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 천 년 넘어 새로워진 이야기 너머학교 고전교실 15
장동석 지음, 홍선주 그림, 나관중 원작 / 너머학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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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학교 고전교실 15] <삼국지 : 천 년 넘어 새로워진 이야기> 장동석 / 나관중 / 너머학교 (2021)

[My Review MMCCXCII / 너머학교 1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스물한 번째 리뷰는 어째서 이렇게나 사랑받는 것인지 궁금증을 풀어주는 <삼국지 : 천 년 넘어 새로워진 이야기>다. 2026년 한 해는 <삼국지>를 새롭게 정립하고자 목표를 잡았다. 안다. 이미 시중에 널리고 널린게 <삼국지>라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도 계속 묻게 된다. <삼국지>를 읽어야 하는 이유를 말이다. 그 이유는 해마다 바뀌었다. 매번 '연례행사'처럼 새해가 되면 '소설 삼국지' 10권을 뚝딱 읽어대는 버릇이 생겼는데,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왜냐면 매년 읽고 또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읽고 난 뒤의 '감상'이 달라졌다는 말인데, 심지어 '읽었던 책'인데도, 똑같은 '이문열책'이고, '고우영책'인데도 새삼 다른 느낌이 들곤 했다. 그럴 때마다 <삼국지>를 제대로 읽어보자고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걸 미루고 미루다가 26년 올해를 '시작'으로 잡았다. 더 미룰 이유도 딱히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삼국지>와 관련된 책들을 이책 저책 마구잡이로 읽다보니 뭔가 감이 잡히기도 하다. 그걸 쓰려고 한다. 그럼 책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삼국지 : 천 년 넘어 새로워진 이야기> 관점 포인트 : 이 책은 '너머학교 고전교실'이라고 21세기를 살아갈 십대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고전읽기를 권장하기 위해서 출간되었다. 읽어보니 '고전'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이 담겨 있고, 고전을 읽고 떠올릴 수 있는 '문제의식'까지 짚어보는 유익한 책이었다. 이 책이 그 시리즈의 15번째 책인데, 기회가 되면 전 시리즈를 다 읽고 리뷰하면 좋을 듯 싶다. 암튼 <삼국지>를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재미나게 풀이해준 것이 가장 눈에 띄었다. 아직 <삼국지>를 접하지 못한 청소년이 있다면 이 책을 먼저 읽고 '소설 삼국지'를 읽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소설 삼국지', 흔히 말하는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는 대부분 10권 분량에 해당하는 방대한 스토리로 인해 대다수의 청소년들이 읽기도 전에 포기하고 마는 고전 중의 고전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삼국지>를 읽다가 길을 잃고 헤매지 않도록 확실하고 친절한 '네비게이션'이 필수인 셈이다. 적어도 책속에 등장하는 인물만이라도 익숙해질 정도로 '소개'를 해주는 책이 먼저 선행되어야 그 방대한 이야기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제대로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방법이 또 하나 있는데, 청소년들이 <삼국지>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고, 제대로 된 호기심을 갖기 위해서 '게임 삼국지'를 먼저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게임을 즐기다보면 자연스럽게 외우려 들지 않아도 <삼국지>에 등장하는 수천 명이 넘는 '등장인물'이 낯익게 된다. 그렇게 등장인물들과 친숙해진 뒤에 '소설'을 읽으면 전혀 어색함을 느끼지 않을테니 훌륭한 방법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실제로 '게임 삼국지'를 즐기다가 <삼국지> 매니아가 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고대 중국사'를 전공하는 사학자가 되거나 '작가'로 데뷔하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그만큼 매력 만점인 고전이니 부담갖지 말고 즐기듯 재미나게 <삼국지>를 즐기길 바란다.

그럼 이 책을 읽으면서 놓치지 말아야할 '주제'는 무엇일까? 사실 <삼국지>를 읽으면서 누구를 '주인공'으로 삼아 읽느냐에 따라 느낌도 완연히 달라진다. 조조를 주인공을 본다면 '실리'를 중점에 둘 수 있고, 유비를 주인공으로 본다면 '도덕'을 중점에 둘 수 있다. 조조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 따위를 가리지 않았기에 '실리추구'하는 면에서 다른 사람이 따를 수 없을 정도로 독보적이며, 실제 역사에서도 '조조'는 실리를 효율적으로 추가한 덕분에 삼국 가운데 가장 강력한 '위나라'를 만드는데 큰 업적을 남겼다. 반면에 유비는 '도덕'적 명분을 무엇보다 내세웠기 때문에 굉장히 우유부단하고 유약하게 보이지만, 그 덕분에 유비가 내딛는 발걸음에 한 치의 부끄럼도 없이 당당할 수 있었기 때문에 '유비의 행보'는 다른 이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귀감이 되었고, 그것으로 유비는 '촉한의 황제'까지 오르게 된다. 어떤가? 조조와 유비는 서로 다른 방법이지만 모두 '한 나라의 왕'이 되는 똑같은 결과를 가져왔다. 이뿐만 아니라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들 하나하나에 따라 서로 다른 '관점'을 엿볼 수 있고, 그것에 따른 결과가 '성공'한 이도 있고, '실패'한 이도 있었기에 <삼국지>는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말로도 유명한 책이다. 그렇다면 그 가운데에 어떤 '주제'로 읽으면 청소년들에게 좋단 말인가?

나가는 글 : 우리 청소년들이 <삼국지>를 읽으면서 깨우쳤으면 하는 바람은 바로 '인간 본성'이다. 조조는 "내가 천하를 버릴지언정 천하가 나를 버리지 못하게 하겠다"는 말을 했단다. 엄청난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범한 말이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대단히 '몰염치'하고 '비열한 속내'까지 다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다. 조조는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라면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야심' 가득한 인물이었다. 조조는 집안이 '환관 출신'이라는 비천한 가문인 탓에 후한말 '십상시의 난' 이래 소위 고귀한 가문에서 태어나 고관대작을 지낸 명문가들에게 홀대와 천대를 받던 어린 시절을 겪었다. 그때문에 말썽도 많이 부리고 혼도 많이 나긴 했지만, 커가면서 점점 커지는 '야심'만큼이나 '의협심'도 강해서 영웅이 할 법한 일을 해내기 위해서 타고난 재능을 발휘하는 재주를 갖고 있었다. 그렇게 조조는 '실리추구'를 함에 있어서 남들이 쉬이 따를 수 없는 독보적인 재능을 선보였던 것이다. 이런 재능에 반해서 '조조'를 따르는 인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조조는 '대의명분'이나 '도덕적 양심' 따위보다 실리추구에 열심이었기에, 조조 주변에는 '재능'이 뛰어난 이들이 출세를 위해서 조조의 편에 섰고, 조조도 분명한 '신상필벌'로 재능을 발휘한 휘하 장수들에게 아낌없이 선물을 주었으며, 반대로 실패를 했더라도 만회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용서하며 더 큰 일을 도모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런데 조조에게는 '발작버튼'이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가져야 마땅한 것을 남에게 빼앗기는 수모를 당하면 치졸할 정도로 잔인하게 '대학살'을 저지르곤 했다. 대표적인 사건이 '여백사 사건''서주 대학살'이다. 여백사 사건은 조조가 동탁을 암살하려다 실패한 뒤에 도망가다 진궁의 도움을 받고 무사히 탈출에 성공했는데, 도망가던 길에 우연히 만난 아버지 조숭의 옛친구 '여백사'를 만나 하룻밤 묵어가는 호의를 받았는데, 간밤에 조조와 진궁은 여백사의 일가족을 모두 죽이고 도망길에 올랐던 것이다. 까닭인즉슨, 의로운 일을 하다가 도망을 하는 조조에게 후한 대접을 하기 위해 '돼지'를 잡으려던 것을 오해한 조조와 진궁이 돼지를 잡던 노비 뿐만 아니라 온집안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죽여버렸다. 나중에야 밧줄에 묶여있는 돼지를 보고서 조조와 진궁은 자신들이 저지른 실수가 무엇인지 깨달았지만, 동탁에게 쫓기는 신세인 탓에 그대로 떠나려 한다. 마침맞게 옛친구의 아들인 조조에게 대접하기 위해 술을 사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주친다. 여백사는 조조가 서둘러 떠나려는 것을 보고 아쉬움이 앞섰지만, 조조는 가던 길을 멈추고 뒤돌아서서 '여백사'를 죽여버리고 그 자리를 떠난다. 진궁이 무슨 짓이냐며 추궁을 하지만, 조조는 태연하게 "내가 천하를 버릴지언정 천하가 나를 버리거나 비웃게 하지 않겠다"는 말을 한 것이다.

