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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도 괜찮아 -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그 두 번째 이야기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노진선 옮김 / 솟을북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이 작품은 에세이라기 보다는 전문서적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정말 끔찍한 결혼생활을 했고, 그보다 끔찍한 이혼과정을 거쳤으며, 정말 오랜 시간동안 그 상처를 치유했던 이제 40대에 가까워진 여성이 '결혼' 에 대한 진정한 의미와 본질을 찾아나가는 내용이니, 이보다 더 진정성이 담길 수는 없을것이다.
세상에 수많은 소설들이 존재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어마어마한 수의 작품들이 솟아나고 있지만, 그 어떤 작품이든 작가가 '진정성' 을 담으면 그 작품은 최소한 범작 이상이 된다.
작가가 독자를 기만하고, 우롱하는 순간 작품은 졸작이 되고, 망작이 된다.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아무런 기대 없이 자신의 이혼과정과 그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써 나갔다.
남성잡지 전문 기고가이기도 했던 제법 와일드한 여성이었던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그렇게 담담하게, 일기처럼 써내려갔던 글이 전세계 40개국에 번역될만큼 어마어마한 베스트 셀러가 될줄은 꿈에도 생각치 못했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진정성' 이 가진 놀라운 능력이다.
사람은 사람을 속일 수 있다. 생각보다 아주 쉽다.
사람을 속이는 걸로 수천만원, 어쩌면 수억원까지 벌 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수천만명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는 없을터.
조앤 롤링이 '해리포터' 를 어떤 마음으로 써내려 갔는지 생각해 보면 '진정성' 의 의미를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어린 아이를 위해, 사랑하는 마음으로 써내려 갔던 그녀의 글 역시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롤링이 해리포터의 후속편을 계속 낸다면, 그 진정성은 분명 훼손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해리포터 팬들은 물론 반기겠지만, 작품 본연의 힘을 빛을 잃으리라고 생각한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해라'(이하 '먹기사') 의 엄청난 성공 이후,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엄청난 중압감을 가지고 쓰고있던 원고를 바라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더이상 전과 같은 글을 쓸 수 없게 되어버렸다고 고백한다.
베스트 셀러 작품을 낸 작가들은 대부분, 진정성을 잃고 전작의 흥행에 기댄 상업적인 작품을 후속작으로 내면서 가지고 있는 재능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묻혀져 버리고 만다.
비록, 난 '먹기사' 를 읽지는 못했지만, 처음 책장을 넘기면서 그런 부분을 확실하게 염두에 두었다는 사실을 고백하겠다.
그저 그런 칙릿 소설에 불과하거나, 페미니스트의 과격한 단어가 주축이 된 망상들이 가득한 에세이에 불과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첫장을 넘겼다는 사실 또한 고백하겠다.
그리고, 그 예상이 책의 1/3까지는 대강 들어 맞는 듯 해서, '그럼 그렇지' 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는 사실 역시 고백해야겠다.
현대사회에 '결혼' 이란 점차 그 의미가 완벽하게 '변화' 하고있다.
한국에서도 이미 혼전동거가 급속도로 늘고있고, 결혼식을 치르지 않은 사실혼 상태의 미혼커플들도 생각보다 훨씬 많다.
이 변화의 주된 원인은 여권신장에 있다.
여성들이 경제력이 강해지고,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지극히 남성에게만 유리한 룰이었던 '결혼' 의 형태는 급속도로 바뀌어가고 있다.
결혼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예측하는 것은 쉽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그러한 변화가 지속되어 왔고, 앞으로도 급속도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자신의 경험과 수많은 연구자료를 토대로 '결혼' 에 관해 고찰을 시작한다.
분명 그녀는 결혼에 대해 엄청난 상처와 거부감을 갖고있다는 사실을 전재해야겠다.
그렇기 때문에 책의 거의 대부분은 결혼의 부정적인 부분이 아주 체계적으로 서술된다.
