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티미츠 Vol.1 : 슈퍼휴먼 시공그래픽노블
마크 밀러 지음, 이규원 옮김, 브라이언 힛치 그림 / 시공사(만화)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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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2차 세계대전의 말미. 독일군이 전세를 뒤집을만한 가공할 비밀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다. 

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원자 폭탄을 만들어낼 정도의 과학력을 상회할만한 가공할 초대형 수소폭탄. 연합군은  슈퍼 솔저인 캡틴 아메리카의 지휘 아래 독일군의 비밀무기 공장을 총공격한다. 결국 독일의 수소폭탄은 발사되고, 캡틴 아메리카는 맨몸으로 로켓에 달라붙어 공중분해를 시켜내고야 만다. 하지만 폭발의 여파로 캡틴 아메리카는 행방불명되고, 전쟁은 끝난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2002년. 

S.H.I.L.D (이하 '쉴드')의 수장인 닉 퓨리는 브루스 배너를 만나고 있었다. 브루스 배너는 이전까지 슈퍼 솔저 혈청 개발의 팀장이었다. 하지만 브루스 배너가 개발한 혈청은 포악한 거인 헐크를 만들어내며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닉 퓨리는 '실패자' 인 브루스 배너를 팀장이 아닌 부팀장 정도로 권한을 낮추어 재영입하려 한다. 

 큰 상처만 남기고 실패한 프로젝트에 국가적 지원이 다시 이루어 질 수 있었던 이유는 1945년에 행방불명되었던 캡틴 아메리카가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완전 냉동된 상태였기에, 완전한 상태로, 게다가 살아있는 상태로 조국의 품에 안긴 것이다. 성공한 슈퍼솔저 캡틴 아메리카의 원형이 발견되었으니, 실험이 재개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슈퍼 솔저' 실험은 언젠가 닥쳐올 전 지구적인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얼티미츠' 라는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얼티미츠는 평범한 사람에게 특수한 능력을 부여하는 '슈퍼 휴먼' 의 개발과, 연합을 위해 만들어졌다. 거인 혈청에 성공해 '자이언트 맨'으로 변신할 수 있게 된 행크와 원자 단위로까지 몸을 축소시킬 수 있는 뮤턴트인 '와스프' 자넷. 캡틴 아메리카를 만들어냈던 '슈퍼 솔저' 혈청을 연구하고 있는 '헐크' 브루스 배너와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와 스스로를 신의 아들이라고 자처하던 떠돌이 '토르'. 그리고 살아있는 슈퍼 솔저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 까지 포함되면서, 슈퍼 히어로 팀다운 모습을 갖추게 된다.

   







그래픽 노블을 조금 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탁월한 스토리 텔러인 '마크 밀라' 가 스토리를 맡은 '얼티미츠' 는 마블 코믹스가 본격적으로 영화 산업에 뛰어들며, 영화화를 충분히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프로젝트이다.

기존의 '어벤져스' 와는 다른 노선의 작품으로, 쉴드의 수장은 닉 퓨리의 외형부터 영화에서 등장했던 사뮤엘 L 잭슨과 비슷한 인상으로 디자인 되었다.



[얼티미츠]의 닉 퓨리. 사뮤엘 잭슨과 판박이처럼 닮아있다.




[시크릿 워]의 닉 퓨리.

원래의 닉 퓨리는 각이 뚜렷한 거구의 백인이었다.



지금까지 공개된 크로스 오버 이벤트 중,

[헐크: 플래닛 헐크] - [시크릿 워] - [시빌 워 ] - [엑스맨: 하우스 오브 엠] -[씨크릿 인베이전] - [엑스맨: 메시아 컴플렉스 ] - [헐크: 월드 워 헐크] - [썬더볼츠] 는 모두 동일한 흐름을 가지고 있는 작품군으로 작품을 면밀하게 감상하면 연대표를 짜 맞추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얼티미츠] 의 경우는 그 흐름과 함께 보기보다는, 완전히 독립된 개별적인 작품으로 보는게 좋다.

