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 4
고우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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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 4> 고우영 / 문학동네 (2021)

[My Review MMCCXXVIII / 문학동네 33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쉰일곱 번째 리뷰는 <고우영 삼국지 4>다. 여러 <삼국지>를 읽어도 최고를 꼽으라면 '해석'이 독특하고 이야기가 풍부한 소설을 꼽는다. 그래서 그게 뭐냐고 묻는다면 해마다 달라지곤 한다. 하지만 올해는 '만화 삼국지'를 꼽으려 한다. 올해는 유독 '만화 삼국지'를 많이 읽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고우영 삼국지'는 섬세한 디테일이 단연 최고다. 굵직한 스토리를 따르고 있지만, 그 가운데 꽂히는 '핵심 이야기'에 아주 세세한 디테일을 잘 살려 놓았기 때문이다. 그럼 책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고우영 삼국지 4> 관점 포인트 :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11장 기인 예형, 12장 관우, 13장 도사 우길, 14장 제갈량이다. 삼국지를 잘 아시는 분들은 머릿속에 대략적인 서사 흐름이 보일 것이다. 조조가 연주에 확고한 터를 잡고 헌제까지 볼모로 삼고서 권력을 장악한 상황에서 '관도대전'에서 원소를 상대로 대승을 거두었다. 그리고 남은 적은 형주의 유표, 그리고 유표의 품으로 달아난 유비 삼형제다. 조조는 유비도 잡고 유표도 잡기 위해서 '형주'를 치려 하는데, 마땅히 보내야 할 사신이 없다. 왜냐면 허도에서 반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조조 암살 사건이 일어났던 것이다. 복황후가 헌제를 대신해서 조조를 암살하려 했으나 사전에 모의한 내용이 발각이 되면서 모의에 참여했던 의원 길평이 조조에게 모진 고문을 받고 죽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니 조조에게 충성을 바칠 뜻 있는 신하들이 나설 턱이 있겠는가. 그런 와중에 '예형'이 천거되어 유표에게 항복을 권하러 가라고 시켰으나, 예형은 선비에 대한 예우도 모르고, 조조를 불의한 집단이라며 한껏 비웃어주니 조조는 예형을 '남의 칼'을 빌려 죽이려 든다. 이런 스토리를 고우영은 아주 섬세한 필치로 오롯이 담아냈다. 소설에서 아주 짧게 다뤘던 길평과 예형의 일화를 아주 중심으로 잡고 메인스토리로 흘려버린 것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 이런 일화는 '13장 도사 우길'에서도 펼쳐진다. 젊은 나이에 허무하게 죽어버린 손견과 마찬가지로 아들인 손책도 그렇게 죽게 된 스토리를 아예 '우길'이라는 에피소드를 앞세우며 장엄한 장송곡으로 연주를 해버린 것이다. 이는 '14장 제갈량'도 마찬가지다. 그 유명한 '삼고초려'를 보여주기 위해 앞뒤 중간 다 잘라먹고 오직 '제갈량' 세 글자만 내세웠다. 거기다 <고우영 삼국지>에서 '제갈량'은 여성성을 부여해서 남정네들이 펼치는 어마어마한 전장터에서 섬세한 독심술로 상대의 모든 전략을 간파하는 지략을, 마치 '여성이 펼치는 육감의 놀라운 적중률'인 것마냥 풀어냈다. 그래서 이후에 벌어질 <고우영 삼국지>의 이야기를 '제갈량'이 이끌어 간다고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더구나 제갈량은 유비를 '천하의 주인'이 될 사람으로 치부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애초에 '출사'조차 하지 않고 천하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일체 관여하지 않으려 했다. 그럼에도 제갈량이 유비의 손을 잡고 '천하'를 경영하러 나간 까닭은 무엇일까? 심지어 '고우영'은 제갈량을 폐병쟁이로 설정해서 제갈량의 꿈이 실현되지 못할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단 제갈량이 등장하고 나니 유비는 날개를 단 듯 훨훨 날아가게 된다. 물론 그건 이후의 이야기일 것이다.

