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외전 : 그들이 살아가는 법 퇴마록 외전
이우혁 지음 / 엘릭시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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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 Review MDCCL / 엘릭시르 6번째 리뷰] <외전>은 '디테일'이 중요하다. '국내편'과 '세계편'으로 숨가쁘게 이어지는 퇴마사들의 활동 사이사이를 꼼꼼하게 메꾸어줄 '또 다른 이야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퇴마사들이 악령을 물리치고 원혼을 달래주는 활동 이외에 '어디에 모여 사는지' 궁금했고,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닐 나이 어린 준후는 '학교'에 왜 안 다니는지, 비교적 젊은 두 남녀인 현암과 승희는 '연인 사이'로 발전할 수 없는 것인지, 그리고 박신부와 장준후, 이현암, 현승희, 네 명의 퇴마사 이외에 다른 등장인물은 '무얼'하며 지내는지 등등 말이다.

  이 책 <퇴마록 외전 : 그들이 살아가는 법>에선 그러한 궁금증들을 모두 풀 수 있다. 첫 화인 <그들이 살아가는 법>에서는 '해동밀교 본산'이 송두리채 날아가버리고 박신부와 이현암, 그리고 장준후가 '퇴마사'로 합류하면서 박신부의 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일상을 '담담, 그 자체'로 보여준다. 서로 '다른 길'을 걷던 세 명이 함께 한 집에서 잘 어울어져 살았을 것 같았지만, 서로 '지향하는 바'가 달라서 한 자리에 함께 식사를 하는 것조차 힘겨울 수밖에 없었다. 가톨릭의 신부는 교리상 '속세'에서 벗어난 삶을 살지만 가려야 할 음식이 그닥 없는 편이다. 그래서 힘겨운 퇴마의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싱싱한 회'를 곁들여 푸짐한 몸매에 맞게 푸짐한 상을 차려 먹곤 했는데, 현암과 준후는 각각 '도가 계열'과 '밀교(불교와 무속) 계열'인지라 '육식'을 비롯한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있었기에 '밥과 채소 위주의 식단'을 준비했어야 하는데, 처음 함께 모인 자리인지라 그것조차 준비가 미흡해서 '라면'으로 떼우는 장면을 연출했다. 그것조차 '스프'를 거의 넣지 않은 심심한 라면을 말이다.

  두 번째 편인 <보이지 않는 적>에서는 '증오'라는 악령과 한바탕 싸움을 펼친다. '미워하는 마음'인 증오는 아무런 이유도 까닭도 없이 '미워하는 마음'만으로도 나타나기에 아무리 대단한 능력을 가진 퇴마사라고 하더라도 쉽사리 '제압'할 수 없는 악령이었다. 거대한 악과 싸울 때는 혼신의 힘을 다해 사악한 무리와 목숨을 걸고 싸웠지만, 사소한 악과 싸울 때는 그럴 수 없어 더욱 힘들기만 했다. 물론 '증오심'이 한 사람의 마음속에 있을 때엔 그리 큰 위협을 주지도 않지만 잡기는 더욱더 힘들어지고, 증오하는 마음이 '집단화'가 되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기에 퇴마사들의 능력으로도 제압할 수 없는 큰 일이 되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런 증오심이란 '평범한 사람'에게서도 나타나고, 금새 또 자취를 감춰 '다른 사람'에게로 옮겨갈 수도 있는 탓에 애꿎은 희생자를 절대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한 '퇴마사 일행'들은 사소하디 사소한 증오라는 악령 때문에 곤혹을 치룰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우리는 퇴마사들의 신념을 엿볼 수 있다. 악의 무리와는 혼신의 힘을 다해 맞서 싸우지만 '죄 없는 사람'에게는 결코 주술을 쓰거나 공력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사악한 영'에 빙의가 된 사람을 퇴마사들을 죽이려고 달려들지만, 퇴마사들은 결코 '인간'에게 능력을 발휘하지 않는다. 오직 '사악한 영'에게만 타격을 줄 수 있는 방법으로 퇴마행을 할 뿐이다. 그로 인해 퇴마사들은 '죽을 고비'를 숱하게 겪게 된다. 왜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는 것일까? 범죄자들 중에도 '주범'이 있는 반면에 그를 돕는 '공범'도 있어서 공권력을 행사하는 공무원들이 '주범'을 잡는데 방해를 하는 '공범'에게는 '공무집행방해'를 죄목으로 삼아 체포하고 벌을 내리곤 하는데 말이다. 그러니 사악한 영혼에 홀딱 넘어가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도 혼내주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도 저들은 '아무 것도 모른다', 그저 사악한 영에 의해 '의식'과 '의지'를 잃고서 악행을 저지를 뿐이라면서 저들의 목숨조차 돌보지 않고 '뜻하지 않은 희생'을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한다. 그냥 단박에 일을 해결하고 '더 큰 희생을 치룰 수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는 경우에는 '희생을 감수하고' 퇴마행을 하면 좋으련만 결코 그러지를 않는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이 떠나질 않는다.

