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엔 12권으로 마쳤다.

다행히 추석연휴로 마무리하는 달이었기에 허리통증과 다리통증도 조금은 견딜만 해졌다.

그 덕분에 막판 스퍼트를 올리게 되었고 말이다.

이대로 10월에도 쭉 달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지난달과 달라진 점은 거의 없다.

여전히 어린이 분야가 1위를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인문학', '역사', '소설', '청소년', '과학'이 잇고 있다.

하지만 다음 달에는 '소설 분야'의 책이 3위인 '역사'를 제치고 올라설 것 같다.

아이들과 수업도 '소설 분야'의 책 위주로 진행할 예정이라서 그렇다


북모리 독서앱에서 '새로운 기능'을 찾아냈다.

그토록 염원했던 '출판사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어서 반가웠다.

하지만 '년간 통계'만 낼 수 있고, 독서기록 전체통계는 한 눈에 볼 수 없어 아쉬웠다.

그런 기능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다시 찾아보도록 하고...

 

23년 9월까지 '출판사 통계'는 위와 같다.

상반기에 '서평단'으로 활동했던 [한빛비즈]의 책이 가장 많았고,

[인간사랑] 출판사에서 기획했던 '서울대 선정 인문고전 100선 리뷰' 기획 덕분에

읽기 시작한 '인문고전'과 더불어 눈독을 들인 '문학고전'을 섭렵하기 위해서 읽기 시작한

[주니어김영사]와 [채우리]가 그 뒤를 이었다.

아직 남은 10월~12월 동안에도 꾸준히 읽고 올해 안에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제 건강이 회복되는대로 [인간사랑]의 책도 섭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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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섬 2 쥘 베른 베스트 컬렉션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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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권에 이어 '신비의 섬, 링컨섬'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개척자들은 '자신들만의 섬'이라 여겼던 곳에 대한 탐험을 점점 더 넓혀나갔다. 하지만 탐험을 하면 할수록 개척자들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경관에 빠져들어갔지만, 그 와중에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는 점점 쌓여만 갈 뿐이었다. 그리고 개척자들은 드디어 깨닫게 되었다. 이 섬에는 자신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존재'가 분명히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 존재가 드디어 실체를 드러내었다. 링컨섬으로 배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설의 줄거리는 온통 '개척자'들이 링컨섬을 'DIY(Do it yourself)'로 꾸미는(?) 이야기로 가득 했다. 1권에서도 소개한 만물박사 '사이러스 스미스' 덕분이었다. 사이러스는 못 만드는 물건이 없었고, 모르는 지식이 없을 정도였다. 다른 개척자들이 '무엇'이 필요하다고 하면 사이러스는 대수롭지 않게 '만들 수 있다'고 답했고, 실제로 아주 간단하게 뚝딱뚝딱 만들곤 했기 때문이다. 마치 <정글의 법칙>의 김병만 족장 같은 믿음직함이었지만, 단순히 불을 피우고 먹거리와 간단한 잠자리를 해결하는 수준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화약과 폭탄을 만들어 물길을 바꾸어서 폭포를 만들고, 그렇게 만든 폭포를 수력발전소 삼아 물레방아를 돌리고, 엘리베이터를 만들고, 풍차를 만들어 곡식을 빻아서 빵을 만들어 식생활을 고급화시키는 등 천재적인 지능을 가진 완벽한 리더,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런 능력은 '한 사람의 천부적인 재능'이 아닌 '인류의 지식' 쌓이고 발전하여 '과학의 위대함'으로 인류가 문명화 될 수 있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엄함을 연출하였다.

