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5 : 모험 편 - 아서 고든 핌 이야기 외, 최신 원전 완역본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5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바른번역 옮김, 김성곤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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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의 모험들, 에드거 앨런 포 소설전집5 모험편

 

드디어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도 이걸로 마지막이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모험 이야기. 모험이라는 것은 다양한 사건과 이야기가 생겨나는 만큼, 이전에 읽은 미스터리편, 공포편, 환상편, 풍자편과는 달리 단 두 편의 이야기만 실려 있는데도 두께는 비슷하다. 그 모험 이야기들은 '아서 고든 핌 이야기'와 '줄리어스 로드먼의 일기' 두 편이다.

이 두 이야기는 모두 미완성이며, 탐험자의 이야기를 재편집해 들려준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에드거 앨런 포는 이것을 자신이 지어내 쓴 이야기가 아니라 누군가가 들려준 내용을 이야기의 형식으로 자신이 편집해서 들려준다는 구성을 취했다. 이것은 마치 아서 코난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왓슨이 홈즈의 이야기를 글로 썼다고 설정한 내용이나, 모리스 르블랑이 <아르센 뤼팽 시리즈>에서 뤼팽의 이야기를 자신이 편집해서 옮긴 것처럼 설정한 것과 비슷하다.

'아서 고든 핌 이야기'와 '줄리어스 로드먼의 일기'는 동시에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한다. 전자는 바다, 남쪽을 향한 모험을 다루고 있다면, 후자는 육지, 북쪽을 향한 모험이기 때문이다. 완전히 정반대의 설정을 가지고 있다는게 흥미롭다.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 전집을 읽어가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5개의 분야로 구분짓기는 했지만 작품 하나하나에 있어서는 다양한 면이 담겨 있었다는 점이다. 공포 이야기에서 미스터리한 부분을 느끼기도 하고, 환상 편에서 공포스러운 부분을 느끼기도 했다. 풍자 편에서도 미스터리한 내용이 있었으며, 이 모험편의 이야기 속에서는 환상적인 내용이 많이 등장했다. 굳이 에드거 앨런 포가 아니더라도, 모험 이야기의 대다수가 기묘한 내용의 나라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책에 실린 '아서 고든 핌 이야기'의 경우는 어쩐지 천일야화의 '신밧드의 모험'이 떠오르기도 했다. 바다로 모험을 떠난다는 점과 한 모험에서 죽다 살아난 이후 또 다른 모험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였다. 특히 이 이야기의 경우 영화 '파이이야기'에도 영향을 미쳤었다고 했다. 모르던 이야기였는데, 꽤 유명한 이야기였나 싶었다.

'아서 고든 핌 이야기'는 저자의 의도 때문에 남극 이야기를 다루기 전에 중지가 되었는데, 그건 남극에 대한 정보가 아직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이 글의 후기에서, 남극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하며 만약 남극 이야기가 있었다면 조만간 떠날 남극 탐험단이 가져올 정보와 비교할 수 있었을 것이라 말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이 '아서 고든 핌 이야기'에 속한 특이해 보이는 내용이 사실은 당대의 과학적인 발견에 어느정도 토대를 두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줄리어스 로드먼의 일기'의 경우는 에드거 앨런 포의 마지막 작품으로 그가 사망하면서 미완성으로 남은 작품이다. 에드거 앨런 포는 이 소설에 어떤 내용을 담으려 했을까? 이렇게 미완성으로 끝난 작품들을 볼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들 때가 많다.

 

사실 모험편의 경우 환상편보다 더 실망스러웠다.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소설 전집의 순위를 매겨보자면 풍자편>미스터리편>공포편>환상편>모험편이다. 모험편의 경우 미완성으로 마무리 된 부분이 아쉬웠던 것도 있고, 장편보다는 단편을 선호하는 취향이 반영되기도 했다. 그래도 이 소설 전집을 읽으면서 에드거 앨런 포의 몰랐던 소설들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모험편은 에드거 앨런 포 소설전집을 마무리하는 책이니만큼 에드거 앨런 포 소설에 대한 해설도 짧게 실려 있었다. 이 해설을 읽으면서, 포의 소설 안에 내재되어 있는 의미들을 더 깊이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특히 그의 작품 중 많은 것에서 '생매장'과 '분열된 자아'의 모티프가 등장한다는 해설은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특히 '분열된 자아'의 경우는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작품에서도 그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포의 소설의 '분열된 자아'라는 모티프는 정신과학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흥미로웠다. 이 관점에서 포의 소설을 하나하나 다시 읽어본다면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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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프레데리크 그로 지음, 이재형 옮김 / 책세상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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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걸음에 담긴 생각들, 걷기 두발로 사유하는 철학

