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2년만 살고 싶었습니다
손명주 지음 / 큰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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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이 아닌 현실을 말하다, 제주에서 2년만 살고 싶었습니다

 

외지인이 제주에 귀농해 살아간다는 건,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며 살아간다는 건 마냥 느긋하고 여유롭지만은 않은 것임을 보여주고 있는 책이었다. 냉정하고 또 냉정한 현실을 가감없이 풀어놓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가게 되는 마음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었다.

 

사람이란 참 이기적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자신밖에 모른다.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에 갇혀있어서, 겉으로 보이는 것에 속고 그 안에 숨겨진 진실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사람들은 일에 지쳐 회사를 그만두고 카페를 운영하거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살아가면 참 멋질 것 같다고 생각한다. 최근 여행 트렌드가 바뀌어가면서 '게스트 하우스'가 많아졌다. 아름다운 여행지에서 머무르며 살아갈 수 있다는 매력에 가려, 그 운영이 얼마나 힘들지에 관해서는 생각치 않는다. 성수기에만 여행을 간 사람들은 비수기에는 손님이 끊겨 수입이 확 줄어들 수 있다는 걸 예상하지 못한다. 게스트 하우스가 잠시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일상의 공간이 되고 일하는 공간이 될 때, 생각치 못한 문제들이 쏟아질 수도 있다는 걸 모른다.

이 책에서는 그런 시행착오들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사실 게스트하우스 운영은 여유롭지 않았고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게스트 하우스가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경쟁에 의한 소득감소의 우려도 있다. 결국 로망은 로망일 뿐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친절을 어떤 손님들은 단순히 영업으로 받아들일 때 느끼는 아픔도 있었다. 부족한 사교성을 있는대로 끌어올려야 했다.

 

한때 나도 제주도에 내려가 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취직을 제주도에서 할까 진지하게 고려해서 구인정보도 찾고 그랬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그걸 그만두기로 마음먹은 건, 다소 어이없는 이유였다. 여기서도 내가 고민했던 이유가 나와서, 문득 반가웠었다.

제주도는 '도서'지역이다. 책을 배송할 때 제한이 붙는다. 온라인으로 구매할 때 배송비가 다른 것이다. 게다가 집에 있는 책들을 다 옮길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있었다. 배송료를 생각하면 엄청 걱정된다. 책은 무겁기까지 하니까. 그래서 제주에 취직하고 정착해 살려는 생각은 그만두었었다.

저자는 정기적으로 책을 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기에 대신 근처의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다고 했다.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하지만, 그건 내 책이 아니니까 약간은 멀리 있는 느낌일 것 같았다.

 

어쨌든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이 책의 또다른 특이한 점은, 저자와 함께 이주한 저자의 부인이 제주도에 사는 것을 부정적으로 여겼다는 점이었다. 책 마지막에는 부인의 시점에서 쓴 글도 있었다. 점차 새로운 정착지를 받아들여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이쪽이 더 '로망'이라는 것과 가까울지도. 탐탁치 않게 여겼던 것이 문득 일상이 되어 있다는 점에서.

결국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것이 일상이 되면서 적응한 걸까, 아님 그 매력을 알게 된 걸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니까. 단순히 적응해서 괜찮아졌다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긴 시간 접하게 되면서 짧은 시간엔 몰랐을 것들을 하나하나 알게 되었을 수도 있다. 이 이유들이 뒤섞여서일수도 있다. 어쨌든, 부부가 2년의 시간 동안 게스트 하우스를 어떻게 운영해가야할지 알아가는 과정이 좋았다.

 

제주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열기로 결정하고 운영하는 2년의 시간의 이야기, 여행자의 이야기가 아닌 게스트 하우스 주인의 현실적인 시각이 담겨있다는 점이 흥미로운 책이었다.

그나저나 저자가 좀 부럽기도 하다. 이 책을 내면서 결국 자신의 꿈을 이뤄낸 셈이기 때문이다. 최종 목표에 도달하지는 않았더라도, 어쨌든 한 걸음 나아갔다. 책 속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했었다.