나가는 글 : 흥미진진하다. 원래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천하삼분지계를 실행하려 나서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꽉 막힌 속이 풀리듯 술술 흘러가긴 하지만, <고우영 삼국지>는 또 다른 색채로 술술 풀려나간다. 이는 <고우영 초한지>에서 '한신'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술술 풀려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우영은 거기서도 '한신'은 여성화하였다. 유방이 한신을 얻고 천하를 얻은 것처럼 유비도 제갈량을 얻도 천하를 꿈꾸게 된 것을 고우영은 '현모양처'를 얻어 내조를 받는 남자가 출세길이 활짝 열리듯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다. 그래서 <고우영 삼국지>에서 대부분의 여성캐릭터가 '에로티시즘'에 충실한 반면에 오직 '제갈량'만은 그런 에로티시즘과는 거리를 두고, 오직 '내조하는 마누라'로 설정하고, 그 자신의 꿈을 '남편 캐릭터(유방과 유비)'의 출세길을 활짝 열어주는 설정을 한 것이다.

1980년대의 '시대적 한계'가 엿보이는 해석이긴 하지만, '만화 삼국지'가 아니었다면 결코 펼쳐내지 못했을 독특한 해석이다. 분명 남자캐릭터인데 여성적인 면모를 듬뿍 자아내는 묘사가 독자로 하여금 다른 의미에서 '애간장'을 녹이고 있는 것이다. 허나 21세기 독자들의 눈에는 어떻게 '분석' 되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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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 3
고우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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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 3> 고우영 / 문학동네 (2021)

[My Review MMCCXXVII / 문학동네 32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쉰여섯 번째 리뷰는 <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 3>이다. 일정이 어그러지는 바람에 무려 한 달만에 리뷰를 이어가게 되었다. 뭐, 어그러졌다고해도 '다른 삼국지'를 읽고 또 리뷰하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고우영 삼국지>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왜냐면 자꾸 '비교'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매년 읽던 <삼국지>와는 다르게 이책 저책을 비교하며 읽다보니 '견문'은 더욱더 넓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넓어진 견문이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지켜봐주시길 바란다. 그럼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고우영 삼국지 3> 관점 포인트 : 3권의 줄거리를 먼저 이야기 해야겠다. 요즘 이책 저책을 읽다보니 '줄거리'가 자꾸 엉키고 있다. 똑같은 '삼국지'를 읽고 있는데도 책마다 써내려가는 줄거리가 사뭇 다르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 암튼 3권의 줄거리는 '7장 이각과 곽사', '8장 장비와 여포', '9장 조조와 과부', '10장 여포와 유비'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여포의 동탁 암살'부터 '조조의 서주대학살'까지다. 핵심포인트는 조조가 '헌제'를 볼모로 잡고 허창에 안주하기까지의 과정을 눈여겨 봐야 하고, 그 와중에 여포가 몰락하고, 유비가 서주에 정착하기까지의 서사에 주목하면 된다. 이 부분은 일반적인 <삼국지>에서도 여러 군웅들이 중구난방으로 할거하는 대목으로 그리고 있다. 그 어떤 영웅도 확고한 세력을 다지지 못하고 이곳저곳에서 난립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각지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흥하는 영웅이 있는 반면, 일순간에 갖고 있던 영지를 빼앗기고 불귀의 객이 되어버리는 '난세'가 펼쳐지고 있던 셈이다.

그나마 조조에게 '헌제'가 제발로 찾아는 일이 발생하면서, 조조가 새롭게 확고하게 자리를 잡게 된다. 반면에 유비는 아직도 변변한 영지를 갖고 있지 못하다가 조조의 서주대학살 이후 도겸의 영지였던 '서주'를 차지하면서 조조와 맞서 싸우는 형국을 보인다. 그 와중에 끈 떨어진 여포가 유비를 찾아오니 유비는 이를 기회로 삼아 조조와 맞서 싸울 카드로 '여포'를 활용할 생각에 미치게 된다. 허나 여포가 어디 쉬이 다룰 수 있는 카드던가. 정말 최강의 힘을 가진 카드였으나,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도 해를 끼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카드였던 것이다. 허나 천자까지 등에 업은 조조의 막강한 세력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병력조차 변변히 갖지 못한 유비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유비는 여포를 정중히(?) 모시는 척하며 받아들인다.

