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원전 완역판 9 : 출사
요시카와 에이지 엮음, 바른번역 옮김, 나관중 원작 / 코너스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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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Review MDCCCLXXXII / 코너스톤 10번째 리뷰] 나는 시절이 하수상할 때마다 <삼국지>를 읽는다. 물론 수상하지 않을 때도 읽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하수상할 때 읽어야 제맛인 책이라 여겨서, 또다시 '탄핵정국'이 되어 버린 이 시점에 다시 <삼국지>를 꺼내 읽었다. 벌써 몇 번째인지도 모르겠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만큼 그 수를 헤아리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테지만 말이다. 그 가운데 이 책 <삼국지 원전 완역판>을 다시 꺼내 읽은 까닭은 이 책의 리뷰를 쓰다 말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책을 꺼내 읽은 까닭이 '너무 좋은 책'이라서가 아님을 밝혀두는 바다.

이 책이 '그리 좋은책'이 아니라는 까닭은 저자가 일본 작가이고, 펴낸 시기도 '태평양전쟁 발발' 직전(1940년)이기 때문이다. 그 당시 일본제국주의가 바라는 것이 무엇이었겠는가? 조선을 발판으로 삼아 만주를 넘어 대륙 깊숙이 침략에 성공해 아시아 전체를 주름잡는 '대동아공영권'을 실현시켜 일본 중심의 패권국가 완성에 방점을 찍으려던 야욕을 분수에 넘치도록 뿜어낼 때가 아니더냔 말이다. 그렇다고해서 요시카와 에이지가 이 책을 통해서 '제국주의의 팽창'을 완수하려는 야심을 부렸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일본인의 우월감'에 쐐기를 박기 위해 역사적 자신감에 뿌리를 깊이 박자는 의도(?)가 아주 없지는 않았을 것이란 느낌적인 느낌을 작품 속에서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왜 이런 책이 오늘날까지 한국독자들에게 회자되는 까닭이 무엇일까? 해방 이후에 우리 나라 <삼국지>의 '정본' 역할을 한 책이기 때문이다. 특히 친일파로 거론되는 정비석의 <삼국지>가 해방 직후부터 90년대까지 널리 읽혔고, 고우영의 <만화 삼국지>도 요시카와 에이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정도로 한국독자들에게도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책이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에야 이문열의 <평역 삼국지>, 황석영의 <정역 삼국지>가 나와 '한국판 <삼국지>'를 읽을 수 있었으니, 많이 늦은 감이 깊다. 허나 그런 의미에서 '비교분석'을 할 수 있으니 '한중일 <삼국지>'를 서로 비교하며 읽는 맛도 나름 솔솔할 것이다. 꽤나 확연한 차이가 있으니 쉽게 분별할 수도 있고 말이다.

암튼,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 솔솔한 맛을 몇 자 적어보기로 하고, 일단 <삼국지 원전 완역판 9 : 출사>의 내용은 '관우의 죽음'부터 '제갈량의 출사표'까지다. <삼국지>에 익숙한 분들은 대충 어느 지점인지 가늠이 되실 것인데, 잠시 설명을 덧붙이자면, 후한의 황제 '헌제'가 위나라 조비에 의해 폐위되고 '위황제'로 등극하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이로써 천하는 '위, 촉, 오' 삼국으로 확고해졌고, 새로워진 천하의 주인이 되고자 삼국이 각축전을 벌이게 되는 것이 주된 스토리다. 여기서 이문열은 자신이 쓴 <평역 삼국지>에서 전반과 후반을 나누는 기준으로 삼을 만 하다고 했는데, 그 까닭은 <삼국지>의 초기 주역들이 이즈음에 대거 사망하고, '새로운 세대'의 뉴페이스들이 등장해서 대결을 이어나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초기의 주역들이 모두 죽고 난 다음에는 사실상 <삼국지>를 읽는 맛이 현저히 줄어드는 현상도 함께 일어나기 때문이 이문열의 평은 '시의적절'하다고 할 수 있겠다. 솔직히 '유관장 세 주인공'이 사라지고 난 뒤에 벌어지는 '후삼국지' 이야기는 몰입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제갈량의 출사표가 발표되고 대대적인 공방전이 펼쳐지는데도 읽는 재미는 훅 떨어지는 현상을 막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절묘하게도 요시카와 에이지는 이렇게 '후반의 줄거리'를 대폭 줄여 제갈량의 죽음으로 이야기를 급 마무리해버린다. 그래서 이 '일본판 <삼국지>'가 대중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만 쏙 골라서 추려놓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이 '역사적 고증'에서는 가장 빈약한 <삼국지>로 꼽히는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재밌는 부분만 골라서 '짜깁기'를 한 대가인 셈이다. 그래서 이 책만 읽고서 <삼국지>를 다 읽었다고 말한다면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왜냐면 <삼국지>의 진정한 승리는 위촉오 삼국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마 씨'가 세운 '진(晉)나라'가 차지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역사시간에 배우는 '위진 남북조 시대'의 바로 그 진나라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그 부분을 간략하게 써내려갔고, 그마저도 왜곡한 부분이 많아서 읽을 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읽어야만 그 진위파악을 제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9권에서는 매우 많은 인물들이 사라져 간다. 형주 탈환을 두고서 '관우 vs 여몽'이 한판 대결을 펼치는데, 관우도 죽고 여몽도 죽고 만다. 그렇게 촉과 오에 모두 상처만 남기고 끝나나 싶은 싸움은 유비의 복수를 시작으로 다시 재점화된다. 이 과정에서 '장비'도 어처구니 없이 죽어버리고, '유비'는 이릉전투에서 오나라 신예 '육손'에게 대패를 하면서 서거하게 된다. 이 전투 직전에 노익장을 자랑하던 '황충'도 죽는다. 마초는 더 이른 시기에 요절하고 말았으니, 촉나라를 대표하는 '오호대장군' 가운데 조운을 제외하고 모두 죽고 만다. 한편, 위나라에서도 조조가 오랜 지병으로 죽고 만다. 조조의 지병을 마지막으로 치료하려 했던 '화타'도 그만 죽고 말고, 조조의 아들들도 왕위를 두고 갈등을 벌이다 막내 조웅은 자결하고, 셋째 조식도 조비의 미움을 사서 얼마 살지 못한다. 그리고 장료, 하후연, 하후돈 등도 모두 늙어서 죽고 만다. 삼국 가운데 오나라는 '세대교체'가 비교적 빨리 되는 바람에 손견, 손책, 주유, 노숙 등이 이미 죽어버렸지만, 관우의 죽음 이후에 오나라도 적지 않은 인물들이 교체되어 버리고 만다.