 

  이는 링컨섬 바로 옅에 있던 '타보르섬'에 있던 조난자 에어턴과 극렬하게 비교가 된다. 그는 사실 해적질을 하던 범죄자로 남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외딴섬에 죄인의 신분으로 유배된 것이지만, 링컨섬과는 다르게 타보르섬은 '그랜트 선장'에 의해 이미 개척된 상황이었기에 에어턴이 마음만 굳게 먹었다면 '문명인'으로써 삶을 이어나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홀로 남겨졌다는 고독과 죄값을 치뤄야 한다는 자책으로 인해 '인간의 삶'으로부터 멀어지려 하였고, 결국은 짐승과 다를 바 없이 날고기를 씹으며 야만의 삶을 살게 되었다. 그런데 링컨섬은 개척자들이 도착하기 이전에는 '아무 것'도 없는 무인도와 다를 바가 없었던 터라 숙식은 물론, 의복을 제대로 갖추기 위해서 무던히도 '섬안의 자원'을 활용하여 끊임없이 만들어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만약 '사이러스의 지식과 리더십'이 없었더라면 링컨섬의 개척자들도 야만인과 다를 바 없는 살거나 거칠고 모진 환경에 이미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딴에는 19세기 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제국주의 식민지의 팽창'이라는 관점을 빼놓을 수도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서구 열강의 위대함을 '문명'으로 포장하고, 그 문명으로 척박한 환경조차 지배하여 '미개함'을 좀 더 나은 문명으로 바꾸어 나가는 과정이 엿보인다는 말이다. 그래서 남태평양의 외딴섬에 우연히 착륙(?)하였지만, 그들이 힘들게 개척을 한 뒤에는 기꺼이 '조국의 품'으로 바치겠다는 제국주의적 사고관이 뚜렷하게 보인다. 그러면서 이들은 그러한 사고관을 자연스레 '인류애'로 포장하고 있는데, 진정한 인류애를 보여주기 위해선 '국적'을 포기하고 '지상의 낙원'으로 만드는 것에 만족해야 했을 것이다. 하긴 제국주의적 사관에 길들여져 있었을 당시의 지식인들에겐 너무 앞선 이상이었을테니 오늘날의 독자들은 이러한 점을 충분히 감안하여야만 할 것이다.

 

  암튼, 이어지는 3권에서는 드디어 '네모선장의 비밀'이 밝혀지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기대가 크다. 인류 최초로 잠수함 '노틸러스호'를 타고 바닷속을 항해한 네모선장의 일대기였던 <해저 2만리>에서도 꼭꼭 감춰두었던 선장의 비밀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링컨섬이라 불리는 이 '신비의 섬'이 노틸러스호의 비밀기지로 소개되었던 그 섬이 맞는 것일까? 그리고 우연히 표류(?)하게 된 다섯 명의 개척자들 앞에 놓인 운명은 어떻게 펼쳐지게 될까? 온통 궁금한 것 투성이지만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릴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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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선정 문학고전 07 : 일리아드.오디세이 서울대 선정 문학고전 7
김준배 글, 문성호 그림, 손영운 기획, 호메로스 원작 / 채우리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만화가 아닌 '원전'으로 읽는다면 무척이나 힘든 여정을 겪게 될 것이다. 그 까닭은 첫째, 1500쪽이 훌쩍 넘는 어마어마한 분량에 압도 당하기 때문이고, 둘째, 오래된 말투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 낯설다 못해 그 내용마저 지루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며, 끝으로 대서사시에 걸맞는 수많은 영웅과 신들의 등장만으로도 헷갈려 죽을 지경인데 그런 영웅과 신들이 연출하는 장면과 대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리스로마 신화>를 진즉에 통달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청소년이 읽기에는 '만화형식'이 옳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토록 방대한 원작을 '만화'로 옮기는 작업 또한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일단은 방대한 내용을 '덜어내는 일'이 만만치 않고, 축약한 내용만으로도 '원전의 감동'을 느낄 수 있어야 하며, 청소년에게 꼭 필요한 지식(교훈)을 적절히 가미하고 드러나게 하는 작업까지 마치고 나면, 애초의 '원작'과는 완전히 새로운 '각색'으로 재탄생이 되기 일쑤다. 그나마 '윤색' 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정도로 '원전'을 훼손하기 십상인데, 그러한 문제점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감수'라는 작업이 뒷받침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쨌든, 내가 하고픈 말은 이 책은 그런 문제점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원전의 맛'을 최대한으로 살려내서 좋은 책이라는 것이 아니라,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라는 원전이 그만큼 읽기 힘드니, 꼭 읽어내야 할 점이 무엇인지 미리 경험을 쌓는다는 차원에서 이 책을 먼저 접해도 좋겠다는 말이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원전'을 먼저 접하긴 했지만, 막상 완독하고 난 뒤에도 무엇에 감동을 먹어야 할지 난감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단숨에 읽기 힘든 방대한 분량이었던만큼 한 달이라는 오랜 시간에 걸쳐 틈틈이 읽었던 탓에 줄거리조차 정리하기에도 벅찼던 경험이 있었던 터라 조금 찌끄려보았다.