  그 까닭을 세 번째 이야기인 <준후의 학교 기행>에서 찾아보자. 대한민국 초등3학년 나이인 '장준후'는 매우 영특한 아이다. 그 어려운 주술을 손쉽게 시연해낼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자기 또래와 함께 학교에 다니면 준후도 '평범한 일상'도 겪으며 더 넓은 세상을 알아갈 수 있겠다는 마음에 학교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부모님이 없는 관계로 누군가가 '부모역할'을 해야 했는데, 박신부는 '종교에 귀의한 몸'이었고, 이현암은 '초등3학년 아이'의 아빠라기엔 너무 젊었다. 그리고 영특한 아이라고는 하지만 유치원을 다닌 적도 없고 학교도 처음 가는 것이니 '학교수업내용'을 알 턱이 없다. 근데 더 큰 문제는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더 '어른스럽다'는 점이 준후가 학교에 적응하기 힘들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거기다 '한복'을 즐겨(?) 입는 준후에게 반팔과 반바지처럼 노출(?)이 심한 옷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거기다 밀교 본산에서 사부님들에게 혹독한 수련을 받아낸 준후에게 '현대식 교육스타일'이 낯설기 그지 없을 수밖에...더구나 여선생님에게는 준후의 몸에 배어 있는 '하늘 같은 사부님의 가르침'을 받듯 깎듯한 예법이 도리어 '반항심'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또래 친구들도 아무리 똑똑하다한들 준후의 '낯선 행동'을 이해해줄 방법을 모르긴 마찬가지였다. 엄청난 주술력을 가지고 있으니 소위 껄렁거리는 친구들의 협박(?)이 우습기도 하고, 어린 아이들의 욕설조차 준후는 '처음 듣는 말'이라서 뜻을 짐작하지도 못했다. 그렇게 준후의 등교 첫날은 '반나절의 헤프닝'으로 마무리 짓고 말았다. 등굣날이 자툇날이 되었으니 말이다.

  네 번째 이야기인 <짐 들어 주는 일>은 젊은 청춘 남녀인 현암과 승희가 '썸(?)'을 타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하지만 무술을 수련하는 도사님(?)과 다를 바가 없는 현암에게 '젊은 여자의 대쉬(?)'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퇴마행을 '함께'하며 동고동락(?)한 사이가 되어 버린 승희는 현암에게 한없이 끌리기만 했다. 더구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투시력'을 갖고 있는 승희의 처지에 '다른 남자'와 평범한 연애를 꿈꿀 수 조차 없었던 것이다. 이런 특별한 승희를 '있는 그대로' 아끼고 사랑해줄 남자는 '현암'밖에 없는 셈인데, 문제는 이 유일한(?) 남자가 무뚝뚝해도 너무 무뚝뚝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연인사이가 될 수는 없어도 친한 오빠, 동생 사이로 지낼 수만 있어도 원이 없겠구만, 이 남자 '철벽'도 이런 철벽이 없다. 더구나 현암의 왼팔에는 언제나 '월향'이라는 여자(?)가 찰싹 붙어 있다. 그리고 틈만 나면 꺼내 들고 정성들이고 소중히 여기는 품을 볼 때마다 웬지 모를 '질투심'마저 샘솟고 만다. 그래서 승희는 아주 작정을 하고서 '현암과 데이트'를 성사시키려 갖은 애를 쓰게 된다. 그렇게 둘은 '억지 춘향격'으로 백화점 쇼핑을 나서게 되는데...

  이번 외전의 마지막 이야기는 '주기선생 박상준'의 활약이다. 퇴마사들이 블랙서클을 쫓아 영국으로 떠나자 국내에서는 백호를 도와 '골치아픈 일(?)'을 해결해줄 능력자가 마땅히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분신술'처럼 서로 다른 두 곳의 장소에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생령술'을 쓰는 최교주라는 살인자를 기소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하려 '주기선생'의 힘을 빌리려 한 것이다. 이는 백호에게 '어벤져스' 같은 특수요원들을 모으는 계기로 될 수도 있는 일이라 최대한 '주기선생'을 정중하게 모셔온 셈이다. 그런데 박상준은 능력에 비해 퇴마사들처럼 '헌신'하려는 마음이 태부족하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일을 시작도 하기 전에 '돈'부터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5천만 원을 말이다. 그래도 퇴마사들이 자리를 비운 시점에 딱히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는 백호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약조하고서 '최교주의 범행'을 밝혀내고, '최교주 생포'까지 부탁을 했더랬다. 그런데 주기선생은 단순히 돈만 밝히는 도사는 아니었다. 그렇게 악착같이 번 돈으로 나름 '선행'을 하였기 때문이다. 도가 계열의 도사 체면에 자신의 능력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천박한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퇴마사들과는 사뭇 다른 '퇴마행'을 보여 주었다. 자신의 능력을 뽐내길 좋아하고, 그렇게 뽐낼 바에야 좀 대단한 실력이면 좋으련만, 상대를 압도할 정도로 대단함도 보여주질 못하고, '일처리' 또한 철두철미하지 못해 좀 과격하고 매우 엉뚱한 방식으로 일처리를 하며 '뒷수습'을 하는 백호에게 '또 다른 골칫거리'를 안겨줄 뿐이었다. 결국 '최교주 사건'을 해결하긴 하는데, 더 많은 퇴마사들을 모으려는 백호의 꿈은 지울 수밖에 없게 되고 만다.

  <퇴마록>은 십수 번 읽고 또 읽었지만, <외전>은 이번에 처음 읽게 되었다. 그동안 벼르고 별렀지만 '본편'에 비해 너무나도 늦게 출간(?)했기에 진즉에 구매를 하고서도 선뜻 읽기를 망설여지다가 겨우 읽게 되었다. 그래서 그리 큰 감흥이 오르지는 않았다는 것이 솔직한 느낌이다. 그런데 과거에도 '외전'이 출간되었었다고 일찌감치 이야기를 들었는데, 왜 '외전'을 구하기 힘들었던 것일까? 그 시절에 읽었더라면 이 책도 '추억'의 일부로 남았을텐데, 지금도 내 추억속에서 멋진 활약을 펼치는 '본편'과는 달리 이번 '외전'은 살짝 외따로 겉도는 느낌을 받았다. 어서 '외전'도 내 추억속에 젖어들게 만들어야겠다. 그래야 퇴마사들의 '디테일'이 함께 어울어질 수 있을테니 말이다. 다음엔 '또 하나의 외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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