 

제주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며 생계를 해결하고 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책을 많이 읽고 틈틈이 글을 쓰는 것이다.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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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비즈니스 산책 - 나는 런던에서 29가지 인사이트를 훔쳤다! 비즈니스 산책 시리즈
박지영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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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는 생활 속에 있다, 런던 비즈니스 산책

 

'비즈니스'라는 단어를 들으면 골치아픈 경제적 용어가 함께 떠올랐다. 비즈니스, 상업, 대규모의 사업. 그런 것들은 복잡한 것이라고 생각했고, 가깝기보다는 멀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에 제목을 보고 뭔가 무거운 느낌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보기 좋게 깨져버렸다.

 

책 속에서는 다양한 비즈니스 사례들이 차례로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생각과는 달랐던 것은 큰 규모의 사업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생활과 가까운 사업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비즈니스'라는 것에 대해 새로운 개념정의를 내리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먼저 본 것은 대규모 사업을 하고 있는 사업가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각각의 스타일로 성공적인 사업을 하고 있는 사업가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그 중 본받고 싶은 면을 가지고 있었던 인물은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이었다. 그의 무모한 도전정신. 아무것도 모르는 분야에도 사업을 확장하는 과감함. 그것은 현재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일단 도전하는 정신. 황당무계한 듯 보이는 반짝 사업들을 펼쳐가면서, 많은 실패를 경험했겠지만 그래도 결국 성공해낸 사업들이 있었다.

그리고 비즈니스라는 단어와 아주 잘 어울리는 런던의 금융지구 '사티'에 위치한 독특한 건축물들. 익히 들어본 이름의 건물들이 꽤 있었다. 그 건축물들의 디자인에 관한 설명을 읽어가면서, 저자가 이야기하듯이 논란이 되어 유명세를 탈 정도로 기발한 건축 디자인이 우리 나라에도 있었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역시 이 책에서 느꼈던 매력은 런던 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간 사업에 있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미술관과 박물관의 사업 이야기. 영국의 국립 미술관, 박물관은 모두 무료라고 한다. 문화 유토피아를 꿈꾸는 영국. 입장료를 무료로 한 대신 참신한 마케팅 전략으로 재정을 채워나간다.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처럼 밤중에 박물관을 둘러보고 그곳에서 잠자기도 하는 프로그램이라던가, 고급스런 레스토랑을 운영한다던가, 대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하기도 하는 모습들은 참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심지어 다소 파격적으로 느껴지는 이벤트도 있었는데, 미술관 한가운데에서 파티를 여는 행사도 있었다!

또 눈길을 끈 다른 것은 런던 교통국의 대중교통과 관련된 사업. 지하철 노선도를 예술가들이 제작해서 특별함을 더하기도 하고, 대중교통과 관련된 상품들을 파는 숍을 마련해서 탐나는 물품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는 것이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한 좋은 마케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버스커를 뽑는 오디션 같은 것을 여는 것도 흥미로웠다. 이건 우리나라에도 적응되면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어진 이야기들에서 비즈니스는 한걸음 더 생활과 가까워진다. 누군가가 하는 '사업'이 아니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비즈니스. 그것은 플리마켓이다. 영국인들은 중고품을 이용하는 것에 익숙해서 플리마켓을 잘 이용하고 중고품을 취급하는 매장들이 많다고 한다. 오래된 물건에 담겨 있는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 내용을 읽어가면서 그들의 생각이 부러웠다. 어떤 물건이던지 간에 오래오래 손질하며 사용하는 문화. 또 남이 쓰던 것이라도 껄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모두 깔끔하게 사용하는 것. 학교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이 있기도 했다. 그런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편 방송 사업에 대해 소개한 부분들도 있었는데, 저자가 국내에 들어올만큼 괜찮은 것 같다고 생각한 프로그램은 지금은 이미 국내에서 한 번쯤 다 시도해 본 컨셉이었다. <스타와 함께 춤을>은 '댄싱 위드 더 스타'가 떠올랐고, <와이프 바꾸기>도 예전에 케이블 방송에서 비슷한 컨셉을 본 기억이 났다. <나랑 같이 저녁 먹어요>의 경우는 '집밥의 여왕'이 떠올랐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연예인들이 대결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자기 집의 음식을 제공한다는 기본 컨셉은 비슷한 것 같다. <탑기어>는 동명의 제목으로 이미 몇 시즌이 제작되기도 했다. 그래서 이 부분에서는 신선함이 좀 덜하긴 했지만, 그만큼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이미 진행되었던 방송 컨셉도 꽤 많이 가지고 왔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이렇게 소개한 것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비즈니스라는 것이 이렇게 다양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런던의 다양한 비즈니스를 통해 런던, 나아가 영국이라는 나라의 문화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었다. 부제가 참 맞는 말이다.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도시'라는 것. 산업혁명이 가장 먼저 일어난 나라답게 긴 시간 동안 변화를 겪어 오면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알게 된 좋은 생각들이 사업에도 많이 적용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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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북소믈리에가 될까
조선우 지음 / 책읽는귀족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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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서생활을 되돌아보다, 우리는 어떻게 북소믈리에가 될까

