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딥 블리자드가 알려주는 캐릭터 일러스트 강좌 with 프로크리에이트 - 쉽고 빠르게 디지털 페인팅 입문하기
딥 블리자드 지음, 신상재 옮김 / ZZOM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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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페인팅 툴" 그 자체에 대한 가장 완벽한 해설서. 단, 작화법이 아니라, 툴 해설. 단, 유려한 스킬과 노하우를 지닌 일러스트레이터의 놓칠 수 없는 팁들을 끼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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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딥 블리자드가 알려주는 캐릭터 일러스트 강좌 with 프로크리에이트 - 쉽고 빠르게 디지털 페인팅 입문하기
딥 블리자드 지음, 신상재 옮김 / ZZOM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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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내가 처음 그림을 독학하게 된 계기는, 옆 자리에 앉은 친구가 A. 루미스의 인체소묘 책을 모사하는 걸 보았기 때문이었다.

때는 2000년을 코 앞에 둔 1998년경이었고,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옆자리의 그 친구는 부모님이 화가이신 예술가 집안에서 자랐었고, 자연스럽게 작법서의 존재를 알았던거다.


나는 그냥 만화책 보고 따라그리는게 그림공부의 전부인 줄 알았는데, 그 책 안에는 근육의 해부도와, 각 근육의 이름은 물론이고 움직이는 원리, 뼈에 붙어있는 모습들이 실려있었다.

그 친구 덕에 나는 이 세상에 "작법서" 라는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주말마다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의 미술 코너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당시에도 작법서의 세계는 무궁무진했다.

인체소묘부터 시작해서 형태, 도형에 대한 입문서, 손과 발, 얼굴과 표정에 대한 세밀한 작법서, 유화, 수채화, 목탄화, 파스텔화 등의 기법서 등이 있었고, 그 사이에 가끔씩 만화 작법서도 있었다. 미국 코믹스와 일본 망가 작법서도 있었고, 다양한 작가들의 화집도 있었다.

가격들이 워낙 비싸서 그야말로 눈팅만 하는 정도였지만, 당시엔 서점 안에서 얼마든지 책을 읽을 수 있는 문화가 있었기에, 정말 주말마다 갔더랬다.


군대를 전역할 무렵부터 디지털 작법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말년휴가를 나와보니 해외서적 코너에 디지털 일러스트 잡지가 생기기 시작했고, 포토샵과 일러스트로 만화를 그리고 스크린톤을 만드는 비법들이 실린 책들이 보였다.

나도 졸업작품 즈음에는 펜으로 밑선을 따고, 스캐너로 포토샵으로 가져와서, 비트맵 변형으로 잡티를 날리고, 회색톤을 먹여서 스크린톤 효과를 내어 출력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상전벽해.


20여년만에 디지털 드로잉은 새로운 장르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강력한 성능의 모바일기기가 등장하고, 터치 스크린의 혁신적인 압력감지 시스템이 융화되면서 디지털 캔버스는 완벽하게 자리매김했다.

그에 더해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 페인터와 클립 스튜디오 같은 프로그램들은 그 기능만 소개하는 책도 두께가 어마어마할 정도로 발전했다.

수많은 그림도구를 완벽히 재현할 뿐 아니라, 작가의 독창성에 따라 천변만화한다.

오히려 '캔버스'와 '도구'라는 아날로그적 한계를 완벽하게 넘어설 수 있다.

유화 효과에 수채화 효과를 이질감 없이 섞을 수 있고, 파스텔과 목탄화 사이에 먹을 뿌리고, 수묵 담채화 풍의 터치를 얹어 손으로 뭉갠 효과를 낼 수도 있다.

한때는 이러한 효과들은 워크스테이션 급 고사양 pc에서만 가능했지만, 이제는 아이패드에서 할 수 있다.


예전엔 모니터를 보며 액정타블렛이나, 판 타블렛에서 조작해야 가능했지만, 이제는 패드 위에 진짜 손으로 문지를 수도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모바일 기기들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아이패드에서 널리 사랑받고 있는 툴인 "프로 크리에이트" 라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작법서이다.

그래픽 툴은 결국 어도비가 내세운 포토샵의 UI가 표준화 되었다.

언젠가 우리가 모두 VR세계에서 입체적으로 그림을 그리지 않는 이상, 평면을 벗어날 수 없는 이상, 포토샵UI에서 벗어날 수 없다.