자, 이렇게 '세대교체'가 된 이후의 위촉오 삼국은 누가 대결을 하게 될까? 아쉽게도 오나라는 '촉오동맹'을 이루고 난 뒤에 비중이 현저히 줄어들고 만다. 왜냐면 '제갈량 vs 사마의'의 대결로 집중되기 때문이다. 이 대결은 10권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므로 잠시 미루고, 먼저 유비 사후에 촉나라의 재건을 위해 바삐 움직이는 제갈량이 '남만 정벌'을 한 부분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왜냐면 위나라의 사마의가 촉나라를 공략할 때 '남만의 맹획'을 이용해 촉의 후방을 공격해왔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촉나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지는 않았으나 이를 어떡하든 해결하지 않고서는 '출사표'를 완수하지 못할 것이기에 제갈량은 머나먼 원정을 기획하게 된다. 그리고 '칠종칠금'이라는 믿지 못할 전공을 세운다.

<삼국지>에서 묘사하는 '남만'은 오늘날의 미얀마 일부로 볼 수 있단다. 중국 남부의 운남성 일대를 일컫는다지만 그 당시의 기술로 밀림이 울창한 지역을 대군을 이끌고 공략했다고 보기에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삼국지>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공략을 하였다면서 별의별 이야기를 다 갖다 붙였다. '정사'에서도 이 부분은 그렇게 심도 깊게 다루지 않는 관계로 그냥 그런 갑다하고 읽어도 무방한 분량이다. 하지만 막상 읽고 있으면 흥미진진한 면이 없지 않다. 흡사 '중국 무협지'를 읽는 기분도 나니 지루할 틈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부분이 중요한 까닭은 '제갈량의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게 두드러지는 내용으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이다. 과연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천부적인 재능'에 '천운'까지 따르는 면모를 보여주는데, 이 남만정벌 이후에 '출사표'를 던지는 것이 바로 신의 한수로 보이기 때문이다.

딴에 '정사 삼국지'에서는 '제갈량 vs 사마의'의 대결에서 촉나라의 연전연패를 볼 수 있다.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린 출사표의 진실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기 위해서 '남만정벌'이 필요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서 '중국 <삼국지>'에서는 촉한정통론을 내세워서 그런 것이라는 평을 내리기도 하는데, 역사의 진심인 한국 독자들에겐 매우 낯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런 '낯섬'을 우리가 잘 느끼지 못하는 까닭은 이미 이렇게나 '낯선 <삼국지>'의 내용을 거의 '정본'처럼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매우 비판적으로 읽어야 할 대목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그럼 이런 '탄핵정국'을 맞은 우리가 이 책에서 되짚어보아야 할 대목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헌제의 폐위' 과정이다. 한(後漢)나라의 정통은 누가 뭐래도 '헌제'에 있다. 그런데 이를 조조가 볼모로 삼아 국정을 오랫동안 운영해온 탓에 한 나라의 정통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고, 그의 아들이 조비가 아예 '찬탈(선양을 가장한)'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무도한 짓을 어찌 감행하려 했을까? 바로 힘이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했던 시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힘'이 있다하더라도 '해도 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는 법이다. 동양사상에서 임금이 무능하면 '역성혁명'이 가능하다는 논리는 널리 인정받는 바다. 그러나 임금이 무능하지도 않은데 '힘'으로 빼앗으면 역적으로 내몰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성공한다'면 영웅이 되는 걸까? 중국내에서 현재까지도 '촉한정통론'이 우세한 까닭이 말해준다. 조조가 세운 위나라에 정통성 따윈 없다고 말이다.

