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핑크 블루
윤정미 사진, 소이언 글 / 우리학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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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그림책의 리뷰는 처음 써본다. 사진은 별로 관심분야가 아니어서 이 책의 사진작가가 그렇게 유명한 분인지 잘 몰랐다. 소개를 보니 여러 나라에서 오랫동안 전시회를 열고 호평받은 분이었네. 그 주제가 핑크 & 블루 프로젝트.

이 책을 보니 딱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재작년에 2학년 담임을 하다가 페이스북에 이런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었다.
<핑크 알레르기>
그 글을 퍼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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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도화지에는 노랑, 하늘, 연두, 분홍이 있다.
맘대로 골라가게 하면 하늘 50%, 연두 30%, 노랑 20% 정도 골라간다. 분홍은 드물게 한 명 정도 고르거나 아예 아무도 고르지 않는다. 올해 2학년을 맡고 보니 이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남자아이들은 내가 남자인데 분홍을? 이런 분위기고 여자아이들은 내가 여자기로소니 분홍을 고를소냐? 이런 느낌의 반응을 한다. 고개를 갸웃할 반응이다.

색도화지가 아닌 좀 더 좋은 색감의 색상지도 마찬가지다. 촌스럽지 않은 벚꽃색이나 살구색 오렌지색 종류도 잘 고르지 않는다. 난 뒷판에 색이 골고루 있는게 좋아서 이번엔 맘대로 가져가게 안하고 아이들 인원수에 맞춰서 색을 고루 분배한 뒤 가위바위보로 이긴 사람부터 골라가게 했다. "져도 괜찮아요. 다 예쁜 색이에요. 순서를 정하는 것 뿐이에요." 라고 말했지만.... 마지막 아이가 분홍을 갖고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들어가자 아이들이 분홍이라며 놀렸다. "너희들 이상하네? 왜 색을 차별하지? 분홍이 얼마나 멋진 색인데?"
그러자 아이들이 비웃었다.

왜 아이들은 분홍과 원수가 졌을까? 연구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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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내가 했던 생각은, 고정된 색깔 관념에 대한 반발? 그것에 따르는 걸 수치스럽게 여기는 심리인가? 그런데 그렇다고 하기엔 왜 핑크만인가? 블루에는 예민하지 않은데 왜 유독 핑크에만? 남자들은 자신들에게 고정된 것을 거부하지 않는데 왜 여자들은? 색깔 고정관념 뿐 아니라 여러가지가 복합적이구나 생각했었다.

그때 제기된 의문이 작은 것은 아니었나보다. 십수년간 큰 전시회가 열리고 이렇게 책까지 나온 걸 보면. 분홍으로 가득찬 방과 파랑으로 가득찬 방의 대비가 단숨에 주목을 끈다. 그 방에서 자라난 아이들의 변화를 사진으로 따라가 보는 것도 재밌다. 사진작가님은 같은 아이의 5년 후, 10년 후를 추적해서 사진을 찍기도 하셨다니, 사진이란게 그저 찰칵인 줄 알았던 내가 얼마나 무식했던가.^^;;; 약간의 설정이 없을수는 없었겠지만 진정성과 역사가 담긴 사진들이다. 메시지가 담긴 것은 물론이고.

글작가인 소이언 님은 작가의 말에 이렇게 써놓으셨다.
"전시회장에서 핑크로 둘러싸인 여자아이의 사진을 보는 여자도 어릴 때는 핑크를 사랑했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핑크를 기피했겠지요. 보라와 파랑을 거치고, 세상이 정해 준 색의 안일함과 무신경함에 맞서 검정과 무채색으로 자신을 감추었다가, 다시 핑크를 사랑하기까지의 그 모든 시간을 그는 사진으로 만났을 것입니다."

세상이 정해준 색에 질질 끌려가지도, 억지로 버티지도 말자.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다고 하면 그만이다. 색은 그 모든 것들의 상징이자 대표일 뿐이다. (색만큼 상징으로 좋은 것은 없을테니^^) 분홍을 좋다고 하는 남자아이를 칭찬하지도 말자. 누가 뭘 좋아하든 그냥 그사람 맘일 뿐이야!

