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사르 1 - 5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5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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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도 모니터 요원에 당첨되어 출간 전 가제본을 미리 받아 읽었다.

 4부와 5부 사이에 살짝 생략된 부분이 있다. 

 견고했던 크라수스, 폼페이우스, 카이사르의 삼두연합은 크라수스가 죽으면서 자연스럽게 균열이 생기지만, 카이사르가 미리 내다보고 자신의 딸인 율리아를 폼페이우스와 결혼시킴으로써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삼두연합을 통해 정치적인 방어막을 마련한 카이사르는 장발의 갈리아족 속주와 브리타니아 속주를 평정하면서 오랜 시간동안 부와 명예를 차근차근 쌓아올렸다. 

 내가 로마에 대한 관심을 최초로 가졌던 BBC의 역사 드라마 'ROME' 에서 '시저(카이사르의 영어식 발음)'와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보에누스' 와 '풀로' 가 전공을 본격적으로 쌓을 즈음이었을 것이다. 10년 이상 군대에서 살아남은 병사는 자연스럽게 십인장 - 백인장이 된다. 이 당시의 로마군은 생존이 곧 실력이었다. 

 여하튼, 드디어 나도 조금은 아는 내용과 인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다.(당연히 보에누스와 풀로는 안나온다.^^;;)

 때문에,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벌써 5부니까, 이 시리즈를 이미 12권이나 읽었고, 13권째를 다 읽은 참이다. 

등장인물 한사람 한사람에게 일일히 신경쓰다가는 이 방대한 이야기의 맥을 놓치기 십상이다. 콜린 매컬로는 친절하게도 주요 인물들은 등장할 때 마다 중요한 사건들을 되짚어준다. 등장하는 인물들 이름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팁이라면, 팁!!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관계인지 일단은 기억하려 애쓸 필요 없다는 뜻이다. 

 5부 [카이사르]의 1권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클라우디오' 라는 인물이다. 남매간인 '클라우디아' 와 그렇고 그런 근친관계라는 소문이 파다한 인물이고, 여인들의 신인 '보나 데아' 에게 바치는 축제를 망친 장본인이었다는 사실이 친절하게 소개된다. 

그래, 그러고 보니 전에 그런 인물이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질투심과 시기심도 강할 뿐더러 원한도 결코 잊지 않는 인물이었다. 보나 데아의 신관 한명을 곯려주려다 오히려 크게 창피를 당하고, 그걸 복수하겠다고 남자들은 결코 참여해서는 안되는 여신의 축제에 여장을 하고 들어가 신을 모욕했다는 악평을 들은 인물. 

 

  카이사르의 삶은 그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두 여인의 죽음과 함께 일대 전환기를 맞는다.

이야기의 시작과 동시에 카이사르는 갈리아 속주에서 딸 율리아와 어머니인 아우렐리아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된다. 비로소 카이사르에겐 로마에 직계 가족이 한 명도 남지 않게 된다. 이로써, 그토록 떠나고 싶어했던 '로마' 라는 공간과 심적으로 완벽하게 동떨어지게 된다. 어쩌면 이것이 훗날 카이사르가 로마를 향해 군대를 진군시키는 결정을 내릴 때 마음의 부담을 줄여주었을지도 모르겠다. 

 카이사르의 삶에서도, 로마 공화정 말기의 역사에서도 중요한 포인트인 '클라우디오의 죽음' 은 장인과 사위로 이어졌던 폼페이우스와의 관계가 율리아의 죽음으로 인해 삐걱대면서 시작된다. 폼페이우스가 카이사르가 쌓은 어마어마한 부와 명예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폼페이우스의 곁에 율리아가 있었던 시절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로마의 일인자라는 자긍심과 군인으로서의 전투본능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카이사르가 그 누구보다 강대한 적이 될 수도 있는 현실을 직시하게 된 것이다. 

 폼페이우스는 우선 로마 정계를 한손에 넣기 위해 임기가 다해가는 집정관직을 유지해야 했다.