윤석열 씨는 아마도 가장 존경하는 이가 '전두환'일 것이다. 전국민의 밉상으로 낙인 찍힌 '전두환'의 영웅신화는 바로 '성공한 쿠데타'에서 비롯되었다. 그가 집권한 제5공화국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 윤석열의 파라다이스였을 것이다. 그래서 '비상계엄령'을 과감히 선포했다. 성공하면 영웅이 될 수 있고, 독재도 할 수 있다는 셈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전두환이 과연 성공했나? 그는 사형선고를 받고 죽을 목숨이었고, 어찌어찌 목숨만 살아서 연명하는 삶을 살다 죽었다. 온국민의 욕받이가 되어서 말이다. 물론 그의 일생은 '호화로움' 그 자체였을 것이다. 독재시절에 쌓아놓은 부와 권력의 후광이 그를 오래도록 잘 먹고 잘 살 수 있도록 했을지 몰라도 그는 대한민국에서 철저히 배척받는 처지였다. 과연 이런 전두환을 롤모델로 삼아 멋대로 굴다가 '탄핵정국'을 맞이했다. 아직 '탄핵심판'까지 기일이 남아 있긴 하지만, 설령 심판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하더라도 그는 이제 끝장났다. 아무리 '극우세력'이 끝까지 저들을 비호한다해도 '국민의 심판'을 결코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삼국지>를 읽으면 그 시대의 명암이 고스란히 보인다. 누가 잘나고 못났는지도 명확해지고 말이다. 오랫동안 회자된 덕분이기도 하지만, 자기만의 시각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즐거움도 선사하니 필독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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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과학 2 - 과학에서 출발해 철학으로 나아가는 1분 드라마 1분 과학 2
이재범 지음, 최준석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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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Review MDCCCLXXXI / 위즈덤하우스 37번째 리뷰] 얼핏 '과학'과 '철학'은 별상관이 없는 것 같지만, 고대의 '자연철학'이 근대과학이 출현하기 전까지 과학의 영역을 탐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과학은 철학적 고찰의 바탕 위에 쌓은 금자탑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과학적 탐구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철학을 향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 <1분 과학>은 바로 그런 시도의 견본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권에 이어 2권에서도 '과학 철학'을 맘껏 향유했는데, 2권에서는 '인공지능'에 대한 고찰을 많이 다뤘다. 특히 '특이점' 이후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똑똑하고, 더 뛰어난 능력을 갖게 되면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라는 질문에 깊이 고심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살짝 머리가 아프면서도 꽤나 흥미로웠다. 무슨 내용이었기에 머리가 아플 정도였냐고? '인공지능'의 기능 가운데 '알고리즘'을 종교적 관점의 '신'에 비유하면서, 알고리즘의 전지전능한 면모를 감안하면, 과연 '인간의 자유의지'가 더 이상 필요하느냐? 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나는 '나'를 가장 잘 알고 있을까? 라는 질문에 몇 %의 확신을 가지고 '네'라고 답할 수 있겠느냔 질문이다. 만약 100%가 아니라면, 당신보다 '당신'을 더 잘 알고 있는 '알고리즘'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 드는가? 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겠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당신이 무심코 누른 '좋아요'가 당신에 대한 알고리즘을 생성하고, 그 좋아요의 개수가 10개면 '직장 동료'보다 알고리즘이 당신을 더 잘 알고, 70개면 당신의 '친구들'보다 더 잘 파악하며, 150개면 당신의 '가족'보다, 300개면 당신의 '배우자'보다 당신을 더 잘기에 충분하다고 한다. [페이스북(현 '메타')의 근거자료]에 따르면 말이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당신이 페이스북 등등의 SNS에서 누른 '좋아요'가 당신의 성향을 파악해서 당신이 '판단'하기도 전에 당신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SNS 목록으로 제공해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처음 몇 번의 '검색' 단계를 거치며 선택과정을 낱낱이 지켜본 '알고리즘'이 당신의 성향을 거의 완벽히 파악해서 더이상의 '검색'을 할 필요도 없이 당신의 원하는 목록을 '대신' 선택해주고, 당신은 고민할 필요도 없이 '알고리즘'이 제공해준 목록에 만족해하는 과정을 거치다가 얼마 가지 않아 '알고리즘이 추천해준 것'만을 누르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거란 말이다. 왜냐면 알고리즘이 '당신'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싫어하고, 관심이 없는 것은 '알아서' 걸러준다는 얘기다. 참 편리하면서 무시무시한 이야기다. 당신은 결국 '알고리즘의 노예'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알고리즘이 '생각'한대로, 아니 '보여주는'대로 당신은 그저 '누르기'를 할 뿐이란 말이다.