색이 상징하고 대표하는 모든 것. 그것을 색으로 보여주어 더없이 인상적인 그림책. 너만의 '색'을 찾아! 너의 '색'을 잃지 마! 등의 메시지도 연달아서 떠오르는 책. 본문 마지막장의 문장을 쓰면서 마치려 한다.

"좋아하는 색에 마음놓고 이름을 붙여주세요.
나만의 이름을요.
그리고 가만히 불러보세요.
안녕? 나의 핑크!
안녕? 나의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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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 - 제26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비룡소 창작 그림책 68
루리 지음 / 비룡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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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멘 음악대'를 패러디했을 거라고 쉽게 짐작을 할 수 있다. 옛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은 기대가 된다. 맛집에서 포장해온 따끈한 음식을 열 때의 기대감?ㅎㅎ 더구나 이 작가의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수상작 <긴긴밤>을 읽고 깜짝 놀라서 주문한 책이니 말해 뭐 해. 근데 이책은 황금도깨비 수상작이라고? 세상에나!

브레멘 음악대 원작 내용이 뭐였지?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주인들한테 버려진 떨거지 신세 동물들이 길을 가다 하나둘씩 모이게 됐다. 그들은 브레멘으로 가자고 의기투합했지만 결국... 갔었던가...? 도중에 도둑들의 오두막에서 그들을 놀래켜 쫓아내고 거기서 행복하게 산다는 결말 아니었던가? 그렇지. 그들도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구나. 알고 있었지만 생각은 못했던 새로운 발견.ㅎㅎ

이 책의 동물들은 그대로 사람으로 보인다. 당나귀는 나이가 많아져 운전기사직에서 밀려나고, 개는 일하던 식당이 이사가며 혼자 남겨지고, 고양이는 인상이 험상궂다며 편의점 알바에서 짤리고, 닭은 노점에서 두부를 팔다 쫒겨난다.

밤의 지하철은 고단함을 상징한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아저씨와 지안이 서로의 고단함을 바라본 곳도 밤의 지하철이었듯이. 그들은 밤의 지하철에서 함께 내린다. 그리고 지안이 지친 몸으로 걷던 길 같은 가파른 밤의 골목길을 오른다. 그길에 브레멘 음악대처럼 도둑들의 집이 있었고 창문으로 환히 안이 들여다보였다. 도둑들도 신세한탄을 하고 있었다.
"이제 뭐 하고 살지?
이럴 줄 알았으면
열심히 살 걸 그랬네."
동물들은 그집 문을 두드렸다. 그들은 대면하게 됐고 뭐라 이야기를 나눴다. 그 끝에 도둑들이 한 말,
"그러니까,
당신들은
열심히 살았는데도
할 일이 없어졌다는 거예요?
열심히 살아도 소용없네."

여기서부터는 원작과 완전히 다르다. 도둑들은 쫓겨나지 않았고 두 팀은 함께 "이제 우린 뭐하지?"란 고민에 빠졌다.
"일단 밥이나 먹을까요?"
그집에 음식은 없었다. 하지만 모두가 가진 것들을 내어놓았더니 찌개를 끓일 수 있었다. 닭은 팔던 두부를, 고양이는 삼각김밥을, 개는 마지막 김치 한통을, 당나귀는 퇴직하며 받은 참치캔을, 등등.... 찌개를 끓이며 누군가는 꿈꾼다. 만약에 말이야....

그러나 현실은 휑한 방 구석에서 찌개 한 냄비 앞에 놓고 둘러앉아 퍼먹고 있는 그들일 뿐이다. 그런데 그 다닥다닥 둘러앉은 모습에서 벌써 진한 연대의 느낌이 난다.

본문은 이것으로 끝이다. 아주 시크한 느낌이고 현실비판, 현실 한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림책은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하더니 진짜 이 책은 어른그림책이구나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뒷면지의 그림엔 에필로그가 담겼고, 그건 엄청 희망적이었다. 그들은 '만약에 말이야...'를 향해서 가고 있었다.

