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2 : 세계편
이우혁 지음 / 엘릭시르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My Review MDCCXLIX / 엘릭시르 5번째 리뷰] 이제 퇴마사들이 활동무대를 '국내'를 넘어 '세계'로 옮기게 된다. 그 처음은 영국이다. 세계편 1권에서 좀비를 다루던 호웅간과 유체와 염체를 자유자제로 다루던 이름을 알 수 없는 닳아빠진 구리 십자가의 주인과 케인, 세크메트의 분노를 대한민국에 '대신' 뿌리려던 가짜 커크 교수 등이 '블랙서클'이라는 복수의 단체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퇴마사 일행은 블랙서클의 '마스터'라는 사람을 찾기 위해 세계를 누빌 계획이었다. 세계편 2권에서는 영국부터 시작해서 독일과 프랑스까지 스토리가 이어진다.

  퇴마사들의 역할은 '악령퇴치(엑소시즘)'가 아니다. 제때 풀지 못한 원한을 품은채 구천을 떠도는 불쌍한 영혼들을 구하고, 그로 인해 애꿎게 희생당하는 인간들을 돕기 위해 자신들의 능력을 아낌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나 훌륭하고 위대한 일을 하면서도 '평범한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세계'와 싸우고 있는 이들 퇴마사의 모습이 쌩뚱맞기 그지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2권 속 <아라크노이드>에서 퇴마사들의 활약을 간단히 요약하면, 컴퓨터 바이러스에 '원혼'이 깃들어 암병동센터의 메인컴퓨터를 망가뜨려서 '원한을 품은 환자'를 살해하려는 '거미 바이러스 악령'을 찾아나섰더랬다. 그런데 컴퓨터 바이러스를 잡기 위해선 '백신 프로그램'을 플로피디스켓에 담아 컴퓨터디스크에 꽂고 '실행'시켜야 한다. 그런데 원한령이 깃들어 있는 바이러스인 까닭에 암병원내 '메인 서버'에 침투해서 환자의 정보를 싸그리 지워서 의료진이 환자의 데이터를 몰라서 더 이상 치료를 할 수 없게 만들려는 절체절명의 순간인데, 그 메인서버실로 들이닥친 퇴마사들이 들어오자마자 바닥에 주저 앉아 눈을 감지를 않나, 십자가를 들고 오라를 펼치질 않나, 성수를 컴퓨터에 뿌리며, 불이 붙은 부적을 허공에 날리고, 월향검에 검기를 담아 서버 메인전력선을 잘라내고, 그마저도 급박한 나머지 오른주먹에 공력을 잔뜩 집어 넣어 커다란 메인컴퓨터를 한 방에 작살을 내는 아수라장을 만들고서야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니,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 어떻게 비쳤겠느냔 말이다.

  책을 읽는 독자들이야 이번에도 퇴마사들이 멋지게 한 건 해결했다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겠지만, 이를 '드라마의 한 장면'으로 'CG' 없이 그대로 연출한다면 컴퓨터의 '컴'자도 모르는 사람이 서버실에 난입해서 물장난, 불장난, 번개 지지직에, 귀곡성이 울려퍼지는 난리 부르스를 연출하고서 마지막에는 한 주먹으로 컴퓨터를 때려부수는 장면만을 보여줄 뿐일 것이다. 그야말로 '쌩쇼'였을 것이다. 이렇듯 '보이지 않는 세계'와 싸우는 일이 생각보다 거룩하거나 위대해 보일 턱이 없다는 얘기다. '보이는 세상'에서만 사는 사람들의 눈에는 말이다. 그래서 <퇴마록>은 영화나 애니메이션으로는 그리 큰 이슈를 끌지 못한 듯 싶다. 더 큰 문제는 '등장인물'을 독자들의 상상에 미치지 못하는 허섭한 쓰레기로 등장시킬 공산이 크다. 그러니 <퇴마록>은 책으로 즐기시길 바란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오컬트 무비'밖에 되지 못할 끔찍한 영상속에서 착하디 착한 퇴마사들이 악전고투를 하는 모습이 '영상미'를 연출하지 못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착한 마음'을 연기한다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고 말이다.

  암튼, 영국에 도착한 퇴마사 일행은 '아더왕'을 만났고, '고려청자'에 푸른 하늘을 되찾아주었으며, 독일로 가서 '늑대인간'들의 공격을 막아냈고, 프랑스를 경유해 '거미 바이러스'에 맺힌 복수의 일념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하였다. 이제 3권에서는 '뱀파이어의 고향'인 왈라키아(루마니아)로 가서 '블랙서클 일당들'과 대결을 펼칠 것이다. 그리고 최종 보스에 해당하는 '마스터'를 만날 것인데, '개정판'을 내면서 이 3권에 해당하는 스토리를 다시 쓰겠다고 했으니 기대가 크다. 세계편 1, 2권까지는 큰 변화는 없었기에 더욱 그렇다.

