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만 실종된 최순자
김은정 지음 / 판테온하우스 / 201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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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작가의 첫 작품이었기에, 그렇게 큰 기대를 갖지는 않고 책장을 넘겼다.

서른을 목전에 둔 평범한 여성의 소소한 일상들이 적절하게 펼쳐져갔다.

지나친 미사여구와 너무너무 남용된 묘사들이 감정이입을 방해했지만, 전반적인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서른을 목전에 둔 최순자와 그녀가 몸담고 있는 변호사 사무실의 정경. 그리고 지난 연애들에 대한 회상이 가볍게 흘러갔다.

 

여자는 남자에 비해 나이에 민감하다.

일단 기본적으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외모에 민감하다.

물론 사회가 여성에게 외모를 중시하게끔 하는 풍조가 생겨나긴 했지만, 이 사회가 남성중심이 아니라 여성중심 사회였다고 하더라도, 여성의 외모에 대한 관심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 방향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지금 여성들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외모는 결국 남성들이 좋아하는 취향이지만, 여성중심 사회였다면 여성들은 스스로 여성들이 좋아하는 취향으로 발전했을 것이다.)

외모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은 여대를 가보면 알 수 있다.

공대의 남학생들 사이에 있는 홍일점 여학생보다, 미대나 여대의 여성들 사이에 있는 여성들이 훨씬 더 화려하고 예쁘게 꾸미고 다닌다.

아마 무인도 한가운데에 여성 한명을 던져놓고, 전신거울을 하나 함께 보내준다면, 아마 그 여성은 외모를 꾸미고 싶다는 충동을 주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여성들에게 외모의 가장 큰 적인 바로 '나이' 일 것이다.

 

여성들이 나이에 민감한 것은 당연하게도, 스스로의 외모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남성에 비해, 거울을 보는 횟수가 많다.

즉,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매일매일 스스로의 외모가 변해가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하게 그것은 스스로가 매일매일 나이를 먹어간다는 사실 또한 관찰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현실에 만족한다 하더라도, 나이를 먹어가는 얼굴. 늘어가는 주름살들, 윤기를 잃어가고 화장이 잘 안먹기 시작하는 피부를 발견한다면, 과거 - 어린시절로 돌아가고픈 충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반면, 여성에 비해 거울을 자주 보지 않고, 화장도 잘 하지 않는 남성들은 자연스럽게 스스로가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을 쉽게 깨닫지 못한다.

게다가 생리나 임신같은 신체의 리듬이 뒤바뀌는 경험도 하지 않기때문에 신체의 변화 또한 쉬이 느끼지 못한다. 때문에 남성은 여성보다 나이 먹는데에 민감할 수가 없게 된다.

 

이 작품의 초~중반은 이렇게 나이를 먹어가는 여성에 대한 심리와 환경을 적절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궂은 삶을 살아왔지만, 그것들을 잘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최순자라는 여성의 삶이 비교적 좋은 흐름으로 진행된다.

물론 위에 언급했던 지나친 묘사가 목에 턱턱 걸렸다. 마치 트왈라잇의 최순자 버전인 듯 할 정도였다.

솔직히 책의 반은 그런 불필요한 묘사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냥 단순하게 넘어가는 문장이 단 한줄도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소설에서 묘사는 일종의 조미료다. 문장을 맛깔나게 만들고, 장면을 머릿속에 그려지게 하는 것인데, 이 작품은 지나치게 조미료가 많이 들어가 음식 본래의 맛을 느끼지 못하게 된 요리와 같다.

 

게다가, 중반부를 접어들면서 이야기는 판타지로 급반전된다.

이렇게 저렇게 개연성을 짜맞추려 노력을 한 흔적은 보이지만, 말도 안되고 생뚱맞은 사건으로 갑자기 디테일이 사라져버린, 만화 같다고 한다면 오히려 만화에 대한 지대한 모독이 될만큼 어처구니 없이 이야기가 반전된다.

 

차라리 만화적 상상력을 담았으면 좋았을 정도로 디테일도, 개연성도, 설득력도 없는 사건이 벌어진다.

 

초~중반은 비록 전개가 조금 산만하고, 지나친 묘사들이 발목을 잡았지만, 적어도 캐릭터에 대한 디테일과 사건의 개연성으로 인해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단 한줄로 급반전되는 후반부는 너무 설득력이 떨어져서 이야기의 흐름조차 놓칠 정도였다.

 

작가의 욕심이 큰 화를 부른경우로 보여진다.

 

애초에 이런 만화적 발상을 했다면, 그 과정역시 만화적인 상상력에 의존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디테일도, 개연성도 없는 어처구니 없는 반전이 작가의 재기발랄한 발상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 셈이다.

 

이런 판타지가 여성들에게는 어느정도 '치유' 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마 나는 남자이기 때문에 더더욱 이해하지 못할수도 있겠지만, 과연 이런 이야기가 이런 스토리텔링이 먹힐수도 있다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애초에 '서른만 실종된 최순자' 에게 '달콤한 나의 도시' 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많이 아쉬웠다.

 

이야기의 개연성이나 디테일, 설득력 따위를 신경쓰지 않는 여성 독자에게라면 얼마든지 추천한다.

적어도, 꿈꾸던 '판타지' 정도는 채워줄 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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