 

걷는다는 것에 대한 다양한 사유를 읽어볼 수 있는 책이었다. '걷기'에 관해 이렇게 다양한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음을 새삼 느꼈다. 특히 이 책에서는 저자의 사유 뿐 아니라 '걷기'를 즐겨 했던 작가들과 철학자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는데, 그들이 걷기를 통해 얻은 것들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도 참 좋았다.

니체, 랭보, 루소, 소로, 네르발, 칸트, 프루스트, 벤야민, 간디, 횔덜린 까지. 익숙한 이름도 있지만 다소 낯선 이름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걸으면서 생각한 것들은 모두 놓치기엔 아까운 귀중한 생각들이었다. '걷는 행위'는 그들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고, 또 자연 속에서 생각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했던 것이다. 위대한 생각들이 그들의 걸음 걸음에서 탄생했다고 생각하니, 걷는 것도 뭔가 특별함이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왜 걷는지 그 이유를 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걷는다. 떠나기 위해 걷는다. 만나기 위해 걷는다. 다시 떠나기 위해 걷는다. (p.81)

 

우리는 매일매일 걷는다. 하지만 걸음에 특별히 의미를 부여한 적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걸을 때면 정말 별의 별 생각들이 떠오르곤 한다. 뜬금없이 이야기 쓸만한 소재가 떠오르기도 하고,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때도 있다. 그저 생각없이 무심히 걸어갈 때도 있다. 책 속에서는 이렇게, 걷기라는 것이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역할을 함을 말해준다. 심지어 아무 생각없이 걷는 행위조차도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관점이었다.

 

걷기는 활기 없고 반복적이고 단조롭다. 이건 정말 사실이다. 하지만 바로 이런 이유로 결코 지루하지 않다. 사람들 말대로 단조로움은 권태로움에 맞서도록 해야 한다. 권태로움은 계획의 부재, 전망의 부재다. 할 일이 없어 자기 주변을 뱅뱅 도는 것이다. 기다리기는 한다. 그러나 분명한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p.293)

 

걷는 행위와, 그 행위로 인해 생각하게 되는 것들. 사소하게 스쳐지나가는 생각부터 깊이있는 생각에 이르기까지. 걸을 때는 동시에 무언가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혼자서 걸을 때 깊이 생각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걸음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생각보다 많이 있다.

다양한 주제의 걷기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이 책은 밖에서 하나씩 차분하게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걷고 싶어지면 걷다가, 다시 또 벤치에 앉아 글을 읽다가, 때로는 떠오르는 생각들을 한켠에 적어보기도 하고. 그렇게 하면 이 책을 깊이 알아가는데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읽을 때는 정말정말 매력적인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후에 읽은 다른 책들에 살짝 그 기억이 묻혀버린 감이 있어, 조금 아쉽다. 책에 담긴 걸음에 대한 사유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몇 가지 인상깊었던 것 위주로만 기억하게 된 것 같다.

 

정말 마음에 들었던 책의 경우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서평이 갈린다. 하나는 인상깊은 내용을 다 넣다보니 엄청나게 길어져 버린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책 내용에 걸맞게 쓰고 싶은 마음에 비해 글쓸 능력이 모자라서 좀처럼 쓸 수 없는 경우이다. 이번에는 두번째 경우가 된 것 같다. 아무래도 철학적 사유라는 것은 익숙치 않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걷기'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었으며, 깊이 생각하는 것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다음 번에 이렇게 사유와 관련된 책을 읽게 된다면 좀더 오래, 깊이 읽어가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종말은 모든 것이 멈출 때가 아니라 모든 것이 끝도 없이 계속될 때다.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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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노을 맥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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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절정 대충대충 아웃도어 어드벤처, 붉은 노을 맥주

 

리뷰 제목으로 쓴 '초절정 대충대충 아웃도어 어드벤처'는 책 표지에 실제로 쓰여있는 말이다. 이 책에 실린 에피소드가 자아내는 느낌을 잘 담아낸 문구인 것 같다.