 마침, 클라우디오가 발의할 법안은 로마 정계에 큰 논쟁거리였으며, 다음 집정관이 유력한 밀로는 껄끄러운 상대였다. 선거가 치러지는 것 자체를 막아야 했다. 그는 밀로와 클라우디오를 배제시킬 거미줄을 자아내기 시작하고, 밀로를 이용해 클라우디오를 죽음으로 이끌면서 로마에 거대한 혼란을 촉발시킨다.  카이사르에게 오랜 원한을 품고 있는 보니파의 카토와 비불루스는 기회를 틈타 폼페이우스를 자기들편으로 끌어당기기 위한 모략을 짜내기 시작하고, 카이사르의 정부인 세르빌리아의 아들이자 카토의 조카인 브루투스도 속주에서 충분히 경력을 쌓고 로마로 복귀해 원로원에 입성한다.  


 로마 역사를 간략하게 읽다보면 당대 최강의 권력자였던 폼페이우스와 카이사르가 반목하게 된 계기가 단순히 혈연이 깨졌기 때문이라고 받아들이기 쉬운데, 당시의 권력구조와 캐릭터를 섬세하게 다룬 이 책을 읽다보니 폼페이우스와 카이사르는 처음부터 함께 할 수 없는 존재였던 것 같다.

 폼페이우스는 여러모로 가이우스 마리우스와 닮아있는 인물이다.

전쟁의 천재였지만, 로마 중심에서 벗어난 변방 출신으로 혈통상 집정관에 오르기 힘든 존재였다. 사실 가이우스 마리우스는 게르만족의 침공이 아니었으면 집정관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폼페이우스는 그 점을 잘 알고 있었기에 젊은 시절부터 술라의 눈에 들기 위해 애썼고, 마리우스의 게르만족 퇴치만큼 큰 업적을 쌓기 위해 전쟁터로 달려갔다. 모든 로마인들이 칭송하는 와중에도 고귀한 파트리키 혈통의 아내를 얻어서 혈통의 정당성을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의 자긍심이 큰 만큼 혈통에 대한 열등감도 컸다.

 그렇게 보면 카이사르는 술라와 닮아있다. 매력적인 외모도 그렇지만, 훗날 카이사르는 술라처럼 군홧발로 로마 시내를 짓밟을것이고, 술라가 자신에게 한 것 처럼 유능한 재능을 유피테르 대신관으로 묶어 놓을터다. 

 폼페이우스보다 조금 늦게 경력을 시작했지만, 카이사르는 순식간에 폼페이우스의 명성을 따라잡았다. 폼페이우스는 카이사르의 딸인 율리아에게 사로잡혀 잘 보지 못했지만, 몇 년 사이에 로마인들이 칭송하는 대상은 폼페이우스에서 카이사르로 바뀌어 있었다. 심지어 카이사르는 수부라지구의 하층민들에게까지 인기가 많았다. 현명한 어머니 덕에 카이사르가 수부라지구에서 자라났기 때문이었다. 그는 어떠한 열등감도 없이 자라났다. 자기보다 혈통이 비천한 자들에게 충성과 사랑을 얻어내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했으며 늙은 가이우스 마리우스의 수발을 들며 전쟁에 관한 수많은 노하우들을 익혔고, 그 모든 것들을 실전에서 통달해 나갔다. 

 율리아의 죽음과 함께 폼페이우스는 카이사르라는 거대한 위협을 목도한다. 

작품 안에서 아티쿠스는 "폼페이우스는 누구를 속이려 할 때 스스로 거미줄 속에 뒤엉키네. 그래, 그가 거미줄들을 잘 다루기는 하지. 그래도 거미줄은 거미줄이야. 그에 반해 카이사르는 태피스트리를 짜지." (p. 350) 라고 평한다. 

폼페이우스가 드디어 카이사르를 옭아맬 거미줄을 쳤다. 

우리가 잘 알듯이 칼과 피로 마감되는 그 거미줄이다.

과연 얼마나 복잡하게 뒤엉킨 거미줄이 어떤 무늬의 태피스트리와 만날까. 

그리고 카이사르는 어떤 과정 속에서 주사위를 던지고, 루비콘 강을 건너게 될까.

다음권이 엄청나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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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7-06-07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꾸준하게 읽으신 모양입니다.

전 읽다 말다 거듭해서 매 시리즈마다 첫번째
권만 읽은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이번에야말로 완독에 도전을 해야 싶네요.

열혈명호 2017-06-07 19:00   좋아요 0 | URL
넵. 저는 이렇게 긴 장편은 모아놓으면 읽을 확률이 낮아서, 가급적 나오는 족족 읽고 있습니다. 이렇게 리뷰를 쓰는 이유도 사실 까먹지 않기 위해서죠!!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