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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만화로 보는 변호사의 세계 - 법률 해결사 피고미의 현실 변호생활 ㅣ 한빛비즈 커리어툰 2
조만호 지음, 다소니 그림 / 한빛비즈 / 2023년 12월
평점 :
[My Review MDCCXLVI / 한빛비즈 141번째 리뷰] 학창시절에는 '직업'에 관한 정보를 많이 알아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전형적으로 '성적순'으로 대학을 지망했었기 때문에, 꿈에도 그리던 '대학 캠퍼스'였건만 가장 소중한 시절에 방황 아닌 방황을 심하게 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성적에 맞춰서 '소신 지원'을 하긴 했지만, 막상 대학에 가니 '뭘 공부'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렇게 어영부영 졸업 때가 되어 '학점'에 맞춰서 이곳저곳 지원서를 제출했고, 그렇게 입사해서 열심히 일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정작 '원하던 직업'이 아닌 탓(정규직도 아니었고)에 논술쌤으로 전향하게 되었다. 물론 난 책을 좋아했기에 독서논술을 가르치는 직업이 좋았지만, 돈은 많이 벌지 못했다. 만약 내가 학창시절에 '직업의 세계'에 대해서 이런저런 코칭을 해주는 참어른이 있었다면 '어떻게든' 되었을텐데..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기에, 이런 책을 만나면 너무나 반갑고 고마울 따름이다. 나는 도움을 받지 못했지만,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말이다.
지난 <수의사>에 이어, 이번 책은 <변호사의 세계>를 낱낱이 보여주는 책이다. 그래서 새롭게 알게 된 '직업의 세계'는 두구두구두구~~'변호사'는 나랑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법정드라마'속에서 보여지는 변호사의 모습은 너무도 멋졌다. 억울한 사람들을 대신해서 정의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는 히어로였기 때문이다. 거기다 돈도 잘 벌어서 진짜 가난하고 억울한 사람들을 도울 땐 '천원 한 장'으로 퉁치는 멋진 포스도 보여줄 수 있다고 철떡 같이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 두꺼운 법전과 더 두꺼운 판례를 통째로 암기할 정도로 미친듯이 공부해야 하고, 사법고시가 폐지된 이후로 '좋은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선 실력보다 '간판'이 더 중요하는 사실도 엿볼 수 있었고, '화려한 말빨'보다는 '깔끔하게 정리된 글빨'이 변호사가 갖춰야 할 자질이라는 걸 보면서, 내 상상속 변호사의 화려한 모습은 와장창 깨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의사의 세계>에서도 동물을 너무너무 사랑하지만 '돈'을 벌지 못하면 그런 '극한직업'을 견딜 수 없다는 식으로 서술된 것이 살짝 아쉬웠는데, 이 책 <변호사의 세계>에서도 힘 없고 착한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게 '법과 정의'를 수호하는 멋진 변호사도 그 정도의 '돈'을 벌지 못하면 이보다 더한 '극한직업'은 없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쉬웠다. 여기서 '그 정도의 돈'을 숫자로 매칭시키자면 '연봉 6~7천만 원'이다. 물론, 초임연봉의 경우이고, 경력이 쌓이면 '수임료'는 플러스 알파가 되어 '억대 연봉'을 받는 변호사가 될 수 있다. 변호사가 되기 위해 그렇게 똥줄 빠지게 열공했더랬는데, '그 정도의 돈'도 벌지 못하면 안 되지..라는 당연한 생각이 들면서도, 그러면 애초에 마음에 품었던 '꿈 이야기'는 뭐가 되느냔 말이다. 힘 없고 착한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무료 변론'도 척척 해줘야 마땅한 것 아니냐? 싶지만, 막상 당신에게 "꽁으로 다 해줘. 안 그러면 '속물'이라고 소문내고 다닐 거야"라는 못된 심보들 때문이라도 해주기 싫은게 '인지상정'일 것이다. 이걸 <수의사의 세계>에선 당연한 듯이 표현했는데, <변호사의 세계>에서는 대놓고 그런 진상은 별로 없었는가 보다. 아무래도 '법'이라는 민감하고 직접적인 직업이다보니, 감히 '함부로' 대하는 진상은 없는 모양이라 웬지 공평치 않아 씁쓸했더랬다.
그래도 월 200만 원도 겨우 버는 가난한 서민들에게 '월 500만 원 이상'을 버는 변호사가 등을 시원하게 비빌 수 있는 듬직한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법을 몰라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 '엄청난 수임료'를 지불해야만 하는 상황이 눈물나게 만드는 것이다. 더구나 1심판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심, 3심까지 비용청구를 계산하게 되면, 억울해도 그냥 몸으로 떼우는 것이 더 나은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사법정의'의 일부분이다. 이럴 때 변호사들도 나름의 '사법정의'를 내세우며 자신들의 처지를 변호하겠지만, 똑같은 '사법정의'란 말이지만, 둘 사이의 간극은 엄청나서 서로 '다른 뜻'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국선변호'라는 대안이 제시되어 있지만, 국민들의 눈높이에 '국선'의 위상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니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명언(?)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암튼, '직업의 도덕성'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 해두고,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유망직종에 속하는 '변호사의 세계'를 좀 더 파헤쳐 보자면, 돈을 많이 버는 직업에 걸맞게 '공부'도 참 잘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냥 잘하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잘 해야 한단다'. 그리고 좋은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선 '명문대 간판'이 절실히 필요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선 실력보다 '인맥'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도 엿볼 수 있었다. 물론, '성적', '간판', '인맥'이라는 삼박자는 변호사의 세계에서만 유용한 것이 아니라 모든 직종에서 다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 책에서 이런 점을 유독 눈에 잘 띄게 드러낸 까닭은 바로 공부 잘 하는 '상위 1%'의 세계에서도 '실력'은 기본 중의 기본이고,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며 '동기끼리' 알아서 챙겨주는 '사람 사이의 원만한 교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여실히 깨닫게 되었다. 특히, '홀로' 연구하는 직종이 아닌 이상 '인맥 형성'은 필수 중의 필수인 것이다. 더구나 '상류사회'라고 자칭하는 이들의 결집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꼭 필요한 자질인 것이다. 그러니 오직 '실력'으로 승부하겠다며 홀로 고군분투를 하는 '싸가지 없는 천재'가 살아남기 힘든 세계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경우는 현실에서 거의 실현불가능한 케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나마 주인공이 순수하고 '기업은행(귀엽고) 농협은행(너무 예쁜)' 스타일이라..쿨럭쿨럭..암튼 '독불장군'은 곤란하다.
대한민국 모든 직업의 세계를 낱낱이 파헤칠 때까지 '커리어툰'이 계속되길 간절히 바란다. 이 책의 한줄평은 "변호사의 세계는 돈을 많이 버는 만큼 피곤한 일이 잔뜩가득이다. 너무 당연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