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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스트 컴퍼니 - 실리콘밸리 천재들의 꿈을 완성하는 마지막 회사 엔비디아의 성공 원칙
정혜진 지음 / 한빛비즈 / 2024년 11월
평점 :
[My Review MDCCCLXXIX / 한빛비즈 161번째 리뷰] 이 책의 제목이 참 인상적이다. <더 라스트 컴퍼니>라니. '마지막 회사'라는 뜻이 아닌가. 마지막이라고해서 끝장난 회사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끝내주는 회사'라는 뜻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약 3만 명이라는 적은 수의 직원을 채용하고 있는데도, 1인당 200만 달러가 넘는 생산성을 보여주고 있는 실로 끼깔난 회사로 명망이 높다. 그런데도 이곳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은 "이 회사에서 은퇴하고 싶다", "이 기업을 마지막 회사로 삼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장기근속'을 하는 직원들이 많단다. 왜냐면 '조직 문화'가 남다르기 때문이란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엔비디아'가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회사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비록 엔비디아 주가가 폭등하고, AI를 작동시키는데 필요한 반도체를 거의 독점적인 위치로 생산하는 유일한 회사라는 뉴스로 알려지기 전까지 잘 몰랐던 회사였지만, 엔비디아가 만들어진 때가 1993년 4월이었단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30여년 전이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아주 서서히 성장해온 기본이 탄탄한 회사였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수도 있겠다. 이렇게나 오래 된 회사가 그럼 꾸준히 성장을 했는데도 우리가 그동안 몰랐단 말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엔비디아도 몇 차례나 '폐업설'이 돌 정도로 극심한 침체를 겪기도 하고, 기적처럼 '회생'하기도 하면서 심한 부침을 겪은 회사였다. 그 가운데 1997년과 2009년은 정말 위험했다. 그리고 엔비디아에서 만든 제품도 매번 성공적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토록 파란만장한 시기를 거치면서도 변치 않은 '조직문화'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엔비디아를 24년 현재 '반도체 제국의 패권'을 장악하게 된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엔비디아의 '조직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 우리는 서울대에 합격한 '수능만점자'의 비결을 매년 뉴스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이 전하는 한결 같은 멘트는 "교과서 중심으로 학교 수업에 충실히 공부했구요. 사교육은 전혀 받지 않았어요. 잠은 많은 편이라서 8시간 정도는 푹 잤던 것 같아요."라는 답변이다. 과거에 학력고사 시절에도 이와 똑같은 답변을 들었던 것 같은데, 수능시험으로 바뀐 요즘에도 그런 뻔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거짓말일까? 물론, 사교육 입시컨설팅의 도움을 받아 수능 고득점과 수시 합격을 한 학생들이 판을 치고 있으니 거짓말일 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흔히 말하는 '공신(공부의 신)들의 비법'은 특별한 것이 없다. 여기서 특별한 것이 없다는 말은 '평범하다'는 뜻이 아니라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상식적인 비법이라는 뜻이다.
다시 엔비디아 이야기로 돌아가서, 엔비디아가 이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을 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우리의 기대를 넘어선 '특별함'이 있었을까? 사실 그리 특별한 점을 찾지 못했다. 부서는 달라도 하나의 팀으로 손발이 잘 맞았고, 위계는 없앴으며, 소통은 원활하게, 일은 깐깐하게,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를 통해서 배울 것이 있으면 곧바로 줍줍하는 등등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성공 원인들을 그저 '실천'했을 따름이다. 그럼에도 조금 다른 면모가 있다면, 첫째 '간절히 원하는 것'을 실천하라. 둘째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확실히 도와주고, 셋째 내가 '도울 수 없는 일'이면 도와줄 수 있는 사람에게 '연결'해주라는 정도였다. 사실 이것은 엔비디아만의 독특한 문화는 아니다. 실리콘벨리에 있는 기업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문화라는 것이다.
사실 일반 사람들의 주된 관심은 '엔비디아 주식'이 언제까지 오를 것인가? 지금 당장 사도 큰 수익을 낼 수 있을까? 정도일 것이다. 이런 투자 관심으로 이 책을 읽었다면 솔직히 많이 실망했을 수도 있다. 왜냐면 '원하는' 답변을 얻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책에 그 답이 있기는 하다. 왜냐면 지난 30년 간 엔비디아가 엎치락뒤치락하며 주가가 심하게 요동을 치다가 'AI 관련 이슈'가 부각되면서 떡상(급상승)을 한 과정을 눈여겨 본 이들이라면 이미 눈치 챘을 수도 있다. 그건 바로 엔비디아가 특별히 잘 해서 주가가 떡상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엔비디아는 그저 '한결' 같았다. 영업이익이 오르고 내렸을 뿐, 엔비디아는 늘 한결같이 '최고의 제품'을 만들려 총력을 기울였고, 그리고 그 결실을 '확실히' 보여줬다. 그리고 그렇게 완성된 제품을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생산'해낸, 기업이라면 당연히 해내야 할 것을 해냈을 뿐이다. 그런 한결같음이 지금의 엔비디아를 최고의 자리로 오르게 만들었고, 앞으로도 최고일 것이 틀림없는 공고한 위치를 갖게 만들었다.
물론, 한때 세계 최고였던 기업들이 '흥망성쇠의 과정'을 보여준 것처럼 엔비디아도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이 자명하단 점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의 실리콘벨리 기업들이 그랬고, 일본의 전자기업들이 그랬으며, 한국의 삼성전자도 그런 수순을 밟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조직문화'가 보여주는 것이 제대로 작동하는 한은 쉽게 망조가 들지는 않을 것이다. 엔비디아 주식투자를 고려중인 분들에게는 '이런 점'을 눈여겨 보시라고 설명하면 해답이 되리라 믿는다. 사실 엔비디아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이라도 이처럼 '건전하고 혁신적인 조직문화'를 보유하고, 시기에 따라 적절히 '변화'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전략을 갖춘다면 엔비디아와 똑같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엔비디아의 '특별함'이 아닌 '평범한 원칙'일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성공할 것이라는 불변의 믿음이고, 최고를 추구하고, 그것이 이루어질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을 찾으려 아이디어를 모아 실행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성공 시나리오를 엔비디아가 보여줬으니 '또 다른 성공신화'도 계속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이 책이 전하는 핵심적인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