그 사이의 간극을 메꿀만한 작품들이 국내에 발매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만화 시장은 살아있는 생물처럼 흐름들이 각자 생명력을 갖고 움직이기 때문에, 이렇게 크로스 오버 이벤트 위주로- 게다가 발매 순서도 약간 난해하고- 봐서는 그 흐름을 완벽히 파악할 수 없다.

애초에 이 프로젝트 자체가 영화를 염두에 두었던 것은 분명하므로, 독립된 작품으로 읽는 것이 맞을 것이다.

국내에도 최근에는 네이버의 '마블&DC' 같은 온라인 카페나 전문 번역자이신 이규원님께서 활동하시는 블로그를 통해서도 미국 만화계의 상황을 거의 비슷한 시점에서 리뷰들을 만나볼 수 있기때문에 보다 디테일한 흐름이 궁금하신 분들은 찾아보면 될 것이다. 


다른건 다 차치하고, [얼티미츠] 라는 작품만 보아도 그 재미는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마크 밀라의 스토리는 슈퍼 히어로들이 등장하지만 그 기반은 현실에 단단히 지지하고 있고,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행동요인들이 디테일하고도 리얼하게 묘사되어 있다. 작화도 매니악하지 않은 노멀하면서도 포멀한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고, 무엇보다 영화와 비슷해서 영화를 보시거나, 보실 분들도 가깝게 느끼실 수 있을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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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왕 미스터리 소년추격전 1
한상운 지음 / 톨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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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세계가 화려할수록 기반은 허약하고 몰락은 거대하다" P. 020 


 여느 대한민국 고등학교의 교실에는 크게 네 부류의 아이들이 있다.

 먼저 공부를 잘하는 엘리트 부류

그야말로, 교실의 10%에 해당하는 아이들이다. 선생님의 사랑과 관심은 이 아이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학교의 시스템도 이 아이들을 위해 움직인다. 아니지, 이 아이들을 명문 대학에 보내기 위한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고 해야 맞을 것이다. 

 두번째 부류는 소위 '일진' 이라고 불리는 아이들. 역시 교실의 10%에 해당하는 아이들일 것이다.

선생님은 이 친구들은 아예 없는 학생으로 친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선생 그 자신도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예전에는 이 친구들을 힘으로 휘어잡을 수 있었지만, 교권이 추락하고, 교원조차 여성들이 대부분이기에 10대 후반의 덩치크고 혈기좋은 학생들을 힘으로 휘어잡는다는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세번째 부류는 '셔틀' 이라고 불리는 아이들. 이 친구들 역시 교실의 10%에 해당한다. 

일진들에게 돈을 뺏기고, 심심풀이 대상으로 샌드백이 되어 얻어터지고, 교실이 지옥처럼 느껴지는 아이들이다. 

선생님은 이 친구들을 도와주고 싶지만,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단, 교무실도 일종의 교실과 같다. 교장을 중심으로 계급과 체계가 잡혀있다. 우리반에 문제아 - 특히 왕따 당하는 학생이 있다고 알려지만, 그 선생님 역시 교무실 안에서 비슷한 처지가 될수도 있다. 그 밖에 여러 제도적, 장치적, 교육부 전체적인 문제로 인해 사실상 이 친구들을 구제한다는건 불가능에 가깝다. 교실은 학생들만의 정글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 정글 자체를 갈아 엎지 못하는 한, 약육강식의 논리에 따라 이 학생들은 언제나 먹잇감이 될 수 밖에 없다.

 네번째 부류는 위의 30%정도는 제외한 나머지들이다.

이 아이들은 어떤 분야에도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지만, 주로 문제풀이에 재능이 없어서 성적이 잘 나오지 않고, 운동신경도 보통정도에, 일련의 사건을 통해 내재된 폭력성을 발휘하지 못했으며, 운이 좋아 '셔틀'은 면한, 조용히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일진들 눈에 띄지 않게 운신하며 학교를 출퇴근 하듯 등하교하는 아이들이다.