흘깃 보면 너무나 복잡해보이지만, 메뉴 하나하나를 눌러서 그 뜻을 잘 생각해보면 아주 쉽고, 직관적이다.

의도대로 손을 움직이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프로 크리에이트 역시 그런 프로그램이다.

비록 나는 지면으로밖에 볼 수 없었지만, 어느 그래픽 툴에서나 볼 수 있는 UI를 가지고 있다.

다만, 그것들을 손가락으로 직접 톡톡 건드려가며 쓸 수 있다는 점 정도가 다를 것.

책의 구성은 만화 일러스트 그리기에 최적화 되어있다.

아주 기본적인 화면열기, 레이어 올리기, 펜 선택하기 등만 소개하고, 바로 선 따기부터 시작된다.

일일히 메뉴 하나하나를 디테일하게 설명하지 않지만, '일단 따라와' 의 방식이다.

선따기를 통해 좀 더 세밀한 메뉴 설명과 다양한 사례를 일러주고, 컬러를 넣는 방식을 알려주며, 일단 러프-뎃셍-선따기-컬러 로 그림을 완성할 수 있는 길을 알려준다.

컬러링 과정에는 음영 넣는 간단한 방법과 하이라이트 효과 등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는 팁 정도만 알려준다.

많은 그래픽 툴 책들이 툴 설명인지, 그림 작법서인지 애매해질 지점을 과감하게 배제한다.

이 점이 정말 좋았다.

작화는 작화에 관한 책을 찾아봐야 할 일이다. 아무렴.

여기까지가 이 두껍지 않은 작법서의 딱 반절이다.


남은 반절은 지금까지 그린 그림의 완성도를 높이는 팁들에 대한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들을 툴을 이용해 풀어내는 방식에 대한 설명이다.

즉, 다양한 응용법을 심플하게 소개한다.

먼저,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다양한 노하우들을 소개하고, 완성한 그림을 다양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툴들을 소개한다.

작가 개인적인 노하우들이 상당히 많이 소개되는데, 이는 프로 크리에이트라는 툴을 벗어나, 다른 소프트웨어를 쓰더라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팁 중의 팁들이었다.

이 책은 수많은 그래픽 툴 작법서들에 비해 상당히 얇지만, 내용들은 무척 알차다.

무엇보다, 설명하는 방식이 아주아주 친절하다. 정말 아이들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친절한데, 어려울 수 있는 메뉴 용어들을 단순히 단어의 뜻만 설명하기보다, 다양한 예를 들어서 설명해준다.


단점이 있다면, 그런 글씨들이 조금 작다는 정도. ㅋㅋㅋ

내가 노안이 올때가 되어가서 그런거지만, 이 책을 처음 접할 젊고 싱싱한 초심자들에겐 어떠한 단점도 되지 않을터다.


정말 작은 글씨 하나도 놓쳐선 안될 훌륭한 팁들을 담고 있다.

많은 작법서들을 만나봤지만, 이 책은 정말로 소중하게 만든 책이라는 점이 깊이 느껴진다.

들어있는 일러스트들도 무척 사랑스럽지만, 구성이나 연출, 번역도 나무랄데가 없다.


고백하자면, 서평을 부탁받고 받은 책이지만, 서평 기한을 넘겨버려서 그냥 덮어두려 했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또 제공해준 역자와 출판사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

단지 그런 미안한 마음에 이런 호평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다.

겨우 책 한권 받은거다. 인연이 있는것도 아니고.

하지만, 책을 한장한장 넘기다보니, 정말 만듦새가 좋다는 것이 깊이 느껴졌다.


정말 많은 작법서들을 읽어왔다.

사실은 이제 작법서는 필요 없는 나이와 경력이 되었지만, 그래도 일년에 두세권씩은 꾸준히 보고 있다.

도서관 희망도서라도 넣어서 찾아보곤 하는데, 서평을 남기고 싶은 경우는 극히 일부분이다.

이제는 소설이나 인문교양서조차 그렇다. 손으로 글씨를 쓰지 않아도 되는데도, 그렇다.

하지만, 이 책은 정말 오랜만에 소개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책이다.

다만, 그 대상이 지나치게 한정적이라 문제이지.

만약 아예 그림을 그릴 줄 모르는 초심자라면, 선긋는 방법부터 실려있는 작법서를 찾아보셔야 한다.


