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사 산책 8권 - 만주사변에서 신사참배까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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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사 산책 8권 : 만주사변에서 신사참배까지> 강준만 / 인물과사상사 (2008)

[My Review MMCCXXIX / 인물과사상사 35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쉰여덟 번째 리뷰는 <한국 근대사 산책 8>이다. 강준만 교수의 역사책을 읽으면서 '우리 역사'를 재조명해보려 다시 읽기를 하고 있는데, 아직도 '이승만', '박정희' 때가 좋았다는 타령을 하고, 심지어 '일제시대'가 100점 만점이라는 역사평가를 댓글로 다는 분들이 계시다. 뭐, 그럴 수 있다. 각자의 역사관으로 사료를 분석하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는데, 뭐라 하겠는가. 이제는 화를 내기에도, 일일이 반박하기에도, 귀찮다. 현재 이재명 대통령도 100점 만점을 줄까 말까인데, 이승만 100점, 박정희 100점, 일제시대 100점을 주겠다는 사람을 어찌 할 수 있을까? 그냥 냅두는 것이 정답이다. 세상에 '나만 옳고, 남은 틀리다'고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짓인지 알만 해지면 정신을 차릴 테니 말이다. 지금 윤석열이 그러고 있지 않은가. 저만 옳아서 '비상계엄'을 했고,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니 정당하다고 주장한다면, 고대로 돌려주면 된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얼마든지 '비상계엄'을 내릴 수 있고, 그것이 '계몽령'이라고 정당화 할 수 있다면, 정말로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한다면, 어찌 됐든 현직 대통령인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그럴 권한이 있다는 얘기다. 그것도 '정상'으로 말이다. '절대 권력'을 그런 식으로 쓰는 것을 '계몽령'이란 허울로 포장하는 꼼수는 도대체 누구에게 배운 것인가? 뭐, 그게 누구인지는 콕 집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 수 있지만 말이다. 책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한국 근대사 산책 8> 관점 포인트 : 제1차 세계대전에서 '승전국'의 지위를 차지한 일제는 내친김에 중국 침략을 본격화 한다. 대만을 찝쩍거리고서는 자신감을 얻은 일제는 '조선'을 손아귀에 넣었고, 식민경영을 발판 삼아 '만주와 몽골'을 영향권 아래 놓더니, 이제 중국 본토를 장악하기 위해 첫발을 내딛으려 한다. 그 시작이 바로 '만주사변'이다. 얼토당토 않은 '모략질'로 침략을 시작한 일제는 삽시간에 '중일전쟁'으로 치달았고, 너무 욕심을 부려 중국을 한 입에 베어 먹으려 드는 바람에 결국 오래 가지 않아 역풍을 맞게 된다. 천하의 나폴레옹도 러시아를 공략하다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일제는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그런데도 일제는 무대포로 밀어붙이다 '패망의 길'을 앞당겼을 뿐이다. 하지만 1930년대에는 아직 일제의 운이 다하지 않은 모양이다.

일제가 중국본토 침략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1920년대까지 줄기차게 '독립전쟁'을 이어오던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이 30년대 들어서 대단히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일제는 교묘하게 '문화통치'를 하면서 우리 민족을 '갈라치기'하려 들었고, 실제로 이 방식은 잘 먹혀 들었다. 무단통치 시기에는 무도할 정도로 '무단통치'를 하며 차별이 심했지만, 문화통치 시기에 접어들자 조선인들에게 표면적으로나마 '교육의 기회'도 제공하고, '취업의 길'도 열어주었으며, '성공을 꿈꿀 수 있는 희망'까지 심어주었다. 허나 이런 것들이 일종의 '기만행위'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일제는 '조선인 차별'을 결코 멈춘 적이 없으며 날이 갈수록 더 심화시켰고, 표면적으로는 지식인들을 '우대'하는 척하며 회유했고, 결과적으로 회유 당하든, 저항을 하든, 공평하게 '차별'을 당연하게 행했다.

