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 4
고우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월
평점 :
<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 4> 고우영 / 문학동네 (2021)
[My Review MMCCXXVIII / 문학동네 33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쉰일곱 번째 리뷰는 <고우영 삼국지 4>다. 여러 <삼국지>를 읽어도 최고를 꼽으라면 '해석'이 독특하고 이야기가 풍부한 소설을 꼽는다. 그래서 그게 뭐냐고 묻는다면 해마다 달라지곤 한다. 하지만 올해는 '만화 삼국지'를 꼽으려 한다. 올해는 유독 '만화 삼국지'를 많이 읽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고우영 삼국지'는 섬세한 디테일이 단연 최고다. 굵직한 스토리를 따르고 있지만, 그 가운데 꽂히는 '핵심 이야기'에 아주 세세한 디테일을 잘 살려 놓았기 때문이다. 그럼 책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고우영 삼국지 4> 관점 포인트 :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11장 기인 예형, 12장 관우, 13장 도사 우길, 14장 제갈량이다. 삼국지를 잘 아시는 분들은 머릿속에 대략적인 서사 흐름이 보일 것이다. 조조가 연주에 확고한 터를 잡고 헌제까지 볼모로 삼고서 권력을 장악한 상황에서 '관도대전'에서 원소를 상대로 대승을 거두었다. 그리고 남은 적은 형주의 유표, 그리고 유표의 품으로 달아난 유비 삼형제다. 조조는 유비도 잡고 유표도 잡기 위해서 '형주'를 치려 하는데, 마땅히 보내야 할 사신이 없다. 왜냐면 허도에서 반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조조 암살 사건이 일어났던 것이다. 복황후가 헌제를 대신해서 조조를 암살하려 했으나 사전에 모의한 내용이 발각이 되면서 모의에 참여했던 의원 길평이 조조에게 모진 고문을 받고 죽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니 조조에게 충성을 바칠 뜻 있는 신하들이 나설 턱이 있겠는가. 그런 와중에 '예형'이 천거되어 유표에게 항복을 권하러 가라고 시켰으나, 예형은 선비에 대한 예우도 모르고, 조조를 불의한 집단이라며 한껏 비웃어주니 조조는 예형을 '남의 칼'을 빌려 죽이려 든다. 이런 스토리를 고우영은 아주 섬세한 필치로 오롯이 담아냈다. 소설에서 아주 짧게 다뤘던 길평과 예형의 일화를 아주 중심으로 잡고 메인스토리로 흘려버린 것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 이런 일화는 '13장 도사 우길'에서도 펼쳐진다. 젊은 나이에 허무하게 죽어버린 손견과 마찬가지로 아들인 손책도 그렇게 죽게 된 스토리를 아예 '우길'이라는 에피소드를 앞세우며 장엄한 장송곡으로 연주를 해버린 것이다. 이는 '14장 제갈량'도 마찬가지다. 그 유명한 '삼고초려'를 보여주기 위해 앞뒤 중간 다 잘라먹고 오직 '제갈량' 세 글자만 내세웠다. 거기다 <고우영 삼국지>에서 '제갈량'은 여성성을 부여해서 남정네들이 펼치는 어마어마한 전장터에서 섬세한 독심술로 상대의 모든 전략을 간파하는 지략을, 마치 '여성이 펼치는 육감의 놀라운 적중률'인 것마냥 풀어냈다. 그래서 이후에 벌어질 <고우영 삼국지>의 이야기를 '제갈량'이 이끌어 간다고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더구나 제갈량은 유비를 '천하의 주인'이 될 사람으로 치부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애초에 '출사'조차 하지 않고 천하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일체 관여하지 않으려 했다. 그럼에도 제갈량이 유비의 손을 잡고 '천하'를 경영하러 나간 까닭은 무엇일까? 심지어 '고우영'은 제갈량을 폐병쟁이로 설정해서 제갈량의 꿈이 실현되지 못할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단 제갈량이 등장하고 나니 유비는 날개를 단 듯 훨훨 날아가게 된다. 물론 그건 이후의 이야기일 것이다.
나가는 글 : 흥미진진하다. 원래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천하삼분지계를 실행하려 나서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꽉 막힌 속이 풀리듯 술술 흘러가긴 하지만, <고우영 삼국지>는 또 다른 색채로 술술 풀려나간다. 이는 <고우영 초한지>에서 '한신'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술술 풀려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우영은 거기서도 '한신'은 여성화하였다. 유방이 한신을 얻고 천하를 얻은 것처럼 유비도 제갈량을 얻도 천하를 꿈꾸게 된 것을 고우영은 '현모양처'를 얻어 내조를 받는 남자가 출세길이 활짝 열리듯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다. 그래서 <고우영 삼국지>에서 대부분의 여성캐릭터가 '에로티시즘'에 충실한 반면에 오직 '제갈량'만은 그런 에로티시즘과는 거리를 두고, 오직 '내조하는 마누라'로 설정하고, 그 자신의 꿈을 '남편 캐릭터(유방과 유비)'의 출세길을 활짝 열어주는 설정을 한 것이다.
1980년대의 '시대적 한계'가 엿보이는 해석이긴 하지만, '만화 삼국지'가 아니었다면 결코 펼쳐내지 못했을 독특한 해석이다. 분명 남자캐릭터인데 여성적인 면모를 듬뿍 자아내는 묘사가 독자로 하여금 다른 의미에서 '애간장'을 녹이고 있는 것이다. 허나 21세기 독자들의 눈에는 어떻게 '분석' 되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