특히, 여성의 입장에서 결혼이라는 제도의 불합리성, 비논리성, 거기에 비인격성까지 낱낱히 파헤쳐진다.
내가 만나온 여자들은 대부분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었다.
환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의 기대를 품고 있었다. 남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이 환상이나 기대치가 100이라고 가정했을때, 여자는 결혼하는 순간 이 기대치가 거의 20까지 떨어지는 반면, 남자는 80정도까지만 떨어진다.
그 후가 더 문제다.
이미 우리 사회 자체가 남성중심이기때문에 결혼한 여성에게 너무나 많은 희생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 엄청난 차이를 막연하게나마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남자이기 때문에 어머니를 보면서 느끼는 것보다, 아버지를 통해 느끼는 것이 많다.
난 결혼하면, 어떤 남편, 어떤 아버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내 아내가 될 사람에겐 우리 어머니의 모습을 기대할 것이다.
수십년동안 남편과 남자의 역할은 변하지 않았지만, 여자의 역할은 정말 엄청나게 변화했는데도 말이다!!!
결혼을 끔찍하게 싫어했던 이 여인의 글이 아니었으면, 난 아마 영원히 몰랐을터다.
그녀들은 '결혼' 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론 답은 없지만,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단편적으로나마 알아챌 수 있다.
적어도, '아 내가 어떻게 해야겠구나, 어떤 생각을 가져야 겠구나' 정도는 말이다.
물론 내가 겨우 이 텍스트 하나로 여자들을 이해할 수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따윈 하지않을 것이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먼저,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진정한 결혼의 의미에 대해 체계적인 고찰을 시도한다.
아직 원시풍습을 가지고 있는 동남아 오지의 소수부족들을 찾아가 그들의 결혼에 대해 듣기도 하고, 함께 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실패했던 결혼과 비교해 보기도 한다.
그들의 가지고 있는 결혼의 의미와 마음가짐, 자신이 가졌던 결혼의 의미와 마음가짐을 비교해보고, 그 차이가 어디서부터 비롯되는지 따져본다.
시간과 환경, 모든게 다르지만 두 남녀가 한 가정을 이루고, 한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는 본질은 같기때문에 차이점을 비교하긴 오히려 쉬웠다.
그리고 미국의 결혼관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여러 통계들을 바탕으로 보여주고, 변화의 이유와 의미를 논리적으로 열어놓는다.
'여성의 입장' 에서 말이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이 책 역시 저자의 진정성이 돋보이는 책이다.
그녀는 자신이 내세우는 수많은 가설들과 스스로 내린 결론들이 오류가 있을 것이고, 위험한 발상인 경우도 있다는 점을 거듭 밝힌다.
설사 자신의 이야기가 설득력을 잃게 된다해도 독자들이 함정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결국 그녀는 보편타당하고 공감을 가질만한 결론을 내림으로서, 스스로에게 '결혼' 에 대한 금제를 푸는데 성공한다.
결혼.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와 수십년을 함께 살기로 '약속' 하는 것이다.
솔직히 난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사랑하는 사람이랑 함께 사는건데 뭐 어떠냐...고 되묻기엔, 할만큼 경험은 했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많은 희생과, 얼마나 많은 양보가 필요할까.
이 책은 그런 아찔한 항해에 상당한 조력자가 될만하다.
결혼에 대해 마치 무한의 우주에 떠다니는 미지의 행성같이 생각했던 내게 조금은 구체적인 사진을 보여주긴 했으니 말이다.
분명 어렵고 복잡하고,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고통과 고난이 뒤따를 것이다.
난 잠자리도 엄청 예민하단 말이다!!!! 이정도는 애교 수준인 고통과 고난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선택하고, 누군가에게 선택되어 평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그것에 사회적인 약속이 함께해야 한다는 것뿐이다.
1년에 한번씩 이 책을 읽고, 결혼한 뒤에도 이 책을 1년에 한번씩 배우자와 함께 읽을 수 있다면,
결혼해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