 '태식' 은 네번째 부류에 속해있는 70%의 부류에 속해있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부모님께 받은 도서관비를 삥땅치고, 시험기간에 게임을 하며, 친구들과 어울려 수다떨고, 여자 연예인을 좋아한다. 하지만 가출이나 큰 반항을 하지는 않고, 부모님께 죄송스러운 마음도 있고, 공부를 잘 하고 싶기도 하지만, 부모님은 내 부모님이니까 괜찮고, 공부는 너무 재미가 없어서, 어쩔 수 없는. 잠재된 폭력성은 소심함과 상식으로 누르며 사는 일개 소시민, 아니, 정말 그야말로 평범한 소년이다. 

 

 태식이 즐기는 게임 '판타지 온라인' 은 대한민국 최고의 온라인 게임이었다. 

지금은 개발사의 여러 이유로 서서히 인기가 하락해 가고 있지만, 온라인 게임 대부분의 장르인 MMORPG의 선구자 격인 작품이었고, 아이템의 현금거래와 유저들간의 전투를 허용하고, 길드와 같은 커뮤니티를 지원하고, 게임속 경제구조를 적절하게 통제하면서 탄탄한 회원풀을 구축하고 있는 게임이었다. '중경' 은 이 게임의 개발자이자 개발사인 '폴룩스 엔터'의 대표이기도 했다. 판타지 온라인의 인기 하락과 함께 폴룩스 엔터도 자금난을 겪고 있었고, 중경은 이 사태를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쓰는 중이다.


  판타지 온라인의 세계를 양분하는 거대 세력은 '훈남 길드' 와 '인맥 길드'였다. 게임의 내로라 하는 고수들은 대부분이 이 양대 길드 소속이었고, 게임 내 경제구조를 좌지우지 하는 최강자들이었다. 이들은 게임을 취미로 한다기보다 사업처럼 하는 사업가들이었다. 게임의 세계도 현실세계와 똑같다. 무기 아이템 하나를 얻으려고 해도, 실제로 광산에 가서 광물을 캐야 하고, 필요한 여러가지 다른 재료들을 적절한 비율로 섞어 대장간에서 제련을 해야 한다. 게임 유저들은 게임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세계관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어떤  유저는 광산에서 광물만 캐서 다른 유저들에게 팔아 골드를 모으고, 그걸로 더 좋은 아이템을 구한다. 길드의 수익원은 이런데에서 나온다. 

거대 길드가 광산을 장악하고, 몬스터들이 출몰하는 사냥터를 장악해, 골드를 모으고, 희귀한 무기들을 보유한 뒤, 그것들을 현금을 받고 판다. 이것은 실제로 돈이 된다. '훈남 길드' 의 리더인 아이디 '인투더레인' 은 판타지 온라인 게임의 초기부터 뛰어난 명성을 떨치던 고수였다. 레벨 10차이가 나는 상대를 거뜬히 이겨낼 정도로 컨트롤이 뛰어났고, 공격과 회피의 타이밍을 잡는 기술이 탁월했다. '인투더레인'-'정준'은  실제로 조직 폭력배 출신이었다. 훈남길드를 만들고, 건물 지하에 컴퓨터를 여러대 놓고 유령회사로 사업자 등록까지 한, 게임으로 사업을 하는 인물이었다. 


 태식과 중경, 정준은 각자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사건들을 맞닥뜨려 가면서, 서서히 서로에게 얽히게 된다.


 한상운 작가의 장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시종일관 긴박감 있게 펼쳐지고, 다음 페이지를 미치도록 궁금하게 만든다. 중경과 정준은 다소 전형적인 인물이지만, 태식의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완벽한 소스를 제공하고, 간결하고 속도감있는 문장력과 어우러져 상당한 흡입력을 발휘한다.

게다가 이야기의 밸런스를 맞추는 능력은 역시 명불허전이다. 