그 와중에 조조는 완성에 남아 있는 '역적 잔당'을 헤치우려다 아리따운 과부와 운우지정을 나누다 골로 갈뻔 했다. 대신 조조를 지키던 호위무사 전위가 조조 대신 목숨을 잃는다. 한편, 유비는 천자의 명을 받들어 원술을 치러 원정을 가고, 그 빈틈을 노리고 여포는 장비가 지키고 있는 서주를 차지하는데, 그럼에도 유비는 여포를 포용하고 순순히 소패로 내려가 조조와의 대결을 도모한다. 그 덕분에 원술이 유비를 침략했을 때 여포가 나서서 도움을 주게 된다.

나가는 글 : 여기까지가 3권의 줄거리다. 그럼 <고우영 삼국지>만의 특색은 뭘까? 앞서도 말했지만, 에로틱한 해석과 서민적인 주인공의 대활약이다. 7장 이각과 곽사에서는 '예쁜 점쟁이'가 등장해서 둘 사이를 갈라놓고, 9장 조조와 과부에서는 '예쁜 과부'가 등장해서 조조를 망신살 뻗치게 만든다. 그것도 아주 에로틱하게 말이다. 이는 실상 '신문연재' 당시에 매출을 늘리려는 고육지책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냥 무작정 '야한 것'만은 아니었다. 고우영 특유의 위트와 철학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진짜 주인공 '장비'가 다시 활약을 했다. <고우영 삼국지>에서 유독 주목해야 할 등장인물이 있다면 단연 '장비'다. 독자들은 '장비'를 통해서 <고우영 삼국지>의 진짜 주제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영웅으로 불리는 조조와 유비를 통해서 찾을 수 없는 '서민적인 이야기'를 진솔하게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조조는 간웅이다. 실패를 해도 간사한 잔꾀를 내어서 성공 못지 않은 이득을 챙긴다. 그래서 우리는 조조를 통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하는 비결'을 배울 수 있다. 유비는 어진 영웅이다. 비록 실패를 할지라도 비열하고 부도덕한 방법으로 만회하려 들지 않는다. 험한 세상을 살면서 이렇게 살면 늘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허나 이 방법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이는 느리지만 거대하고 당장은 손해를 보지만 멀게 보면 더 큰 이익을 노리는 대인배임을 알 수 있다. 허나 장비는 어떤가? 조조처럼 이득을 위해 비열한 행동을 할 줄 모른다. 그렇다고 유비처럼 대인배처럼 행동하며 거창한 꿈을 꾸지 못한다. 그저 '오늘'을 살 뿐이며 불행한 과거를 잊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평범한 소인배처럼 행동할 뿐이다. 대개는 이런 장비를 두고 순박하지만 어리석다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고우영 삼국지>에서는 이런 순박하고 어리석은 주인공을 내세웠다. 왜일까?

우리네 서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중국 후한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지만, 그 시절에도 못 먹고 못 살던 가난한 백성들이 있었다. 그들이 황건적이 되어 난을 일으켰다. 20세기 대한민국에도 못 먹고 못 살던 서민들이 있었다. 그들이 민주화운동의 주역이 되었다. 장비는 황건적을 토벌하였지만, 나쁜 짓을 하는 황건적만을 벌주었다. 또 장비는 관리들을 혼쭐내주었다. 이는 민주사회를 해하는 암적인 존재들을 혼쭐 내줄 인물로 장비를 꼽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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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4 - 폭풍전야, 제2회 스토리킹 수상작 후속작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4
천효정 지음, 강경수 그림 / 비룡소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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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4 : 폭풍전야> 천효정 / 비룡소 (2016)

[My Review MMCCXXVI / 비룡소 12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쉰다섯 번째 리뷰는 점점 팽창되는 세계관으로 더욱 흥미진진해지는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4>다. 이번에는 더 많은 무술인들이 등장한다. 바로 '무중협'과 '무지협'의 등장한 것이데, 이들은 비록 주인공도 아닌 엑스트라에 불과하지만, 앞으로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 너무도 소중한 캐릭터들이기 때문에 주목해야 한다. 사실 모든 소설에서 '주연'을 돋보이게 하는 '조연들'의 활약은 대단히 중요하다. 영웅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악랄한 악당이 등장해야 하는 법이니까 말이다. 그럼 책속으로 풍덩 빠져보자.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4> 관점 포인트 : 건방이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요즘 초등학생은 어른 못지 않게 연애도 하고 사랑도 한다(부러운 것들). 그런데 건방이의 짝은 누구일까? 오방도사의 연인이 꽃님소저였듯 건방이의 짝지로는 백초아가 딱이다. 물론 백초아도 건방이를 싫어하지 않는 눈치다. 하지만 문제는 건방이가 사랑 따위는 전혀 모르는 천방지축이라는 사실이다. 초아가 대놓고 좋아하는 티를 팍팍 내는데도 눈치도 없이 '초아의 연정'을 대놓고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방이는 초아에게 번번히 구박을 받는데, 이런 무심한 건방이를 열렬히 사모하는 여성이 등장해서 화제다. 도대체 누구일까?

