '최교주의 범행'을 밝혀내고, '최교주 생포'까지 부탁을 했더랬다. 그런데 주기선생은 단순히 돈만 밝히는 도사는 아니었다. 그렇게 악착같이 번 돈으로 나름 '선행'을 하였기 때문이다. 도가 계열의 도사 체면에 자신의 능력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천박한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퇴마사들과는 사뭇 다른 '퇴마행'을 보여 주었다. 자신의 능력을 뽐내길 좋아하고, 그렇게 뽐낼 바에야 좀 대단한 실력이면 좋으련만, 상대를 압도할 정도로 대단함도 보여주질 못하고, '일처리' 또한 철두철미하지 못해 좀 과격하고 매우 엉뚱한 방식으로 일처리를 하며 '뒷수습'을 하는 백호에게 '또 다른 골칫거리'를 안겨줄 뿐이었다. 결국 '최교주 사건'을 해결하긴 하는데, 더 많은 퇴마사들을 모으려는 백호의 꿈은 지울 수밖에 없게 되고 만다.

  <퇴마록>은 십수 번 읽고 또 읽었지만, <외전>은 이번에 처음 읽게 되었다. 그동안 벼르고 별렀지만 '본편'에 비해 너무나도 늦게 출간(?)했기에 진즉에 구매를 하고서도 선뜻 읽기를 망설여지다가 겨우 읽게 되었다. 그래서 그리 큰 감흥이 오르지는 않았다는 것이 솔직한 느낌이다. 그런데 과거에도 '외전'이 출간되었었다고 일찌감치 이야기를 들었는데, 왜 '외전'을 구하기 힘들었던 것일까? 그 시절에 읽었더라면 이 책도 '추억'의 일부로 남았을텐데, 지금도 내 추억속에서 멋진 활약을 펼치는 '본편'과는 달리 이번 '외전'은 살짝 외따로 겉도는 느낌을 받았다. 어서 '외전'도 내 추억속에 젖어들게 만들어야겠다. 그래야 퇴마사들의 '디테일'이 함께 어울어질 수 있을테니 말이다. 다음엔 '또 하나의 외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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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2 : 세계편
이우혁 지음 / 엘릭시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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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 Review MDCCXLIX / 엘릭시르 5번째 리뷰] 이제 퇴마사들이 활동무대를 '국내'를 넘어 '세계'로 옮기게 된다. 그 처음은 영국이다. 세계편 1권에서 좀비를 다루던 호웅간과 유체와 염체를 자유자제로 다루던 이름을 알 수 없는 닳아빠진 구리 십자가의 주인과 케인, 세크메트의 분노를 대한민국에 '대신' 뿌리려던 가짜 커크 교수 등이 '블랙서클'이라는 복수의 단체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퇴마사 일행은 블랙서클의 '마스터'라는 사람을 찾기 위해 세계를 누빌 계획이었다. 세계편 2권에서는 영국부터 시작해서 독일과 프랑스까지 스토리가 이어진다.

  퇴마사들의 역할은 '악령퇴치(엑소시즘)'가 아니다. 제때 풀지 못한 원한을 품은채 구천을 떠도는 불쌍한 영혼들을 구하고, 그로 인해 애꿎게 희생당하는 인간들을 돕기 위해 자신들의 능력을 아낌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나 훌륭하고 위대한 일을 하면서도 '평범한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세계'와 싸우고 있는 이들 퇴마사의 모습이 쌩뚱맞기 그지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2권 속 <아라크노이드>에서 퇴마사들의 활약을 간단히 요약하면, 컴퓨터 바이러스에 '원혼'이 깃들어 암병동센터의 메인컴퓨터를 망가뜨려서 '원한을 품은 환자'를 살해하려는 '거미 바이러스 악령'을 찾아나섰더랬다. 그런데 컴퓨터 바이러스를 잡기 위해선 '백신 프로그램'을 플로피디스켓에 담아 컴퓨터디스크에 꽂고 '실행'시켜야 한다. 그런데 원한령이 깃들어 있는 바이러스인 까닭에 암병원내 '메인 서버'에 침투해서 환자의 정보를 싸그리 지워서 의료진이 환자의 데이터를 몰라서 더 이상 치료를 할 수 없게 만들려는 절체절명의 순간인데, 그 메인서버실로 들이닥친 퇴마사들이 들어오자마자 바닥에 주저 앉아 눈을 감지를 않나, 십자가를 들고 오라를 펼치질 않나, 성수를 컴퓨터에 뿌리며, 불이 붙은 부적을 허공에 날리고, 월향검에 검기를 담아 서버 메인전력선을 잘라내고, 그마저도 급박한 나머지 오른주먹에 공력을 잔뜩 집어 넣어 커다란 메인컴퓨터를 한 방에 작살을 내는 아수라장을 만들고서야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니,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 어떻게 비쳤겠느냔 말이다.