그러면서 그런 '차별'이 당연하다는 논리를 폈는데, 그것이 당시 유행하던 '우생학'과 만나면서 더욱 노골적이 되었다. 우생학은 애초에 '우열의 차이'가 결정되어 있으니, 우등한 민족이 열등한 민족을 지배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사회진화론'을 앞세워 그럴 듯한 '식민지배의 당위성'을 내세웠다. 이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서 '일제의 우월성'을 입증하고자 조선민중들을 상대로 '박람회' 같은 것을 구경시키면서 관람료를 강제로 수탈하는 교묘한 방식으로 세뇌시켰다. 이를 두고 '식민지사학'이니 '황국신민화운동'이니 말하는 것들이다. 이런 것들에 한 번 빠져들기 시작하면 좀처럼 헤어나질 못하는 것이 정말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해방된 지 8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런 '왜곡된 사관'에 빠져들어서 헤어나질 못하고, 그런 못된 짓을 배워서 '대한민국 국민들'을 상대로 갈라치기하려 드는 정치집단이 여전하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그런 생각에 빠져든 이들은 저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줄로 모른다는 점이다. 그리고 애꿎은 민주시민들을 해코지하고, 민주주의 근간을 뿌리째 뽑아들려고 무던한 행동들을 일삼고 있다. 정말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그럼 1930년대 우리 민족은 어떤 일을 했는가? 한인애국단인 이봉창과 윤봉길이 '폭탄 의거'를 행하며 우리의 독립 의지를 세계 만방에 떨쳤고, 일제의 철저한 감시속에서 활동이 위축된 독립운동가들은 '좌우합작'을 하며 수단과 방법의 차이는 차치하고, 우선 '독립'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신간회'를 조작해서 거대한 단결을 보여주려 했었다. 허나 어처구니 없게도 일제는 '묻지마 감금'이라는 방법으로 아무 근거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조선인'을 구속하고 감금하고 고문과 심문을 하는 과정에서 '신간회의 존재'를 밝혀내고 만다. 이른바 '105인 사건'을 시작으로 비밀조직이었던 '신간회'가 들통이 났고, 일제의 무자비하고 비인간적인 폭력에 의해 '신간회'는 결국 해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는 '신간회'의 한쪽 날개를 맡았던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세력들이 '우리의 독립 의지와 열망'에 아무런 관심도 없는 소련의 '코민테른'의 지시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어리석음을 보여줌으로서 끝내 '신간회'가 해체되는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조선인 사회주의자와 공산주의자 들을 멍청하다고 매도할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소련의 사회주의 혁명과 '공산주의 국가 건설'이 너무도 성공적이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마르크스 사상에 입각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소련의 위업을 누가 쉽게 흠을 잡을 수 있었겠느냔 말이다. 그런 성공한 세력이 주축이 된 '코민테른'이 조선의 독립을 위해서 어련히 알아서 '지도편달'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 철썩 같이 믿었던 조선의 사회주의자와 공산주의자 들을 순진하다고 매도하기에는 '시대적 상황'이 너무 그쪽 편이었다. 어쨌든 '소련의 지시'를 받는 코민테른의 명령은 당시 일제치하에 놓여 있던 '조선 독립운동가'들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이었고, 이를 '이상적인 방법'으로 오판한 사회주의 계열과 공산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들이 '신간회 활동'보다 '코민테른의 지시'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다 지나고 나니 '코민테른의 지시'가 허울만 좋은 이상이었을 뿐, 현실의 녹록치 않은 것들에 대해서는 전혀 간파하지 못했었다고 알 수 있지, 당시를 살던 사람들은 그것이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은 애초부터 없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나가는 글 : 그렇다면 '신간회'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비록 신간회 활동은 독립이라는 결실도 얻지 못하고, 우리 민족의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한 채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지만, 일제의 철저하고 교묘한 방해공작 속에서도 우리 스스로 힘을 모으고 독립을 하겠다는 단단한 의지를 보여주었기에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애초에 사상적으로 '다른 조직'이 '한 몸'으로 행동하기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치 '종파'가 다른 종교인들을 한데 묶어놓고 '한 목소리'를 내보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신간회'는 좌우합작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그리고 실패하긴 했지만, 그건 우리 내부의 분열 때문이 아니었다. 일제의 감시망조차 피해 활발히 활동했었는데, 정말 운이 지지리도 없었던 것이다. 소가 뒷걸음치다가 쥐를 잡는 격이었고, 어부가 물고기를 잡으려고 친 어망에 잠수함이 걸린 꼴이 었다.