어느 날, '현상수배'가 학교 전체에 도배가 되었다. 사람을 찾는다는데, 찾는 사람이 다름 아닌 소문이 자자한 '머니맨'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머니맨을 당당하게 수배(?)한 여성은 놀랍게도 학교 전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오아영이라는 여자 친구다. 청초하고 어여쁜 외모의 소유자라서 팬클럽까지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한마디로 학교에 등장하는 순간부터 구름떼를 몰고 다니는 인기녀라고 할 수 있다. 그녀가 머니맨을 찾겠다고 '현상수배'를 내린 것이다. 이유인 즉슨, 오아영이 머니맨을 사랑하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만나서 사랑고백을 하겠다는 작정이라는데, 정작 문제는 '무술인'이 일반인에게 정체가 들통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미 '머니맨'이 '이건방'이라고 아는 사람은 있지만, 다들 함구하고 있기 때문에 별문제가 안 생겼다. 하지만 오아영은 다르다. 오아영이 '머니맨'의 정체를 밝히는 순간 건방이가 오방도사의 제자인 무술인이라는 사실, 또 그동안 '머니맨'으로 활약했다는 사실까지 삽시간에 소문이 날 것이다. 물론 오아영은 그런 사정도 모르고, 그런 사실이 알려진다한들 자신이 사랑하고 지켜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머니맨'을 찾으려 열심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사달이 났다. 바로 '무지협'이 이런 약점(?)을 잡고서 건방이와 스승인 오방도사에게 협박을 했기 때문이다. 무술인은 절대 일반인에게 정체를 밝혀서는 안 된다는 암묵적인 규칙을 어겼기에 '무지협의 협박'이 아주 근거 없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그런데 이 문제가 건방이의 일방적인 실수도 아니고 사연을 들어보면 '정상참작'이 될 수도 있는 일인데, 이를 문제 삼아 '오방도사'를 곤란에 빠뜨려서 이익을 챙기려는 나쁜 심보를 가진 '무지협'이 더 큰 문제다. 사실 '무지협'의 이런 류의 협박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다. 그래서 알만한 사람들은 이런 무지협의 횡포에 비난을 하고 '무중협'에게 고발도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증거'는 감쪽 같이 사라지거나 '증인'도 찾을 수 없기 일쑤고, 고발했던 '무중협'에서도 감감무소식인 경우가 허다했던 것이다. 그래서 무지협의 횡포는 더더욱 심해졌고, 결국 건방이와 오방도사에게 이 사달이 나게 된 것이다. 과연 건방이는 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까?

나가는 글 : <무협소설>에도 종종 러브라인을 타기 마련이다. 남주와 여주가 등장하는데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데 문제는 '남성작가'인 탓에 이런 러브라인이 종종 '국가대사'를 만나 충에 의해 이루어질 수 없거나, 남자들끼리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 희생시켜버리고 마는 무심한 남성작가들에 의해 '사랑이야기'가 바사삭 부서지고 만다. <사조영웅전>에서 곽정과 황용의 사랑이 그렇다. 더구나 정략혼인이긴 했지만 곽정과 화쟁공주는 또 어땠는가 말이다. <신조협려>에서 양과와 소용녀, 그리고 양과와 곽양의 사랑도 이루어진 것이 하나도 없다. <의천도룡기>에서 장무기는 수많은 여자와 만나지만 하나같이 엉크러지고 만다. 결국 '무심한 남주' 때문이긴 하지만, 그런 남주를 누가 만들었겠는가? 바로 '남성작가'가 저지른 만행이었다.