  책을 읽는 독자들이야 이번에도 퇴마사들이 멋지게 한 건 해결했다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겠지만, 이를 '드라마의 한 장면'으로 'CG' 없이 그대로 연출한다면 컴퓨터의 '컴'자도 모르는 사람이 서버실에 난입해서 물장난, 불장난, 번개 지지직에, 귀곡성이 울려퍼지는 난리 부르스를 연출하고서 마지막에는 한 주먹으로 컴퓨터를 때려부수는 장면만을 보여줄 뿐일 것이다. 그야말로 '쌩쇼'였을 것이다. 이렇듯 '보이지 않는 세계'와 싸우는 일이 생각보다 거룩하거나 위대해 보일 턱이 없다는 얘기다. '보이는 세상'에서만 사는 사람들의 눈에는 말이다. 그래서 <퇴마록>은 영화나 애니메이션으로는 그리 큰 이슈를 끌지 못한 듯 싶다. 더 큰 문제는 '등장인물'을 독자들의 상상에 미치지 못하는 허섭한 쓰레기로 등장시킬 공산이 크다. 그러니 <퇴마록>은 책으로 즐기시길 바란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오컬트 무비'밖에 되지 못할 끔찍한 영상속에서 착하디 착한 퇴마사들이 악전고투를 하는 모습이 '영상미'를 연출하지 못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착한 마음'을 연기한다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고 말이다.

  암튼, 영국에 도착한 퇴마사 일행은 '아더왕'을 만났고, '고려청자'에 푸른 하늘을 되찾아주었으며, 독일로 가서 '늑대인간'들의 공격을 막아냈고, 프랑스를 경유해 '거미 바이러스'에 맺힌 복수의 일념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하였다. 이제 3권에서는 '뱀파이어의 고향'인 왈라키아(루마니아)로 가서 '블랙서클 일당들'과 대결을 펼칠 것이다. 그리고 최종 보스에 해당하는 '마스터'를 만날 것인데, '개정판'을 내면서 이 3권에 해당하는 스토리를 다시 쓰겠다고 했으니 기대가 크다. 세계편 1, 2권까지는 큰 변화는 없었기에 더욱 그렇다.

  의아스러운 것은 '블랙서클'에 속한 악당들이 하나같이 뼛속까지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의 속셈이 전세계를 파괴하고도 남을 '악 중의 최악'이지만, 애초의 동기는 '최악'을 막기 위해서 '차악'을 선택했다는 나름의 핑곗거리가 있더라는 말이다. 물론 그 내용은 3권에서 최종적으로 밝혀지겠지만, 경악스러울 정도로 끔찍한 짓을 저지른 악당들마저 '속여버린' 최고의 악마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세상에 어찌 이런 끔찍한 '악'이 나타날 수 있겠느냔 말이다. 엄연히 이쪽과 저쪽에 '구분'이 있고, 서로 간섭할 수 없는 '불문율'이 있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짐작컨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악으로 가득하다는 가정을 할 수 있다. 그쪽에서 이쪽으로 '넘어올 수 없는' 불문율이 깨지지 않았다면, 이쪽에서 그쪽을 '불러들인' 악마가 있다는 얘기다. 이미 우리가 사는 세상에 머물고 있는 '악마'가 말이다. 그리고 그 '악마'가 한을 품고 억울한 영혼들을 부추겨서 인간들이 사는 세상을 온통 악으로 물들게 만들어 버린다는 시나리오가 떠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악마는 과연 누구인가? 평화를 깨뜨리고 공포에 떨고 불안을 부추기는 '악의 세력'이 과연 무엇이란 말이냐? 그것의 존재를 밝혀내는 것이 '세계편'을 비롯해서 이어지는 '혼세편'과 '말세편'에서 계속 물음을 던지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악의 세력'이 무엇인지 밝혀지면서, 세상을 어둠에서 밝음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도 함께 찾아내게 될 것이다. 그 방법 가운데 일부를 '퇴마사들의 선한 의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말이다.