그럼, 만약 '신간회'가 발각되지 않고 애초에 계획했던대로 활동을 이어나갔다면 우리 민족의 역량만으로 '독립'을 쟁취할 수 있었을까? 아쉽지만 그건 아니다. 그건 앞서 언급한 '소련 코민테른의 무지' 때문이었다. 사회주의자와 공산주의자 들에게 '코민테른의 결정'은 지상명령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런데 당시 소련은 일제를 지지했고, 조선의 독립에는 관심이 없었다는데 아주 큰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당시 우리의 '외교역량'이 제대로 발휘되는 상황이었다면 진행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었겠지만, 일제에 의해 '외교권'을 빼앗긴 채 망해버린 나라이기에 다른 강대국의 관심도, 지지도 받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구가 조직한 '한인애국단'의 활약은 대단한 것이다. 이봉창은 비록 실패했지만, 폭탄을 일왕을 향해 던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일본인들을 기겁하게 만들었고, 윤봉길은 상해에서 거사를 성공시킴으로써 중국의 장개석을 '우리 편'으로 돌리게 만드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의 외교적 역량이 발휘되면서 '조선의 독립'을 전세계에 천명하고, 적당한 시기에 조선을 독립시키자는 카이로회담과 얄타회담의 결실을 갖고 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중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독립운동가'들이 중국군에 편입이 되어 일제와 싸울 수 있었고, 비록 '조선독립군'이란 명칭으로 당당히 일제와 전쟁을 벌일 수는 없었지만, 일제와 싸울 수만 있다면 '중국군'이든 '소련군'이든 가리지 않고 참전하여 실력행사를 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민족의 수난은 계속되었다. 일제에 의해 '식민지인'이 되었다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조선인은 중국에서도, 소련에서도 결코 환영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려인 강제이주'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비극이었다. 그리고 일제는 1940년대에 접어들면서 더욱 수탈과 차별을 심화했고, 급기야 '병참기지화'와 '민족말살'이라는 끔찍한 만행을 우리 민족에게 가했다. 심지어 친일을 행하던 민족배신자들도 일제에 차별받고 고통받는 것은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그런데도 벨도 없이 일제시대를 100점 만점으로 평가하는 이들이 현존한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게 그저 '해석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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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 4
고우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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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 4> 고우영 / 문학동네 (2021)

[My Review MMCCXXVIII / 문학동네 33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쉰일곱 번째 리뷰는 <고우영 삼국지 4>다. 여러 <삼국지>를 읽어도 최고를 꼽으라면 '해석'이 독특하고 이야기가 풍부한 소설을 꼽는다. 그래서 그게 뭐냐고 묻는다면 해마다 달라지곤 한다. 하지만 올해는 '만화 삼국지'를 꼽으려 한다. 올해는 유독 '만화 삼국지'를 많이 읽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고우영 삼국지'는 섬세한 디테일이 단연 최고다. 굵직한 스토리를 따르고 있지만, 그 가운데 꽂히는 '핵심 이야기'에 아주 세세한 디테일을 잘 살려 놓았기 때문이다. 그럼 책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고우영 삼국지 4> 관점 포인트 :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11장 기인 예형, 12장 관우, 13장 도사 우길, 14장 제갈량이다. 삼국지를 잘 아시는 분들은 머릿속에 대략적인 서사 흐름이 보일 것이다. 조조가 연주에 확고한 터를 잡고 헌제까지 볼모로 삼고서 권력을 장악한 상황에서 '관도대전'에서 원소를 상대로 대승을 거두었다. 그리고 남은 적은 형주의 유표, 그리고 유표의 품으로 달아난 유비 삼형제다. 조조는 유비도 잡고 유표도 잡기 위해서 '형주'를 치려 하는데, 마땅히 보내야 할 사신이 없다. 왜냐면 허도에서 반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조조 암살 사건이 일어났던 것이다. 복황후가 헌제를 대신해서 조조를 암살하려 했으나 사전에 모의한 내용이 발각이 되면서 모의에 참여했던 의원 길평이 조조에게 모진 고문을 받고 죽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니 조조에게 충성을 바칠 뜻 있는 신하들이 나설 턱이 있겠는가. 그런 와중에 '예형'이 천거되어 유표에게 항복을 권하러 가라고 시켰으나, 예형은 선비에 대한 예우도 모르고, 조조를 불의한 집단이라며 한껏 비웃어주니 조조는 예형을 '남의 칼'을 빌려 죽이려 든다. 이런 스토리를 고우영은 아주 섬세한 필치로 오롯이 담아냈다. 소설에서 아주 짧게 다뤘던 길평과 예형의 일화를 아주 중심으로 잡고 메인스토리로 흘려버린 것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 이런 일화는 '13장 도사 우길'에서도 펼쳐진다. 젊은 나이에 허무하게 죽어버린 손견과 마찬가지로 아들인 손책도 그렇게 죽게 된 스토리를 아예 '우길'이라는 에피소드를 앞세우며 장엄한 장송곡으로 연주를 해버린 것이다. 이는 '14장 제갈량'도 마찬가지다. 그 유명한 '삼고초려'를 보여주기 위해 앞뒤 중간 다 잘라먹고 오직 '제갈량' 세 글자만 내세웠다. 거기다 <고우영 삼국지>에서 '제갈량'은 여성성을 부여해서 남정네들이 펼치는 어마어마한 전장터에서 섬세한 독심술로 상대의 모든 전략을 간파하는 지략을, 마치 '여성이 펼치는 육감의 놀라운 적중률'인 것마냥 풀어냈다. 그래서 이후에 벌어질 <고우영 삼국지>의 이야기를 '제갈량'이 이끌어 간다고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더구나 제갈량은 유비를 '천하의 주인'이 될 사람으로 치부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애초에 '출사'조차 하지 않고 천하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일체 관여하지 않으려 했다. 그럼에도 제갈량이 유비의 손을 잡고 '천하'를 경영하러 나간 까닭은 무엇일까? 심지어 '고우영'은 제갈량을 폐병쟁이로 설정해서 제갈량의 꿈이 실현되지 못할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단 제갈량이 등장하고 나니 유비는 날개를 단 듯 훨훨 날아가게 된다. 물론 그건 이후의 이야기일 것이다.