이런 조조의 '본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은 또 있다. 조조가 반동탁연합군을 따라 동탁을 토벌하러 갔다가 실패로 끝나자 '연주'로 내려가 근거지로 삼고 세력 확대를 나섰는데, 조조의 아버지 조숭이 조조가 다스리는 곳을 향해 오다가 서주에 이르렀을 때 서주 태수 도겸이 조조와 친해지기 위해서 후한 대접을 하고 값비싼 선물까지 한보따리 선사하고 환송해주었는데, 호위를 맡겼던 장패가 옛날 '황건적 버릇'을 잊지 못하고 값비싼 재물을 탐내서, 그만 조조의 아버지를 죽이고 달아났다. 그러자 조조는 이 모든 비극이 '도겸 탓'이라며 서주를 총공격한다. 그리고 마주친 백성들까지 모조리 때려죽이고 마는데 이게 바로 '서주 대학살'이었다. 이때 얼마나 많은 백성들을 죽였는지 시체로 산을 이루고, 핏물로 강이 넘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럼 조조는 왜 이렇게 '분노'했던 것일까? 분노조절장애가 있거나 사이코였을까? 아니다. 조조는 분명한 이유를 들어서 '서주 대학살'을 감행했다. 그건 도겸이 유비에게 '서주'를 꽁으로 준 것에 대한 분노였던 것이다. 애초에 서주는 조조가 찜콩한 지역이었는데, 그걸 돗자리나 짜서 내다팔던 유비에게 홀라당 빼앗기다니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았던 것이다. 그래서 핑계를 댄 것이 '아버지의 복수'다. 그런데 조숭을 살해한 범인은 '도겸'이 아니라 '장패'가 아니던가? 그렇다면 조조는 장패에게 시비를 걸고 복수를 가하면 그뿐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조조는 이참에 '서주'까지 세력 확장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서 '서주 대학살'을 저지른 것이다. 여기엔 또 하나의 이유가 담겨 있다. 서주의 백성들이 '유비'를 맹목적으로 좋아했기 때문에, 그 '배신감'과 더불어서 '질투심'이 폭발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가? '인간 본성'을 파악하면서 <삼국지>를 읽으니 더 깊이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은가 말이다. 이 책에는 '조조'에 대한 풀이보다 '유비'에 관한 인물에 대한 풀이가 훨씬 더 많다. 유비, 관우, 장비, 조운, 그리고 제갈량까지 <삼국지>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의 풀이를 읽고, 그들이 지닌 '인간 본성'은 무엇이었을지 파악하면 인생을 살아가면서 아주 훌륭한 지혜를 평생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머릿속에 담긴 지혜는 그 누구도 훔쳐갈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지 않은가. <삼국지>를 읽으면 고전에서만 찾을 수 있는 따끈한 지혜까지 함께 소장할 수 있을 것이다.

#리뷰 #너머학교 #장동석 #인간본성 #고전독서 #책이있는구석방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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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으로 읽는 핵심 삼국지 - 삼국시대의 정치,지리,계략,전쟁,과학기술을 한눈에 읽는다!
하라 요헤이 지음, 김정환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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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핵심 삼국지 : 삼국시대의 정치, 지리, 계략, 전쟁, 과학기술을 한눈에 읽는다> 하라 요헤이 / 김정환 / 에버리치홀딩스 (2008)

[My Review MMCCXCI / 에버리치홀딩스 1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스무 번째 리뷰는 유비관우장비의 도원결의부터 사마염의 진나라 통일까지 <한권으로 읽는 핵심 삼국지>다. <삼국지>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혹해서 읽어볼 법한 책제목이다. <삼국지>가 좋다고는 하는데 10권을 모두 읽기에는 부담을 느끼는 초심자들도 관심을 보일 책제목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단 한권으로 <삼국지>를 마스터할 수 있는 책은 단언컨대 '없다'는 것을 장담한다. 그런 책을 정말 많이 읽어봤지만 내 기준에서 '흡족'할 만한 책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특색'은 나름 있다. 소설 '삼국지'만 읽다보면 놓칠 수 있는 '지리'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한눈에 보여주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다면 '삼국지'속의 주인공들이 '지도' 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을 쉽게 떠올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사실 광대한 '중국대륙'을 누비고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등장하는 소설이기에 '지도'를 머릿속에 입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소설 '삼국지'만 읽고서는 지도를 외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리정보'에 정통한 책을 함께 펼쳐놓고 소설을 읽어나가면 분명 도움이 확실히 될 것이다. 그럼 책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한권으로 읽는 핵심 삼국지> 관점 포인트 : 현재 이 책은 '품절' 상태다. 출간된 지 20여 년이 다 되어 가는데 이런 상황이면 '중고서점'이나 '도서관'에 비치된 책을 검색하는 것이 이 책을 접하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사실 요즘에는 <삼국지>를 접하는 통로가 '책'이 아닐 것이다. 대다수의 젊은 세대들은 주로 '게임'을 통해서 접할 것이고, 게임을 하다가 매력을 느껴서 <삼국지>의 전체 줄거리를 읽고 싶어지면 '만화책'을 읽기 쉽다. 그렇지만 '게임'이나 '만화'로는 다 담지 못하는 <삼국지>만의 매력이 있다. 그렇기에 소설 '삼국지'를 읽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대다수 소설 '삼국지'의 분량이 10권 정도다. 적게는 6권으로 편집된 것도 있긴 하지만, 총 페이지수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솔직히 적은 분량은 아니다. 한 권에 300쪽으로 퉁쳐도 10권이면 3000쪽을 훌쩍 넘기는 방대한 분량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조금쯤 '압축'되고 좀 더 '콤팩트'한 <삼국지>를 찾는 독자들이 많고, 그런 독자들을 위해서 <한권으로 읽는...> '삼국지'도 상당히 많이 출간되었다. 하지만 그런 책만으로 진정 <삼국지>를 다 읽었다고 자부하지는 못할 것이다. 분량은 둘째치고 '읽는 맛'이 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진정 '<삼국지>를 읽는 맛'을 느껴보고 싶다면 반드시 '소설'로 된 <삼국지>를 읽어보길 바란다. 그런 다음에 이 책과 같은 '해설집'을 읽어보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 것이다. 그뒤에 붙는 질문은 뻔하다. 그 많은 '소설' 가운데 어떤 것을 읽으면 좋겠냐고 말이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소설 삼국지>'황석영의 <정역 삼국지>'를 추천한다. 우리 나라 독자들은 대다수 '이문열의 <평역 삼국지>'를 읽었을 게다. 하지만 이 책에는 이야기 중간중간에 이문열이 넣은 '평역'이 존재한다. 그래서 '읽는 맛'이 떨어진다는 평이 많고, 초심자가 읽기에도 불편한 감이 없지 않다. 반면에 '황석영의 <정역 삼국지>'에는 그런 끼어듦이 없고, '속도감'이 정말 빠르다. 그래서 읽기에도 편하고 재밌기에 추천 드린다. 재미를 추구한다면 일본 작가의 책인 '요시카와 에이지의 <원전 삼국지>'를 추천한다. 이 책은 그야말로 재미만을 추구했기 때문에 읽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고, 우리 나라를 비롯해서 동아시아에 가장 널리 퍼진 '판본'이기에 읽을 가치도 있다. 이 판본의 특징이 유비가 어머니를 위해서 값비싼 찻잎을 사러 갔다가 황건적을 만나 죽을 위기에 빠지는데, 위기에 처한 유비를 장비가 구해주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 작가들 중에도 이렇게 '에이지의 판본'을 본떠서 스토리를 전개시킨 소설이 꽤 많아서 꽤 익숙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삼국지 입문서'로도 널리 읽히고 있다.