사실 리뷰에 'ㅋㅋㅋ'를 쓰기가 좀 그래서 안 쓰려고는 하는데, 쓰는 말마다 이걸 붙이고 싶을 정도로 어이없을 정도로 우스운 얘기가 가득했던 책이다. 여기에 플러스 약간의 공포 이야기까지 더해져서 더운 여름 시원하게 읽기 딱 좋은 책.

차례를 보면 3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1장 아슬아슬했던 나날, 2장 틀에 갇힌 인간, 3장 그런 바보같은 탐험대로 구성되어 있다.

 

첫 파트 첫 에피소드부터 웃음이 터져나왔다. 저자가 찾아낸 비밀 동굴 묘사에 부러움을 느끼던 것도 잠시, 오랜만에 찾은 그 비밀동굴에 노숙자가 살게 되서 '스위트 룸'을 뒤로 하고 '세미 스위트'에서 지내게 되고, 맥주를 유통기한 지난 빵이랑 바꿔먹는 등의 일을 당하게 된 저자의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그 황당한 상황을 묘사하는게 재밌어서 계속 웃으며 읽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제일 재미있었던 게 아니었다! 뒤로 갈수록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이어진다.

그래서 첫 파트에서 가장 웃겼던 것은 마지막에 두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던 UFO이야기. 특히 두번째 이야기가 진짜 웃겼다! 첫번째 이야기는 우연의 일치로 인한 약간의 공포(?)라는 게 있었다면, 두번째는 그냥 대책없이 웃겼다. UFO에 신기함을 느끼다가 나중에는 싫증내서 야유까지 하다니! 진짜 어이없어서 웃겼다. 그나저나 UFO는 그래서 진짜 UFO였을까? 쓸데없이 궁금해졌다.

 

이번 책은 사실 배경이 여름만 있는 것도 아닌데, 뭔가 캠핑하며 놀러다니는 이야기라서인지 자연스레 여름이 연상되는 것 같다. 지금 여름에 읽고 있기도 하고. 캠핑 철이 지났을 때 에피소드들 중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공포스러운 이야기.

어쩐지 스산한 캠핑장에 말벌시체와 불투명한 물이 나오는 수돗가. 아무것도 못먹고 잠든 저자와 친구. 밤중에 들리는 아이들 소리와 텐트에 부딪히는 소리. 기묘한 꿈. 그리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같은 소리를 들었음을 확인하고 느껴지는 공포... 등골이 서늘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이야기에 이어지는 게 또 어이없이 대책없는 여행 이야기라서 다행히 그 이야기를 통해 생긴 두려움은 금방 날릴 수 있었다. 한여름의 에피소드 중 하나로 느껴졌다.

 

사실 UFO 이야기가 이 책의 웃긴 얘기 중 최고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그 생각을 수정하게 만든 것이 은어 이야기였다. 저자가 캠핑을 하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은어를 많이 잡아서 칭찬했더니 은어를 15마리를 두고 가서 그걸 억지로 먹는 모습... 처음엔 맛있다고 먹다가 나중에는 꾸역꾸역 밀어넣는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억지로 먹는 심정이 공감이 되서... 다음날, 그 할아버지가 은어를 잘 먹는다고 생각하셨는지 또 은어를 두고 가셔서 또 먹게 되고... 저녁에도 또 두고 가셔서 또 먹는... 결국 은어를 먹는 것을 '작업'이라고 표현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그 꾸역꾸역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맛깔스럽게 묘사하고 있어서 재미있었다.

 

자, 작업 시작이다.

이제부터 담담한 마음으로 과제를 하나하나 처리할 것이다.