우리중에 브레멘에 갈 수 있는 사람 얼마나 될까. 나의 꿈이 뭔지 잊었고 나에겐 이렇다할 재능이 애초부터 있지도 않았고 입이 딱 벌어지는 재능을 가진 사람조차 그 재능을 펼칠 기회가 없거나 놓치거나 꼬여서 갈팡질팡하는 게 인생이다. 어쩌다 몇몇은 모든 걸 다 가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들이 간 곳은 브레멘인가? 그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브레멘으로 가는 길 어딘가에 서 있는게 인생인가. 제목이 처음엔 매우 부정적이거나 비관적으로 보이지만 다 읽고 나니 다르게 보인다. "괜찮아"라고 읽어도 될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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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밤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83
루리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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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비슷한 느낌의 작품들이 쏟아져나오는 가운데 이 책과 비슷한 책이 언젠가 있었나 기억해봐도 떠오르는 게 없다. 그렇다. 이 책은 정말 처음 보는 느낌이다. 완벽히 새로운 느낌. 낯설지만 불편하진 않았다.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는 만족감이 충만했다고 할까. 거기에 뻐근한 감동까지 있었다.

시점부터가 매우 특이했다. 처음엔 누가 화자인지 알수 없었다.
"나에게는 이름이 없다.
하지만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이 '나'가 누구인지는 책의 중반이 가까워서야 나온다. 그때 등장한다기보다는 그때 '태어난다'. 아니 그럼 이전의 서술은 뭐란 말인가. 태어나지도 않은 존재의 1인칭 시점이라니? 관찰자 시점도 아닌 전지적 시점이었다. 뭔가 기이하다? 다 읽고 나서 보니 그 '1인칭'이 주인공에게 '들은 이야기'로 시작하여 '겪은 이야기'로 전환한 것이라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이또한 매우 특이했으나 이상하게 그냥 자연스러웠다.

야생동물이 주인공인 책들이 꽤 있다. 사자라든지, 코끼리라든지.... 근데 코뿔소는 처음 본다. 그리고 그 '1인칭' 서술자는 펭귄이었다. 코뿔소와 펭귄이라니. 서식지가 전혀 다른 이 두 종의 관계는 무엇일까.

코뿔소의 이름은 노든이었다. 이 책은 그의 일생을 다룬다. 노든은 코끼리 보호 시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코뿔소인 그가 왜 그곳에서 살게 되었는지는 자신도 모르지만 따뜻하게 품어주는 코끼리들 틈에서 평화롭게 지냈다. 자라서 그곳을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망설일 때 코끼리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더 넓은 세상으로 가. 네가 떠나는 건 슬픈 일이지만 우리는 괜찮을 거야. 우리가 너를 만나서 다행이었던 것처럼, 바깥세상에 있을 또 다른 누군가도 너를 만나서 다행이라고 여기게 될 거야."

야생으로 나온 노든은 가족을 꾸리고 한동안 행복했다. 그러나 인간의 악함을 처음 경험한 그 순간 노든은 아내와 딸을 잃고 자신도 부상당한 채 혼자가 되었다. 그리고 인간들에 의해 도착한 곳은 동물원이었다. 그는 복수심에 불탔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만남은 있었다. 유일한 동족 앙가부. 같은 우리에서 앙가부와 얘기를 나눌 때만은 두려움과 외로움을 조금은 물리칠 수 있었다. 그들은 탈출을 꿈꿔봤다. 하지만 생각대로 되는일은 없었다. 감행도 하기 전 생각지도 못한일로 앙가부는 죽었고 노든은 뿔이 잘렸다. 노든은 또 완벽한 외로움 속에 내던져졌다.

동물원 다른 한쪽에서 일어난 일은 다가올 만남을 암시한다. 바로 펭귄 우리에서. 오른쪽 눈이 불편한 치쿠를 위해 윔보는 늘 오른편에 섰다. 둘이 함께하면 장애도 큰 문제는 아니었다. 아무도 품지 않는 특이한 알 하나를 이 두 친구가 품기로 했다. 그러던 중....
전쟁이 났고, 폭격으로 동물원은 무너졌다. 많은 동물들이 희생됐다. 두 친구 중 윔보도... 철봉에 깔린 그의 품에서 알을 꺼내어 양동이에 담아 부리로 물고 치쿠는 길을 떠난다. 바로 노든과의 만남과 동행이었다.