  '선한 의지'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성경>에도 나오는 말이지만 '원수를 사랑하는 마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왼쪽 뺨을 맞으면 오른쪽 뺨도 내밀으라'는 결코 실행으로 옮기기 힘든 일이기도 하다. 이런 문구로 어떤 해비메탈 그룹은 예수를 '마조키스트(매 맞는 것에서 쾌락을 느끼는)'의 원조라고 노래로 읊기도 했는데, 이를 '선한 목적'으로 풀이를 하자면, 상대의 왼쪽 뺨을 때리기 위해선 자신의 '오른손'을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으로' 때려야 한다. 그런데 오른쪽 뺨을 내밀라는 예수의 말에서 '큰뜻'을 이해하려면, 상대의 왼쪽 뺨을 때린 오른손으로 '상대의 오른쪽 뺨'을 때리기 위해선 '오른손'을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때려야만 한다. 이렇게 '오른손으로 때리는 뱡향'이 달라짐을 주목하면. 자신의 오른손으로 '오왼 방향'으로 때리는 것은 '올바른 일을 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이 방향을 정반대로 바꾸게 되면 '옳지 못한 일을 했다'는 뜻이란 말이다. 즉, 자신의 오른손으로 '왼오 방향'으로 때렸으니, 자신이 방금 한 일을 '부정'하며 스스로 '잘못한 짓'임을 인정하게 된다는 뜻이란다. 감히 '예수'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뜻깊은(?) 일일 것이다.

  이토록 뜻깊고 성스러운 일을 퇴마사들은 '선한 의지'대로 하고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 '악령'과 맞서 싸우면서도 오직 사악한 악령에게만 '자신의 능력'을 사용할 뿐, 그 악령에 깃들여져서 '꼭두각시'에 불과한 인간들을 향해선 결코 '능력'을 퍼지 않는단 말이다. 설령 퇴마사들의 목숨이 경각에 달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도 결단코 쓰지 않는다. 여타의 '오컬트 장르'에선 볼 수 없는 성스러움이다. 악과 싸우다보면 '최소한의 희생'은 어쩔 수 없는데도, 퇴마사들은 그것조차 용납치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단지 자신들의 능력이 모자라 애꿎은 희생자가 발생하는 것만을 안타까워할 뿐이다. 그래서 더욱더 부지런히 '퇴마의 길'을 걷고자 할 뿐이다. 그로 인해 얻는 것이 아무 것도 없고, 어떠한 '대가'도 받으려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하는 끔찍하고 참혹한 전쟁에서도 이러한 '선한 의지'를 발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전쟁으로 해결될 일이 '있다'고 믿는 어리석은 사람부터 '선한 의지'로 맞서 싸워야 할 것이다. 그들의 논리로는 오직 '파괴'만 남을 뿐이니, '평화'와 '공존'의 아름다움으로 설득할 때까지 '선한 의지'를 꺽지 않는 것이다. 또한 상대의 무차별 공격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비폭력저항'으로 맞이한다면 '한쪽의 일방적인 학살'일 뿐일 것이다. 이런 학살이 자행되는 것을 보고도 '국제사회'가 선한 쪽으로 움직이길 포기한다면 그런 국제사회가 바로 '악의 근원'인 셈이다. 강대국은 약소국을 공격해도 '정의'롭고, 약소국은 강대국에 저항을 하면 '불의'에 대한 정의의 심판을 가해도 된다는 논리는 무엇이란 말인가? 바로 그런 논리가 '악마의 심보'인 셈이다. 저쪽에서 건너온 악마가 아니라 이곳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악마가 바로 이것일 것이다. 그런 악마와 당당히 맞설 '선한 의지'를 가진 현실판 퇴마사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일 것이다. 선한 의지를 믿어 의심치 않는 여러분들이 바로 '퇴마사'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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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영웅전 2 - 비무초친
김용 지음, 김용소설번역연구회 옮김, 이지청 그림 / 김영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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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 Review MDCCXLVIII / 김영사 24번째 리뷰] 사조영웅전 2권의 키포인트는 '곽정과 황용의 만남'이다. 1권의 장황한 서론은 바로 두 소년소녀가 운명적으로 만나기 위해서 짜여진 '포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사조영웅전>의 주제인 '영웅이란 누구인가?'에 걸맞은 주인공으로 '곽정'이란 인물을 등장시켰다. 1권에서는 전쟁영웅으로서 '칭기즈 칸(테무친)'을 부각시켰고, 의협영웅으로는 곽소천과 양철심, 전진칠자, 강남칠협 등을 내세웠지만, 궁극적으로는 '대협'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소년 곽정'을 등장시키기 위한 배경역할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비록 어린 나이이지만 '영웅의 품격'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천재소녀 황용'을 등장시켜서 곽정의 유일한 히로인으로 짝을 맺어주는 스토리가 시작되므로 진정한 영웅으로 '선택'하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몽골의 테무친, 한족의 곽정이 '영웅 후보'로 등장한데 반해, 나머지 등장인물들은 너무나도 장황스럽기 그지없다. 이제 곧 등장할 '동사서독 남제북개 왕중양'이라는 다섯 명의 절세고수가 등장하는데, 이들 또한 '영웅의 풍모'를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과연 '무공고수'는 영웅의 반열에 오를 만한 자질에 속할 수 있을까? 도덕성이 결여 된 '살육자'로 등장하는 무공고수를 과연 영웅이라 칭해도 되겠냐는 물음을 던지는 것이다.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수많은 무술고수들이 <구음진경>이라는 무공비급를 갖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시작은 황약사의 제자인 동시 진현풍과 철시 매초풍이 보여주는 '최심장'과 '구음백골조'라는 악랄한 무공이다. 아무리 초절정의 무공을 연마하기 위함이라도 해도 무고한 사람들을 무술수련의 소모품으로 삼아 생명을 앗아가고 있으니, 결코 '영웅'이라는 칭호를 언급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는 <구음진경>을 '정상'적으로 수련한 결과가 아니라 '비정상'적으로 수련한 결과다. 훗날 곽정과 황용도 <구음진경>의 무공을 습득하지만 결코 이런 식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는 '무협인'들도 바른 길을 걷고자 노력하는 사람도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바른 길을 걷고자 노력하는 무협인들만이 '영웅'을 논할 자격이 있다는 증거가 된다.