모바일 기기를 가지고 있고, 모바일 기기에서 취미삼아 낙서를 하고 싶으신 분들.

특히 프로 크리에이트를 쓰시는 분들이라면 결코 놓쳐서는 안되는 책이다.

요새는 취미가 자연스럽게 직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지 않은가.

이 책의 저자인 딥 블리자드 역시 그런 케이스이고.

프로 크리에이트가 아닌 다른 툴을 쓰는 이들에게도 충분히 도움될만한 노하우들이 잔뜩 녹아있다.

다들 건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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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건물 탐방기 - 노노하라 작품집
노노하라 지음, 김재훈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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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리뷰 이벤트에 당첨되서 읽은 책이지만, 최근 우리나라에 발간되는 작법서나 화집들은 대부분 현지에서 충분히 검증받은 책들이기에 수준이 상당히 높다. 특히, 이렇게 테마로 묶인 책들은 더더욱 그런 편인데, 워낙 대중예술의 인프라가 넓고, 깊은 일본의 간행물들은 무척 참신하면서도 실용성을 갖춘 경우가 많다.

게다가 심지어 기존의 유명 ip들을 이용한게 아니라면, 그야말로 기획력과 내용으로 승부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오히려 더 볼만한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작가가 sns 등으로 유명세를 떨친 이라면 그림 뿐 아니라, 글도 재미있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의 저자인 노노하라는 SNS에서 유명세를 떨친 작가라고 한다.

나도 X를 종종 이용하는데, 이 작가의 그림이 리트윗된 것을 종종 본 기억이 있고, 무척 인상적이어서 퍼오기도 많이 했기에, 광고를 접한 뒤 장바구니에 담아두기도 했다. 한스 미디어의 작법서나 화집들에 대한 신뢰감도 있었는데, 이렇게 발빠르게 최신 트렌드와 함께하는 작가의 책이라 기대감을 갖고 있었기에, 리뷰 이벤트에 당첨됐을때 참 기쁘기도 했다.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건물을 한번쯤 그려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땐 도화지에 크레파스로 집과 가족들 정도는 누구나 한번 그렸을테고, 만화가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배경으로 건물을 그리기 위해 이런저런 사진들을 참조해서 모사도 해보고, 밑에 깔고 트레이싱 정도는 해봤을 것이다. 

만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캐릭터이지만, 그 컷의 완성도는 주로 배경에 의해 결정되곤 한다.

정확한 퍼스는 작가의 실력을 한눈에 보여주고, 디테일한 배경 묘사는 캐릭터가 미처 못해내는 설정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웹툰은 배경을 스케치업과 언리얼등 3D 프로그램들이 대체하고 있기에 많이 줄었지만, 출판만화와 웹툰의 과도기에는 배경을 날리고 얼굴을 한 컷에 다 넣는, 이른바 "대갈치기" 가 횡행했던 이유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사실, 예전 만화가들은 배경 자료 수집을 위해 카메라를 들고 일주일에 몇번씩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했다.

다양한 자들과, 제도용 샤프(심이 가늘고 단단해서 가루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제도용 로트링펜을 구입해야 했던 이유기도 하다.

그나마 현실 배경이면 좋은데, 중세 유럽이 배경이면 한정된 정보를 가지고 머리를 짜낼 수 밖에 없었다.

혹은, 대형 문고의 외국서적 칸을 기웃대며 다양한 유럽 정경이 실린 사진집을 구해야만 했다.


배경이 단순한 "정경" 이 아니라, 비주얼 내러티브에서 너무나도 중요한 "정보" 이기 때문이다.


불과 몇십년 사이에, 만화 작업 환경은 극적으로 변화했다.

트레이싱만 하지 않는다면, 자료로 쓸 수 있는 사진이 널리고 널렸고, 언리얼 엔진이라는 극강의 툴은 사용료 무료에, 다양한 에셋들도 매달 수십개씩 무료로 제공해준다. 예전부터 유명했던 스케치업은 또 어떤가. 웹 버전은 역시 무료로 쓸 수 있고, 다양한 컴포넌트들을 무료로 가져다 쓸 수 있고, 남이 만든 컴포넌트도 무척 쉽게 해체해서 나만의 오리지널 요소들을 넣어 개조할 수도 있다.