알에 모든 애정을 쏟아붓는 치쿠를 노든은 묵묵히 돕는다. 그들은 바다를 찾아 헤맸다. 지친 치쿠마저 세상을 떠난 날, 알은 완벽히 노든의 책임이 됐다. 그리고.... 가까스로 무사히 그 '1인칭'과 노든은 만났다. 이제는 완벽히 '둘만'이 되었다. 그들은 그저 견디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수많은 '긴긴밤'을 함께 보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우리가 서로밖에 없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그때는 몰랐었다."
"우리는 긴긴밤을 넘어, 그렇게 살아남았다."
"어느 날 밤, 나는 노든의 이야기를 들으며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다가 문득, 오늘이 노든과의 마지막 밤이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노든의 눈을 쳐다보며, 눈으로 그것을 노든에게 말했다. 노든도 그것을 알았다. 우리는 오래도록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서로밖에 없던 그들은 때가 되자 또 각각 홀로가 되었다.
"두려웠다. 하지만 나는 내가 저 바닷속으로 곧 들어갈 것을, 모험을 떠나게 될 것을, 홀로 수많은 긴긴밤을 견뎌 내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마도 노든은 곧 소멸했을 것이고 이름없는 그 '1인칭'은 홀로 서며 또다른 누구에겐가 다행인 존재가 되어주었을 것이다. 초반에 코끼리 할머니가 예언했듯이. 이것이 생명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싶은 것인가.

작가는 우리에게 동물종을 넘어선 큰 사랑과 책임감을 보여줬다. 그럼으로써 죽는 순간까지 삶이 얼마나 숭고한지 느끼게 해줬다. 그 숭고함으로 살아남은 자가 자기의 삶을 귀하게 여길 수밖에 없음을 감동적으로 보여줬다. 삶이 한없이 가벼워지고 관계 또한 삭아버린 실처럼 위태한 이때에, 삶에 대한 이토록 둔중한 성찰은, 관계에 대한 이토록 거대한 의미부여는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게 될까?

가볍지 않은만큼 쉽게 들어갈 순 없을 것이라고 난 생각한다. 이 책 전반을 누르고 있는 무게는 그것 때문이라고. 그 무게를 견디고 자신을 꺼내놓을 의향이 있다면 이 책의 나눔은 아주 귀한 시간이 될 것이다. 아이들과 이 책을 천천히 읽고 그 힘겨운 여정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감동을 나누는 시간.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겠지만 멋진 도전이 될 것 같다. 어쩌면 아이들은 쉽게 감동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져온 삶의 무게만큼만 쉽게.

처음보는 작가인데 미술을 전공했다고 한다. 미술을 전공한 동화작가 몇 분을 알고 있다. (유승희 님, 김태호 님 등... 아 안면이 있다는 말은 아니고) 자기 글에 이렇게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니 얼마나 큰 복을 타고난 것인가. 부럽다..... 탄식하며 이분의 그림책을 찾으러 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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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굽는 빵집 상상문고 12
김주현 지음, 모예진 그림 / 노란상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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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기시감이 느껴질 것 같은 제목이었다.
빵집, 떡집, 가게, 식당.... 이런 곳에서 판타지가 일어나는 책이 너무 많아서... 이제 내용도 머릿속에서 섞여버린 느낌이다. 하지만 요즘 아주 잘나가는 책인지 알라딘 대문에 뜨기도 하고, '시간을 굽는' 이라는 제목도 관심이 가서 구입해봤다. 기시감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건 소재의 동일성 때문에 그렇고, 작가는 또다른 이야기를 하고 계시다고 느꼈다. 그건 '나만의 소중한 시간' 이라고 할까.