헌데 천효정 작가는 '여성작가'다. 여성작가가 써낸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에서는 사랑이야기는 아주 생생하다. 여성 캐릭터의 세심한 감정까지 살려내면서 무정한 남정네의 심사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까지 '읽는 맛'이 참으로 솔솔하다. 그리고 이런 섬세한 감정 묘사가 '무협소설'에도 아주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이게 '시즌2'에서도 계속 이어질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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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3 - 전설의 검, 제2회 스토리킹 수상작 후속작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3
천효정 지음, 강경수 그림 / 비룡소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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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3 : 전설의 검> 천효정 / 비룡소 (2015)

[My Review MMCCXXV / 비룡소 11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쉰네 번째 리뷰는 거듭할수록 흥미가 새록새록 솟아나는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3>이다. 이번에는 '전설의 검'이 등장한다. 무협소설에서 꼭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무공의 힘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절체절명의 무기가 등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무기의 주인이 되는 사람이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전설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전해져 오고 있다. 비단 <무협소설>에만 전해지는 이야기는 아니다. 영국 켈트족의 위대한 군주 '아더왕'도 전설의 명검 엑스칼리버를 뽑아 든 뒤에 영국을 통일했다. 김용의 소설 <의천도룡기>에도 '의천검''도룡도'가 등장한다. 의천검은 '하늘에 의지한다'는 뜻을 갖고 있으며, 후한시대 조조가 소장하고 있던 명검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황제의 검으로도 불리며, '황제의 뜻'이 곧 '하늘의 뜻'으로 통하던 시절에 의천검에 의해 베어진 것들은 모두 부정한 것으로 치부될 정도였다. 도룡도는 또 어떤가. 용을 잘라낼 정도의 위력을 가졌다는 의미를 지녔으니, 흔히 용에 비유가 되는 황제조차 단칼에 도륙할 수 있는 칼이란 뜻이다. 이런 '전설의 검'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어찌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럼 책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3> 관점 포인트 : 열심히 오방도사에게 권법을, 설화당주에게 검법을 전수 받고 있던 건방이는 어느덧 '경지'에 다다르게 된다. 물론 그 경지가 '최고'였으면 오죽 좋으련만 아무리 수련을 거듭해도 더는 오르지 않는 '현실의 벽'에 다다르게 되자 더 이상의 수련이 무색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에 오방도사는 건방이에게 '무술 수련'을 떠나라고 명한다. 이번 무술 수련의 목적은 '수검'을 손밖으로 뽑아내는 것이다. 건방이가 손에 '검의 기운'을 맺게 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엄청난 능력이다. 왜냐면 스승인 오방도사도 '수검'을 맺지 못하기 때문이다. 허나 건방이의 수검은 반쪽짜리였다. 손과 팔에 '검의 기운'을 맺힐 수 있었지만, 그건 자신의 목숨이 경각에 달하는 '살기'를 느꼈을 때에만 나오는 불완전한 수검이었고, 그조차 손과 팔 밖으로 기운을 뿜어낼 수 없어서 손과 팔을 칼처럼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뻣뻣하기 이를 데가 없었기에 제대로 된 검술 동작을 펼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참에 무술 수련을 통해서 '수검'을 제대로 쓸 수 있도록 '벽'을 깨려고 한 것이다. 이런 무술 수련에 백초아도 동행(?)하게 된다. 초아도 설화검법의 1단계조차 발휘하지 못하는 벽에 막혔기 때문인데, 아무래도 여자 혼자 무술 수련을 보낼 수 없었던 설화당주가 극구 반대했음에도 초아는 몰래 건방이를 쫓아간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무술 수련인데, 엉뚱하게도 닭과 용의 기운이 머문다는 계룡산에서 '전설의 검'을 둘러싼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온갖 명검을 만든다는 유명한 대장장이 '타타'가 그곳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건방이는 사실 '전설의 검'에 관심도 없다. 전설의 검을 가진 무술인이 최고가 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것은 검술을 쓸 줄 아는 무술인에 한해서다. 권법을 수련한 이에게 검은 도리어 방해가 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데 없이 등장한 '도둑 원숭이' 때문에 건방이와 초아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사실 명검을 만드는 타타에게는 쌍둥이 형제가 있었다. 난타라는 검사였다. 둘은 어릴 적부터 우애 좋은 형제였는데, 난타는 검술을, 타타는 권법을 연마했다. 하지만 난타의 검술은 날로 발전하는데 비해서 타타의 권법은 지지부진했다. 대신 검을 만드는 재주가 있다는 것을 알고서 타타는 권법 수련을 멈추고 여러 가지 칼을 만드는 대장장이로 재능을 발휘한다. 그렇게 둘은 각자의 재능을 발휘하며 지냈는데, 타타가 만든 검 가운데 '최고의 검'이 만들어지게 된다. 하지만 타타는 그 검을 세상에 내놓지 않으려 했다. 왜냐면 그 검은 위력은 엄청났지만 매우 '사악한 힘'을 갖고 있는 '사검'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타가 그 검의 위력에 빠져서 갖고 싶어 하는 것을 알고, 타타는 검을 '검집'에 봉인하고 뽑을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난타는 비록 형일지라도 타타를 죽이려 했고, 죽이기 전에 검을 검집에서 뽑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려 했다. 그렇게 형제 간에 벌어진 싸움에 건방이와 초아가 휘말리게 된 것이다.