 

  그렇다면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기본적인 내용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주제파악'이다. 그리고 주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선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아야 하고, 그 주인공의 '행동'과 '말'을 꼼꼼히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일리아스>의 주인공은 아킬레우스이고, <오뒷세이아>의 주인공은 오디세우스이다. 그리고 두 원전의 주제는 '아킬레우스의 분노'이고, '오디세우스의 모험'일 것이다. 그럼 두 원전의 주제에 대해서 좀 더 풀이를 해보자.

 

  <일리아스>에서 아킬레우스는 원치 않는 전쟁에 참가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메넬라오스의 아내 헬레네를 꼬여내었다는 것도 아킬레우스와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었고, 그로 인해 그리스 연합이 트로이 동맹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것에도 아킬레우스는 관심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킬레우스는 신탁조차 전쟁에 참가하면 명예를 얻지만 단명할 것이고, 전쟁에 불참하면 오명이 따르겠지만 수명을 다할 것이라고 하였기에 전쟁에 참가하는 것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아무리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명예일지라도 고작 명예를 얻기 위해 하나 뿐인 명예를 버릴 멍청이는 없을 것이기에 그렇다. 그런 상황에서 아킬레우스는 오디세우스의 꾀에 속아넘어가 '불사의 몸'을 이끌고 어쩔 수 없이 참전하게 되었다.

 

  이런 아킬레우스가 무려 10년이나 이어진 전쟁에서 얻은 명예가 얼마나 많았겠나. 그런데 마지막 50여 일을 남겨둔 전쟁의 끝자락에서 아킬레우스는 돌연 전투에 더는 참가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다. 바로 그리스 연합의 또 다른 영웅이자 총대장이기도 했던 '아가멤논'과의 불화 때문이었다. 지리하게 이어져온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리스 연합은 여러 곳에서 불협화음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바로 '전리품 배분'에 있어서 쌓였던 불만이 속속 드러나게 되면서 저마다 제 잇속을 챙기기에 급급해진 와중에 아가멤논이 아킬레우스의 '전리품'이었던 브리세이스(아폴론신전의 여사제, 아킬레우스의 연인)를 빼앗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아킬레우스는 원치 않은 전쟁에 더는 미련도 남지 않아 불참을 선언하고 만 것이다. 그 때문에 그리스 연합은 트로이 동맹과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이지만 어느 누구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며 절체절명의 위기만을 무의미하게 반복하며 수많은 영웅들이 속절없이 죽어나갈 뿐이었다.

 

  이런 답답한 상황을 원전에서는 '신들의 불화'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애초에 불멸의 존재인 탓에 신들의 다툼은 결말을 맺지 못하고, 그 다툼의 '대리전'으로써의 트로이 전쟁이 펼쳐졌던 것이다. 여기에도 불화의 신 에리스가 던져둔 '황금사과'로 이어지는 기나긴 스토리가 전해지지만 <일리아스>에서는 애초부터 신들이 편을 갈라 서로 다투며 애꿎은 영웅들의 희생만을 강요할 따름이다. 자신들의 성질머리를 고칠 생각은 않고 말이다. 그렇게 그리스와 트로이의 영웅들은 신들의 싸움을 '대신'해서 싸우다 죽어나갔고, 끝내는 아킬레우스의 절친이었던 '파트로클로스'가 아킬레우스의 무구를 대신 입고 나가 싸우다 헥토르에게 일격을 당해 그만 죽고 만다. 이로 인해 아킬레우스는 참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이게 된다.