이렇게 3D프로그램으로 배경을 만들어 사용하면, 퍼스를 맞추기도 굉장히 쉬워진다.


결국, 이제는 현실에 있는 것들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 는 경쟁요소가 아니다.

TPO에 얼마나 잘 맞는가, 가 중요한 시기가 됐다는 의미다.

캐릭터의 의상과 설정, 그에 맞는 세계관에 어울리는 건축물들.


때문에, 이제는 배경을 제작하는 3D개발자들도 건축과 문화에 대한 공부를 해야하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그에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우선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평야지역, 연안.섬 지역, 산악.삼림 지역, 협곡의 나라. 이렇게 총 네곳의 식생을 설정하고, 그 곳에 맞는 건축물들을 소개한다.

물론, 대다수는 익숙한 디자인의 건물들이 등장한다. 

많은 부분 실제 지구의 식생과 문화를 따랐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다양하고 파격적인 시도를 해보암직 하다고 봤으나, 저자는 최대한 절제했다.

그렇기에 제목이 현지에서는 "있을법 한" 건물 탐방기 였을터다. (제목이 바뀌게 된 이유도 책 안쪽에 잘 설명되어 있다.)

사실은 그다지 신비하지 않은 건물들이 등장한다는 의미다.

다만, 그 모든 것들이 매우 있을법하기 때문에, 현재 만화 배경을 목표로 배경 작업을 하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알아둘만한 작업 공정들이 담겨있다.


건물이 들어설 세계의 자연환경, 기후요소, 주변 생태와 식생, 거주하는 사람들의생활 패턴들이 건축물의 디자인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게 되는지 무척 세밀하고도 재미있게 풀어져 있다.


배경 작업이나, 그림을 그리지 않더라도, 그냥 읽는 것만으로도 재밌었다.

무엇보다 저자의 색감이 좋고, 그림 그리는 행위 자체에 대한 즐거움이 느껴지는 그림체들이 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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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조의 드로잉 튜토리얼 Vol.2 로렌조의 드로잉 튜토리얼 2
로렌조 에더링턴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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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전부터 미국만화를 좋아했다.

청계천에 헌책방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가끔 옛날 미국 코믹북들이 놓여있곤 했다.

정보가 워낙 적어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엑스맨처럼 유명한 마블 코믹북이나 알았던 나에겐 전혀 알 수 없었던 헤비메탈이나 헬보이, 스폰 같은 책들이었다.

수집용인듯 워낙 고가라 비닐 포장지에 담겨 주인들이 나같은 꼬맹이에겐 제대로 보여주지도 않았었는데, 헌책방 거리를 주욱 지나 황학동 부근에 이르면 길가에 아무렇게 부러놓고 누구든 한번 훑어볼 수 있게 쌓아둔 책들 사이에서 발견할 수도 있었다.

당시 한국 출판만화의 90% 정도는 일본만화였기에 미국의 코믹스는 새로운 충격이었다.

남성성과 여성성이 극대화된 인물뎃셍과 굵은 펜선, 4도~8도의 컬러 안에서도 과감한 먹칠로 명확한 대비를 주는 그림체는 일본만화와는 크게 다른 느낌이었다.


로렌조의 드로잉 튜터리얼은 그런 나의 개인적 취향에도 무척 맞아떨어지는 책이었다.

이 책 속엔 내가 좋아하는 그런 스타일의 그림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색인 형태의 책들은 기본적으로 초심자를 위한 책은 아니다. 차근차근 앞에부터 따라 그리는 용도의 책이라기보다, 백과사전처럼 오브젝트들을 일정한 테마별로 정렬해 놓은 책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앞에서부터 차근차근 따라그릴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다 따라그리기도 애매하고, 어떤 부분을 취해서 연습해보아야 할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알 정도는 되어야 큰 쓸모가 있을 것이란 의미다.


책은 크게 일곱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는데, 이 섬세한 배치만 봐도 책을 만드는데 기획과 편집팀이 얼마나 큰 고심을 했을지가 눈에 훤했다.

먼저 1번 챕터는. 캐릭터 디자인이다.

사람의 얼굴, 이목구비의 자연스러운 배치부터 망토, 갑옷과 동작의 팁들이 소개된다.

2번 챕터는 동물과 몬스터.

크리쳐의 이빨부터 드래곤과 털가죽, 토끼와 공룡, 유령까지 등장한다.

3번 챕터는 탈것과 기계.

