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문학이 깃든 시민교육 - 교실 구석구석 시민교육
어린이문학공부모임 지음 / 에듀니티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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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지역에서 모여 활동하시는 '어린이문학공부모임' 선생님들이 함께 쓰신 책이다. 일단 그 모임 이름부터가 부러웠다. 어린이문학공부모임. 요즘 어린이문학에 관심있는 분들이 많으니 모임을 만들든, 기존 모임에 껴달라고 해서 들어가든 노력만 하면 못할 일도 아니었을텐데, 남과 속도를 맞추는 일에 서툴고 부담을 갖는 미련한 성격 때문에 시도조차 못하고 말았다. 모이고 나누어야 성장하는 것 맞다. 나는 못하고 말았지만 후배 선생님들께는 적극 권하고 싶다. 나눈 것들을 잘 갈무리하여 이렇게 결과물을 내는 것도 찬성이다. 공감하며 재밌게 읽었고 많이 배웠다.

이 책의 구성은 자유롭고 편안하다. 그렇다고 산만하진 않게 일관성도 있다. 각 장은 시민교육의 영역으로 나누어 구성하였고(인권, 문화다양성, 평화, 환경, 변화된 미래) 각 장 안에는 몇편의 에세이와 몇편의 서평 혹은 영화평이 들어있다. 그렇다면 수업은? 에세이 안에 녹아들어 있다. 편안한 서술방식이라 더 좋았다. 접근성이 좋으면서 깊이도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되었다. 서평도 마찬가지다. 이 주제에 대하여 어떤 맥락에서 이 책을 활용할 수 있을지 다양하게 생각해보게 된다.

여는 글로 '여느 1학년 선생님의 하루' 라는 글을 읽자니 공감의 한숨이 푹푹 새어나온다. 다들 이러시구나. 열심히 공부하고 실천하시는 선생님들도 다들 비슷하구나. 다들 동동거리고 초긴장의 하루하루를 살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일들에 죄인이 되어 사는구나. 하지만 그런 상처로 마음문을 걸어잠그는 경우도 있고(나도 대략 그런 편) 더 잘해보기 위해 마음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도 있지. 저자 선생님들은 후자 쪽이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1장 [함께 해서 소중한 우리]의 주제는 '인권'이다. 기존의 인권 책들과는 좀 느낌이 다른 게, 여기서는 특별히 '권리'라는 말이 자주 나오지도 않고 강조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만 존재로서의 인정, 모든 존재의 소중함을 따뜻하게 펼치고 있다는 느낌이다. '공기처럼' 이라는 표현에 동의한다.

2장 [달라서 아름다운 우리]의 주제는 '문화다양성'이다. 내가 근무하는 대도시도 그렇지만 촌락의 학교에는 다양한 국적의 다문화가정들이 있고 가족의 형태도 다양하다고 들었다. 흔히 가족의 표준형태라고 여겨지는 양친부모+자녀로 이루어진 가족이 대다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양상은 앞으로 더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 장의 에세이와 서평들에선 자연스럽게 그 수업의 장면들이 스며나온다.

3장 [평화를 지키는 우리]는 평화 장이다. 세계적으로 볼 때 지구 곳곳에서 분쟁들이 있으며 일상의 평화로운 상태도 유지하기 좀처럼 쉽지 않다. 이 장의 에피소드와 책 소개는 이 두 가지를 모두 담았다고 생각된다.

4장 [지구별을 사랑하는 우리]는 환경 장이다. 사실 환경 문제는 너무 크고 중요해서 단일 주제로 나온 책들도 많을 정도다. 이 책에선 짧지만 자연과 가까운 학교에서 근무하는 선생님의 학급살이, 또 미세먼지에 좌우되는 안타까운 학교 현실 등이 실감나게 담겼다. 이 장에 소개된 책들 중 안읽어본 책들이 많아 메모해 뒀다 찾아봐야겠다.

5장 [내일을 꿈꾸는 우리]는 미래를 생각하는 장인데, 저자 선생님들의 진솔한 에세이들이 인상적이다. 지금에 비하면 엄청나게 궁핍(?)했던 어린시절의 의식주와 학교 환경을 라떼 이야기로 쓰신 글, 미니멀 라이프를 다짐하는 글, 첨단 디지털 수업을 선구적으로 해보셨지만 소통과 협력의 중요성을 더 강조하시는 글, 여러가지 교육방법 중 아직도 고민 중이지만 문학작품과 함께하는 교육과정, 지구에서 살아가는 법 두가지는 꼭 넣으신다는 글 등 다 공감이 가는 글이었다. 같은 현장에 있는 분들이고 일부 저자분들과는 비슷한 시대를 살아왔어서 더욱 공감했던 것 같다.

관심있는 주제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임을 꾸리고, 함께 공부하며 그 과정을 성실히 기록하고 글을 써서 결과물로 나온 이 책이 많은 교사들에게 도전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학생들과의 대화를 마주이야기처럼 그대로 기록한 것도 실감나서 좋았다. 이 책에 소개된 그림책과 동화책 중 안읽어본 책들을 찾아 읽어보면 또 새로운 면이 보일 것 같다. 어린이문학은 닳지 않는 샘물 같고 화수분 같은 우리의 든든하고 영원한 소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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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2024-01-10 1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선생님, 따뜻하고 과분한 리뷰 정말 고맙습니다. 인용하신 ‘공기처럼‘ 다가와 읽게 만드는 재주를 가지신 것 같습니다.