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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2년만 살고 싶었습니다
손명주 지음 / 큰나무 / 2015년 6월
평점 :
로망이 아닌 현실을 말하다, 제주에서 2년만 살고 싶었습니다
외지인이 제주에 귀농해 살아간다는 건,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며 살아간다는 건 마냥 느긋하고 여유롭지만은 않은 것임을 보여주고 있는 책이었다. 냉정하고 또 냉정한 현실을 가감없이 풀어놓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가게 되는 마음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었다.
사람이란 참 이기적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자신밖에 모른다.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에 갇혀있어서, 겉으로 보이는 것에 속고 그 안에 숨겨진 진실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사람들은 일에 지쳐 회사를 그만두고 카페를 운영하거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살아가면 참 멋질 것 같다고 생각한다. 최근 여행 트렌드가 바뀌어가면서 '게스트 하우스'가 많아졌다. 아름다운 여행지에서 머무르며 살아갈 수 있다는 매력에 가려, 그 운영이 얼마나 힘들지에 관해서는 생각치 않는다. 성수기에만 여행을 간 사람들은 비수기에는 손님이 끊겨 수입이 확 줄어들 수 있다는 걸 예상하지 못한다. 게스트 하우스가 잠시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일상의 공간이 되고 일하는 공간이 될 때, 생각치 못한 문제들이 쏟아질 수도 있다는 걸 모른다.
이 책에서는 그런 시행착오들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사실 게스트하우스 운영은 여유롭지 않았고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게스트 하우스가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경쟁에 의한 소득감소의 우려도 있다. 결국 로망은 로망일 뿐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친절을 어떤 손님들은 단순히 영업으로 받아들일 때 느끼는 아픔도 있었다. 부족한 사교성을 있는대로 끌어올려야 했다.
한때 나도 제주도에 내려가 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취직을 제주도에서 할까 진지하게 고려해서 구인정보도 찾고 그랬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그걸 그만두기로 마음먹은 건, 다소 어이없는 이유였다. 여기서도 내가 고민했던 이유가 나와서, 문득 반가웠었다.
제주도는 '도서'지역이다. 책을 배송할 때 제한이 붙는다. 온라인으로 구매할 때 배송비가 다른 것이다. 게다가 집에 있는 책들을 다 옮길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있었다. 배송료를 생각하면 엄청 걱정된다. 책은 무겁기까지 하니까. 그래서 제주에 취직하고 정착해 살려는 생각은 그만두었었다.
저자는 정기적으로 책을 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기에 대신 근처의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다고 했다.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하지만, 그건 내 책이 아니니까 약간은 멀리 있는 느낌일 것 같았다.
어쨌든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이 책의 또다른 특이한 점은, 저자와 함께 이주한 저자의 부인이 제주도에 사는 것을 부정적으로 여겼다는 점이었다. 책 마지막에는 부인의 시점에서 쓴 글도 있었다. 점차 새로운 정착지를 받아들여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이쪽이 더 '로망'이라는 것과 가까울지도. 탐탁치 않게 여겼던 것이 문득 일상이 되어 있다는 점에서.
결국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것이 일상이 되면서 적응한 걸까, 아님 그 매력을 알게 된 걸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니까. 단순히 적응해서 괜찮아졌다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긴 시간 접하게 되면서 짧은 시간엔 몰랐을 것들을 하나하나 알게 되었을 수도 있다. 이 이유들이 뒤섞여서일수도 있다. 어쨌든, 부부가 2년의 시간 동안 게스트 하우스를 어떻게 운영해가야할지 알아가는 과정이 좋았다.
제주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열기로 결정하고 운영하는 2년의 시간의 이야기, 여행자의 이야기가 아닌 게스트 하우스 주인의 현실적인 시각이 담겨있다는 점이 흥미로운 책이었다.
그나저나 저자가 좀 부럽기도 하다. 이 책을 내면서 결국 자신의 꿈을 이뤄낸 셈이기 때문이다. 최종 목표에 도달하지는 않았더라도, 어쨌든 한 걸음 나아갔다. 책 속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했었다.
제주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며 생계를 해결하고 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책을 많이 읽고 틈틈이 글을 쓰는 것이다. (p.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