나가는 글 : 흥미진진하다. 원래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천하삼분지계를 실행하려 나서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꽉 막힌 속이 풀리듯 술술 흘러가긴 하지만, <고우영 삼국지>는 또 다른 색채로 술술 풀려나간다. 이는 <고우영 초한지>에서 '한신'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술술 풀려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우영은 거기서도 '한신'은 여성화하였다. 유방이 한신을 얻고 천하를 얻은 것처럼 유비도 제갈량을 얻도 천하를 꿈꾸게 된 것을 고우영은 '현모양처'를 얻어 내조를 받는 남자가 출세길이 활짝 열리듯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다. 그래서 <고우영 삼국지>에서 대부분의 여성캐릭터가 '에로티시즘'에 충실한 반면에 오직 '제갈량'만은 그런 에로티시즘과는 거리를 두고, 오직 '내조하는 마누라'로 설정하고, 그 자신의 꿈을 '남편 캐릭터(유방과 유비)'의 출세길을 활짝 열어주는 설정을 한 것이다.

1980년대의 '시대적 한계'가 엿보이는 해석이긴 하지만, '만화 삼국지'가 아니었다면 결코 펼쳐내지 못했을 독특한 해석이다. 분명 남자캐릭터인데 여성적인 면모를 듬뿍 자아내는 묘사가 독자로 하여금 다른 의미에서 '애간장'을 녹이고 있는 것이다. 허나 21세기 독자들의 눈에는 어떻게 '분석' 되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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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 3
고우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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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 3> 고우영 / 문학동네 (2021)

[My Review MMCCXXVII / 문학동네 32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쉰여섯 번째 리뷰는 <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 3>이다. 일정이 어그러지는 바람에 무려 한 달만에 리뷰를 이어가게 되었다. 뭐, 어그러졌다고해도 '다른 삼국지'를 읽고 또 리뷰하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고우영 삼국지>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왜냐면 자꾸 '비교'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매년 읽던 <삼국지>와는 다르게 이책 저책을 비교하며 읽다보니 '견문'은 더욱더 넓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넓어진 견문이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지켜봐주시길 바란다. 그럼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고우영 삼국지 3> 관점 포인트 : 3권의 줄거리를 먼저 이야기 해야겠다. 요즘 이책 저책을 읽다보니 '줄거리'가 자꾸 엉키고 있다. 똑같은 '삼국지'를 읽고 있는데도 책마다 써내려가는 줄거리가 사뭇 다르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 암튼 3권의 줄거리는 '7장 이각과 곽사', '8장 장비와 여포', '9장 조조와 과부', '10장 여포와 유비'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여포의 동탁 암살'부터 '조조의 서주대학살'까지다. 핵심포인트는 조조가 '헌제'를 볼모로 잡고 허창에 안주하기까지의 과정을 눈여겨 봐야 하고, 그 와중에 여포가 몰락하고, 유비가 서주에 정착하기까지의 서사에 주목하면 된다. 이 부분은 일반적인 <삼국지>에서도 여러 군웅들이 중구난방으로 할거하는 대목으로 그리고 있다. 그 어떤 영웅도 확고한 세력을 다지지 못하고 이곳저곳에서 난립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각지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흥하는 영웅이 있는 반면, 일순간에 갖고 있던 영지를 빼앗기고 불귀의 객이 되어버리는 '난세'가 펼쳐지고 있던 셈이다.