  하지만 아직 줄거리는 '소년 곽정'이 이런 비정상적인 무협인들의 틈바구니에서 '무공'을 착실히 쌓아가는 과정을 보여줄 뿐이다. 이런 '더딤'은 '천재소녀 황용'을 등장시켜 정반대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어쩌면 작가는 영웅은 '속성'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성, 즉 서서히'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치 '대기만성'처럼 큰 그릇을 완성시키기 위해선 빠른 시간 안에 완성코자 높은 열을 한꺼번에 가하게 되면 완성은커녕 금이 가고 깨지기 마련이라는 당연한 이치를 보여주는 듯 싶다. 이런 '영웅'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강남칠괴와 구처기 간의 내기로 성사된 '두 소년의 취선루 대결'에서 여실히 보여줄 것이다. 2권에서는 그 '전초전의 성격'을 띠고 두 소년의 '성품'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곽정은 몽골 초원에서 뛰어놀며 '정직과 의협심'을 배웠고, 무엇보다도 '거짓'을 싫어하는 순박한 성격을 지녔다. 반면에 양강은 화려한 금국 왕실에서 자라며 부족한 것 없이 풍족하게 자라 '귀족적인 품성'을 갖췄다. 거기다 천부적으로 영특하여 '배움'이 빠르다보니 성품이 올곧기보다는 '부귀와 권위의 맛'에 길들여져 경박스럽고 잔인하기까지 하다.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탓에 힘들고 어려운 일에 처한 사람들의 곤경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철부지 같은 모습마저 보인다. 이런 둘이 '비무초친'이라는 무공대결로 여실히 드러나게 된다. 어린 소녀와의 무공대결로 혼인할 남자를 구한다는 '대의명분' 앞에서 곽정은 단순한 무공실력을 뽐내기보다 '한 소녀의 장래'를 걱정하는 의로운 모습을 보여준데 반해, 완안강(훗날 양강)은 예쁘장한 소녀를 희롱할 목적으로 뛰어난 무공실력을 뽐낼 뿐이었다. 이로 인해 혼인당사자인 '목염자'라는 소녀는 양강에게 첫눈에 반하고 만다. 이것이 그녀의 운명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라는 짐작도 못한채 말이다.