결국 난타는 우여곡절 끝에 사검을 검집에서 뽑아내게 되었고, 이를 막고자 건방이와 초아는 각자를 막고 있던 '벽'을 깨고 엄청난 위력을 가진 '수검'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되었고, 설화검법의 정수를 깨우치고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높아진 수련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으니...

나가는 글 : 세상을 살다보면 '벽'에 가로막힌 듯 아무런 발전도 없이 멈춰진 것만 같은 '정체된 자신'을 마주하는 시기가 찾아온다. 그럴 때 그 벽을 깨부수지 못하면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그 결과 '좌절의 늪'에 빠져서 그동안 노력한 것이 허무할 정도로 쉬이 포기하게 된다. 이때 발버둥을 쳐서라도 그 벽을 빠져나가야만 한다. 그런데 어떻게?

하나는 '정공법'이다. 벽을 통과할 때까지 계속 계속 정진하는 것이다. 절대 지치지 않고 벽이 깨어질 때까지 나아가는 것이다. 한마디로 '벽'이 먼저 깨어지느냐, '내'가 먼저 자빠지느냐다. 다른 하나는 '운'을 기다리는 것이다. 꽉 막혀서 아무 것도 못할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저절로 벽이 깨어지면서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이런 운이 언제 어떻게, 그리고 몇 번 찾아올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저 막연히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떤 방법을 '선택'할 건가? 또, 어떤 방법이 좋은 선택일 것인가?

답은 없다. 벽이 깨어지는 순간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가운데서도 가장 효율이 좋은 방법이 있다. 바로 '라이벌의 등장'이다. 흔히 말하는 '선의의 경쟁'이 꽉 막힌 벽을 뚫거나 성장의 속도를 높여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라이벌'조차도 행운이 따라야 한다. 운 좋게 자신의 성장을 돕는 적절한 시기와 적절한 능력을 갖춘 '선의의 라이벌'이 등장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효정 작가는 건방이에게 이런 '라이벌'을 만들어주었다. 오방도사의 첫 번째 제자였던 '도꼬'가 있고, 비슷한 또래의 백초아와 오지만도 라이벌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라이벌이 존재한다고 해서 만사 형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기서 나오는 변수가 이 책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요소일테고 말이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그 요소가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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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2 - 결투단의 최후, 제2회 스토리킹 수상작 후속작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2
천효정 지음, 강경수 그림 / 비룡소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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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2 : 결투단의 최후> 천효정 / 비룡소 (2015)