그나마 조조에게 '헌제'가 제발로 찾아는 일이 발생하면서, 조조가 새롭게 확고하게 자리를 잡게 된다. 반면에 유비는 아직도 변변한 영지를 갖고 있지 못하다가 조조의 서주대학살 이후 도겸의 영지였던 '서주'를 차지하면서 조조와 맞서 싸우는 형국을 보인다. 그 와중에 끈 떨어진 여포가 유비를 찾아오니 유비는 이를 기회로 삼아 조조와 맞서 싸울 카드로 '여포'를 활용할 생각에 미치게 된다. 허나 여포가 어디 쉬이 다룰 수 있는 카드던가. 정말 최강의 힘을 가진 카드였으나,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도 해를 끼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카드였던 것이다. 허나 천자까지 등에 업은 조조의 막강한 세력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병력조차 변변히 갖지 못한 유비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유비는 여포를 정중히(?) 모시는 척하며 받아들인다.

그 와중에 조조는 완성에 남아 있는 '역적 잔당'을 헤치우려다 아리따운 과부와 운우지정을 나누다 골로 갈뻔 했다. 대신 조조를 지키던 호위무사 전위가 조조 대신 목숨을 잃는다. 한편, 유비는 천자의 명을 받들어 원술을 치러 원정을 가고, 그 빈틈을 노리고 여포는 장비가 지키고 있는 서주를 차지하는데, 그럼에도 유비는 여포를 포용하고 순순히 소패로 내려가 조조와의 대결을 도모한다. 그 덕분에 원술이 유비를 침략했을 때 여포가 나서서 도움을 주게 된다.

나가는 글 : 여기까지가 3권의 줄거리다. 그럼 <고우영 삼국지>만의 특색은 뭘까? 앞서도 말했지만, 에로틱한 해석과 서민적인 주인공의 대활약이다. 7장 이각과 곽사에서는 '예쁜 점쟁이'가 등장해서 둘 사이를 갈라놓고, 9장 조조와 과부에서는 '예쁜 과부'가 등장해서 조조를 망신살 뻗치게 만든다. 그것도 아주 에로틱하게 말이다. 이는 실상 '신문연재' 당시에 매출을 늘리려는 고육지책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냥 무작정 '야한 것'만은 아니었다. 고우영 특유의 위트와 철학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진짜 주인공 '장비'가 다시 활약을 했다. <고우영 삼국지>에서 유독 주목해야 할 등장인물이 있다면 단연 '장비'다. 독자들은 '장비'를 통해서 <고우영 삼국지>의 진짜 주제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영웅으로 불리는 조조와 유비를 통해서 찾을 수 없는 '서민적인 이야기'를 진솔하게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조조는 간웅이다. 실패를 해도 간사한 잔꾀를 내어서 성공 못지 않은 이득을 챙긴다. 그래서 우리는 조조를 통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하는 비결'을 배울 수 있다. 유비는 어진 영웅이다. 비록 실패를 할지라도 비열하고 부도덕한 방법으로 만회하려 들지 않는다. 험한 세상을 살면서 이렇게 살면 늘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허나 이 방법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이는 느리지만 거대하고 당장은 손해를 보지만 멀게 보면 더 큰 이익을 노리는 대인배임을 알 수 있다. 허나 장비는 어떤가? 조조처럼 이득을 위해 비열한 행동을 할 줄 모른다. 그렇다고 유비처럼 대인배처럼 행동하며 거창한 꿈을 꾸지 못한다. 그저 '오늘'을 살 뿐이며 불행한 과거를 잊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평범한 소인배처럼 행동할 뿐이다. 대개는 이런 장비를 두고 순박하지만 어리석다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고우영 삼국지>에서는 이런 순박하고 어리석은 주인공을 내세웠다. 왜일까?