 

제목을 보는 순간 끌렸다. '북소믈리에'라는 단어가 참 매력적이었다. 세상에 나와있는 다양한 책들을 읽고, 그 내용을 음미하고, 취향에 맞는 책을 찾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겠다 싶었다. 이 책은 그렇게 자신의 취향을 찾아 독서를 하고, 독서하는 법을 단순히 책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데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것은 여전히 현재진행중이기에, 이 책의 내용에서 비교적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예를 들면 지식을 쌓고 생각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인문서만의 매력에 관한 글이랄까. 인문서적의 경우, 처음엔 섣부르게 다가가기 힘든 책이지만 읽다보면 빠져들게 되는 순간이 있다. 책이란 건 그렇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일단 빠져들게 되면 그 다음에는 그 책으로부터 얻는 것 때문에 계속 계속 읽고 싶어진다. 책에서는 단순한 재미도 느낄 수 있겠지만 그보다 더 좋은 건 어려움을 이겨내고 알게 된 지식의 달콤함이다. 이렇게 새로 알게 된 지식들은 또다른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그 분야에 연쇄독서를 하게 만든다. 그 과정을 반복적으로 거치며 생각의 폭은 점점 넓어진다. 그럼에도 계속, 지식에 대한 갈증은 더해만 간다.

 

우리는 많은 독서를 통해 통찰력의 바탕이 되는 데이터를 축적한다. 인풋을 하지 않으면 아웃풋도 없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하더라도 계속 책에 갈증을 느낄 수 있다.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깨달음 때문이다. 아니,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깊이 있게 알지는 못했던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일 수도 있다. 많은 것을 얕게만 알고 있다는 걸 느낄 때 독서의 필요성이 더 절실하다. 그리고 독서가 주는 즐거움에 새삼 놀라곤 한다. (p.121)

 

하지만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고전이나 인문서적을 대부분으로 읽는 것은 내 취향은 아니다. 나는 독서생활에서 가장 크게 얻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이기 때문이다. 독서가 가장 큰 취미이고 다른 것에서 얻는 스트레스 해소보다 독서에서 얻는 스트레스 해소가 가장 크다. 딱 내 취향의 책을 읽어가면서 느끼는 즐거움. 그리고 순전히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 읽기 시작한 책에서 만나는 뜻밖의 깨달음이 좋다.