무엇보다, 현재 대한민국 고교생들의 현실과 온라인 게임계의 상황을 면밀하게 꿰뚫고 있는 통찰력이 대단하다. 그리고 그것들을 이렇게 이야기로 빚어내는 능력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한상운 작가의 재능. 이야기 전체의 짜임새도 아주 탄탄하다. 


사건과 일이 겹쳐가며 차근차근 변화해 나가는 태식의 모습을 보는것도 상당히 재미있다.

특히 에필로그와 같은 작품의 엔딩은 한상운 작가다운 위트와 캐릭터들에 대한 따뜻한 시각이 묻어있어 정말 좋았다. 

앞으로 태식의 삶은 어떤 식으로 변화할까? 이 리뷰의 서두에 인용한 문장, '화려한 세계' 의 주인인 중경과 정준의 앞에는 어떠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 

[미스테리 소년 추격전] 이라는 시리즈 타이틀을 가지고 만나보게 되는 한상운 작가의 작품. 번외편까지 총 네 편으로 기획되었다는데, 나머지 권들이 엄청나게 기대된다!!! 


고교시절은 누구에게나 인생을 좌우할만큼 큰 선택을 하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폴룩스 엔터의 대표인 중경은 고교때는 전국 석차 100등안에 들 정도의 엘리트 부류였고, 인투더레인으로 게임 안에서 명성을 떨치는 정준은 고교시절부터 조폭 지망생이었고, 결국 고교를 중퇴하고 조폭이 된 인물이었다. 그들의 현재를 만든건 고교시절이라는 과거.

 그리고 태식은 자신의 인생을 뒤바꿀만한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숱한 중고등학생들이 급우들의 폭력에 못이겨 건물에서 뛰어내렸다는 기사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온다. 한창 자아를 찾아나갈 시기, 그들의 삶은 폭력으로 멍들어가고 있다. 숱한 선택의 순간들을 인격적, 육체적 모독으로 물들여가고 있다. 

어른들도 스트레스를 풀지 못해 안달인데, 소년들의 스트레스는 누가, 어떻게 풀어줄 것인가?

육체적으로 우위에 있는 '일진'들은 동급생들을 괴롭히면서 풀어내고, 두배 세배의 스트레스를 받는 '셔틀' 은 결국 이 괴로움만 가득한 세상을 떠나기로 결정한다. 그들이 적어놓은 유서들은 그들이 명백히 스스로 삶을 포기했음을 알려주는 단서가 되지 않는가.

누가 그들의 삶을, 숨쉬는 모든 순간이 괴로워지게 만들었는가? 

 '재미' 안에서 느껴지는 괴로움이 가슴 한켠을 짓누른다. 

 


"때린 놈은 다리를 오그리고 자도 맞은 놈은 발 뻗고 잔다고? 거짓말이다.

때린 놈이 맞은 놈 얼굴도 기억 못하는데 무슨 소리냐.

평생 때려보기만 한 놈들이 만든 말이다.

맞은 놈만 평생 치욕에 떨며 괴로워할 뿐이다." P. 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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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세미콜론 배트맨 시리즈
브라이언 아자렐로, 리 베르메호 지음, 김동욱 옮김 / 세미콜론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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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조커' 라는 인물에 대해 알고 있는가???


 2007년, 수많은 그래픽 노블과 배트맨 팬들을 사로잡았던 두명의 조커가 있었다. 

영화 '배트맨: 다크나이트'에서 히스 레저가 마지막으로 열연했던 조커와, 미국 그래픽 노블 세계에서는 알아주는 스토리 텔러인 브라이언 아자렐로, 그리고 역시 경륜있는 아티스트인 리 베르메호의 손끝을 통해 탄생한 그래픽 노블 'JOKER' 의 조커가 바로 그들이다.

미국의 그래픽 노블들은 한 캐릭터에 관해 수만가지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는데, DC코믹스가 창조해낸 희대의 악당 '조커' 역시 마찬가지이다.




 



 고담시.