우리네 서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중국 후한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지만, 그 시절에도 못 먹고 못 살던 가난한 백성들이 있었다. 그들이 황건적이 되어 난을 일으켰다. 20세기 대한민국에도 못 먹고 못 살던 서민들이 있었다. 그들이 민주화운동의 주역이 되었다. 장비는 황건적을 토벌하였지만, 나쁜 짓을 하는 황건적만을 벌주었다. 또 장비는 관리들을 혼쭐내주었다. 이는 민주사회를 해하는 암적인 존재들을 혼쭐 내줄 인물로 장비를 꼽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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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4 - 폭풍전야, 제2회 스토리킹 수상작 후속작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4
천효정 지음, 강경수 그림 / 비룡소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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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4 : 폭풍전야> 천효정 / 비룡소 (2016)

[My Review MMCCXXVI / 비룡소 12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쉰다섯 번째 리뷰는 점점 팽창되는 세계관으로 더욱 흥미진진해지는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4>다. 이번에는 더 많은 무술인들이 등장한다. 바로 '무중협'과 '무지협'의 등장한 것이데, 이들은 비록 주인공도 아닌 엑스트라에 불과하지만, 앞으로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 너무도 소중한 캐릭터들이기 때문에 주목해야 한다. 사실 모든 소설에서 '주연'을 돋보이게 하는 '조연들'의 활약은 대단히 중요하다. 영웅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악랄한 악당이 등장해야 하는 법이니까 말이다. 그럼 책속으로 풍덩 빠져보자.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4> 관점 포인트 : 건방이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요즘 초등학생은 어른 못지 않게 연애도 하고 사랑도 한다(부러운 것들). 그런데 건방이의 짝은 누구일까? 오방도사의 연인이 꽃님소저였듯 건방이의 짝지로는 백초아가 딱이다. 물론 백초아도 건방이를 싫어하지 않는 눈치다. 하지만 문제는 건방이가 사랑 따위는 전혀 모르는 천방지축이라는 사실이다. 초아가 대놓고 좋아하는 티를 팍팍 내는데도 눈치도 없이 '초아의 연정'을 대놓고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방이는 초아에게 번번히 구박을 받는데, 이런 무심한 건방이를 열렬히 사모하는 여성이 등장해서 화제다. 도대체 누구일까?

어느 날, '현상수배'가 학교 전체에 도배가 되었다. 사람을 찾는다는데, 찾는 사람이 다름 아닌 소문이 자자한 '머니맨'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머니맨을 당당하게 수배(?)한 여성은 놀랍게도 학교 전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오아영이라는 여자 친구다. 청초하고 어여쁜 외모의 소유자라서 팬클럽까지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한마디로 학교에 등장하는 순간부터 구름떼를 몰고 다니는 인기녀라고 할 수 있다. 그녀가 머니맨을 찾겠다고 '현상수배'를 내린 것이다. 이유인 즉슨, 오아영이 머니맨을 사랑하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만나서 사랑고백을 하겠다는 작정이라는데, 정작 문제는 '무술인'이 일반인에게 정체가 들통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미 '머니맨'이 '이건방'이라고 아는 사람은 있지만, 다들 함구하고 있기 때문에 별문제가 안 생겼다. 하지만 오아영은 다르다. 오아영이 '머니맨'의 정체를 밝히는 순간 건방이가 오방도사의 제자인 무술인이라는 사실, 또 그동안 '머니맨'으로 활약했다는 사실까지 삽시간에 소문이 날 것이다. 물론 오아영은 그런 사정도 모르고, 그런 사실이 알려진다한들 자신이 사랑하고 지켜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머니맨'을 찾으려 열심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사달이 났다. 바로 '무지협'이 이런 약점(?)을 잡고서 건방이와 스승인 오방도사에게 협박을 했기 때문이다. 무술인은 절대 일반인에게 정체를 밝혀서는 안 된다는 암묵적인 규칙을 어겼기에 '무지협의 협박'이 아주 근거 없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그런데 이 문제가 건방이의 일방적인 실수도 아니고 사연을 들어보면 '정상참작'이 될 수도 있는 일인데, 이를 문제 삼아 '오방도사'를 곤란에 빠뜨려서 이익을 챙기려는 나쁜 심보를 가진 '무지협'이 더 큰 문제다. 사실 '무지협'의 이런 류의 협박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다. 그래서 알만한 사람들은 이런 무지협의 횡포에 비난을 하고 '무중협'에게 고발도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증거'는 감쪽 같이 사라지거나 '증인'도 찾을 수 없기 일쑤고, 고발했던 '무중협'에서도 감감무소식인 경우가 허다했던 것이다. 그래서 무지협의 횡포는 더더욱 심해졌고, 결국 건방이와 오방도사에게 이 사달이 나게 된 것이다. 과연 건방이는 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까?

