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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과학 2 - 과학에서 출발해 철학으로 나아가는 1분 드라마 ㅣ 1분 과학 2
이재범 지음, 최준석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9월
평점 :
[My Review MDCCCLXXXI / 위즈덤하우스 37번째 리뷰] 얼핏 '과학'과 '철학'은 별상관이 없는 것 같지만, 고대의 '자연철학'이 근대과학이 출현하기 전까지 과학의 영역을 탐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과학은 철학적 고찰의 바탕 위에 쌓은 금자탑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과학적 탐구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철학을 향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 <1분 과학>은 바로 그런 시도의 견본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권에 이어 2권에서도 '과학 철학'을 맘껏 향유했는데, 2권에서는 '인공지능'에 대한 고찰을 많이 다뤘다. 특히 '특이점' 이후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똑똑하고, 더 뛰어난 능력을 갖게 되면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라는 질문에 깊이 고심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살짝 머리가 아프면서도 꽤나 흥미로웠다. 무슨 내용이었기에 머리가 아플 정도였냐고? '인공지능'의 기능 가운데 '알고리즘'을 종교적 관점의 '신'에 비유하면서, 알고리즘의 전지전능한 면모를 감안하면, 과연 '인간의 자유의지'가 더 이상 필요하느냐? 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나는 '나'를 가장 잘 알고 있을까? 라는 질문에 몇 %의 확신을 가지고 '네'라고 답할 수 있겠느냔 질문이다. 만약 100%가 아니라면, 당신보다 '당신'을 더 잘 알고 있는 '알고리즘'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 드는가? 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겠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당신이 무심코 누른 '좋아요'가 당신에 대한 알고리즘을 생성하고, 그 좋아요의 개수가 10개면 '직장 동료'보다 알고리즘이 당신을 더 잘 알고, 70개면 당신의 '친구들'보다 더 잘 파악하며, 150개면 당신의 '가족'보다, 300개면 당신의 '배우자'보다 당신을 더 잘기에 충분하다고 한다. [페이스북(현 '메타')의 근거자료]에 따르면 말이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당신이 페이스북 등등의 SNS에서 누른 '좋아요'가 당신의 성향을 파악해서 당신이 '판단'하기도 전에 당신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SNS 목록으로 제공해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처음 몇 번의 '검색' 단계를 거치며 선택과정을 낱낱이 지켜본 '알고리즘'이 당신의 성향을 거의 완벽히 파악해서 더이상의 '검색'을 할 필요도 없이 당신의 원하는 목록을 '대신' 선택해주고, 당신은 고민할 필요도 없이 '알고리즘'이 제공해준 목록에 만족해하는 과정을 거치다가 얼마 가지 않아 '알고리즘이 추천해준 것'만을 누르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거란 말이다. 왜냐면 알고리즘이 '당신'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싫어하고, 관심이 없는 것은 '알아서' 걸러준다는 얘기다. 참 편리하면서 무시무시한 이야기다. 당신은 결국 '알고리즘의 노예'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알고리즘이 '생각'한대로, 아니 '보여주는'대로 당신은 그저 '누르기'를 할 뿐이란 말이다.
이 말에 애써 부정하고 싶을 것이다. 실제로 당신은 '검색창'에 새로운 단어를 마구마구 써나갈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부질없는 짓이다. 당신은 '검색창'에 새로운 단어를 검색한다고 믿겠지만, 당신이 검색하는 단어는 '특정분야'로 한정되어 있을 뿐, 그 범주밖으로 절대 벗어날 수 없다. 알고리즘은 그런 것까지 미리 파악하고, '특정분야' 이외의 검색창은 아예 빼버렸기 때문에 당신은 '그밖의 검색어'를 누를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되고 만다. 굉장히 무시무시한 이야기다.
이쯤 되면, '인공지능' 기술개발을 더는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지금까지의 개발만으로도 충분히 편리한데 '그 이상으로 똑똑한 인공지능'을 굳이 만들 필요가 있겠냐고 말이다. 그런데 그걸 멈출 수가 없다. 왜냐면 현재 'AI 강국들'이 이렇게나 강력한 알고리즘을 '선점'하기 위해서 부단히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보다 더 똑똑해지는 '특이점(싱귤레리티)'이 애초의 예상인 2045년보다 더 앞당겨질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고, 가장 먼저 '선점'하는 나라가 전 세계의 '인공지능 알고리즘 시장'을 선점하게..아니 '독점'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알고리즘 기술은 '선점'하는 순간 인공지능 스스로 학습을 할 것이기 때문에 멈출 수도 없고, 한 번 앞서게 되면 '후발주자'는 결코 뒤집을 수 없게 된다. 한마디로 '기술 격차'가 점점 벌어지면 벌어지지 '역전'할 수 있는 기회가 절대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독점'을 하게 되면 그로 인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천문학적인 규모일텐데, 인간의 욕심이 근절되지 않는 이상 결코 '인공지능 알고리즘 기술 발전'을 멈추거나 자제할 멍청이는 없게 된다.
자, 그렇다면 '특이점' 이후의 인공지능은 과연 인간에게 무한한 행복을 제공해줄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겠다. 그렇다고 보는 쪽은 '낙관론자'이고, 그렇지 않다고 보는 쪽은 '비관론자'라고 답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미래'에 벌어질 일이기 때문에 누가 맞고 틀린지 현재로서 가늠할 길은 없다. 하지만 낙관적인 관점보다 비관적인 관점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왜냐면 현재까지 개발된 '인공지능'에게 던진 질문에서 '인간'을 절멸시키겠다고 선언한 인공지능이 상당수 있었기 때문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인공지능이 쌓은 지식데이타가 모두 '인간의 지식'이기 때문이다. 그간 인간은 '인간'을 긍정적으로 보기보다 부정적으로 평가해온 결과치다. 인간은 '인간'을 믿지 못한다. 왜냐면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지식을 '인공지능'에게 주입하고서 인공지능에게 지구의 미래를 위해서 인간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느냐고 묻는다면, '절멸시켜야 한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지 않느냔 말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인공지능' 개발은 인류의 멸종을 앞당길 뿐이라고도 한다. 이조차 '부정적인 결론'을 내린 결과다.
그럼 이제부터라도 '인간은 선한 존재다'라는 명령어를 인공지능에게 강제 주입해야만 하는 걸까? 그러기엔 2045년까지 남은 기간이 너무 짧고, '긍정적인 지식데이타' 또한 매우 적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인공지능의 특이점'을 실현불가능하게 현단계에서 포기하는 것이지만, 인간의 욕심이 과연 그런 결정을 지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인간은 이미 이런 실수를 했다. 핵폭탄이 바로 그런 예다. 현재까지 만든 핵폭탄의 개수만으로도 충분히 인류를 절멸시키고도 남을지경인데도, 여전히 더 만들고 있지 않느냔 말이다. 다행히 더는 핵폭탄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실제로도 2발(공식적으로 말이다)을 빼곤 더는 써먹지 않았다. 그런데 '인공지능'도 이처럼 절제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인공지능'은 딱 한 번만 실행시키는 것으로도 절대 멈출 수 없다. 그러니 아예 '실행'단계에서 실시하지 않아야 하는데, 인간의 의지가 과연 그토록 굳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인간은 엄청난 참극을 '실제로' 지켜보고나서야 제대로 '후회'하는 어리석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자, 여기까지 '1분 동안' 과학으로 철학을 논해보았다. 나름 즐겁지 않은가? 흥미로운 질문이 마구마구 쏟아지지 않던가? 이 책의 묘미가 바로 이것이다. 나머지 철학적 이야기는 직접 책을 읽으며 즐겨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