  한편, 금국의 여섯번째 황자 완안홍열은 무공고수를 섭외하여 '악비의 <무목유서>'를 차지해 천하를 여진족의 발아래 두려는 야심을 떨쳤다. 그렇게 등장한 사통천, 후통해, 양자옹, 팽련호, 영지상인, 그리고 구양극 등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들은 끝내 '곽정의 무공향상'을 위한 들러리 역할에 그칠 뿐, 영웅의 품격을 전혀 드러내지 못하고 만다. 오히려 곽정과 황용 두 소년소녀에 의해 온갖 창피를 당하는 역할로 전락하고 마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무공고수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면서 진정한 '무협소설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이는 궁극적인 주제와는 크게 상관이 없지만 '무협소설'에 딱맞는 소재를 보여줌으로써 '현란한 무공'을 펼쳐낸다. 허나 '무협소설'에서는 언제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절세무공을 선보여준다 하더라도 그를 뛰어넘는 '또 다른 인물'내지 '또 다른 무공'이 등장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위기감'을 고조시켜 가슴을 두근두근거리게 만든다. 이런 '무협지의 맛'은 앞으로 더욱 흥미진진해질 것이다.

  끝으로 <사조영웅전>에서 나타난 '잘못된 표현'을 짚어보고자 한다. 이 책이 '중국소설'이고 1970년대 출간된 '텍스트'를 원본으로 삼았다고 하더라도 중국인들의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몽고'와 '장백산'이란 표현은 좀 고쳐주었으면 좋겠다. 우리 민족의 근원지로 삼고 있는 '백두산'을 중국인들은 '장백산'이라 부르고 있다. 청나라를 세운 여진족의 발흥지로 여기고 있어서 오래도록 '접근'조차 허락치 않은 '영험한 장소'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족의 관점에서 보면 '오랑캐의 땅'일 뿐이다. 그런데도 중국은 여진족의 영지를 한족 정통의 '중국 자존심'으로 삼고 '장백산'이라는 명칭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렇게 '장백산 vs 백두산'이라는 명칭이 대결 양상(?)으로 불붙고 만 셈이다. 마치 '동해 vs 일본해', '독도 vs 다케시마'와 비슷한 양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삼선노괴 양자옹을 '장백산'에서 온 영웅으로 소개하는 것을 수정해주었으면 싶다.

  또 하나, 몽고(蒙古)라는 표현은 중국인들이 몽골인들은 낮잡아 부를 목적으로 고집하는 표현이라고 한다. 풀이 하면 '어리석을 몽'에 '옛 고'로 낡고 고루하며 어리석다는 뜻으로 쓰였다고 한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 '몽골정부'는 우리 나라에 '몽골'이라고 바로 잡아주길 요청했고 우리도 이를 받아들여, 현재는 '몽골'이라는 표현을 바르게 쓰고 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아직까지도 수정없이 그대로 쓰이고 있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원문'이 그러해서 잘못을 바로 잡기 힘들다면 독자분들께서라도 '백두산', '몽골'이라고 바로 고쳐 읽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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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아이엠 블랙핑크 아이엠
조영선 지음, 서영희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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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 Review MDCCXLVII / 주니어RHK  13번째 리뷰]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진로탐색'의 기회를 주는 책은 언제나 환영이다. 점점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직업의 세계'를 간접적이나마 체험할 수 있고, '미래설계'를 위한 고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런 책은 더 많아져야 한다. 이번 책은 대한민국 아이돌의 대명사 '블랙핑크'를 롤모델로 삼은 책이다. 특히, 블랙핑크가 이룬 업적을 살펴보며 '아이돌 생활'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풀어낸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보며 '아이돌'을 꿈꾸는 어린이들도 많을 것이기에 꾸밈 없는 아이돌의 리얼한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돌이라면 떠오르는 '화려한 생활'만 있다는 것도 함께 코칭해주면 좋을 듯 싶다. 모든 아이돌이 블랙핑크처럼 '성공적'인 데뷔와 팬들의 사랑을 오래도록 받는 것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수많은 '아이돌 지망생'들이 실패하고 좌절하는 어둠이 있기에 '스타 아이돌'이 유독 밝게 빛나는 것일 수도 있음을 떠올렸으면 좋겠다. 그런 점에서 책속에서 보여준 '화려하고 밝은 이미지'와는 다른 '뒷이야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 보련다.