나가는 글 : <무협소설>에도 종종 러브라인을 타기 마련이다. 남주와 여주가 등장하는데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데 문제는 '남성작가'인 탓에 이런 러브라인이 종종 '국가대사'를 만나 충에 의해 이루어질 수 없거나, 남자들끼리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 희생시켜버리고 마는 무심한 남성작가들에 의해 '사랑이야기'가 바사삭 부서지고 만다. <사조영웅전>에서 곽정과 황용의 사랑이 그렇다. 더구나 정략혼인이긴 했지만 곽정과 화쟁공주는 또 어땠는가 말이다. <신조협려>에서 양과와 소용녀, 그리고 양과와 곽양의 사랑도 이루어진 것이 하나도 없다. <의천도룡기>에서 장무기는 수많은 여자와 만나지만 하나같이 엉크러지고 만다. 결국 '무심한 남주' 때문이긴 하지만, 그런 남주를 누가 만들었겠는가? 바로 '남성작가'가 저지른 만행이었다.

헌데 천효정 작가는 '여성작가'다. 여성작가가 써낸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에서는 사랑이야기는 아주 생생하다. 여성 캐릭터의 세심한 감정까지 살려내면서 무정한 남정네의 심사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까지 '읽는 맛'이 참으로 솔솔하다. 그리고 이런 섬세한 감정 묘사가 '무협소설'에도 아주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이게 '시즌2'에서도 계속 이어질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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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3 - 전설의 검, 제2회 스토리킹 수상작 후속작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3
천효정 지음, 강경수 그림 / 비룡소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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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3 : 전설의 검> 천효정 / 비룡소 (2015)

[My Review MMCCXXV / 비룡소 11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쉰네 번째 리뷰는 거듭할수록 흥미가 새록새록 솟아나는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3>이다. 이번에는 '전설의 검'이 등장한다. 무협소설에서 꼭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무공의 힘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절체절명의 무기가 등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무기의 주인이 되는 사람이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전설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전해져 오고 있다. 비단 <무협소설>에만 전해지는 이야기는 아니다. 영국 켈트족의 위대한 군주 '아더왕'도 전설의 명검 엑스칼리버를 뽑아 든 뒤에 영국을 통일했다. 김용의 소설 <의천도룡기>에도 '의천검''도룡도'가 등장한다. 의천검은 '하늘에 의지한다'는 뜻을 갖고 있으며, 후한시대 조조가 소장하고 있던 명검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황제의 검으로도 불리며, '황제의 뜻'이 곧 '하늘의 뜻'으로 통하던 시절에 의천검에 의해 베어진 것들은 모두 부정한 것으로 치부될 정도였다. 도룡도는 또 어떤가. 용을 잘라낼 정도의 위력을 가졌다는 의미를 지녔으니, 흔히 용에 비유가 되는 황제조차 단칼에 도륙할 수 있는 칼이란 뜻이다. 이런 '전설의 검'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어찌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럼 책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3> 관점 포인트 : 열심히 오방도사에게 권법을, 설화당주에게 검법을 전수 받고 있던 건방이는 어느덧 '경지'에 다다르게 된다. 물론 그 경지가 '최고'였으면 오죽 좋으련만 아무리 수련을 거듭해도 더는 오르지 않는 '현실의 벽'에 다다르게 되자 더 이상의 수련이 무색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에 오방도사는 건방이에게 '무술 수련'을 떠나라고 명한다. 이번 무술 수련의 목적은 '수검'을 손밖으로 뽑아내는 것이다. 건방이가 손에 '검의 기운'을 맺게 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엄청난 능력이다. 왜냐면 스승인 오방도사도 '수검'을 맺지 못하기 때문이다. 허나 건방이의 수검은 반쪽짜리였다. 손과 팔에 '검의 기운'을 맺힐 수 있었지만, 그건 자신의 목숨이 경각에 달하는 '살기'를 느꼈을 때에만 나오는 불완전한 수검이었고, 그조차 손과 팔 밖으로 기운을 뿜어낼 수 없어서 손과 팔을 칼처럼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뻣뻣하기 이를 데가 없었기에 제대로 된 검술 동작을 펼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참에 무술 수련을 통해서 '수검'을 제대로 쓸 수 있도록 '벽'을 깨려고 한 것이다. 이런 무술 수련에 백초아도 동행(?)하게 된다. 초아도 설화검법의 1단계조차 발휘하지 못하는 벽에 막혔기 때문인데, 아무래도 여자 혼자 무술 수련을 보낼 수 없었던 설화당주가 극구 반대했음에도 초아는 몰래 건방이를 쫓아간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무술 수련인데, 엉뚱하게도 닭과 용의 기운이 머문다는 계룡산에서 '전설의 검'을 둘러싼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온갖 명검을 만든다는 유명한 대장장이 '타타'가 그곳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건방이는 사실 '전설의 검'에 관심도 없다. 전설의 검을 가진 무술인이 최고가 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것은 검술을 쓸 줄 아는 무술인에 한해서다. 권법을 수련한 이에게 검은 도리어 방해가 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데 없이 등장한 '도둑 원숭이' 때문에 건방이와 초아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사실 명검을 만드는 타타에게는 쌍둥이 형제가 있었다. 난타라는 검사였다. 둘은 어릴 적부터 우애 좋은 형제였는데, 난타는 검술을, 타타는 권법을 연마했다. 하지만 난타의 검술은 날로 발전하는데 비해서 타타의 권법은 지지부진했다. 대신 검을 만드는 재주가 있다는 것을 알고서 타타는 권법 수련을 멈추고 여러 가지 칼을 만드는 대장장이로 재능을 발휘한다. 그렇게 둘은 각자의 재능을 발휘하며 지냈는데, 타타가 만든 검 가운데 '최고의 검'이 만들어지게 된다. 하지만 타타는 그 검을 세상에 내놓지 않으려 했다. 왜냐면 그 검은 위력은 엄청났지만 매우 '사악한 힘'을 갖고 있는 '사검'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타가 그 검의 위력에 빠져서 갖고 싶어 하는 것을 알고, 타타는 검을 '검집'에 봉인하고 뽑을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난타는 비록 형일지라도 타타를 죽이려 했고, 죽이기 전에 검을 검집에서 뽑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려 했다. 그렇게 형제 간에 벌어진 싸움에 건방이와 초아가 휘말리게 된 것이다.