[My Review MMCCXXIV / 비룡소 10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쉰세 번째 리뷰는 제2회 스토리킹 수상작의 후속작으로 발표된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2>이다. 그래서 2권부터는 1권에는 없던 '부제'가 달렸다. 이제 본격적인 건방이의 수련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말이다. 어쩌면 건방이는 '무술 천재'일지도 모른다. <예언서>에 모든 무술을 통달한 '팔팔동자'가 등장할 거라 했는데, 그 '팔팔동자'가 다름 아닌 건방이가 아닐까 짐작된다는 말이다. 사실 대부분의 <무협소설>에서는 이런 천재가 종종 등장한다. 무술의 고수가 등장해서 혼탁해진 무술인들의 세상을 평정하고, 악인들을 멸하며 벌주는 영웅으로 활약하는 대서사가 펼쳐지기 마련이다. 아무리 어린이책으로 출간되었다고는 하나 그런 '기본 공식'에서 아주 탈피한 것은 아니라서 더욱 흥미진진했다. 그래서 제목도 '수련기'인 모양이다. 아직 무술 천재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형편 없지만 차차 성장하면서 엄청난 재능을 선보여 줄 것이니 말이다. 암튼 책속으로 풍덩 빠져보자.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2> 관점 포인트 : 사실 <무협소설>에서 무공대결을 뺀 나머지는 정말 지루하다. 그렇다고 밑도 끝도 없이 대결만 할 수도 없기에 이야기의 기본 구조에 걸맞게 '기승전 결투'로 진행되기 마련이다. 이 책도 그 기본 공식에 충실하다. 그러다 보니 대결, 대결, 또 대결의 연속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모든 등장인물이 다 대결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놈저놈 다 싸우다보면 금세 식상해지기 때문에 '결정적인 결투'를 위해 남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에 스승끼리 아무리 오래전부터 '대결 약속'을 했더라도 저들끼리 싸우고 나면 제자들의 결투가 시시해질 수가 있다. 그런 연유로 '스승의 대결'이 '제자의 대결'로 대리 승부를 보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래서 스승은 제자를 심혈을 기울여서 길러내고 '대리전'을 치루게 하는 것이 다반사다. 이런 이야기 구조를 위해서 오방도사의 제자로 뽑힌 '건방이'광독지존삼천갑자도사의 제자 '오지만'이 결투단이란 곳에서 최후의 승부를 보게 되는 것이 2권의 메인 스토리다.

하지만 메인 스토리를 성립시키기 위해서 서브 스토리로 각각 '건방이'와 '오지만'이 라이벌이 될 수밖에 없는 서사를 풀어내는데, 건방이는 손을 돌처럼 단단하게 만드는 권법, '수석술'을 연마함과 동시에, 손에서 칼처럼 날카로운 기운을 뿜어내어 검술을 펼칠 수 있는 '수검술'까지 연마하게 된다. 권법에, 검법까지 마스터한다면 무술인으로 굉장한 고수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한편, 오지만은 우연히 광독지존삼천갑자도사를 만나 '암기'와 '독'을 이용해서 상대를 제압하는 술수를 익혀서 부당한 힘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상대를 혼쭐을 내주는 것에 성공하면서 '찌질이'에서 '실력자'로 급성장하여 자신감을 회복하게 된다. 이렇게 '건방이 vs 오지만'의 대결은 단순한 자존심 싸움보다 훨씬 큰 라이벌의 대결 양상으로 확전되고 만다.

뭐, 승부 결과는 보나마나 뻔할 것이다. 예상은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논해봐야 할 것이 있다. 무술대결에 있어서 정정당당하고 공명정대한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니까 말이다. 헌데 대결 상대의 주특기가 건방이는 '권법'을 기본으로 쓰고, 오지만은 '암기와 독'을 이용해서 공격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게 정정당당한 대결일까? 우리는 '암기'를 쓰거나 '독'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은 비겁한 행위로 인식한다. 예를 들어, 나는 '맨주먹'으로 대결을 하려는데, 상대는 '무기'를 들고서 덤빈다면 전혀 공평하지 않은 것이다. 애초에 이런 대결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더구나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훨씬 유리하다. 왜냐면 '무기'가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엄청난 위력 때문이다. 더구나 비겁하게 몰래 숨겨 놓고서 쓰는 '암기'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상대를 무력하게 만드는 '독'을 쓰는 것은 애초부터 힘이 약한 비겁하고 찌질한 사람이 쓰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다. '암기'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하기 위해서 엄청난 수련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총처럼 '발사장치'를 갖추거나 총알처럼 '그 자체로 지닌 물리력, 폭발력'에 의해 엄청난 피해를 주는 무기라면 얘기가 또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수리검'이나 '표창' 같은 것을 던지는 수법은 정말이지 엄청난 수련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럼 '독'을 쓰는 것은 어떨까? 총알처럼 '독'이 애초에 가지고 있는 생명에 치명적인 맹독성, 온몸을 꼼짝 못하게 하는 마비성, 정신을 착란시키거나 혼란하게 만드는 환각성 등의 성질을 이용하기 때문에 방아쇠를 당기는 것처럼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손쉽게 결투에서 승부를 낼 수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허나 이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가 아닐까? 그런 엄청난 맹독을 사용하려면 자신도 부주의하게 다뤄선 안 된다. 그래서 해독 방법도 연마해야 하고, 자신이 당하지 않도록 수련을 거듭해야 하며, 자신은 안전하면서도 상대에 독을 주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독'을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가? 독을 쓰는 것이 단순히 비겁한 행위라고 보기는 힘들 수도 있다.