 

  그리스인들은 이러한 '아킬레우스의 분노'에서 무엇인가 느꼈던 모양이다. 명예도 아니고, 전리품(이익)도 탐내지 않고, 조국의 승리를 위해서도 아닌 오직 '친구의 죽음'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복수의 화신이 되어 자신의 목숨조차 돌보지 않고 분노를 극으로 치닫게 하는 아킬레우스에게 열렬히 환호했던 셈이다. 이게 고대 그리스인들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일리아스>에 열광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핵심이다. 오직 친구(우정)만을 위해서 펄떡펄떡 뛰는 심장의 고동소리에 감동했던 것이다. 비록 그 분노의 끝이 자신을 파멸로 이끌게 만들었다하더라도 하더라도 그 불구덩이에 뛰어들고 마는 '용기'에 아낌없이 박수를 치면서 말이다. 당신에게도 그렇게 심장을 뛰게 만드는 친구가 있는가? 아니, 당신을 위해 기꺼이 하나뿐인 목숨을 걸고 용기를 내어줄 친구가 있느냔 말이다.

 

  한편, <오뒷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각자 고향으로 되돌아간 그리스 영웅들 중에 아주 오랜 방랑의 길을 떠나게 되는 모험가를 그려냈다. 전쟁이 10년 동안이나 이어졌는데, 고향 이타카에 도착하기까지 또다시 10년이란 세월을 속절없이 보낸 모험가 말이다. 바로 '오디세우스'다. 무려 20년 만의 귀환이다. 이런 오랜 기간의 방랑을 원해서 했던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그런 방랑을 누가 바랄 수 있단 말인가? 30세에 떠난 여행이었다면 50세에 이르러 겨우 여행을 마치고 고향으로 되돌아 온 셈이다. 그런데 우리네 삶이 그렇다.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 마치 오디세우스가 떠난 20여 년의 모험 또는 방랑과 무척이나 닮았다. 그래서 우리는 '오디세우스'가 겪은 10년의 모험담을 읽으며 수없이 겪게 되는 어려움을 극복해내고 마침내 고향땅을 밟아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고 뜻깊은 경험을 겪으며 어마무시한 삶의 지혜를 얻게 되는 축복(?)을 받은 셈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리아스>를 읽고 '친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오뒷세이아>를 읽으며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고 무엇보다 값진 '삶의 지혜'를 얻게 되는 경험담에 귀기울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일리아스>는 20대에 꼭 읽어보길 권하고, <오뒷세이아>는 40대에 꼭 다시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다른 나이대에 읽었을 때와 사뭇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서양문화의 이해'를 얻기 위해 읽거나 '그리스로마 신화의 연장선'으로 읽어도 나름 뜻깊은 일이 될 것이고 말이다. 나의 해석은 이렇다. 당신의 견해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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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중록 외전 아르테 오리지널 5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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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잠중록>을 다 읽었다. 드라마 <청춘월담>을 시청하면서 문득 이 소설을 떠올렸고, 읽다가 만 소설을 다시 꺼내 읽게 된 셈이다. 그런 연유로 끝까지 읽고나니 내가 이 소설을 그동안 잘못 읽었다는 생각을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에 나는 이 책을 '사극로맨스미스터리추리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재미나게 읽으면서도 '기묘하다'는 느낌에 빠져서 읽고 난 다음에도 찝찝함을 떨칠 수 없었던 것이다. 예를 들면, 뛰어난 재능을 지녔지만 늘 고독한 기왕의 마차에 뛰어든 묘령의 소녀 황재하가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는 '로맨스 소설'을 기반으로 미스터리한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그로 인한 여러 시체를 부검하며 사건의 실마리를 파헤쳐서 수사를 종결 짓는 '미스터리추리 소설'의 기법이 가미된 소설로 읽었으니, 두 남녀의 사랑과 서너명의 남녀가 얽히고 섥힌 삼각관계에 빠져들어 밀고 당기는 '러브라인'에 푹 빠져서 달콤한 연예감정에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느닷없이 살인사건이 벌어지며 온통 피투성이의 살해현장을 조사해 단서를 찾고, 피범벅인 된 시체를 부검해서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 명탐정 같은 기발한 추리를 하여 오리무중에 빠진 사건을 일단락에 해결하고 억울하게 누명을 쓴 피해자를 구해내고 진범을 밝혀 좌중을 놀라게 하는 방식으로 소설이 한편 한편 이어져갔다.