서론은 이쯤하고, 이 책은 일본인 작가 '하라 요헤이'가 썼다. 사실 한중일 삼국이 <삼국지>를 바라보는 관점이 살짝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나라 사람이 썼느냐에 따라 차이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각 나라의 특징을 짧게 소개하자면, 먼저 중국은 '과장'이 심하고, 일본은 '실리'를 추구하며, 한국은 '명분'을 따진다. 그러다보니 중국인 작가가 쓴 <삼국지>는 스케일이 어마무시해져 버린다. 중국이 '원조'이기 때문에 이렇게 훌륭한 소설이 나올 수밖에 없고, <삼국지>로 말할 것 같으면 셰익스피어의 소설보다 더 '문학적'으로 값진 작품이라며 입에 거품을 물기 직전까지 밀어붙인다. 반면에 일본인 작가는 무척 '실리'를 따지기 때문에 <삼국지>를 읽으면서도 '실용적인 면'을 주목하게 만든다. 이를 테면, 일본은 위대한 나라이기 때문에 '중국대륙'을 지배하고 점령하는 것도 식은죽 먹는 것처럼 쉬울 지경이다. 그러니 기왕 '소설'을 읽더라도 중국대륙을 집어삼키기 위해서 <삼국지> 정도는 기본적으로 읽어줘야 한다. 그래야 일본군이 대륙에서 길을 잃지 않을 수 있고, 거기에 '지리정보'까지 낱낱이 파헤쳐놓으면 실제로 점령했을 때 효율적으로 이익을 챙길 수 있을테니, 소설 줄거리를 따라가며 중국대륙 전체를 샅샅히 파헤쳐 철저히 분석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식이다. 물론 실제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지만, 기왕 읽을 거라면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훨씬 더 이익이다라는 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한국인 작가는 '소설, 그 잡채'에 집중한다. 그래서 소설에 담긴 유익함을 따지기도 하지만, 소설속의 유명한 대목의 등장인물과 사건이 '실제 있었던 인물 혹은 사건'인지 진실공방에 들어가 검증하길 더 좋아한다. 그러다가 '진실'임이 밝혀지면 더욱 애정을 쏟고, '거짓'으로 판명되면 가차 없이 내쳐버리곤 한다. 그래서 '소설 삼국지'를 읽다가 '정사 삼국지'까지 섭렵해버리는 무서운 집념 또는 집착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대륙적 과장'에 익숙한 중국 독자들은 역사의 승자인 '조조'보다 철저한 패자였던 '유비'를 정통으로 삼은 '촉한정통론'을 내세운다. 실질적인 진실이나 실력에서 '조조'가 우위에 있는데도 '유비'가 승자가 되어야만 하는 서사를 그려내고, 그 서사를 부풀려 과장하고, 마치 그것이 '진짜 역사'인냥 바꿔치기를 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그 덕분에 나관중은 '소설 삼국지'를 엮으면서 실질적인 주인공인 '조조'를 내치고 악역으로 만들고서 '유비'를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놓고 온갖 꽃단장을 아끼지 않는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없었던 사건조차 아름답게 포장을 하며 독자들을 '세뇌'시키다못해 '과장'으로 뻥튀기를 한 뒤에 유비가 이렇게나 대단한 사람이었다는 서사를 완성한다. 반면에 '열도적 실리'를 추구하는 일본 작가들은 대륙침략의 발판으로 한반도를 식민지로 삼고 만주와 몽골까지 영향력을 굳건히 한 뒤에 본격적인 대륙침략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설 삼국지'를 이용하기에 이른다. 그래서 소설을 즐겨 읽으면서 대륙침략에 나선 젊은 일본군들이 광활한 대륙에서 길을 잃지 않고 효율적으로 약탈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집필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일본 독자는 이런 국가적 정책에 충실히 따르고 말이다. 그럼 '반도적 명분'에 빠진 한국 독자들은 어떤가? 소설에 담긴 이야기에 푹 빠지는 것을 넘어 하릴없는 '진위공방'까지 나서며 논쟁에 불을 붙인다. 그 논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절대로 물러설 이유가 없을 정도로 흠뻑 심취해버린다. 그런 까닭에 한중일 삼국 가운데 '열혈 독자'가 가장 많은 편이다. 중국 독자들이 '과장'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일본 독자들이 맹목적인 '실리'만 얄밉게 챙기려 들 때, 한국 독자들은 '지혜의 첨탑'을 세우고 참과 거짓을 논하기 위해 역사적, 정치적, 철학적, 관상적(?) 등등의 현란한 논쟁을 펼치며 자신의 논리가 절묘하다는 것을 내세우기 바쁘다.

이런 까닭에 이 책 <핵심 삼국지>는 대단히 분석적이며 실용적인 내용으로 가득한 책이다. 특히 '지리정보''실패학'이라 부를 정도로 얻어낼 수 있는 정보를 쏙쏙 뽑아놓으면서도, 불필요한 군더더기는 깔끔하게 정리한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온 정보만 추려놓으면 웬만큼 '삼국지 박사'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수준 높고 깔끔한 내용 정리가 눈길을 끈다. 그런데 실리적인 면을 추구한 덕분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위촉오 삼국'이라는 순서까지 '위오촉 삼국'이라고 정정할 정도였다. 세 나라의 실질적인 국력이 그런 순서가 맞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 실리적인 성공을 이룬 '조조''손권'은 극찬을 아끼지 않는 설명을 달았는데, 대조적으로 '유비'는 영웅적인 면모에 걸맞지 않는 유약하고 부정적인 면을 더욱 부각시켰다. 예를 들어, 유비가 가장 잘하는 것은 '도망'과 '울음'이라면서 말이다. 실제로 조조와 손권이 승승장구하며 세력을 순조롭게 확장해나갈 때에도, 유비는 공손찬, 도겸, 여포, 조조, 원소, 그리고 유표까지 빌붙어서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도망' 다녀야했고, 때에 따라서는 하나뿐인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 다 큰 어른이 엉엉 우는 것도 부끄러워하지 않을 정도로 뻔뻔한 인물이라고 평가절하하였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유비'가 인기가 없고 '조조'를 더 좋아한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역사에서 '조조'는 악역보다 더한 악당스럽게 잔혹한 짓을 많이 했고, 무고한 백성들을 끔찍하게 학살하는 일을 자행한 폭군에 더 가깝다. 그 탓에 중국과 한국에서는 조조에 대한 인기가 시들하고, 유비를 더 좋아하는데, 일본은 실리적인 면모를 더 사랑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조조를 '성공'으로, 유비는 '실패'의 대명사로 인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도 그런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최근까지 '조조의 성공학'이 큰 이슈를 받으며 조조를 '재평가'하는 분위기가 달아오르기도 했지만, 그 분위기가 오래가지 못하는 것 같다. 특히 한국에서는 여전히 '유비'에 대한 호응도가 대세로 굳혀졌다. 왜 그럴까? 유비에게는 '성장'이라는 대서사가 펼쳐지고, 이것이 '영웅 코드'에 딱 맞아떨어지면서 독자들에게 크게 어필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밑바닥 인생이 맨몸뚱이로 거친 세상과 당당히 맞서서 황제의 자리까지 오르게 되는 성공 스토리가 보여지기 때문이다. 물론 조조도, 손권도 훌륭한 가문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이 둘은 일찌감치 '성공'했고, 그 성공을 밑천으로 삼아 빠르게 자기 세력을 형성했기 때문에 호감이 덜 가는 것이다. 반면에 유비는 갖은 고생을 다하고, 모진 고생을 다하면서도 변변한 세력을 얻지 못하고 이곳 저곳을 전전하는데,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한 번 유비 세력에 합류한 관우, 장비, 조운, 손건, 간옹, 미축, 제갈량 등등의 인물들이 유비와 함께 모진 고생을 하면서도 절대로 배신하지 않고 충성을 다하는 모습에 묘한 감동을 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유비의 이런 '묘한 매력'에 대해서 아주 잘 분석해냈다. 하지만 큰 매력에 비해서 실력이 뒤따르지 않아 결국 가장 빨리 망했다는 사실에 큰 감점을 주었다.

나가는 글 : 이런 분석이 정말 '소설 삼국지'를 제대로 분석해낸 것일까? 이런 분석은 '정사 삼국지'를 철저히 분석한 결과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까닭에 이 책을 읽은 뒤에 '소설 삼국지'를 읽을 기분은 나지 않을 것 같다. 시쳇말로 '촉빠'들은 확실히 외면할 것 같고, '위빠'나 '오빠'들이라면 이 책에 큰 감명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적확한 분석과 평가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대체로 '유비팬'이 많은 현실에서 이런 분석과 해설을 내놓은 이 책이 크게 주목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럼 '유비'는 왜 인기가 많은 것일까? 중국에서는 일찌감치 '촉한정통론'이 자리잡으면서 유비를 통해서 한 황실을 되살리려고 고군분투를 하는 유비에게 큰 비중을 두었다. '소설 삼국지'의 저자인 나관중이 원말명초 때 사람이었고, '이민족의 학대' 아래에서 신음하던 수많은 한족들의 울분을 씻어내기 위해서 '도원결의'로 의형제를 맺은 유관장 삼형제가 엄청난 활약을 한 끝에 '촉한'을 세웠고, 황제로 등극해서 '한 황실의 후예'임을 만천하에 표방했다는 사실을 맛깔난 이야기를 들려주며 한족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실제 역사는 유비가 촉한의 황제로 등극한 것으로 해피엔딩을 한 것이 아니라, 그 뒤에 벌어진 관우의 사망과 장비의 비명, 그리고 유비마저 패배의 쓴잔을 마시며 역사에서 사라지고, 유비(선주)의 뒤를 이은 유선(후주)을 보필한 제갈공명이 수 차례 '출사표'를 내고 '북벌'을 감행했음에도 모두 실패로 돌아간 뒤에 촉한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위나라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사마의가 권력을 잡고, 사마의의 손자인 사마염이 오나라 황제 손호에게서 항복을 받는 것으로 '소설 삼국지'는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그렇지만 사실상 '유비'가 죽은 '이릉대전 이후의 이야기'는 그리 주목받지 못한다. 왜냐면 '소설 삼국지'에서 실질적인 주인공은 '유비'였기 때문이다. 이는 실질적인 '천하삼분'이 완성되자마자 주인공이 사라져버리고 만 것이다.

