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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초고속 성장법 - 사이토 나오키 3개월 연습법
사이토 나오키 지음, 김재훈 옮김 / 잉크잼(잼스푼) / 2023년 7월
평점 :
사실, 그림은 기술이라서 딱히 대단한 훈련법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근육과 정신, 신경에 그 행동을 반복 숙달시키는 훈련이 유일하고, 결과물은 대부분 훈련양에 비례한다. 물론 재능의 차이는 있지만, 기술적인 면에서의 재능은 거의 훈련양으로 극복이 가능하다. 프로 그림쟁이가 되기 위해서는 사실, 자신의 니즈와 대중의 니즈가 일치한다는, 타이밍적인 운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흔히 "트렌드" 라고 부르는 이 부분은 진득하게 한 우물만 파다보면 일생에 한번쯤은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걸 남들도 좋아한다' 는 포인트. 이 부분이야말로 창작자가 타고날 수 있는 최고의 운인데, 일단 그 지점에 닿기 전에 "기술적 완성도" 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 책은 그러한 기술적 완성도를 다룬 책으로, 작법서처럼 꾸며져 있지만, 사실 창작노트; 에세이에 가깝다.
기술적인 면은 결국 "많이 그리세요" 를 여러 버전으로 틀어서 소개할 뿐이고, 그보다는 사이사이에 들어있는 이야기들에서 저자가 멘탈을 관리한 노하우를 엿볼 수 있다.
예를들면, SNS에 올리는 걸 주 목표로 삼고, 그 전에 자신을 칭찬해 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공개하고, SNS에 반응이 오지 않으면 당분간 끊는다는등, 저자 본인이 SNS 중심으로 활동하는 분이라서 그림 실력에 대한 부분보다 멘탈관리에 대한 부분이 유익한 점들이 많았다.
일단, 목차를 살펴보자.
크게 여섯개의 주제별 단락으로 나뉘어 있고, 각 단락 안에 3~5개의 소주제가 나뉘어 담겨있다.
1.따라 그리고 싶은 그림을 찾자
ㄱ. 따라 그릴 그림 찾는 법
ㄴ. 심화1. 좋은 그림의 공통점
ㄷ. 경험자와의 인터뷰 1
2. 찾은 그림과 똑같이 그려보자
ㄱ. 그림을 바로 따라 그려야 하는 이유
ㄴ. 심화2. 캐릭터를 잘 그리는 법
ㄷ. 시청자의 질문1
ㄹ. 경험자와의 인터뷰 2
3. 내 그림과 참고한 그림을 비교하자
ㄱ. 비교하는 과정에 앞서 필요한 것
ㄴ. 심화3. 나쁜 그림의 공통점
ㄷ. 경험자와의 인터뷰3
4. 한 포인트에 집중해서 연습해 보자
ㄱ. 문제를 찾고 하나씩 해결하자
ㄴ. 심화 4. 그림이 좋아지는 습관
ㄷ. 경험자와의 인터뷰4
ㄹ. 시청자의 질문 2
ㅁ. 경험자와의 인터뷰5
5. 연습을 바탕으로 다시 그려 보자
ㄱ. 연습한 내용으로 2회차에 돌입하자
ㄴ. 시청자의 질문 3
ㄷ. 3개월 실력 성장법의 주의법
ㄹ. 경험자와의 인터뷰 6
6. 추가 학습
ㄱ. 3개월 실력 성장법 뒤에 기다리는 것
ㄴ. 3일 만에 실력 키우는 법
ㄷ. 하루 만에 실력 키우는 법
ㄹ. 1시간 만에 실력 키우는 법
ㅁ. 그리지 않고도 실력을 키운다?
-마치며
-연습노트
이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목만 봐도 알겠지만, 많이 그리고, 확인해보고, 또 그리고.
역시 출판 대국답게 기획도 잘하고, 구성도 훌륭하다는 감상이 안 나올 수 없다.
구도나 연출에 대한 기술적 노하우도 충분하게 녹아있다고 평하긴 어렵지만, 적은 양이지만 핵심적인 요소를 잘 담았고, 연습법들도 움직임을 애니메이션처럼 연결해서 그리기나, 14시간 연속 그리기, 썸네일로 그리기 등 해외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잠깐씩 언급했던 연습법들을 자신만의 연습법과 연계해서 잘 정리해놨다.
여기에, 국내에선 그림그리는 유튜버로 잘 알려진 김락희 작가님이나 청자들의 웹툰을 피드백 해주는 영상이 있었던 송재형 작가님의 유튜브를 곁들이면 제법 괜찮은 연습 노하우들을 습득할 수 있을 듯 하다.
개인적으로 재밌어한 부분은, 전신 일러스트를 연습하라거나, 볼펜으로 연습하라는 부분들이었다.
나는 처음 그림을 그릴때부터 전신이 나온 그림을 따라그렸던 기억이 난다. 주로 일러스트가 전사된 컬러 책받침들을 보고 그렸었다.
처음 그렸던게, 현대였나 기아의 자동차 홍보용 일러스트에 그려져 있던 배트맨이었던걸로 기억한다.
국민학생때였는데, 그 일러스트는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아무리 비슷하게 따라하려고 해도 안됐던....
그 다음이 드래곤볼 책받침에 초사이어인 손오공이 서있는 그림이었고, 처음 펜촉에 잉크를 찍어서 모사했던 그림은 일본판 뉴타입에 실려져 있던 FSS 설정집의 미라쥬였다.
왜 이런 조언이 필요했을까 했더니, 요즘 친구들은 작은 화면에 길들여져있고, 디지털 기기로 그림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라는 점에 다달았다.
확실히, 필요하겠구나. Un Do 와 Re Do 가 없는 하얀 종이에 볼펜. 요즘 친구들은 그게 더 어색할거다.
수정할 수 없는 선으로 연습하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 관찰력과 형태력이 눈에 띄게 달라질 것.
여튼, 이 책은 완전한 초심자용이다. 연습법도 거의 '가나다' 부터 알려주는 정도이고, 전반적으로 친절하다.
개인적으로 꽤나 심각한 무기력증에 빠져있는데, 그런 나에게도 잔잔하게나마 자극을 던져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