이처럼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지만, 그런 논란에 빠지지 않도록 천효정 작가는 아주 치밀하게(?) 이야기를 구성했다. 비록 맹독을 사용하는 악당처럼 보이는 캐릭터지만 성정이 야비하고 비열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한 덕분에 '암기'와 '독'을 사용하는데 능숙한 초절정 고수로 그려 놓았기에 '결투단'에서 벌이는 대결이 공정하도록 보이게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 덕분에 이야기가 논란으로 빠지지 않고 아주 재밌고, 심지어 코믹한 대목도 연출 가능했던 것이다.

나가는 글 : <무협소설>은 인기가 다 했다. 요즘 독자들은 실현불가능한 환상은 용납해도, 황당무계한 거짓에는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국무술의 실체가 여실히 드러났는데도, '중국무술'이 최고를 넘어 최강이라는 '거짓말'을 늘어놓는 뻔뻔함에는 완전히 손절해버린 셈이다. 더구나 <무협소설>의 원조로 불리는 중국에서마저 번번히 흥행에 참패를 면치 못하겠는가. <무협소설>의 대가 김용의 원작소설들은 여전히 많은 인기를 끌고는 있지만, 그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나 '애니메이션'은 번번히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는 '무술대결'에 대한 환상이 처참하게 깨졌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스포츠 경기'에서 쿵푸(무술) 기술을 쓰는 선수조차 없을 정도다. 만약 있다고 하더라도 성적이 좋지 않거나 처참한 패배를 보이며 일찌감치 탈락의 쓴잔을 마시는 꼴이 되고 만다. 쿵푸로 큰 인기를 끄는 것은 '이소룡'이 마지막이었다. 그후에 '성룡', '이연걸', '견자단'이 뒤를 이었지만, 모두 '이소룡'만큼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고, 현재는 겨우 명백만 유지하고 있을 정도다. 그리고 실제 무술도 이소룡이 창안한 '절권도'라는 것이 실전에서 쓰이고 있을 뿐, 그 외에 다른 무술들은 실전에서 사용하다가는 큰 코를 다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소림쿵푸, 태극권, 영춘권, 팔괘권 등 유명한 무술들은 실전에선 무용지물에 가깝다. 이소룡조차 엽문에게 '영춘권'을 전수받았지만, 그것만으로 실전에서 사용할 수 없어서 '태권도'를 접목해서 '절권도'라는 실전무술을 선보였을 뿐이다. 그나마 1980년대를 마지막으로 '홍콩영화의 붐'이 끝을 맺으면서 중국무술의 신비감도 함께 사그라들고 만 것이다.

그 뒤로 인기를 끈 것은 실전에서도 써먹을 수 있는 '마샬아츠(실전무술)'로 상대를 제압하고 효과적인 타격을 갖춘 무술에만 환호했다. 일본의 '가라데(공수도)'도 좀 시들하지만, '합기도'와 '유도' 기술과 결합하면서 실전에서 여전히 유용하다고 할 수 있고, 태국의 '무에타이'는 킥복싱이라고 불리며 전투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남미의 '카포에라', 러시아의 '삼보' 등도 실전무술로 널리 쓰이고 있다. 하지만 현재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무술은 단연 대한민국의 '태권도'다.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면서 '발 펜싱'이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지만, 태권도가 단지 '신체단련'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수련'으로 충효를 강조하고, 인간의 기본 예절인 '공경'을 비롯한 '예절'을 교육프로그램에 넣음으로써 '상대를 제압하는 힘'뿐 아니라 '인류공영에 이바지 할 마음가짐'인 예절까지 강조하면서 무술의 궁극적인 존재 이유를 널리 공감받는 일이 가능해졌다.

바로 이것이 '무술인'이 가져야 할 궁극적인 힘이다. 힘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힘을 올바르게 쓰도록 '수양'까지 겸해야 한다는 것이 더 중요한 법이다. 이 책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시리즈를 읽으면서도 흐믓해지는 까닭이 바로 이런 '수련'과 '수양'을 아주 당연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힘을 쌓고, 그 힘을 무단으로 사용해서, 세계 정복 같은 허망된 욕망을 보여주는 것뿐이라면 좋아해줄 가치조차 없었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이 책에 흠뻑 빠진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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