  의아스러운 것은 '블랙서클'에 속한 악당들이 하나같이 뼛속까지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의 속셈이 전세계를 파괴하고도 남을 '악 중의 최악'이지만, 애초의 동기는 '최악'을 막기 위해서 '차악'을 선택했다는 나름의 핑곗거리가 있더라는 말이다. 물론 그 내용은 3권에서 최종적으로 밝혀지겠지만, 경악스러울 정도로 끔찍한 짓을 저지른 악당들마저 '속여버린' 최고의 악마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세상에 어찌 이런 끔찍한 '악'이 나타날 수 있겠느냔 말이다. 엄연히 이쪽과 저쪽에 '구분'이 있고, 서로 간섭할 수 없는 '불문율'이 있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짐작컨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악으로 가득하다는 가정을 할 수 있다. 그쪽에서 이쪽으로 '넘어올 수 없는' 불문율이 깨지지 않았다면, 이쪽에서 그쪽을 '불러들인' 악마가 있다는 얘기다. 이미 우리가 사는 세상에 머물고 있는 '악마'가 말이다. 그리고 그 '악마'가 한을 품고 억울한 영혼들을 부추겨서 인간들이 사는 세상을 온통 악으로 물들게 만들어 버린다는 시나리오가 떠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악마는 과연 누구인가? 평화를 깨뜨리고 공포에 떨고 불안을 부추기는 '악의 세력'이 과연 무엇이란 말이냐? 그것의 존재를 밝혀내는 것이 '세계편'을 비롯해서 이어지는 '혼세편'과 '말세편'에서 계속 물음을 던지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악의 세력'이 무엇인지 밝혀지면서, 세상을 어둠에서 밝음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도 함께 찾아내게 될 것이다. 그 방법 가운데 일부를 '퇴마사들의 선한 의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말이다.

  '선한 의지'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성경>에도 나오는 말이지만 '원수를 사랑하는 마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왼쪽 뺨을 맞으면 오른쪽 뺨도 내밀으라'는 결코 실행으로 옮기기 힘든 일이기도 하다. 이런 문구로 어떤 해비메탈 그룹은 예수를 '마조키스트(매 맞는 것에서 쾌락을 느끼는)'의 원조라고 노래로 읊기도 했는데, 이를 '선한 목적'으로 풀이를 하자면, 상대의 왼쪽 뺨을 때리기 위해선 자신의 '오른손'을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으로' 때려야 한다. 그런데 오른쪽 뺨을 내밀라는 예수의 말에서 '큰뜻'을 이해하려면, 상대의 왼쪽 뺨을 때린 오른손으로 '상대의 오른쪽 뺨'을 때리기 위해선 '오른손'을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때려야만 한다. 이렇게 '오른손으로 때리는 뱡향'이 달라짐을 주목하면. 자신의 오른손으로 '오왼 방향'으로 때리는 것은 '올바른 일을 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이 방향을 정반대로 바꾸게 되면 '옳지 못한 일을 했다'는 뜻이란 말이다. 즉, 자신의 오른손으로 '왼오 방향'으로 때렸으니, 자신이 방금 한 일을 '부정'하며 스스로 '잘못한 짓'임을 인정하게 된다는 뜻이란다. 감히 '예수'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뜻깊은(?) 일일 것이다.

  이토록 뜻깊고 성스러운 일을 퇴마사들은 '선한 의지'대로 하고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 '악령'과 맞서 싸우면서도 오직 사악한 악령에게만 '자신의 능력'을 사용할 뿐, 그 악령에 깃들여져서 '꼭두각시'에 불과한 인간들을 향해선 결코 '능력'을 퍼지 않는단 말이다. 설령 퇴마사들의 목숨이 경각에 달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도 결단코 쓰지 않는다. 여타의 '오컬트 장르'에선 볼 수 없는 성스러움이다. 악과 싸우다보면 '최소한의 희생'은 어쩔 수 없는데도, 퇴마사들은 그것조차 용납치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단지 자신들의 능력이 모자라 애꿎은 희생자가 발생하는 것만을 안타까워할 뿐이다. 그래서 더욱더 부지런히 '퇴마의 길'을 걷고자 할 뿐이다. 그로 인해 얻는 것이 아무 것도 없고, 어떠한 '대가'도 받으려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하는 끔찍하고 참혹한 전쟁에서도 이러한 '선한 의지'를 발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전쟁으로 해결될 일이 '있다'고 믿는 어리석은 사람부터 '선한 의지'로 맞서 싸워야 할 것이다. 그들의 논리로는 오직 '파괴'만 남을 뿐이니, '평화'와 '공존'의 아름다움으로 설득할 때까지 '선한 의지'를 꺽지 않는 것이다. 또한 상대의 무차별 공격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비폭력저항'으로 맞이한다면 '한쪽의 일방적인 학살'일 뿐일 것이다. 이런 학살이 자행되는 것을 보고도 '국제사회'가 선한 쪽으로 움직이길 포기한다면 그런 국제사회가 바로 '악의 근원'인 셈이다. 강대국은 약소국을 공격해도 '정의'롭고, 약소국은 강대국에 저항을 하면 '불의'에 대한 정의의 심판을 가해도 된다는 논리는 무엇이란 말인가? 바로 그런 논리가 '악마의 심보'인 셈이다. 저쪽에서 건너온 악마가 아니라 이곳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악마가 바로 이것일 것이다. 그런 악마와 당당히 맞설 '선한 의지'를 가진 현실판 퇴마사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일 것이다. 선한 의지를 믿어 의심치 않는 여러분들이 바로 '퇴마사'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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