나 자신을 타이르면서, 담담하게 모닥불을 피우고, 담담하게 은어에 소금을 뿌리고, 담담하게 강변에 굴러다니는 돌로 작은 아궁이를 만들고, 담담하게 그 안에 숯불을 넣고, 담담하게 석쇠를 올리고, 이 순간만큼은 행복하게 맥주를 마시고, 다시 담담하게 은어를 굽고, 담담하게 은어를 먹고... 담담하게 은어를 먹고... 담담하게 은어를 먹고... 담담하게 은어를 먹고... 담담하게 은어를 먹고... 담담하게 은어를 먹고... 담담하게 은어를 먹고..., 살짝 서글픈 생각이 들려는 걸 꾹 참고, 담담하게 은어를 굽고... 담담하게 은어를 먹고... 눈물이 글썽거려도, 담담하게 은어를 먹고... 담담하게 은어를 먹고... 노력하는 나 자신을 칭찬하면서, 은어를 굽고... 마지막엔 오늘도 '왕근성'으로 다 먹었다. (p.228~229)

 

이 부분도 진짜 웃겼는데, 다음날 할아버지에게 더 이상 못먹겠다고 말했는데 커피를 주신다고 해서 따라갔다가 은어 또 먹게 되는 상황이 그려져서 너무 웃겼다. 결국 마지막에는 은어인간이 된 것 같다고 하면서 이제 집에 가서 보통 인간으로 돌아가야겠다고 하기까지 했다. 정말 예측할 수 없는 여행 에피소드를 만들어간 모습이다.

 

그 외에도 재미난 에피소드가 가득한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 모리사와 아키오가 참 멋지고 신나는 청춘을 보낸 것 같아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맘 놓고 편안하게 여기저기 다니며 캠핑할 수 있다니! 현실에 얽매여 있다보니 너무너무 부러웠다. 그래도, 대리만족할 수 있게 이렇게 글로 써줘서 고맙기도 하고. 하지만 역시 직접 가는 거에 비할 수 없겠지, 이런 대책 없이 자유로운 여행 해보고 싶다. 정말정말.

 

그나저나 작가 후기를 보니 이런 부분이 있다.

 

요즘 독자 여러분께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에세이 속의 모리사와 씨와 소설 쓰는 모리사와 씨의 이미지가 달라도 너무 달라요."

당연합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폴로나 미야지마도 "네가 저런 소설을 썼다니 절대 믿을 수 없어!"라며 대필 의혹을 제기하니까요.(웃음) (p.262)

 

역시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게 아니었구나. 그래도 소설과 다른 친근하고 자유로운 매력이 돋보이는 에세이도 만족스러우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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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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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에서의 잔잔한 하루하루,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

 

이 책을 알게 된 건 서점에 관한 책을 찾으면서였다. '서점'이라는 검색어로 검색한 결과 중에 이 책도 있었다. 책소개를 읽어보니 나름 흥미로울 것 같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생각을 한 후 꽤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읽게 되었다. 뭐 그래도 어쨌든 읽게 된 걸 보면, 눈길을 끈 책들은 언젠가는 꼭 읽게 되는 것 같다. 기억 속에 남겨져 있다가 도서관 서가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하곤 하는 것이다.

 

책 속의 이야기는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진다. 주인공 다카코가 실연의 상처를 안고 진보초에 있는 외삼촌의 헌책방, '모리사키 서점'에서 일하면서 겪게 되는 일상과 긴 가출을 끝내고 돌아온 외숙모 모모코와의 이야기. 두 이야기 모두 잔잔한 미소를 띄우는, 소소한 느낌의 이야기였다. 둘 중에 굳이 더 좋았던 이야기를 골라보자면 앞의 이야기일까. 서점 그리고 책에 관한 이야기가 비교적 더 많이 있었던 것 같다.

 

이야기의 처음은 다카코의 이별 장면으로 시작한다. 갑작스레 결혼을 하게 되었다며 이별을 고하는 남자친구. 어쩐지 뭔가 기시감이 느껴지기도 했던 것은 기분 탓일까. 이렇게 무책임한 애인들이 소설 속에서 다뤄진 적이 한둘이 아닌가보다. 어쨌거나 충격으로 인해 회사까지 그만두게 된 다카코는 외삼촌의 권유로 모리사키 서점에 가게 된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묘했다.