이 도시는 엄청난 범죄율과 완전히 조직 폭력배들에게 완전히 장악되어있는 도시 지역 경제와, 그들과 얽혀 부정 부패로 만연한 지방 자치 정부로 유명한 곳이다. 검찰이나 경찰도 그들의 입김에 닿아있는 건 당연하다. 청소년들은 일찌감치 폭력과 마약에 길들여지고, 운 좋게 20대가 된다면 숱한 범죄 기록과 마약에 쩌든 육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고담시에 유명한 것은 이 뿐 아니라, 거대한 박쥐도 유명하다.

바로 배트맨.


이야기는 아캄 수용소에서 조커가 걸어나오면서 시작된다.

희대의 살인마이자 고담시 모든 조직의 정점. 누구보다 악랄하고 천재적이며 미친 악당. 

조커가 아캄 수용소에 갇혀있는 동안 고담시는 그의 부하들과 경쟁 세력들이 꼼꼼하게 조각내어 하나씩 차지하고 있었기에, 조커의 석방을 달가워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를 마중나가려는 사람 조차 하나도 없자, 몬티의 부하 [조니 프로스트] 가 자청하여 아캄 수용소 앞까지 마중을 나가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조커와 인연을 맺게 된 조니는 그의 오른팔이 되어 그의 악행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게 된다.








이 작품은 숱한 배트맨 타이틀 중에서 조커의 광적이고 잔인한 면을 가장 훌륭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꼽힌다. 

리 베르메호의 섬세한 그림과 펜화를 담당한 믹 그레이, 도서 표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디자이너인 패트리샤 멀비힐의 컬러링도 아주 잘 어우러져 있고, 제 3자인 조니 프로스트를 화자로 삼은 스토리 텔링도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아캄 수용소에서 석방된 조커는 일단 조각난 자신의 지역을 돌아다니며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그 자리를 꿰차고 않은 부하들과 경쟁세력들에게 잔혹한 보복을 시작한다. 

그 과정중에 '킬러 크록' '펭귄' '리들러' 같은 배트맨의 오랜 숙적들이 등장하여 조커를 돕고, 조커만큼 미친 살인광인 조커의 연인 '할리퀸' 역시 등장하여 팬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물론 '투페이스' - 하비 덴트도 등장한다. 





사실 아자렐로의 조커는 미국 만화 팬들은 물론 그림과 만화를 좋아하는 팬들 사이에서는 알음알음으로 꽤 인기를 끌던 작품이다.

회화를 연상케하는 유려한 작화와, 개성적인 화풍이 그 자체로 큰 화제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미 몇년 전에 파일 공유를 통해 불법으로 돌려 봤던 작품인데, 이렇게 정식 라이센스판이 나와서 너무 좋다!!!

소장가치도 충분하다. 정말 재미있음!! 



조커의 탄생을 다룬 '킬링 조크' 와 함께 일독을 강추하는 작품.

히스레저의 조커를 기억하는 영화 팬들에게도 큰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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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더 선 시스터 문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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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에게 온다 리쿠에 대한 지극한 애정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 두어야겠다.

나는 토론과 논쟁을 즐기는 편으로, 매사에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하려 애쓰는 편이다. 물론, 지향하는 바는, '남에겐 관대히, 자신에겐 엄격히' 이긴 하지만, 나도 평범하고 연약한 인간이라 그딴게 잘 될 리 없다. 한 작가에 대한 지극한 편애는 당연히 비판적인 시각 따위 개나 줘버리게 만든다. 


 온다 리쿠의 작품세계는 딱 두가지로 압축시킬 수 있다.

[회상] 과 [대화] 이다. 그녀의 작품세계에서 [회상] 과 [대화] 는 플롯의 전체이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등장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여앉아 과거를 회상하고,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작되고 끝난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전체를 뭉뚱그려 보았을 뿐으로, 과일생크림 케익이 스폰지빵과, 생크림과 과일로만 이루어져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고급 원유와 빈티지가 오래된 향기로운 좋은 브랜디로 만든 생크림에, 유기농 밀을 이용해 만든 신선한 빵, 제철에 나는 신선한 과일들 역시 각각 다른 맛일터다. 그와 같이 온다 리쿠의 작품속에 등장하는 회상들과 대사들 역시 촘촘하게 잘 짜여진 각각의 플롯들을 가지고 있다.  그저 몇 사람이 앉아 평범하게 과거를 추억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그 과거와 대화 내용을 꼼꼼히 뜯어보면 그녀가 가지고 있는 놀라운 스토리 텔링의 재능을 엿볼 수 있다. 세상에 어떤 작가가, 등장인물들이 그냥 방안에 앉아서 이야기만 나누는 소설을 이렇게 흡인력 있게 써낼 수 있겠는가?