  먼저 '무한 경쟁 시스템'이다. 적게는 3~4명, 많게는 십 여명의 멤버로 구성되는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하기까지 아이돌 지망생들은 끝없는 경쟁에 내몰리게 된다. 흔히 '연습생'이라 불리는 이들은 '대형기획사', '신생기획사' 등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끼와 실력을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고 '선발'되어, 오랜 기간동안 숙련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기간동안 연습생들은 엄청난 강도의 '하드 트레이닝'을 감수해야만 하는데, 노래, 춤, 랩, 연기,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재능과 자질을 검증 받기 위해 무한 경쟁을 강요받는다. 물론 '블랙핑크'의 멤버도 마찬가지 경쟁을 뚫고 데뷔하였다. 애초에는 '핑크펑크'라는 8인조 여자아이돌로 데뷔할 예정이었으나, '데뷔'하기까지 엄청난 연습량과 기약없이 미뤄지는 데뷔일정을 감내하지 못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감수하지 못한 4명의 멤버가 탈락하고, 최종적으로 제니, 지수, 로제, 리사, 네 명의 멤버로 '블랙핑크'라는 이름으로 데뷔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도 그 지난한 과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 아이돌을 꿈꾸는 아이들에게 참고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과도한 '무한 경쟁'에 내몰렸다가 끝까지 참고 견딘 몇몇 아이돌들은 성공적인 데뷔와 큰 인기를 얻게 되지만, '똑같은 과열 경쟁'에서 아쉽게 탈락한 연습생들은 어떻게 될까? 몇몇은 우여곡절 끝에 '또 다른 아이돌'로 데뷔에 성공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남다른 재능과 끼가 있다는 것만 확인하고 평범한 일반인의 삶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아이돌을 꿈꾸는 연습생이라 하더라도 고된 일정을 소화한 뒤에 '학업성적'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또 일부는 작곡, 작사, 안무 등에 특기를 인정 받아 '또 다른 연습생'들을 트레이닝 시키는 '코칭스텝'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데뷔'를 했다고 해도 팬들의 사랑을 꾸준히 얻기란 더욱 힘들다. 그래서 '기획의 실패'로 인해 화려한 데뷔와 함께 아이돌 생활을 마감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기획사의 능력'도 대단히 중요하게 살펴야 한다.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아이돌의 대부분이 '대형기획사'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아이유나 BTS 처럼 대형기획사가 아니었는데도 성공적으로 인기를 꾸준히 얻고 있는 아이돌도 분명 있다. 하지만 아이돌의 세계는 깜깜한 밤하늘이 배경으로 밝게 빛나는 '스타성'이라는 구조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정말 '극소수의 성공'이란 말이다. 그리고 <강남스타일>로 월드스타로 등극한 '싸이'의 경우처럼 끼와 재능, 그 위에 '혼신의 열정'을 더해야하는 삶이라는 것을 단단히 각오해야만 한다.

  또 하나는 '아이돌의 수명'이 그리 길지 않다는 점이다. 10대에 연습생 시절을 보내고 20대에 화려한 아이돌로 살았다 하더라도 30대가 되면 '후배'에게 밀려서 내리막길을 갈 수밖에 없다. 현재 40대가 넘어서도 '전성기의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돌은 없는 실정이다. 엄청난 팬덤을 몰고 다니던 아이돌도 30대에 접어들면 팬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지고 마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 인생에서 30대, 40대는 '한창 일할 나이'다. 그래서 '현역 아이돌'로 계속 인기몰이를 하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연예인의 삶'이다. 그래서 많은 아이돌들이 '현역'에서 은퇴를 하고, '또 다른 재능'을 키워 연기자로, 예능출연자로, 기획사 임원으로 '제 2의 인생'을 설계하기도 한다. 그러니 '노래' 하나로 승부하겠다는 '실력파 아이돌'을 고집하기보다는 폭넓은 재능을 발휘하는 '만능 엔터테이너'로 발돋움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이는 '연예인도 공인(公人)인가?'라는 물음과 직결되는데, 사전적으로는 '공인'은 정치인이나 공무원 등 국가나 사회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지만, 현재에는 '인지도가 높은 사람'까지 뭉뚱그려서 '공인'이라고 부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까닭으로 '연예인의 사생활'까지 가타부타 따져 물으며 모범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부 팬들도 생겼는데, 이로 인해 '사생활 침해', '악성 댓글', '연예인 자살' 등등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돌의 일상은 결코 '평범'할 수가 없다. 집밖으로 외출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심지어 집안에서 생활하는 모습까지 '파파라치'들에게 찍혀서 만천하에 공개가 되며, 공인으로서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젊은 아이돌들은 사랑이라는 감정조차 맘대로 표출하지 못하고, 연애와 결혼조차 팬들의 '허락(?)'을 받아야만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얼마 전에 에스파의 카리나와 배우 이재욱이 열애한다는 소식에 실망한 팬들을 위해서 '사과문'까지 발표해야만 했다.