큰길(외삼촌이 가르쳐준 야스쿠니 거리)을 따라 서점만 죽 늘어서 있었다. 오른쪽을 봐도 서점, 왼쪽을 봐도 서점. (p.20)

 

모리사키 서점이 있는 진보초 거리에 대한 다카코의 첫 인상이다. 오직 서점만 가득한 거리, 그것도 헌책방이 가득한 거리라니! 오래된 책 냄새와 낡은 책들이 늘어선 풍경이 뭔가 멋질 것 같다. 이 짧은 두 문장만으로도 진보초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주인공 다카코는 이때만 해도 책에 관심이 없었기에 단지 놀랐을 뿐이었겠지만.

어쨌거나 모리사키 서점에서 일하면서 다카코는 점차 책의 매력에 빠지게 되고, 주변 카페의 아르바이트생과 친구가 되기도 하면서 그곳에서의 생활에 점차 적응해나간다. 그러면서 외삼촌과도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지게 되고, 그전에는 몰랐던 외삼촌의 과거 이야기 등을 듣게 되기도 한다. 외삼촌이 젊었을 적 세계를 여행하고 다녔으며, 많은 책을 읽어왔다는 사실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다카코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이런 식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시간만 허비하고 있는데......"

외삼촌은 나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그렇지 않아. 인생이란 가끔 멈춰 서보는 것도 중요해. 지금 이러고 있는 건 인생이라는 긴 여행에서의 짧은 휴식 같은 거라고 생각해. 그러니 잘 쉬고 나서 다시 출항하면 되지." (p.50)

 

다카코의 외삼촌 사토루의 이 말이, 나에게도 위로로 다가왔다. 그런데 지금 필요한 건, 다시 출항할 용기를 갖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외삼촌은 다카코를 위로하고, 다카코가 갇혀있던 과거를 깨고 새로운 걸음을 옮길 수 있도록 용기를 준다.

그런데 후반부의 이야기에서는 이렇게 위로를 하던 외삼촌이 다카코의 도움을 구하게 된다. 그러고보면 자기 자신의 일에는 누구나 자신이 없는 건가, 싶기도 하다. 오랫동안 집을 나가 있던 외숙모가 돌아오자, 그녀의 마음을 알아봐 달라고 이야기한 것이다. 하지만 외숙모는 쉽게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편 다카코는 매일같이 모리사키 서점에 오게 되어 오랜만에 들른 단골 카페에서 만난 남자와도 책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중간에 자신이 다소 착각한 부분이 있음을 알게 되어 실망하기도 한다. 그러다 다카코는 외숙모 모모코의 제안으로 함께 여행을 가고, 그녀의 속내를 듣고 떠난 이유를 알게 된다. 결국 어찌어찌 모든 것은 잘 해결되어 해피엔딩이었다.

 

큰 임팩트는 없었다. 그렇지만 헌책방 거리를 배경으로 했기도 하고... 소장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야기에서 전해지는 느낌이 헌책방의 이미지와 많이 겹쳐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매일의 평범한 일상이 담겨있다는 느낌이었다. 사실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평범한 일상이 아니지만, 전해지는 느낌은 평범하게 느껴지는 것이 신기하다. 해피엔딩이면서도 약간은 열린 결말인 것도 마음에 든다.

그나저나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있는 것 같던데, 그 영화도 궁금하다. 일본은 이렇게 다양한 스타일의 책들을 영상으로 만들어준다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드라마든, 영화든. 물론 원작을 잘 살린 느낌이냐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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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구조론 - 아름다운 지구를 보는 새로운 눈
김경렬 지음 / 생각의힘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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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안의 구조를 설명해준 이론, 판구조론

 

일단 표지의 지구 이미지부터 마음에 들었다. 색감도 너무 예쁘고, 지구의 아름다움이 잘 느껴지는 이미지였다. 책의 재질도 좋았다. 반들반들하고 약간의 두께감이 느껴지는 종이였고 촉감도 꽤 괜찮았다. 색색깔의 이미지도 흥미를 느끼는데 도움을 주었다. 물론 더 중요한 건 내용이겠지만.