붙잡고 싶은 때의 기억과 느낌을 담아 빵을 굽는다면, 나는 어떤 순간을 선택할까? 그러고보니 <원더풀 라이프>라는 일본 영화가 떠오르네. 영화에선 빵이 아니고 영상이었지만. 이 책에서 "빵은 평생 한번만 구울 수 있다."고 했다면 그 영화의 느낌과 더욱 비슷했을 것 같은데, 그런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다시는 기회가 없는 한 번뿐인 상황으로 펼쳐졌다면 나는 피곤했을 것 같다.^^;;;

만길이라는 다소 옛스런 이름의 열 살 주인공 아이는 전학 온 날 지율이라는 예쁜 아이와 짝이 된 행운과 동시에 원숭이라는 녀석에게 찍히는 불운을 함께 겪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날 털레털레 가던 길에 무심코 끌려 다가간 작은 빵집엔 군침나오는 갖가지 빵과 향긋한 빵냄새가 한가득... (이 부분은 약간 기시감이^^) 이 빵집에선 자기가 주문한 빵만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 시간의 맛과 향과 촉감을 빵에 담아 반죽하면 그걸 빵집 아저씨가 구워 주시고, 그 빵을 먹은 고객은 그때의 그 기분을 되살릴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아이는 첫 골을 넣었을 때의 기분을 넣은 '짜릿한 첫 골 슛 도넛'을 먹고 다시 환호성을 지르며 세러머니를 했고, 다른 아이는 '개뼈다귀 카스텔라'를 먹고 지금은 세상에 없는 개의 포근함과 따뜻함을 느끼기도 했다.

솔직히 내게는 전혀 매력있는 판타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지금은 그때가 아닌데, 그 기분만 느껴서 뭐하라고? 일종의 마취와 같은 것 아닌가? 이런 빵집이 우리 옆집이라도 나는 전혀 사먹지 않을 것 같은데...ㅎㅎ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긴 하다. 너희들은 어떤 기억을 빵으로 굽고 싶니? 그러면 서로의 소중했던 순간의 이야기들을 공유할 수는 있겠다.

추억의 빵을 굽는 것으로 이 책이 끝나진 않는다. 만길이가 아직 무슨 빵을 구울지 정하지 못하는 사이에 행복한 기억이 아닌 분노의 순간을 빚어 곱씹는 누나의 사연을 엿보기도 하고, 만길이가 상처주었던 여자아이가 주문했던 쿠키에 담긴 기억은 무엇이었는지 알게 되기도 하고.... 그러면서 이야기는 좀더 다각도로 확장된다. 마지막으로 만길이가 만드는 빵은 차원이 한 단계 달라지며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그건 과거의 추억에서 미래의 희망으로 나아가는 전환이었다. 이 지점에서도 아이들과 나눌 이야기가 생생하겠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을 말한다면, 주인공이 열 살인 것보다는 한 살쯤 높였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보통 주독자를 주인공 연령으로 잡는다고 할 때, 3학년짜리의 말투는 아닌 것 같아서다. "닳아서 덜렁거리는 신발 뒤축 같은 날이다." 투의 말을 3학년 화자가 한다는게 좀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3학년과 4학년이 크게 다르진 않지만 그래도... 그리고 아이들은 주인공 연령이 자기보다 높은 건 괜찮게 여기면서도 낮으면 '애들 책'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주전자' 라는 소재였다. 주전이 아닌 후보선수의 신세를 그렇게 부르는데, 그건 이제 우리 세대의 지나간 용어가 아닐까? 요즘 애들이 주전자를 알까? 학교 교실에서도 주전자는 사라진지 오래다. 후보선수라고 주전자를 들고 따라다닐 리가 없으니 약간은 시대착오적(?)인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는 이런저런 사소한 걸림도 살짝 있긴 했지만 그래도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괜찮은 책일 것 같다. 중학년에게 권할 동화를 찾다가 요즘 핫한거 같아서 사서 읽었는데, 중학년 교실에서 읽고 상상과 함께 표현활동하기에 무난한 책이겠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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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온다, 플라스틱 와이즈만 미래과학 11
김성화.권수진 지음, 백두리 그림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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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온다 시리즈가 열 권이 넘어간다. 놀라운 것은 저자가 동일하다는 것. 보통 이런 시리즈들은 각 분야별로 다른 저자들이 집필하지 않나? 두분 다 과학전공자들이고 오랜 세월 어린이 과학책을 함께 써오셨지만 그래도 이번 작업은 놀랍다. 같은 과학이라도 세부 전공으로 들어가면 영역이 다를텐데,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연구해야 이런 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린이책이라고 해서 조금만 알아도 쓸 수 있는건 아니니까.