그러나 어느 정도는 이런 내 독서생활에 대한 반성도 느끼게 되었다. 최근 많은 책들을 읽고 있는데,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책을 단순히 소비재로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종종 예전보다 책 하나하나에 쏟는 관심과 애정이 부족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 예전보다 흥미있는 분야의 신간에서 매력을 찾는 것도 어려워졌다. 책에 대한 좀더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독서법'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얼마전 읽었던 사이토 다카시의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가 생각났다. 그 책과 이 책에서 가장 크게 느꼈던 차이점 중 하나가 독서습관을 들이기 시작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이토 다카시는 일단 독서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흥미있는 책들을 위주로 읽어갈 것을 말했다. 반면 이 책에서는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 양보다는 질을 중시할 것을 이야기한다. 내 개인적인 의견은 사이토 다카시의 의견에 가깝다. 물론 양질의 독서, 필요하다. 하지만 독서를 즐기지 않는 많은 사람들은 일단 텍스트를 읽어가는 것부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흥미를 자극하는 책을 읽으며 긴 텍스트에 익숙해진 이후, 추천도서들을 읽으면서 깊이 생각하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를 하며 많은 책을 접하다보면 때로 한단계 도약을 하게 만드는 작품을 만난다. 지금 만난 이 책은 그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가을, 다가오는 9월엔 고전을 다시 조금씩 읽어볼 생각이었기 때문에 이 책이 반갑기도 했다. 100퍼센트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독서에 대해 이야기하는 많은 부분을 공감했다. 머릿속에서만 맴돌고 표현을 못했던 말들을 표현해준 느낌인 부분들도 있었다. 그렇게 나의 독서생활을 되돌아보고 다시 재설정하는 데 많은 도움을 건넸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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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우유 - 그리움으로 찾아낸 50가지 음식의 기억
김주현 지음 / 앨리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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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담긴 추억 이야기, 바나나 우유

 

도서관 서가를 돌아다니다가 눈에 띄어 빌려온 책. 그 책을 읽기로 한 이유가 어떤 리뷰를 보고서가 아닌 경우에는, 보통 책을 읽기 전에는 다른 이들의 리뷰를 그다지 보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어떤 내용일지 감을 잡고 싶어서 리뷰를 몇 편 읽었었다. 그런데 리뷰를 보니 기대치가 좀 낮아지는 느낌이었다. 노란 표지색에서 전해지는 밝음과 달리, 추억이 항상 밝지만은 않다는 내용이 담긴 리뷰도 있었기 때문이다. 리뷰를 보기 전보다 더 알쏭달쏭해진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비교적 앞부분에서 관심을 끄는 이야기가 있었다. '만화책'에 관한 이야기였다. 형제들과 만화책을 보기 위해 일종의 '작전(?)'을 펼친 부분도 두근두근 흥미로웠지만, 내 눈길을 잡은 건 그 뒤에 있는 <리틀 포레스트> 이야기에 반가웠다. 영화가 참 좋았었는데, 하고 기억이 떠올랐다. 소박하게 스스로 만들어 먹는 음식에 대한 따뜻함. 영화를 봤을 때 생각했듯이, 원작 만화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또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눈에 들어왔던 것은 파스타면을 '알단테'로 삶는 것과 삶의 '타이밍'에 관해 풀어낸 글이었다. 면을 언제까지 익힐 것인가 하는 문제와 삶을 연관시킬 수 있다는게 흥미로웠다고나 할까.

이렇게 책에 실린 글들은 모두 음식과 관련된 추억을 담고 있었다. 추억 이야기를 풀어놓고, 이어 그 추억 이야기와 연관된 음식 이야기를 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었다. 과거의 추억은 책을 읽기전 봤던 어떤 리뷰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좋은 기억만 담고 있지는 않았다. 어려웠던 시절, 아팠던 시절에 대한 되새김. 하지만 그것들 모두 지나간 추억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돌아가고 싶은 기억은 아니지만, '과거'라는 이름에서 전해져오는 묘한 감성이 느껴지는 추억.

때로는 추억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추억과 연계되어 있었다. 그리고 슬픔이 담겨있지만 거기에는 위로도 느껴졌다. 그러고보니 바나나 우유는 어쩐지 추억과 참 잘 어울린다.

 

개인적으로는  나름 메인이라고 할 수 있을 추억들이 담긴 이야기보다는 음식 관련 이야기가 더 눈길을 끌었던 것 같다. 익숙했던 음식들도 있었고, 아닌 것도 있었지만 마치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서 느꼈던 것처럼 음식 이야기에서는 따뜻함이 느껴졌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에 대한 만족도는 올라갔다.

어쨌든 추억를 바탕으로 풀어놓은 이야기에서나, 음식 이야기에서나 공감되는 부분들도 꽤 있었던, 따뜻하게 읽은 책이었다는 결론이다.