이 말에 애써 부정하고 싶을 것이다. 실제로 당신은 '검색창'에 새로운 단어를 마구마구 써나갈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부질없는 짓이다. 당신은 '검색창'에 새로운 단어를 검색한다고 믿겠지만, 당신이 검색하는 단어는 '특정분야'로 한정되어 있을 뿐, 그 범주밖으로 절대 벗어날 수 없다. 알고리즘은 그런 것까지 미리 파악하고, '특정분야' 이외의 검색창은 아예 빼버렸기 때문에 당신은 '그밖의 검색어'를 누를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되고 만다. 굉장히 무시무시한 이야기다.

이쯤 되면, '인공지능' 기술개발을 더는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지금까지의 개발만으로도 충분히 편리한데 '그 이상으로 똑똑한 인공지능'을 굳이 만들 필요가 있겠냐고 말이다. 그런데 그걸 멈출 수가 없다. 왜냐면 현재 'AI 강국들'이 이렇게나 강력한 알고리즘을 '선점'하기 위해서 부단히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보다 더 똑똑해지는 '특이점(싱귤레리티)'이 애초의 예상인 2045년보다 더 앞당겨질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고, 가장 먼저 '선점'하는 나라가 전 세계의 '인공지능 알고리즘 시장'을 선점하게..아니 '독점'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알고리즘 기술은 '선점'하는 순간 인공지능 스스로 학습을 할 것이기 때문에 멈출 수도 없고, 한 번 앞서게 되면 '후발주자'는 결코 뒤집을 수 없게 된다. 한마디로 '기술 격차'가 점점 벌어지면 벌어지지 '역전'할 수 있는 기회가 절대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독점'을 하게 되면 그로 인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천문학적인 규모일텐데, 인간의 욕심이 근절되지 않는 이상 결코 '인공지능 알고리즘 기술 발전'을 멈추거나 자제할 멍청이는 없게 된다.

자, 그렇다면 '특이점' 이후의 인공지능은 과연 인간에게 무한한 행복을 제공해줄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겠다. 그렇다고 보는 쪽은 '낙관론자'이고, 그렇지 않다고 보는 쪽은 '비관론자'라고 답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미래'에 벌어질 일이기 때문에 누가 맞고 틀린지 현재로서 가늠할 길은 없다. 하지만 낙관적인 관점보다 비관적인 관점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왜냐면 현재까지 개발된 '인공지능'에게 던진 질문에서 '인간'을 절멸시키겠다고 선언한 인공지능이 상당수 있었기 때문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인공지능이 쌓은 지식데이타가 모두 '인간의 지식'이기 때문이다. 그간 인간은 '인간'을 긍정적으로 보기보다 부정적으로 평가해온 결과치다. 인간은 '인간'을 믿지 못한다. 왜냐면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지식을 '인공지능'에게 주입하고서 인공지능에게 지구의 미래를 위해서 인간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느냐고 묻는다면, '절멸시켜야 한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지 않느냔 말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인공지능' 개발은 인류의 멸종을 앞당길 뿐이라고도 한다. 이조차 '부정적인 결론'을 내린 결과다.

그럼 이제부터라도 '인간은 선한 존재다'라는 명령어를 인공지능에게 강제 주입해야만 하는 걸까? 그러기엔 2045년까지 남은 기간이 너무 짧고, '긍정적인 지식데이타' 또한 매우 적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인공지능의 특이점'을 실현불가능하게 현단계에서 포기하는 것이지만, 인간의 욕심이 과연 그런 결정을 지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인간은 이미 이런 실수를 했다. 핵폭탄이 바로 그런 예다. 현재까지 만든 핵폭탄의 개수만으로도 충분히 인류를 절멸시키고도 남을지경인데도, 여전히 더 만들고 있지 않느냔 말이다. 다행히 더는 핵폭탄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실제로도 2발(공식적으로 말이다)을 빼곤 더는 써먹지 않았다. 그런데 '인공지능'도 이처럼 절제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인공지능'은 딱 한 번만 실행시키는 것으로도 절대 멈출 수 없다. 그러니 아예 '실행'단계에서 실시하지 않아야 하는데, 인간의 의지가 과연 그토록 굳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인간은 엄청난 참극을 '실제로' 지켜보고나서야 제대로 '후회'하는 어리석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자, 여기까지 '1분 동안' 과학으로 철학을 논해보았다. 나름 즐겁지 않은가? 흥미로운 질문이 마구마구 쏟아지지 않던가? 이 책의 묘미가 바로 이것이다. 나머지 철학적 이야기는 직접 책을 읽으며 즐겨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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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없이 혈당 잡는 법 - 당을 알아서 낮추는 무적 체질 만들기
가토 마사토시 지음, 나지윤 옮김 / 유노라이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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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Review MDCCCLXXX / 유노라이프 1번째 리뷰] 건강할 땐 이런 책에 관심도 없었는데, 나이가 들어 건강에 '적신호'가 깜박거리자 한권 두권 손길이 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읽다보면 알아두어서 좋은 '고급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에 젊어서 건강할 때 미리미리 읽어두면 좋을 것이다. 나도 미리 알았더라면 더 건강할 수 있었을텐데 싶은 책이 좀 많았다. 하긴 20년 전에는 이런 책이 드문 편이었으니 읽고 싶었어도 찾아 읽기 힘들었을 것이다.