어찌 보면 참 맥빠지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소설 삼국지'를 읽을 때에도 실질적인 주인공인 '유비', '조조' 등이 사라진 뒤의 이야기에 더 집중해야 한다. 유비가 죽고 난 뒤에도 소설책은 많게는 5권, 적게는 2~3권이 더 남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남은 대목'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더 강렬하다. 사실 '소설 삼국지' 초반부 이야기에서는 여포가 등장해서 쓱싹, 관우가 나서서 해결, 조운이 나서니 뚝딱, 이런 식으로 전쟁조차 간결하게 해결되곤 하는데, 후반부에 들어서면 제갈량과 주유가 지략으로 싸우고, 제갈량과 사마의가 전략으로 승패를 가르고, 위나라와 촉나라, 그리고 오나라가 총력을 기울여서 전쟁에 나서는 모습이 펼쳐지기 때문에 장대한 스케일에 눈을 떼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 엄청난 스케일에 '우리에게 익숙한 주인공들'이 모두 사라진 뒤다. 강유, 등애, 종회, 제갈각, 제갈탄 등 들어도 누군지 모르는 이들이 장대한 스케일의 주인공으로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우리는 '소설 삼국지'의 찐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그 까닭을 이 책에서 엿볼 수 있어서 좋은점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삼국지>를 읽으면서 왜 1800년도 더 지난 서기 200년 즈음의 중국사를, 정확히는 180년에서 260년까지의 80년 간의 중국역사를 왜 읽어야 하는지 질문해야 한다. 그 답은 하나가 아니다. 그 짧은 역사보다 훨씬 유구한 역사가 펼쳐져 있음에도 우리가 '위촉오 삼국'의 이야기를 주목해야 하는 까닭은 거기에 '우리의 짧은 인생의 지혜'가 가득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살면서 <삼국지>를 세 번 읽지 않은 사람과는 상종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삼국지>에 담긴 지혜를 배우지 못한 사람은 '수준 이하'라는 얘기다. 젊어서는 <삼국지>를 꼭 읽어야 하지만, 늙어서까지 <삼국지>를 읽지 마라는 말도 있다. 나이 어린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지혜지만, 나이 많은 사람에게는 불필요한 지혜이기 때문이라는 풀이도 있지만, 딴에는 <삼국지>에 담긴 지혜가 해맑게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 지저분할 정도로 부정적인 것이라서 젊어서 너무 모르면 '사기 당하기' 쉽고, 늙어서 너무 많이 알면 '교활해지기' 십상이라 경계의 목적으로 한 말일 것이다. 그만큼 <소설 삼국지>에 담긴 지혜는 그 자체로 '보물상자'와 같은 셈이다. 그 보물이 하는 역할이 무엇일지는 '당사자의 몫'일 뿐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 보물은 아예 얻지도 못한채 살면 '후회막급'이란 뜻이기도 하다. 왠지 열면 온갖 죄악과 병마가 가득한 '판도라 상자' 같은 느낌이 들지만, 그렇다고 '판도라 상자'를 열지 않고 평생을 산다면 그 상자 안에 담긴 '희망'을 깨치지 못한 삶을 살 수도 있다.

#리뷰 #핵심삼국지 #하라요헤이 #에버리치홀딩스 #꼭읽어야할책 #책이있는구석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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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레벨업 9 - 만화
장성락(REDICE STUDIO) 지음, 추공 원작, 현군 각색 / 디앤씨웹툰비즈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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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레벨업 9> 장성락(Redice Studio) / 추공 / 현군 / 디앤씨웹툰비즈 (2024)

[My Review MMCCXC / 디앤씨웹툰비즈 9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열아홉 번째 리뷰는 다시 찾아간 이중던전에서 설계자가 감춘 '시스템의 비밀'을 알게 된 성진우의 선택이 결정된 <나 혼자만 레벨업 9>이다. 제주도 레이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성진우는 '1인 길드'와 다를 바가 없는 '아진 길드'를 창설하게 된다. 성진우가 길드를 창설한 목적은 분명하다. '레벨업'을 원활하게 하려면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길드처럼 '8인 이상의 공격대'를 구성해서 A급 이상의 던전을 공략한다면 효율적인 레벨업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성진우의 레벨은 101레벨이 넘었다. 이제 레벨을 '1' 올리기에는 A급 던전 올클리어만으로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제주도에서 개미마수들을 처치하면서 100레벨에 도달했고, 그 직후 B급 게이트를 공략하러 들어갔다가 마주한 '레드 게이트'를 홀로 클리어한 덕분에 101레벨에 도달했다. 그러니 다른 길드처럼 운영을 하다가는 앞으로 레벨을 더 올리기 힘들게 되었다. 그래서 부득불 '1인 공략'이 가능한 길드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솔플 길드'라는 명칭도 그때문에 나왔던 것이고 말이다. 성진우 혼자서 다 해먹겠다는 솔직한 마음이 투영된 길드명이었다. 개인적으로 난 멋지던데...그럼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나 혼자만 레벨업 9> 관점 포인트 : 제주도 레이드 이후 '일본 헌터협회'는 큰일이 났다. 자국의 S급 헌터가 7명이나 사망한 것도 큰 타격이지만 '고건희 협회장'이 마쓰모토 일본 협회장의 속셈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측의 송수신장치에서 녹음된 내용이 '베르'에게 희생된 일본측 헌터의 시신과 함께 수거되었고, 그 내용을 '한국 헌터협회'가 입수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뻔뻔하게 마쓰모토 일본 협회장은 제주도 레이드에서 받기로 했던 50%의 마나석 지분을 포기하는 대신 '성진우 헌터'를 빌려 달라는, 아니 '연락처'라도 얻을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를 했던 것이다. 왜냐면 일본에 S급 게이트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발검 길드의 고토 류지도 희생된 상황이기 때문에 S급 게이트를 대처할 마땅한 방법이 전무했던 것이다. 우방국인 미국에게 도움이라도 요청하고 싶었지만, 마침맞게 미국에서도 비슷한 크기의 S급 게이트가 발생했기 때문에 '미국의 S급 헌터들'을 빌려줄 상황이 아니었다.

S급 게이트는 S급 헌터만으로도 불충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거 미국도 S급 게이트에서 '드래곤 카미쉬'가 출현해서 엄청난 희생을 치뤄야 했고, 전세계 S급 헌터들을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모셔오고, 그들 S급 헌터들의 상당수가 희생을 당한 뒤에야 겨우 수습할 수 있었기에 '인도적인 지원' 같은 것을 바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대한민국 제주도에서도 S급 게이트에서 개미마수가 쏟아져 나오자 S급 헌터들이 총출동 했지만 3차례나 실패를 했고, 이은규 S급 헌터는 끝내 사망하고 말았다. 그렇게 번번히 실패한 결과 '제주도'는 사실상 버려진 섬이 되었고,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황폐화 되었다. 그나마 제주도가 섬이었기에 대한민국은 '섬 하나'만 포기한 채로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일본도 이번 S급 게이트가 '던전 브레이크'가 되기 전까지 S급 헌터들이 막아내지 못한다면 엄청난 피해와 희생이 뒤따를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섬 하나'를 통째로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런데 일본은 '섬나라'인 까닭에 '섬 하나'가 전부를 잃어버리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런 까닭에 결사항전의 자세로 이번 S급 게이트를 막아야만 하는데, 가장 믿을만한 S급 헌터를 다수 보유하고 있던 '발검 길드'가 길드마스터인 고토 류지를 비롯해서 모두 7명의 S급 헌터가 사망하고 말았으니, 일본은 자국 스스로의 힘으로 S급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올 마수들을 처치하지 못할 위기에 처한 셈이다.

그렇다면 일본이 한국을 도와준 것처럼, 이번에는 한국이 일본을 도와주면 좋겠으나, 애초에 마쓰모토 협회장의 '검은 속내'가 이미 들통난 상황에서 어찌 파렴치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겠는냔 말이다. 일본은 이래저래 위기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그래서 부랴부랴 일본은 자국의 S급 헌터들을 모으고 대책을 마련했지만, 그간 마쓰모토 협회장이 '발검 길드'만 편파적으로 밀어줬던 정황으로 인해 다른 길드에 소속된 S급 헌터들의 협조가 미적거리는 상황이었고, 설상가상으로 '발검 길드'마저 그간 마쓰모토 협회장의 농간에 휘둘려 궤멸 수준의 피해를 봤기에 이번 참에 마쓰모토 협회장의 그늘에서 '독립'하는 길을 걸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마쓰모토 협회장은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지경에 놓이고 말았다. 그럼에도 S급 게이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했다. 그래서 부길드장이었던 '스기모토 레이지'는 일본 헌터협회를 대표해서 전세계 S급 헌터들을 돈으로라도 사서 모시려 했고, 그 응답을 받은 단 한 명의 헌터가 러시아의 '유리 오를로프' S급 헌터였다. 그는 '결계 능력자'로 엄청난 마나석을 게이트 주변에 쌓아두고 자신의 능력을 펼치면 방어막을 설치할 수 있고, 그 방어막으로 S급 게이트도 막을 수 있다며 호언장담을 했고, 그 비용으로 '하루당 1천만 달러'를 지급하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막말로 S급 게이트를 언제 닫을 지 장담도 못하는 상황에서 그저 '결계'를 쳐서 막는 비용만으로 엄청난 액수를 요구했으니 일본으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는 처치가 되었다. 그러나 당장은 비용 걱정보다 나라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부터 해결해야 했다. 어차피 못 막는다면 일본은 끝장이니 말이다.