 

  헌데, <잠중록>은 그렇게 읽으면 안 된다는 것을 '외전'을 읽으면서 겨우 깨달은 것이다. '외전'에서는 우여곡절을 겪은 두 남녀 기왕과 황재하게 혼인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왕장군(왕온)이 멀리 떨어진 두 장소에서 동시에 살인을 저지르고 홀연히 사라져버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렇게 소설은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사건해결'을 위해 황재하와 주자진이 출동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기왕 이서백이 등장해서 위기에 빠진 황재하를 구해내고, 혼란에 빠진 수사선에서 '결정적 증거'를 찾아내어 흩어진 사건을 한데 모아 '사건의 진상'을 속시원히 밝혀내고 끝내 '진범'을 찾아내 마땅한 벌을 내리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하면서 이야기를 마치게 된다. 앞선 책과 달리 '외전'의 성격 때문인지 분량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어 더욱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 흘러갔더랬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로맨틱한 내용'은 상당부분 덜어내어 '추리소설의 맛'을 최대한 살려낸 이번 '외전'은 앞선 소설의 내용보다 훨씬 인상 깊었다. 그리고 난 무릅을 탁 칠 수밖에 없었다. 처처칭한의 <잠중록>은 '추리소설'이었구나...하고 말이다. 그렇다. <잠중록>은 로맨스소설에 추리기법을 가미한 소설로 읽기보다는 '추리 소설'이라는 생각으로 읽다보면 달달한 로맨스 기법이 그 맛을 더욱 살려주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읽어야 제맛이었던 것이다. 마치 따뜻한 와플을 먹으러 왔다가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얹어진 메뉴를 선택한 느낌과 시원한 아이스크림으로 입맛을 바꾸려다고 왔는데 퍽퍽한 와플이 씹히는 느낌은 사뭇 다를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 '추리소설'인데도 여러 단서를 조합해서 독자도 범인을 찾을 수 있는 방식이 아닌 사건과 단서를 어지럽게 나열하기만 하다가 아무도 풀어내지 못한 숙제를 황재하가 뜬금없이 "사건은 이미 해결 됐어요", 또는 "누가 진범인지 알려드릴게요"라면서 독자들을 어리둥절하게 연출하는 기법을 썼는지도 설명이 된다. 이런 방식이면 주인공에게 집중조명이 되며, 주인공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나머지는 철저하게 '조연'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은 '로맨스 소설'에서도 잘 써먹는 수법이다. 잘난 두 남녀 주인공이 '운명적인 커플'이 될 수밖에 없다는 '계시적 효과'가 더욱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든 것을 가진 기왕 이서백도 풀지 못하는 난제를 난데없이 등장한 미녀 황재하가 척척 해결해버리는 과정을 연출하면서 두 사람은 하늘이 맺어준 천생연분이라는 메시지가 확연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랑의 갈등'과 '연적의 등장',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알고 보니 친남매, 뛰어넘을 수 없는 신분의 벽 등등)'을 솔솔 뿌려주면 <로맨스 소설>의 공식은 더욱 완벽해지기 때문이다.

 