건강에 관련된 책들의 특징은 '작가마다' 독특한 건강비법을 알려주려 한다는 점이다. 이런 책의 작가들은 대개 의학 경험이 풍부한 '의사'나 '약사'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축적'된 의학정보를 한 권의 책으로 선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실제 '임상' 결과를 보여주고 있기에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질병'을 다룬 건강정보책인데도 서로 다른 견해를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내가 그간 읽은 '당뇨 관련책'들은 모두 세 권인데, 하나는 '체중감량'이 우선이라고 하고, 둘은 '식이요법에 방점을 찍고, 셋은 '근력운동'이 필요충분조건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결국 '당뇨병'을 잘 다스리기 위해선 '모든 것'이 다 중요하다는 결론만 남는다. 다시 말해, 결국엔 같은 말인데, 저마다 쌓아온 '경험'이 달라서 견해만 살짝 다를 뿐, 병을 치료하기 위해선 '원인'을 파악하고, 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결국엔 똑같은 이야기이니 어떤 책을 읽든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왜냐면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듯이 '같은' 질병이라 할지라도 사람마다 '다른' 치료법이 더 잘 맞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다양한 책을 많이 접해보고 '자신에게 딱 맞는 치료법'을 찾아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뭐, 당연한 말이긴 하지만, 나는 꽤나 많은 책을 읽고 나서야 깨닫은 진리다. 이런 걸 누가 가르쳐주지 않으니 스스로 깨우치지가 정말 힘들다.

이 책은 '혈당'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며, '혈당'이 높아서 관리가 필요한 분들에게 유용한 책이다. 그렇다고 '당뇨'가 심하게 진행되고, 앓은 지 오래된 분들에겐 아쉽지만 크게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다. 왜냐면 이 책은 '당뇨약'을 복용하지 않고 '혈당'을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미 혈당이 치솟을대로 치솟은 분께는 별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까닭으로 '당뇨 전 단계'나 '당뇨 초기'인 환자분이 읽고 따라하기에 좋으며, 아직 건강검진에서 별 이상이 없다는 소견이 나왔지만, 이상하게 무기력하고 몸이 나른하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읽어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쉽지만 '당뇨치료법'이 아닌 '당뇨예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는 점을 알아두면 좋겠다.

거두절미하고, 이 책의 핵심은 '혈당'을 잡고 싶다면 운동을 하고, 단백질을 섭취하라는 것이다. 보통 혈당이 치솟으면 우리 몸속의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어 높아진 혈당을 내리는 일을 하는데, 계속 당(탄수화물)을 섭취하면 고혈당이 되어 인슐린이 분해하고도 남은 당이 핏줄을 타고 온몸을 돌며 우리 몸을 망치게 만들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를 흔히 '당뇨병'이라고 한다. 그럼 당뇨병이 왜 무서운 병인가? 사실 당뇨병만으로 사람이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혈관속에 당성분이 많아지면 제대로 분해되지 않고 쌓이게 되고, 이로 인해 '동맥경화'가 일어나 혈관이 막히기도 하고, 실핏줄(모세혈관)이 모여 있는 곳(손끝, 발끝, 시신경, 콩팥 등)을 가장 먼저 망가지게 만들어서 사지절단, 실명, 신장투석 등등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수많은 질병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무서운 병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당뇨는 '초기증상'을 전혀 못느끼기 때문에 자칫 혈당관리가 늦어지게 되어 '심한 증상'을 느낄 정도가 되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건강상태'가 되어 치명상을 입기 때문에 무서운 질병인 것이다. 하지만 이를 다르게 생각하면 '당뇨 초기'라면 아직 건강해질 기회가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니 무작정 두려워만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당뇨에 걸리면 무조건 '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오해를 하는데, 약의 효과는 '일시적'이라는 사실을 알면 약에 의존하기보다는 약을 먹지 않고도 '혈당'을 내릴 수 있는 방법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이 바로 '운동'과 '단백질 섭취'다.