한편, 성진우는 '카르테논 신전'이 열리는 시한이 만료가 되었고, 드디어 '이중던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곳에서 '설계자'를 만나 '시스템의 의도'가 무엇인지 밝혀내야 했다. 당장 일본에서 발생한 S급 게이트가 더 급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던전 브레이크까지 3일의 시간이 남았기에 성진우는 '카르테논 신전'으로 발길을 돌렸던 것이다. 그리고 '이중던전'으로 다시 들어갔다. 성진우가 '인간'에서 '플레이어'가 되었던 바로 그곳으로 말이다. 성진우는 그곳에서 '설계자'가 누구인지 단박에 알아냈다. 던전에는 여전히 수많은 석상들이 즐비했지만, 유독 엄청난 '마력'을 뿜어내는 존재가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카르테논 신전의 규율'이 적힌 석판을 들고 있던 그 석상..아니 '그 놈'이었다. 인간이었을 때는 고작 E급 헌터였기에 그 힘을 가늠조차 하지 못했지만, 지금의 성진우는 레벨 103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 놈이 뿜어내고 있는 마력이 자신보다 훨씬 압도하고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물러날 수는 없었다. 진실은 밝혀야만 했기 때문이다.

성진우는 물었다. "너는 누구냐?" 그러자 그놈은 대답했다. "내가 '시스템'을 만든 설계자다"라고 말이다. 이 말 한마디로 성진우는 놀람을 금치 못했지만, 궁금한 것은 산더미처럼 많았다. 먼저 "왜 나를 '플레이어'로 선택했나?"부터 '시스템의 의도'가 무엇인지 질문을 계속 던졌지만, 자칭 '설계자'라 부르는 그놈은 자신을 이길 수 있으면 대답해주겠다고 했다. 그놈이 그렇게 대답한 까닭은 애초에 '인간' 나부랭이에 불과한 성진우가 자신을 이길 턱이 없다고 자만했기 때문이고, 사실 그런 질문에 답할 이유도 딱히 없었기 때문이다. 설계자가 성진우를 '플레이어'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분의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설계자는 처음부터 반대했었다. 왜냐면 너무 약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인간'이 가진 힘이 약하지만, 특히 성진우는 E급 헌터 중에서도 가장 약한 '인류 최약병기'라 불리던 약골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약골이 '그분을 담을 수 있는 그릇'으로 보기에 민망할 정도였던 것이다. 그래서 '시스템'을 만들었다. 약골이라지만 '레벨업'을 하다보면 그럭저럭 쓸만한 수준에 도달할 수도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계자는 성진우을 '레벨업' 시킬 목적으로 '시스템'을 만들었고, 가급적 빠르게 레벨업을 하도록 닥달했으며, 될 수 있도록 '그분'을 닮을 수 있게 '그분의 힘'을 맛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조율했던 것이다. 다행히 성진우는 그런 '시스템의 의도'를 잘 따라와줬고, 이렇게 '훌륭한 그릇'으로 훌쩍 성장했다. 이제 그분을 모시기만 하면 그뿐이었다.

나가는 글 : 도대체 '그분'은 누구란 말인가? 그 궁금증의 답은 이미 '성진우의 몸속'에 있었다. 인간으로서의 '심장'은 죽었지만, 그 심장 옆에 두근대고 있던 '또 하나의 검은 심장'이 뛰고 있었기 때문이다. 설계자가 그 '검은 심장의 주인'의 의뢰를 받아 성진우를 '플레이어'로 만들었고 '시스템'으로 육성을 하며 지금의 성진우로 성장하도록 배려(?)했던 것이다. 이제 설계자는 성진우에게 '검은 심장'에 봉인되어 있던 '그날의 기억'을 해제한다. 눈부시도록 하얀 날개를 가지고 있던 '광휘의 천사들'(나중에 밝혀지지만 이들은 '지배자'들이다)이 하늘에서 내려왔고, 대지에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각종 마수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두 진영은 서로 처절한 전투를 벌였다. 애초에 싸움이 목적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전세는 빠르게 기울었다. 애초에 마수들이 '지배자들'의 힘에 대항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죽은 마수들은 다시 '검은 그림자'로 부활했고, 그 그림자 병사들은 지배자들의 공격에 파괴되었다가도 이내 다시 살아나서 지배자들을 공격했다. 지배자들은 자신들의 우세함 속에서 '그림자 병사'들을 학살했지만, 그림자는 죽지 않고 다시 살아나 지배자들을 끈질기게 공격했다.

어느새 전황은 뒤바뀌었고, 지배자들의 패색이 짙어졌다. 그때 나타난 이가 바로 '그림자 군주'다. 불멸의 군대를 이끌고 숙적인 지배자들을 상대로 꿋꿋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위엄이 절로 풍기는 그런 모습이었다. 그렇게 전투는 '지배자들의 패배'로 굳어지는 듯 했지만, 꼿꼿했던 '그림자 군주'가 스르륵 무너져버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자신들의 편에 서야 마땅했던 '군주들'이 그림자 군주를 배신했고, 그리고 그런 배신한 군주들 편에 서서 도와주던 종족은 다름 아닌 '악마들'이었다. 그 가운데 우두머리였던 '악마왕 바란'이 그림자 군주의 숨통을 끊을 일격을 가했던 것이다. 그렇게 '그림자 군주'는 죽어갔다.

하지만 이때 '설계자'가 등장해서 스러져가는 '그림자 군주'의 심장을 거두었고, 그 '검은 심장'을 이중던전에서 만난 성진우의 목숨을 되살리는데 쓰려고 '검은 심장'을 넣어두었고, 그림자 군주를 부활시키기에 적당한 '그릇'으로 만들기 위해 이제껏 성진우에게 '레벨업'을 시켜왔던 것이다. 솔직히 '소설'만 읽었을 때에는 이 대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갑자기 등장한 '지배자와 군주 들' 때문에 혼란스러웠는데, 이들이 싸우는 이유는 또 한참 뒤에 밝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감춰진 내막을 알고 나면 앞으로의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이해를 한 뒤에야 '성진우의 위대함'이 더 잘 보인다. 성진우의 최후의 선택이 얼마나 어렵고 힘겨운 선택이었는지 말이다. 그래야 '강자의 의무'처럼 보였던 성진우의 행동 하나하나가 이해될 것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이 그저그런 웹툰이 아니라 최고일 수밖에 없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성진우는 '최강자'가 될 운명이다. 그런 운명을 타고 났으니 영웅이 되기 위해서라도 '시련과 고난' 정도는 가뿐히 넘어야 할 것이다. 그 뒤에 '최고의 자리'에 올라 당당히 모든 것을 누려...라는 스토리가 대부분의 '영웅 전설'이 갖고 있는 전형적인 스토리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성진우는 '최고의 자리'에 오른 뒤에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음에도 그걸 포기한다. 그리고 선택한 것은 평범하리만큼 '가족의 행복'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 행복을 얻기 위해서 세상을 다시 한 번 되돌리고, 그로 인해 어렵사리 이겼던 싸움을 '다시 한 번' 또 해야만 했다. 이번에는 '혼자서' 말이다. 왜냐면 그래야 성진우가 사랑하는 가족을 온전히 지킬 수 있었고, 전세계의 애꿎은 희생을 덜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대신 그로 인해 겪어야 할 고난은 오직 성진우 혼자 감당하게 된다. 그걸 무려 27년 동안이나 외로운 싸움에서 이기고 돌아온다. 애초에 선택한 것이 '가족의 행복'이었기에 성진우는 반드시 살아서 돌아와야 했던 것이다. 이게 '최강자'가 선택할 법한 일인가? 단순히 '강자의 의무'이기에 할 수밖에 없었던 선택이었는가? 모두 아니다. 그리고 그런 단순한 선택이 아니었기에 성진우의 매력이 뿜뿜했던 것이다. 이게 <나 혼자만 레벨업>이 다른 영웅이야기와 다른 서사를 보여주는 핵심이다. 그리고 성진우는 '선택'을 한다. 과연 어떤 선택이었을까? 다음에 계속.