  난, 나름 <로맨스 소설>도 두루 섭렵을 했고, <추리 소설>은 중학시절부터 탐독을 해와서 두 장르 모두 너무너무 사랑하는 독자다. 그런데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장르를 한꺼번에 접할 수 있는 소설을 읽으며 웬지 모를 당혹감에 빠졌었던 것 같다. 달달함에 빠져들기엔 피비린내나는 살인사건이 너무 자주 일어나고, 미스터리한 사건을 추리해볼라쳤더니 사건의 실마리가 모두 밝혀지기도 전에 명탐정 같은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되었다고 하고, 해결된 사건조차 주인공의 설명을 듣기 전에는 짐작도 할 수 없어 '추리 소설을 읽는 맛'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하고 말이다. 그런데 이걸 거꾸로 접근하면 '<잠중록>만의 재미'가 느껴지게 되었던 것이다. 살인사건의 정황이 펼쳐지고 명탐정의 능력을 지닌 여주인공이 사건을 착착 해결하고,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에는 남주인공이 등장해 여주인공을 기적처럼 구해내고, 그런면서 '남주인공의 잘남'이 화려하게 수놓는 순간, '여주인공의 잘남'이 그 화려함에 빈틈을 메꾸어줄 '수려함'으로 등장하며 아무도 풀지 못한 살인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면서, 두 남녀의 사랑은 더욱 공고해지게 된다는 '로맨스 소설의 공식'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왜 이걸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을까? 암튼, 기묘한 소설로만 느껴졌던 <잠중록>을 제대로 읽을 수 있게 되면서 마무리하게 되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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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중록 4 아르테 오리지널 4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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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극로맨스 장르의 책을 읽으면서 따로 '역사공부'를 한 것은 처음이다. 드라마 <보보경심 려>를 보고서 소설 <보보경심>을 읽을 때도 청나라 옹정제의 치세 따위를 따로 챙겨보지 않을 정도로 무심한(?) 나였는데 말이다. 이 책의 배경이 '당나라 의종의 치세'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하도 '대당의 멸망'을 운운하고 있으니 궁금해서 좀 뒤적거리게 되었다. 그랬더니 의외의 인물이 등장해서 관심이 갔더랬다. 신라 6두품 출신의 천재적 인물 '최치원'이 당나라에 유학했을 당시가 바로 의종시절이었다고 한다. 물론 이 소설에서 최치원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곧이어 벌어질 '황소의 난' 때 최치원이 황소에게 격문을 보내 간담이 서늘하게 하였다고 하여 그의 문장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 하니, 이 소설에서 '대당의 멸망'을 소재로 삼아 미스테리한추리극을 연출하는 것이 마냥 소설속의 허구만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등장인물들은 모두 실존인물일까? 그것까지 자세하게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의종의 넷째 아우 '기왕 이서백'은 실존인물이며 무능한 의종에 비해 뛰어난 왕재를 지녔다는 풍문의 주인공인 것은 사실인 듯 싶다. 물론 한 번 본 것은 결코 잊지 않는 치밀한 지략가였는지도 확인불가인 탓에 '로맨스소설' 특유의 설정인 듯 싶다. 그런 고로 여주인공인 '황재하'도 허구의 인물일 것이다. 허나 냥야 왕가의 왕온은 실존인물이지 않을까 싶다. 비록 허구의 인물일지라도 실재 역사속 인물들 중에서 골라내었을 것이다. 또 다른 주인공 주자진도 고귀한 신분으로 '시체 검안'에 특기를 지녔다는 설정을 곧이 곧대로 믿을 순 없을 것이다. 허나 이 모든 인물은 '사극로맨스미스터리추리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키기 위해 작가의 고심과 철저한 안배였을 것이다. 이를 테면 역사에도 도통하고 추리에도 능한 작가의 뛰어난 재능이 만들어낸 역작이라는 말이다. 게다가 '여자작가'인 탓에 여주인공의 심리묘사가 탁월한 점도 '로맨스소설'로 탄탄하게 자리매김하는데 크게 작용했을 것이 틀림없다. 이 소설에서 여주인공의 감정굴곡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미스터리추리 소설'로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로맨스 소설'로는 자격미달이었을테니 말이다. 암튼 이토록 기묘한 장르로 '대하소설' 못지 않는 이야기를 술술 풀어낸 작가에게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허나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세 남녀의 밀고 당기는 달콤한 감정선이 '정치적 궁중암투'가 전하는 <역사 소설>의 무게감까지는 어찌어찌 감당할 수 있겠는데, 여주인공이 추리수사를 할 수밖에 없는 설정이라서 '연애감정'을 한껏 끌어올렸다가 '시체해부'를 하면서 코를 움켜쥐는 장면이 연출될 때는 달달해진 장면에 기껏 몰입했던 독자로서 감정선이 와장창 무너지길 여러 차례 반복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로맨스 소설>의 속성상 어쩔 수 없이 '해피 엔딩'으로 끝맺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나라가 망하고, 국운이 기울며, 여기저기 가까운 인물들이 속절없이 죽어나가는 피비린내를 연출하면서 '두 남녀의 사랑'이 결실을 맺게 될 것이고, '한 여자를 두고서 두 남자가' 목숨을 건 대결을 펼치니..."그만 좀 죽이면 안 되겠니?" 라는 갑갑한 심정이 극에 달할 지경이었다. 어쨌든, 대단원에 이르러서야 기왕과 황 수사관(?)의 사랑은 아름다운 결실을 이루었다. <로맨스 소설>로써는 당연한 결말이니 스포일러일 수도 없는 팩트다. 물론 여기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우여곡절이 독자들에게 신선한 재미가 충격적(!)으로 다가갈 것이 틀림없다. 여기서 '충격적'이라는 표현이 이 소설에서는 아주 딱 걸맞는 수식어일 것이다.