첫 번째, 혈당을 잡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하는 까닭은 우리 몸속에 들어온 '당(탄수화물)'은 우리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이 에너지원을 다 소모시키면 아무리 많은 당을 섭취해도 혈당이 치솟지 않게 되는 원리다. 그렇다면 에너지원을 어떻게 소모시킬 수 있을까? 아주 쉽다. 움직이면 된다. 물론 '뇌활동'이 가장 많은 에너지원을 소모하기 때문에 공부를 하면서 머리를 많이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이런 뇌활동으로 쓰고 남은 에너지원이 '찌꺼기'로 바뀌었을 때, 이를 말끔히 청소해주는 방법이 바로 '운동'인 셈이다. 결국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당'은 소모되지 않으며, 다 소모되지 않은 당은 피속으로 모여 '혈당'을 높이고, '고혈당'이 되면 우리 몸의 세포를 공격해서 수많은 질병의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

그럼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애초에 '당'을 먹지 않거나 적게 먹으면 '혈당'을 낮출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맞는 말이긴 한데, 사람이 식물이 아닌 이상 최소한의 움직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어차피 '당(탄수화물)'을 섭취해야 한다. 그리고 아무리 적게 먹는다하더라도 평소 '움직임'이 거의 없으면 그 적은 양의 당조차도 다 소모하지 못하고 '혈당'을 치솟게 만든다. 이게 바로 '마른 당뇨'의 원인이다. 그렇다고 당섭취를 아예 하지 않으면 '에너지원'이 부족한 우리 몸은 더는 움직일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니 적당히 당섭취를 하고 적절한 운동으로 소모하는 건강한 습관을 들이는 것이 최선인 셈이다.

두 번재, 혈당을 잡는 몸으로 만들고 싶으면 '단백질'을 섭취해야 하는 까닭은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이 '당'을 소모시키는 곳이 바로 '근육'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몸속에 당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어 소모시킨다. 하지만 인슐린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췌장이 쉬이 지치게 되고, 끝내 췌장이 지쳐서 기능을 상실하면 더는 '인슐린'을 분비하지 못하기 때문에 당을 분해시킬 수 없게 된다. 그럼 분해시키지 못한 당은 '내장지방'을 쌓이게 만들고 '고도비만'이 되어 결국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게 된다. 그런데 인슐린 분비가 없어도 당을 효과적으로 분해시키는 곳이 바로 '근육'이다. 그러니 근육을 키울 수 있는 운동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근육이 당을 분해시키다보면 '근 손실'이 일어나게 된다. 한마디로 '근육'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근육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 운동 후에는 꼭 단백질 섭취를 해서 근육을 보충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당을 우리 몸이 알아서 해결해주는 생활습관을 갖게 되면 '혈당'은 저절로 잡힌다는 얘기다. 물론 '당뇨 전 단계'나 '당뇨 초기 단계'에 있는 분들에게 해당하는 얘기다. 그렇다고 '당뇨가 심한 분들'에겐 전혀 효과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그분들은 약의 도움을 받아 '혈당수치'와 '체중감량'을 하면서 적절한 운동과 단백질을 섭취하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허나 당뇨가 상당히 진행된 분들은 이미 몸이 허약해진 경우도 있기 때문에 '과도한 운동'이나 '과도한 단백질 섭취'가 오히려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당뇨병'이 심한 분에게 해당하는 치료법이 적혀 있지 않다. 어디까지나 '당뇨약'을 먹지 않아도 될 정도의 경미한 증세일 때, 이 참에 약을 끊고 '약 없이도' 혈당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건강이나 질병은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 그러니 천편일률적인 '치료법'은 그저 참고만 하고서 '자기만의 방법'으로 건강을 되찾는 방법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왜냐면 '기적'이라고 불리는 일이 의학계에서는 자주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건강정보를 다룬 책들은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좋다. 어떤 방법이 '나에게' 딱 맞는 방법일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문적인 의사나 약사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러니 내 건강은 내가 챙기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더 중요한 것은 '살겠다'는 의지이고 말이다. 전문가는 그런 살고 싶은 환자들에게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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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스트 컴퍼니 - 실리콘밸리 천재들의 꿈을 완성하는 마지막 회사 엔비디아의 성공 원칙
정혜진 지음 / 한빛비즈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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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Review MDCCCLXXIX / 한빛비즈 161번째 리뷰] 이 책의 제목이 참 인상적이다. <더 라스트 컴퍼니>라니. '마지막 회사'라는 뜻이 아닌가. 마지막이라고해서 끝장난 회사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끝내주는 회사'라는 뜻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약 3만 명이라는 적은 수의 직원을 채용하고 있는데도, 1인당 200만 달러가 넘는 생산성을 보여주고 있는 실로 끼깔난 회사로 명망이 높다. 그런데도 이곳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은 "이 회사에서 은퇴하고 싶다", "이 기업을 마지막 회사로 삼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장기근속'을 하는 직원들이 많단다. 왜냐면 '조직 문화'가 남다르기 때문이란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엔비디아'가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회사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비록 엔비디아 주가가 폭등하고, AI를 작동시키는데 필요한 반도체를 거의 독점적인 위치로 생산하는 유일한 회사라는 뉴스로 알려지기 전까지 잘 몰랐던 회사였지만, 엔비디아가 만들어진 때가 1993년 4월이었단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30여년 전이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아주 서서히 성장해온 기본이 탄탄한 회사였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수도 있겠다. 이렇게나 오래 된 회사가 그럼 꾸준히 성장을 했는데도 우리가 그동안 몰랐단 말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엔비디아도 몇 차례나 '폐업설'이 돌 정도로 극심한 침체를 겪기도 하고, 기적처럼  '회생'하기도 하면서 심한 부침을 겪은 회사였다. 그 가운데 1997년과 2009년은 정말 위험했다. 그리고 엔비디아에서 만든 제품도 매번 성공적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토록 파란만장한 시기를 거치면서도 변치 않은 '조직문화'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엔비디아를 24년 현재 '반도체 제국의 패권'을 장악하게 된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엔비디아의 '조직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 우리는 서울대에 합격한 '수능만점자'의 비결을 매년 뉴스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이 전하는 한결 같은 멘트는 "교과서 중심으로 학교 수업에 충실히 공부했구요. 사교육은 전혀 받지 않았어요. 잠은 많은 편이라서 8시간 정도는 푹 잤던 것 같아요."라는 답변이다. 과거에 학력고사 시절에도 이와 똑같은 답변을 들었던 것 같은데, 수능시험으로 바뀐 요즘에도 그런 뻔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거짓말일까? 물론, 사교육 입시컨설팅의 도움을 받아 수능 고득점과 수시 합격을 한 학생들이 판을 치고 있으니 거짓말일 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흔히 말하는 '공신(공부의 신)들의 비법'은 특별한 것이 없다. 여기서 특별한 것이 없다는 말은 '평범하다'는 뜻이 아니라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상식적인 비법이라는 뜻이다.