탈것들을 쉽게 디자인할 수 있는 작가의 노하우와 표피의 손상 표현, 해적선과 로켓 구름의 물리적 표현 팁까지 소개된다.

4번 챕터는 작은 불, 모래, 깃발 등등의 물리적 요소들을 표현하는 팁들이 소개되고

5번 챕터는 오브젝트들의 배치를 비롯한 레이아웃과 구도 전반에 대한 팁들이 소개된다.

6번 챕터는 자연의 세계라는 제목으로 거미집과 조약돌을 비롯해 산과 덩굴식물, 무성하게 자란 식물들과 숲을 깊이있게 표현하기 위한 팁들이 소개되고, 7번 챕터는 초콜릿이나 병, 바구니, 사슬과 계단, 동기둥과 같은 인공물들을 그리는 팁들을 소개한다.

정말 많은 내용들을 일목요연한 듯 일목요연하지 않게 잘 배치했다.


책의 구성은 넓게 펼친 두 면에 한 테마를 할애한다. 예를들어 "토끼" 라고 한다면 왼쪽엔 토끼를 그리기 위한 해부학적 요소를 간단히 소개하고, 오른쪽엔 토끼를 더 토끼답게 그릴 수 있는 작가의 팁이 소개된다.

특히 이 작가만의 노하우는 토끼를 비롯한 비슷한 형태의 어떤 동물에도 적용시킬 수 있을만큼 훌륭하고 깊이있는 아이디어들이라서 정말 감탄했다.

사실, 모든 페이지가 감탄의 연속이었다.

이정도면 거의 세상 모든것들을 자기 스타일로 표현해내고, 그것들을 조합하고 이어붙여서 새로운 것들을 얼마든지 창조해 낼 수 있는 수준이다.

정말 얼마나 생각하고, 관찰하고, 그렸을지 감이 안잡힐 정도로 방대한 양들이 이 책 속에 녹아있었다.


비록 이 책은 출판사를 통해 제공받았지만, 앞에 1권과 마지막 3권은 내 돈으로 구입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러다가 가격에 섬짓 하긴 했지만...요새 책이 워낙 비싸니... 그만큼 책 질은 너무나 좋다. 이북으로 안내주시나)

여러번 언급했지만,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면 전체 다 떼기를 해도 될 정도로 훌륭한 작법서다.

나도 내년 첫 목표로 이 책 떼기로 정했다.

누군가에게 이 책을 추천하기보다, 반대로 나에게 이 책을 리뷰하게 해준 분들께 감사를 전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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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초고속 성장법 - 사이토 나오키 3개월 연습법
사이토 나오키 지음, 김재훈 옮김 / 잉크잼(잼스푼)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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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림은 기술이라서 딱히 대단한 훈련법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근육과 정신, 신경에 그 행동을 반복 숙달시키는 훈련이 유일하고, 결과물은 대부분 훈련양에 비례한다. 물론 재능의 차이는 있지만, 기술적인 면에서의 재능은 거의 훈련양으로 극복이 가능하다. 프로 그림쟁이가 되기 위해서는 사실, 자신의 니즈와 대중의 니즈가 일치한다는, 타이밍적인 운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흔히 "트렌드" 라고 부르는 이 부분은 진득하게 한 우물만 파다보면 일생에 한번쯤은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걸 남들도 좋아한다' 는 포인트. 이 부분이야말로 창작자가 타고날 수 있는 최고의 운인데, 일단 그 지점에 닿기 전에 "기술적 완성도" 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 책은 그러한 기술적 완성도를 다룬 책으로, 작법서처럼 꾸며져 있지만, 사실 창작노트; 에세이에 가깝다.


기술적인 면은 결국 "많이 그리세요" 를 여러 버전으로 틀어서 소개할 뿐이고, 그보다는 사이사이에 들어있는 이야기들에서 저자가 멘탈을 관리한 노하우를 엿볼 수 있다.

예를들면, SNS에 올리는 걸 주 목표로 삼고, 그 전에 자신을 칭찬해 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공개하고, SNS에 반응이 오지 않으면 당분간 끊는다는등, 저자 본인이 SNS 중심으로 활동하는 분이라서 그림 실력에 대한 부분보다 멘탈관리에 대한 부분이 유익한 점들이 많았다.

일단, 목차를 살펴보자.