[브라더 선 시스터 문] 은 단편에 가까운 세 편의 이야기가 모여 중편에 가까운 한편의 장편을 만들어낸다. 

세 친구, 니레자키 아야네와 도자키 마모루, 하코자키 하지메는 고교 동창생으로 도쿄에 있는 대학 동기생이기도 하다. 고등학교때는 곧잘 어울렸지만, 다른 과를 택했기에 대학에 와서 부터는 서서히 멀어지게 되었다. 특히 아야네와 마모루는 연인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 묘한 관계이기도 했는데, 친구도 아닌 짝사랑도 아닌 묘한 감정은 하지메도 가지고 있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이 세명의 친구들이 각기 과거를 추억하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먼저 아야네의 이야기가 [그애와 나] 라는 챕터로, 마모루의 이야기가 [파란 꽃] 이라는 챕터로, 하지메의 이야기가 [젊은이의 양지] 라는 챕태로 이루어져 있다.

아야네의 이야기의 소재는 일본문학으로 챕터 제목[그애와 나]는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책 이름이고, 마모루의 이야기의 소재는 대학시절 몸담았던 재즈밴드의 이야기로, 챕터 제목[파란 꽃] 은 책 안에서는 언급되지 않지만, 재즈 연주곡의 제목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하지메의 이야기는 온다 리쿠가 종종 활용하는 인터뷰의 형식으로 쓰여졌는데, 이야기의 중심 소재는 영화이고, 챕터 제목 [젊은이의 양지]는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영화의 제목이다. 그리고 책 제목이기도 한 [브라더 선 시스터 문] 은 세 친구가 가지고 있는 동일한 추억의 한 페이지로, 실제 성 프란체스코의 인생을 다룬 영화 제목이다. 


일본문학과 재즈에는 식견이 없어서, 확실치는 않으나, 세번째 챕터의 제목이나 책 제목, 그리고 온다 리쿠 작가의 성향으로 봤을때 챕터 제목들 모두 실제로 존재하는 작품들일 것이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그 작품들에 받은 영향은 어쩌면 온다 리쿠 작가가 받은 영향을 풀어낸 것일 수도 있다. 온다 리쿠는 [목요조곡] 이라는 작품속에서 베스트 셀러 작가의 삶을 비교적 상세히 풀어낸 적이 있는데, 당시 어떤 인터뷰에서 일정부분 본인의 이야기가 어느 캐릭터엔가 묻어있다고 한 기억이 난다. 이 작품 또한 본격적인 자전적 소설은 아니겠지만, 작가의 성향상 어느정도 작가 본인의 이야기가 묻어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온다 리쿠의 작품들은 그 독특함 때문에 작품을 한두단어로 정리하기가 쉽지 않은데, 개인적으로는 출판사에서 홍보용으로 정의한 '청춘소설' 이 주는 단어의 어감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향수' 라는 단어도 어울리지 않아서, 일본 현지에서도 굳이 '노스텔지어' 라는 애매한 외국 단어를 가져다가 닉네임처럼 붙였을터다. 

그녀의 이야기의 뿌리는 기본적으로 '스릴러' 에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녀의 작품 안에는 장르 자체가 주는 묘한 긴박감과 음습한 분위기가 듬뿍 묻어있다. 묘하게 삶을 관조하는 듯한 시각도 거의 매 작품마다 등장하고, 그렇게 자신의 삶과 한걸음 떨어져 있는 듯한 인물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때문에, 청춘이나 향수같은 단어가 주는 이미지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아마도 '노스텔지어' 라는 단어의 어감이나 이미지가 온다 리쿠의 작품들과도 잘 어울릴 듯 하다. 