 

  암튼, 이 소설은 '기이한 소설'이었다. 사극 중에서도 '당나라'를 소재로 한 것이 많지 않은데, 그중에서도 '정치에는 무능하고 그저 놀기만 좋아했던 당나라 황제' 중에서도 으뜸가는 의종을 선택한 것도 신선(?)하기 그지 없었다. 흔히 당나라를 배경으로 한다면 태종 이세민, 헌종과 양귀비, 그리고 측천무후를 주로 다루기 때문이다. 물론 어지러운 시대상을 반영하여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연출하기에는 딱이었을 것이다. 거기다 추리소설이라면 '기이한 살인사건'이 꼭 있어야 했을 테니 폭군보다는 '무능한 임금'이 제격이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아주 탁월한 배경선택이었다. 또한 무능한 임금과 상반된 느낌의 뛰어난 인재였는데도 '황제'가 되지 못한 비운의 인물 '기왕 이서백'의 등장은 뭘 좀 아는 독자들에게 매우 반가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 비운의 주인공이 <로맨스 소설>속 주인공으로 재해석되어 등장하였단 것으로도 독자들에게 환호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마치 <구르미 그린 달빛>처럼 말이다.

 

  그렇다. 나는 이 소설에서 '조선의 마지막 희망'으로 수많은 독자들에게 환영받았던 비운의 왕세자 이영, 순조의 아들이자 헌종의 아버지인 효명세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구르미 그린 달빛> 말이다. 이 소설이 '로맨틱코미디'를 사극버전으로 풀어낸 역작이었기에 <잠중록>도 그런 느낌으로 읽기 시작했었다. 물론 드라마에서와는 달리 원작소설에서는 <사극로맨스 소설>의 분위기에 더욱 충실했지만 '구중궁궐에 잠입한 여자내시'라는 설정 자체가 코믹, 그 잡채였다. 그래서 <잠중록>도 의문의 살인사건에 휘말려 도망친 여주인공이 '기왕의 소환관'으로 잠입하는 것까지는 흥미진진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의문의 일가족 살인사건을 풀기도 전에 '기이한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여주인공은 어느새 '수사관'이 되어 '시체검안'을 하는 검시관과 짝을 이뤄 추리수사극을 연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장르의 전환은 이 소설이 처음이었기에 매우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그런 살인사건을 풀어내고 또 풀어내는 과정을 거쳐 드디어 '대당의 멸망'에 감춰진 비밀이 하나씩 풀려나가고 두 남녀의 사랑이 결실을 맺는 대단원에 이르고보니, 이 소설만이 가진 '색다른 맛'이 무엇인지 겨우 감을 잡게 되었다. 하긴 <보보경심> 때에도 '타임슬립'을 한 역사천재 여주인공이 '역사속 인물'과 조우하며 벌이는 암투와 사랑을 보며 기묘하다는 느낌을 받았더랬는데, 이 소설도 그에 못지 않았던 셈이다. 뭐, 이것이 '대륙의 스케일'인가 싶기도 하지만, 아직은 이렇다 할 결정은 내리지 못하겠다. 이제 <외전>이 나왔으니, 그 책까지 섭렵한 뒤에 뭐라도 결정을 내려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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