다시 엔비디아 이야기로 돌아가서, 엔비디아가 이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을 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우리의 기대를 넘어선 '특별함'이 있었을까? 사실 그리 특별한 점을 찾지 못했다. 부서는 달라도 하나의 팀으로 손발이 잘 맞았고, 위계는 없앴으며, 소통은 원활하게, 일은 깐깐하게,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를 통해서 배울 것이 있으면 곧바로 줍줍하는 등등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성공 원인들을 그저 '실천'했을 따름이다. 그럼에도 조금 다른 면모가 있다면, 첫째 '간절히 원하는 것'을 실천하라. 둘째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확실히 도와주고, 셋째 내가 '도울 수 없는 일'이면 도와줄 수 있는 사람에게 '연결'해주라는 정도였다. 사실 이것은 엔비디아만의 독특한 문화는 아니다. 실리콘벨리에 있는 기업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문화라는 것이다.

사실 일반 사람들의 주된 관심은 '엔비디아 주식'이 언제까지 오를 것인가? 지금 당장 사도 큰 수익을 낼 수 있을까? 정도일 것이다. 이런 투자 관심으로 이 책을 읽었다면 솔직히 많이 실망했을 수도 있다. 왜냐면 '원하는' 답변을 얻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책에 그 답이 있기는 하다. 왜냐면 지난 30년 간 엔비디아가 엎치락뒤치락하며 주가가 심하게 요동을 치다가 'AI 관련 이슈'가 부각되면서 떡상(급상승)을 한 과정을 눈여겨 본 이들이라면 이미 눈치 챘을 수도 있다. 그건 바로 엔비디아가 특별히 잘 해서 주가가 떡상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엔비디아는 그저 '한결' 같았다. 영업이익이 오르고 내렸을 뿐, 엔비디아는 늘 한결같이 '최고의 제품'을 만들려 총력을 기울였고, 그리고 그 결실을 '확실히' 보여줬다. 그리고 그렇게 완성된 제품을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생산'해낸, 기업이라면 당연히 해내야 할 것을 해냈을 뿐이다. 그런 한결같음이 지금의 엔비디아를 최고의 자리로 오르게 만들었고, 앞으로도 최고일 것이 틀림없는 공고한 위치를 갖게 만들었다.