크게 여섯개의 주제별 단락으로 나뉘어 있고, 각 단락 안에 3~5개의 소주제가 나뉘어 담겨있다.


1.따라 그리고 싶은 그림을 찾자

ㄱ. 따라 그릴 그림 찾는 법

ㄴ. 심화1. 좋은 그림의 공통점

ㄷ. 경험자와의 인터뷰 1


2. 찾은 그림과 똑같이 그려보자

ㄱ. 그림을 바로 따라 그려야 하는 이유

ㄴ. 심화2. 캐릭터를 잘 그리는 법

ㄷ. 시청자의 질문1

ㄹ. 경험자와의 인터뷰 2


3. 내 그림과 참고한 그림을 비교하자

ㄱ. 비교하는 과정에 앞서 필요한 것

ㄴ. 심화3. 나쁜 그림의 공통점

ㄷ. 경험자와의 인터뷰3


4. 한 포인트에 집중해서 연습해 보자

ㄱ. 문제를 찾고 하나씩 해결하자

ㄴ. 심화 4. 그림이 좋아지는 습관

ㄷ. 경험자와의 인터뷰4

ㄹ. 시청자의 질문 2

ㅁ. 경험자와의 인터뷰5


5. 연습을 바탕으로 다시 그려 보자

ㄱ. 연습한 내용으로 2회차에 돌입하자

ㄴ. 시청자의 질문 3

ㄷ. 3개월 실력 성장법의 주의법

ㄹ. 경험자와의 인터뷰 6


6. 추가 학습

ㄱ. 3개월 실력 성장법 뒤에 기다리는 것

ㄴ. 3일 만에 실력 키우는 법

ㄷ. 하루 만에 실력 키우는 법

ㄹ. 1시간 만에 실력 키우는 법

ㅁ. 그리지 않고도 실력을 키운다?

-마치며

-연습노트


이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목만 봐도 알겠지만, 많이 그리고, 확인해보고, 또 그리고.

역시 출판 대국답게 기획도 잘하고, 구성도 훌륭하다는 감상이 안 나올 수 없다.

구도나 연출에 대한 기술적 노하우도 충분하게 녹아있다고 평하긴 어렵지만, 적은 양이지만 핵심적인 요소를 잘 담았고, 연습법들도 움직임을 애니메이션처럼 연결해서 그리기나, 14시간 연속 그리기, 썸네일로 그리기 등 해외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잠깐씩 언급했던 연습법들을 자신만의 연습법과 연계해서 잘 정리해놨다.

여기에, 국내에선 그림그리는 유튜버로 잘 알려진 김락희 작가님이나 청자들의 웹툰을 피드백 해주는 영상이 있었던 송재형 작가님의 유튜브를 곁들이면 제법 괜찮은 연습 노하우들을 습득할 수 있을 듯 하다.


개인적으로 재밌어한 부분은, 전신 일러스트를 연습하라거나, 볼펜으로 연습하라는 부분들이었다.

나는 처음 그림을 그릴때부터 전신이 나온 그림을 따라그렸던 기억이 난다. 주로 일러스트가 전사된 컬러 책받침들을 보고 그렸었다.

처음 그렸던게, 현대였나 기아의 자동차 홍보용 일러스트에 그려져 있던 배트맨이었던걸로 기억한다.

국민학생때였는데, 그 일러스트는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아무리 비슷하게 따라하려고 해도 안됐던....

그 다음이 드래곤볼 책받침에 초사이어인 손오공이 서있는 그림이었고, 처음 펜촉에 잉크를 찍어서 모사했던 그림은 일본판 뉴타입에 실려져 있던 FSS 설정집의 미라쥬였다.

왜 이런 조언이 필요했을까 했더니, 요즘 친구들은 작은 화면에 길들여져있고, 디지털 기기로 그림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라는 점에 다달았다.

확실히, 필요하겠구나. Un Do 와 Re Do 가 없는 하얀 종이에 볼펜. 요즘 친구들은 그게 더 어색할거다.

수정할 수 없는 선으로 연습하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 관찰력과 형태력이 눈에 띄게 달라질 것.


여튼, 이 책은 완전한 초심자용이다. 연습법도 거의 '가나다' 부터 알려주는 정도이고, 전반적으로 친절하다.

개인적으로 꽤나 심각한 무기력증에 빠져있는데, 그런 나에게도 잔잔하게나마 자극을 던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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