#리뷰 #나혼자만레벨업 #장성락 #추공 #현군 #영웅만들기 #최강자의선택 #책이있는구석방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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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레벨업 8 - 만화
장성락(REDICE STUDIO) 지음, 추공 원작, 현군 각색 / 디앤씨웹툰비즈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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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레벨업 8> 장성락(Redice Studio) / 추공 / 현군 /디앤씨웹툰비즈 (2023)

[My Review MMCCLXXXIX / 디앤씨웹툰비즈 8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열여덟 번째 리뷰는 세계적으로도 전무후무한 '1인 길드'를 만들어버린 <나 혼자만 레벨업 8>이다. '나혼렙 세계관'에서 '길드'는 실질적인 국가를 이끌어가는 근원이라 할 수 있다. '게이트 발생' 이후에도 국가를 이끌어가는 정부와 민주주의를 이끌어가는 국회, 그리고 정의를 실현하는 법원 등은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지만, 게이트에서 마력이 쏟아지고, 던전을 통해서 이세계의 마수들이 뛰쳐나와 인간들을 마구 해치기 시작하는 일이 발생하자, 때마침 게이트를 통해 던전으로 들어가거나 나올 수 있는 '특별한 힘'을 갖춘 헌터들이 각성하기 시작했고, 점점 미처 날뛰는 마수들을 효과적으로 처치하기 위해서 헌터들끼리 뭉쳐야만 했는데, 그 중심에 바로 '길드'가 있었던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길드들의 활동 원활하게 운영하고, 때로는 규제를 가하기 위해서 탄생한 것이 '헌터협회'였다. 하지만 힘 있고 실력 좋은 헌터들은 돈벌이가 더 잘 되는 '대형길드'로 쏠리기 시작했다. 일단 헌터로 각성하게 되면 일반인보다 월등히 강해지기 때문에, 설령 가장 약한 E급 헌터라고 하더라도 일반인의 2~3배 강한 능력을 갖게 된다. 그로 인해서 각성자들은 일종의 '사명감'에 투철해지기 마련이지만, 그들도 결국엔 '인간'이기 때문에 큰 돈을 벌 수 있는 '대형길드'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럼 '대형길드'는 어떻게 해서 수익을 내고, 그 수익을 소속 헌터들에게 배분하는 것일까? 마력이 담겨 있는 '마정석''마나석' 같은 것들은 마수들의 사체에서 수거할 수 있는 것들인데, 헌터들이 팀을 짜서 레이드를 한 뒤에 사냥한 '마정석'을 품고 있는 마수의 사체에서 확보하거나, 던전 내부에 박혀 있는 '마나석'을 채굴해서 유용한 자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마정석으로 '아티팩트' 같은 것을 만들어서 특별한 능력이나 속성을 더해줄 수 있기 때문에, 옥션이나 암시장 같은 곳에서 고가에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나석으로도 적으나마 마력을 재가공해서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게이트 발생' 이후에는 국가마다 '길드'를 조직해서 많은 에너지원을 끌어모을 수 있게끔 협력하는 체제를 갖추게 된 것이다. 대형길드라면 S급 헌터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인 탓에 '더 큰 에너지원'을 품고 있는 상위계급의 마수를 처치할 수 있기에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고, 소속 헌터들도 큰 돈을 벌 수 있게 된 것이다. 과연 성진우는 어떤 길드를 만든 것일까? 그럼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나 혼자만 레벨업 8> 관점 포인트 : 결론부터 말하면, 제주도 레이드가 끝나고 고건희 협회장과 면담을 한 성진우는 '길드'를 만들겠다고 선언한다. 고건희 협회장으로서도 반가운 소리다. 현역 헌터로서 활발한 활약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한민국 5대 대형길드 가운데 하나가 아닌 성진우가 독자적으로 운영할 '아진 길드'를 새로 선보이고 싶어했기 때문에 더욱 반겼던 것이다. 기존의 대형길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큰 문제를 발생시킬 수도 있었을까? 사실상 대한민국 5대 대형길드는 어렵사리 균형추를 유지하고 있다. 애초에 서울 및 수도권에서 큰 활약을 보여준 길드는 '사신 길드'였다. 하지만 사신 길드의 임태규는 길드 운영을 그리 잘 하지 못했고, 사신 길드에서 몸담고 있던 백윤호가 독립하면서 '백호 길드'를 창설했다. 그리고 서울에서 또 하나의 강력한 힘을 보여준 '헌터스 길드'에는 '인류 최종병기'라고 불리는 최종인이 있었고, 혜성처럼 등장한 차해인이 부길드장으로 합류하면서 사실상 가장 강력한 대형길드로 자리매김을 했다. 허나 수도권에서만 게이트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지방에서도 게이트는 출현하고 있었고, 경상도에는 A급 헌터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사단 길드'가, 전라도에는 마동욱 헌터가 이끄는 '명성 길드'가 활약을 하며 지방에서 나타난 게이트를 전담하고 있다. 이렇게 5개의 대형길드가 전국을 나눠 먹고, 나머지 중소형 길드는 '헌터협회'의 관리 아래 C급 이하의 던전을 공략하면서 협조하고 있다. 물론 '개인 공격대'라 불리는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프리랜서 같은 헌터들도 있지만, 이들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C급 이하의 던전에서만 활동하고 있으며, 큰 수익을 벌 수도 없는 형편이다. 성진우가 E급 헌터로 각성해서 '인류 최약병기'라고 놀림을 받던 시절에 전전했던 던전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지만 게이트는 점점 더 많이, 더 강한 힘을 품고서 전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제주도 레이드 때 TV 방송을 통해 널리 알려진 '성진우 헌터'의 능력을 탐내는 국가들이 많아지게 된 것이다. 그런 까닭에 미국 헌터관리국에서는 발빠르게 움직이며 '업그레이더 능력'을 갖춘 노마 셀너를 급파하면서까지 성진우 헌터를 미국으로 데려가려 했던 것이다. 이를 눈치 챈 고건희 협회장은 불안했다. 미국에만 게이트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도 점점 강한 게이트가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어렵사리 '제주도 레이드'를 성공으로 이끈 대한민국으로서 가히 '국가권력급'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성진우 헌터를 다른 나라에 빼앗기는 일만큼 막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침맞게 성진우 헌터가 '길드 창설'을 선언한 셈이다. 이 선언으로 고건희 협회장은 두 마리 토끼..아니 '고민'을 해결하게 된 셈이다. 대한민국 길드 간의 균형이 깨지지 않은 점이 하나고, 대한민국의 소중한 보물로 등극한 성진우 헌터가 외국에 나가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건희 협회장도 성진우의 '아진 길드' 창설에 협력을 아끼지 않았고, 최대한 편의를 봐주도록 했다.

그러다 큰일이 발생했다. 부산에서 발생한 거대한 A급 게이트를 공략하기 위해 '기사단 길드''아진 길드'가 협력하려 했는데, 그 사이에 성진우의 여동생 성진아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한 것이다. 여기서 나타난 마수들은 가장 난폭하고 타고난 전사인 '오크'들이었다. 비록 어금니의 호위무사였던 '하이오크'보다는 약한 편이었지만, 전장에서 '살육'을 즐기는 것을 자긍심으로 여기는 '그록타르'가 던전 보스였다는 것이 문제였다. 던전 안에서 너무 오랫동안 '피'에 굶주려 있었고, 던전 브레이크로 보스가 게이트 밖으로 뛰쳐나갈 수 있게 되자 삽시간에 고등학교를 접수해버렸고, 다행히 200여 명의 학생들은 학교밖으로 탈출할 수 있었지만, 수십 명의 학생들은 피에 굶주린 오크들에 의해 살점이 흩어지고 온몸이 썰려나가는 끔찍한 희생을 당한 뒤였다. 그리고 오크들은 성진아와 일행들이 숨어 있는 곳을 찾아내고 목숨이 경각에 달리게 되었다. 그 순간 성진우가 미리 심어두었던 '하이오크 그림자병사' 세 마리가 튀어나왔고, 오크 전사들과 대치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을 조금 벌긴 했지만, 오크들의 족장인 '그록타르'가 냄새를 맡고 성진아에게 달려드니 오크보다 쎈 '하이오크'라 할지라도 버티지 못하고 소멸될 지경에 이른다.