게다가 저자들 특유의 입말체로 어려운 내용을 지루하지 않게 흥미를 유지하며 이끌어가는 방식이 여전히 빛을 발하는 점 또한 대단하다. 바로 그것 때문에 이 저자들 책의 애독자가 되었는데, 아직도 유효한 그 센스가 반갑다. 이 책에는 그림이 있긴 하나 많지는 않고 총천연색도 아닌데, 강조되는 글자디자인만으로도 빨려들어갈 때가 많았다. 서술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책. 내가 생각하는 이분들 책의 장점이다.

이번 권은 플라스틱을 다룬다.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정확히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은 게 플라스틱 아닐까. 플라스틱의 등장은 화려했다. 아니 지금도, 플라스틱이 고마운 존재인 것은 사실이다. 플라스틱은 너무나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플라스틱 시대'라 할 정도로 거의 모든 소재가 플라스틱으로 바뀌었다. 뿐만아니라 그 엄청난 수요와 편리함 때문에 무시무시한 양이 생산되고 소비되며 버려진다. 여기서부터 그의 장점은 치명적 단점으로 바뀐다. 썩지 않는 것. 그래서 그 엄청난 생산량은 다 어디에선가 쌓인다. 상당량이 바다로 흘러가 바다 생태계를 망치고 있어 큰 문제다. "그건 거의 불멸의 존재야!"라고 플라스틱을 표현하는 대목에서 소름이 돋았다. 모든 물질은 최소한으로 쪼개지면 다른 물질이 되는데 플라스틱은 영원하다. '미세 플라스틱'이라는 이름으로. 내 안에 있는, 또 내가 매일 섭취하는, 내 주변에 가득한 미세 플라스틱을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해 온다.

이렇듯 위험성에 대한 경고도 물론 좋았지만 이것만으로는 다른 책들과의 차별성이 있다고 하기 어렵다. 이 책에서 특히 좋았던 것은 플라스틱 자체에 대한 정보였다. 플라스틱 재활용이 생각보다 너무 안되고 있다고 하는데 그건 플라스틱의 종류가 많기 때문이다. 그 종류와 표기에 대한 정보가 유용했다. 마침 마시고 있던 탄산수의 병을 보았더니 PETE와 HDPE로 되어있었다. 안봤으면 무심코 버렸을텐데, 라벨의 비닐을 따로 떼어냈다. 학급에서 아이들과 한가지씩 가져와서 표기를 살펴보고 분류 실습을 해봐도 좋을 것 같다.

플라스틱 분자에 대한 설명도 흥미로웠다. 분자구조에 대한 설명과 그림이 아주 잘되어있었다. 거대분자(고분자 물질)에 대한 설명도 흥미로웠다.
(여기서 잠깐 오타발견. 60쪽의 본문과 그림에서 사람 이름이 다르게 적혀 있다. 페트병을 만든 사람 와이어스.)

앞이 깜깜한 걱정이 가득찬 중에, 마지막 장에서 바이오 플라스틱에 대한 내용이 나와 가느다란 희망을 가져본다. 어떤 희망이 나오지 않는다면 지구는 플라스틱에 뒤덮여 멸망하지 않겠는가. 그밖에 여러가지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인간이 뭘 손대서 지구에 유익한 일을 한 적이 없으니 과연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발명이나 발견은 이루어질지 모르겠다. 꼭 이루어져야만 하는데......!!

마지막으로 국제 해변 청소의 날에 동참해 보길 제안하며 책은 마무리된다. 해결을 위한 연구가 이루어지고는 있으나 아직 현실로 다가온 일은 아니기 때문에 주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뭐든 해보는 것이 첫걸음이라는 뜻이겠다.

이 책은 중학년용으로 분류되어 있으나 고학년에게 권해도 좋겠다. 쉽게 설명하고는 있지만 분자 등에 대한 내용은 고학년에게 맞는 내용일 것 같다. 쉽고 흥미있게 서술된 면에서 보면 중학년에게 권할 만도 하다. 4~6학년 대상으로 추천하고, 플라스틱을 주제로 수업하실 선생님께도 내용구성을 위해 읽으시면 좋겠다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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