안개에 쌓여있는, 형태를 알아보기 힘든 뿌옇고 몽환적인 추억들. 

 

이 작품 [브라더 선 시스터 문] 또한 그러한 온다리쿠의 특색이 여지없이 묻어난다.

세명의 친구, 아야네와 마모루, 하지메 또한 대단히 관조적인 자세로 자신들의 대학시절을 추억하고,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세 친구가 공통적으로 겪은 사건과 영화 이야기가 등장하기는 하는데, 이것이 세 친구의 과거를 꿰는 실 같은 역할을 한다. 

대학을 졸업한 동창들이 모여 과거를 이야기 한다는 점에서 [흑과 다의 환상] 과 비슷하긴 하지만, 훨씬 얇고, 훨씬 관조적이다. 이야기의 방식은 차라리 비교적 초기작인 [유지니아] 와 닮아있으나, 작품이 주는 느낌이나 분위기는  더 건조하고 담담하다. 

확실히 작가의 작품색이 달라진 느낌으로, 그녀의 데뷔작부터 꾸준히 읽어온 독자로서, 묘한 느낌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걸까? 

미래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예측할 수 없지만, 과거는 고정되어있고, 기억 속에 박제되어 있다.

다가올 고통은 두렵지만, 지나간 고통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다. 미래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것이고, 과거는 이미 겪어낸 일이다.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아야네와 마모루, 하지메 모두 이제 막 시작하는 초년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야네는 막 작가로 등단한 것 같고, 마모루 역시 막 사회로 뛰어드려는 초년생인 듯 하고, 하지메는 10여년간 금융권에서 일한 샐러리맨이었지만 이제 막 상업 영화 감독으로 입봉한 터다. 미래를 향해, 희망을 향해 뛰어가야 할 선에 서있는 것 같지만, 담담하게 지나온 시간들을 떠올린다. 

 이 작품은 거창하게 미래를 이야기하지도, 희망이나 의욕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담담하게 현재와 과거, 삶의 불가역성과 기억의 가역성을 이야기 할 뿐이다. 


나도, 전혀, 아무것도 없었던, 좁고 좁았던 대학시절이 떠오른다.

그리고 사실, 아직도 그 좁고 좁은 세상속에 갇혀있다.

어쩌면 죽어가는 그 순간까지 그 안에서 벗어나지 못할수도 있다.

이 세상에서 우리의 삶은 좁은 관 속, 아니면 좁은 유골함 정도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살아간다. 지금 이 순간도 과거가 될테고, 머지 않은 훗날에 오늘을 추억할테니까.

지금 이 순간이 기쁘고 행복한 만큼, 지금 이 순간을 떠올릴 훗날에, 기뻐하고 행복해할 수 있을테니까. 




p.s

최근에 작가의 신작 장편과 작품집이 연달아 출간된 것으로 알고있다.

어서 만나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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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덴티티 크라이시스 시공그래픽노블
브래드 멜처 지음, 래그스 모랄스 외 그림, 정리아 옮김 / 시공사(만화)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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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의 대형 크로스오버 이벤트였던 '아이덴티티 크라이시스' 의 한국 정발본이 나왔다. 

[마블]에 '어벤져스' 가 있다면, DC에는 '저스티스 리그' 가 있다. '저스티스 리그 오브 아메리카Justice of America' 줄여서 'J.L.A' 라 불리는 이 모임은 슈퍼맨과 배트맨, 원더우먼과 그린랜턴 등 우리가 잘 아는 DC의 히어로 캐릭터들이 모두 모여있다.