 

올해도 실수투성이였다. 그래도 이렇게 실수하고 실수하고, 미안해하고 미안해하면서 언젠가는 괜찮아지겠지, 기대하면서 또 슬쩍 희망하면서 가야지.

어제의 실수투성이 당신, 너무 걱정 말아요.

언젠가 꽤 괜찮은 인생이 돼 있을 테니까요.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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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니아의 소중한 것과 오래도록 함께하는 생활
가도쿠라 타니아 지음, 김정연 옮김 / 테이크원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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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고 싶다, 타니아의 소중한 것과 오래도록 함께하는 생활

 

책은 생각보다 얇았다. 게다가 구성 또한 간결해서 편안한 마음으로 부담없이 읽기에 좋았다. 

이 책에서는 저자 타니아가 생활하면서 접하게 되는 다양한 것들에 대해 담고 있다. 크게는 벽의 색을 칠하는 인테리어와 관련된 부분에서부터, 가구들, 작은 소품들에 이르기까지. 그녀에게 소중한 것들을 하나하나 소개하고 있다.

각 소개글은 한 페이지로 짧았다. 왼쪽 면에는 소개하는 것에 대한 사진을 한 면 가득 싣고, 오른쪽에는 소개글을 담아냈다. 한페이지에서 소개글이 마무리되다보니, 조금 더 이야기를 들어봤으면 하는 아쉬운 내용도 있었지만 그래도 깔끔하게 떨어지는 느낌이 좋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을 하나 꼽는다면 그녀가 맨 앞에 써둔 '물건과 교류하는 규칙'이 아닐까 싶다. 소중한 물건들을 만들어가기 위해 물건들과 어떻게 교류해야하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충분히 시간을 들여 고른다. 물건 손질을 즐긴다. 물건을 너무 늘리지 않는다.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스타일의 중심이 되는 물건을. 적정한 가격을 생각한다.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는다. 사용하는 방법은 자신의 스타일대로. 소유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오래된 물건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활에 '아름다움'을.

그녀의 조언들을 하나하나 촘촘히 읽어가면서 물건과 교류하지 않고 그저 '소유'에 집중해왔던 생활을 반성했다. 소장하고 있는 모든 물건들에 대해 적용할 수 있을 규칙. 특히 나는 '책'에 대해 생각했다. 언젠가부터인가 점차 늘어나게 된 소장도서. 하지만 막상 정리하려고 하면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와중에도 새로운 책들은 자꾸만 늘어나 책꽂이를 가득 채우고 책탑이 여럿 생겼다. 지금은 읽지 않지만 언젠가 다시 읽을 때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소장하고만 있는 책들도 많아졌다. 책 하나하나에 대한 애정이 예전보다는 덜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반성하게 되었다. 조만간 책 분류를 제대로 다시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책 속에 소개된 물건들 가운데에서는 익히 접한 것들도 꽤 있었지만, 독특해서 흥미가 생기는 소품들도 많았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쿠션 테이블'이었다. 쿠션 테이블은 위는 테이블처럼 판판한 부분이 있고, 아래는 쿠션처럼 폭신한 부분이 있는 것이다. 일종의 아이디어 상품 같기도 한데, 가지고 있으면 참 편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정말 가지고 싶었다. 독서와 글쓰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참 유용할 것 같은 소품이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따스하게 이야기를 건네는 듯한 저자의 글쓰기 스타일이 참 좋았다. 특히 마무리 글이 마음에 닿았다. 그녀가 이야기하는 물건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생활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도 그녀처럼 나만의 스토리를 담은 물건들과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어졌다.

 

모든 물건에는 스토리가 있고, 그것을 구입한 주인에게는 하나하나마다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물건을 계속 가지고 있을지, 아니면 처분할지는 그 살마의 가치관을 나타내줍니다. (p.139)

 

그렇게 책을 덮었는데, 문득 뒷표지에 적힌 글이 눈에 들어왔다. 이 글 역시 참 좋다. 차분하고 조곤조곤하게 이야기하는 느낌의 글. 매력적이었다. 이 책의 이미지가 이 뒷표지에 실린 글 그대로였다고 생각한다. 물건을 통해 그 사람의 스타일과 삶에 알아갈 수 있다는 것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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