 

제목 그대로, 이 책은 '판구조론'에 관해 다루고 있다.

판구조론은 학창시절 배웠을 이론이다. 마치 바다위를 떠다니는 얼음조각처럼 지구의 겉표면이 그 아래 맨틀의 대류에 따라 이동한다는 '대륙이동설'을 지지하는 이론이다. 여기서 떠다니는 지구의 겉표면을 몇 개로 나누고 그것을 바로 '판'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며, 현재의 대륙이 모두 모여 있었을 시절의 하나의 대륙을 '판게아'라고 불렀던 것이다.

이 '판구조론'과 '대륙이동설'은 당대 굉장히 획기적인 이론이었다고 한다. 당시 지구 내부 구조에 대해 설명한 이론과 상반되는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이론을 제창한 베게너가 죽을 때까지 이론을 인정받지 못했다. 예술가들도 그렇지만, 뭔가 큰 변화를 이끌어냈는데도 생전에 인정받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것은 시대를 앞서간 천재의 숙명인 것일까? 그의 죽음 이후에야 여러가지 조사를 통해 그의 이론이 맞았음이 증명되었다.

 

학창시절 지구과학을 좋아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 중 많은 부분이 기억 저편에서 조금씩 조금씩 떠올랐다. 오랜만에 지구과학에 관한 책을 읽으니까 너무 재미있었다. 하지만 역시 시간의 흐름은 무시할 수 없다. 중간 중간 잘 모르겠는 부분들을 읽을 때마다 이전에 배웠는데 잊어버린 것인지, 아니면 아예 몰랐던 것인지 헷갈렸다.

예를 들면 지구의 밀도 같은 것. 현재의 기술로는 지구의 가장 겉표면이자 가장 얇은 지각도 뚫지 못한다. 그런데 물리학자들은 지구의 회전 때문에 적도 근처가 부풀어 오르는 '관성모멘트' 현상과 특별한 기구로 잰 지구의 평균 밀도 자료를 토대로 지구의 밀도를 5.25g/㎤로 계산해냈다. 한 사람에 비하면 엄청나게 큰 크기를 가진 지구의 밀도를 계산해낼 수 있었다니, 정말 신기했다. 이렇게 조사한 지구 밀도를 토대로 과학자들은 현대에 잘 알려져 있는 지구 내부 구조에 대한 꽤 정교한 모형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지구 내부 구조를 알아가는 데 큰 도움을 준 것이 '지진학'이다. 냉전시대와 맞물려 전세계적인 지진망이 구축되면서 지진 연구도 더욱 활기를 띄게 되었던 것이다. 모호로비치불연속면, 레만불연속면 등이 발견되어 현재의 지구 내부 구조 구성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이 내용을 이미지들과 함께 잘 설명해주고 있었다. 특히 지구의 각 부분들에서의 P파와 S파의 속도에 관한 그래프에서 느꼈던 의문을 해소시켜 준 것도 좋았다. 액체상태를 통과할 수 없는 S파가 끊어졌다가 다시 나타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것. 그것은 지진파인 P파와 S파가 각각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변환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서로 변환될 수 있는 파동이라니, 신기했다.

한편 이 책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 중 또 하나는 저자도 함께했다고 하는 해저 온천 탐사 내용이었다. 학창시절에는 배울 과학적 내용이 많은지라 해저온천에 대해서 그다지 깊이 공부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저자가 참여했던 내용이니만큼 좀더 자세한 내용이 담겨 있어서 흥미를 자극했다. '앨빈'이라는 이름의 잠수정이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이처럼 책 속에서 판구조론 뿐 아니라 관련된 여러 지구에 관한 발견들을 알 수 있어서 점차 흥미가 확장되어 나갔던 것 같다. 그래서 마지막에 있는 추천도서 목록에도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책 속에서 일부만 다뤘던 내용을 좀더 집중해서 다루는 책들을 읽으며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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