  그렇다고해서 아이돌의 사생활을 존중하자는 차원에서 '도덕성'을 문제 삼지 않기에는 자유분방한 일상으로 눈쌀을 찌푸리는 일도 많다. 특히나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아이돌'이기 때문에 이들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는 '관심의 대상'이 되고, '모범적'이어야 할 의무(?)까지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일상의 포기하고도 '화려한 무대 위의 삶'만 동경하면서 아이돌을 꿈꾼다면 한 번쯤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일상적인 자유로움과 평범한 행복까지'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끼와 재주를 감출 수 없을 정도의 열정을 가지고 있다면 '아이돌'로 성공적인 데뷔만 남은 셈이다. 이제 대한민국 아이돌은 'K-POP'이라는 이름으로 전세계를 무대로 삼고 있다. 수많은 선배 아이돌의 노력과 희생 덕분에 이룩한 업적이므로 '후배 아이돌'이 어떤 열정을 품어내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물론 많은 돈과 높은 명성을 얻기 위해 '아이돌'을 꿈꾸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평범한(?) 아이돌을 꿈꾸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왕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아이돌 세계에 뛰어들었다면 '저마다의 끼와 열정'으로 모든 인류가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노래하고, 그로 인한 기쁨을 춤으로 표현해줬으면 좋겠다. 말뿐이 아닌 위대한 '영향력(인플루언서)'으로 말이다. 전세계 소녀들의 꿈을 펼쳐내는 '블랙핑크'가 더욱더 앞장 서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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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만화로 보는 변호사의 세계 - 법률 해결사 피고미의 현실 변호생활 한빛비즈 커리어툰 2
조만호 지음, 다소니 그림 / 한빛비즈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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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 Review MDCCXLVI / 한빛비즈 141번째 리뷰] 학창시절에는 '직업'에 관한 정보를 많이 알아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전형적으로 '성적순'으로 대학을 지망했었기 때문에, 꿈에도 그리던 '대학 캠퍼스'였건만 가장 소중한 시절에 방황 아닌 방황을 심하게 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성적에 맞춰서 '소신 지원'을 하긴 했지만, 막상 대학에 가니 '뭘 공부'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렇게 어영부영 졸업 때가 되어 '학점'에 맞춰서 이곳저곳 지원서를 제출했고, 그렇게 입사해서 열심히 일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정작 '원하던 직업'이 아닌 탓(정규직도 아니었고)에 논술쌤으로 전향하게 되었다. 물론 난 책을 좋아했기에 독서논술을 가르치는 직업이 좋았지만, 돈은 많이 벌지 못했다. 만약 내가 학창시절에 '직업의 세계'에 대해서 이런저런 코칭을 해주는 참어른이 있었다면 '어떻게든' 되었을텐데..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기에, 이런 책을 만나면 너무나 반갑고 고마울 따름이다. 나는 도움을 받지 못했지만,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말이다.