잠깐 여기서 미국 만화 회사와 캐릭터의 상관관계를 살짝 언급한다면, [마블] 과 [DC]는 큰 엔터테인먼트 회사라고 생각하면 된다. [SM]과 [싸이더스] 정도로 보면 될까? [YG] 나 [JYP] 등을 생각해도 된다. 그리고,[마블] 의 회사에는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토르, 헐크, 퍼니셔, 호크아이 등등이 소속되어있고, [DC] 에는 슈퍼맨, 원더우먼, 그린랜턴, 플래시, 그린애로우, 아쿠아맨 등이 소속되어있는 것이다.

국내의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도 가수들이 서로의 앨범에 피쳐링을 해주고, 뛰어난 작곡가와 보컬 트레이너를 영입해 연예인들을 성장시키듯, 미국의 만화 회사에서는 뛰어난 스토리 텔러와 아티스트를 영입해 히어로 캐릭터들의 이야기들을 계속 만들어낸다고 보면 된다.

[마블]이 디즈니를 인수하고, 영화 제작 회사를 꾸리며 본격적으로 종합 엔터테인먼트를 추구하면서 국내에는 상대적으로 [마블] 의 캐릭터들이 무게감있게 다가오지만, 만화만 놓고 봤을때 미국의 메이저 시장은 [마블] 과 [DC]가 양분하고 있다.

 만화 회사는 엔터테인먼트 회사, 캐릭터들을 소속 연예인으로 생각한다면, [시빌 워] 나 [아이덴티티 크라이시스] 같은 크로스 오버 프로젝트는 시즌별 드라마라고 생각하면 쉽다. 각 회사의 캐릭터들이 모두 속해있는 동일한 세계관이 있는데, 간단하게 [마블 유니버스] 와 [DC 유니버스] 라고 통칭한다.(보다 상세한 설정이 있긴 하지만 너무 복잡하니 생략). [마블 유니버스]는 당연히 아이언맨, 토르, 헐크, 스파이더맨 등이 함께 존재하는 동시대를 뜻하고, [DC유니버스] 는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그린랜턴 등이 함께 존재하는 동시대를 뜻한다. 


 매 시즌 각 출판사는 자사의 세계관 전체를 포괄하는 큰 사건을 터뜨리는데, 이것을 주로 '메인 이벤트' 라고 부른다.

자사의 캐릭터들 모두가 영향을 받는 사건이 되고, 이들 각각의 타이틀에도 영향을 미치며, 모두가 함께 등장하는 타이틀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 사건에 관련된 수많은 외전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그 사건을 접하는 캐릭터별의 상세한 이야기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짧은 15~30페이지 내외의 한 회 분량의 단편들로 그 밖의 캐릭터들과 다른 사건들도 펼쳐지고, 수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DC역시 마찬가지인데, 메인 이벤트에 접근하는 방식과 철학은 약간 다르다고 보면 된다.


[아이덴티티 크라이시스] 는 '브라이드 멜쳐' 라는 당시 미국에서 떠오르는 신예 스릴러 작가가 스토리를 담당했던 메인 이벤트로서, J.L.A의 한명인 '일롱게이티드맨' 의 아내 '수' 가 끔찍하게 불탄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일롱게이티드 맨은 정체가 탄로난 상태였기 때문에, J.L.A는 일롱게이티드 맨의 아내인 수가 아직 연인이었던 시절부터 그녀를 보호해 왔었다. 그렇게 히어로들은 정체가 탄로난 동료의 가족과 친구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으나, 치밀한 감시망과 보호 시스템을 뚫고 누군가 침입한 것이다. 

 수의 장례식에조차 자신의 코스츔과 가면을 쓰고 참석해야만 했던 히어로들. 

정체가 탄로난 히어로들은 자신의 가족들과 친지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수를 죽인 범인을 찾기위해 빌런(악당들을 통칭하는 용어로 히어로의 반대개념) 들을 뒤쫓기 시작한다. 


'히어로' 로 산다는 것, 그리고 '히어로'의 주변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흡입력있는 이야기 속에서 깊이있게 그려진다. 물론 사건의 반전과, 등장 인물들의 치밀한 심리묘사도 아주 뛰어나다.


'이야기의 힘' 과 '캐릭터의 생명력' 을 동시에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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