결국 난타는 우여곡절 끝에 사검을 검집에서 뽑아내게 되었고, 이를 막고자 건방이와 초아는 각자를 막고 있던 '벽'을 깨고 엄청난 위력을 가진 '수검'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되었고, 설화검법의 정수를 깨우치고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높아진 수련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으니...

나가는 글 : 세상을 살다보면 '벽'에 가로막힌 듯 아무런 발전도 없이 멈춰진 것만 같은 '정체된 자신'을 마주하는 시기가 찾아온다. 그럴 때 그 벽을 깨부수지 못하면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그 결과 '좌절의 늪'에 빠져서 그동안 노력한 것이 허무할 정도로 쉬이 포기하게 된다. 이때 발버둥을 쳐서라도 그 벽을 빠져나가야만 한다. 그런데 어떻게?

하나는 '정공법'이다. 벽을 통과할 때까지 계속 계속 정진하는 것이다. 절대 지치지 않고 벽이 깨어질 때까지 나아가는 것이다. 한마디로 '벽'이 먼저 깨어지느냐, '내'가 먼저 자빠지느냐다. 다른 하나는 '운'을 기다리는 것이다. 꽉 막혀서 아무 것도 못할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저절로 벽이 깨어지면서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이런 운이 언제 어떻게, 그리고 몇 번 찾아올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저 막연히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떤 방법을 '선택'할 건가? 또, 어떤 방법이 좋은 선택일 것인가?

답은 없다. 벽이 깨어지는 순간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가운데서도 가장 효율이 좋은 방법이 있다. 바로 '라이벌의 등장'이다. 흔히 말하는 '선의의 경쟁'이 꽉 막힌 벽을 뚫거나 성장의 속도를 높여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라이벌'조차도 행운이 따라야 한다. 운 좋게 자신의 성장을 돕는 적절한 시기와 적절한 능력을 갖춘 '선의의 라이벌'이 등장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효정 작가는 건방이에게 이런 '라이벌'을 만들어주었다. 오방도사의 첫 번째 제자였던 '도꼬'가 있고, 비슷한 또래의 백초아와 오지만도 라이벌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라이벌이 존재한다고 해서 만사 형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기서 나오는 변수가 이 책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요소일테고 말이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그 요소가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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