물론, 한때 세계 최고였던 기업들이 '흥망성쇠의 과정'을 보여준 것처럼 엔비디아도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이 자명하단 점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의 실리콘벨리 기업들이 그랬고, 일본의 전자기업들이 그랬으며, 한국의 삼성전자도 그런 수순을 밟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조직문화'가 보여주는 것이 제대로 작동하는 한은 쉽게 망조가 들지는 않을 것이다. 엔비디아 주식투자를 고려중인 분들에게는 '이런 점'을 눈여겨 보시라고 설명하면 해답이 되리라 믿는다. 사실 엔비디아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이라도 이처럼 '건전하고 혁신적인 조직문화'를 보유하고, 시기에 따라 적절히 '변화'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전략을 갖춘다면 엔비디아와 똑같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엔비디아의 '특별함'이 아닌 '평범한 원칙'일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성공할 것이라는 불변의 믿음이고, 최고를 추구하고, 그것이 이루어질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을 찾으려 아이디어를 모아 실행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성공 시나리오를 엔비디아가 보여줬으니 '또 다른 성공신화'도 계속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이 책이 전하는 핵심적인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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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쩌미 세계로 쩜프! 2 : 차오 이탈리아 민쩌미 세계로 쩜프! 2
툰쟁이 그림, 한바리 글, 샌드박스 네트워크 감수, 민쩌미 원작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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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Review MDCCCLXXVIII / 위즈덤하우스 36번째 리뷰] 세계문화 체험을 하는 두 번째 책이다. 이번엔 '축제의 나라, 이탈리아'로 떠났다. 이탈리아는 과거엔 '로마제국'이라는 강력하고 화려한 문화의 꽃을 피운 나라이지만, 로마제국이 무너진 중세 이후에는 이웃나라의 간섭을 받아 근대 이후 '통일 이탈리아'가 등장하기 전까지 꽤나 혼란스런 시기를 보낸 나라다. 하지만 지중해를 '앞 마당'처럼 주름 잡던 로마제국이었기 때문에 이탈리아 반도는 지중해로 나가는 아주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탈리아는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더 일찍 '중동의 이슬람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대부분의 유럽 국가가 '암흑의 중세 시대'를 보낼 무렵에 선진 문화를 빠르게 흡수하며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할 수 있었다. 그런 탓에 이탈리아에는 다양한 축제 문화가 화려하게 꽃 피울 수 있었다. 지금도 이탈리아 곳곳에서는 다양한 축제가 벌어지며, 특히 1268년에 시작한 베네치아 카니발(매년 1월 말~2월)은 이탈리아 최대 축제로 불리고 있다. '가면무도회', '비엔날레', 시에나 팔리오 '경마 대회' 등이 열리며, 그밖에도 최초의 국제 영화제인 베네치아 국제 영화제, 볼로냐 국제 도서전 등도 있답니다.

그럼 이탈리아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 갖고 있어야 할 '사전 지식'은 또 무엇이 있을까? 무엇보다 로마제국 시절에 지어진 '건축물'에 대해서 알아두면 좋을 듯 싶다. 검투사들이 목숨을 건 결투를 벌였던 '콜로세움', 모든 신들이 잠들어 있는 '판테온',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폼페이 유적지' 등등 구경거리가 넘쳐난다. 그리고 르네상스 시절에 꽃 피운 화려한 문화를 맛보고 싶다면 '피렌체'와 '피사', '밀라노', '나폴리', 그리고 '베네치아'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로마'와 '르네상스'에 대한 정보만 빠삭하게 알고 있어도 이탈리아는 볼 거리가 넘쳐나는 아름다운 나라일 것이다.

그럼 이 책 <민쩌미 세계로 쩜프!>를 제대로 맛보기 위해서는 민쩌미 유튜브 채널 구독과 민쩌미 캐릭터에 대한 '정보'도 아울러 알아두면 좋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민쩌미 유튜브는 몇 번 시청해본 적이 있지만, 어른인 내가 보기에는 <유머1번지>에서나 봤을 법한 콩트나 <개그콘서트>에서 봤음직한 개그코미디가 주류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마저도 한두 편을 보고 내린 결론이기에 '취향'에 맞지 않다면 굳이 구독시청까지 할 필요는 없을 듯 싶다.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과 그닥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멀티버스' 여행자인 메오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서 '다중 우주'에 대한 천문학적 지식을 별도로 쌓는 것이 더 나은 듯 싶다. 아직 초등독자에게는 조금 어려운 내용일 수 있지만 마블 히어로인 '닥터 스트레인지 2'가 바로 멀티버스의 개념을 '시각화'한 영화에 속하기 때문에 이 영화를 시작으로 '다중 우주'에 대한 입문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암튼 이 책에서는 '멀티버스 여행자'인 메오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여행에 꼭 필요한 '스파티'를 지구 곳곳에서 잃어버린 탓에 민쩌미와 함께 세계를 여행하며 '스파티'란 에너지를 회수하고 있는 것이 주된 줄거리라는 점만 기억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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