  지난 <수의사>에 이어, 이번 책은 <변호사의 세계>를 낱낱이 보여주는 책이다. 그래서 새롭게 알게 된 '직업의 세계'는 두구두구두구~~'변호사'는 나랑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법정드라마'속에서 보여지는 변호사의 모습은 너무도 멋졌다. 억울한 사람들을 대신해서 정의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는 히어로였기 때문이다. 거기다 돈도 잘 벌어서 진짜 가난하고 억울한 사람들을 도울 땐 '천원 한 장'으로 퉁치는 멋진 포스도 보여줄 수 있다고 철떡 같이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 두꺼운 법전과 더 두꺼운 판례를 통째로 암기할 정도로 미친듯이 공부해야 하고, 사법고시가 폐지된 이후로 '좋은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선 실력보다 '간판'이 더 중요하는 사실도 엿볼 수 있었고, '화려한 말빨'보다는 '깔끔하게 정리된 글빨'이 변호사가 갖춰야 할 자질이라는 걸 보면서, 내 상상속 변호사의 화려한 모습은 와장창 깨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의사의 세계>에서도 동물을 너무너무 사랑하지만 '돈'을 벌지 못하면 그런 '극한직업'을 견딜 수 없다는 식으로 서술된 것이 살짝 아쉬웠는데, 이 책 <변호사의 세계>에서도 힘 없고 착한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게 '법과 정의'를 수호하는 멋진 변호사도 그 정도의 '돈'을 벌지 못하면 이보다 더한 '극한직업'은 없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쉬웠다. 여기서 '그 정도의 돈'을 숫자로 매칭시키자면 '연봉 6~7천만 원'이다. 물론, 초임연봉의 경우이고, 경력이 쌓이면 '수임료'는 플러스 알파가 되어 '억대 연봉'을 받는 변호사가 될 수 있다. 변호사가 되기 위해 그렇게 똥줄 빠지게 열공했더랬는데, '그 정도의 돈'도 벌지 못하면 안 되지..라는 당연한 생각이 들면서도, 그러면 애초에 마음에 품었던 '꿈 이야기'는 뭐가 되느냔 말이다. 힘 없고 착한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무료 변론'도 척척 해줘야 마땅한 것 아니냐? 싶지만, 막상 당신에게 "꽁으로 다 해줘. 안 그러면 '속물'이라고 소문내고 다닐 거야"라는 못된 심보들 때문이라도 해주기 싫은게 '인지상정'일 것이다. 이걸 <수의사의 세계>에선 당연한 듯이 표현했는데, <변호사의 세계>에서는 대놓고 그런 진상은 별로 없었는가 보다. 아무래도 '법'이라는 민감하고 직접적인 직업이다보니, 감히 '함부로' 대하는 진상은 없는 모양이라 웬지 공평치 않아 씁쓸했더랬다.

  그래도 월 200만 원도 겨우 버는 가난한 서민들에게 '월 500만 원 이상'을 버는 변호사가 등을 시원하게 비빌 수 있는 듬직한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법을 몰라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 '엄청난 수임료'를 지불해야만 하는 상황이 눈물나게 만드는 것이다. 더구나 1심판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심, 3심까지 비용청구를 계산하게 되면, 억울해도 그냥 몸으로 떼우는 것이 더 나은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사법정의'의 일부분이다. 이럴 때 변호사들도 나름의 '사법정의'를 내세우며 자신들의 처지를 변호하겠지만, 똑같은 '사법정의'란 말이지만, 둘 사이의 간극은 엄청나서 서로 '다른 뜻'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국선변호'라는 대안이 제시되어 있지만, 국민들의 눈높이에 '국선'의 위상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니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명언(?)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암튼, '직업의 도덕성'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 해두고,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유망직종에 속하는 '변호사의 세계'를 좀 더 파헤쳐 보자면, 돈을 많이 버는 직업에 걸맞게 '공부'도 참 잘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냥 잘하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잘 해야 한단다'. 그리고 좋은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선 '명문대 간판'이 절실히 필요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선 실력보다 '인맥'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도 엿볼 수 있었다. 물론, '성적', '간판', '인맥'이라는 삼박자는 변호사의 세계에서만 유용한 것이 아니라 모든 직종에서 다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 책에서 이런 점을 유독 눈에 잘 띄게 드러낸 까닭은 바로 공부 잘 하는 '상위 1%'의 세계에서도 '실력'은 기본 중의 기본이고,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며 '동기끼리' 알아서 챙겨주는 '사람 사이의 원만한 교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여실히 깨닫게 되었다. 특히, '홀로' 연구하는 직종이 아닌 이상 '인맥 형성'은 필수 중의 필수인 것이다. 더구나 '상류사회'라고 자칭하는 이들의 결집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꼭 필요한 자질인 것이다. 그러니 오직 '실력'으로 승부하겠다며 홀로 고군분투를 하는 '싸가지 없는 천재'가 살아남기 힘든 세계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경우는 현실에서 거의 실현불가능한 케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나마 주인공이 순수하고 '기업은행(귀엽고) 농협은행(너무 예쁜)' 스타일이라..쿨럭쿨럭..암튼 '독불장군'은 곤란하다.

  대한민국 모든 직업의 세계를 낱낱이 파헤칠 때까지 '커리어툰'이 계속되길 간절히 바란다. 이 책의 한줄평은 "변호사의 세계는 돈을 많이 버는 만큼 피곤한 일이 잔뜩가득이다. 너무 당연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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