그때 마침 부산에서 카이셀을 타고 쏜살같이 날아온 성진우가 '그록타르'와 대치하게 된다. 성진우는 여동생이 다쳤다는 사실에 온통 분노에 휩싸이게 되고, 오크 족장인 '그록타르'의 결투 신청조차 손가락 하나로 제압하며 여동생이 다친 곳은 없는지 먼저 살펴보게 된다. 오크 족장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허나 상대는 성진우였다. 성진우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은 일개 마수 전사들이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왜냐면 '그림자 군주'가 뿜어내는 마력이었기 때문이다. 아직 성진우는 '그림자 군주'로 각성하기 전이었지만, 레벨업을 통해서 이미 '군주의 힘'을 발휘할 정도로 강해졌던 것이다. 그 힘에 압도 당한 '그록타르'는 자존심을 구긴 채 성진우와 전사답게 싸우기만을 바랐다. 그러나 성진우는 이미 분노했다. 마수들이 '인간'을 살육한 것이 오늘, 바로 이 순간만 벌어진 것은 아니지만, 성진우에게 하나 뿐인 동생이 하마터면 죽을 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터져버린 분노를 그 누가 막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도 성진우는 '그록타르'에게 왜 '인간'을 살육하는지 그 이유를 묻기 시작했다. 그록타르는 머릿속에서 '인간을 죽이라'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성진우는 다시 되묻는다. "그럼 나도 죽이라고 목소리가 말하드냐?"고 말이다.

나가는 글 : 성진우의 이 질문은 매우 중요했다. 왜냐면 '이중던전'에서 죽다 살아난 이후에 성진우는 자기 자신이 '인간'이 맞는지 의문을 품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자신은 '이중던전'에서 죽은 것이 확실한데, 어떻게 다시 살아났으며, 그 뒤에 성진우의 눈앞에만 보이는 '스탯 창'의 존재가 '인간'이 맞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단 '플레이어'로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시스템'이 시키는대로 온갖 모험을 하며 '레벨업'을 하고 있지만,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성진우의 내면에서부터 자기 자신이 '인간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성진우는 '시스템'이 의도하는대로 따르기 시작한다. 단순히 '시스템의 명령(?)'을 어기면 무시무시한 '패널티'를 받기 싫어서가 아니다. 그보다 심한 '살인 퀘스트' 같은 것이 뜨고, '살인'을 저지르면서도 죄책감 따위가 들지 않는 자신을 느끼면서 '감정'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무리 '살인'을 저지르지 않느면 '자신'이 죽을 위기에 처했다고 하더라도 '살인'은 살인이었다. 그런데도 마음 한 구석에 미안한 마음이나 트라우마 같은 것을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성진우는 던전 속에서 마주치는 '대화'가 가능한 마수들에게 묻고 또 묻는다. 너희들이 '인간'을 죽이라는 목소리를 들었다면, 그 목소리가 '나'도 죽이라고 말하는지 말이다. 만약 마수들의 머릿속에 '인간'을 죽이라는 목소리가 성진우 앞에서도 들린다면, 아무리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간'임에 틀림 없다고 안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시스템의 의도대로 조정 당하는 마수들은 한결같이 그런 말을 속시원히 해주지 않았다. 도리어 스탯창에 '시스템의 설명 거부' 메시지만 마주할 뿐이었다. 그런데 '인간' 같지 않은 자신이 여동생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는 눈에 불을 뿜으며 분노하는 것을 느꼈다. 이 느낌은 성진우 자신이 여전히 '인간'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뒤에 이어지는 분노에 찬 행동에 다시 의구심을 들게 한다. 인간치고 너무 잔혹한 방식으로 '그록타르'를 고통 속에 죽여버렸기 때문이다. 그저 최강자가 뱉어내는 '분노의 힘'을 보여준 것일 뿐이었을까? 아니면 '괴물' 같은 분노 표출을 보여줬으므로 자기 자신이 '괴물'이 된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 혼란한 감정이 뒤섞인 상황에서 '사건 후속조치'를 하기 위해 고건희 협회장이 직접 '사건현장'을 찾아와 성진우와 대화를 나눴다. 이 사건으로 너무 많은 희생이 발생했고, 고건희 자신의 능력만으로, 현재의 헌터협회만으로 지금과 같은 '참극'을 막아낼 수는 없다며 성진우 헌터에게 대한민국을 떠나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한다. 이에 성진우는 던전 공략을 하기 위해 '최소 8명의 공격대'를 구성해야 한다는 제약조건을 해제해달라고 요구한다. 즉, '1인 공격대'만으로 던전 공략을 할 수 있는 특권을 달라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성진우 혼자만의 '1인 길드'를 허가해 달라는 요구와 다를 바가 없다. 물론 여기에는 더 빠르고 확실한 '레벨업'을 하기 위한 요구이기도 하다. 허나 그보다는 더 큰 목적을 띠고 있는 것이다. 바로 '싸우면 싸울수록 더욱 강해지는 그림자 군주'로 각성할 준비를 마친 것이다. 성진우는 아직 다 깨닫지는 못했지만, 곧 '카르테논 신전 열쇠'의 마감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기에 뭔가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는 강박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곳에서 성진우는 자신이 '인간'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시스템의 정체'를 밝혀내고 싶었다. 그리고 '이중던전'이 감추고 있었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서라도 성진우는 '레벨업'이 더 절실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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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피벗 - AI 시대, 개인과 기업의 생존 공식을 바꾸는 법
최연성 지음 / 터닝페이지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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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페이지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쓴 리뷰입니다


<전략적 피벗 : AI 시대, 개인과 기업의 생존 공식을 바꾸는 법> 최연성 / 터닝페이지 (2026)

[My Review MMCCLXXXVIII / 터닝페이지 4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열일곱 번째 리뷰는 변화의 시대에서 오래 버티고 살아남기 위해서 꼭 필요한 스킬을 깨우칠 수 있는 <전략적 피벗>이다. AI 시대를 살아가면서 능력 있는 경력자능력에다가 패기까지 넘치는 신규자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장년계층으로 살아가면서 절실히 느끼는 것은 '지금처럼 살아가는 것이 과연 정답일까?' 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처럼'이라고 말한 까닭은 40대 중반을 넘어 50대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회사에서 내쳐지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나이에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이 마냥 쉬운 일만도 아니다. 우스개 소리로 회사에서 짤리면 '치킨집 사장'이나 하면 되지라는 소리를 떠벌리지만, 솔직히 말하면 치킨집 사장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코로나 때에도 직접 목격했지만, 지금은 골목골목마다 '버티고' 있던 그 많던 치킨집이 하나둘 문을 닫더니 '지금'은 치킨집조차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막말로 회사에서 짤리면 갈 곳이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도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노력은 하지도 않고 '기존에 쌓은 전문적인 지식'만으로 우려 먹으며 "내가 아니면 이 회사가 제대로 굴러는 가겠어?"라며 너스레를 떨기는 하지만, 그건 솔직히 '나, 짤리면 갈 곳이 없어요'라는 절박한 비명에 가까운 소리라는 것이 진실일 것이다. 그럼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전략적 피벗> 관점 포인트 : '피벗'이란 용어는 농구 경기에서 쓴다. 세 발짝 이상을 걸으면 '트레블링 파울(일명 '워킹 파울')'에 걸리기 때문에 공격권이 상대팀에게 넘어가게 된다. 그래서 반칙을 범해서 공격권이 넘어가기 전에 같은팀에게 패스를 하거나 슛을 쏴야 하는데, 상대팀이라고 바보천치들만 있겠는가 말이다. 이미 두 발짝을 걸었고 한 발짝만 더 딛으면 공격권을 빼앗아 올 수 있기에 악착같이 달라붙어서 패스나 슛 동작을 취하지 못하게 디펜스 압박을 걸어온다. 이런 수비를 극복하고 같은팀 동료에게 원활한 패스를 하기 위해서 '한 발을 축으로 삼고' 패스할 수 있는 공간을 여는 동작을 통상 피벗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피벗'을 농구가 아닌 자신의 '전문성'과 '커리어'를 넓히면서 안정적인 성공 전략을 펼치기 위해서 쓰라고 권장하고 있다.

요컨대 피벗은 자신이 지금까지 쌓은 '경험'과 '경력'을 최대한 살려서 더 나은 '직장'을 구하거나 '창업'을 하는데 효율적으로 쓰라는 말이다. 이를 테면, F1 경주용 자동차를 더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 '공기역학'을 전공하고 취업에도 성공해서 3년간 '경력'을 쌓았다면, 그 경력을 충분히 살려서 다른 직장으로 이직할 때에도 유용하게 써먹고, 이직할 곳이 여의치 않아서 창업을 하더라도 그 경력을 썩히지 말고 충분히 활용해서 더 빠르고 더 안정적이며 더욱 확실한 성공 전략을 펼치라는 얘기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직'을 하더라도 '다른 F1 회사'로 취직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건 그냥 '전문지식'을 쌓고, '동종 업계의 경력'을 인정 받아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실력이 너무 출중해서 지금 있는 '회사'보다 더 많은 연봉이나 이익을 보장하는 '다른 회사'에 스카웃되는 거라면 말릴 까닭도 없다. 그런데 그런 사람은 몇 없다. 대부분은 회사에서 실력이 뒤처져서 짤리거나, 꿈꾸던 현실과 너무 달라서 일을 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퇴사를 한 경우에도 '전략적 피벗'을 사용하면 얼마든지 성공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이 책은 말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실력이 없다고 짤렸는데도 성공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전략적 피벗'이란 과연 무엇인가?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열심히 했는데 실패했다면, 좌절하거나 똑같은 방법으로 또다시 도전하는 방법을 주로 쓰곤 하는데, 그건 또 한 번의 실패를 부를 뿐이다. 왜냐면 이미 그 '방향'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럼 '방향'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실패가 아닌 성공으로 가는 길도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어릴 적부터 F1 경기를 동경하며 바라보았기 때문에 그 꿈에 매몰되어 '또 다른 F1 회사'로 이직했다면, 만족감을 얻기는커녕 또다시 실패할 가능성만 높였을 것이다. 왜냐면 이미 F1 회사에서 자신이 맡은 일이 자기 적성에 맞지도 않고 꿈꾸던 것과는 완전 다르다는 것을 '재확인'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람이 '방향'을 틀어서 빵 만들기에 도전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자기가 꿈꾸던 직장에 취직하는 것까지는 대성공이었지만, 직장에서 하는 일이 자신이 꿈꾸던 것과는 사뭇 다른 일이었던 탓에 일을 하면 할수록 스트레스를 받고, 의욕도 잃어버려서 번 아웃에 시달렸고, 급기야 섭식장애까지 발병해서 3년만에 직장을 그만두고 만다. 이 사람이 아픈 ㅁ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꽂힌 것은 다름 아닌 '베이킹'이었다고 한다. 그것도 '크루아상' 말이다. 그렇게 프랑스 파리의 유명 빵집에서 제빵 수업을 받고 직접 '크루아상'을 만들 수 있는 경지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가서 '크루아상'을 사서 먹어 봤는데, 맛이 없었단다. 그래서 자기가 직접 '크루아상'을 만들어 팔아보려고 했다. F1 경주용 자동차를 더 빠르게 만들기 위해서 '공기역학'을 전공하고 '엔지니어'까지 된 경력자였기에 '크루아상'을 만들 때에도 그 실력을 한껏 뽐낸 것이다. 즉, '엔지니어의 본능'을 깨운 것이다. '나는 엔지니어다. 실험하고 테스트하는 법을 안다. 이 크루아상을 '역설계' 해보겠다'라면서 말이다. 그날부터 3달 동안 매일 크루아상을 구웠단다. 매번 만들 때마다 '하나의 변수'를 바꿔가며 테스트했고, 그렇게 크루아상의 모든 요소를 분해하고 재조립한 끝에, 2012년 전 재산을 투자해 '룬 크루아상테리'를 창업했다고 한다. 그녀의 이름은 다름 아닌 '케이트 리드(Kate Reid)'다. 창업자가 된 것이다.

그녀가 만든 크루아상은 기존의 크루아상보다 버터 함량도 최대 10~18% 더 많았고, 빵 사이의 층도 더 두꺼워서 부드럽고 촉촉하고 풍미가 살아 있으며, 굽는 시간과 온도를 정밀하게 계산한 결과 바삭하면서 기름지지 않는 식감으로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제빵업자가 되었다. 그녀가 일군 '레시피'는 책으로도 출간이 되어 '룬 크루아상테리'는 세계적인 빵으로 거듭났다. 만약 그녀가 '전략적 피벗'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이 전공한 '공기역학'과 'F1 엔지니어' 경력만을 고집했다면 그녀의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까? 중요한 것은 '방향'을 바꾼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실력을 '엔지니어링'에 고정하지 않고, 얼마든지 다른 분야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뽐낼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중요한 관건이었던 셈이다.

나가는 글 : 이 책의 저자 최연성은 변화를 두려워하며 제자리에 머무는 선택이 가장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나는 '삼성맨'이야, 나는 'LG에 뼈를 묻겠어'라는 굳은 신념으로 20년 넘게 장기근속을 자랑하더라도 40대를 넘기면 아무리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슬슬 '퇴직'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기업에서 '정년'을 마치고 퇴사하는 영광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60세에 인생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퇴직금'을 들고서 뭔가를 또 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이다. 평생 2~30여 년간 몸담던 대기업을 떠나고 난 뒤의 당신의 삶은 무엇이 남겠느냔 말이다. 왕년에 잘 나갔다는 '라떼'만을 더듬으며 호식이랑 둘둘을 경쟁 삼아 '세마리 통닭집'을 오픈할 것인가? 통큰마트를 경쟁 삼아 '더싼 치킨집'을 오픈할 것인가? 로 고민만하고 있을 셈이냔 말이다. 그나마 '삼성맨'으로 살았던 노하우를 충분히 살려서 '삼성을 능가하는 치킨집'을 오픈한다면 다행이긴 한데, 대 삼성에서 쌓은 경력으로 튀긴 닭이 더 맛있으리라는 기대는 들지 않는다. 만약 그 방법이 있기라도 한다면 분명 어딘가에 '삼세페 통닭' 프렌차이즈나 '반도체 치킨', '웨이퍼 치킨' 같은 브랜드가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어 나와도 훨씬 전에 나왔을테니 말이다.

더구나 한국인은 대단하지 않느냔 말이다. '실력'만 놓고 본다면 한국인은 세계적인 반열에 오르고, 석권하는 것은 식은죽 먹기보다 더 쉽게 해냈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한국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인재들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지는 못하는가? 그건 한국인들이 벌이는 '경쟁의 에너지'가 엉뚱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존재하는 자리'를 차지하려는 경쟁력은 어마어마하지만, '새로운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에는 젬병이다. 이미 알려진 정답을 달달 외우고, 남이 정해준 규칙을 따르고 1위를 하는 실력은 대단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만을 위한, 자기만의 게임을 만드는 데에는 정작 그 강력한 에너지를 쏟아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멍청해서 그런 걸까?

그건 아니다. 그건 우리가 가르치는 '교육의 목적'이 잘못 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세상은 '정답 맞추기' 경쟁을 탈피해서, '새로운 문제 만들기'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정답'과 '모범답안'만을 강조하고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 '문제'를 직접 만들고, 그 문제에 '해답'을 찾아나가는 창조적인 방향으로 교육의 본질을 바꿔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기에 우리 사회가 바뀌질 않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사회는 '변화'를 두려워하고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시도를 하다가 '실패'를 하는 것에 두려워하고, 단 한 번의 실패로도 인생을 좌절하고 포기하려 든다. 실패는 그저 네비게이션을 보다가 '우회로'를 만난 것과 같은 수준일 뿐이다. 평소에 잘 가던 길이 '막히면' 다른 길을 통해서 '우회'하면 그뿐인 것이다. 우회라는 말에 '돌아서 간다'는 뜻이 담겨 있어서 부정적인 느낌이 들긴 하지만, 늘 다니던 길이라도 '꽉 막힌 상태'가 지속되면, 우회해서 돌아가는 길이 최단 거리인 '지름길'이 되고, 그 길이 '성공으로 가는 새로운 지름길'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실패를 했다면 '방향'만 바꿔서 다시 도전하면 된다.

물론, 여기에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실패를 했을 때 '안전그물'과 같은 시스템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그러니 실패를 경험하면 '다시 일어서지' 못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기 십상이다. 그래서 인생을 살면서 '단 한 번의 실패'도 허락치 않고, 오직 '성공 가도'를 가기 위해서 끝없는 경쟁을 해야만 한다. 그 경쟁이 중·장년층과 노년층의 '치킨집 경쟁'까지 이어져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를 골병 들게 만들고 있다. 그럴수록 우리에게 절실한 것이 바로 <전략적 피벗>인 것이다. 실패를 '경력'을 삼고,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다시 뛸 수 있게 용기를 불어 넣어주기 때문이다. 물론 실패한 방향과는 '다른 방향'이어야 한다. 피벗이란 한 발을 축으로 삼아 '방향'을 트는 공격전술이기 때문이다. 상대 수비수가 꽉 막고 있는 '방향'으로 또다시 공격을 하려 들면 결국 또 '실패'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럴 땐 방향을 틀어서 상대편을 속이고 같은편에게 패스를 하여 골을 넣을 확률을 높여야 한다. 이게 성공비결인 셈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방향'을 틀어버린다고 새 인생을 새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신이 쌓은 '전문지식'은 어디 가질 않고 당신의 머릿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러니 그 '전문지식'을 충분히 활용해서 '다른 방향'을 뛸 준비를 하면 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충분히 어필하는 것이 핵심이다. 복잡한 문제도 척척 해결해내는 능력이 있다면 어떤 직장에서든 환영받을 것이다. 까다로운 고객을 감동시키고 지갑도 활짝 열게 할 자신이 있다면 누구라도 마다할 팀장이 없을 것이다. 또한 아무리 극한 상황에 처한 위기를 맞닥뜨려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수많은 '자격증(스펙)'을 따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그런 자격증은 '실력'은 확인할 수 있지만, 정작 써먹을 수 있는 '인재'인지 판단하는데 아무 짝에도 쓸데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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